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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작님들의 말랑한 최강 귀요미 (7)화 (7/164)

7화. 

순간 나도 모르게 헛바람을 들이마셔서 켁켁댔다. 그러자 제니가 내 등을 조심히 다독이며 말했다.

“처음엔 적응하지 못하겠지만 며칠 하다 보면 괜찮아질 거예요. 자! 아, 하세요. 아아아.”

제니의 말에 내 입이 멋대로 아 하고 벌려졌다. 입에 투명한 젤리를 집어넣자 민트향 나는 젤리가 꿀렁거리며 움직였다. 생소한 느낌에 나는 제니의 치맛자락을 꽉 붙잡았다.

“우우웅.”

물의 정령을 물고 있어서 말조차 못 한 나는 고개를 저으며 제니를 봤다.

“느낌이 이상해요? 그래도 조금만 참아 보세요. 엄청 시원해지실 거예요.”

그녀의 말은 맞았다. 마치 양치를 하고 헹군 것처럼 입 안이 개운해졌다. 하지만 입에서 꾸물꾸물하는 느낌은 영 적응되지 않았다. 산 낙지를 입에 넣으면 이런 기분이 들까. 조금은 꺼림칙하기까지 했다.

얼른 뱉어내고 싶었지만, 제니가 내 입을 제 손으로 막았다.

“3분이랍니다. 그동안 꼭 물고 있으세요. 삼켜도 상관없지만요. 대신 물의 정령이 우리 세라피나 아가씨 몸 안에서 인체 탐험을 하고 귀여운 똥꼬로 나올지도 몰라요.”

“으으.”

오만상을 찌푸린 나를 보며 제니가 미소 지으며 내 앞으로 손을 내밀었다.

“이제 뱉어내세요.”

“퉤.”

입에 머금고 있던 것을 뱉어내자 민트 향만 입 안에 남아 있었다. 마치 양치를 하고 난 느낌에 미간을 찌푸렸다.

“요거 이제 모써여?”

내 입 안에서 꿀렁꿀렁 돌아다닌 물의 정령을 가리키며 묻자 제니가 고개를 좌우로 흔들었다.

“평생 쓸 수 있어요. 이 세계의 자연이 무너지기 전까지는요. 음식물 조각은 자체 정화를 할 수 있는 녀석이니까 신경 쓰지 마세요.”

다행이다. 음식물 찌꺼기를 담고 있다가 물의 정령이 썩어 버릴 것 같아서 걱정이었는데. 물의 정령을 양치용으로 쓰는 대단한 나라는 아무래도 컨티넨 대륙에 존재하지 않은 것 같았다. 왜냐하면, 컨티넨 대륙에서는 정령이 존재하지 않았으니까.

정령사가 앞에 없는데 이렇게 정령이 존재할 수 있다는 것도 신기해서 나는 내 입을 돌아다닌 녀석을 꾹꾹 눌러봤다. 젤리처럼 쏙 들어갔다가 다시 원상복구되었다.

“물의 정령이 신기하세요?”

“니에.”

“이건 물의 정령 조각이에요. 가주님께서 고용하신 정령사가 떼어 준 거랍니다. 그렇다고 물의 정령은 특성상 잘라낸다고 죽거나 다치지는 않아요. 금방 새 물이 보충되니까요.”

가만히 앉아서 제니에게 정령에 대한 설명을 들었다. 이 세계에서는 가장 유용하게 쓰이는 정령 중 하나가 물과 불의 정령이란다. 그리고 정령사가 귀해서 상당히 비싼 값을 줘야 한다는 말까지 곁들여 줬다.

이 기회에 정령사가 되어 볼까? 그럼 이 집에서 나가더라도 돈을 많이 벌 수 있을 것 같았다.

“한데 정령사가 되는 건 상당히 힘들다고 해요. 웬만해서는 정령 친화력을 가지긴 힘드니까요.”

“정말여?”

“네, 어떤 사람은 몸과 마음을 비우기 위해 산속에서 20년을 버텼는데 정령사가 되기는커녕 집에서 사망신고까지 해 버렸다고 했어요.”

마법사에서 정령사로 전직하려던 나는 좌절하고 말았다. 마치 고시원에서 수년을 공부했는데 공무원은커녕 나이만 먹어 가는 고시원생 처지가 된 것인가.

제니의 말이 이해가 된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런 나를 침대에 앉힌 제니는 갑자기 어디에서 가져왔는지 모를 동화책을 펼쳤다.

“아가씨, 책 읽어 드릴게요.”

책 읽어 줄 테니까 알아서 자라는 건가. 내가 그런 것에 굴복할 줄 알고? 흥이다. 

두 눈을 부릅뜬 나는 제니가 읽어 주는 동화책을 보며 미간을 찌푸렸다. 문자가 같았다. 베네딕트 제국에서 쓰던 문자였다.

그렇다는 것은 이 세계와 그 세계는 서로 이어졌다가 분리된 건가. 그것도 아니면 같은 세계인데 아직 발견이 되지 않은 대륙으로 떨어진 것인가.

온갖 생각을 할 때 제니가 동화책을 읽어내려 갔다. 읽는 소리가 일정하자 갑자기 졸음이 몰려왔다.

이렇게 잠이 들면 안 되는데. 자지 않기 위해 두 눈을 깜빡였다.

“말을 듣지 않은 아기 돼지 삼형제는 마법사에 의해 통구이가 되어 마을 잔치에 쓰였답니다.”

자, 잔인한데?

잔인한 아기 돼지 삼형제 이야기에 나는 어색한 미소를 짓다가 두 눈을 부릅떴다.

“마봅사? 요기 마봅사 이써여?”

“아! 마법사요? 당연히 마법사가 있지요. 단지 마법사도 되는 게 상당히 힘들어서 희귀하답니다. 참고로 마법사를 배출하는 곳은 마법탑과 티그리스 가문이에요.”

좋았어. 이곳이 마법사를 배출하지는 않더라도 희귀한 편이라는 말에 나는 순간 침을 흘렸다. 희귀하다는 것은 곧 몸값이 비싸다는 뜻이니까.

“나두 마봅사대고 시프다.”

“마법사가 되고 싶으신가요? 하긴 아이들은 기사도 되고 싶고, 마법사도 되고 싶어 하니까요.”

으레 아이들에게 장래 희망을 물어보면 기사나 마법사라고 말하니 그런 줄 아는 것 같았다.

전직이 마법사라는 말은 할 수 없었던 나는 고개만 끄덕이며 곰곰이 생각했다. 처음엔 얼른 오빠에게 돌아가고 싶었지만, 이 나라가 어디에 있는지도 모르는 상황이었다.

게다가 내 몸은 어려졌다. 안 죽은 것만으로도 다행이지만 혼자 걷는 것도 부자연스러울 정도의 아이가 되어 버린 탓에 나는 ‘아효효효’ 한숨만 내쉬었다.

“군데 요기는 오디에여?”

“아! 맞다. 우리 세라피나 아가씨는 하늘에서 떨어지신 천사님이셨죠. 모르시는 건 당연해요. 여긴 스펜타 대륙의 사반나 제국이라고 한답니다.”

스펜타 대륙? 사반나 제국? 역시나 처음 들어 본 이름이었다. 그 이름을 듣자마자 나는 고개를 푹 숙였다.

“구롬 요기에 다룬 대류도 이써여?”

“다른 대륙은 없답니다.”

차라리 타 대륙이라도 있다고 말하면 그곳이 혹여나 컨티넨 대륙이 아닐까 생각했을 텐데. 초장부터 가지고 있던 일말의 희망이 그대로 무너져 내렸다.

그렇다면 아예 다른 세계로 떨어진 모양인데, 다시 돌아갈 수 있으려나. 한데 천신만고 끝에 다시 돌아갔는데 그곳에 오빠랑 황후가 없다면 난 어떻게 되는 거지?

전 약혼자 놈이 내 가슴에 검을 꽂았는데 오빠한테도 그러지 말라는 법이 없었다. 오빠의 생사도 모르는데 무작정 그곳에 가서 내가 베네딕트 제국의 황녀였다고 하면 어떻게 되지?

갑자기 머리가 지끈지끈해졌다. 무작정 오빠에게 돌아가고 싶었던 나는 순간 갈팡질팡했다. 앞으로 어떻게 해야 할지 걱정이 되자 갑자기 눈앞이 희뿌옇게 변했다.

“아가씨, 어디 아프세요?”

“머리 아포여.”

“머리 아프세요? 저런, 곧 주치의 선생님 데려올게요.”

제니가 내 눈물을 닦아 준 후에 침대 곁에서 자리를 뜨자 입술을 깨물었다.

“오또카지, 오또케 하지…… 앙대눈데.”

오빠가 죽었을 거란 건 생각해 보지 않았는데 아무래도 불안해졌다. 애가 타들어 간 나는 말 그대로 엉엉 울었다. 우리 오빠 죽으면 안 되는데. 임신한 황후는 어떻게 하느냔 말인가.

엉뚱한 곳에 떨어져서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상황에 나는 펑펑 울었다. 한데 울었더니 열이 올랐다. 돌아갈 곳이 없어진 것 같다는 생각에 나는 서러움에 사무쳤다.

“우리 아가씨, 그렇게 많이 아프신가요. 이 일을 어쩌지.”

제니가 손수건으로 내 눈물을 닦아 주고 있을 때 엘리오가 들어와서 진찰했다.

“좀 전에 머리가 아프시다고 하면서 우셨어요.”

“몸이 약해서 병치레가 잦은 듯하네. 게다가 사는 환경이 달라져서 그럴 수도 있고. 아가씨? 머리가 많이 아프세요? 그리고 또 어디가 아프세요?”

엘리오의 물음에 나는 고개만 가로저었다. 그만 울어야 했지만 마치 내 눈앞에서 오빠가 죽기라도 한 것처럼 눈물이 쉬이 멈추지 않았다. 진짜 나는 어떻게 해야 한단 말인가.

갑자기 앞이 보이지 않았다. 이대로 여기에서 뭉그적거려야 할지, 아니면 어떻게든 오빠가 있는 세상으로 가야 할지 몰라 갈팡질팡했다.

“아직 정서적으로 불안한 부분도 있으니 좀 두고 봐야 할 것 같군. 이건 해열진통제이니 한 숟가락씩 먹이시게나.”

“네, 알겠습니다.”

빨간 약을 받은 제니는 곧장 내게 약을 먹였지만 울다 보니 토해 버렸다. 아까 먹은 케이크까지 개운하게 토해 버리자 제니가 화들짝 놀라 치웠다.

“무슨 일이지?”

부르지도 않았는데 등장한 판테르 공작은 우는 나를 보더니, 미간을 찌푸렸다.

“갑자기 아가씨께서 머리가 아프시다고 하더니 우셨습니다. 약을 먹였는데 그것마저 토하시고.”

상황 설명을 해 준 제니는 어쩔 줄 몰라 했고, 엘리오는 얼른 나를 다시 진찰했다.

“대체 어디가 아프기에 먹은 것도 토한 건가.”

토한 케이크와 물약으로 흥건하게 젖은 내 옷을 본 판테르 공작의 목소리가 음산하게 들렸다. 그러자 엘리오는 얼른 고개를 숙이며 설명했다.

“아무래도 사는 환경이 변해서 스트레스를 받아 그런 듯합니다. 제아무리 잘해 준다고 하더라도 내 집처럼 편하지는 않을 테니까요.”

몸이 아니라 심리적으로 안정이 되지 않아서 토하는 것 같다고 말하는 엘리오의 말에 판테르 공작은 고개를 슬쩍 기울였다.

“그 집도 편하지만은 않았을 건데, 한데 아이를 편하게 해 주려면 어떻게 해야 하는 건가.”

더러워진 옷을 제니가 벗기고 닦아 줄 때 판테르 공작이 엘리오에게 물었다. 그러자 잠시 뭔가를 생각하는 듯 멈칫한 엘리오가 고개를 끄덕이더니 판테르 공작을 보며 말했다.

“안아 주십시오.”

“뭐?”

“안아 주십시오. 아무래도 정서적으로 불안하면 부모의 따스함과 안정감을 원하게 되니까요.”

“난 저 아이의 부모가 아닌데.”

“그럼 부모라고 생각하시고 안아 주십시오. 저것 보십시오. 가주님께서 안아 주기를 열망하며 열에 들떠 붉게 변한 눈동자를.”

내가 언제!

우는 와중에도 막 갖다 붙이며 말하는 엘리오를 본 나는 고개를 가로저었다.

“난 아이를 한 번도 어르고 달래 본 적 없네만.”

“괜찮습니다. 잘하실 수 있으실 겁니다. 할아버지가 손녀 생각하듯 여기면서…….”

“자네도 야근하는 오스카처럼 야간 진료 좀 해 봐야 정신 차릴까.”

“아, 아뇨. 크흠, 따님을 안듯 편하게 안으시면 됩니다.”

나의 의사를 개무시한 엘리오는 제니가 내 옷을 갈아입히자마자 번쩍 안아 올렸다. 그러고는 우느라 축 늘어진 나를 판테르 공작에게 냅다 안겨 줬다. 순간 멈칫한 판테르 공작이 마른침을 삼키는 소리가 들렸다.

나를 안는 게 그토록 무서웠단 말인가.

“으에에에엥.”

봇물 터지듯 쏟아지는 눈물이 쉬이 그쳐지지 않았다. 그런 나를 안은 판테르 공작은 뻣뻣하게 굳어 두 눈만 깜빡였다.

“다독다독해 주십시오. 아이들은 그런 가벼운 스킨십을 매우 좋아합니다.”

이게 어딜 봐서 가벼운 스킨십인가. 완전히 안긴 상태인데. 나와 판테르 공작은 한 치의 틈도 없이 딱 들러붙어 있었다. 잠시 숨을 멈춘 판테르 공작은 내 등을 커다란 손으로 다독다독해 줬다.

“오빠, 히끅…….”

판테르 공작의 어깨에 얼굴을 묻은 채 그의 옷에 눈물과 콧물, 그리고 침까지 쓱쓱 닦아냈다. 여전히 뻣뻣한 자세로 나를 안은 판테르 공작은 나직하게 한숨을 쉬며 말했다.

“왜 이러는지 모르겠지만, 괜찮다. 최소한 여기에서 널 때릴 놈들은 없을 테니까.”

“징짜여?”

“그래. 진짜.”

“야소케져여.”

조그만 손을 내밀자 판테르 공작이 멈칫하더니 오른손을 들어 올렸다. 커다란 손가락에 꼼지락꼼지락 손가락을 엮은 나는 왠지 모르게 안심한 나머지 그의 어깨에 얼굴을 기댄 채 나직하게 한숨 쉬었다.

“약소캐쓰니까 지쿄 주세여. 히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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