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
아이작이 할 일을 끝내고 오드리아를 찾을 때였다.
“아이작 경.”
집사장이 그를 불렀다.
“오드리아 님께서 오필리아 숍으로 먼저 출발하셨으니 바로 가도록 해요.”
“먼저 말입니까.”
“네. 그러니 얼른 가 보세요.”
“알려 주셔서 감사합니다.”
아이작이 집사장에게 정중하게 인사를 하고 곧바로 오필리아 숍을 향해 발걸음을 빨리 했다.
“먼저 가시다니…… 조금만 기다려주시지.”
공작가를 막 벗어나며 조급한 마음에 중얼거리는데 옆에서 익숙한 목소리가 들렸다.
“어딜 먼저 갔다는 거야.”
“제레미아 님!”
외출에서 돌아온 제레미아가 다가왔다.
“오드리아가 오필리아 숍에 갔어?”
제레미아 아이작의 주위를 살피더니 혼자 있는 것을 보고 물었다.
“네.”
“나도 같이 가지.”
제레미아는 오드리아를 보러 갈 생각에 입꼬리가 자연스럽게 올라갔다. 두 사람은 함께 오필리아 숍으로 향했다.
제레미아와 아이작이 오필리아 숍에 도착했을 때였다.
“이미 돌아가신 지 한참인데요?”
“……!”
페이지가 고개를 갸웃거리며 말했다.
“그럴 리가……!”
아이작이 크게 당황하자 페이지 역시 뭔가 이상하다는 것을 눈치 챘다.
“정확히 언제 떠났지?!”
“혹시, 오드리아 님께 무슨 일이라도 생긴 건가요?!”
두 사람의 당황한 모습에 페이지가 이상한 느낌을 감지하고 물었다.
하지만 제레미아는 거기에 대답할 여유 따위 없었다. 그대로 돌아섰다.
제레미아와 아이작은 가까운 곳에서부터 두 사람의 흔적을 찾아 나섰다.
오드리아와 라미엘이 먼저 출발하고 제레미아와 아이작이 뒤따라오기까지 그리 많은 차이가 있지 않았다.
길이 엇갈린 거라면 좋을 텐데. 아무래도 불길한 기분이 드는 게 불안했다.
그때, 골목 끝에서 둔탁한 소리와 욕설이 들렸다.
‘설마.’
소리가 나는 쪽으로 인기척을 숨긴 채 가까이 접근했다.
‘오드리아!’
오드리아와 라미엘이 한 무리의 남자들에게 둘러싸여 있는 게 보였다.
제레미아의 얼굴이 일그러지며 차갑게 가라앉았다.
오드리아가 몸을 웅크린 채 쓰러져 있는 라미엘을 바라보았다. 아무래도 라미엘의 의식이 곧 끊어질 것 같았다.
‘어떻게 하지.’
아이작이 올 때까지 버티지 못할 수도 있겠다는 불안감이 그녀를 덮쳤다.
‘어떻게든 이곳을 빠져나가야겠어.’
오드리아가 남자들의 눈치를 볼 때였다.
“……!”
모든 것은 순식간에 벌어졌다. 뒤에서 검은 그림자가 보이더니 남자들이 갑자기 입을 억 하고 벌리며 쓰러졌다.
뒤늦게 상황을 눈치챈 또 다른 남자가 “뭐야?!” 하며 돌아보았지만 그 순간 바로 뒤로 넘어가며 쓰러졌다.
“오드리아 님. 괜찮으십니까.”
쓰러진 남자들 뒤에는 아이작이 서 있었다.
그리고 바로 옆에는 제레미아가 있었다.
“오드리아……!”
제레미아가 오드리아를 향해 달려왔다.
“오라버니…….”
오드리아는 제레미아의 얼굴을 보자 그제야 안심이 되어 겨우 숨을 쉴 수 있었다.
“……괜찮아?”
“네…….”
오드리아가 힘겹게 답했다. 오드리아는 크게 다친 곳은 없었지만 많이 지쳐 있었다. 드레스는 더러워지고 머리는 엉망이었다. 그 모습을 보자 제레미아는 피가 거꾸로 솟는 기분이었다.
“그럼 됐어.”
제레미아가 힘겹게 말하며 조심스럽게 오드리아를 감쌌다. 하지만 돌아서는 순간 범인들을 향한 눈은 섬뜩할 정도로 사나웠다.
제레미아는 아이작에게 한마디 툭 던졌다.
“정리해.”
“네!”
“……화났어요?”
제레미아의 얼굴이 왠지 화가 난 것 같았다. 그 모습이 처음으로 무섭다고 느껴졌다. 오드리아가 그의 눈치를 보며 조심스럽게 물었다.
“그게 무슨 소리야.”
“하지만…….”
아무리 봐도 화난 것 같은데. 오드리아는 작게 중얼거렸다.
“리아, 화난 게 아니라…….”
제레미아는 말을 할 때마다 열이 솟구치는 것 같아서 힘들었다. 하지만 오드리아가 놀라지 않도록 겨우 참으며 말을 다시 이었다.
“너무 놀라서…… 겁먹은 거야.”
“……?”
제레미아가 겁을 먹다니. 너무 어울리지 않는 말이었다. 하지만 제레미아는 정말로 식은땀을 흘리고 있었다. 게다가 손끝이 미세하지만 떨리고 있었다.
“죄송해요.”
오드리아가 작게 속삭였다. 여전히 손끝을 떨고 있는 제레미아를 향해.
* * *
뒤늦게 소식을 접한 트루디 대공이 직접 움직이려고 할 때였다.
“대공 각하! 제레미아 님이 오드리아 님을……!”
메릴이 두 사람을 발견하고 큰소리로 외쳤다. 트루디 대공의 고개가 빠르게 돌아갔다.
오드리아가 제레미아와 함께 돌아오고 있었다. 그 뒤에는 아이작과 라미엘도 있었지만 그의 시야에는 들어오지 않았다.
“리아……!”
방금 전까지는 모두를 죽일 것처럼 무서운 기세이던 트루디 대공이 오드리아를 보자마자 눈물을 뚝뚝 흘렸다.
“리아, 네가 만약 잘못되기라도 했다면…….”
트루디 대공이 두려움에 떨고 있었다.
“저는…… 괜찮아요…….”
오드리아는 트루디 대공의 백지장처럼 창백한 얼굴에 마음이 무거워졌다.
“그래, 괜찮아 보여서 다행이다. 정말 다행이야…….”
트루디 대공이 이토록 흔들리는 모습을 보이는 것은 처음이었다. 오드리아는 물론 고용인들 모두 놀랐다.
“그보다…….”
라미엘이 많이 다친 것 같았는데 오드리아가 뒤를 돌아봤을 때였다.
‘어……? 어디로 갔지?’
분명 조금 전까지 뒤따라오던 라미엘이 보이지 않았다.
오드리아는 곧바로 방으로 옮겼고 주치의가 어디 한 군데라도 다치지 않았는지 확인했다.
“안정을 취하시는 게 가장 중요할 것 같습니다.”
다행스럽게도 오드리아는 크게 다친 곳이 없었다. 주치의는 많이 놀란 것 같으니 안정을 취하면 좋을 것 같다며 트루디 대공과 제레미아에게 물러날 것을 은근하게 권했다.
“그럼 푹 쉬도록 해.”
트루디 대공이 떨어지지 않는 발걸음을 애써 돌리려고 할 때였다.
“혹시 무서우면 앞에서 지키고 있을까?”
걱정되는 마음에 제레미아가 어쩔 줄 몰라 하며 말했다. 정말로 문 앞에서 밤새도록 지킬 태세였다.
“저는 정말 괜찮아요.”
오드리아가 몇 번이고 괜찮다고 말하고 나서야 제레미아는 트루디 대공에게 이끌려 물러났다.
“정말 큰일 날 뻔했어요.”
메릴이 오드리아의 잠자리를 정리하며 말했다. 그녀가 얼마나 걱정했는지는 아직도 떨리고 있는 손을 보면 알 수 있었다.
그녀에게 무슨 일이 생기면 걱정하는 사람이 이렇게 많았다.
“…….”
메릴이 나가고 침대에 누웠지만 잠이 오지 않았다. 오드리아는 문득 라미엘이 생각났다. 자신이 다치지 않을 수 있었던 이유는 라미엘 덕분이었다.
라미엘은 그들이 오드리아에게 시선을 돌리지 못하게 계속 그들을 도발했다. 덕분에 제레미아와 아이작이 도착했을 때 라미엘의 얼굴은 거의 시체 같았다.
‘많이 다쳤을 텐데.’
오드리아는 왠지 걱정되기 시작했다. 저택에 도착했을 때 보이지 않던 라미엘이 제대로 치료는 받았을 것 같지 않았다.
* * *
창문도 없는 작고 어두운 방. 라미엘은 제대로 된 치료도 받지 못한 채 침대에 누워 있었다. 이불에 피가 묻어나왔다. 어느 한 군데라도 성한 곳이 없는 몸은 이제 통증조차도 느낄 수 없었다.
아이작이 의사와 함께 와서 치료를 받으라고 했지만 거절했다. 자신은 지금 이 고통을 잊어서는 안 된다. 지금 그를 괴롭게 하는 건 부상으로 인한 통증이 아니었다.
‘역시…… 힘이 필요해.’
힘이 없으니 할 수 있는 일이 아무 것도 없었다. 그래서 오드리아를 위험에 빠트렸다. 그게 미치도록 화가 났다.
그 순간에 제레미아와 아이작이 오지 않았다면 정말 큰일이 생겼을 것이다. 거기까지만 생각하면 아찔했다. 몸의 상처보다 그것이 더 아팠다.
“……미엘.”
“……?”
어두운 침묵 속에서 작은 목소리가 들렸다. 처음에는 환청인가 싶었지만 이번에는 좀 더 선명하게 들렸다.
“라미엘!”
“……!”
오드리아였다.
“여긴 어떻게…… 윽!”
라미엘이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다가 통증 때문에 몸을 웅크렸다. 그 모습을 본 오드리아가 눈을 살짝 찌푸리며 품에 있던 것들을 아래로 쏟아 냈다. 연고를 비롯한 여러 약들이었다.
“이럴 줄 알았어. 이게 뭐야.”
역시나 그녀의 걱정대로 라미엘은 제대로 된 치료도 받지 못한 상태였다.
‘분명 혼자 땅굴 파느라 이러고 있었겠지.’
오드리아가 인상을 쓰며 라미엘을 바라보았다.
갑작스러운 그녀의 등장에 라미엘은 표정 관리가 안 됐다. 오드리아는 오늘 힘든 일들을 겪었다. 약해 빠진 자신 때문에.
그런데도 오드리아는 아무렇지 않은 얼굴로 오히려 자신을 챙겨 주고 있었다. 라미엘은 목 언저리가 뜨겁게 차올랐다.
“따끔해도 참아.”
오드리아는 어느새 자리를 잡고 라미엘의 몸 이곳저곳에 있는 상처들을 살폈다. 그러고는 가져온 약을 직접 발라 주었다.
“……읏!”
“아파도 조금만 참아.”
상처에 직접 닿는 연고 때문에 라미엘이 신음을 흘렸다. 오드리아 역시 저절로 인상이 찌푸려졌다. 하지만 연고를 바르는 움직임은 멈추지 않았다.
연고를 바른 다음에는 큰 상처 부위에 천을 돌돌 감아야 했다. 오드리아는 챙겨 온 천을 풀어서 라미엘의 팔에 두르기 시작했다.
오드리아가 온 신경을 집중하며 붕대를 감는 동안 라미엘은 말없이 몸을 맡겼다.
꼼꼼하게 마무리까지 하고 라미엘의 몸을 살펴보았다. 의사보다는 못하겠지만 붕대를 맨 솜씨만큼은 그럴싸했다.
“다 됐어.”
오드리아가 만족스럽게 고개를 끄덕였다. 이 정도면 당장 급한 치료는 어느 정도 된 것 같았다.
“난 이제 갈게.”
몰래 빠져 나온 것이다. 치료도 다했으니 어서 가야 했다. 오드리아가 돌아가기 위해 라미엘에게 인사했다.
“저기……!”
“응? 왜?”
돌아서는 오드리아를 라미엘이 불러 세웠다. 하지만 정작 오드리아가 돌아보자 라미엘은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
“할 말 있어?”
“약 감사합니다.”
라미엘은 하고 싶은 말이 있어 보였지만 결국 하지 않았다.
“그 정도로 뭘. 상처 벌어지지 않게 조심해.”
오드리아는 활짝 웃으며 방을 나섰다. 홀로 남은 라미엘은 오드리아가 치료해 준 자신의 몸을 내려다보았다.
오랜만에 받아 보는 타인의 호의였다. 아무것도 바라지 않는 순수한 호의.
상대적으로 멀쩡한 손으로 붕대를 조심스럽게 만졌다.
오드리아가 붕대를 감아 주는 동안 그녀의 온기가 스며들었는지 왠지 따뜻한 느낌이 들었다.
라미엘은 붕대 위에 손을 올려놓은 채로 눈을 감았다.
단단하게 매어 있는 붕대에서 약 냄새가 알싸하게 풍기고 몸의 감각이 느껴지지 않았지만 이상하게 마음은 몽글해졌다.
어쩐지 쉽게 잠들 수 없는 밤이었다.
라미엘은 단 하루만 휴식을 취하고 다음 날부터 다시 훈련에 참여했다. 그렇다고 해도 대부분 배제당하고 잡일을 하는 것이 전부였지만.
아직 성치 않은 몸을 한 채 움직이고 있는 라미엘을 발견한 아이작이 다가왔다.
“몸은 좀 괜찮아?”
“네. 괜찮습니다.”
전혀 괜찮아 보이지 않는데 꾸역꾸역 괜찮다고 대답하는 라미엘이 미련해 보였다.
“괜찮을 리가. 무리하지 말고 오늘은 치료받아.”
아이작이 몸이 성치 않은 라미엘이 신경 쓰여 직접 데려가려고 살펴보는데 라미엘의 팔목에 감겨 있는 붕대가 보였다.
“치료받았어?”
“……네.”
“이거 누가 한 거야?”
“……제가 했습니다.”
라미엘은 자신도 모르게 거짓말이 나왔다.
“네가 이렇게 잘했다고?”
아이작이 라미엘의 팔에 손을 뻗었을 때였다.
“건들지 마세요!”
라미엘이 반사적으로 외쳤다. 자신이 외치고도 놀랐다. 다른 사람이 손을 대는 순간 이상하게 거부감이 들었다.
“뭐……?”
“괜, 찮습니다. 이대로.”
“그래, 뭐…… 네가 괜찮다면.”
라미엘은 천이 더러워질 때까지 풀지 않았다. 이미 다 나아서 더 이상 감고 있을 필요가 없어졌는데도 불구하고.
* * *
오드리아가 거리에서 만난 불한당들은 며칠 지나지 않아 모두 소탕되었다.
뿐만 아니라, 최근 거리를 어지럽히던 일당들을 일망타진해 치안이 강화되었다.
지금까지 아무리 백성들이 도와 달라고 아우성쳐도 소용없었던 일이 하루아침에 해결되자 사람들은 얼떨떨해하면서도 쾌적해진 거리에서 자유를 즐겼다.
오드리아의 호위 기사가 새롭게 배정됐다. 아이작을 비롯한 세 명의 기사가 충원되었고 외출을 할 때는 무슨 일이 있어도 두 명 이상의 기사가 함께 움직였다.
라미엘은 더 이상 보이지 않았다.
“라미엘은 호위 자격 박탈이야.”
더는 오드리아를 위험에 노출시킬 수 없다는 트루디 대공의 단호한 의지였다.
오드리아도 이번에는 그 결정을 따를 수밖에 없었다. 이번 일이 있고 난 후 어느 정도 예상하고 있었던 일이었다.
“단, 라미엘이 훈련을 제대로 받고 실력을 갖췄다고 판단될 때 복귀시키도록 하마.”
“네. 알겠어요.”
오드리아도 가족들이 놀라서 걱정하는 모습을 보며 죄송한 마음이 들어서 걱정을 끼치지 않기 위해 조심했다.
라미엘이 더 이상 오드리아의 호위기사가 아니게 되자 같은 저택 안에 있어도 마주치는 일이 거의 없었다.
다만, 아이작과 제레미아로부터 라미엘이 완치되기까지 3개월 정도 걸릴 것 같다는 얘기와 아직 상처가 다 낫지도 않은 상황에서 훈련을 시작했다는 얘기를 전해 들었다.
* * *
제레미아는 잠이 오지 않아서 잠시 밖에 나왔다. 산책이라도 좀 할까 싶었다. 그때 맞은편에서 기사 몇이 걸어오는 게 보였다.
“독하네.”
“대체 어디서 저런 체력이 나오는 거야.”
“쪼그만 놈이 말이야.”
기사들이 대화를 나누며 지나갔다.
“……?”
기사들은 분명 연무장에서 오는 길이었다. 제레미아는 연무장 쪽으로 발걸음을 돌렸다.
‘지금까지 훈련하는 놈이라도 있는 건가.’
공작가의 훈련은 힘들다. 그 제레미아가 힘들다고 할 정도였다. 그것만으로 훈련이 얼마나 힘든지 부가적인 설명이 필요 없었다.
그러다 보니 아무리 열정이 넘친다고 해도 이 시간까지 남아서 훈련하는 것은 체력적으로 무리였다.
‘어떤 정신 나간 놈이지.’
이번만큼은 제레미아 역시 놀라지 않을 수가 없었다. 연무장에서 지금까지 훈련을 하고 있는 사람은 라미엘이었다.
라미엘은 오후에 제레미아에게 지적받았던 것을 다시 반복하고 있었다. 될 때까지 계속할 생각인 것 같았다.
“……지독한 놈.”
제레미아가 중얼거렸다. 그는 라미엘을 알은체하지 않고 그대로 방으로 돌아갔다.
훈련을 시작하기 전이었다. 제레미아는 평소와는 다르게 바로 훈련에 돌입하지 않고 라미엘을 빤히 바라보고 말했다.
“네……?”
라미엘이 당황해서 되물었다. 제레미아가 인상을 구겼다.
“다음 단계로 넘어간다고.”
“시키는 건 뭐든 하겠습니다.”
라미엘이 말했다.
“그러니까 계속 알려 주세요!”
라미엘은 간절해 보였다. 제레미아가 그를 물끄러미 바라보았다.
“지난번보다 더 힘들 거야. 그래도 괜찮아?”
“네!”
“정말 할 수 있겠어?”
“할 수 있습니다!”
제레미아는 간절해 보이는 라미엘을 가만히 바라보았다.
“좋아.”
제레미아는 라미엘을 향해 검을 들었다.
“이번엔 정말로 힘들 거야.”
“각오하고 있습니다!”
라미엘의 결의에 찬 대답을 보던 제레미아가 그의 검집을 빼앗았다.
“제레미아 님……?”
“이렇게 비리비리해서 힘은 쓰겠어? 일단 몸을 만들어야지.”
“…….”
“식사부터 제대로 하고 와. 그래야 훈련을 버틸 테니까.”
라미엘은 어린 시절부터 영양을 제대로 섭취하지 못해 남들보다 작았다. 제레미아의 명령이 있은 후부터 그는 훈련을 하는 동시에 닥치는 대로 먹었다. 무엇이라도 먹을 것이 있으면 가리지 않고 먹어치웠다.
라미엘은 지독할 정도로 빡빡한 훈련 일정을 소화했다. 주위에서 조금은 쉬게 하는 게 어떠냐며 말렸지만 제레미아는 끄떡도 하지 않았다.
“남들만큼 해서 실력이 늘겠어? 남들 쉴 때, 잘 때, 농땡이 부릴 때 전부 쏟아부어야지.”
쉬지 않고 체력을 단련하고 끊임없이 훈련했다. 덕분에 라미엘은 남들과는 다른 시간을 보내는 것처럼 실력도, 몸도 하루가 다르게 달라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