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월 말, 뇌우가 쏟아지는 날이 많아졌다. 아침 일찍부터 흐린 어느 날, 옥매가 정리하고 나가자 임새옥도 무명옷으로 갈아입고 머리를 수건으로 두르고 문을 나섰다. 마차에 오르기 전에 금단이 전가아를 끌고 살금살금 밖으로 달아나는 걸 보고 걸음을 멈추고 고함쳤다.
“감히 글공부 빼먹으려고! 사흘 굶길 거다!”
놀란 두 아이가 다시 안으로 쪼르르 들어가는데, 글선생이 나귀를 타고 천천히 다가오는 게 보였다.
“아이들이 짓궂어서 고생이 많으세요.”
임새옥이 다가가 예를 갖추자, 장삼을 입은 글선생이 수염을 쓰다듬으며 껄껄 웃었다.
“대낭자, 일하러 가시는군요. 근래 비가 많이 내리니 올해 농사는 풍년이겠지요.”
임새옥이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올해 날씨가 좋긴 해요. 하늘이 체면을 세워주네요.”
그녀는 글선생이 들어가는 걸 보고 잘 모시라고 사환에게 당부했다.
밭에는 보리 수확이 끝났고, 파종한 콩도 파릇파릇 새싹이 자랐다. 여기저기 생기가 가득해서 얼마 안 되는 목화가 유난히 빈약해 보였다.
이 시대는 목화 심기가 참으로 쉽지 않은 때였다. 엄격히 규칙을 지키며 일찍 파종하고 뿌리는 깊게 줄기는 짧게, 비료를 풍부하게 뿌리는 등 공들여 가꿔도 영양을 잘 공급할 수 없는 데다가 비닐 천막이 없어서 건초로만 덮었더니, 꽃샘추위를 겪은 씨앗 절반이 싹이 트지 않았다. 나머지 절반은 임새옥이 이리저리 바쁘게 움직이며 ‘맑을 땐 싹이 볕에 타지 않게, 비가 올 땐 새싹이 젖지 않게’ 하는 정책을 관철한 후에야 겨우 완강하게 살아났다.
“안 그래도 자란 것도 별로 없는데, 뽑기까지 하다니. 이 좋은 땅에다 대체 뭘 하려는 건지 모르겠구나!”
텃밭에서 채소를 따러 온 노씨가 옆에 서서 뽑아둔 풀들을 주워 담으며 툴툴거렸다.
“멀쩡하게 자라던 게 이것만 남다니. 땅이 아깝다. 이것들 몇 개만 남겨두면 자라서 금이라도 된다더냐?”
임새옥은 세심하게 흙을 고르며 쉴 새 없이 풀을 바닥으로 내던졌다. 딸이 저를 상대도 하지 않지만 노씨는 계속 잔소리했다.
“종일 괭이질만 하고, 고를 풀이 뭐가 그리 많다고. 그럴 시간 있걸랑 콩이나 더 심어라.”
그렇게 말하는데 천둥소리가 우르릉 울리더니 하늘이 순식간에 탄 솥바닥처럼 캄캄해졌다.
“어머니, 어서 삼저아 데리고 돌아가요. 벼락 맞을라, 나무 밑으로 가지 말고요.”
바닥에 쭈그리고 앉아 벌레를 연구 중인 조삼저를 가리키며 말하자, 노씨가 성큼성큼 다가가 만 세 살이 된 조삼저를 안아 올려서는 괭이를 들고 뛰기 시작했다.
“넌 예서 뭐 하려고! 얼른 가자!”
임새옥은 하늘을 올려다봤다. 바람이 불기 시작하는데, 거센 바람에 목화가 흔들거리자 허둥지둥 손으로 잡았다.
“난 천막에서 잠시 피하면 돼요. 어서 가세요.”
노씨는 어느새 저 멀리 달아났고, 천둥소리가 들리더니 빗방울이 거세게 떨어지기 시작했다.
“보살님, 살려주세요. 봉우리가 필 시기라고요. 꽃이 필 때라고요! 제발 우박은 안 돼요!”
임새옥은 천막 안 문 앞에 서서 손을 모으고 낮게 중얼거렸다.
“대낭자, 대낭자가 심은 저거, 열매 열리면 먹을 수 있어요?”
마찬가지로 비를 피하러 들어온 소작인들이 뒤에서 물었다. 전부터 궁금해하고 있었다. 고작 열 몇 그루밖에 안 되는 식물을 대낭자가 보살 모시듯 돌보는 걸 보면 분명 값진 것이리라.
“신선 열매가 열리는 거 아냐? 우리 마당에 몇 년이나 키운 대추나무도 대낭자가 이제 막 심은 나무에서 나는 열매만큼 실하지 않아. 대낭자가 심는 것이니 분명 신선이 주시는 게지.”
누군가 임새옥의 과수원을 가리키며 하는 말에 임새옥이 깔깔 웃으며 돌아섰다.
“먹는 게 아니에요. 열매 열려도 쓸모없어요. 그냥 심어보는 거죠.”
“재미로 심은 거였군요. 먹지 못해요?”
다들 놀란 표정으로 물었다가 금세 깨달은 듯 고개를 끄덕였다.
“하긴, 이젠 돈이 많으니 뭘 해도 되지.”
임새옥은 그저 웃기만 했다. 문틈으로 목화를 바라보며 올해가 아니라 2년, 3년이 걸려도 제대로 재배하는 건 힘들 것이라 생각했다. 설령 잘 자라더라도 큰 가치는 없을 것이고. 황도파(黃道婆)가 아직 나타나지 않았으니, 방직 기술이 부족했다. 쌀이 있어도 솜씨가 없으면 맛있는 밥을 짓지 못하는 것과 같은 이치였다.
(※황도파: 황파 혹은 황모. 송말 원초 유명한 방직가. 방직 기술을 전수하고 방직 공구를 널리 퍼트린 방직 기술 혁신가)
어쨌든 소작인의 말대로, 지금은 생계 걱정이 없으니 하고 싶은 일에 전념할 수 있었다. 이것이야말로 그녀의 가장 큰 즐거움이었다. 농사란 때론 돈을 태우는 일이다 보니, 자기 뒷배인 소금남을 떠올리며 달콤하게 웃었다.
대서(大暑: 양력 7월 23일경)가 지나고 곧 입추(立秋)가 다가올 무렵, 임새옥의 목화가 드디어 꽃이 활짝 피는 시기가 되었다. 마을 사람들이 몰려들어 구경했고, 채소를 구매하러 온 사람들도 곁에 서서 손가락질하며 한마디씩 거들었다.
“목단 같은 분위기를 풍기는군.”
“아니지. 겨울 매화의 미묘함이 느껴져.”
“대낭자, 이 꽃, 파는 것인가?”
사람들이 이것저것 물었지만, 밭에 선 임새옥은 빙그레 웃기만 했다. 하지만 뭇 사람들로부터 명품이라며 경탄 받은 그 꽃을 꺾어서 뒤에 서 있는 마을 아이들에게 건네주었다. 아이들은 꽃을 치켜들고 장난치며 달려갔고, 임새옥은 꽃이 활짝 핀 나뭇가지를 꺾어서 아무렇게나 내던졌다.
“고맙게도 아직까지는 면화 진딧물이 아직 없네.”
임새옥은 허리를 펴면서 쑤시는 허리를 문질렀다. 늙었나? 반나절 수그리고 있었을 뿐인데 등허리가 쑤셔 죽겠네.
“그러게 왜 혼자 한다고 그래. 이걸 혼자 어찌해요. 끝나면 또 과수원에 가야 하는데요.”
소금남이 그녀의 어깨를 감싸주면서 해를 가리는 멱리를 고쳐 씌워 주었다.
“그러게, 알려주면 내가 한다니까요. 그렇게 못 믿어서야.”
임새옥 생긋 웃어 주다가, 주변 사람들이 얼굴을 돌리는 걸 보고는 겸연쩍어져서 그를 밀어내고 하늘을 올려다봤다.
“오늘은 어머니 집에서 밥 먹어요. 전가아랑 금단이 모처럼 쉬는 날인데, 조금 더 놀게 해줘요.”
조삼랑 집에 갔더니, 노씨가 외할머니와 함께 마당 조롱박 덩굴 아래 앉아 있었다. 노씨는 어머니를 붙들고 큰 소리로 일방적으로 말을 건넸고, 외할머니는 침을 줄줄 흘리며 헤헤 웃기만 했다. 작은 탁자 위에 과함병(果餡餠: 과일을 얹거나 감싼 간식류)과 술 한 주전자가 놓여 있었다. 조삼저는 작은 탁자에 엎드려서는 궁금한 듯 술을 찍어 먹고 있었다.
“어머니! 애를 봐야죠!”
임새옥이 후다닥 달려가 조삼저를 안고서 손가락을 닦아 주었다. 조삼저가 불만이라는 듯 옹알거렸고, 노씨는 태연하게 임새옥에게 눈을 부릅뜨고는 소금남을 향해 방긋 웃었다.
“사위, 모처럼 오는 건데 어서 들어와 앉게. 나는 가서 밥 지어야겠어. 아버지가 마침 술을 열었으니 같이 가서 한잔하고.”
소금남은 예를 갖춘 후에야 자리에 앉았다. 조삼저를 안은 임새옥은 소금남이 외할머니 가까이 앉는 걸 보고 다가가 쿡쿡 찔렀다.
“밖은 더워요. 안으로 들어가요.”
소금남이 싱긋 웃으며 그녀를 잡아 앉혔다. 그리고는 과함병을 들고서 조삼저와 장난치는 걸 본 임새옥은 그가 더럽다고 타박하지 않는 것이 고마워서 그의 손을 가만히 쥐어주었다.
소금남도 웃으며 그녀의 손을 잡고는 말했다.
“며칠 뒤에 경성에 다녀오는 길에 돌아가서 어머님도 모시고 올까 해요. 그동안 낭자가 혼자 고생할 텐데…….”
말이 끝나기도 전에 전가아와 금단이 함께 달려 들어와 입을 모아 외쳤다.
“관아에서 사람이 왔어요! 관아에서 사람이 왔어요! 대인이 부르신대요!”
지금 성안현 현령은 호(胡)씨였다. 주문청처럼 경성 관리였다가 지방으로 온 것인데 주문청과 달리 도량이 넓지 못했다. 관직에 불만이 있어서 얼굴이 항상 우울했다.
소금남과 임새옥이 대청에 앉아 있는 걸 본 호 대인은 별 열정 없이 차를 권하고는 두 사람이 움직이지 않아도 신경 쓰지 않고 뜨뜻미지근하게 인사치레한 후 입을 열었다.
“내가 할 말은 아닌데, 민심이 달린 일이라 어쩔 수 없이 거슬리는 말을 할 수밖에 없소, 대낭자.”
관아에서 부른다는 말을 들었을 때부터 이미 눈꺼풀이 떨리기 시작한 임새옥은 대인의 안색을 보고 더 불안해졌다. 아무래도 이 대인은 자신들을 좋아하지 않는 듯했다.
“하실 말씀 있으면 편히 하십시오.”
소금남은 천천히 대답하고 차를 마시다가 눈살을 살짝 찌푸리며 찻잔을 내려놓았다. 그 모습을 본 호 대인은 자기가 내준 차가 마뜩잖은 걸 알고 속으로 콧방귀를 뀌었다. 두 사람이 안으로 들어오자마자 힐끔 봤더니 여인은 옷차림이 정갈하지만 소박해서 부자 같은 느낌이 전혀 없었다. 그런데 지금은 소금남이 차를 마시느라 손을 드는 순간 손에 낀 반지가 슬쩍 보였다. 그걸 본 호 대인은 가슴이 철렁했다. 저 옷의 옷감은 진상할 정도로 좋은 운금(雲錦)이고, 반지도 새하얀 것이 극히 좋은 물건이었다. 저절로 침이 꼴깍 넘어갔다.
“대낭자, 천막 채소를 재배한 지 이미 3년이 되었지? 조정에서는 각 현마다 천막 채소에 대한 특별 허가를 하나씩만 내리지 않은가. 이제 곧 입추가 되어 채소 공급이 빠듯해지는데, 대낭자가 채소를 더 많이 심지 않았을뿐더러 오히려 땅을 비워 다른 걸 심었다던데, 사실인가?”
호 대인이 느릿느릿 말하며 불만스러운 듯 두 사람을 훑어보았다.
“맞습니다.”
임새옥은 고개를 숙인 제 몸 위로 호 대인의 시선이 스쳐 지나가는 걸 느낄 수 있었다. 못마땅하다는 목소리로 타박하듯 하는 말을 듣고 조금은 당황스럽고 어리둥절해졌다.
내가 한 일이 행정에 어긋나는 일이었나? 크게 말하면, 황명을 거역한 건가?
“대인, 내년 특별 허가는 얼마입니까?”
소금남이 갑자기 말을 자르며 물었다. 호 대인은 비아냥거리듯 웃으며 수염을 쓰다듬었다.
“대관인 집안이 만석꾼인 건 나도 아네. 돈은 얼마든지 낼 수 있겠지. 땅을 사서 아내를 즐겁게 해주고 싶은 거겠지. 음, 재미있는 일이지.”
임새옥과 소금남이 화가 나서 뭐라고 하기도 전에 호 대인이 일어서더니 정색하면서 싸늘하게 말했다.
“대낭자는 장난 삼아 놀고 있는 모양이니, 천막 채소는 다른 이에게 넘기겠네. 그래야 백성들에게도 보탬이 될 것 아닌가.”
관아에서 나온 뒤에도 임새옥은 마음이 답답했다. 소금남은 위로하려는 듯 그녀의 손을 잡았다.
“돈을 더 달라는 것일 뿐이에요. 주면 그만이지. 걱정할 것 없어.”
임새옥이 고개를 저으며 쓴웃음 지었다.
“특별 허가 같은 건 신경 쓰지 않아요. 타인에게 넘겨도 그만이고. 어차피 신경 쓸 여유도 없는걸요. 몇 년 동안 농사지어서, 토양에 수분도 부족해져서 다른 걸 심어도 좋아요.”
그녀는 잠시 입을 다물었다가 억울한 듯 소금남을 바라봤다.
“금가, 내가 선물을 보내지 않아서 미움받는 걸까요?”
그러면서 고개를 떨궜다.
“내가 이렇게 어리석어요. 농사 말고는 아무것도 몰라. 이러니까 싫어하지. 말도 잘 못 하고, 접대도 못 하고, 눈치도 없고…….”
말이 끝나기도 전에 소금남이 말을 자르면서 그녀의 입술을 톡 쳤다.
“하지만 우리 낭자는 운 좋게 나를 만났잖아요. 그럼 됐지.”
임새옥이 입술을 실룩이며 칫, 소리를 냈다.
“운이 좋기는요.”
그러더니 그제야 웃으면서 한숨을 내쉬었다.
“맞아요. 정말 운이 좋아요. 이거라도 배워서 다행이지, 아니었다면, 나같이 어리석은 사람은 살아남지 못했을 거예요…….”
여인의 얼굴이 환해진 걸 본 소금남은 그녀를 품에 안으며 말했다.
“낭자, 당신은 이대로 충분해요. 아주 좋아. 당신보다 더 나은 사람이 어디 있어? 모든 사람이 당신을 좋아할 필요가 있나? 우리 둘이 이렇게 지내면 좋지 않아요?”
임새옥은 그의 말에 조금은 어리둥절했다가 이내 조금 낙담했던 마음을 버려버렸다. 그리고 길거리라는 걸 아랑곳하지 않고 소금남을 살짝 안으며 품에 기댔다.
“응. 지금이 참 좋아요. 최고로 좋아요.”
같은 시각 경성.
큰비가 무더운 열기를 식혀주면서 비 온 뒤 날이 선선해지자, 집에 틀어박혀 있던 사람들이 거리로 나왔다. 신선한 과일이 시장에 나올 시기였다. 이랑진군의 생일이 막 지난 때라 거리에는 축하 분위기가 아직 가시지 않았다. 특히 대상국사(大相國寺) 앞은 나들이객들이 북적거렸고 거기에 상인들까지 몰려들어 사람이 바글바글했다.
대상국사 동쪽 담장을 따라 위로 올라가면 사람이 뜸해졌다. 사택 몇 채가 흩어져 있데, 녹옥이 손을 움켜쥐고 고개를 숙인 채 다급하게 골목을 지나서 어느 작은 문 앞에서 멈췄다. 그리고 한참 주저하다가 이를 악물고 문 안으로 들어갔다.
끼익하는 소리와 함께 송옥루가 반가운 기색으로 물었다.
“대관인, 대관인이세요?”
송옥루는 밖으로 나오면서 허둥지둥 머리카락을 올리다가 녹옥 혼자 쭈뼛대며 서 있는 걸 보고는 얼굴에 서리가 내린 듯이 서늘해졌다. 옆에 있는 빗장을 잡아채서 휘두르자, 녹옥은 피하지도 못하고 목을 움츠리며 무릎을 꿇었다.
“망할 년, 또 발뺌하려고? 말 하나 전하라는데, 며칠 동안 그거 하나 전하지 못하고 뭐하니? 놀러 다니니?”
송옥루가 얼굴이 창백해져서 성큼성큼 다가가 녹옥의 얼굴을 힘껏 꼬집었다. 얼마나 세게 꼬집었는지, 시녀가 엉엉 울면서 대답했다.
“아니에요. 제가 어떻게 그래요. 공주부에 가까이 가기만 하면 때리는걸요. 며칠 내내 지키고 있었는데도 못 뵈어서…….”
송옥루는 시녀를 연거푸 걷어차다가 갑자기 심장이 심하게 뛰어서 숨을 헐떡였다. 살짝 나오기 시작한 배를 쓰다듬는데, 공들여 그린 눈가에서 눈물이 흘렀다. 녹옥이 서둘러 일어나 그녀를 부축해서 앉혔다.
“부인, 진정하세요. 내일 다시 갈게요. 호 대저에게도 말했으니까, 대관인이 분명 아시게 될 거예요.”
소매로 눈물을 닦던 송옥루가 눈을 부릅뜨며 혀를 찼다.
“그년에게 왜 말해! 그 창부에게 내 우스운 꼴을 보일 생각이냐?”
송옥루가 녹옥의 머리를 콕콕 찍으며 말을 이었다.
“다시 가! 다시 가라고! 그 사람을 못 만나면 공주라도 만나고 와! 상대가 누구든 알게 뭐람! 이 송옥루를 버리는 게 그렇게 쉬운 줄 알아?”
녹옥은 겁에 질려 뒷걸음질 치듯 문 앞까지 갔다가 다시 돌아보며 입을 달싹였다.
“부인, 노야가 며칠 전에 돌아오셨어요…….”
“그 가난뱅이 이야기는 뭐 하러 해! 노인네가 뒤지지도 않고 찾아와 우는 바람에 조용히 살 수가 없어! 드디어 찾아오지 않는데, 또 왜 이야기를 꺼내!”
“그게 아니라, 부인. 듣자 하니 노야가 큰 공을 세우셨대요. 폐하께서 상도 내리셨대요. 며칠 전에 집 앞을 지나갔는데, 사람이 바글바글하더라고요. 다 축하하러 온 사람이었어요.”
송옥루는 몹시 놀라서 한참 동안 눈을 동그랗게 뜨고 있다가 천천히 배를 쓰다듬으면서 피식 웃고는 녹옥에게 손짓했다.
“그렇다면, 핑계를 찾아서 집에 가보렴. 내가 여기에서 태교 중이라고 노야께 말씀드려. 데리러 와야 정리해서 집으로 돌아가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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