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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은의 왕관-8화 (8/142)

<-- 결약-2 -->                여자는 눈을 크게 떴다. 흰 뺨을 굽슬거리는 금발이 감싸며 흘러내린다. 한올 빈틈없이 올렸던 머리카락은 숱이 많고 길었다. 윤기나는 황금색의 머리카락이 등을 덮고 거의 허리까지 닿았다. 에스트레드는 자신도 모르게 감탄하며 그 머리카락을 쓰다듬었다. 달빛 아래 바람에 흔들리는, 밀색의 비단들.

“-전하!”

“쉬, 조용히 하고…”

남자의 목소리는 낮았다.

“어차피 해야하는 일이다. 자네가 내 제안을 받아들이기로 결정했으니까.”

뒤로 물러서려던 세리나가 소파에 걸려 뒤로 넘어졌다. 그 위로 에스트레드가 몸을 굽혔다. 그의 양 팔 안에 갇힌 꼴이 된 여기사는 당황해서 입을 뻐끔거렸다. 황자는 그녀의 얼굴을 깃털처럼 쓰다듬었다.

“전하, 장난은 그만 치시고…”

“장난처럼 보여?”

에스트레드가 웃었다. 그는 고개를 숙여 여자의 입술 위로 자신의 입술을 겹쳤다. 가만히 대고만 있었다. 살짝 벌어진 입술 사이로 들숨과 날숨이 느껴졌다. 따스하고 작은 숨결. 팔 안에 갇힌 날씬한 몸은 긴장으로 굳어져 있었다. 사랑스러워서, 황자는 아주 오랜만에 진심으로 미소를 지었다.

세리나의 코속으로 또다시 천일화의 향기가 훅 밀려들었다. 묵직하고 달콤한 향이다. 그녀는 눈을 감았다. 눈을 감자 거짓말처럼 입술의 감각이 확대된다. 몸이 떨려왔다. 십년이 넘는 세월이었다. 그 동안 바라만 보던 남자가 그녀에게 키스를 하고 있었다. 예민해진 입술 위로 에스트레드의 부드러운 입술이 느껴졌다.

입술만을 댄 채 황자가 중얼거렸다.

“잘 몰랐겠지만, 반려의 결약이라는 건 말이지.”

다시 한번 그의 체향이 깊어졌다. 진한 향기에 세리나는 숨이 막힐 것 같아 자신도 모르게 입을 벌렸다. 머리속이 아찔했다. 에스트레드가 입술을 깊게 맞물렸다. 세리나는 그의 목에 손을 감았다. 어찌 되든, 그녀는 동의했다. 그녀는 황자가 이끄는 곳으로 함께 그의 손을 잡고 갈 준비가 되어 있었다.

매끄럽고 따뜻한 점막이 그녀를 반겼다. 처음 그녀의 입술을 조심스레 두드리던 남자의 혀가 곧 깊이 파고들었다. 입 안쪽의 약하고 예민한 점막을 핥고, 놀라 도망치려는 여자의 혀를 감아 끌어당겼다. 세리나는 정신이 나간 채로 키스를 받아들였다. 숲속의 사고를 제외한다면 이렇게 깊은 접촉을 한 것이 생애 처음이었다.

입술이 놓여나고 그녀는 급히 숨을 몰아쉬었다.

“헉...전, 전하…”

“입맞춤할 때는 코로 숨을 쉬라는 걸 아무도 안 알려준 모양이지?”

그가 여자의 목덜미에 코를 묻은 채로 큭큭 웃었다. 세리나는 반들거리는 입술 위로 손을 얹었다. 긴장했던 몸이 떨려왔다. 에스트레드의 농담에 눈썹을 모으고 화를 낼 정신도 없었다. 황자는 그녀의 이마에 자신의 이마를 가져다 대었다.

“그리고 이제 나를 전하라고 부르지 마라. 너는 내 단 하나의 반려다.”

심장이 두근거렸다. 세리나는 애써 미소를 지으려고 노력했다.

“반려의 역할이겠죠...제위에 오르실 때까지의.”

에스트레드의 대리석처럼 매끈한 얼굴에는 아무런 균열이 가지 않았다. 하지만 여자는 그의 기분을 알 수 있었다. 아주 조금이지만, 그는 불쾌해 하고 있었다. 세리나는 이해를 할 수 없었다. 남자는 그녀의 귓가에 속삭였다.

“내 이름을 불러라. 당장 지금 이 순간부터.”

“전하, 그것은...전하!”

“이름을 부르라고 했다. 항명인가?”

“전하, 하지만 이것은…”

“결약이다. 우리들의 체향을 하나로 만드는.”

여기사는 눈을 크게 떴다. 반려의 결약. 상식적으로 생각하면 성관계인 게 당연하다. 남녀가 평생을 약속하는 단계였다. 결약은 그것이 공식적 법적인 약속을 넘어서 정신적 육체적으로, 둘 모두의 본질을 묶는 단계였다. 그녀는 잠깐 의심했다.

‘결약...황족이 아닌 내가 그게 되는 건가? 그리고 풀려날 수 있는 건가?’

남자의 손이 허리를 끌어안았다. 세리나의 단추가 많은 상의를 풀어내면서 에스트레드는 입술로 그녀의 뺨과 귓가에 수없이 많은 키스를 했다. 기사용 정장의 상의가 떨어지고 얇은 블라우스만 남은 세리나의 가슴을 에스트레드가 부드럽게 더듬었다. 속옷과 한겹 실크 위로 남자의 뜨거운 손이 선명하게 느껴졌다. 긴 손가락이 풍만한 하얀 가슴을 움켜쥐고, 가느다란 허리 쪽의 블라우스 밑으로 들어가 등허리 오목한 곳을 애무했다.

여기사는 어정쩡한 자세로 그의 목에 매달려 터져나오려는 신음을 억눌렀다. 블라우스 아래로 들어간 남자의 손이 가슴을 가린 여성용 속옷 마저 풀어냈을 때 세리나가 작게 신음했다. 매끄러운 가슴을 에스트레드의 뜨거운 손이 움켜쥐었다.

“내 이름을 부르고, 신음을 참지마라.”

그럴 수는 없었다. 평생 기사로 살아온 자가 하룻밤 사이 그렇게 호칭을 간단히 바꿀 수는 없었다. 세리나는 침묵을 택했다.

“고집하고는…”

황자가 혀를 찼다. 그는 세리나의 목덜미에 잇자국을 남기고 입맞춤을 반복하다가 좀 더 밑으로 내려갔다. 둥글고 풍만한 가슴 위에 키스를 남기다가 유두를 핥고 입에 담아 잘근잘근 씹었다. 뜨겁고 뇌를 바늘로 찌르는 듯한 감각이었다. 날카로운 통증 속 알 수 없는 쾌감에 여기사가 몸을 움찔거렸다. 여전히 입을 굳게 닫은 채였다.

가슴 사이에 얼굴을 묻은 그가 여자의 기사용 정장 바지마저 벗겨버렸다. 속옷만 남은 세리나의 나체 위에 완전히 자신의 몸을 겹치면서 그는 손가락을 내려 팬티 위로 세리나의 둔덕을 매만졌다. 아랫배에서부터 쓸어내려간 길고 강인한 손가락이 얄팍한 속옷의 천 위로 음모가 난 둔덕과 그 아래를 만진다. 갈라진 틈을 손가락이 부드럽게 쓰다듬었다. 저리는 감각이 피부를 타고 전신으로 퍼져간다. 세리나는 넋을 놓았다. 손가락은 팬티 위로 은밀한 곳을 더듬고 문질렀고 살짝 긁기도 했다. 그때마다 허리가 튀었다.

“벌써 좀 젖었는데.”

에스트레드가 씩 웃었다. 손가락 끄트머리로 젖은 속옷이 느껴졌다. 그는 세리나의 속옷을 끌어내렸다. 연한 금색의 음모가 달빛에 반짝였다. 긴 남자의 손가락이 그 틈을 비집고 들어가 갈라진 틈에 숨겨진 은밀한 곳을 엄지와 검지로 살살 굴렸다. 세리나가 결국 몸을 떨며 신음을 뱉었다.

“응, 으으...읏…”

“그래. 좋은 목소리야.”

에스트레드의 목소리에도 열기가 올랐다. 그는 여기사의 귓가에 대고 악마처럼 속삭였다.

“자, 이제 내 이름을 불러봐. 에스트레드라고.”

“아, 아…”

손가락이 매끄럽게 여자의 깊은 곳으로 파고들었다. 세리나의 다리를 넓게 벌려 팔로 끌어안고 에스트레드는 신중하게 은밀한 곳을 탐색했다. 이미 달콤한 액체가 흘러 젖어 있었다. 손가락을 천천히 밀어넣자 세리나의 신음이 그쳤다. 그는 여기사의 뺨에 입을 맞췄다. 그녀는 고통을 참는 얼굴이었다.

“세리나, 나의 순결한 여기사. 조금만 참아.”

흐린 녹안이 열기 오른 은청색 눈과 마주쳤다. 그는 손가락을 완전히 밀어넣었고 세리나가 끊어지는 신음을 냈다.

“아!”

“그래, 괜찮아. 쉬…”

숲속의 사고로 처녀성을 잃었지만 세리나는 여태껏 입맞춤 한번도 해보지 않았던 여자였다. 손가락 하나에도 아파할 수 밖에 없었다. 어떻게 해도 단련할 수 없는, 몸 안의 가장 예민하고 은밀한 곳.

그가 천천히 손가락을 왕복운동 시켰다. 찔걱거리며 액체가 손가락에 묻어나왔다. 세리나는 흰 다리를 벌려 에스트레드의 등에 감고 통증을 참았다. 통증 사이로 스물거리면서 쾌감이 피어나기 시작했다. 에스트레드의 엄지손가락이 부드럽게 음핵을 자극했다. 둥글게 돌리는 부드러운 손길에 세리나의 허리가 다시 들썩이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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