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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작님들의 말랑한 최강 귀요미 (9)화 (9/164)

9화. 

어제 너무 무리한 탓일까 나는 판테르 공작의 품에서 까무룩 잠이 들고 말았다. 오빠 생각 때문에 머리가 터져 나갈 듯이 아팠는데 지금은 아프지 않았다.

앞으로 뭘 어떻게 해야 할지 몰라 펑펑 운 나는 판테르 공작 덕택에 잠시 그 생각에서 벗어날 수 있었다. 안아 올린 손이 영 불안해서 나도 모르게 그의 옷깃을 꽉 붙잡았다.

떨어져서 일찍 삶을 마감하고 싶은 생각은 절대 없었다. 정원으로 간 판테르 공작을 위해 나는 일부러 꽃을 입에 넣었다.

이건 내가 먹고 싶어서 입에 넣은 것은 아니었다. 겉모습이 어린아이니 그에 따라 행동해야 의심을 피할 수 있을 것 같았다. 그렇기에 손에 잡히면 입에 넣는 아이처럼 행동했다.

그나마 다행이라면 오스카가 진통 해열제로 쓰는 꽃이라고 해서 안심했다. 그래서인지 두통이 조금은 가셨다.

정원에 앉아 멀뚱멀뚱 있기 조금 민망했던 나는 판테르 공작에게서 떨어졌다. 꽃 이름도 모르고 나비 이름도 모르는 조금은 부족한 듯한 판테르 공작을 본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사람이 완벽할 수는 없는 법이었다. 꽃 이름과 나비 이름을 모르는 그가 조금은 인간답게 보인 나는 아이답게 나비를 잡으려고 뛰어다녔다.

멀뚱히 보는 판테르 공작과 놀아 주기가 참 힘들었던 나는 돌아가는 길에도 그의 옷을 꽉 잡았다.

제발 두 손으로 안으란 말이야. 너무 불안하다고. 고소 공포증은 없었지만, 그의 팔에 안겨서 땅을 볼 때마다 고개를 돌렸다.

너무 높았다. 이 높이에서 떨어지면 분명 뼈가 부러지거나 뇌진탕으로 저세상으로 갈 것만 같았다.

그의 품에 안겨 있다가 졸린 나머지 잠이 든 나는 그날 꿈을 꿨다. 정원에서 판테르 공작과 놀아 주다가 문뜩 화장실이 가고 싶은 강렬한 느낌이 들었다.

하는 수 없이 수풀을 해치고 아무도 없다는 것을 확인한 나는 그 자리에서 볼일을 봤다. 뭔가 찝찝한 느낌이 들긴 했지만, 얼른 쉬야를 하고 다시 판테르 공작의 품에 안겼다.

평평한 바닥에서 뒹굴뒹굴하며 놀던 나는 마음이 불안해지기 시작했다. 바닥이 유독 폭신했다. 그리고 너무나 따뜻했다.

분명 정원 바닥인데 잔디에서 쿠션감이 느껴지자마자 얼른 눈을 떴다. 잔디밭이 아니라 낯선 방이 보였다. 그리고 바로 앞에서 나를 보는 판테르 공작의 오묘한 표정에 고개를 갸웃했다.

내가 왜 판테르 공작과 함께 있는 거지? 생각하며 일어나려고 다리에 힘을 줄 때 아래쪽에 축축한 느낌이 들었다. 순간 불안해진 나는 꼼지락대며 슬쩍 밑을 봤다.

큰일 났다.

쌌다.

나도 모르게 싸고 말았다. 이불과 침대가 물 한 컵을 엎질러 놓은 것처럼 젖어 있었다.

“이제 깼나.”

판테르 공작의 나직한 목소리에 나도 모르게 움찔했다. 어린아이가 되다 보니 방광을 컨트롤할 수 없었던 나는 그만 침대에 실례하고 만 것이다.

“언제까지 그렇게 누워만 있을 것이더냐.”

판테르 공작의 폐부를 긁어내는 듯한 탁한 목소리에 나는 발딱 일어났다. 그러고는 곧장 용서를 빌었다.

“자모해쪄여, 때리지마떼여, 담부터 안 그롤게여…….”

이건 전부 내가 잘못한 것이다. 그렇기에 판테르 공작에게 빌었다. 침대와 이불을 엉망으로 만들었으니 혼낼 게 분명했다. 어렸을 때 소변을 가리지 못해 자다가 싼 적이 있었다.

그럴 때면 여지없이 날아오는 매서운 손을 나는 아직도 기억한다. 너무 무서워서 꼼짝하지 못하고 얻어맞았던 나는 두 손으로 머리를 감싸 쥔 채 엎드려 판테르 공작에게 사과했다.

“너…….”

“히익, 자모해떠여, 다시눈 안 그롤게여…….”

저 커다란 손으로 맞으면 얼마나 아플까. 

벌써 맞을 생각에 눈물이 핑 돌았다. 바들바들 떨며 한동안 용서를 구하던 나는 몸이 붕 떠오르자 판테르 공작을 봤다.

멱살 잡은 채 때리려나 싶었지만, 그는 나를 한 손으로 안아 올리더니 침대를 가리켰다.

“여긴 사반나 제국이다.”

“흐윽, 니에…….”

“그리고 여긴…….”

두려움에 떨던 나는 판테르 공작의 말이 귀에 자세히 들어오지 않았지만, 고개를 끄덕였다.

“아이고! 우리 세라피나 아가씨께서 실수를 하셨군요.”

오스카가 들어와 내가 한 실수를 보고 말했다. 그러자 괜히 서럽고 무서운 나는 눈물을 후두둑 흘렸다.

“손수건!”

“여기 있습니다.”

판테르 공작의 손에 어제와는 다른 손수건을 꺼내 준 오스카였다. 오스카의 손수건으로 내 눈물을 닦아 준 판테르 공작은 겨드랑이에 두 손을 넣어 번쩍 위로 올렸다.

“넌 아마도 크게 될 아이 같구나.”

“훌쩍…….”

“이것 보아라. 한 군데도 그리기 힘든데 세계 지도를 그렸어. 역시 크게 될 아이야.”

그게 뭔 소리다요?

판테르 공작의 말에 나는 우는 것도 멈추고 두 눈을 깜빡였다.

“크크큭, 그러게요. 우리 아가씨는 매우 크게 될 것 같습니다. 매트리스를 통째로 갈아야겠군요.”

흠뻑 젖은 매트리스를 본 오스카가 웃으며 말했다.

“나…… 안 때려여?”

“어느 누가 너를 때리겠느냐. 내가 아이에 대해 잘 모르지만 아이는 원래 쉬 싸면서 크는 거야.”

“…….”

“아이는 모름지기 잘 때 쉬야도 싸주고, 흙도 밟아 가면서 크는 거지. 어떤 애들은 흙도 먹는다고 하던데.”

끔뻑끔뻑-

판테르 공작의 말에 나는 이 아저씨가 밤새 뭘 잘못 먹은 건가 싶었다. 그러다가 고개를 내렸을 땐 침대 머리맡에 몇 권의 책이 놓여 있었다.

아빠도 육아의 달인이 될 수 있다.

아빠 혼자 아기 키우기.

이 세상에서 육아가 제일 쉬웠어요.

그걸 내가 보자 판테르 공작은 베개로 그것을 덮었다.

“크흠흠. 아이는 얼른 씻기도록, 소변이 오래 묻어 있으면 피부에 좋지 않으니.”

판테르 공작의 말에 대기하고 있던 시녀가 다가오더니 나를 안아 올렸다. 그러고는 곧장 욕실로 향했다.

“크게 될 우리 세라피나 아가씨, 우쭈쭈쭈. 많이 놀라셨군요. 아직도 눈에 눈물이 남아 있어요.”

따뜻한 물로 내 얼굴을 씻기며 코에 손을 댔다.

“킁흥하세요.”

“킁흥!”

눈물만 터지려고 하면 콧물도 코 안에서 자동 장전되는지라 나는 그녀의 손에 대고 코를 풀었다. 한결 시원해진 내가 방긋 웃자 콧물을 닦아낸 손으로 얼굴을 만지작거렸다.

“어쩜 좋아. 감촉이 너무 좋네요. 아, 제 이름은 이레나랍니다.”

“이레냐? 나눈 라삐!”

“어휴! 우리 아가씨는 한 번 듣고 금방 따라 하시네요. 우리 아이는 상당히 오래 걸렸는데.”

애 엄마인 듯 이레나는 빙그레 미소 짓더니 소변에 젖은 옷을 순식간에 벗겨냈다.

“이제 우리 씻을까요?”

“앙대, 시러!”

“우리 세라피나 아가씨, 부끄러워서 그러나요?”

“우웅…….”

애 엄마라서 그런지 내 심리를 단번에 파악해낸 이레나는 미소 지으며 말했다.

“괜찮아요. 얼른 씻겨 줄 테니까 잠시만 가만히 계세요.”

손이 야문 이레나는 나를 따뜻한 욕조에 앉히더니 빠른 속도로 씻겼다. 그러고는 보송보송한 수건으로 감쌌다.

“이게 뭔지 아세요?”

“빤쮸!”

팬티를 든 이레나의 질문에 곧장 대답했다. 그러자 그녀는 매우 잘했다면서 내 머리를 쓰다듬어 줬다.

“이건 요즘 나온다는 팬티 기저귀랍니다.”

팬티 기저귀? 어째서?

“당분간만 착용하는 게 어떨까요? 우리 아가씨는 똑똑하니까 금방 대소변 가릴 수 있을 거예요.”

“시러!”

답답한 것은 딱 질색이었다. 아무리 어린애가 되었다지만 기저귀를 차고 돌아다니라니 그건 나에 대한 모욕이었다. 그렇기에 나는 이레나를 피해서 그대로 후다닥 달려갔다.

“어머, 아가씨! 옷도 안 입었어요.”

뒤에서 이레나의 목소리가 들렸지만 멈추지 않았다. 그저 앞으로 뛰어나갈 뿐이었다. 욕실을 빠져나가자 옷을 갈아입고 있는 판테르 공작이 보였다. 시종의 도움을 받아 옷을 입던 판테르 공작을 보며 달려가던 나는 발이 꼬여서 넘어졌다.

철푸덕-

물기가 남아 있는 상태에서 넘어져서인지 평소 넘어졌을 때보다 아팠지만 신경 쓰지 않았다. 꼬물거리며 발딱 일어난 나는 이레나의 손을 피해 도망갔다.

“무슨 일인가.”

“아가씨께서 기저귀 하기 싫다고 중간에 탈출하셨습니다.”

판테르 공작의 물음에 얼른 고개를 푹 숙인 이레나가 움찔하며 대답했다. 그녀의 말을 들은 판테르 공작은 커튼 뒤에 숨어 있는 나를 보더니, 손을 내밀었다.

“이리 와.”

“시러여. 기저기 시러어엉.”

커튼 사이로 얼굴을 빼꼼히 내민 나는 판테르 공작의 말에 고개를 저었다. 그러자 판테르 공작이 내게 눈높이를 맞추더니 말했다.

“며칠만 하다가 괜찮아지면 밤에만 하는 것으로 하자꾸나. 라피는 영리하니까 금방 기저귀 뗄 수 있을 거야.”

그 말에 나는 어쩔 수 없이 삐쭉삐쭉하며 커튼 앞으로 나왔다. 그러자 판테르 공작이 나를 안아 들었다. 아직 제대로 옷을 입지 않은 판테르 공작의 몸을 본 나는 속으로 탄성을 질렀다.

진짜 애 딸린 아빠 맞나? 아니 외손자가 있는 할아버지가 맞나 싶을 정도로 멋진 몸매였다. 올해 서른아홉 살 맞냐고 물어보고 싶을 지경이었다. 

연예인들이 헬스 하면서 가꾼 몸매 저리 가라 할 정도로 판테르 공작의 근육은 환상 그 자체였다.

탄탄한 근육을 자랑하는 가슴에 얼굴을 댄 채 붙은 나를 본 그가 피식 웃었다.

“라피, 너는 대체 누굴 닮아서 이리도 음흉한 것이더냐.”

“으휴?”

내 시선이 너무 진득거렸나. 일반 애들이 신기한 것을 보는 시선으로 본 것 같은데. 

대답을 피하고 싶었던 나는 그가 말한 게 무슨 뜻인지 모르겠다는 듯 되물었다. 그러자 판테르 공작이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며 내 볼을 쿡쿡 눌렀다.

“네 정체가 갑자기 궁금해지는구나. 마치 세상 몇 번 살아 본 사람 같아. 아무리 어린아이 몸을 하고 있다고 해도 눈빛만큼은 어린애답지 않은 것 같아서 말이야.”

멋으로 공작을 하는 게 아닌 듯 판테르는 예리한 시선으로 나를 훑어보며 말했다.

“우웅, 라삐 그론고 모루눈데.”

고개를 갸웃하며 말한 나는 더욱더 판테르 공작의 가슴에 찰싹 붙었다. 그러고는 나도 모르게 침을 질질 흘리면서 공작의 몸을 꼼지락대는 손가락으로 만지작거렸다. 

“세라피나 아가씨께서 공작님 가슴을 매우 좋아하나 봅니다.”

마침 안으로 들어온 벤스가 공작의 가슴을 콕콕 누르는 나를 보더니 말했다. 

“아가씨, 이제 공작님께서 옷 갈아입으셔야 하니 제게 오시지요.”

얄팍한 몸매를 자랑하면서 키만 멀대처럼 큰 벤스가 손을 내밀었지만 나는 고개를 돌렸다. 나에게 간택당하지 못하자 벤스의 어깨가 축 처졌지만 포기하지 않았는지 여전히 손을 내민 채 말했다. 

“우리 세계 최고로 귀엽고 어여쁘신 세라피나 아가씨, 얼른 제게 오시지요.”

간절하게 말하며 안겨 달라고 애원하는 벤스를 위아래로 쳐다본 나는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다. 그러고는 판테르 공작의 탄탄한 가슴을 뭉툭한 손가락으로 콕콕 찌르며 말했다.

“시러, 아찌는 요고 업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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