절벽에서 떨어진 그 순간, 모든 불행이 시작되기 전으로 돌아왔다. 오빠 에단의 끔찍한 죽음. 가문의 몰락. 그리고 폭력과도 같은 페로몬 샤워. 그 모든 불행을 막기 위해서는 에단의 정략결혼부터 끊어내야 하는데……. 그런데, 이게 무슨 상황일까. “여기 오빠 없는데요?” “그럼 당신이라도 데려가야겠군요.” 이 인간이 미쳤나. 에일린은 울컥해서 따지고 싶은 걸 억지로 가라앉혔다. 상대는 리하스트 대공이다. 황족의 피가 흐르는, 대적할 수 없는 우성 알파. “절 왜…… 아무리 대공가라도 이렇게 밝은 대낮에 납치라니요.” “납치가 아니라 청혼입니다. 나와 결혼해 주시죠.” 위협적일 정도로 장신의 단단한 몸이 압박하듯 에일린에게 다가왔다. “거절할 자격이 그대에게 있던가?” 이대로 그를 거부한다면 에단이 결혼하게 될 것이 분명했다. 그렇다면, 다시 불행의 시작이다. “그 결혼 내가 할게요.” 끔찍한 불행을 어떻게든 막아야 했다. 만약, 새로운 불행이 닥친다 하더라도. “결혼해요, 우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