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금은의 왕관-72화 (72/142)

<-- 혼약 -->                세리나는 목에 건 자신의 목걸이를 거울에 비춰보았다. 밖에는 비가 오고 있었지만 방 안에 켜둔 램프의 불빛에 목걸이가 환하게 빛났다. 마치 그 자체로 빛이 나는 것 같았다. 어떤 보석인지 관심도 없어서 종류도 묻지 않았지만 정말 비싼 것이긴 하겠다.

보통 그녀는 보석을 좋아하지 않았고 걸리적 거려서 잘 착용도 하지 않았지만 이 목걸이와 귀걸이 만큼은 자주 하고 싶었다. 에스트레드가 결혼 예물로서 먼저 준 보석이기 때문이었다. 게다가 모양 자체도 마음에 쏙 들었다. 가늘고 심플한 백금이 목을 두르고 푸른 보석이 그 위에 빼곡히 박혀 있는 것이 멀리서 봐도 자세히 봐도 눈부시게 아름다웠다.

가만히 보니 정말 어두운 곳에서도 스스로 빛을 내는 것 같았다. 일반 사파이어라기에는 기묘할 정도로 깊은 광채를 내는 것이 희한해서 그녀는 손끝으로 목걸이를 만지작거렸다. 차가운 보석의 느낌이 에스트레드와 닮아있어서 세리나는 자신도 모르게 미소를 지었다. 결혼식을 앞둔 두근거림이 새삼스럽게 솟아올랐다.

그녀는 곁에 대기하고 선 안나와 줄리엣을 흘끔 바라보았다. 안나야 너무 오래된 사이라 곁에 있는 것이 불편할 일이 없었지만, 줄리엣은 다르다. 그녀는 완전한 초면을 벗어난 지 며칠 되지도 않은 사람이었다. 혼약 시녀라면 어차피 결혼식에 관련된 스케줄에만 와서 시중을 들고 인도해주면 될 텐데 줄리엣은 굳이 와서 진짜 시녀처럼 세리나의 곁에서 떠나지 않았다. 시녀라는 타이틀을 달고 있는 이상 쫓아낼 방법도 없어서 세리나는 그냥 두긴 했지만 참 불편했다. 밖에 나가서 대기하라 이르고 필요할 때 안나만 부르는 방법도 써봤지만 여전히 마음이 편하지 않았다. 어쨌든 백작가의 영애로 곱게 자라온 그녀가 부름을 기다리며 대기하는 그 상황 자체가 말이다.

“마음에 드나보군.”

소파에 앉아있던 에스트레드가 느긋하게 말했다. 세리나는 미소를 지었다.

“아주 아름답습니다. 보석에 크게 관심은 없었는데 이렇게나 마음에 들다니…원래 사파이어가 이렇게 아름다운 보석이었나요?”

“사파이어 맞아. 돈을 많이 준 물건이야.”

에스트레드는 딱잘라 말했다. 그는 세리나가 거울에 목걸이를 비춰보는 모습을 보며 웃었다. 평소에는 아무리 귀한 것을 주어도 무심한 얼굴만 했던 아내는 목걸이가 무척 마음에 든 것 같았다. 황자 역시 귀중하게 간직해온 물건이었다.

“그래, 내가 오랫동안 소중히 보관해온 거니까 마음에 들어야지.”

에스트레드가 다가와서 그녀의 목덜미를 만지작거렸다. 그의 길고 강인한 손가락이 세리나의 흰 피부 위를 간지럽혔다. 웃으며 목을 움츠리는 아내를 끌어당겨 안으면서 황자는 시녀와 시종들에게 눈짓했다. 곧 조용히 모두가 방을 빠져나갔다.

달콤한 향기가 서서히 공기 중에 드리워지기 시작했다. 결약은 점점 깊어지고 있어서 에스트레드는 유달리 세리나의 체향에 예민했다. 그는 아내의 목덜미에 입술을 묻고 매끄러운 피부 위에 키스했다. 세리나가 부끄러워하면서도 낮게 웃었다.

벌건 대낮에 몸을 섞는 것은 그녀에게 익숙하지 않은 일이다. 게다가 시종과 호위병들 등 주위 사람들이 전부 눈치를 채고 있는 상황은 더군다나 창피할 지경이었다.

“저...낮에는 좀.”

“뭐가? 어차피 내 아내와 사랑을 좀 나누는 건데, 시간이 무슨 상관이야?”

“아니, 좀 그런 말씀은 작게 하시고...게다가 너무 밝지 않습니까…”

“밝으면 잘 보여서 더 좋지.”

에스트레드는 매우 평온하고 차분한 얼굴로 희한한 소리를 내뱉었다. 세리나는 아무리 해도 전 주군의 변화에 아직 적응할 수가 없었다. 머리를 짚고 끙 하는 소리를 내는 아내의 손을 잡고 그는 소파 위로 그녀를 이끌었다.

남편의 무릎 위에 올라앉은 세리나는 눈을 크게 떴다. 에스트레드는 드레스의 스커트 자락을 걷어올리고 그녀의 매끄러운 종아리를 쓸어올렸다. 불필요한 지방 따윈 없이 매끈하게 단련된 세리나의 허벅지가 잠깐 떨렸다. 이 대낮에, 아무리 밖에 비가 와서 사람은 없을 거라지만...에스트레드는 그대로 세리나의 넓게 드러난 쇄골과 어깨 위로 입을 맞췄다. 흰 피부 위에 붉은 자국이 남을 만큼 물고 혀로 핥으면서 그가 눈만 위로 들어 그녀를 바라보았다. 은청색 눈동자에서 장난기가 읽혔다.

“요즘 너무 이상한 사건들이 많아서 잊었나본데, 난 시간을 가리지 않고 널 안고 싶다고.”

“또 그런 말씀을…”

세리나는 한탄했다.

“제가적응하는 데 시간이 필요한 건 알고 계시죠?”

“벌써 몇달 전부터 안아줬는데 아직도 적응이 필요한가?”

세리나는 한숨을 쉬었다. 그건 좀 다르다. 확실히 숲속의 사고가 있던 날부터 황자는 세리나를 거의 매일 안았다. 그녀는 에스트레드의 남성기를 몸 안에 그려낼 수 있다고 착각을 할 정도였다. 이제 거대한 그의 물건을 품고도 힘겹지만 고통스럽지 않게, 오히려 즐기면서 관계를 할 수도 있었다. 침대 위에서 그는 항상 다정했고 적어도 표면적으로는 크게 달라진 게 없었다.

“하지만 역시 다르단 말입니다.”

에스트레드의 길고 남자다운 손이 아내의 속옷을 전부 벗겨내었다. 폭이 넓은 스커트 안으로 아무것도 입지 않은 상태가 되어 남편의 무릎 위에 앉자 그의 황자 정복 바지 천이 벗은 다리 밑으로 느껴졌다. 생소한 감각에 세리나는 조금 긴장했다.

“전하, 저, 이 목걸이라도 좀 풀어놓고…”

“아냐. 다 입은 채로 한번 해보는 건 어때?”

장난꾸러기같은 미소를 띄우고 그는 세리나의 얼굴을 끌어내려 입을 맞췄다. 도톰한 아내의 입술을 벌리고 남자의 혀가 침입했다. 서로의 치열이 살짝씩 부딪히며 둘은 입술을 깊게 맞물렸다. 혀가 입 안을 오가며 약한 점막과 입천장을 훑었다. 노골적인 애무에 세리나는 황자의 목에 팔을 두르며 눈을 감고 키스에 열중했다.

황자는 아내의 스커트 밑으로 손을 넣어 부드럽게 허벅지를 쓸어올렸다. 아무것도 입지 않은 맨 피부가 익숙한 손길을 느끼고 기대감에 떨렸다. 그녀의 탄탄한 엉덩이를 쥐면서 그는 입술을 떼지 않고 중얼거렸다.

“몸은 완전히 적응이 되었는데 말이야.”

“에스트레드님…”

“쉿.”

그는 세리나의 옷깃을 끌어내리고 드러난 흰 어깨를 애무했다. 붕대를 풀고 거즈만을 붙여놓은 왼쪽 어깨의 부상에 입을 맞추면서 에스트레드는 다소 걱정스럽게 말했다.

“완전히 나아야 하는데 쉽지 않군.”

“클리스 로마나 전하의 공격이었으니까요. 쉽진 않겠죠.”

상의를 좀 더 끌어내리고 황자는 소담한 젖가슴을 입에 담았다. 둥글고 모양 좋은 가슴 가운데 자리한 유두를 이빨로 물고 혀로 돌리자 세리나의 허리가 경직되었다. 뒤로 균형을 잃으려는 그녀의 허리를 안아 고정시켜주며 다른 손으로는 스커트 밑의 다리 사이를 쓸었다. 가늘고 숱이 많지 않은 음모 속으로 갈라진 틈이 느껴졌다.

“아...에스트레드님.”

탄식같이 세리나가 신음을 뱉었다. 등과 엉덩이 사이 오목한 부분을 만지작거리자 여자의 허리가 뒤로 휘었다. 그녀는 유달리 허리와 엉덩이 사이의 부분이 예민했다. 등에 키스해주고 싶은 것을 참으면서 황자는 그녀의 질 안으로 손가락을 밀어넣었다. 이미 촉촉해진 입구가 문을 열며 그를 반겼다.

내벽이 탄력있게 손가락을 조여왔다. 황자는 천천히 손가락을 움직이다가 한개를 더했다. 그와의 잠자리에 어지간히 익숙해진 세리나의 몸은 힘들지 않게 그의 손가락을 받아냈다. 아내가 힘들지 않도록 적당히 길을 들인 에스트레드는 곧 그녀를 똑바로 자신의 위에 앉혔다. 그는 바지 버클을 풀었다.

“어깨 잡아.”

앉은 채로 해본 적이 없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대낮에, 옷을 죄다 입은 채로 하는 성관계에 세리나는 자신도 모르게 흥분하고 있었다. 그녀는 얼굴을 붉게 물들이고 헛손질을 하며 남편의 어깨를 잡았다. 황자는 그녀의 허리를 끌어안고 느릿하게 아내의 안으로 들어갔다.

“하…”

따뜻하고 탄력있는 내벽이 그를 감싸안았다. 고무줄처럼 조이는 느낌에 눈앞이 아찔해져 왔다. 황자는 역시 숨을 고르고 있는 세리나를 바라보며 미소를 지었다. 마치 처음부터 그래야했던 것처럼 둘의 육체는 잘 맞아들어갔다. 황자비는 다리를 조이며 몸의 균형을 잡았다. 그녀는 고개를 숙여 남편의 입술을 찾았다.

천천히 둘의 몸이 움직이기 시작했다. 세리나는 황자의 몸짓에 맞추어 허리를 둥글게 돌렸다. 그의 뜨겁고 거대한 남성이 아랫배 깊숙히를 찌르는 것이 평소보다도 더 여실히 느껴졌다. 그녀는 전기가 오르는 듯한 감각을 견뎌내면서 남편의 어깨를 지지대 삼아 몸을 움직였다.

“흣, 으…”

황자는 부드럽게 허리를 움직이며 아내를 절정으로 이끌었다. 이윽고 쾌락이 찾아왔다. 그의 목에 꼭 매달린 채 세리나는 밭은 신음성을 토해내며 허리를 바르르 떨었다. 탄력있고 빠듯하게 조이는 그녀의 따뜻한 내벽에 에스트레드 역시 작은 신음과 함께 절정에 올랐다.

“...후…”

세리나는 밖에서 대기하고 있을 호위병과 시종들이 신경쓰여 입술을 물고 소리를 죽였다. 에스트레드는 그녀의 입술에 난 잇자국에 키스하며 피식 웃었다.

“좀 듣는다고 한들 상관 없어. 황족들의 잠자리 소리 정도로 놀랄 인간이라면 황궁 시종따윈 하지 못해.”

“그래도 기본적으로 부끄럽지 않습니까.”

세리나는 한숨을 쉬었다. 여전히 몸이 잘게 떨려왔다. 에스트레드는 웃으면서 그녀를 끌어안고 그 입술에 깊게 다시 입을 맞췄다.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