소설리스트

13화 (13/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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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KR에 처음 발을 디딘 OZ 신태민의 선택, 주이!]

아마추어 때부터 커뮤니티를 뜨겁게 달군 남자, ‘돌덩이’라는 닉넴임이 더욱 익숙한 OZ 신태민이 CKR 리그에 데뷔한다. 데뷔를 중국인 CPL에서 시작한 만큼 한국 팬들의 아쉬움이 컸던 선수였기에, 이번 CRK리그를 선택한 OZ로 인해 팬들의 기대감이 정점을 찍었다.

특히 누구도 반박할 수 없는 세계 최고의 미드라이너인 SUHO, 이수호 선수와 경쟁 대상으로 언급될 만큼 재능이 남다른 선수인 신태민의 CRK 활약기가 기대된다.

또 유럽, 중국, 북미 곳곳으로 나가 있던 해외파 선수들이 대거 한국 팀들과 계약을 하면서 스프링 시즌 파란을 예고하고 있다. 전형적이던 팀 순위 상황이 혼란으로 뒤바뀔지 또한 이번 스프링 시즌의 관전 포인트로 꼽힌다.

코앞으로 다가온 CKR 스프링 시즌은 여느 때보다 더욱 치열할 것으로 예상된다.

GAME ZONE 주현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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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UHO, 새로운 둥지로 제라드 선택!]

세계적인 미드라이너 SUHO와 주이와의 계약이 종료됐다. 오래도록 주이에서 활동했던 SUHO, 이수호가 새로운 둥지로 제라드를 선택했다. 한국 리그 외에도 여러 리그에서 오퍼가 들어왔지만, 한국을 떠나지 않겠다는 확고한 마음을 가진 이수호 선수는 이번에도 한국 리그 CKR에 잔류하게 되었다.

한국 팀에서도 많은 오퍼가 들어왔지만, 이수호 선수는 제라드를 선택했다. 정확한 금액이 밝혀지진 않았지만, 지금까지 E-Sport 역사상 최고 연봉이라고 제라드 쪽에서 밝혀왔다.

제라드는 기존 멤버인 탑라이너 BONG 김우찬, 정글 RAIN 김주오, 원거리 딜러 MOO 조은기와 새롭게 이적한 미드라이너 SUHO 이수호와 서포터 DOYOU 박선우가 합을 맞추게 되었다. 앞으로 선수들의 합이 어떻게 맞아갈지 기대되는 상황이다.

쟁쟁한 선수들이 모인 만큼 세계 모든 리그를 통틀어 월드 챔피언십 우승에 가장 가까운 팀이라는 평가가 이미 당연하게 나오고 있는 상황이다. 한 달 후 개최될 스프링 시즌에서 새롭게 태어난 제라드의 활약상이 기대된다.

e-sport 매거진 김승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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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임/65132] 이수호 제라드 이적 실화냐?

네x버 스포츠 기사 보고 개놀랐네;; 뭔가 이수호는 전에도 그렇고 주이랑 재계약해서 계속 주이에 있을 줄 알았는데 이적한다니까 뭔가 아쉽다... 올해 주이 월챔 우승할 수 있으려나... 수호랑 두유 빠졌는데 시발...

└ ㅇㅇ. 오피셜 맞음. 근데 이번에 oz가 주이 가서 완전 떡락은 안하지 않을까? 중국에서도 존나 잘했잖아.

└ 그래도 아직 수호한테 비비기엔 무리지;; oz는 월챔 우승도 못해봤는데

└ 그렇게 따지면 아무도 못 비비지. 그냥 요즘 oz 폼 좋아서 그러는 건데 왜 이렇게 시비조야.

└ 이수호 빠인 듯.

└ 제라드 만년 2등 하더니 이제 우승 해보나? 수호 왔는데도 2등이면 진짜,,,저주다...

└ 너어는 진짜 나쁘닼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 제라드 팬인데 님 신고할 거임ㅠㅠㅠ 올해는 우승이라고요ㅠㅠㅠㅠ

└ 김레인 오랜만에 우승컵 드나요~~

└ 이수호랑 김레인이랑 같은 팀이라니... 레인 성덕 됐구나....

└ 둘이 올스타전부터 친하게 지내더니 결국 같은 팀까지 됐네. 레인이 수호보고 같이하자고 꼬셨나

└ 뭔 상관이야ㅠㅠ난 그냥 둘이 같은 팀 된 걸로 만족해 미치겟어ㅠㅠㅠㅠㅠ

└ 2222 레인 이제 꽃길만 걷자ㅠㅠㅠㅠㅠㅠ

└ 우승하자ㅠㅠㅠㅠㅠㅠㅠㅠ 우승컵 드는 모습 보고 싶다고 김레인!!

└ 근데 진짜 이수호가 무슨 바람이 불어서 제라드냐... 저번에도 제라드 안 가던 애가 갑자기 간다니까 당황스럽네;;;

└ 이거 빼박 김레인이랑 친해져서임. 원래 수호가 레인 불편해했잖아

└ 나도 이렇게 생각함. 둘이 근데 요즘 친해져서 이제 신경 안 쓰는 듯? 전에 보니까 둘이 밖에서도 만나는 거 봤다고 글 올라와 있던데

└ ?? 진짜로?

└ ㅇㅇ 김레인 이수호 신도림 이렇게 쳐보면 나옴

└ ㅁㅊ 진짜네 근데 글쓴이 사인받은 거 부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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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력 멤버가 확정된 제라드는 한 주 앞으로 다가온 스프링 시즌으로 인해 하루하루를 연습으로 바삐 보냈다. 그리고 오늘은 오랜만에 시계의 짧은 시침이 5를 가리키는 순간 연습이 끝났다. 오랜만에 외식에 들뜬 선수들은 식당에 들어오자마자 빠르게 메뉴판을 넘기면서 음식을 시켜 나갔다.

하나둘씩 모습을 드러내는 음식은 하나같이 먹음직스러웠다. 수호는 자신의 몫으로 나온 떡볶이를 입에 밀어 넣었다. 오물오물 찰진 떡을 씹자 옆에 앉은 주오가 턱을 괸 채 흐뭇하게 웃었다.

“에라이, 아니, 김레인 씨! 그러다가 수호 뚫어지겠어요!”

“냅둬, 밥이나 먹어.”

돈가스를 입에 문 채 주오를 타박하는 김우찬에게 은기가 고개를 저었다. 김우찬은 그게 더 마음에 들지 않았는지 갑자기 목소리를 높이며 선우를 바라봤다.

“밥 먹는 데까지 저러니까 그러잖아! 선우 형은 질투 안 나?! 나는 마음이 아파아아. 우리 레인 씨가 수호 온 뒤로 우린 거들떠도 안 본다구.”

김우찬이 흑흑 우는 척을 하면서 입으로는 돈가스를 맛있게 씹었다. 수호는 그런 우찬을 멀뚱히 보다 이내 떡볶이 오뎅을 집어 들었다. 우찬은 자신을 신경도 안 쓰는 수호를 보며 더욱 포효했다.

우당탕 소리가 나는 듯한 우찬과 그런 우찬을 놀리는 선우, 그리고 둘을 말리면서 선우의 편을 드는 은기. 한시도 조용한 적이 없었다. 이 세 사람은.

숙소에서도 연습실에서도 언제 어디서든 이런 분위기였다. 소란스럽고 장난스러운 분위기. 그렇지만 거슬리진 않는 편안한 느낌.

분명 선우도 이 팀에는 처음 왔을 텐데 너무 자연스럽게 두 사람과 어울리고 있어 수호는 선우가 신기했다. 하지만 원체 사교성이 좋은 사람이라 그런가 보다 싶기도 했다.

오히려 이런 분위기와 어울리지 않는 차분한 주오가 이 팀의 주축이라는 게 신기했다. 주오는 수호에게는 방방거리는 이미지이긴 했지만, 그래도 말이 많은 사람은 아니었다.

하지만 매일매일을 같이 지내다 보니 수호의 의문은 점점 작아졌고, 어느새 주오가 이 팀의 주축인 게 납득이 가기 시작했다.

주오는 사람을 잘 다뤘다.

김우찬과 박선우가 투덕거리기 시작하면 김주오는 능숙하게 중재했고, 타 팀과 연습 경기에서 승리해 선수들 텐션이 높아지면 적당한 선에서 같이 어울렸다.

특히 김우찬은 텐션이 워낙 높은 선수라 감당하기 힘들 거라고 여겼지만, 김주오는 정말 그를 잘 다뤘다.

새로운 모습이었다. 수호에게 주오는 언제나 웃고, 언제나 이상한 말을 하고, 언제나 귀찮게 구는 사람이었다. 시무룩해하기도 하고 이상한 재롱도 부리는 주오가 다른 사람들에게는 굳건한 뿌리같이 선수들이 의지하는 사람이라는 게 색달랐다.

그리고 그런 주오의 모습은 제법 멋있었다. 어느새 주오를 빤히 보고 있었는지 그가 눈을 맞추며 입을 벙긋거렸다.

“왜? 하고 싶은 말 있어?”

“그냥요. 형이 왜 주장인지 알겠어서요.”

“응?”

뜬금없는 맥락에 주오는 고개를 갸웃했지만, 수호는 그저 식사를 계속했다.

제라드 생활은 생각보다 괜찮았다. 하루하루가 시끌벅적하고 소란스러워서 지루할 틈이 없었다.

김우찬은 늘 발작을 일으키듯 헛소리를 했고, 박선우는 옆에서 부추겼다. 조은기는 조용히 구경하다 한두 번씩 참전해서 김우찬을 뒤집어놓고, 그럴 때 주오가 세 사람을 진정시켰다. 마치 어린이집 교사 같았다.

“아, 맞다. 너 원래 룸메 나였던 거 알아?”

칼국수를 호로록 먹던 박선우가 문득 생각났다는 듯 짓궂게 웃었다. 지금 수호의 룸메이트는 주오였다. 수호는 고개를 갸웃했다.

“그랬어요?”

“응, 근데 주오 형이 너랑 같은 방 쓰겠다고 얼마나 난리를 치던지. 무슨 너 적응하기 힘들 테니까 자기랑 써야 한다고 우겨서 네 룸메 주오 형으로 바뀐 거야. 그때 얼마나 어이없었는지.”

“선우야, 면 불겠다.”

장난스럽게 말하는 선우를 주오가 조용히 타박했다. 선우는 이 상황이 재밌는지 더욱 씨익 웃었다.

“아이고, 그때 우리 레인 씨가 얼마나 난리법석이었는지. 대뜸 수호는 적응 못 할 거니까 자기랑 방을 써야 된다고 그러는데 얼마나 웃기냐. 적응 못 할 거 같으면 당연히 같은 팀에서 온 선우 형이랑 쓰는 게 낫지 않겠어? 근데 꼭 자기랑 써야 한다고 우기는데 내가 아는 레인 씨가 맞나 싶더라니까.”

어느새 돈가스를 다 비운 김우찬이 합세했다. 주오는 여전히 예의 바른 청년의 미소를 지으며 말없이 두 사람을 바라봤다.

“주오 형 그렇게 웃어도 소용없어. 이미 수호도 형 주접 떠는 거 다 아는데 이거 안다고 수호가 설마 형한테 실망할 거 같아?”

웃고는 있지만, 그게 분명 적당히 입 닥치라는 주오의 경고임을 모르지 않는 선우가 너스레를 떨었다.

주오의 시선이 수호에게 닿았다. 정말 선우가 말한 대로 혹시나 자신이 룸메를 하고 싶어서 우겼던 걸 수호가 싫어하면 어쩌나 하는 눈치였다.

늘 그러면서 왜 지금은 눈치를 보는지 모르겠다. 수호는 말없이 고개를 저었다.

“그런 걸로 실망 안 해요.”

“다행이다.”

실망하지 않았다는 말에 안도한 듯 주오의 미소가 한결 편안해졌다. 수호는 올스타전 자신과 같은 방을 하겠다며 뽑기를 하자던 주오가 떠올랐다. 그때도 수호는 감독인 이진형과 쓸 생각이었지만, 공평하지 않다며 제비뽑기를 해야 한다고 우겼던 주오였다.

지금도 그때처럼 진지한 얼굴로 자신과 같은 방을 쓰겠다고 말했을 주오가 상상돼 수호의 입가에 옅은 미소가 그려졌다.

“와아, 진짜 이수호 주오 형이 편해지긴 했나 보구나. 잘 웃네.”

“아, 전에 올스타전 때가 생각나서요.”

“설마 제비뽑기?”

수호의 말에 묵묵히 밥을 먹던 은기가 물어왔다. 그때 그 자리에 있었던 은기도 그날이 기억나는 모양이었다. 하지만 은기는 수호와 다르게 참 곤란했다는 듯 눈가를 찡그렸다.

“뭐야? 무슨 일인데? 우찬이도 알려줘!”

우찬이 궁금하다는 듯 테이블을 탁탁 치며 말똥말똥 눈을 빛냈다.

은기가 방방거리는 우찬의 손을 잡아 누르며 진정하라는 듯 그를 달랬다. 하지만 제라드의 청개구리 김우찬은 그 손을 뿌리치고 더욱 방방거렸다. 조은기의 한숨이 짙어졌다.

“올스타전에서도 수호랑 같은 방 쓰겠다고 주오 형이 제비뽑기해야 한다고 엄청 우겼었어.”

“오오, 그래서 같은 방 쓰게 된 거고? 운이 좋네, 우리 레인 씨.”

김우찬이 고개를 끄덕였다.

앞에서 그러든 말든 그사이 주오와 수호는 열심히 꽁알거리고 있었다. 수호가 주오에게 계란말이가 담긴 접시를 밀며 눈짓하자 그의 눈매가 둥글게 휘었다.

“수호가 이럴 때마다 너무 설레.”

“먹기나 해요. 형 계란말이 좋아하잖아요.”

사실 계란말이는 주오보단 수호가 좋아하는 음식이었다. 숙소에는 집안일을 해주시는 아주머니가 있어서 식사도 준비를 해주시지만, 주오는 종종 수호에게 야식이나 점심 등을 만들어줬다. 그리고 귀신같이 수호가 좋아하는 계란으로 만든 음식을 내어 놓았다.

주오가 차린 상마다 계란이 빠지지 않아서 수호는 그가 계란을 좋아한다고 여기는 상태였다. 좋아하는 음식을 자신보고 먹으라고 건네는 수호가 너무나 사랑스러워 주오는 계란말이를 집어 들었다.

“진짜 언제 봐도 웃기다니까.”

수호와 주오를 지켜보던 선우가 아침드라마를 보는 것처럼 재밌다는 듯 웃었다.

“어째 날이 갈수록 염장질이 더 심해지는 것 같은데.”

김우찬이 날이 갈수록 가까워지는 수호와 주오의 사이를 질투하듯 입을 불퉁하게 내밀었다. 은기는 그저 조용히 입을 다물었다.

이미 수호를 향한 주오의 마음을 알고 있어서이기도 하고, 무엇보다 저 사이에 껴봤자 좋은 꼴은 못 본다는 걸 이미 올스타전에서 깨달은 후였다. 그냥 둘이 좋으면 그걸로 괜찮지 않겠냐는 해탈한 마음뿐이었다.

“탐내지 마. 수호는 내 룸메이트야.”

수호를 향한 독점욕이 가득한 주오의 눈이 팀원들에게 향했다. 눈빛을 받은 세 사람, 선우, 우찬, 은기의 표정이 각양각색으로 달라졌다. 유일하게 웃음을 터뜨린 선우가 폭소를 터뜨리며 짓궂은 미소를 지었다.

“주오 형 지금 내 거라고 말하고 싶었던 거 같은데, 아니야?”

“선우야, 눈치 챙겨.”

주오가 반듯한 미소를 지었다. 그 반응 때문에 선우의 미소가 더욱 짙어졌다.

수호는 자신과 있을 때는 단 한 번도 보지 못했던 주오의 장난스러운 모습이 언제나 신기했다. 이번에도 수호의 시선이 주오에게서 떨어지지 않았다.

“이수호 네가 이렇게 변할 줄 진짜 몰랐어.”

대뜸 날아든 은기의 음성에 수호의 시선이 주오에게서 떨어졌다. 조은기는 신기하기도 하면서, 착잡하기도 하면서, 그래도 다행이라는 듯 묘한 얼굴을 하고 있었다. 수호는 뜬금없는 말에 고개를 갸웃했다.

“뭐가?”

“네가 형이랑 이렇게 친해질 줄 몰랐거든. 너 많이 불편해했으니까.”

“응. 나도 신기해.”

수호가 위아래로 고개를 끄덕였다. 4년이나 불편했던 사람인데 한번 편하게 느끼자 그 뒤는 걷잡을 수 없이 주오가 더욱 편해졌다. 그리고 좋았다. 연습할 때도, 숙소에서 함께하는 시간도 재밌었다.

연습할 때는 서로의 호흡이 중요한 포지션인지라 대화도 많이 할 수밖에 없었다.

그 과정에서 느낀 건 주오는 게임 감각이 탁월하다는 거였다. 정확하게는 상황 판단과 계산에 빈틈이 없었다. 합을 맞추는 동안에 놀란 게 한두 번이 아니었다. 이래서 오래도록 RAIN이 탄탄한 팬덤을 가지고 있는 거구나 싶었다.

그리고 무엇보다 주오의 플레이 방식과 수호의 방식이 예상외로 잘 맞았다.

무리라고 할 수 있는 극단적인 플레이를 주로 하는 수호와 전반적인 게임 상황을 판단하고 판을 짜는 안정적이고 계산적인 플레이어인 주오. 서로 상반된 듯하지만 의외로 합이 잘 맞았다.

특히 주오는 수호 특유의 줄타기 플레이가 성공하도록 판을 확실히 만들어줬다.

뿐만 아니라 처음 호흡을 맞추는 원거리 딜러 조은기와 서포터 박선우의 호흡도 날이 갈수록 좋아지고 있었다. 그 덕에 제라드의 연습 성적은 지금까지 전승을 달렸다.

호흡을 맞추기 시작한 초반에는 비등비등하게 이기는 경기들이 많았지만, 지금은 압승을 거두는 수가 훨씬 더 많아졌다.

정규 시즌 성적은 아니었지만, 그래도 시즌 시작 전 기세가 남다른 제라드였기에 팀 분위기는 아주 좋았다. 그래서 고된 연습 후에 숙소에 돌아와서도 팀원들은 언제나 활기찼다.

‘수호야, 수호야.’

연습을 마치고 씻고 로션을 찹찹 바르고 있으면 주오가 뒤에서 속삭였다. 뒤를 돌아보면 찰칵 소리와 함께 어느새 사진이 찍혔다. 환한 미소를 짓고 있는 주오와 멀뚱히 뒤를 돌아보고 있는 자신의 사진이 하루에 한 장씩 주오의 사진첩에 늘어갔다.

‘또?’

‘매일매일 수호는 다르니까. 싫으면 지울까?’

저 물음도 매일 똑같았다. 그때마다 수호는 고개를 저었다. 그러면 주오는 방긋 웃으며 핸드폰을 소중히 두 손에 품고 화면을 물끄러미 보다 슬쩍슬쩍 웃음을 터뜨렸다. 그런 주오가 재밌었다.

늘 이런 소소하고 유쾌한 나날이 제라드를 오고 나서부터 쭉 이어졌다.

주이에 있을 때도 팀원들과 친하지 않은 건 아니었지만, 이런 식으로 가깝게 지냈던 적이 없던 수호는 이렇게 도란도란한 분위기가 참 좋은 거라는 걸 알게 됐다. 제라드를 선택한 건 괜찮은 판단이었다.

“뭐 그래도 형이랑 잘 지내서 다행이야.”

“응.”

조은기는 짧은 수호의 대답에 은은한 미소를 지어 보였다. 선우는 그런 두 사람 앞으로 고개를 쭉 내밀었다.

“우리 은기 걱정했어? 수호가 적응 못 할까 봐?”

“조금요?”

“그럼 나는?”

선우가 장난기 어린 눈으로 씨익 웃자 은기가 기가 차다는 듯 웃었다.

“형은 잘 지낼 거 아는데 왜 걱정을 해요.”

“우리 원딜님의 서포터 사랑이 이것뿐이라니, 서운하네.”

선우와 은기가 장난치면서 노는 사이 어느새 주오가 다시 수호 옆에 찰싹 붙었다. 주오는 수호의 어깨에 턱을 살포시 올렸다. 키가 더 큰 주오가 하기에는 불편한 자세였음에도 그는 개의치 않는 듯 수호에게 기댔다.

이것도 제라드 생활을 하면서 어느 정도 익숙해졌기에 수호는 주오에게 길게 관심을 주지 않고 다시 밥을 먹기 시작했다. 속도가 느린 수호가 늘 마지막 타자였다.

“급하게 먹지 말고 천천히 먹어.”

“네.”

수호가 오물오물 음식물을 씹고 있자 주오가 문득 말을 걸어왔다.

“수호야, 수호야.”

“왜요?”

“숙소 들어가는 길에 마트 같이 갈래?”

“마트는 왜요?”

이미 숙소에 간식거리며 반찬이며 먹을거리가 한가득이었다. 의아한 마음에 고개를 갸웃하는 수호에게 주오의 눈이 둥글게 휘었다.

“계란 다 떨어졌어.”

“아…….”

“나는 수호랑 오랜만에 둘이 놀고 싶은데 안 될까?”

주오의 눈매가 축 내려갔다. 그가 산책을 조르는 똥강아지 같은 말간 표정을 하면 수호는 거부할 수가 없었다.

수호는 볼이 간질거리는 느낌에 시선을 돌렸다. 어깨에 턱을 올리고 있는 주오와 눈을 마주치고 있기에는 지나치게 가까웠다.

“……가요.”

평소에도 목소리가 큰 편은 아니었지만, 수호의 음성이 지나치게 작아졌다. 들릴 듯 말 듯 웅얼거리는 답을 어떻게 알아들었는지 주오가 활짝 웃었다. 귓가에서 바로 울리는 낮은 울림에 괜히 귓가가 뜨거워졌다.

“넌 갑자기 왜 귀가 빨개졌어. 떡볶이 맵냐?”

눈치라곤 수호만큼이나 없는 우찬이 그거 가지고 맵냐고 놀리며 깔깔 웃었다. 수호는 귀를 만지작거리며 시선을 돌렸다.

그런 수호를 보며 당장에라도 품에 싸 들고 데리고 가고 싶다고 생각하는 주오였다.

“우찬아, 밥 먹어.”

“레인 씨, 내가 제일 먼저 다 먹었는데 무슨 소리를 하는 거예요.”

“더 먹어. 그리고 조용히 좀 해줄래?”

“와, 진짜 레인 씨 사랑이 식었어. 새집 살림 차려 버렸어!”

우찬은 장난스럽게 눈을 부라리며 입을 쭉 내밀었다. 그런 우찬의 옆에 앉아 있던 선우가 우찬을 안아줬다. 선우의 품에서 흑흑 소리를 내며 우는 척하는 우찬을 가뿐하게 무시한 주오는 수호와 눈을 맞췄다.

“가끔 보면 형도 매정한 것 같아요.”

“수호한테는 언제나 다정할 거야.”

“형은 제가 정말 좋은가 봐요.”

“언제나 좋아해.”

주오가 한결같은 미소를 지었다. 보고 있으면 포근해지고, 괜히 손끝이 간지러워지는 그 미소 말이다. 부담스럽기만 했던 이 미소는 어느새 수호가 가장 좋아하는 미소가 되었었다.

“저도 형 좋아요.”

“……시발, 이건 너무 염장인데?”

“나도 이런 거까지 보고 싶진 않았는데…….”

“그냥 둬요. 저 두 사람과 다른 테이블이라고 생각해요.”

수호의 낮은 고백에 대답한 건 주오가 아닌 구경하던 세 사람이었다. 대답의 당사자인 주오는 똥 씹은 세 사람과 다르게 딱딱하게 굳어 있었다.

수호는 돌덩이가 되어버린 주오의 단단한 팔목을 손가락으로 톡톡 두드렸다.

“형?”

가끔 주오는 지금처럼 이렇게 돌이 될 때가 있었다. 보통은 숙소에서 이런 일이 많았다.

수호와 주오가 쓰는 방에는 화장실이 붙어 있어서 두 사람은 그곳에서 볼일을 봤다. 그런데 어느 날엔가 수호가 샤워를 마치고 수건으로 뚝뚝 떨어지는 물기를 대충 닦고 있을 때, 문이 벌컥 열렸다.

물소리가 나지 않아 사람이 없다고 생각했는지 문을 열고 들어오던 주오와 알몸의 수호가 딱 마주친 것이다. 그때 수호는 인간의 안색이 저렇게까지 변할 수가 있다는 걸 처음 알았다. 돌이 되었다가, 곤란한 듯 하얗게 질렸다가 갑자기 이마에 핏줄이 붉어질 만큼 화가 나서 붉어졌다가, 이윽고 지친 듯한 얼굴로 파리해졌다.

그리고 가끔 주오가 야식을 한다고 주방을 뒤적거리고 있을 때, 가끔 수호는 그의 어깨 너머로 고개를 쓱 들이밀 때가 있었다. 그때도 주오는 돌이 되었다. 정확히는 그러고 나서 한 뼘 정도 되는 거리에서 수호와 눈이 마주쳤을 때. 물론 수호도 이때는 같이 돌이 되어 서둘러 고개를 뒤로 빼곤 했다.

그때처럼 돌덩이가 된 주오를 보며 수호가 고개를 갸웃했다. 가끔 이러는데 대체 왜 이러는지는 도통 모르는 수호였다.

“형, 진정해.”

선우가 돌레인에게 위로하듯 말을 건넸다. 선우의 난데없는 말로 더 의아해진 수호가 멀뚱히 주오를 바라봤다. 돌덩이 주오의 표정이 점점 곤란하다는 얼굴로 변했다. 수호와 눈을 맞춘 주오는 어딘가 고통스러워 보였다.

“……수호는 요즘 날 너무 힘들게 해.”

“제가요?”

요즘 주오와 사이가 아주 좋다고 생각했던 수호는 당황스러웠다. 대체 무엇 때문에 힘들다는 걸까. 수호의 표정이 언뜻 어두워지자 주오가 다급히 고개를 저었다.

“뭘 잘못했다는 게 아니야.”

“그러면 형이 왜 힘든데요?”

“그냥…… 내 문제야. 수호는 아무 문제 없어. 아주 좋아! 정말 너무 좋아! 수호는 언제나 완벽하니까 걱정하지 마.”

혹시나 수호가 기분 나빠할까 주오는 수호와 눈을 맞추며 열심히 설명을 늘어놓았다. 하지만 수호는 여전히 고심하는 눈치였다. 주오는 더욱 열과 성을 다해 수호에게 종알종알 변명했다.

“둘이 저러는 거 대체 언제까지 봐야 해요?”

“글쎄. 우리는 꿔다 놓은 보릿자루네.”

은기의 한스러운 말에 선우가 씨익 웃었다. 괜히 빈 그릇을 숟가락으로 슥슥 긁으며 우찬이 뽀로통하게 입을 내밀며 중얼거렸다.

“레인 씨 변했어. 수호만 편애해.”

“어차피 여기 있어 봤자인데 우린 돌아갈까?”

“웅, 우찬이 숙소 가서 게임할래.”

“셋이서 레이싱 게임이나 하자.”

“그래요. 이만 가죠.”

수호와 주오의 꽁알거림을 더는 견디고 싶지 않은 세 사람은 자리에서 일어났다. 열심히 두 사람의 세계에 있던 주오와 수호의 시선이 벌떡 일어난 팀원들에게 향했다.

“저희 먼저 들어갈게요.”

“그래. 조금 이따가 보자.”

세 사람을 미련 없이 보내주려는 주오에게 우찬이 입을 뿍 내밀었다.

“예의상 한 번쯤은 붙잡아라! 진짜 김레인이 어쩌다 이렇게 매정해졌지?”

씩씩거리며 우찬이 가게를 나섰다. 은기가 귀찮다는 듯 한숨을 폭 내쉬고는 눈으로 인사를 건네며 우찬을 따라나섰다.

“우찬이 화난 거 아니에요?”

쿵쾅거리며 가게를 나서는 우찬의 뒷모습을 보던 수호가 나지막이 물었다. 주오는 문 입구에서 시선을 떼지 못하는 수호의 어깨에 사뿐히 손을 올리고는 고개를 저었다.

“걱정하지 마. 김우찬은 화나면 오히려 말을 안 해.”

매사가 정신없을 정도로 밝고 유쾌한 우찬은 오히려 화가 나면 말이 없어졌다. 저렇게 툭툭 말을 내뱉고 가는 거면 장난이라는 소리다. 제법 오래 우찬을 봐왔기에 주오는 걱정 없이 수호를 달랬다.

“그럼 숙소에서 보자.”

“네.”

손을 살랑 흔들며 인사하는 선우에게 수호가 고개를 작게 끄덕여 반응했다. 뒤도 돌아보지 않고 가게를 나가는 선우를 보던 수호는 이내 주오에게로 시선을 돌렸다.

“그래서 제가 형한테 잘못한 건 없는 거죠?”

“응, 수호는 잘못 없어. 오히려 요즘은 나한테 너무 잘해주는걸. 아까도 나 챙겨줬잖아.”

주오는 조금 전 수호가 자신의 앞으로 밀어줬던 계란말이가 담긴 접시를 들어 보였다. 그제야 수호의 표정이 평소의 뚱한 얼굴로 돌아왔다.

언제 자신이 이렇게 주오에게 신경을 쓰게 됐는지 생각나지도 않았다. 이렇게나 타인의 생각을 의식하는 건 수호로서 처음 겪는 일이었다.

지금까지 수호는 남이 자신을 싫어하든 좋아하든 그렇구나, 하고 넘어가는 편이었다. 애초에 신경 쓴다 해도 상대의 자신에 대한 생각이 쉽게 달라지는 것도 아니었고, 노력할 필요를 느끼지도 못했다.

그래서 요즘 수호는 주오와 지내는 하루하루가 신기했다. 지금처럼 자신이 주오를 힘들게 하는 건가 걱정하는 모습조차 새롭고 낯설었다.

“저는 요즘, 형한테 잘해주고 싶어요.”

“느껴져, 수호가 나 많이 편안해하고 의지하는 거 나도 알아. 그래서 정말 고마워.”

“형도 저한테 잘해주잖아요. 야식도 만들어주고, 빨래 정리도 도와주고.”

“나는 수호에게 언제나 좋은 사람이고 싶어. 아직도 너에게 해주고 싶은 게 정말 많아. 그러니까 내가 다 해줄 때까지 나 싫어해 하면 안 돼.”

주오가 눈을 둥글게 휘며 웃었다. 수호가 좋아하는 미소였다. 살랑이고 포근한, 그리고 괜히 간지러워지는 미소. 아마 주오가 계속해서 이렇게 웃는다면 그가 싫어질 일은 없을 것 같았다.

“싫지 않아요. 아까 말했잖아요. 저도 형 좋다고.”

“더 좋아해 줘. 지금보다 훨씬 더.”

부드럽게 울리는 주오의 음성에 문득 수호는 숨을 멈췄다. 늘 부담스럽지 않은 적당한 온도와 깊이로 자신을 보던 주오의 눈이 지나치게 뜨거웠다. 수호는 콩콩 들리는 심장 소리에 괜히 귓가가 뜨거워졌다. 술을 먹은 것도 아닌데 왜 이러는 걸까.

세상 답답하게 둔감한 수호는 자신의 상태가 어떤 건지 짐작하지도 못했다. 그저 콩콩 들리는 소리가 잦아들기를 기다리며 괜히 테이블만 노려볼 뿐이었다.

“여기서 더라는 게 어느 정도인지 모르겠어요.”

어쩌면 건조하다고 느낄 수 있을 우정은 수호도 많이 느껴봤다. 적당한 배려와 적당한 재미. 그것이 수호가 느끼는 우정이었다.

하지만 주오는 이미 그 선을 넘은 상태였다. 이미 수호의 기준에서 주오는 유독 많이 좋아하는 형이 되어 있었다.

그런데 여기서 더는 대체 무엇을 말하는 걸까. 이보다 더가 있을 수 있나?

연애 세포가 다 죽은 지 오래인, 애초부터 있었는지조차 의문인 수호는 고민하고 고민했다. 하지만 답은 나오지 않았다.

혼란스러운 수호 앞에서 잘난 주오의 얼굴이 살포시 미소 지었다. 수호는 주오의 얼굴에서 시선을 떼지 못했다.

“그런 건 천천히 알아가면 돼. 내가 알려줄 수 있으면 좋겠다.”

낮은 웃음소리와 함께 주오의 미소가 더욱 짙어졌다. 콩콩거리는 소리가 다시 귓가를 맴돌기 시작했다. 수호는 주오를 더 보고 있을 수가 없어 시선을 돌렸다.

대답 없는 수호를 보던 주오가 이내 자리에서 일어났다. 수호는 옆을 꿰차고 있던 거대한 존재가 갑자기 사라지자 고개를 돌려 주오를 바라봤다. ‘왜 일어나요?’라고 묻는 듯한 수호의 의문이 담긴 말간 눈을 보며 주오가 입매를 부드럽게 휘어 웃었다.

“장 보러 가야지.”

“아…….”

계란. 수호는 고개를 끄덕이며 자리에서 일어났다. 이런 낯선 기류에서 어서 벗어나고 싶었기에 주오의 말이 반갑게 느껴졌다.

벌떡 자리에서 일어나는 수호를 귀엽다는 듯 흐뭇한 시선으로 보던 주오가 수호의 옆에서 서며 나란히 가게를 나섰다.

“오늘 저녁에 계란찜 해 먹을까?”

계란을 좋아하는 수호가 가장 좋아하는 음식은 계란찜이었다. 고개를 갸웃하며 묻는 주오에게 수호는 망설임 없이 고개를 끄덕였다.

“좋아요.”

명쾌한 대답에 주오는 환하게 웃으며 수호의 곁에 찰싹 붙었다. 주오의 포근한 섬유유연제 향이 느껴지는 이 한 뼘 정도의 거리가 이제는 수호에게 있어서 가장 편안하고 아늑한 거리가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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