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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작님들의 말랑한 최강 귀요미 (13)화 (13/164)

13화. 

둘이 먹다가 둘이 훅 가도 모를 정도로 새콤달콤한 캐러멜을 받은 이들은 판테르 공작의 시선에 전부 입에 넣었다.

“아가씨께서 주셔서 그런지 너무 맛있네요. 하나만 더 주시면 안 될까요?”

이 와중에도 벤스가 질척였다. 

“앙대. 하나바께 업단 마리에여.”

다 나눠 주고 보니 달랑 하나 남았다. 그렇기에 벤스에게 주지 않았다. 아끼고 아껴서 먹을 생각인 나는 캐러멜을 보고 군침을 흘렸다. 얼른 입 안에 있는 캐러멜을 녹여 먹은 후 새것을 먹으려고 할 때 뒤에서 선득한 목소리가 들렸다.

“나는?”

판테르 공작이었다. 생각해 보니 다른 사람들한테는 다 줬는데 판테르 공작한테는 주지 않은 것이다. 슬쩍 뒤돌아 보니 판테르 공작의 파란 눈이 나를 사정없이 찔렀다. 

“요고 하나바께 업눈데.”

두 손으로 캐러멜을 감싼 나는 판테르 공작의 눈치를 살폈다. 보통 때라면 주고도 남았는데 눈치를 보며 어린아이답게 캐러멜에 집착을 보였다. 

“나는 하나도 안 줬는데.”

“구, 구로치만…….”

“나는?”

판테르 공작의 푸른 눈동자가 유독 깊게 빛나자 나는 마른침을 꿀꺽 삼켰다. 이 캐러멜도 판테르 공작의 집에서 만들어진 거니 그의 것이 맞았다. 그렇기에 나는 두 눈 딱 감고 판테르 공작에게 내밀었다. 

“머그세여.”

나중에 아가페에게 또 만들어 달라고 할 생각이었다. 판테르 공작의 손에 캐러멜을 올려 주려고 했지만, 그 전에 그의 손이 내 손목을 잡았다. 뭉툭한 내 손목을 잡아당긴 판테르 공작은 직접 자신의 입에 캐러멜을 넣었다. 

얼떨결에 판테르 공작에게 캐러멜을 먹이게 된 나는 두 눈을 동그랗게 뜨고 깜빡였다. 그런 나를 본 판테르 공작이 피식 웃더니 뭔가를 내밀었다. 투명한 황금색 돌멩이를 본 나는 고개를 갸웃했다.

“요고 모에여?”

“호박.”

근데 이걸 왜 나한테 보여 주는데? 판테르 공작이 피식 웃으며 말했다.

“오다가 정원에 있는 정원석 사이에 있기에 주웠다. 라피, 너 주마.”

이게 오다가 주웠다는 그 유명한 일화인가. 노란 호박을 내 손에 쥐여 준 판테르 공작에게 나는 방긋 웃었다. 그러고는 짧은 두 팔을 최대한 벌려서 그의 목을 안았다.

“오빠, 체고!”

“그래, 역시 넌 아이치고 물욕이 있어. 차라리 숨기지 않고 드러내 놓는 게 좋지. 암!”

내 등을 토닥토닥해 준 공작의 손길을 느끼며 히죽였다. 그의 어깨에 턱을 걸친 나는 손에 쥔 호박을 보며 웃었다. 판테르 공작의 사각지대에서 눈맛을 즐겼다. 

“큰 아가씨와 도련님께 대한 것과 완전히 다르군요. 두 분께는 완전히 짠돌이였으면서.”

옆에서 벤스가 어깨를 으쓱이며 말했다. 그러자 판테르 공작이 그쪽을 째려보다가 내 등을 다독였다.

“싸구려 호박 하나가 그리도 좋더냐. 내 뒤에서 히죽거릴 정도로?”

아무래도 판테르 공작은 사각지대가 없는 듯했다. 뒤통수에도 눈이 달린 건가. 얼른 아무렇지 않다는 듯 그의 목에서 손을 푼 나는 방긋 웃으며 고개 숙여 인사했다. 

“오빠, 고마뜹니다.”

“그래, 알겠으니 이제 돌아가서 자려무나. 어린아이들은 먹고 자고 싸는 게 일이라고 했으니.”

암요. 그러믄요. 당연하지요. 

먹었으니 이제 잘 차례였던 나는 대기하고 있는 제니의 품에 안겨서 그곳을 빠져나갔다. 

“아가씨, 기저귀 갈 때 안 되었나요?”

“아니에여. 안 싸써여.”

방으로 들어온 제니는 나를 갓난아이처럼 침대에 눕히더니 기저귀를 내려 보았다. 처음과 같은 보송보송한 상태의 기저귀를 본 제니는 고개를 끄덕이며 빙그레 웃었다.

“쉬야 하실래요?”

“웅, 쉬야 할래여.”

방광에서 미리 물을 빼놔야지 안 그랬다가 또 실수할 것 같았기에 나는 요강에 시원하게 볼일을 봤다. 그러곤 곧장 침대에 누우려고 했지만, 그 전에 내 입엔 물의 정령이 물렸다.

“아까 캐러멜 드시는 거 다 봤답니다. 자기 전엔 항상 입 안을 깨끗하게 청소해야 한다고 했었죠?”

자기 전에 양치질하고 씻으라고 닦달한다는 엄마의 잔소리를 단 한 번도 들어 본 적이 없었다. 그래서 친구들이 엄마의 잔소리가 듣기 싫다고 투덜거리는 것을 듣곤 그냥 넘겼었다. 한데 이곳에서 제니에게 잔소리를 들을 줄이야.

3분이 지나자 물의 정령을 뱉어냈고 입 안에서는 딸기향이 느껴졌다. 민트향은 어른 맛이라서 바꿔 달라고 했었는데 딸기향이었다. 딸기향 가득 머금은 나는 방긋 웃으며 제니의 옷자락을 붙잡았다.     

“왜요? 무슨 하실 말씀이라도 있나요?”

“마망.”

“네?”

“엄마.”

나도 모르게 제니를 보고 엄마라고 불렀다. 순간 제니의 얼굴이 살짝 붉어지더니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다.

“제가 어찌 아가씨의 엄마가 될 수 있겠어요. 어휴, 우리 아가씨, 엄마가 많이 보고 싶으세요?”

“아냐. 보기 시러여.”

사실대로 말하면 엄마의 얼굴을 제대로 본 기억이 나지 않았다. 나를 버리고 도망간 엄마들의 얼굴은 이미 흐릿해지고 없었다.

“어휴! 우리 아가씨의 엄마가 누군지 모르겠지만, 아가씨를 낳고 정말 좋아하셨을 거예요.”

아닌데. 그럴 리가 없잖아. 첫 번째 엄마는 아빠의 학대를 이기지 못하고 나를 버리고 혼자만 도망쳤는걸. 

두 번째 엄마는 정부랑 도망가면서 나를 버렸고. 

정말 나를 낳고 좋아했었다면 최소한 생지옥에 남겨 두고 도망가지는 않았을 것이다. 엄마 생각한 것만으로도 기분이 나쁜 나는 제니의 가슴에 얼굴을 비비적댔다. 그런 나를 안아 준 제니는 등을 다독여 줬다.

“자장, 자장, 우리 아가, 잘도 잔다, 우리 아가.”

제니의 자장가에 눈꺼풀이 서서히 무거워지기 시작했다. 제니의 가슴에 기댄 채 감미로운 자장가에 빠져든 나는 이내 까무룩 잠이 들고 말았다. 

* * *

“우웅, 하나바께 못 머것눈데에에…….”

깊게 잠이 든 라피가 잠결에 말하자 마냥 귀여운 제니가 아이를 침대에 눕혔다. 캐러멜을 제대로 먹지 못한 게 얼마나 한이 되었는지 잠꼬대를 하는 라피가 귀엽기도 하고 짠하기도 했다.

“엄마한테 버림이라도 받은 건가. 세상에, 그럼 어미한테 버림받고 아비한테 학대당한 거야? 어휴. 이 일을 어째.”

제니 혼자만의 생각이었지만 라피의 과거를 정확히 맞혔다.

“기억을 못 한다고 했는데, 무의식중에 남아 있는 건가.”

라피의 은빛 머리카락을 쓸어 만졌다. 그러자 이내 아이의 얼굴에 미소가 번지기 시작했다.

“쑤다둠 조아. 헤헤.”

사랑에 고파하는 아이를 본 제니는 나직하게 한숨 쉬었다. 부드럽고 말랑해서 약간의 힘만 줘도 부서질 것 같은 푸딩처럼 아이는 매우 약했다. 그런 아이를 버리고 때렸다니, 도저히 용납할 수 없는 일이었다. 

한동안 라피가 자는 모습을 보고 있을 때 누군가가 안으로 들어오자 제니는 자리에서 벌떡 일어났다. 

“어서 오십시오. 가주님.”

요즘 이곳에 자주 출몰하는 판테르 공작을 보며 제니는 고개를 숙인 채 침대에서 살짝 물러났다. 

“라피는?”

“방금 잠이 들었습니다.”

방긋 웃으며 어눌한 발음으로 이야기할 때도 예뻤지만 자는 모습은 마치 천사를 보는 듯했다. 날개 잃은 천사가 이런 아이일까 싶은 판테르 공작은 라피를 내려다봤다. 

자신이 준 호박을 손에 꼭 쥔 채 잠든 모습을 본 판테르 공작은 피식 웃었다. 하나 남은 캐러멜을 준 라피의 세상 무너질 것 같은 표정을 봤던 그는 바구니에 캐러멜을 가득 담아 가지고 왔다. 

하지만 잠이 든 라피는 그걸 모른 채 눈을 뜨지 않았다. 캐러멜 바구니를 머리맡에 둔 판테르 공작은 침대에 앉아 작은 손을 톡 건드렸다. 그러자 호박을 쥔 세라피나의 손이 꽉 오므려졌다. 

“우웅, 하디 마.”

눈가를 찌푸린 라피가 삐치기라도 한 듯 몸을 홱 돌렸다. 이불이 흐트러지자 판테르 공작이 직접 아이에게 이불을 덮어 줬다.

“기저귀는?”

“자기 전에 볼일을 봐서 채우지는 않았습니다. 답답해하시는 것 같아서요.”

아이가 자다가 쉬를 해도 되고 침대를 망가뜨려도 판테르 공작은 절대 혼내지 않았다. 책에서 아이들이 자주 하는 당연한 실수라고 했으니까. 무작정 때리거나 혼내면 아이가 위축되거나 트라우마가 되어 평생 생각날 수도 있다고 적혀 있었다.

“아, 앙대…… 흐윽, 아빠…… 아포, 때리디마아아……. 자모해쪄여…… 엄마, 버리디 마여. 제바…….”

책 내용을 떠올리고 있던 판테르 공작은 라피의 잠꼬대를 듣고는 순간 미간을 찌푸렸다.

“세상에나, 진짜였나 봐요. 아까 엄마가 싫다고 해서 이런 생각을 했었는데, 아니 어떻게 이렇게 귀여운 딸을 버릴 수가 있는 거죠.”

남의 아이였지만 감정이입이 된 제니는 어쩔 줄 몰라 하며 한숨만 내쉬었다.

“무책임하군. 버리고 때리려면 차라리 낳질 말든가. 책임지지도 못할 아이를 왜 낳아서는.”

판테르 공작은 자면서도 바들바들 떠는 라피를 보다 못해 안아 등을 다독였다. 그러자 아이의 떨림이 서서히 가시기 시작했다. 자그마한 따스함만 주면 곧잘 따르는 아직 아무것도 모르는 아이는 이내 제 가슴에 얼굴을 대고 비비적거렸다.

무의식중에도 가슴을 찾는 듯했다. 판테르 공작은 어느 정도 숨결에 편해진 라피를 조심히 눕혔다. 그녀를 꼭 닮은, 아니 어쩌면 그녀의 환생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아이가 당했을 아픔에 작은 손을 잡아 줄 뿐이었다. 

“라피를 잘 돌보게나. 앞으로 라피의 전속 시녀가 되어서.”

“네! 알겠습니다. 아가씨의 시녀로 임명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가주님.”

아직 라피가 이 집안 호적에 오른 것은 아니었지만 제니는 이미 막내 아가씨로 여겼다. 제니에게 라피를 맡긴 판테르 공작이 나가자 방 안에는 따스함만 가득했다. 

“우리 아가씨, 앞으로는 아파하지 마세요. 조만간 예쁜 오빠가 멋진 아빠가 될 것 같으니까요.”

판테르 공작은 아이들에겐 무심한 편이었다. 제 핏줄이 태어났지만 절대 기뻐하지도 않았다. 

직접 기른 적도 없었다. 하지만 최소한 그는 아이를 때리거나 폭언을 퍼붓지는 않았다. 그것만으로도 다행으로 여긴 제니는 곤히 자는 라피의 이마에 살짝 입 맞췄다.

* * *

봄에서 서서히 여름으로 접어드는 찰나에 나는 계속 안에만 있을 수 없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제니가 볼일 보러 갔을 때 급히 크로스백에 사탕이며 이것저것 집어넣었다. 중간에 당 떨어지면 안 되니까. 

제니가 종일 붙어 있어서 뭘 할 수 없었던 나는 몰래 정원으로 향했다. 이곳은 판테르 공작의 정원이라 그런지 고용인들이 쉬러 오지 못하는 곳이었다.

주변을 두리번거린 나는 얼른 나무 뒤로 몸을 숨겼다. 그러곤 양손과 발에 힘을 줬다. 어느 정도 힘이 돌아온 손으로 나무를 잡고 위로 올라갔다. 서랍장을 자주 열어 올라가서 제니에게 일거리를 안겨 준 경력을 살린 나는 구부정한 나무 위에 올라서 밑을 봤다.

성인이 되면 아무것도 아닐 높이였지만 아이여서 그런지 까마득하게 보였다. 하지만 두 눈을 질끈 감은 나는 심호흡을 했다. 

얼마 전부터 서서히 마나가 몸에서 느껴졌다. 그렇기에 이젠 어느 정도 마법을 쓸 수 있을 것 같았다. 

바람 속성 마법의 기초라고 할 수 있는 플라이 마법을 하기 위해 나는 정신을 집중했다. 두 눈을 감은 채 잔잔하게 불어오는 바람을 맞으며 가지 위에서 뛰어내리면서 외쳤다.

“푸라이!”

얼른 몸이 둥둥 떠올라야 옳았다. 그렇기에 감고 있던 눈을 떴다. 

“와! 나 안 떠러져써.”

이제야 마법을 제대로 할 수 있나 싶어 기쁨의 미소를 짓기도 전에 몸이 멋대로 움직여지지 않았다. 왜 이러지 하며 뒤를 돌아보자 내 옷이 나뭇가지에 걸려 있었다. 결론은 나무에 대롱대롱 매달려서 떨어지지 않은 상태였다. 

“앙대, 망해쏘!”

고개를 푹 숙인 나는 얼른 몸을 움직였지만, 마지막 잎새처럼 흔들릴 뿐이었다. 이대로 다른 사람이 올 때까지 기다려야 하나 싶을 때 인기척이 느껴졌다. 

얼른 도움을 청하려던 나는 낯선 이의 모습에 굳어서 눈만 깜빡였다. 그런 나를 본 남자가 미소 지으며 말했다. 

“음? 이 정원의 나무엔 인절미가 열리나 보네.”

아니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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