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금은의 왕관-140화 (140/142)

<-- 새벽 -->                제국의 귀족회의는 직함을 단 재상 등의 정부 요인과 대귀족 가문의 대표자들을 참석시킨다. 정부 조직의 고위직과 대귀족들을 모두 합쳐 삼십여명에 가까운 인원으로, 로마니엔의 지배층을 대표하는 자들이 거의 다 모인다고 해도 될 정도였다. 태양신의 대신관 역시 참석했다.

필수는 아니었지만 역대 황제들은 모두 귀족회의에 참석했다. 형식상으로는 황제로부터 독립된 귀족들의 합의제라고 했지만 로마나 황실의 강력한 황권 때문에 거의 황실에 종속되어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었는데, 최근 들어 발렌2세의 치세 하에서는 황후파와 황자파로 나뉘어 상당히 힘이 강해져 있었다.

“이번 사태로 인해 노공작이 돌아가셨지요. 정말 제국의 미래가 암담합니다.”

재상이 한숨을 쉬었다. 황자비 감이었던 슈엔 로마나를 길러낸 대공가와 황후 라일리아를 길러낸 노공작 에레니아의 가문은 제국의 귀족계를 대표하는 양대 강자였다. 불과 몇개월 사이에, 두 가문은 자손을 남기지 못하고 풍지박산이 났다. 귀족 남자 한명이 콧수염을 꼬면서 입을 열었다. 그는 에레니아 노공작의 방계인 카샤드 백작가의 대표자였다.

“귀족가가 문제가 아닙니다. 황실에 남은 분이 에스트레드 황자 전하 한분이신데, 그 분은 눈을 뜨시지 못하고 있고...황자비 세리나 리엔은.”

경어를 쓰지 않고 말끝을 흐리면서 그는 주변의 눈치를 보았다. 아무도 제지를 하지 않았다. 예의없는 말투에 잠시 눈끝을 올리던 몇몇 귀족도 헛기침을 하며 고개를 돌렸다.

“황녀를 생산하기는 했다고 하나...날짜로 보면 전혀 말이 안되지요. 정말 황녀라고 말을 할 수가 없습니다. 어찌 감히.”

귀족들이 동의의 뜻으로 고개를 끄덕였다. 에스트레드와 세리나가 아이를 가졌다는 소식이 들린 지 겨우 4개월이 채 되지 않았다. 아무리 로마나 황족의 피가 특수하다고 해도 벌써 아이를 출산했다니 말이 안되는 소리였다. 게다가 세리나는 황족의 피가 섞이지 않은 일반인이었다.

“솔직히 말하면 거짓이라고 봅니다. 전혀 다른 아이를 가지고 와서 황자 전하의 아이라고 주장하겠지요. 전하께선 정신을 차리지 못하고 계시고, 제국을 피 한방을 흘리지 않고 접수할 좋은 기회니까.”

“회임 소식을 늦게 알리셨을 수도 있지요. 말을 조심하시는 쪽이 좋습니다.”

“말이 됩니까? 한달 전에 봤을 때도 황자비의 몸은 그대로였어요. 전혀 회임의 티가 안났단 말입니다.”

처음 말했던 콧수염이 난 카샤드 백작이 날카롭게 말했다. 원래도 오만한 순혈주의자인 그는 말에 정도가 없기로도 유명했다.

“솔직히 말하면 황실의 피가 전혀 섞이지 않은, 안좋은 소문도 있는 여자 아닙니까. 황자전하께서야 페로몬이 완벽하게 들어맞아 그 여자를 맞아들이셨다지만 전하께서 눈을 뜨지 않으시는 이상 황실에 도움이 될 역할도 없구요.”

좌중이 조용해졌다. 아무리 그렇다고 해도 세리나 리엔은 절차를 거쳐 황족의 일원으로 정식으로 맞아들여진 사람이었다. 함부로 입을 열기에는 모두가 불안했다. 하지만 그는 거침없이 입을 열었다.

“솔직히 말하면 혼혈 출신이라는 소문까지 도는 여자가 지금 황실의 유일한 성인이라는 게 통탄스러울 지경입니다. 위기를 틈 타 황손을 출산했다는 거짓된 이야기까지 지어내서 제위를 탐하려는 건데 이걸 그냥 두고 보실 겁니까?”

로마나 황족의 치세는 아주 오래되었다. 그 정통성에 반기를 들만한 빌미조차 주지 않을 만큼 강하고 오래된 치세. 이번에는 뒤집을 수 있을지도 모른다.

“황족의 피라면 그 여자의 애보다 내가 더 진할 겁니다. 정통성 역시 내게 있습니다.”

카샤드 백작이 보란듯이 자신의 힘을 피워냈다. 대귀족일수록 황실의 피가 진하다. 그에게서는 마치 황족과 같은 힘이 무형의 파장을 그리며 퍼져나갔다. 모두가 그의 힘을 느끼고 움찔했다. 대공가도 노공작도 전부 사망했다. 남은 귀족들 중, 가장 강한 것은 과연 그일 것이다.

“하지만 황자비 전하는 최근의 싸움 중 소드 마스터가 되었다고 합니다…”

친 황자파인 귀족 한명이 항의조로 말했지만 백작은 코웃음을 쳤다.

“소드마스터? 누가 그걸 믿는답니까. 원래도 검 솜씨는 조금 있었던 여자였으니 기사를 했지만 또 다른 말도 있지 않았습니까, 황자 전하의 취향에 맞는 얼굴과 페로몬 덕에 그 직을 유지했다고. 전 후자가 진실이라고 믿습니다.”

귀족들이 웅성거렸다. 각자 가문의 명운에 도움이 될만한 가능성이 없는가, 각자의 머리가 바쁘게 돌아갔다. 원래 친황자파였던 귀족들 역시, 눈을 뜨지 않는 에스트레드 때문에 계산 튕기기가 더 바빠졌다. 상단과 군력을 거머쥐고 장래의 번영을 약속했던 강력한 황자는 정신을 잃었고 대신 존재감도 없던 잡종 여자라니. 귀족들의 자존심에 허용할만한 범위는 아니었다.

곧 홀에 시종의 목소리가 울려퍼졌다.

“황자비 세리나 리엔 전하께서 드십니다.”

웅성거리던 홀이 순식간에 고요해졌다. 거대한 중앙궁의 문이 열리고, 바삭거리는 긴 드레스의 자락을 끌며 금발의 황자비가 홀 안으로 들어섰다. 그녀의 뒤에 현 제국의 군력을 상당부분 쥐고 있는 카스가드 백작과 그의 아내인 레이디 휘에리가 아기를 안고 따라왔다. 상아색의 실크 가운과 차분한 연녹색의 드레스를 입은 황자비는 좌중을 둘러보았다. 그녀의 녹색 눈동자는 큰 동요 없이 느릿하고 고요했다.

“모두들 오랜만이오.”

세리나는 엷게 미소를 지었다. 재상이 모두를 대표해 크게 절을 했고 그 뒤에 선 귀족들 역시 고개를 숙였다. 몇몇은 다소 뻣뻣하게, 마치 목례처럼 숙이면서 그녀의 얼굴을 뚫어져라, 혹은 흘끔흘끔 훔쳐보았다.

큰 일을 겪었지만 세리나 리엔은 여느 때처럼 풍성한 아름다움을 지니고 있었다. 화려한 금발은 굽슬거리며 어깨 위로 흘러내렸고, 연녹색의 물 흐르는 듯한 드레스는 그녀의 늘씬하고 선이 고운 몸 위로 하늘거리며 요정같은 아름다움을 더욱 빛냈다. 겹겹이 쌓인 드레스 자락이 황자비가 걸음을 옮길 때마다 오색으로 빛나며 바닥을 스쳤다.

“남편이 눈을 못뜨고 있는데 저런 얼굴이라니, 확실히 이상한 여자야.”

귀족 남자 한명이 중얼거렸다. 세리나의 페로몬은 언제나 그녀의 향기를 가리던 에스트레드가 곁에 없는 지금, 홀로 더 황홀하게 피어났다. 남자들이 자신도 모르게 그녀가 있는 방향으로 얼굴을 돌릴 정도였다.

“기사일 때 대체 어떻게 귀족들 눈을 피했던 거지? 저 정도 미모라면 누구라도 손을 대려고 눈독 들였을 텐데.”

“황자 전하 덕에 피했던 거지 뭐.”

에스트레드는 언제나 그녀의 향기를 자신의 페로몬으로 가리고 그림자 안에 두었다. 귀족들이 감히 황자의 어깨 이상에 눈을 두려하지 않았으므로 세리나는 기사의 제복을 입고 안전했다. 귀족 남자들의 눈동자 안에서 욕심이 끓어올랐다. 원래는 그들의 것이 되었을지도 모르는 여자고, 지금도 그럴 가능성이 보였다.

“그 동안 수고들 했소. 경들 덕에 싸움을 무사히 치렀고, 제국민의 혼란 역시 가라앉고 있으니 이 모두 경들의 덕이오.”

세리나는 홀의 긴 테이블 앞에 서서 의례적인 인사치례를 했다. 사실상 귀족들이 한 일은 아무것도 없었지만.

“하나의 소란은 지났으나 또 하나의 소란이 다가오고 있다고 들었소. 지금은 그것을 해결하는 데 집중합시다, 앞으로 공 있는 자들에게 많은 상을 하사할 것이오.”

“상이라…”

귀족들끼리 쑥덕거리며 웃는 소리가 나직히 홀에 퍼졌다. 황자비를 전혀 존중하지 않는 태도였다. 그녀의 그림자 뒤에 서있던 밀렌은 자기도 모르게 검을 뽑고 싶은 기분을 참았지만 세리나는 별다른 동요 없이 앞을 바라볼 뿐이었다.

“어떤 상입니까?”

불쑥 저 뒤에서 젊은 남자 한명이 외쳐 물었다. 그것을 기점으로 불온한 웃음이 홀 안에 노골적으로 퍼졌다. 카샤드 백작이 콧수염을 꼬면서 눈을 가늘게 떴다.

“여러가지 상이 있지 않겠습니까? 황자비 전하께선 여전히 젊고 아름다우시니.”

“....”

“아, 그 손으로 주시는 것이라면 뭐든 감사할 것이라는 말입니다.”

백작이 입가를 끌어올려 웃으며 자리에서 일어섰다. 황족의 근처에 가까이 오는 것은 명백하게 제국의 예의범절에 어긋나는 것이다. 하지만 그는 무례하게 세리나를 아래위로 훑어보며 세발자국 안으로 들어섰다.

“...물러나 앉으시오.”

“너무 가까워서 그러십니까? 하지만 황족 혈통은 아니잖습니까, 황자비 전하께서는.”

남자는 노골적으로 웃었고 곧 어깨를 펴며 자신의 기운을 펼쳤다. 홀 안에 모여있던 귀족들은 가슴을 압박하는 무형의 파장에 작게 신음했다. 약한 자들은 한걸음씩 뒤로 밀리는 자들도 있었다. 그는 턱을 올리고 한걸음 더 앞으로 나서 세리나에게 가까이 다가서며 기운의 강도를 올렸다.

하지만 황자비는 태연한 얼굴로 고개를 갸웃했다.

“과연, 명성대로 강한 힘을 지니셨군.”

백작은 잠시 당황했다. 보통 로마나 황족이라 해도 여성은 남성보다 약하다는 것이 통설이었다. 더구나 세리나는 로마나 혈통도 아닌 일반인이었고, 그는 황족만큼은 못해도 혈통을 상당히 짙게 이어받은 방계의 귀족이었다. 그녀는 미소를 지으면서 손을 저었다.

“이렇게 열을 올리면 약한 분들이 다칠 거요.”

세리나의 길쭉한 손이 귀족의 강력한 무형의 방패 안을 아무런 저항 없이 부드럽게 파고들었다. 나비를 쫓듯 손을 둥글게 휘저으며 황자비는 귀족의 힘을 산산히 부수고 무력화 시켰다. 소리도 형태도 없었지만 혈통을 이어받은 강한 자들은 모두 그 힘겨루기를 볼 수 있었다. 부끄러울 정도로 노골적인 모습으로, 세리나 리엔의 압도적인 우위였다.

아무런 수련 없이도 자연의 마나를 자유자재로 다루는 것이 로마나 황족의 능력이다. 세리나 리엔은 마나를 자신의 지배 하에 두는 소드 마스터의 경지로 진입한 자, 에스트레드 정도 되는 자가 아니라면 그녀와 동등하게 겨루기 힘든 것이 당연했다.

홀의 넓은 공간을 가득 채웠던 귀족의 기운이 전부 갈기갈기 해체되어버리고 그는 창백하게 질려 뒤로 물러섰다. 아무도 들을 수 없었지만 세리나의 손짓은 분명한 뜻을 전하고 있었다. 로마나 황실의 일원답게, 거슬리는 자는 힘으로 제압하겠다는 뜻. 그리고 그만큼 충분한 힘을 가지고 있다는 뜻.

세리나는 진심으로 잠깐 고민했다. 원래 제국 황실의 분위기라면 이대로 저 무례한 자의 목을 따는 것이 관례였을 테다. 하지만 반란군이 치받아올라오는 지금 한명이라도 이 쪽의 전력을 무너뜨리는 것이 옳은 일인가. 그녀는 아주 잠시의 고민 뒤에 손을 부드럽게 거두어 들였다.

“자, 나의 아기… 플라티나를 보고 싶으시겠지.”

황자비는 휘에리로부터 아기를 받아 안았다. 태어난 지 불과 십여일 밖에 되지 않은 아기는 마치 돌이 지난듯 컸다. 백금색 머리카락이 풍성하고 은청색 눈동자가 반짝였다.

“에스트레드 황자 전하의 딸, 플라티나 로마나요.”

좌중은 입을 다물었다. 아기가 에스트레드의 혈통일 리 없다고 말하고 싶었지만 그럴 수 없었다. 아기는 마치 로마나 혈통 그 자체인 것처럼 보였다. 아직 자신의 기운을 통제하지 못하는 아기에게서 황족 특유의 기운이 흘렀다. 어느 모로 보아도 에스트레드의 아이였다.

황자비는 미소를 지으며 아기를 얼렀다. 홀 안을 가득 채웠던 무형의 기싸움에도 아기는 전혀 동요 없이 방긋거리며 웃고 있었다. 아름다운 어머니와 작고 귀여운 딸. 하지만 귀족들은 그 광경의 미적인 부분에는 관심이 없었다. 황족의 혈통마저 무시할 정도의 능력을 지닌 소드마스터와 다음대의 황족 혈통을 지닌 유일한 아기일 뿐이었다.

“나라를 위해 고생하시는 여러분께 얼굴을 보여드려야 할 것 같아 데리고 왔소. 아직 태어난 지 얼마 되지 않아서 걱정은 되었지만.”

세리나는 입가를 끌어올렸다.

“황녀 전하께서는...그, 태어나신 지 보름 정도 밖에 되지 않으셨는데…”

“정확히는 열흘 조금 넘었지요. 하지만 성장이 참 빨라서, 나는 안심하고 있소.”

황자비는 자랑스럽게 아기를 들어올렸다.

“대신관의 말씀으로는 지켜보신 중 가장 성장이 빠른 편이라고 하셔서 말이오. 혈통이 진할수록 빠르고 강하게 성장한다지.”

플라티나를 휘에리에게 넘겨준 후 세리나는 어깨를 펴고 홀의 가장 안쪽, 가장 위쪽, 가장 큰 옥좌에 서슴없이 앉았다. 황제의 자리다. 귀족들은 뭐라고 말하려 했지만 타이밍을 놓쳤다. 황자비가 손을 들어 먼저 입을 열었기 때문이었다.

“자, 나와 나의 황녀가 그대들에게 인사를 했어. 이제 현안 논의를 합시다. 나라를 책임지는 중책을 지니신 분들이니 모두들 사태 파악을 하고 있으리라 생각하고 있소만.”

에틸렌의 반란을 칭하는 것이다. 엄청난 속도로 북으로 진격해오고 있다는 소문은, 당연히 귀족들 역시 알았다. 하지만 그것을 진지하게 생각하는 자는 없었다. 로마니엔은 대제국이다. 그깟 지방 호족 한 가문의 반란 따위는 눈 안에 들어올 리가 없었다.

하지만 잠시 뒤 어느새 사라졌던 밀렌이 문을 밀고 들어왔다. 황자의 수호기사임을 확인한 대귀족들이 눈을 찌푸렸지만 별말을 하지 않았다. 평소라면 말없이 사라졌을 그림자 기사는 홀 안 한가운데 서서 세리나에게 고개를 숙였다.

“제2관문이 깨졌다는 소식입니다…”

“뭣이?”

귀족들이 깜짝 놀라 눈을 크게 떴다. 좌중이 웅성거리기 시작했다.

“제2관문이라면, 수도로부터 겨우 사흘 거리 아닌가. 어떻게 벌써? 아니 그보다, 그 이전의 세개의 문들은 뭘 했기에 그대로 문이 열린 건가!”

그 사이, 보좌관에게 문서를 받아 읽은 카스가드 백작이 눈을 찌푸렸다. 그는 고개를 숙여서 세리나에게 상황을 설명했다. 황자비는 한숨을 쉬었다.

세리나는 조용하게 혼잣말처럼 중얼거렸다.

“...보름이라고 하지 않았어?”

그림자 속에서 밀렌이 답했다. 곤혹이 묻어있는 목소리였다.

“생각보다 더 빨라지는군...분명히 뭔가 있어. 물리적으로 가능한 이야기가 아니야.”

“재미있네.”

“급박해졌는걸.”

황자비는 차분한 얼굴로 귀족들을 둘러보았다. 갑자기 닥쳐온 현실 감각에 귀족들은 당황한 얼굴로 웅성거렸다. 세리나는 머릿속으로 계산을 했다.

아직 에스트레드의 군력은 굳건하다. 일단 얼마 안되는 사병은 어쩔 수 없지만 수도 용병길드의 벡스레넌과 수도 방위군 카스가드 백작은 확실히 협조를 구할 수 있다. 상단의 힘이 분쇄된 것은 아쉽지만 군력 자체에는 문제가 생기지 않는다...단, 싸움이 장기전이 되지 않는다는 전제 하에서.

다만 일당백인 에스트레드의 부재가 걸릴 뿐이었다. 전장의 기세 싸움에서 에스트레드 같은 존재의 의의는, 단지 그 일신의 능력에만 국한되지 않는다. 로마나 황족은 맨 손으로 두 세명의 목은 간단히 따버릴 수 있는 자들이다. 사령관이 싸우는 모습을 본 일반 군사들은 마치 전신에게 수호를 받는 듯한 기분이 되어 전력으로 상대를 향해 밀고 나갈 수 있게 된다.

‘...내가 나가야 하나.’

에스트레드의 수호기사로 전쟁에 참전한 적은 여러번, 붉은 에메랄드라는 별칭마저 얻을 정도였지만 일반 인간과 격을 달리하는 황자의 뒤에 있었기 때문에 평가절하된 적도 여러번이었다. 황자비는 주변을 둘러보았지만 황족을 대신해 참가할 수 있을만한 인재는 없었다.

죽음도 고통도 무섭지 않지만 이건 죽어도, 다쳐도 안되는 싸움이다. 황자비가 없다면 언제든 제국 자체를 집어 삼키기 위한 준비를 마친 자들이 도처에 있다. 세리나는 숨을 삼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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