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공작 부인의 비밀-98화 (98/116)

98화. 제가 더 급해요

“그 말을 증명할 수 있느냐!”

“제게 그분의 인장이 찍힌 서신이 있습니다. 넬슨 씨는 그 서신을 들고 왕궁을 찾아가면 된다고 하셨어요. 다 밝히겠다고 반항하는 저를 그 말로 현혹했습니다. 무서웠어요. 다른 누구도 아닌 왕께서 뒤에 계신다는 사실이요.”

매튜는 데이지의 꼬질꼬질한 드레스 주머니 사이에서 왕의 인장이 찍힌 서신을 꺼내왔다. 그 안에 찍힌 던컨의 인장은 진짜였다.

“처분을 기다려라.”

다시 데이지의 입안으로 더러운 헝겊이 우겨 넣어졌다. 데이지는 반항하며 소리쳤지만, 비명은 그저 속으로 웅웅댈 뿐이었다.

단원들에게 제대로 감시하라는 말을 남기고 라이언 일행은 숙소를 빠져나왔다.

“저 말을 믿는 건 아니겠지?”

발레포르가 방방 뛰었다. 당장 쥐새끼로 만들어 버려도 시원치 않은데 그냥 지켜보라니!

“신발이 아주 깨끗하더군.”

“얼굴도 마찬가지예요.”

지저분하고 낡은 옷에 비해 신발은 새것이나 다름없었다. 렌포드에서 르셀까지 혼자 도망쳐 왔다고 보기에는 얼굴도 머리도 너무 멀쩡했다.

“그러니까 그냥 처리해 버리자니까!”

리아는 발레포르의 말을 가볍게 무시하고 라이언을 향해 다시 말했다.

“범인은 왕비일까요?”

“지금까지 정황으로 보았을 때는 그쪽일 확률이 상당히 높다고밖에 볼 수 없군.”

“누굴 바보로 아는 것도 아니고, 우리가 속을 줄 알았던 걸까요?”

“아, 답답하네! 진짜! 바보들의 행진도 아니고! 그냥 싹 다 처리해 버리자니까!”

발레포르가 발을 동동 굴렀다. 이게 뭐 하는 짓이냔 말이냐고! 그런 발레포르를 지켜보던 리아가 손가락을 하나 까딱하며 그를 가까이 불렀다.

“왜?”

“이리 와.”

“그냥 말하면 안 될까?”

“가까이 와.”

매서운 리아의 눈빛에 기죽은 발레포르는 떨어지지 않는 발걸음을 억지로 떼며 어그적 움직여 리아의 곁에 섰다. 댄은 15살 치고는 몸집이 작은 편이었다. 리아는 고개를 숙여 귓가에 속삭였다.

“죽을래? 제발 가만히 좀 있어. 너 때문에 너무 창피하다고.”

이를 악물고 힘주어 말하는 리아의 목소리에 발레포르는 고개를 끄덕일 수밖에 없었다. 그는 과거에도 그랬고 현재도 마찬가지로 늘 리아에게 약했다. 어쩌면 지금 이 관계는 미래에도 변함없을지도 모른다.

작게 속삭인다고 했지만 워낙에 거리가 가까웠기에 라이언도 매튜도 모두 리아의 타박을 똑똑히 듣고 말았다. 라이언은 살며시 리아의 손을 잡아끌었다.

“괜찮으니 그냥 둡시다. 사실 내 마음도 그와 같으니 말이오. 점점 주위에 사람들이 많아지고 있소. 이왕이면 웃으며 걷는 게 좋지 않겠소?”

내일이면 앤 공주의 생일파티였다. 이미 왕성 안에는 생일파티에 초대받은 많은 귀족이 도착해 있었다. 그들은 저마다 외성에 숙소를 잡고 파티를 손꼽아 기다리고 있었다. 정말 오랜만에 왕실의 주최로 열리는 파티였고 그 규모도 어마어마했기에 열기는 뜨거웠다. 일부에서는 파티 초대장이 고가로 거래되기까지 할 정도였다.

샤르트 궁을 직접 방문할 수 있는 경우가 평생 몇 번이나 되겠는가. 어쩌면 일생에 단 한 번뿐인 기회일지도 몰랐다. 그만큼 그동안 왕실의 문은 쉽게 열리지 않았다.

외성은 누구라도 오갈 수 있는 개방된 곳이었다. 숙소와 식당, 그리고 상점들이 즐비한 르셀의 중심지였다. 파티에 참석하지 못하는 백성들이 멀리서나마 분위기라도 느껴보겠다며 몰려들었고 넘치는 사람들로 이른 아침부터 성 밖은 번잡하고 시끄러웠다.

“빨리 가야겠어요. 사람들이 우릴 쳐다보네요.”

소문은 워낙 빨라서 어쩌면 다시 아델궁으로 돌아가기 전에 왕과 왕비에게 그들이 외성으로 나와 기사단의 숙소를 방문하고 주위를 산책했다는 소식이 들어갈지도 몰랐다.

“갑시다. 나눌 이야기가 많으니.”

라이언과 일행들이 서둘러 아델궁으로 돌아가 아무렇지도 않은 듯 아침 식사를 마친 뒤 응접실에 마주 앉았다.

“리아, 할 말이 있어.”

“이야기하세요.”

“하녀를 풀어주었소.”

“네? 언제요?”

놀란 리아의 물음에 매튜가 나섰다. 데이지를 풀어주자는 의견을 낸 것은 매튜였다. 데이지의 모든 것이 거짓이라면, 분명 그녀의 뒤에서 그녀를 조종하는 누군가가 있었다. 아무리 데이지가 영악하다고 해도 왕을 핑계로 댈 정도로 대범하지는 않을 테니.

그 꼬리를 잡기 위해 가장 좋은 방법은 데이지를 이용하는 것이었다.

“숙소에서 나오면서 바로 명령을 내렸습니다. 가장 은신술이 뛰어난 기사단원 둘을 붙였습니다. 데이지가 누군가와 모종의 거래가 있었다면 분명 접선하는 사람이 있을 것이 뻔하다는 판단이었습니다.”

“듣고 보니 그렇네요. 그럼 이제 우린 기다리면 되는 건가요?”

“오래 걸리지 않을 것입니다. 그런 부류의 인간을 아주 잘 알죠. 아마 곧 소식이 올 것입니다.”

“그런 게 어딨어!”

갑자기 발레포르가 소리를 질렀다.

“내가 분명 쥐새끼로 만들겠다고 했잖아. 나한테 알리지도 않고 풀어주면 어떻게 해. 이제 다 틀렸잖아!”

“쥐, 쥐새끼요?”

놀란 매튜의 반응을 가볍게 무시하며 발레포르가 발을 동동 굴렀다.

“걘 죽었어.”

확신에 찬 말투였다.

“죽어?”

“당연한 거 아니야? 누가 살려 두겠어. 방해가 될 것이 뻔하잖아. 자신들의 잘못을 증명할 가장 큰 증거인데 그냥 두겠냐고. 만약 그 아이가 누군가의 지시로 일부러 잡힌 것이 분명하다면, 두고 봐. 온전하게 살아 돌아오지는 못할 테니.”

데이지의 임무는 왕의 인장이 찍힌 서신을 전하는 것이었다. 넬슨을 시켜 공작부인을 독살하려 한 범인이 왕이라는 사실을 라이언 일행에게 알리는 것. 그 임무를 완수했으니 이제 그녀는 쓸모가 없었다. 발레포르의 예상을 증명하듯 성 밖에서는 다급한 움직임이 포착되고 있었다.

풀려나기가 무섭게 데이지는 잡아 두었던 숙소로 돌아가 베이트만 경에게 서신을 보냈다. 생각보다 수월하게 일이 진행되었다. 걱정했던 것보다 더 손쉽게 그들을 속일 수가 있었다. 어쩜 그렇게 바보스러울 수가. 왕의 인장이 찍힌 서신이 그 정도로 효력을 발휘할 것이라고는 보고도 믿기 어려울 지경이었다.

“빨리 잔금을 받아서 떠나야 해.”

로비 베이트만은 데이지에게 큰돈을 제시했다. 평생을 떵떵거리며 먹고살 만한 돈과 토지, 그리고 집까지. 진짜 범인이 왕인지 왕비인지는 그녀에게 상관없는 일이었다. 로비의 제안을 따르지 않으면 기다리는 것은 어차피 죽음뿐이란 것을 데이지는 알고 있었다.

부탁이라고 했지만, 그것은 협박에 가까웠다. 어차피 해야 하는 일이라면 주어진 대가가 후할 때 하는 것이 현명한 법.

왕의 여자나 베드포드 공작의 여자가 되는 것은 허황된 꿈일 뿐이란 걸 이제 데이지도 알았다. 한몫 단단히 챙겨 신분세탁을 하는 쪽이 더 현실적이리라.

심부름꾼을 시켜 서신을 보낸 데이지는 곧장 옷을 갈아입고 짐을 챙겼다. 다행히 선금으로 받은 금괴는 그대로였다. 허술한 숙소에 그냥 두고 나가면서 얼마나 마음을 졸였던가. 짐가방에 차곡차곡 금괴를 집어넣은 후 보낸 서신에 답변이 오기만을 초조하게 기다렸다.

얼마간을 기다렸을까? 답변이 온 것인지 누군가 문을 두드렸다. 데이지는 고민할 것도 없이 단번에 문을 열어 재꼈다.

***

그날 저녁 데이지의 소식이 아델궁에 전해졌다. 발레포르의 예상대로 데이지는 사망했다. 그것도 잔인하게. 반항도 못 한 채 칼에 찔려 즉사했다고 했다. 형식적으로는 강도 사건으로 포장되었지만 모두 그게 아니란 걸 잘 알고 있었다.

매튜는 알아온 정보를 자세히 전했다.

“범인은?”

“추적결과 로비 베이트만 경의 사람으로 밝혀졌습니다. 하녀가 가지고 있던 금괴의 일련번호가 그의 것이었습니다.”

추적은 쉽지 않았다. 꼬리가 붙었을 것이란 걸 예상했는지 데이지를 해친 범인은 쉽사리 움직이지 않았다. 데이지가 사망한 것은 풀려난 지 얼마 지나지 않은 시각이었지만 보고가 이렇게 늦어진 이유는 범인이 몸을 사렸기 때문이었다. 범인은 당연히 곧바로 로비를 찾아가는 실수 따위는 저지르지 않았다.

그렇지만 그 어떤 것도 범인의 본능적인 욕심은 막을 수가 없었다. 데이지가 가지고 있던 여러 개의 금괴 중 하나를 그는 몰래 처리하려 했다. 어차피 보고할 때는 금괴가 하나 원래부터 없었다고 하면 문제가 될 것이 없다고 여겼다.

검은 기사단은 집요하게 때를 기다렸고 결국 범인이 금괴를 뒷거래하는 장면을 목격했다.

로비 베이트만은 처음부터 데이지를 죽이고 금괴를 회수할 생각이었기에 금괴의 일련번호로 자신이 알려질 것이란 것까지는 예상하지 못한 모양이었다. 떳떳하지 못한 일은 언제나 예상치 못했던 부분에서 실수가 발생하기 마련이었다. 완벽한 것은 없었다.

“로비 베이트만? 그게 누구지?”

라이언은 처음 들어보는 이름이었다.

“제시카 왕비의 8촌쯤 되는 친척입니다. 작위는 따로 없고 듣기로는 왕비의 사적인 일을 처리해 주는 업무를 맡고 있다고 합니다.”

“그렇다면 범인이 왕비라는 말인가?”

“데이지가 던컨 왕이 범인이란 것을 증명해 줄 진짜 증인이었다면 왕비 측에서 그녀를 죽이지는 않았을 것입니다. 아니 되려 어떻게 해서든 살리려 했겠죠.”

맞는 말이었다. 그랬다면 죽일 이유가 없었다. 그것이 진실이 아니기에 데이지는 죽임을 당한 것이다. 가만히 듣고 있던 리아가 목소리를 냈다.

“안타까운 죽음이지만 어쩐지 슬프지는 않네요. 와, 나 진짜 데이지를 미워했나 봐. 어떻게 아무렇지도 않은 거죠?”

“당신에게 독약을 먹인 자의 죽음을 애석해할 필요는 없어. 그들이 죽이지 않았다면 내 손에 죽었겠지. 어쩌면 그 전에 쥐새끼가 되었을지도 모르고.”

인상을 팍 쓰고 있는 발레포르를 건너다보며 라이언은 어깨를 으쓱했다.

“이제 결정을 할 수 있겠네요. 던컨 에드거 4세를 용의 선상에서 제외하겠어요.”

처음 만났을 때부터 본능은 던컨이 범인이 아니라고 외쳐대고 있었지만 확실한 증거가 필요했기에 기다린 것이었다.

“당신의 뜻에 따르겠소. 나는 당신이 시키는 것은 무엇이든 하는 남자잖소. 남들이 날 보고 그러던걸, 아내밖에 모르는 바보라고.”

“정치를 할 수 있겠어요? 당신이 원하는 일이 아니잖아요. 신경 쓸 것들이 많을 거예요.”

“내 머리가 아프다고 당신의 하나뿐인 오빠를 모른 척할 수는 없지.”

“고마워요. 고맙다는 말밖에 당신께 해 줄 것이 없네요.”

리아가 라이언의 두 손을 잡아 올리며 손등에 입을 맞췄다. 해 줄 게 없다는 것이 속상했다. 모든 것을 그에게 의지하고 있을 뿐 그를 위해 그녀가 할 수 있는 것이 없었다.

“그런 말 말아. 당신이 내 옆에 있어 주는 것만으로도 나는 정말 행복하다오. 그게 내겐 가장 큰 선물이오. 그러니 해 줄 것이 없다는 말은 말아. 영원히 내 곁에 있겠다고 약속해 줘.”

이번에는 라이언이 리아의 손을 끌어올려 손가락 끝에 입을 맞추고는 손등에 한 번 더 같은 동작을 반복했다.

“라이언.”

두 사람의 눈동자가 마주치며 묘한 기류가 눈빛을 타고 흘렀다. 점점 둘의 거리가 가까워지려던 그 순간, 그사이를 파고드는 머리통 하나가 있었다.

“염병하네! 미쳤어? 여기 미성년자도 있는 거 잊은 거야? 도대체 부끄러운 줄도 모르고 뭐 하는 짓이야? 그러다 뽀뽀라도 하겠네, 응? 하겠어!”

입을 뾰로통하게 내민 발레포르였다. 물론 댄의 모습을 한 발레포르 말이다.

“대…대대…대…대앤!”

놀라 소리치며 리아와 라이언 사이에 서 있는 발레포르를 잡아당긴 것은 매튜였다. 아무리 이해 못 할 사이라지만 그래도 이건 아니었다. 감히 누구 앞에서 그런 불경스러운 말을 입에 올리는지!

“아무리 부인께서 아끼시는 너일지라도 그런 언행까지 봐줄 수는 없다! 감히 그게 무슨 말버릇이냐! 여…염병? 네놈이 미치지 않고서 어떻게 그런 말을 할 수 있느냐!”

리아가 매튜를 알고 지낸 이후로 가장 심하게 화를 내는 모습이었다. 그런 매튜를 보며 리아가 한술 거들었다.

“매튜, 댄 좀 혼내 줘요. 귀여워했더니 분위기 파악도 못 하고 기어오르네요.”

“마…마님?”

무슨 짓을 하려는 거야. 제발 그만두라고! 발레포르가 눈을 휘둥그레 떴다.

“아무래도 밖에 로밴 단장과, 버클루 단장에게 댄의 개인 훈련을 부탁해야겠어.”

발레포르가 고개를 마구 흔들며 리아에게 간절한 눈빛을 쏘아댔다.

“마님…제… 제발… 앞으로 조…심…할게요.”

떨어지지 않는 사과의 말을 간신히 꺼낸 발레포르를 향해 리아는 단호하게 손을 흔들었다. 물론 안 된다는 의미를 가득 담은 다부진 엑스자로.

“오, 댄. 나도 그러고 싶지 않지만, 공작님께 그런 불손한 언행이라니. 당장 내쳐지지 않는 것만으로도 감사하게 생각해야 해. 내가 엄청 배려해 준 거라는 거 알고 있지? 그러니 오늘 남은 시간은 두 단장님과 함께 좋은 시간을 보내는 것이 좋겠어. 내 맘 알지? 꼭 말 잘 들어야 할 거야. 그래야 내 화가 풀릴 테니까.”

거절하고 싶다. 반항하고 싶다. 싫다고 버럭 화내고 싶다! 마음은 간절했지만, 발레포르는 언제나처럼 리아의 말을 따를 수밖에 없었다. 도대체가 왜인지 알 수 없지만, 그는 리아에게 너무나도 약했다. 그리고 리아가 무서웠다. 이 모든 것이 하늘의 농간이라고밖에 볼 수 없었다! 제길! 왜 리아 앞에만 서면 약해지는 거냐고!

“부인의 말씀이 어떤 것인지 알겠습니다. 제게 불손한 것까지는 이해할 수 있겠지만 이렇게 도를 넘은 발언까지는 도저히 받아 줄 수가 없습니다. 다만 업무가 많은 단장님께 맡기는 것보다 저와 함께 예절교육을 받는 것이 어떨까 싶습니다. 부인께서 허락하신다면 제가 책임지고 댄에게 예절이라는 것을 가르치겠습니다.”

“좋아요. 당연히 허락하죠. 예절이야말로 댄에게 가장 필요한 것인걸요.”

“감사합니다.”

“그럼 매튜. 댄을 데리고 그만 나가 주겠어요? 공작님과 제가 아직 해야 할 일이 아주 많이 남아서요. 알죠?”

리아의 짓궂은 농담에 매튜의 얼굴이 벌겋게 달아올랐다.

“다, 당연합니다. 바로 나가 보겠습니다.”

“고마워요.”

고맙다는 리아의 말이 끝나기도 전에 매튜는 허리를 반으로 접어 인사를 하고는 초인적인 힘으로 댄을 끌고 나갔다. 그런 매튜의 뒷모습을 보며 리아는 기분 좋은 웃음을 숨길 수가 없었다.

“매튜가 부끄러워하지 않소.”

“뭐 어때요. 매튜보다는 제가 더 급한걸요.”

리아는 곧장 몸을 돌려 까치발을 선 채로 라이언의 목 뒤로 팔을 둘렀다.

“사랑해요. 라이언.”

리아의 고백이 라이언의 턱 끝을 간질였다. 라이언 역시 사랑한다는 말을 리아에게 돌려주기 위해 입을 벌렸지만, 그의 대답은 결국 입 밖으로 나오지 못했다. 그보다 빨리 리아의 입술이 그의 입술을 막아 버렸으므로.

대신 서로의 거친 숨결과 뜨거운 열기가 방 안을 가득 채워 버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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