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0001 프롤로그. =========================================================================
허억!
비명조차 내지를 수 없는 엄청난 격통이 전신을 덮쳤다. 사지가 비틀리고 거대한 압력이 몸을 짓누른다. 무엇을 하고 있었는지 왜 이런 고통을 당하는지조차 알지 못했다. 허덕이던 나는 어느 순간 정신을 잃었다.
“……!”
얼마나 지났을까. 눈을 떴을 때 나는 조금도 고통스럽지 않았다. 아니, 더 이상 고통을 느끼지 못하게 된 것 같았다. 같은 고통을 지속적으로 겪으면 통각이 마비되어 더 이상 고통을 느끼지 못하게 된다고 한다. 통각만이 아니었다. 모든 감각이 마비된 듯, 아무것도 느끼지 못했다. 이 감각의 끝은 죽음에 가까울 것이다. 나도 모르게 입가에서 피식하고 웃음이 흘러나왔다. 미소 짓는 것을 느낄 수 있다는 것이 다행인가?
왜 이런 상황에 처하게 되었는지, 어떻게 하면 벗어날 수 있을지 아무런 생각도 나지 않았다. 언뜻 들어오는 시야는 기묘하게 일렁였고 그것은 암흑도 빛도 아닌, 그러나 벗어날 수 없는 무저갱이었다. 나는 내가 죽어가고 있음을 아주 분명하게, 선연히 알았다.
죽음에 가까워져 가고 있던 그 어느 순간 난 내 주변의 공간이 요동치는 것을 느꼈다. 어떤 강력한 외부의 힘이 삽시간에 공간을 파쇄하는 듯 싶었다. 그 절대적인 힘은 이내 나를 집어삼키듯이 둘러싼 다음 강제로 끌어올렸다. 사나운 파동. 나는 잊고 있던 고통을 떠올리게 되었다. 온몸이 산산이 부서지는 것 같았다. 저절로 이가 악물린다.
파앗. 공간이 깨치고 차가운 공기가 물밀 듯이 밀려들었다. 마치 상자 속에 납작하게 눌려 있다가 벗어난 듯한 해방감, 그리고 전신을 마비시키는 탈력감. 시야가 아득해지며 난 바닥에 나동그라져 무릎을 꿇었다. 몸에 힘이 들어가지 않는다. 두 손과 두 발의 자유가 있음에도 나는 미동조차 없이 그렇게 널브러져 있었다.
난 이것이 좀 더 일찍 찾아와야 했음을 알았다. 아마도 나는 돌이킬 수 없는 상태이리라.
“…….”
알 수 없는 언어가 귓전을 스친다. 동시에 검고 부드러운 옷자락- 안식과도 같은 감촉이 손을 스쳤다. 사락거리는 기척이 반쯤 암흑에 갇힌 정신에도 선명하게 느껴졌다. 나를 구한 누군가 역시 내가 그런 상태임을 알고 있나 보다. 혹은 내 남은 삶은 거두어가려는 사신(死神)인지도 모르지. 그리고 그 누군가는 말없이 나를 내려다보고 있을 뿐이었다.
그리고 오래지 않은 시간이 흐른 후에, 마침내 그는 돌아섰다. 구원자였단 말인가? 더 이상 내게서 가망을 느끼지 못하고 돌아서려는 것일까?
그때 나는 몸 깊은 곳에서 존재하리라 믿지 못했던 강렬한 기운이 분출하듯 솟아오르는 것을 느꼈다. 그 순간 내가 느꼈던 것은 인식하지 못한 채 깊디깊은 절망 속에 가라앉아 있던 희망이라는 단어였다. 평생 그토록 살고 싶었던 적이 없었고 앞으로도 없을 것 같았다.
이대로 그를 보내선 안 돼! 간절한 외침이 가슴을 울리는 동시에 나는 모든 삶의 의지를 끌어모아 그의 옷자락을 움켜쥐었다. 그리고 토해내듯 말했다.
“…살려줘.”
그것이 내가 할 수 있었던 마지막 일이었다.
============================ 작품 후기 ============================
소개글은 고민해봤자 어차피 구리다....
연재 시작합니다. 행복한 하루되세요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