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그 남자 약혼녀 구출 작전-88화 (88/102)

88. 아직 좋으려면 멀었는데2017.09.01.

“그럼 동생이랑 안하는 거, 오늘 할까요?”

“내가 이러려고 온 건 아니었는데.”

“하기 싫어요?”

대답도 듣기 전에 유정의 입술을 다시 준서가 가볍게 물고 씹었다. 유정이 우우 소리를 내며 몸을 틀었다.

“아니, 왜 물어놓고 대답도 안 듣고.”

“듣기 싫으니까.”

고개를 든 준서에게 유정이 타박하듯 말하자 준서가 입꼬리를 늘이며 말하고는 다시 그녀의 입술로 고개를 묻었다.

애써 도리질을 쳐서 준서를 밀어내고 유정은 이마를 그의 가슴에 가볍게 박았다.

“무슨 자신감이 이렇게 없어요? 내가 설마 여기까지 와서 노라고 할까.”

“여기 온 이유가 그게 아니라면서요.”

“그렇긴 하지만, 전혀 순수한 생각으로만 온 것도 아니거든요.”

입을 비죽 내미는 그녀를 준서가 하하 웃으며 보다가 으스러질 듯이 끌어 안았다.

“그런데 좀 기다려야 겠는데요.”

“네?”

“집에 그게 없거든.”

그게 뭔지는 말하지 않아도 알 것 같았다.

“상비해 두는 게 아니라서.”

“그런가요?”

“박스 째 사올 테니까 기다려요.”

“아니 무슨 박스 째 사와요.”

“날 모르는 구나. 오늘 알려줄 게요.”

준서가 유정의 콧망울에 살짝 입을 맞추고는 고개를 들었다.

그 때까지만 해도 몰랐다.

언제나 유정에게는 부드럽기만 한 남자가, 안 그럴 때에는 얼마나 무서운 인간이 되는지를.

유정은 중요한 순서를 기다리는 기분으로 몸을 씻었다. 밖에 나갔던 준서가 돌아오는 소리가 들렸다.

온 몸을 벅벅 문질렀으나 그래도 여전히 그의 앞에 모습을 보이기는 부끄럽기만 했다.

“유정 씨.”

기다리다가 지쳤을까. 밖에서 두들기는 소리가 들렸다.

“네, 네.”

“아직 멀었어요?”

“아, 그게......”

유정이 수건 걸이에 걸어 놓은 자신의 속옷을 보았다.

별 생각 없이 입고 나온 거라 그다지 예쁘지가 않았다.

“옷이......”

“네?”

“아니에요. 나갈게요.”

다시 옷을 입고 나서 유정은 슬그머니 욕실을 나갔다. 준서가 컵에 담긴 우유를 내밀었다.

“마시고 기운 좀 차려요.”

“내가 기운 없어 보여요?”

“너무 오래 씻은 거 같은데요. 눕히면 바로 잘 거 같아요.”

그래서 잘 먹인 다음에 잘 먹어 준다는 건가.

유정은 준서가 내민 우유를 마시고 천천히 컵을 내려 놓았다.

“준서 씨는 우유 안 마셔요?”

혼자만 마시는 것 같아서 해본 말이었다.

그러나 그 말이 끝나자마자 자신의 눈 앞에서 빛나는 눈빛을 보고 유정은 자신이 크게 실수를 했음을 깨달았다.

“나는, 이렇게 먹으면 될 것 같은데.”

준서의 입이 유정의 입을 덮치면서 그녀의 몸이 번쩍 들렸다.

놀라 요동을 치던 몸이 침대 위에 떨어졌다.

“뭐하는 거예요!”

“놀랐어요?”

“그럼, 놀라죠!”

“미안.”

그녀의 이마에 입을 맞춘 준서가 웃고는 천천히 웃옷을 벗었다.

유정은 눈을 크게 떴다.

적당히 운동을 해서 만든 듯한, 탄탄한 가슴과 복근이 드러났다.

“뭘 그렇게 넋이 나갔을까.”

“우, 운동 많이 하셨나봐요.”

“좋아하는 편이에요. 그런데 벌써부터 그렇게 놀라면 안되는데.”

준서의 두 손이 유정의 목 위에 얹어졌다.

내가 그냥 벗겠다는 말이 나오기도 전에 입술이 다시 준서의 입술이 닿았다.

입술로 준서를 받아들인 상태에서 준서의 손이 움직였고 그녀의 몸에서도 옷이 벗겨져 나갔다.

“우우우웁......”

유정이 요동하자 준서가 입을 떼고 유정을 마주했다.

“왜?”

“아니, 옷은 내가......”

자기가 벗겠다는 말이 끝나기도 전에 드러난 유정의 가슴을 준서의 입술이 덮었다.

준서의 손이 유정의 바지 버클을 잡았다.

몸에서 무언가 뚝 떨어져 나가는 것처럼 팬티와 바지가 한 번에 벗겨져 버렸다.

“주, 준서 씨......”

유정이 신음을 흘리며 몸을 틀었다. 이 남자, 너무 뜨겁다.

늘 정중하고 매너 있는 모습만 봐서 상상할 수 없었다. 그가 이렇게 흥분한 모습이라니.

뱃 속까지 진동하는 쾌락에 유정이 무릎을 접었고 준서가 두 손을 그녀의 무릎 아래에 넣어 두 다리를 들어 올렸다.

준서의 손이 자신의 버클을 잡고 내렸다. 유정은 눈만 크게 떴다.

“뭘 그렇게 자세히 보고 그러나.”

준서가 부끄러운 듯 얼굴을 붉히며 유정의 얼굴을 잡고 돌려서 자신을 향하게 했다.

“아, 네.”

“아, 뭐라고?”

“아니......”

“걱정하지 마. 아프지 않게 할 테니까.”

준서가 유정의 배 위에 올린 손을 천천히 아래로 내렸다.

유정은 쑥스럽고 민망했다. 드러내어 말은 못하고 볼만 붉히고 있는데 준서가 웃으며 그녀의 볼에 입을 맞췄다.

“아프면 말해.”

“말하면요.”

“좀 느슨하게 해야지.”

유정은 몸 안에 빛가루가 퍼진 듯이 잘게 흩어지는 쾌락에 몸을 흔들었다.

파들 파들 떠는 손을 잡아 주었다. 다른 한 손으로는 그녀의 등줄기를 훑어내렸다. 뜨거운 몸에서 솟아나는 땀이 손에 엉겨 붙었다.

그녀가 비명을 지르며 허리를 젖혔다. 준서는 유정의 등을 끌어 안아 자신의 몸에 붙이고 그녀의 여린 살을 깨물었다.

유정이 온 몸에 열꽃을 피우며 신음할수록 그의 움직임은 더 거세졌다.

“아흐, 아아, 준서 씨!”

더 견디지 못하고 유정은 신음 섞인 소리를 내질렀다.

몸을 숙인 준서가 유정의 젖은 눈가에 입술을 대었다.

“미안.”

“아아, 하아......”

유정은 괜찮다는 말도 못하고 헐떡거리기만 했다.

준서는 고개를 내려 그녀의 흘린 땀을 혀로 닦아 주었다.

흥분의 결과물로 송골 송골 맺힌 땀 위에 다시 뜨거운 혀가 닿자, 뭉근하게 몸이 다시 달구어지기 시작했다.

이러니 사람이 아니라 동물이 된 것 같아, 유정은 지친 중에도 피식 웃고 말았다.

처음에는 땀만 닦아 주는 듯했던 그의 입질은, 점차 노골적인 욕정을 띄면서 그녀의 몸 곳곳에 붉은 꽃을 피워냈다. 잦아든 줄 알았던 쾌락 또한 그녀의 몸 안에서 피어 올랐다.

“유정아.”

“네.”

“우리 유정이.”

준서의 손이 유정의 이마 위를 훑었다. 천천히 상체를 일으킨 준서가 유정의 두 다리를 자신의 어깨에 걸었다.

유정은 고개를 내려 준서를 마주 보았다.

“좋아요?”

아프냐가 아니라 좋냐고? 유정이 웃음을 터뜨리자 준서가 다시 힘을 주었다.

유정이 그 물음에 대한 대답처럼 비명을 지르자 준서도 신음을 흘렸다.

이러다가는 하루 종일 침대 밖을 벗어나지 못할 것 같았다.

“좋은데......”

좋은데 너무 힘들어. 유정은 사정하듯이 준서를 보았다.

“아직 좋으려면 멀었는데.”

준서가 유정의 기대를 여지 없이 무너뜨렸다.

유정은 비명을 지를 힘도 남아 있지 않아 숨만 헐떡거렸다.

“정신이 좀 들어요?”

몇 번이나 했던가. 기억도 나지 않았다. 어르고 달래면서 준서는 지치지도 않는 것처럼 유정의 몸에 자신의 몸을 새겼다.

그러나 소중하게 보듬어지고 있는 느낌 때문인지, 아니면 몸의 말초신경까지 저릿하게 만드는 쾌락 때문인지 그만 하자고 하고 싶지는 않았다.

마지막 정사를 마친 후 유정은 결국 깊이 잠들고 말았다.

“내가 너무 심했나봐요. 기절한 줄 알았어.”

준서의 손에 우유가 들려 있었다. 그것을 보자 유정의 몸이 파르르 떨렸다.

아까 우유를 먹이고 나서 일어난 일련의 일 때문이었다. 설마 먹이고 나서 또 그러려나.

유정의 눈빛을 보고 준서는 그녀가 뭘 두려워하는지 눈치를 챈 것처럼 싱긋 웃었다.

“이제 끝났으니까 마시고 정신 차려요.”

“아, 네.”

그제야 우유를 받아든 유정을 물끄러미 보다가, 준서는 가만히 침대 옆에 걸터 앉았다.

“어디 가서 먹을까요, 아니면 집에서 뭐라도 먹을까?”

“네?”

“벌써 저녁 때라.”

유정은 고개를 들어 시계를 보았다.

“다섯 시간이나 잤어요.”

“제가요?”

몸을 벌떡 일으키려던 그녀가 알몸인 것을 알고는 얼른 이불로 몸을 가렸다. 그 모양을 웃으며 보던 준서가 고개를 내려 그녀의 입술에 자신의 입술을 살짝 맞췄다.

“계속 안 일어나면 앰뷸런스 불러야 하나 했어요.”

유정은 우유를 든 팔에 힘이 들어가지 않는 것을 보면서, 자신이 팔을 움직일 힘 하나 남아 있지 않다는 것을 알았다.

겨우 힘을 주어 우유 한 잔을 마시고 나서 도로 컵을 넘겨주자, 준서가 컵을 바닥에 내려놓고는 다시 정다운 눈으로 유정을 보았다.

“집에 파스타 재료가 있긴 한데 너무 힘을 빼서 파스타는 좀 아닐 것 같고. 먹고 싶은 거 있어요?”

유정은 손으로 배를 만져 보았다. 힘을 빼고 그대로 쓰러진 탓에 배도 고팠다.

“내가 해주고 싶었는데.”

미안한 듯 하는 말에 준서가 고개를 저었다.

“우리집에 왔는데 내가 해줘야죠. 그런데 난 겨우 파스타나 하는 수준이라서. 다음에 오면 좀 더 근사하게 해줄게요.”

“파스타 할 줄 알아요?”

“소스랑 면이랑 섞는 수준이에요. 그런데 지금은 그런 거 먹지 말고.”

준서가 유정에게 다가 앉더니 그녀의 머리 위에 손을 올렸다.

머리통을 잡는 따스한 손길에 유정의 눈이 다시 감겼다. 그 정수리에 준서가 입술을 꾹 박았다.

“뭐 먹고 싶은 거 얘기하면 사올게요.”

준서의 어깨에 머리를 대고 늘어지는 모양을 보니, 어디 나가기도 힘들 것 같아서 한 말이었다.

“지금은 딱히 생각나는 거 없는데.”

그렇게 말하며 유정은 두 손으로 준서의 몸을 끌어 안았다. 준서는 쿡쿡 웃으며 그녀의 머리 위에 턱을 올렸다.

“왜, 더 하고 싶어서 그래요?”

“누구 죽는 꼴 보려고.”

“미안. 나도 제정신이 아니라서.”

그러면서도 준서의 입술은 다시 시작이라도 하려는 듯이 유정의 이마와 코, 입술을 차례로 훑었다.

“설렁탕.”

준서의 입술이 유정의 목에 닿는 순간, 그녀가 준서를 밀어냈다.

“설렁탕 먹을래요, 저.”

“설렁탕?”

“예전에 준서 씨랑 같이 먹었었잖아요. 첫날이었나. 집에 같이 오면서.”

아, 하고 준서의 입이 벌어졌다.

“기억하고 있었네.”

“그럼, 그걸 왜 잊어요?”

“그 때도 나한테 마음 있었어요?”

“아니, 처음 보는 사람인데 무슨.”

눈을 크게 뜨는 유정을 가만히 바라보던 준서가 손을 뻗어 그녀의 머리를 쓱쓱 문질렀다.

“그럼, 소인은 설렁탕을 사러 가 보겠습니다.”

준서의 몸이 막 일으켜지려는 찰나, 유정이 그의 몸을 붙들었다.

“아니, 그러지 말고.”

“응?”

“그냥 같이 가서 먹어요.”

“일어날 수 있겠어요? 기운 없어 보이는데.”

유정이 얼굴을 준서의 가슴에 대었다. 뜨거운 숨을 느끼며 준서는 미간을 살짝 모았다.

“떨어져 있기 싫어서요.”

“응?”

“이게 뭐에요, 보고 싶어서 왔는데 다섯 시간이나 자고. 그런데 또 떨어져 있으라고요?”

준서는 풋 웃고는 유정의 얼굴을 두 팔로 안아 주었다.

“그렇게 내가 좋은가.”

“네. 설렁탕보다 더.”

“칭찬이죠?”

입술과 입술이 만났다. 달큰한 촉감에 유정의 미간이 모아졌다.

“그럼 같이 가요.”

“거기로 갈까요?”

“응?”

“우리 처음 같이 먹은 데.”

엄청나게 배가 고팠다. 첫날에 힘을 빼고 나니 더 그랬다. 활기차게 교무실 청소를 했던 여자가 떠올랐다. 그녀가 발을 동동거리며 버스정류장에 서 있었다.

준서는 연이어 떠오르는 추억을 가슴에 새기며 그녀의 몸을 가볍게 쓰다듬었다.

“천천히 입고 나와요.”

다시 이마에 쪽 소리를 낸 준서가 몸을 일으켰다. 유정은 발그레한 얼굴로 준서의 뒷모습을 보다가, 얼른 침대 밑에 놓인 옷을 주워 입었다.

────────────────────────────────────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