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5화 (5/40)

* * *

오늘따라 유독 시끄럽게 지저귀는 새소리에 주오는 무거운 눈꺼풀을 밀어 올렸다. 여긴 또 어디야. 회식 중이었는데. 마지막으로 보았던 풍경과 너무나도 다른 풍경에 주위를 둘러보던 주오는 금방 이곳이 어디인지 깨달았다. 언제 돌아왔지.

“아아…… 머리야.”

몸을 일으키던 주오는 지끈 울리는 머리에 눈가를 찡그렸다.

“미련하게도 마셨네.”

주오는 자신이 술을 잘 마시지 못한다는 걸 누구보다 본인이 더 잘 알고 있었다. 그렇기에 언제나 술자리에서 취하지 않도록 조절해 왔는데 어제는 그러지 못했다. 주오는 본인이 생각해도 어처구니없는 상황에 깊게 한숨을 내쉬었다.

“하아…… 김주오, 정신 차려. 속 좁아지지 말란 말이야.”

어제의 회식은 주오에겐 최악이었다. 수호의 옆에 앉았을 때만 해도 최상의 기분이었지만, 그 기분은 얼마 가지 않았다. 앞에 앉은 지한과 재인이 심기를 건드렸다. 그는 아직 한 번도 잡아보지 못했던 수호의 손을 지한은 아무렇지 않게 잡고 주물럭거렸다.

주오는 치기 어린 질투심이 다시금 속에서 부글부글 끓어올라 눈가를 찡그렸다.

“나도 한 번을 못 잡아봤는데.”

그걸 그렇게 쉽게 눈앞에서 다른 사람에게 뺏겨 버렸다. 그때 그 처참한 심경은 그 누구도 모를 것이다.

그런 와중에 정재인까지 그 옆에서 사람 속을 벅벅 긁어대는 탓에 자연스럽게 술로 손이 갔다.

“수호에게는 멋있는 모습만 보여주고 싶었는데…….”

수호에게 잘 보이려고 하면 할수록 더 이상해 보인다는 걸 주오 본인은 모르고 있었다. 주오는 어제 술에 취해 수호에게 보였을 꼴사나운 모습을 상상하며 머리를 쥐어 싸맸다. 하지만 그런다고 기억나지 않는 지난밤이 갑작스레 기억날 리는 없었다. 주오는 더욱 지끈거리는 머리를 거칠게 쓸어 넘겼다.

문득 주오는 고개를 돌려 옆을 바라봤다. 그곳에는 이불에 얼굴을 파묻고 베개를 끌어안은 채 자는 수호가 있었다.

주오는 사람이 번개에 맞으면 이런 느낌일 거라고 확신했다. 온몸이 저릿저릿하고, 심장이 꾸- 욱 터질 듯 죄어오는 느낌. 정말 짜릿한 느낌이었다.

꿈이면 다시는 깨어나고 싶지 않을 만큼 황홀한 광경이었다. 수호가, 늘 어딘가 뚱한 건지, 멍한 건지 모를 표정을 짓던 그 수호가, 온화한 표정으로 잠들어 있었다. 자신과 같은 방에서.

주오는 저도 모르게 숨을 삼켰다. 자신의 숨소리에 수호가 깨기라도 하면 이 광경을 더는 볼 수 없었다. 김주오는 속으로 심호흡을 서른 번가량 하고 나서 덮고 있는 이불을 살며시 들추고 조심스럽게 발을 디뎠다.

살금살금. 주오는 아무도 눈치채지 못할 만큼 소리도 없이 천천히 움직여 수호의 침대 옆에 섰다. 그러곤 더욱 조심스럽게 앉았다. 수호의 침대에 두 손을 다소곳 올려두고 눈만 빼꼼 내밀어 잠들어 있는 그를 물끄러미 바라봤다.

색색, 베개와 이불 사이에 얼굴을 파묻은 수호의 몸이 규칙적으로 오르락내리락 움직였다. 그 자연스러운 움직임마저 주오에게는 아주 위험했다. 심장이 비켜보라는 듯 연결되어 있는 혈관을 뿌리치며 쿵쿵 뛰었다.

이건 너무한 거 아니야? 너무 예쁘잖아.

주오는 잠든 수호에게 미안하다고 끊임없이 속삭이며, 수호에게 눈을 떼지 않았다. 흰 피부 때문에 유독 까맣게 보이는 얇은 머리칼이 이마를 따라 흘러내렸다. 길게 뻗은 눈매가 그려 넣은 듯 정갈했다.

어쩜 저렇게도 선이 예쁠까. 주오는 살아 있는 수호를 처음으로 천천히 관찰했다. 그간은 자신이 다가가기만 해도 어딘가 자세가 뻣뻣해지는 수호 때문에 늘 조심해 온 주오였다. 쳐다보는 것조차 마음대로 할 수 없었기에 지금의 기회는 주오에게 로또 1등 당첨되는 것보다 귀한 일이었다.

모처럼의 기회에 주오는 마음 놓고 수호를 관찰했다. 끝이 둥근 코가 푹 들어간 베개에서 아슬아슬하게 모습을 보였다. 입술도 보고 싶었지만, 이불을 둘둘 두르고 있어 보이지 않았다. 김주오는 그게 너무 아쉬웠지만 그래도 이 정도로 만족했다. 이 이상은 오히려 자신이 견디지 못할 거 같았다.

아래가 지끈 울리고 있었다.

“같은 방을 쓰는 게 더 힘든 일이었는지도 몰라.”

주오는 작게 한숨을 내쉬었다. 수호가 일어나기 전에 아래부터 처리해야 할 것 같았다. 주오는 부스럭거리는 소리에 수호가 깰까 조심스럽게 자리에서 일어났다.

하지만 주오는 일어나다 잠시 멈칫하고 수호를 내려다봤다.

“수호야, 좋은 꿈 꿔.”

이미 아침이었지만, 수호가 잠에서 깨기 전에 짧은 순간이라도 좋은 꿈을 꾸길 바랐다. 주오의 입매가 시원하게 호선을 그렸다.

자리에서 일어나 옷을 챙긴 주오는 욕실로 들어가면서 문득 중얼거렸다.

“다음에 수호한테 자는 모습 사진 찍어도 되는지 물어봐야겠다.”

그러곤 방금 전 지었던 호남형의 미소가 아닌, 어딘가 음흉한 미소를 지었다. 물론 본인은 깨닫지 못한 일이었다.

* * *

“형은 진짜…… 정말 술을 마시면 안 돼요. 앞으로 한 잔도 안 돼요.”

수호는 아직 깨지지 않는 멍한 정신으로 밥을 입안으로 밀어 넣으며 조은기를 바라봤다. 맞은편에 앉은 그는 지난밤 끙끙거리며 김주오를 부축했던 기억을 떠올리며 인상을 팍 찡그리고 있었다. 정말 싫었나 보다.

그런 조은기와 다르게 김주오는 여상한 얼굴로 빵에 잼을 바르곤 조용히 수호의 접시 위에 올려놓았다. 잠이 많아 일어난 후에도 정신을 제대로 찾지 못하는 수호는 그 빵을 별말 없이 입에 밀어 넣었다. 조용히 야금야금 빵을 먹는 수호를 보며 김주오가 입을 열었다.

“역시 네가 옮겼구나?”

“그러면 형을 누가 옮겨요. 설마 수호가 옮겨놨겠어요?”

뻔히 자신이 옮겼을 거라고 예상하고 있었으면서 모르는 척하는 주오를 은기가 노려봤다. 주오는 은기에게 미안하다는 듯 웃어 보였다.

“고생 많았겠네. 미안하다.”

또, 또 이런 식. 어물쩍 넘어가는 것 같은 태도였지만, 그래도 미안해하는 주오의 얼굴을 보니 어쩔 도리가 없었다. 조은기는 얕게 한숨을 내쉬었다.

“어제 무슨 일 있었어요? 수호가 형 기분 나빠 보였다고 하던데.”

“내가?”

이건 또 무슨 소리일까. 주오는 여전히 잠이 덜 깬 몽롱한 눈으로 빵을 꼭꼭 씹고 있는 수호를 바라봤다.

기분이 나쁜 건 맞았지만 그걸 수호가 눈치챘을 거라고는 생각 못 했다. 이왕 눈치챌 거 기분 나쁜 감정 말고, 다른 걸 눈치채 줬으면 했지만 그래도 수호가 자신을 주의 깊게 살펴준 것 같아 기분이 좋았다.

김주오의 얼굴 위로 미소가 번지는 것과 동시에 조은기가 질색했다.

주오는 은기가 그러든 말든 개의치 않고 수호를 바라봤다. 수호의 몽롱한 시야에는 아무것도 비치지 않는 듯했다. 묵묵히 앞에 있는 음식을 먹기만 하는 것 같았다.

주오는 수호에게 우유가 담긴 자신의 컵을 밀어줬다. 역시 주는 족족 받아먹는 수호는 그 우유까지도 맛있게 마셨다. 귀여워. 김주오는 수호를 사랑스럽다는 듯 바라보며 흐뭇하게 웃었다.

조은기가 주오의 맞은편에서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다.

“야, 수호야. 이수호?”

조은기는 말없이 밥만 먹는 수호 앞에 손을 흔들었다. 수호는 그제야 천천히 시선을 들어 조은기의 손을 바라봤다.

“응, 왜?”

“잠 좀 깨라. 너 샤워하고 나온 거 아니야? 그런데 아직도 잠이 안 깨?”

“응, 원래 이래. 밥 먹어.”

“다 먹었어. 너도 정신 차려. 이제 곧 연습 가야 해.”

“응. 나도 다 먹었어.”

수호는 은기의 말에 꾸준히 고개를 끄덕였다. 그게 아직도 잠이 덜 깨서 나오는 행동이라는 걸 모르는 사람은 없었다. 주오는 꾸벅꾸벅 고개를 끄덕이는 수호에게 고개를 들이밀었다.

평소 같았으면 화들짝 놀랐을 수호지만, 지금은 그저 물끄러미 주오를 바라볼 뿐이었다. 입술을 달싹거리던 수호가 이내 말을 툭 꺼냈다.

“얼굴 치워주세요.”

“음? 수호는 내 얼굴이 싫어?”

주오는 상처받은 얼굴로 물었다. 과연 정말 상처받았을지는 모를 일이었지만.

주오의 마음을 모른 채 수호는 고개를 살며시 저었다. 그 대답이 주오에게는 충격으로 다가왔다.

이미 수호가 자신을 마음에 들어 하지 않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특히 얼굴을 마음에 들어 하지 않는다는 것도. 이미 상처받기를 각오하고 건넨 물음이었지만, 생각과 다른 답변에 당황한 주오의 눈이 커졌다.

“어…… 정말? 정말로 싫지 않아?”

“네, 싫지 않아요. 근데 보기는 싫어요. 그러니까 치워주세요.”

“어?”

이건 또 무슨 말일까. 주오의 고개가 갸웃했다. 얼굴은 싫지 않은데 보기는 싫다. 결국 얼굴이 싫은 건 아니지만, 김주오가 싫다. 이런 의미일까. 만약 그렇다면 마음이 많이 아플 것 같았다.

얼떨결에 눈앞에서 팀의 주장인 김주오가 차이는 것을 목격하고 있는 조은기도 이게 무슨 말일까 싶었다.

두 남자의 열렬한 시선에도 수호는 여전히 잠이 깨지 않는지 눈을 끔뻑거리며 말을 이었다.

“부담스러워요. 그러니까 쳐다보지 마세요.”

“음?”

“이건 대체 무슨 소리야?”

여전히 이해가 가지 않는 주오와 은기의 머리 위로 물음표가 가득 떠올랐다. 하지만 수호는 그 의문에 답을 내려주고 싶은 마음이 없는지, 아니, 애초에 관심이 없는지 자리에서 일어났다.

“졸려서 이만 올라갈게요. 세수를 해야겠어요.”

“세수는 무슨…… 너 이미 샤워도 했잖아.”

“응, 근데 졸려.”

세상에 잠이 많은 사람은 많이 봐왔지만 이렇게나 열렬한 잠의 노예는 처음이었다. 주오는 벌떡 일어난 수호를 당황한 얼굴로 바라봤다.

“수호야? 잠깐만, 내가 그렇게 부담스러워?”

수호를 따라 다급히 일어난 주오가 그를 붙잡으며 물었다. 그리고 수호는 그런 주오에게 간단하게 대답했다. 너무 졸려서 이제는 말도하기 귀찮다는 듯이.

“너무 잘생겨서 부담스러워요. 근데 형 좀 웃겨요.”

“형, 쟤 정말 졸린가 봐요. 무슨 말을 하는지 도통 모르겠어.”

“나도 잘 모르겠다.”

그래서 좋다는 거야, 싫다는 거야. 주오는 의문만을 가득 떠안은 채 휘청대면서도 성큼성큼 걸음을 옮기는 수호를 허망한 눈으로 바라봤다.

망연히 수호의 뒷모습을 본 건 조은기도 마찬가지였다. 은기는 수호가 완전히 모습을 감추고서야 주오를 바라봤다.

“쟤 왜 저래요?”

잠에 취했어도 대체 무슨 말을 하는 건지 도무지 알 수가 없었다. 잘생겨서 부담스럽다고? 그리고 웃기다고? 은기는 고개를 갸웃했다. 진짜 김주오도 이상했지만, 이수호도 이상했다.

주오는 의문을 품은 조은기의 물음에도 수호가 사라진 식당 입구에서 시선을 떼지 못했다. 그가 그 상태로 천천히 입을 열었다.

“……그래서 수호는 내가 싫다는 걸까?”

“글쎄요. 근데…… 형 진짜 진심이에요?”

김주오의 행동을 보면 진심임이 분명했지만, 그래도 조은기는 믿을 수 없었다. 진짜로 남부러울 것 없는 저 김주오가 남자를, 그것도 자신을 돌만도 못하게 보는 이수호를 좋아한다니.

주오는 시선을 돌려 조은기의 당황과 의심이 가득 담긴 눈을 바라봤다. 이윽고 주오의 입가에 미소가 떠올랐다.

그 미소만으로도 충분한 답이 되었지만, 김주오는 조은기가 더는 의문을 가질 수 없도록 확답을 건넸다.

“진심이야. 나는 수호가 좋아.”

“형……. 하아, 진짜 어쩌려고 그래요. 차라리 좋아할 거면 가능성 있는 사람을 좋아하든가.”

조은기가 보기에는 가능성이 단 1%도 없어 보이는 게임이었다.

조은기의 걱정을 아는 김주오였지만 그는 물러설 곳이 없었다. 이제는 뭐라도 해봐야 할 상황이었기에 가능성이 없어도 무조건 ‘Go’였다.

“그래도 지금은 같이 아침도 먹는 사이가 됐잖아. 한 달 전만 해도 이렇게 될 줄 알았겠어?”

“그건 그렇지만…….”

헛된 희망일지 모르지만 그래도 포기하지 않겠다는 주오에게 은기는 그만두라고 할 수 없었다. 수호에 대해 말하는 주오의 눈빛이 행복하면서 힘들어 보였다. 그렇기에 조은기는 어떠한 말도 할 수 없었다.

그저 답답한 마음에 한숨을 내쉬는 조은기에게 주오가 눈을 반짝였다.

“그런데 나 어제 실수한 거 없어?”

혹시나 수호에게 없던 점수마저 깎였을까 불안해하는 주오를 보며 은기는 지난밤을 떠올렸다. 아주 떡이 돼서 늘어졌던 김주오의 모습을.

사실 보기 추했을 뿐 실수한 건 딱히 없었다. 하지만 조은기는 쉽게 말해주고 싶지 않았다.

“저는 모르죠. 그런데 확실한 건 형이 좀 추했다는 거죠.”

“아아…… 어떡해. 수호가 싫어하면 어떡하지.”

머리를 싸매고 테이블에 머리를 박는 김주오를 보며 조은기의 입가가 씰룩였다. 자칫하면 웃음을 터뜨릴 것 같았다. 그 모습을 보지 못한 주오는 그저 절망스러운 마음을 다독였다.

“……그렇게나 추했어?”

아주 땅굴을 파다 못해 그곳에 드러누워 흙까지 본인이 덮는 모습에 은기가 웃음을 터뜨렸다. 이런 모습도 나름 재밌었다. 제라드의 주장으로서 절대로 보여주지 않는 모습이었다.

조은기는 웃음기가 묻어날까 목소리를 다듬으며 말했다.

“수호가 어떻게 느꼈을지는 저도 모르죠. 침대에 눕혔을 때까지만 해도 조금 추한 정도였는데, 그 뒤에 형이 일어나서 무슨 짓만 안 했으면 수호도 조오금 추한 형이구나 생각하겠죠.”

“내가 과연 아무 짓도 안 했을까…….”

“글쎄요. 수호한테 물어봐요. 본인이 알지 제3자인 제가 어떻게 알겠어요.”

“몰랐는데 은기 너 되게 매정하구나.”

“형이 그렇게 만들었어요.”

주오가 시무룩해진 눈으로 은기를 바라보다 이내 다시 고개를 푹 숙였다. 조은기는 풀 죽은 김주오의 모습에 이제 그만 놀려먹어야겠다 싶었다. 더 했다가는 주오를 위로해 주느라 한동안 피곤해질 것 같았다.

“그래도 방금 보니까 형 대하는 게 평소랑 다른 것 같지 않던데요. 그러면 별일 없었겠죠. 아니, 오히려 형이 수호 마음에 드는 짓이라도 했을지 몰라요.”

“어? 어째서?”

은기는 들고 있던 스푼으로 스프를 뒤적거렸다.

“형이 웃기다잖아요. 그 소리가 왜 나왔겠어요. 무슨 짓을 했으니까 웃기다고 했겠지. 그리고 마음에 안 들었으면 욕을 하지 웃기다 하겠어요?”

“아…….”

정말 그런 걸까. 자신이 무슨 짓을 했는지 기억은 나지 않지만, 그게 수호의 마음에 들었다면 뭐든 좋았다. 만약 정말 술에 취한 자신이 수호를 웃길 수 있다면 매일 술독에 살고 싶을 정도였다.

김주오의 희망찬 눈망울에 조은기는 눈가를 찡그렸다. 막상 또 이렇게 주인밖에 모르는 개처럼 구는 모습을 보니 마음에 들지 않았다. 하지만 어찌하겠는가. 리더가 좋아한다는데 응원해 줘야지. 조은기는 한숨을 내쉬며 입을 열었다.

“수호한테 물어봐요. 정말 재밌는 일이 있었을지 모르니까.”

“그래, 그래야겠다. 그런데…….”

조은기는 갑자기 자신을 경계하는 주오의 눈빛에 고개를 갸웃했다. 김주오는 그런 조은기에게 짚고 가야 할 문제가 있었다. 아까부터 참 신경 쓰이던 것. 그건 바로…….

“그런데 너 언제부터 이수호에서 수호가 됐어? 아까 보니까 수호도 너한테 말 편하게 하던데.”

“미친…….”

조은기는 정말 예상치 못한 주오의 말에 욕설을 내뱉었다. 그러나 김주오는 개의치 않고 조은기를 아주 매서운 눈으로 바라봤다. 이 막돼먹은 질투심은 무엇이란 말인가. 조은기는 어이없다는 눈으로 김주오를 바라봤다.

“언젠데. 언제 그렇게 친해졌어?”

“이 형이 진짜…… 하아, 됐어요. 그렇게 궁금하면 수호한테 물어보세요.”

김주오는 조은기의 매정한 대답에 눈가를 찡그렸다. 자신이 어제 잠든 사이에 대체 무슨 일이 있었던 것인지. 너무도 궁금해지는 순간이었다.

김주오는 그것을 알기 위해 벌떡 자리에서 일어났다.

“어디 가요?”

“어젯밤 일 물어보러.”

어제 일을 핑계로 수호랑 대화할 기회가 생긴 주오는 가벼운 걸음으로 식당을 나섰다. 무슨 일이었을지는 모르겠지만 수호가 싫어하지만 않으면 된다.

김주오는 싱글싱글 허밍을 부르며 수호가 있을 객실로 향했다. 그리고 그런 김주오의 뒷모습을 바라보는 조은기의 표정은 참 볼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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