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26화 (27/48)

* * *

심증만 있고 확증은 없는 상황.

하지만 그와는 상관없이 에이미의 부티크는 여전히 인기가 많았다. 오드리아는 그 상황을 예의 주시했다. 의심이 사실이라면 가만히 있을 수는 없는 일이다.

에이미가 고의적으로 오드리아와 마주쳤다. 그것을 오드리아 역시 알았지만 모른 척 인사를 건넸다.

“오드리아 영애. 오랜만이에요.”

에이미가 화사한 미소를 지어 보였다.

그녀가 오드리아에게 자신의 모습을 보여 주고 싶어 하는 것이 보였다. 화려하게 빛나는 자신의 대단한 모습을.

물론, 오드리아에게는 그 모습이 오히려 더 천박해 보였지만.

“여전히 잘 지내고 계신가 보네요.”

에이미도 부티크도 모두 통틀어 한 말이었다. 에이미의 입꼬리가 귀에 닿을 기세로 올라갔다.

“네. 너무 잘되고 있답니다.”

에이미 역시 의미심장한 미소를 지으며 받아쳤다.

에이미의 그 환한 미소는 오드리아를 이겼다는 생각에서 나오는 것이다.

무슨 일이 있어도 자신을 못 이긴다고 했던 오드리아의 말을 자신이 얼마나 손쉽게 깨부쉈는지 보여 주려는 듯했다.

에이미는 한창 자신감이 하늘을 찌르고 있었다.

“역시 오웬 자작 부인은 장사가 잘 어울리네요.”

“……?!”

오드리아의 말에 ‘이게 무슨 뜻이지.’라며 에이미의 얼굴 근육이 꿈틀거리며 의심의 눈초리를 했다.

“앞으로는 마담 에이미라고 불러야 하나요?”

오드리아는 그 말을 남기고 돌아섰다.

돌아서기 직전, 에이미의 일그러진 얼굴을 보았지만 무시했다. 자신이 에이미를 무시할수록 그녀는 오드리아에게 보여 주기 위해 더욱 자극적인 행동을 취할 것이다.

그렇게 조금씩 무리를 할 것이고 그러면 분명 뭔가가 나올 것이다. 오드리아는 에이미가 스스로 제 허점을 드러내기를 기다렸다. 명확한 증거를 찾아내기 위해서.

* * *

에이미는 여전히 밤마다 화려한 파티를 하고 부티크는 성공적인 것처럼 보였다.

오드리아는 자세한 상황을 파악하기 위해 최근 매일같이 오필리아 숍을 방문했다. 오늘도 오필리아 숍으로 향하려고 할 때였다.

“신시아 님께서 저택에 방문해 달라는 서신을 보내셨어요.”

“그럼 유스티오 후작가로 가자.”

“네. 바로 준비할게요.”

아마도 지난번에 오드리아가 부탁했던 문제로 부른 것 같았다. 서둘러 후작가로 향했다.

“제가 늦었네요.”

오드리아가 도착했을 때는 이미 신시아와 쥬아나가 차를 마시며 기다리고 있었다. 오드리아는 그 옆에 앉으며 인사했다.

“나도 방금 도착했어.”

“어서 와요.”

쥬아나와 신시아가 이어 말했다. 그리고 세 사람 중 가장 먼저 본론을 꺼낸 것은 쥬아나였다.

“화장품에 들어간 성분이 뭔지 알아냈어.”

오드리아의 시선이 쥬아나를 향했다.

쥬아나가 작은 병 하나를 내밀었다. 투명한 병 안에 담긴 액체가 쥬아나가 손목을 기울일 때마다 출렁였다.

“남부 지역에서 자라는 식물을 가공해서 만든 거야.”

“이게 화장품에 쓰인 건가요?”

투명한 병에 있는 액체의 정체가 무엇인지는 알 수 없지만 분명 평범한 식물은 아닐 것이다. 어쩌면 생각보다 위험한 것일 수도.

“마약이야.”

“……!”

“중독성이 강한 것도 문제지만 어떻게 쓰느냐에 따라 독이 될 수도 있어.”

쥬아나는 덤덤하게 말했지만 그 내용은 결코 가볍지 않았다.

설마 했는데 역시나였다. 오드리아의 얼굴이 딱딱하게 굳었다. 이것만큼은 절대 용서할 수 없었다.

자신들의 욕심을 채우기 위해 화장품에 독성이 있는 마약을 사용하다니. 어째서 이런 걸. 오드리아의 얼굴이 일그러졌다.

“극소량이어서 알아내는 데 꽤 까다로웠다고 하더라고.”

“……고맙습니다.”

오드리아가 힘겹게 입을 뗐다. 하지만 그녀의 얼굴과 표정은 지금까지 본 적 없을 정도로 무거웠다.

설마 하면서도 아니기를 바랐다. 그래도 이 정도로 추락한 것은 아니기를 바랐다. 결국 이렇게 허망한 대답을 들을 걸 알면서도 헛된 희망을 품었다.

“이 사실을 오드리아가 눈치채지 못했으면 피해가 더 커졌을 거야.”

“그랬겠죠.”

세 사람 모두 심각해졌다. 그럴 수밖에.

덤덤하게 말하고 있는 쥬아나 역시 성분 결과를 들었을 때는 깜짝 놀랐었다.

오드리아의 부탁이니 들어주었던 것뿐이다. 안 좋은 성분이라고 해 봤자 얼마나 대단한 거겠냐 생각하고 있었다.

그런데 마약이 들어 있을 줄이야. 이런 일을 얼굴색 하나 안 바뀌고 저지르고 있는 에이미 오웬이 괴물처럼 느껴졌다.

“이게, 장기간 피부에 닿게 되면 어떻게 되나요?”

오드리아가 조심스럽게 물었다. 어떤 대답이 돌아올지 무서운 것 같았다.

“일단 사용되는 양은 극소량이야. 게다가 입으로 삼키는 게 아니라 피부에 닿는 거니까 흡수되는 양 역시 상대적으로 적어.”

그나마 다행스러운 일이었다. 오드리아가 작게 안도의 숨을 내뱉었다. 아직은 그리 위험한 상황은 아닐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마음이 놓였다.

하지만 이어지는 쥬아나의 목소리가 어두웠다.

“문제는 아무리 미세한 양을 사용했다고 해도 이 성분 자체가 굉장히 위험하다는 거야. 처음에는 기분이 좋고 자신감이 생기는 정도겠지만 중독될 수도 있어. 장기적으로 사용할 경우에는 감정을 조절하지 못하고 종종 환각 증세를 보게 돼.”

쥬아나의 말이 이어질수록 오드리아의 얼굴이 일그러졌다. 상상하는 것만으로도 힘들었다.

“……더 심한 경우에는 피부가 썩어 들기도 한다고 하더군. 죽음에 이르기도 하고.”

“어느 정도 사용했을 때 그런 증상이 나오는 거죠?”

오드리아가 무겁게 가라앉은 목소리로 물었다. 쥬아나의 말을 듣는 내내 도저히 일그러진 얼굴이 펴지지 않았다.

“글쎄. 사용량과 빈도에 따라 다르겠지만 빠르면 일 년 후부터, 늦으면 삼 년이나 오 년이 지나서 나오겠지.”

어느 것 하나 그냥 넘길 수 있는 얘기가 아니었다.

지금까지 심각한 문제가 되지 않은 것을 보면 쥬아나의 말대로 극소량에 직접 입으로 삼킨 것이 아니라 아직 문제가 드러나지 않았기 때문인 듯했다.

하지만 그렇게 얼마나 버틸 수 있을까. 아직 드러나지 않았을 뿐 부작용을 호소하는 사람이 분명 있을 것이다. 그리고 곧 문제가 터지고 말 것이다.

그 모든 부작용을 고치기 위해 얼마나 많은 시간이 들지 확신할 수 없었다. 어쩌면 되돌릴 수 없을지도 모른다.

그때였다. 지금까지 두 사람의 대화를 가만히 지켜보던 신시아가 천천히 입을 열었다.

“나도 오웬 자작가에 대해 알아보았어요.”

그녀의 말이 무거운 정적 속에 잔잔한 파동을 일으켰다. 오드리아와 쥬아나의 시선이 그녀에게로 향했다.

“최근 오웬 자작가는 사업을 확장시키고 있더군요. 그것을 주도하는 것은 오웬 자작의 보좌관이자 오웬 자작 부인의 남동생인 노엘이라는 자예요.”

오드리아 역시 알고 있는 부분이었다.

“특히 위기였던 오웬 자작가가 일어날 수 있게 된 건 그 노엘이라는 보좌관의 능력이 큰 역할을 했다고 해요.”

신시아는 노엘에 대한 설명을 이어 나갔다. 그녀의 말에 오드리아는 상황이 어떻게 흘러온 것인지 대략적이나마 감이 잡혔다.

노엘은 어릴 때부터 눈에 띄게 머리가 좋았다. 그가 오웬의 곁에서 모든 것을 움직였을 것이다.

“그리고 지금 오웬 자작가에서 가장 집중하고 있는 사업의 핵심이 바로 오웬 자작 부인이 나서서 운영하고 있는 부티크와 관련한 거예요.”

“……부티크와 관계가 있다니요?”

오드리아의 얼굴엔 불안함이 넘실넘실 밀려왔다.

부티크가 아무리 유행을 한다고 해도 한 가문의 핵심 사업이 되기에는 규모적인 한계가 있었다. 그런데 부티크와 자작가의 사업에 관련이 있다니.

“지금 하고 있는 부티크 사업을 확장시킬 생각인 것 같아요.”

“확장이요?”

오드리아는 앵무새처럼 신시아의 말을 반복했다.

대체 무슨 짓을 하려고 부티크를 확장시키려는 거지.

설마 지금 마약이 들어간 화장품 사업을 확장시킨다는 건가. 짐작이 가는 부분이 그것뿐이라 오드리아의 불안함은 더욱 증폭되었다.

역시나 이번에도 오드리아의 설마는 적중했다.

“부티크는 사업 확장을 위한 시험 같은 거였다고 하더군요. 따로 영지를 가지고 있는 것이 아니다 보니 자작가를 키우는 방법으로 선택한 것 같아요.”

“…….”

“이 화장품을 독점으로 제국 전체에 유통하려는 거예요. 거기에 가능하면 수출하는 것도 염두에 둔 것 같고요.”

오드리아의 얼굴이 험악해졌다. 더 이상 들어 봤자 최악의 얘기만 이어질 것이라는 확신이 들었다.

제국 전체라니, 수출이라니. 생각만으로도 아찔했다. 만약 그렇게 되기 전에 막지 못한다면 피해 규모가 어마어마해질 것이다. 오드리아는 분노가 차올랐다.

자신들의 이익을 위해서라면 다른 사람들의 건강과 인생 따위는 무시하는 두 사람에게.

“그런데 오늘 쥬아나 영애의 말을 들어 보니 오웬 자작가의 사업이 예정대로 진행된다면 문제가 더 커질 것 같네요.”

“네. 그전에 정리해야 할 것 같아요.”

“…….”

신시아와 쥬아나가 진지하게 의논을 이어 나갔지만 오드리아는 어떤 말도 벙긋할 수 없었다. 기가 막히고 너무나도 참담한 심정에.

“이건 아직 확실하지 않지만…….”

아직 다 끝나지 않았는지 신시아가 뭔가를 말하려고 했다.

방금 전까지는 모든 일을 담담하게 얘기하던 그녀가 처음으로 말끝을 흐렸다. 말하기를 망설이는 듯이. 그녀가 고민 끝에 천천히 입술을 열었다.

“지금 말하는 건 확실한 정보에 의한 건 아니에요. 단지 이번에 오웬 자작가에 대해 알아보면서 생긴 자연스러운 의심이에요.”

신시아의 의심이라는 말에 더 긴장됐다. 그녀는 매우 이성적이며 냉철했다. 전혀 근거 없는 말을 꺼낼 리가 없었다. 정황상 충분히 타당하다고 판단했기 때문에 확실하지 않은데도 얘기하는 것이다.

어쩌면 지금까지 나온 얘기보다 더 감당하기 힘든 일일 것 같은 불길한 기분이 들었다.

“만약…… 이런 일이 이번이 처음이 아니라면…… 지금까지 오웬 자작가가 키워 낸 사업 전부가 이런 식이었다면…….”

신시아의 말이 이어질수록 오드리아의 심장이 곤두박질쳤다.

그녀가 의심하는 것이 무엇인지 알 것 같았다.

“지금까지 눈치챈 사람이 없을 뿐 조사해 보면 이전에 했던 사업 중에도 이와 비슷한 경우가 있을지도 몰라요.”

“다른 곳에도 마약이 쓰였다는 뜻인가요……?”

“글쎄요. 그게 마약일 수도, 아니면 다른 그 무엇일 수도 있겠죠.”

신시아는 마약이라고 단정 짓지 않았다. 다만 가능성을 열어 둘 뿐.

어쩌면 마약이 아닌, 그보다 더 심각하고 위험한 것일 수도 있다.

몰락 직전이었던 오웬 자작가의 비약적인 성장 비결이 바로 그것이라는 확신이 들었다.

‘에이미, 노엘, 너희 대체 무슨 짓을 하고 다니는 거야.’

오드리아는 죄책감이 들었다. 그녀가 두 사람을 제대로 단속하지 못했기 때문에. 두 사람을 걱정하여 무엇이든 해 주려던 마음이 두 사람을 망친 것 같았다.

오드리아의 눈빛이 매섭게 돌변했다. 그러니까 두 사람을 막는 것 역시 자신이 해야만 한다고 다짐했다.

“그래서 앞으로는 어떻게 할 생각이야?”

“…….”

“역시 대공 각하께 말씀드리는 게 낫지 않겠어?”

생각보다 심각한 상황에 쥬아나가 걱정스레 물었다.

“뿌리를 뽑을 거예요. 다시는 일어나지 않도록.”

오드리아가 단호하게 말했다. 두 사람이 빠져나갈 방법 같은 것은 철저하게 남겨 놓지 않을 것이다.

“아빠에게 말씀드려야겠죠.”

이건 오드리아 혼자서 해결할 수 있는 선을 넘었다. 이제부터는 트루디 대공의 힘이 필요했다.

“그전에…… 제가 해야 할 일이 있어요.”

두 사람이 저지른 일을 모두에게 알리는 것.

트루디 대공에게 알리는 것은 에이미와 노엘의 만행에 걸맞은 대가를 치르고 난 후여야 한다. 그러려면 여전히 두 사람의 도움이 필요했다.

오드리아가 신시아와 쥬아나를 빤히 바라보자 무슨 뜻인지 이해한 두 사람이 입꼬리를 기분 좋게 말아 올렸다.

“필요한 게 있으면 뭐든 말해요. 도와줄 테니.”

“나도 얼마든지 도와줄게.”

“……감사해요.”

“오드리아. 네가 아니었으면 아무도 몰랐을 일이야. 덕분에 이런 일이 있다는 걸 알게 됐어.”

쥬아나가 미안해하는 오드리아를 향해 씩씩하게 말했다.

사실, 쥬아나와 신시아 역시 이번 일에 깜짝 놀랐다. 모든 사실을 알게 된 후 이것을 눈치챈 오드리아가 대단하다고 생각했다.

설마 이런 질 나쁜 장난을 치고 있을 줄이야. 깜찍하다 못해 끔찍했다.

“그럼 혹시, 부탁 한 가지 더 해도 될까요?”

“뭔데?”

오드리아는 지금 체면 차릴 때가 아니었다. 하나라도 상황을 나아지게 할 수 있으면 뭐든 해야 했다. 그녀의 부탁에 쥬아나가 기꺼이 미소를 지었다.

“혹시 마약 성분을 해독할 수 있을까요?”

“이미 어떤 마약인지는 알고 있는데.”

“이미 화장품을 장시간 사용한 사람들이 있으니 언제고 문제가 나타날 거예요. 미리 해독제를 만들어 두는 게 좋을 거 같아서요.”

릴스테인 후작가는 오랜 시간 마약과 독을 다뤄 왔으니 해독제를 만드는 데도 뛰어날 것이다.

그러니 이 일을 부탁할 수 있는 사람 역시 쥬아나가 최적이라고 생각했다.

이미 마약 성분이 들어간 화장품을 사용한 수도의 레이디가 절반 이상이었다. 그중에 사람마다 차이가 있긴 하겠지만 벌써 부작용이 나타나기 시작한 사람들 역시 꽤 있을 것이다.

이미 써 버린 것은 어쩔 수 없으니 반대로 고칠 약이 필요했다. 일이 터지면 한 번에 공급할 수 있도록.

“많은 양이 필요할 거예요.”

오드리아의 말에 쥬아나가 자신 있는 미소를 지었다.

“이미 하고 있어.”

그녀가 부탁하지 않아도 화장품에서 마약 성분이 검출되자마자 기존에 존재하는 해독제가 있는지 알아보았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없었다.

그래서 쥬아나는 가문의 연구원들에게 해독제를 개발할 것을 지시해놓은 상황이었다.

“늦어도 보름 안에 개발하고 한 달이 넘기 전에 꽤 많은 양을 확보할 수 있을 거야.”

기존에 없는 약을 만든다는 것은 굉장히 힘든 일이다. 그 사실을 오드리아도 대강은 알고 있었다. 그런데 보름 만에 가능하다니.

새삼 릴스테인 가문이 대단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감사해요.”

“그 말은 이제 그만 좀 해. 오드리아의 부탁이 아니었어도 당연히 했을 일이야.”

쥬아나는 불의를 보고 절대 참지 않으니까. 오드리아는 그녀가 언제나 멋있다는 생각에 저절로 미소가 흘러나왔다.

오드리아가 고개를 돌리자 신시아와 눈이 마주쳤다. 그녀가 싱긋, 눈웃음을 지었다.

“나도 오웬 자작가에 대해 계속 알아볼게요.”

오드리아가 무슨 말을 할지 이미 알고 있다는 듯 그녀가 먼저 말했다. 오드리아는 두 사람을 향해 정중하게 고개를 숙였다.

* * *

오드리아는 페이지를 통해 에이미의 부티크에서 화장품을 구입한 사람과 그녀의 호화 파티에 참석한 영애들의 리스트를 받아서 확인하고 있었다.

만약 문제가 생기면 안 좋은 얘기에 자신의 이름이 오르내릴까 봐 일부러 숨는 사람이 있을 것이다.

뒤늦게 발견해서 손을 쓸 수조차 없게 되는 상황을 막기 위해 미리 리스트를 확보해 놓은 것이다.

오드리아는 해독제가 생기면 미리 파악해 놓은 명단의 영애들에게 나눠 줄 생각이었다.

그녀들은 아무것도 모른 채 화장품을 사용한 죄밖에 없다. 그런 사람들을 평생 괴로움 속에 살게 할 수는 없는 일이었다.

오드리아가 리스트에 적힌 참석자들을 꼼꼼하게 살피고 있을 때였다. 노크와 함께 메릴이 들어왔다.

“오웬 자작 부인이 초대장을 보냈어요.”

메릴에게도 오웬 자작가와 관련된 일이라면 무조건 보고하도록 지시를 해 놓은 상황이었다. 그래서 메릴은 초대장이 도착하자마자 오드리아에게 가져왔다.

“내게? 잘못 온 게 아니고?”

“네. 제가 여러 번 확인했는데 분명 오드리아 님께 보낸 것이라고 했어요.”

“……?”

그동안 일부러 오드리아를 피하던 에이미가 초대장을 보냈다.

‘목적이 뭐지?’

분명 호의로 보낸 것은 아닐 것이다. 아마 초대장이 아니라 도전장일 수도 있었다.

‘혹시…… 자랑하려는 건가.’

지난번에 오드리아가 그녀를 은근히 무시한 것을 기억하고 자신이 얼마나 대단한 위치에 있는지를 보여 주고 싶은 것인가.

그렇게 생각한다면 갑자기 찾아온 초대장이 이해가 됐다.

‘뭐, 그게 어떤 의미든 상관없지.’

사실 소문만 무성한 에이미의 파티에 한번 가 보고 싶었다. 대체 그곳에서 뭘 하고 있는 것인지.

초대장도 없이 에이미의 박대를 견디며 어떻게 상황을 살필까 고민하고 있었는데, 이렇게 고마울 수가.

오드리아는 에이미가 수상한 목적으로 보낸 초대장이 반가웠다.

“참석하겠다고 연락해.”

“정말요?”

“응. 갈 거야.”

오드리아가 다시 한번 단호하게 답하자 메릴이 그렇게 전달하겠다며 물러났다. 그녀와 사이가 별로 좋지 않은 것을 알고 있는 메릴이 의아해하는 것이 보였다.

오드리아는 에이미의 연회에 참석할 때 그 어느 때보다 많은 공을 들였다. 그녀의 취향이 아닌 화려하고 값비싼 주얼리들로 준비했다

밤마다 열리는 부티크의 호화로운 파티.

그곳에 오드리아가 입장하자 이미 와 있던 사람들의 시선이 그녀에게로 향했다.

“여기에 오드리아 영애가 어쩐 일이지?”

“그녀는 초대받지 못하는 거 아니었나?”

작은 소리지만 그녀에 대해 속닥이는 것이 분명하게 들렸다.

오드리아는 사람들의 수군거림을 무시하며 파티장 안에 있는 영애들을 쭉 둘러보았다. 다양한 사람들이 와 있었다.

생각보다 많은 사람들의 수에 오드리아의 얼굴이 어두워졌다. 아무래도 문제를 해결하고 나면 뒷수습이 어려울 것 같았다.

하지만 지금 오드리아의 볼일은 에이미를 만나는 것이다. 오드리아는 곧바로 에이미가 있는 곳으로 향했다.

“오웬 자작 부인. 초대해 줘서 고마워요.”

“이게 누군가요. 저야말로 참석해 줘서 고마워요.”

에이미가 오드리아를 보자 다가왔다. 그녀는 어느새 다시 기고만장해져 있었다. 신시아로부터 당한 망신은 모두 잊고 원래의 그녀로 완전히 돌아온 것 같았다.

“소문만큼이나 대단한 파티네요.”

“파티야말로 저희 부티크의 상징이니까요.”

에이미가 자신만만하게 대답했다.

자신의 부티크는 누구와는 달라서 언제나 화려하게 빛난다고, 오드리아에게 보란 듯이 말하고 있었다.

“그래도 이 정도 파티를 매일 열다니, 부담이 되겠어요.”

분명 파티는 대단히 화려했다. 수많은 영애들이 홀릴 만큼.

하지만 지금 이 정도의 파티를 오웬 자작가에서 계속 감당할 수 있을까? 이미 한계에 직면했을 텐데.

오드리아의 눈에는 파티에 들어가는 비용, 그로 인해 에이미가 얼마나 무리하고 있는지가 뻔히 보였다.

“저희 부티크의 인기는 알고 걱정하시는 건가요?”

부질없는 걱정이라는 듯이 에이미가 비웃었다. 그 모습을 오드리아는 유심히 바라보았다.

“그건 지금 봐도 알겠네요.”

“수도에 있는 레이디라면 모두 저희 부티크를 찾는답니다. 그러니 걱정은 오필리아 숍이 해야 하지 않겠어요?”

에이미의 말 속에 은근한 무시가 느껴졌다. 역시 이러려고 초대장을 보냈구나. 피식, 미소가 흘러나왔다.

그녀의 말에도 오드리아는 흔들림 없이 침착하게 주위를 살피며 말을 이어 나갔다.

“여기 있는 분들은 모두 오웬 자작 부인의 화장품을 쓰고 있네요.”

“그럼요. 누가 뭐래도 지금 수도에서 가장 유명하니까요.”

에이미가 어깨를 으쓱했다. 그녀의 콧대가 올라가는 것이 보였다.

그녀는 이번 일로 오드리아에게 승리한 기분이 들었다. 그럴수록 점점 한쪽 입꼬리가 올라갔다.

오드리아는 그런 에이미를 부추기기 위해 속상한 척 연기를 하며 말을 꺼냈다.

“저는 피부가 약해서, 쉽게 피부가 상하더라고요.”

역시나 에이미의 입꼬리가 씰룩이며 기분이 좋아 넘치려는 것을 겨우 참는 것이 보였다. 그녀는 겨우 태연한 척 입을 열었다.

“영원한 아름다음을 유지하고 싶다면 어릴 때부터 꾸준한 관리가 필요하답니다.”

“역시 그런가요?”

“모든 아름다움엔 대가가 따르는 법이니까요.”

오드리아가 그녀의 말에 귀를 기울이는 것 같자 에이미는 더더욱 승리감에 취했다. 그녀는 매혹적인 미소를 띠며 말했다.

그 순간 오드리아는 확신했다. 에이미 역시 알고 있다는 사실을. 그뿐만 아니라 고의적으로 사람들을 속이고 있다는 것까지.

오드리아의 주먹이 미세하게 떨렸다. 분노를 도저히 이겨 낼 수 없어서.

‘절대 가만 안 둬.’

이번 일은 절대 조용히 넘어가지 않을 것이다. 에이미와 노엘을 그야말로 탈탈 털어서 모두 책임지게 만들 것이다. 오드리아는 결심했다.

* * *

에이미는 오드리아를 제대로 눌러 주었다는 생각에 최근 들어 내내 기분이 좋았다.

이 정도 상황이면 앞으로 모든 것이 술술 풀릴 것이다. 그렇게 자신했다. 그런데…….

“이게 지금 어떻게 된 거지?”

갑작스러운 위기에 오웬 자작이 정신을 못 차리고 허둥댔다. 이러다 또다시 망하는 것이 아닌가 하는 불안감이 그를 덮쳤다.

“갑자기 모든 투자가 끊겼습니다.”

사업을 확장시키는 데에는 언제나 위험이 따른다. 하지만 노엘은 언제나 성공했다. 그래서 오웬 자작은 노엘의 말이라면 맹목적으로 믿어 왔다.

그런데 그 결과가 이거라니.

“갑자기 왜 이런 일이 벌어진 건데!”

오웬 자작이 노엘을 향해 버럭 소리를 질렀다. 오웬 자작가가 휘청거린다는 사실을 받아들일 수 없다는 듯이 극도로 흥분한 상태였다.

“제대로 하는 줄 알고 믿고 맡겼더니 이게 뭐야! 고작 이런 결과를 가져오려고 그렇게 잘난 척을 한 거냐고!”

오웬 자작의 소리는 점점 더 커졌다. 이제까지 모든 사업을 노엘에게 맡긴 것은 사실 그가 무능했기 때문이다. 그가 하는 선택은 언제나 좋지 못한 결과를 냈기 때문에.

그러니 자신의 잘못 역시 컸다. 하지만 지금 오웬 자작은 그런 생각은 전혀 하지 못했다.

막대한 손해를 보게 생긴 지금 중요한 것은 이대로는 자작가가 무너질 수도 있다는 위기감. 오로지 그뿐이었다.

“무슨 수를 써서라도 해결하겠습니다.”

노엘이 이를 악물고 말했다. 일단 그를 안심시켜야 했다.

그를 상대하느라 다른 것을 하지 못하는 게 지금 상황에서는 오히려 더 큰 손실을 불러 오는 일이었다.

“이번이 마지막 기회야. 어떻게든 상황을 수습해.”

“네, 알겠습니다.”

오웬 자작은 관용을 베푸는 것처럼 노엘에게 신신당부했다.

겨우 집무실을 벗어난 노엘은 깊은 한숨을 내쉬었다. 당장 해결하겠다고 답했지만 사실 그라고 해서 마땅한 해결책이 있는 것은 아니었다.

“그러게. 내가 분명 무리하게 운영하지 말라고 했는데.”

노엘이 짜증을 내며 중얼거렸다. 그동안 에이미가 부티크를 무리하게 운영하느라 자작가의 예산을 가져다 쓴 바람에 자금 상황이 더 악화되었다.

그래도 무슨 수를 써야만 했다. 지금의 손해를 메울 수 있는 가장 빠른 방법을 찾아서.

자작가의 사업이 휘청이면서 에이미가 운영 중인 부티크는 사실상 모든 것이 멈췄다. 시녀가 에이미의 눈치를 보며 보고했다.

“이제 더는 파티도 부티크도 유지할 수가 없습니다.”

그동안 파티라도 자제했다면 좀 더 버틸 수 있었을 텐데. 파티는 한결같이 이어져 왔고 그럴수록 점점 커져 가는 손실에 결국 부티크의 운영에도 제동이 걸릴 수밖에 없었다.

“노엘에게 얘기해서 자작가의 자금으로 메우도록 해.”

“자작가에서 끌어올 돈 역시 지금은 없습니다.”

시녀가 난처해하며 대답했다.

“이제까지 벌어들인 수익은 어떻게 하고!”

시녀의 말에 에이미가 흥분해서 다짜고짜 화를 냈다.

“그 수익까지 전부 그동안 파티를 여는 데 쓰였습니다.”

“관리를 그렇게 밖에 못해?!”

그동안 자금 문제에 대한 조언도 무시하고 파티를 강행한 건 에이미였다. 그런데 막상 문제가 터지자 에이미는 엄한 곳에 분풀이를 했다.

“제길!”

에이미도 모르지 않았다. 배보다 배꼽이 크다는 것을. 그걸 알면서도 무리하게 운영해 온 것이다.

오필리아 숍이 무너지고 나면 그때부터 정상적인 운영을 해서 자리를 잡을 생각이었다.

하지만 에이미가 아무리 발버둥 쳐도 오필리아 숍은 건재했다. 결국 버티다가 고꾸라지는 쪽은 부티크였다.

‘재수 없어!’

에이미에게 오드리아는 눈엣가시였다. 처음부터 모든 것을 다 가지고 태어나 당연하게 누리고 살아온 인생. 자신이 밑바닥에서부터 기어 올라온 것에 반해서 너무 쉬웠다.

“이대로 무너질 순 없어.”

에이미는 입술을 잘근잘근 깨물었다. 어떻게든 자금을 마련해야 한다.

그녀는 자작가에 돌아오자마자 노엘을 찾아갔다.

“노엘. 자금 좀 도와줘.”

그녀의 말이 떨어지자마자 노엘의 얼굴이 일그러졌다. 그녀를 바라보는 시선이 한심함으로 가득 차 있었다.

“누님, 제가 분명 무리가 안 가는 선에서 운영해야 한다고 하지 않았습니까.”

“지금 네가 도와주면 무리 갈 일 없어.”

에이미가 당연하다는 듯 말했다. 노엘의 머리가 지끈거렸다.

“그게 이미 무리라는 겁니다!”

노엘이 답답하다는 듯 소리쳤다. 이미 자작가도 한계였다.

지금쯤이면 부티크의 운영이 궤도에 올라야 하는데 에이미는 여전히 자금을 요구하고 있었다. 여기저기서 자신을 가만두지 못해서 난리였다.

“오드리아 영애를 누르는 것도 중요하지만 그보다 자작가를 일으키는 게 더 중요한데, 그깟 자존심 싸움에 대체 얼마를 쓴 겁니까. 이제는 부티크에서 수익이 나와야 하는데 아직도 적자인 게 말이 됩니까?”

“사람들의 환심을 사는 게 얼마나 돈이 들어가는 일인지 알아? 파티를 유지하는 것만 해도 하루 매출로는 부족하다고.”

“그 파티도 이제는 그만할 때가 됐잖습니까!”

에이미와 노엘은 서로 대화를 이어 나갈수록 서로의 피로감만 쌓여 갔다.

그녀는 당장 돈만 좇느라 중요한 것을 놓치는 노엘이 한심했고 노엘은 허영만 가득해서 손익 계산도 하지 못하는 그녀가 한심했다.

서로가 서로를 그렇게 보니 합의점이 나올 리 없었다.

“지금 그만두면 이제까지 뿌린 게 다 날아가게 되는 거야! 그게 얼마나 손해인 줄 알아?!”

“……대체 얼마나 써 온 겁니까.”

노엘의 얼굴이 일그러졌다. 에이미가 쓰는 금액을 대충은 알고 있다고 생각했는데 어쩌면 자신이 아는 것이 전부가 아닐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에이미와 노엘이 흥분해서 목소리를 높이며 싸우고 있을 때였다.

“이게 무슨 소리지.”

순간 두 사람 사이에 침묵이 감돌았다. 하지만 발소리가 적막을 깨며 방 안에 울렸고 어느새 오웬 자작이 두 사람 앞에 서 있었다.

“자, 자작님!”

에이미가 당황해하며 오웬 자작을 바라보았다. 하지만 오웬 자작은 평소와는 달리 냉랭한 시선으로 두 사람을 바라보았다.

“방금 전에 들은 내용이 대체 무슨 소리죠.”

오웬 자작이 에이미와 노엘에게 추궁하듯이 물었다. 노엘과 에이미는 누구 하나 먼저 나서지 못하고 서로 눈치를 봤다.

“에이미. 분명 잘되고 있다고 하지 않았습니까.”

“그게, 잘되기는 하는데…….”

에이미가 우물쭈물하며 제대로 대답하지 못했다. 이상한 낌새가 보이자마자 곧바로 오웬 자작의 날카로운 눈초리가 노엘을 향했다.

“노엘. 그동안 문제가 있다는 사실을 알면서도 내게 보고하지 않았던 건가.”

“죄송합니다.”

“지금 상황이 어떤 줄 알면서도 뒤에서 이러고 있었군.”

오웬 자작은 에이미와 노엘을 추궁했다. 오웬 자작가의 존망이 걸린 시점이었다. 이럴 때 문제를 숨기고 있었다는 사실에 오웬 자작은 분노했다.

“지금까지 내게 한 말들이 모두 거짓이었던 건가.”

오웬 자작의 얼굴이 험악해졌다. 그의 시선이 에이미를 지나쳐 다시 노엘에게 향했다.

“노엘. 그래서 재정 문제를 해결할 방법은 찾은 건가.”

“…….”

오웬 자작의 물음에 노엘은 대답하지 못했다. 반나절 만에 떠오를 방법이면 이렇게 애를 먹지도 않았을 것이다.

“그 방법, 저한테 있다면요?”

그때였다. 그 모습을 지켜보던 에이미가 나섰다.

동시에 오웬 자작과 노엘의 시선이 그녀에게로 향했다. ‘정말로 있다고? 그럴 리가.’ 노엘이 미심쩍어하는 시선으로 그녀를 바라보았다.

하지만 에이미는 오웬 자작을 똑바로 바라보았다. 자신의 말을 믿어도 좋다고 안심시키기 위해.

오웬 자작 역시 정말 그 방법이 있을 거라고 기대하진 않지만 지금 상황에서는 아주 작은 가능성도 무시할 수 없었다. 일단 그녀의 말을 들어 보자.

“그게 무슨 방법이지.”

“잠시만, 저한테 먼저 얘기하세요.”

노엘은 혹시라도 에이미가 실수할까 불안한 마음에 끼어들었다. 그녀가 무슨 말을 할지 미리 듣고 괜찮은지 판단할 필요가 있었다.

하지만 방금 전까지 다툼을 한 노엘의 말을 그녀가 순순히 따를 리가 없었다. 에이미가 자신 있게 입을 열었다.

“제게 투자해 주세요.”

“……?”

“갑자기 그게 무슨 소리입니까!”

오웬 자작은 살짝 눈을 찡그렸고 노엘은 그녀가 하는 말의 의미를 알아듣고 다짜고짜 화를 냈다. 부티크에 투자라니 말도 안 되는 소리였다.

“그것만이 자작가가 기사회생할 수 있는 방법이에요.”

하지만 에이미는 멈추지 않고 말을 이었다.

“아직 부티크를 찾는 영애들은 많고. 그 영애들은 모두 저를 따르고 있어요. 그러니 좀 더 효과가 강력한 화장품을 만들어 내놓을 거예요.”

“…….”

“그걸 기반으로 새로운 수익을 창출하면 끊겼던 투자 역시 다시 들어올 거고 그럼 원래 계획대로 진행시킬 수 있어요.”

“하지만 방금 전에 들은 얘기로는…… 부티크도 문제가 있는 거 아닌가.”

“비록 지금은 수익적인 측면에서 어려운 부분이 있지만 어차피 부티크는 당장의 수익보다는 사람들에게 물건을 알리는 것이 목적 아닌가요? 진짜 수익은 그다음이죠.”

노엘은 초조했다. 오웬 자작이 그녀의 말에 점점 넘어가고 있는 것이 보였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는 아직 갈팡질팡하고 있었다.

“그게 생각대로 되지 않으면…… 오히려 더 위험해질 텐데.”

에이미는 살짝 짜증이 나려는 것을 화사한 미소를 지으며 참았다. 그를 설득하기 위해서.

“절대 그럴 일 없어요.”

그녀가 단호하게 말했다. 에이미는 자신 있었다. 지금도 엄청난 인기를 누리고 있으니까.

여기에 좀 더 좋은 제품이 나왔다고 한다면 사람들의 관심은 폭발적일 것이다.

“지금 이 상황에서 가능성이 남아 있는 것은 저밖에 없어요. 대신 제가 하는 일을 전폭적으로 지원해 주세요.”

“…….”

노엘은 체념했다. 이미 오웬 자작은 에이미의 말에 넘어갔다. 자신이 그를 아무리 설득해도 소용없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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