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2. 이 마음은 진짜야
그 시각. 제레미는 컬스병 사건으로 인해 결국 놓치고 만 ‘카야의 돌’을 레틴과 이야기하고 있었다.
“카야의 돌은 어떻게 되었지? 이틀 전 만나기로 했던 그 사람…… 카논은?”
“안 그래도 말씀드리려 했는데…… 그날은 황자님께서 안 가보신 게 차라리 잘된 일이더군요. 카논은 이미 황태자에 의해 제거된 후였습니다.”
제레미의 낯빛이 어두웠다. 카야의 돌에 대해 아는 사람이라고 해봐야 겨우 두 사람 정도가 고작인데. 그중 하나는 이미 황태자에 의해 제거된 상태라니.
“그럼…… 황태자는 카야의 돌에 대한 정보를 알아낸 건가.”
“아무래도 그런 것 같습니다. 다른 이에게 정보가 넘어갈까 봐 카논을 죽였겠지요. 어쩌면 카야의 돌은 이미 황태자의 수중에 들어간 상태일 수도 있습니다.”
카야의 돌은 무궁무진한 에너지가 압축된 보석으로 오직 강한 힘을 가진 마법사만이 다룰 수 있었다.
공격력, 치유력 등 마법과 관련된 영역 중 사용자가 원하는 것에 신의 권능과 맞먹는 힘을 가져다주는데, 이 때문에 카야의 돌은 신의 돌로도 불렸다.
“카야의 돌이 황태자의 수중에 들어가는 건 최악의 상황입니다. 신의 권능을 수중에 넣은 폭군이 무슨 일을 저지르려 할지.”
“아직 황태자에게 넘어간 것은 아닐 거야. 별다른 움직임이 없었으니까.”
“하긴…… 황태자의 수중에 카야의 돌이 들어갔다면 벌써 일을 내고도 남았을 시간이겠죠.”
“그래, 일단 힘닿는 데까지는 막아야 해. 카논이 제거되었다면…… 헤일 그자를 찾아가야겠군.”
“예. 다행인 것은 어제 헤일의 행방을 알아냈단 것입니다.”
“그자는 지금 어디 있지?”
“알아본 바에 의하면 몸을 숨기기 위해 샨 크로비체로 갔다고 하더군요.”
샨 크로비체라.
단순히 생각한다면 샨 크로비체는 몸을 숨기기에 최적의 장소임이 틀림없다. 하지만 그것은 ‘최적’일 뿐, 최고의 장소는 아니었다. 어차피 제국 어디에 있든 아인의 손 안. 그리고 아인은 카논을 죽였듯 헤일 또한 수일 내로 죽이려 할 터.
아인이 헤일을 찾아내기 전에 자신이 먼저 움직여야 했다.
“샨 크로비체로 당장 가봐야겠다.”
“예! 그렇게 하실 것 같아 미리 준비해 두었습니다.”
레틴이 두 장의 출입카드를 꺼냈다. 각각 낯선 이름이 새겨진 골드 빛의 카드는 성 한 채를 주고도 사기 어렵다는 샨 크로비체의 손님 출입증이었다.
레틴은 ‘칭찬해 주세요.’라는 얼굴로 제레미를 바라보았지만 제레미는 이미 문을 열고 나간 뒤였다.
레틴은 조금, 아니 많이 서운한 표정으로 제레미의 뒤를 쫑쫑 쫓았다.
“……황자님, 같이 가요!”
* * *
“힐레인. 다 됐어?”
미친놈. 삐리리 같은 놈. 다 됐냐고? 나한테 이런 옷을 입혀놓고 다 됐냐고오오? 밖에서 들려오는 도베르의 물음에 나는 탈의실 벽을 주먹으로 콩 박았다.
그러자 밖에 있던 두 남자가 삽시간에 조용해졌다.
‘꼭 이런 변장을 해야 하나?!’
나는 현재 도베르에 의해 부티크로 끌려온 후 ‘샤샤’라는 코르티잔으로 변신 중에 있었다.
처음에는 그냥 좀 화려하게 입고, 머리에 분홍색 가발만 쓰면 되겠다 생각했는데. 이게 웬걸. 노출 많은 야한 드레스를 입고 돌아다닐 걸 생각하니 눈앞이 깜깜해졌다.
“이 옷 말고 다른 거 없어요?”
“힐레인, 너무 무리하지 마요. 정 안되면 내가 코르티잔 행세를……!”
“대공은 그게 말이 된다고 생각해?! 장신에 근육질인 코르티잔 봤어? 입구 문턱도 못 넘겠다.”
밖에서 티격태격하는 소리가 들려오고, 잠시 후 도베르가 탈의실 위로 숄을 하나 건네주었다. 속이 좀 비치긴 했지만 그래도 없는 것보단 나을 것 같아 어깨 위로 칭칭 동여맸다.
“…….”
삐걱삐걱 밖으로 나왔는데 옥신각신하던 두 남자가 몸을 우뚝 멈추어 섰다. 먼저 입을 연 건 도베르였다.
“이야-. 자기 너무 괜찮은데? 내 애인 삼고 싶을 정도야.”
도베르가 싱글싱글 웃으며 턱을 매만졌다. 정강이를 한 대 발로 차주고 싶은 표정이었다.
“나한테 정강이 100대 맞고 견디면 애인시켜줄게요.”
“으음? 그럼 포기할게. 난 네 발차기 1대도 못 견뎌.”
“정말요?”
도베르가 빠른 포기를 선언한 반면 잠자코 옆에 있던 루가 눈을 빛냈다. 영혼을 팔라고 말해도 그러겠다고 말할 것 같은 얼굴이었다.
“저 지금 100대든 1000대든 견딜 수 있을 것 같은데.”
“대공이 뭘 모르나 본데, 힐레인 얘 힘이 장난이 아냐.”
도베르의 만류가 들리지 않는 건지 루가 볼을 붉혔다. 사랑에 허덕이다 못해 몽롱해지기까지 한 붉은 눈동자가 마치 저를 받아달라는 듯 나를 빤히 바라보았다.
“하지만 내가 자꾸 이러면…… 당신 마음이 불편하겠죠?”
불편한 것도 있지만…… 미안한 마음이 더 크지.
염치가 없어 고개를 살짝 비틀자 루가 내 시선을 따라 걸음을 옮겼다.
“당신이 왜 미안해해요? 묘약의 부작용인 것 같아서요?”
“같아서가 아니라 진짜 묘약의 부작용 때문이야. 내가 꼭 해독제를 구해서…….”
“저 그거 안 마실래요. 사실 묘약의 부작용이라 해도 상관없거든요. 사랑의 계기는 저마다 다른 거니까.”
“약에 의한 사랑은 진짜가 아니야.”
“당신을 사랑하는 이 마음은 진짜예요.”
루는 입술을 꾹 물며 나를 올곧게 바라보았다. 제 마음을 받아주지 않는 건 괜찮지만, 가짜라고 여기는 것만은 인내할 수 없다는 듯이.
“언젠가 내 마음이 진짜인 걸 알게 되면…… 당신은 나를 받아줄까요?”
루가 희미한 미소를 입가에 매달았다. 하지만 습관처럼 입에 건 미소조차도, 슬픈 눈동자를 가려주진 못했다.
* * *
부티크에서 생각지 못한 고백을 들어버린 후. 나는 루에게 부끄럽고, 미안하고, 어색한 감정을 느끼며 혼란을 겪어야 했다.
하지만 루는 의외로 밝은 모습이었다. 답답한 마음을 고백으로 덜어내 후련해진 것인지, 혹은 내가 불편해할 것을 염려한 것인지.
“벌써 다 왔네요. 저기가 샨 크로비체예요.”
재잘거리는 루와 간간이 헛소리를 해대는 도베르와 함께 걷다 보니 우리는 어느새 샨 크로비체 입구에 도착해 있었다. 제국 최고의 유흥주점답게, 샨 크로비체 앞은 사람들로 북적였다.
“난 그럼 여기서 대기하고 있을게.”
루가 가진 출입증은 본인 것과 샤샤의 것 딱 두 개뿐이었다. 출입증이 없는 도베르는 밖에 남기로 한 상태였다.
도베르는 표정이 굳어 있는 내가 걱정되는지 손으로 어깨를 도닥거려주었다.
“자기, 긴장돼?”
루에 대해 생각하느라 사실 잘 못 느끼고 있었는데. 막상 샨 크로비체가 코앞에 다가오자 나도 모르게 좀 긴장이 됐다.
“네…… 좀. 이런 데 행차한 황자비는 건국 이래 제가 최초일 거예요.”
“변장도 완벽하고 거기에 가면까지 썼으니 아무도 자기를 못 알아볼 거야. 그러니 너무 걱정하지 마.”
도베르의 말대로 코르티잔 변장은 완벽했다. 핑크색 가발에 화려한 드레스, 거기다 무도회 가면까지 착용한 상태라 지금 나는 어디를 보든 완벽하게 코르티잔처럼 보였다.
“헤일은 잿빛 머리카락에 한쪽 눈을 안대로 가리고 있어. 아까 내가 말한 거 잊지 않았지? 그자를 찾으면 내 이름을 꼭 말해.”
“네, 넵.”
도베르의 격려를 받으며 나는 루와 함께 샨 크로비체 입구로 향했다.
샨 크로비체의 입구는 보안이 철저한 만큼 우락부락한 남자들에 의해 둘러싸여 있었다. 전부 출입증을 확인하기 위한 인원이라는데 표정들이 하나같이 다 개떡 같았다.
“이게 뭐야? 골드 색이 아니라 순 똥색 출입증 아냐? 출입증도 없는 게 어딜 기어와! 확!”
위조 출입증을 발견한 모양인지 시끌시끌 난리였다. 이건 뭐, 황궁에 출입하는 것보다 더 심하잖아? 이러다가 나도 들키는 거 아냐?
입구에서 튕긴 남자를 보며 걱정하던 때였다.
“샤샤.”
“…….”
“샤샤!”
“으, 응?”
샤샤는 내가 변장한 코르티잔의 이름이었다. 내 이름이 아니라서 못 알아듣고 있다가 뒤늦게 멍청하게 대답하자 루가 눈웃음을 지으며 귓가에 속삭였다.
“너무 긴장하지 마세요. 샤샤는 가만히 있어도 되니까. 내가 다 잘 알아서 할게요.”
루는 특유의 바람둥이 미소를 지으며 내 손을 깍지꼈다. 그러자 자연스럽게 서로의 몸이 밀착한 모양새가 되었다.
“어때요? 우리 꼭 신분을 초월한 커플처럼 보이지 않나요?”
그가 이번엔 내 목덜미 쪽으로 고개를 숙이곤 귓속말을 속삭였다. 얼핏 유리창에 비친 모습을 보니, 루의 모습은 꼭 코르티잔에게 푹 빠진 방탕한 귀족처럼 보였다.
코르티잔으로 보이려면 나도 최대한 대공의 연기에 맞춰줘야겠지?
그 후 나는 유리창을 보며 이것저것 연습에 돌입했다. 루가 가만히 있어도 된다고 하긴 했지만 그럴 수야 있나. 지금 내 모습은 여장한 남자처럼 뻣뻣하고 어색하게만 보였다.
‘어떻게 해야 좀 더 코르티잔처럼 보일 수 있지? 섹시하게 입술을 살짝 내밀어 볼까?’
유리창을 보며 우- 하고 입술을 내미는데 문득 옆에서 빤한 눈초리가 느껴졌다.
“출입증.”
어느새 내 차례가 다가온 것인지 출입문을 지키던 남자가 내게 손을 내밀었다. 왜 그런지는 모르겠지만 남자의 얼굴은 웃음을 참듯 딱딱하게 굳어져 있었다.
‘표정이 왜 저렇지?’
미심쩍은 표정으로 출입증을 남자에게 내미는데 문득 옆에서 웃음을 눌러 참는 루가 보였다.
‘대공은 또 왜 저래?’
두 사람 다 뭐 재미난 거라도 본 거야? 알쏭달쏭한 표정으로 루의 웃음을 지켜보던 그때였다.
“하이고, 루 대공님 아니십니까.”
갑자기 10명 가까이 되는 남자들이 우리 쪽으로 허리를 숙이며 인사를 했다.
와, 이렇게나 반겨주다니. 루는 대체 얼마나 대단한 단골인 거야? 몇 번 드나든 게 고작이라는 거짓말을 믿은 건 아니었지만 설마 이 정도일 줄은?
대단하다는 눈으로 루를 쳐다보자 루가 당황한 표정으로 손을 살래살래 저었다.
“나는 이런 사람들…… 몰라요.”
“대공님! 저희를 모르신다니 섭섭합니다! 저번 달에도 한 번 오셨잖습니까.”
루는 울 것 같은 표정이 되었다.
* * *
샨 크로비체의 내부는 황궁을 능가할 정도로 화려했다. 전설 속 여신들로 세공된 벽 장식과, 고급스러워 보이는 화병, 이국적인 식물들을 옮겨놓은 화원과 물을 쉴새 없이 뿜어대는 분수까지.
술에 취해 흐느적거리는 남녀들만 아니었다면 이곳이 별천지로 보일 지경이었다.
그나저나 사람들이 이렇게 많은데 헤일은 어떻게 찾지?
“루 대공. 아까 도베르가 말하길, 헤일이 잿빛 머리에 한쪽 눈을 안대로 가리고 있다고 했잖아.”
“네. 정확해요. 특징이 확실해서 찾기는 쉬울 것 같네요.”
“으음…… 하지만 조금 문제가 있어. 헤일은 샨 크로비체에 놀러 온 게 아니라 숨기 위해 온 거거든? 그래서 이런 데 버젓이 돌아다니기보단 객실에 몸을 숨기고 있을 것 같은데 말이지.”
객실 문을 하나하나 열어볼 생각에 머릿속이 복잡해졌다. 그도 그럴 게 여기 숙소는 적어도 100실은 넘어 보이는걸? 괜히 여기저기 열어젖히다 엄한 거라도 보게 되면 어떡해.
기운 빠진 표정으로 드레스 자락을 팔락이자 루가 가만가만 내 머리카락을 쓰다듬었다.
“자자, 제게 다 방법이 있어요. 일단은 지하에 있는 도박장으로 갈까요?”
“거긴 왜요?”
“헤일 그 사람, 도베르 경의 말로는 도박 중독자라고 하던데. 제국 최대의 도박장을 눈앞에 두고서 내내 객실 안에만 머무를까요?”
“그 말은…… 헤일이 숨어 있다가도 도박장엔 모습을 비칠 거란 말씀?”
“빙고! 역시 내 루나는 똑똑해.”
루가 다 차려준 밥상에 포크 하나를 들었을 뿐인데, 루는 마치 내가 천재라도 된 것마냥 기뻐했다. 머리카락을 연신 쓰다듬고 배시시 웃는 얼굴을 보고 있자니 어깨가 무거워졌다.
* * *
도박장은 샨 크로비체의 지하에 위치했다.
뻐끔뻐끔 피어오르는 하얀 담배 연기, 코를 찌르는 알코올 냄새, 유흥에 흠뻑 빠진 남녀들. 이곳 도박장은 샨 크로비체 안에서도 가장 퇴폐적인 분위기를 풍기는 장소였다.
‘윽, 술 냄새. 다들 얼마나 마셔댄 거야?’
냄새만 맡아도 취할 것 같은 기분에 손가락으로 코를 막았다. 그런데 마침 가까이에서 술에 취한 남성 한 명이 휘적휘적 걸어오는 게 보였다.
으음……, 나 지금 하이힐 신어서 피하기가 좀 그런데.
“이리로.”
그런데 그때 루가 내 허리에 손을 올린 채 자신의 쪽으로 살짝 끌어당겼다. 남자를 피해갈 수 있도록. 하지만 공교롭게도 이미 내 쪽에서도 다른 조처를 하는 중이었다.
퍽-!
나는 휘청거리는 남자를 주먹으로 픽 넘어뜨려 버렸다. 솔직히 저렇게 걸어 다니면 내가 아니더라도 곧 넘어지고 말았을걸? 어디 엄한 데 부딪치느니 내가 안전하게 기절시키는 게 낫지.
응? 왜 그렇게 쳐다봐? 난 오직 선량한 마음 하나로 그런 건데.
“……루나는 어쩜.”
루는 그런 내 행동이 웃긴 모양이었다. 웃음을 터뜨리며 머리를 마구 헝클어뜨리는데…… 솔직한 마음으로는 내 앞에 널브러진 저 남자처럼 루도 한 방 치고 싶은 심정이었다.
그래도 날 도와준 사람인데 치는 건 좀 그렇지……?
“머리 좀 그만 만져.”
“머리카락이 너무 부드러워서 손을 뗄 수가 없어요.”
좀처럼 말을 듣지 않는 루의 손을 저 멀리 떨어뜨려 놓으려는데, 그가 불현듯 내 손을 잡았다.
“쉬잇. 조금만 제게 맞춰주세요. 다른 사람들이 염탐 나온 심부름꾼으로 오해하는 것 같으니.”
루의 말에 주변을 돌아보았다. 코르티잔으로는 보이지 않는 내 행동 탓인지, 몇몇이 우리에게로 의심의 시선을 보내오고 있었다.
그 눈빛이 꼭 ‘쟤들은 뭐 하는 것들이지?’, ‘혹시 아내가 보낸 염탐꾼인가?’라고 말하는 것만 같았다.
“너무 무리하지는 말고요. 이런 건 나만 해도 되니까.”
루가 내 손등 위로 자신의 입술을 눌렀다. 눈웃음을 지으며 나를 바라보는 모습은 이곳 샨 크로비체와 꼭 맞아떨어지는 ‘세기의 바람둥이’ 이미지였다.
오호……. 대공이 저렇게 나오니까 갑자기 오기가 생기는데? 루의 도발에 고스란히 말려든 나는 그의 팔을 보란 듯이 잡았다.
“대공이나 무리하지 마시죠.”
여러 사람 후릴 듯한 루의 미소를 따라 하며 팔을 이끌었다. 방금 전 내게 훈수를 둔 사람답지 않게 루는 멍하니 나를 따라 왔다.
웃긴 건 여기저기서 루와 비슷한 표정을 짓고 있는 남자들이 보인다는 것이었다. 그들은 사람 얼굴을 빤히 쳐다보면서 넋 나간 표정을 짓고 있었다.
‘단체로 왜들 이래?’
불만스럽게 그들을 지나치는데 문득 사람들 사이로 한 남자가 시야에 들어왔다. 결코 이런 곳에서 마주치리라고는 상상조차 하지 못한 남자가.
‘저 사람은……?’
남자의 주변을 맴도는 분위기는 이런 퇴폐적인 곳과는 완전히 이질적이었다. 검은 광맥 속에서도 홀로 빛나는 보석처럼.
‘황자님?’
그 모습은 마치 제레미를 연상시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