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버지, 아버지!”
임새옥은 벌써 반나절 동안 조삼랑의 뒤를 졸졸 따라다녔다. 조삼랑은 골치가 지끈지끈 아팠다. 그는 노씨처럼 아이를 험하게 대하지는 못해서 때리지도 못하고 욕도 못 하고 그냥 눈만 부릅뜰 뿐인데, 아쉽게도 임새옥은 진작 적응해서 하나도 두려워하지 않았다.
조삼랑은 아내가 친정에 간 지 며칠이나 지났는데 오지 않는다고 투덜거렸다.
“아버지, 한 수레만 가지고 가면 돼요. 네?”
임새옥이 다시 조삼랑의 옷자락을 잡고 불쌍한 표정을 열심히 지었다.
“화아는 천노로 팔려 가고 싶지 않아요. 영원히 아버지를 못 만나게 된다고요!”
금세 마음이 약해진 조삼랑이 돌아서서 얼굴을 구기며 말했다.
“이럴 줄 알았으면 주인에게 잘 빌어보지 그랬냐! 인제 와서 이런 생떼를 쓰면 무얼 해!”
희망이 보이자 임새옥은 폴짝폴짝 뛰고 싶은 마음을 애써 누르며 손뼉을 쳤다.
“돼요, 된다고요. 아버지, 어서 똥 한 수레 옮겨주세요.”
조삼랑은 어찌할 도리 없이 아우에게 밀차를 빌려서 마당에 모아둔 소똥을 한 차 가득 담았다. 그는 임새옥을 따라 마을 밖으로 나가며 중얼거렸다.
“이리 좋은 똥을 낭비하다니. 네 어미가 돌아와서 때리면 어쩌려고.”
임새옥은 날아갈 듯이 기분이 좋았다. 마침 이런 때에 노씨가 친정에 가다니, 정말이지 하늘이 눈을 번쩍 뜬 모양이었다. 아니었다면 보온에 쓸 똥을 구하지 못했으리라. 나중에 노씨가 돌아와서 때린다고 해도 상관없었다.
잠시 생각에 잠겨 있던 그녀는 유소호 집 문밖에 쌓인 똥 더미를 가리켰다.
“아버지, 저것도 담아요.”
조삼랑이 펄쩍 뛰었다.
“유 대낭 집 걸 어떻게! 그걸 주겠느냐?”
임새옥은 딱 봐도 정리해둔 똥 더미를 보며 생긋 웃었다. 유소호가 일부러 준비해 준 것이 틀림없어서 자세히 설명하지도 않고 어서 실으라고 조삼랑 등을 떠밀었다. 조삼랑은 잔뜩 의심하다가 결국 문 안으로 들어가 유 대낭에게 이야기했다. 일감을 들고 밖으로 나온 유 대낭은 임새옥을 바라보며 웃을 뿐, 이내 고개를 끄덕였다.
“난방에 쓰려고 이랑이 주워온 것인데, 곧 날씨가 따듯해질 거라 필요 없어요. 필요하면 가지고 가세요.”
“화아가 난리를 부려서 말입니다.”
조삼랑은 그녀에게 감사 인사를 하면서 그제야 똥 더미를 수레에 실었다.
그리고는 타향에서 온 외로운 모자가 너무 가련하니 나중에 장작을 나눠줘야겠다고 결심했다.
자신의 밭으로 간 조삼랑은 괴상한 천막을 바라보며 얼떨떨해져서 눈을 끔뻑였다.
“땅을 이리 망쳐 놓으면 어쩌냐. 봄이 되면 뭘 심으라고? 식구들이 뭘 먹고 살라고! 얼른 다 치워라!”
조삼랑이 제 목숨줄을 건드는 걸 보고 있을 임새옥이 아니었다. 그녀가 다급하게 그를 말렸다.
“아버지, 다른 거 심는 거랑 상관없어요. 저는 5월까지만 쓰면 돼요. 안심하세요. 이 연근, 팔면 큰돈 번다고요. 5년 치 수확은 벌 거예요.”
조삼랑이 어린애의 말을 어디 그렇게 쉽게 믿을까. 연신 ‘내 땅, 내 땅’ 하면서 외쳐대다가 겨우겨우 돌아갔고, 임새옥은 아랑곳하지 않고 실어 온 똥을 이리저리 뛰어다니며 밭 구석구석 뿌렸다.
정오의 해가 뜨거울 때라, 녹기 시작한 강물이 미리 파둔 고랑을 통해 서서히 밭으로 흘러들어왔다. 유소호도 마침 나타났다.
“나 혼자 하면 돼. 넌 얼른 돌아가.”
임새옥은 맨발로 흙탕물에 서서 자기가 심은 연근을 유심히 살폈다. 얼마나 흥분했는지, 뼈가 에일 듯이 발이 시린 것도 전혀 느껴지지 않았다.
“괜찮아. 내가 한 번 보고 갈게.”
달달 떨면서도 자신 가득한 임새옥의 얼굴에, 유소호는 ‘마음이 안 놓여서 말이야. 농사 지을 줄은 아냐?’ 하는 말을 꿀꺽 삼켰다.
“추워. 들어오지 마.”
유소호가 신을 벗고 바짓단을 걷어붙이고 진흙으로 들어오자 임새옥이 급하게 말렸다. 그녀는 금세 빨개진 그의 얼굴을 안쓰러운 마음으로 바라봤다.
“네가 이런 걸 견뎌 본 적 있겠어? 얼른 올라가.”
그런 말이 듣기 싫은 유소호는 진흙을 들어 올려 임새옥을 향해 튕기며 짐짓 화난 듯 외쳤다.
“내가 너 같은 여인네보다 못할 것 같으냐!”
전혀 예상치 못한 공격에 임새옥은 아이고, 하고 소리쳤다. 온 얼굴에 진흙이 튀어서 얼룩덜룩해졌고, 유소호는 우스꽝스러운 그녀의 얼굴에 배를 잡고 웃었다.
“생각해 주니까, 이게! 야, 이 백면서생아!”
임새옥도 바로 반격했다. 어차피 진흙이 묻은 이상 옷은 다 버렸고, 더 더러워져도 상관없었다. 한순간 흙탕물이 사방에 튀고, 꺄악꺄악 외치는 소리, 웃음소리가 서서히 대지를 뒤덮었다.
버드나무에 새싹이 트고 돌아온 제비가 나무에 둥지를 틀면서 처마 위에서 지지배배 울기 시작했지만, 십방촌 사람들은 아직 두꺼운 옷을 벗지 않고 봄에 두껍게 입고 가을에 얇게 입는 것이 몸에 이롭다는 이념을 실천하고 있었다.
임새옥은 팔짱을 낀 채 반쯤 열어둔 천막을 진지하게 살펴보았다. 연뿌리를 심은 지 거의 한 달이 다 되어가고 얕은 진흙 위로 작은 녹색 연잎이 보이기 시작했다. 유소호는 조심스럽게 그 안을 걸으며 시커멓게 썩은 똥 거름을 조심스럽게 뿌렸다. 연뿌리를 밟지 않아야 하고, 똥 거름을 연잎을 피해서 뿌려야 했다.
“이렇게 얕은 물에 자랄 줄은 정말로 몰랐네.”
그는 들뜬 표정을 감추지 못한 채 바삐 움직이며 중얼거렸다.
그의 말을 듣지 못한 임새옥은 하늘을 올려다보며 중얼거렸다.
“수확이 있을지 없을지는 모두 수분에 달렸고, 수분이 많고 적고는 비료에 달렸어. 내가 할 일은 착착 다했으니 이제 하늘에 달렸다. 하느님, 제발 뒤늦은 봄눈만은 내리지 말아 주세요.”
날씨가 아직 완전히 포근해진 건 아니라는 걸 떠올린 그녀는 서두르라고 유소호를 재촉했다. 잘못하면 연근이 얼어버릴 수 있었다.
유소호는 마지막 거름을 뿌리고 밖으로 나가서 우선 덮개부터 덮었다. 그리고 한쪽으로 가서 발에 묻은 진흙을 털어내며 말했다.
“난 거름으로 쓰려고 똥을 모은 줄 알았더니. 보온 때문이었구나. 이런 방법은 어디서 알게 된 거냐?”
임새옥은 일부러 이상한 척하며 되물었다.
“이게 뭐가 신기해? 마을 사람들 다 아는 건데?”
그리고는 무시하는 시선도 잊지 않았다.
“내가 뭐랬어, 넌 백면서생이라니까? 본 게 없으니 이상한 게 많지!”
유소호는 그녀를 흘겨봤다. 아무래도 의심스러웠다. 정말로 마을에서 전하는 재래식 방법이라고? 아버지는 말씀하신 적 없는데?
그러나 생각해 보면 아버지 곁에 있었던 시간이 아무래도 길지 않았던 데다가, 이런 걸 못 배우게 했으니 아버지가 가르쳐주지 못한 것이 많았을 것이다.
유소호의 낙담한 모습에 임새옥은 이 아이가 또 농부 같은 제 아버지를 떠올렸음을 짐작했다. 유씨 아버지가 어떤 사람인지 갈수록 호기심이 생겼지만, 이내 호기심을 억누르고 작은 돌멩이를 던져 유소호를 깨웠다.
“얼른 돌아가. 어머니 걱정하시겠다!”
청명(淸明)이 지나 진정한 봄이 찾아오면서 햇살이 포근했다. 유소호는 신을 다 신고도 일어나지 않고 오히려 벌렁 드러누웠다. 그는 벌써 보드라워진 잡초 위에 누워 비료 냄새가 섞인 들판 냄새를 맡으며 눈을 가늘게 뜨고 기분 좋게 마음을 가다듬었다.
임새옥은 조금 웃겼다. 과거가 언제 치러지는지는 몰라도, 유 대낭이 갈수록 유소호의 글공부를 바짝 다그치는 걸 느낄 수 있었다. 심지어 피 같은 돈을 들여 성에서 글선생을 모셔 한 달에 두 번 지도받았다.
임새옥은 노새 수레를 타고 들어오는 수염이 하얀 글선생을 마을 입구에서 본 적 있었다. 딱 봐도 학식이 있어 보이는 사람이었다. 다만, 유소호의 머리를 얕잡아 보는 게 아니라, 농업 지식이라면 자기가 가르치면 대가가 될 가능성이 있을 것 같지만, 시를 읊고 문장을 짓는 건 젖 먹던 힘을 쥐어짜도 문인들 사이에서 겨우 비웃음 사지 않을 정도로 보였다.
임새옥은 그 생각에 저도 모르게 웃음을 흘리며 다시 돌멩이를 던졌다.
“얼른 가서 글공부해. 장원랑이 되면 네 권력을 빌려서 이 마을 땅을 다 사들일 거야.”
“땅을 그렇게 많이 사서 뭐 하게? 네 아버지 혼자 농사짓지도 못하는데.”
유소호는 나른하게 말할 뿐, 여전히 꿈쩍도 하지 않았다. 그의 편안해 보이는 모습에 임새옥도 속이 간질간질했다. 여자로 태어난 것이 아쉬웠다. 농촌에 태어나서 온 천지를 돌아다닐 순 있지만, 보이는 모습을 신경 쓰지 않을 수가 없었다.
유소호가 몰래 와서 도와줄 뿐인데도 마을 사람들이 이상하게 보는 게 느껴졌다. 그나마 촌사람들은 원래 서로 도우며 농사지어서 다행이었다. 농번기엔 남녀를 불문하고 서로 돕는 것이 관례라서 넘어간 거지, 손가락질하며 내뱉은 말에 깔려 죽었을지도 모른다. 유소호처럼 바닥에 벌렁 누워있는 걸 누가 봤다가는, 노씨에게 맞아 죽을 것이고.
“땅? 당연히 내가 농사지으려고 하는 거지.”
임새옥은 제 주위에 일궈 달라고 기다리는 것 같은 땅과, 저 멀리 높낮이가 다른 언덕들을 바라보며 자기 고향, 자기 과수원을 보는 것 같아서 어쩐지 아련해졌다.
“보리를 잔뜩 심고, 목화도 많이 심어야지. 실로 짜서 솜옷도 만들 거야. 무명옷도 제대로 못 입는 지금보다 낫겠지. 또 천막도 계속 만들 거야. 채소도 심고, 꽃도 심고. 돈을 많이, 많이 벌 거야. 돈이 생기면 저기 언덕을 사서 과일나무를 심을 거야. 대추나무, 감나무. 그리고 저기에 큰 집을 지을 거야. 마당엔 닭을 기르고, 뒤엔 돼지를 기르고. 동쪽 언덕엔 양을 키우고, 서쪽엔 소를 키우고…….”
이야기를 듣던 유소호가 웃음을 터트렸다. 머릿속에 그 광경이 쉽게 그려졌다. 놀리려고 하는데 갑자기 임새옥이 목 놓아 울기 시작하자, 유소호는 화들짝 놀라서 어안이 벙벙한 얼굴로 물었다.
“왜 이래. 멀쩡히 왜 우는 거야?”
집이 그리웠다. 너무너무 그리웠다. 그러나 할 수 있는 게 있나? 갑자기 치민 감정을 억누를 수밖에.
유소호는 잠시 생각하다가 그녀가 가난한 현실을 한탄하고 우는 줄 알고 주위를 가리키며 말했다.
“이까짓 땅은 사실 돈이 그리 많이 들지 않아. 하지만 지금은 내게 돈이 없어.”
잠시 자신이 없어졌던 유소호는 금세 다시 기운을 차리고 결심한 듯이 말을 이었다.
“장차 내가 관리가 되면 여기 다 사줄게. 어때?”
한창 울던 임새옥도 그 말이 조금 이상하다고 생각했고, 유소호 본인도 혀를 깨물 뻔했다. 두 사람의 마음속에 동시에 의문이 생겼다.
내가 왜 이런 약속을 얘한테 하는 거지?
얘가 왜 이런 약속을 나한테 하는 거지?
“그, 그러니까, 너희 집에서 우리 어머니에게 따뜻한 탕을 주, 준 보답으로 말이다.”
유소호는 어떻게든 변명하려다가 얼굴이 붉어져서 벌떡 일어나서 더듬더듬 말을 이었다.
“그, 그때 너희 집이 지보(地保: 지방에서 관청의 업무를 도와 자잘한 일들을 처리하던 사람)에게 우리를 좋게 말해주지 않았으면 지금 이 세상에 나와 어머니는 없었을 거니까. 나 유이랑은 은혜는 반드시 갚는 사람이거든.”
유소호의 난처해하는 모습에 임새옥은 웃음이 터졌다. 유소호도 머쓱해져서는 간다는 말만 남기고 쿵쿵 달려갔다. 임새옥은 혼자 깔깔 웃다가 눈물을 닦았다. 추태를 보인 것이 머쓱해져서 얼른 그런 우울한 기분을 떨쳐버렸다.
천막을 끼고 천천히 살피는데 얼마 지나지 않아 조삼랑이 뒷짐을 진 채 어슬렁어슬렁 오는 게 보였다. 연근이 이 한겨울에 정말로 싹을 틔울 줄은 몰랐다. 밭과 거름을 망친 걸 알고 벼락처럼 화를 내던 노씨도 더는 따지지 않았고, 밤에도 천막 안 온도를 유지해야 해서 화로를 두어야 한다는 임새옥의 말에 밭 근처에 초가집을 지어 지키라고 오히려 조삼랑을 닦달했다.
“제대로 돈 벌지 못하면 가죽을 벗겨 버릴 거다!”
노씨는 임새옥을 노려보며 사납게 말했다. 벌써 몇 개월이 된 조삼저는 어머니 말에 맞장구라도 치듯이, 어머니 품에서 주먹을 들어올려 언니를 향해 흔들어 보였다.
임새옥이 메롱 하고 혀를 내밀자, 야위고 자그마한 조삼저가 침을 줄줄 흘리며 배시시 웃었다.
“아버지, 여긴 제가 지키고 있으니까 오실 거 없어요.”
임새옥이 다가가며 하는 말에 조삼랑이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돌아가 보아라. 네 어미가 찾는다.”
임새옥은 무심결에 매일 해야 하는 일들을 머릿속으로 되짚어 보았다. 하지만 모든 것을 끝낸 후에 나왔음을 확신했다.
며칠 동안 착실하게 지냈으니 딱히 혼날 일이 없을 텐데?
조삼랑에게 물어도 그저 돌아가라는 말 말곤 하지 않아서 할 수 없이 집으로 돌아갔다.
집에 들어서자마자, 마당 감나무 아래 노씨가 낯선 여인과 함께 앉아 있는 게 보였다.
그 여인을 본 임새옥의 작디작은 심장이 팔딱 뛰었다. 그 여인은 다름 아닌 이 마을에서 유명한 매파, 동쪽 곽장촌의 설 대낭이었다. 이 여인은 동글동글한 몸집에 울긋불긋 옷을 좋아해서 사람들이 화(花) 대낭이라고도 불렀다. 올해 서른일곱, 중매서는 것으로 먹고살면서 형편이 꽤 괜찮았다.
임새옥은 그제야 자기가 이곳에서 벌써 열넷이 되었음을 깨달았다. 혼사를 논의할 나이가 된 것이다. 한순간 뒤를 돌아 이대로 달아나고 싶었다.
노씨가 벌써 일어나 그녀를 향해 손짓했다.
“이 애가 큰 애예요.”
그러다가 임새옥의 발이며 바짓자락에 묻은 흙을 노려보더니 화 대낭을 향해 샐샐 웃었다.
“얘가 제 아비 돕는다고 매일 밭에 있어서요.”
임새옥은 그 여인의 칼날 같은 눈빛이 상하좌우, 안팎을 훑는 걸 느끼고는 온몸이 굳고 손발을 움직일 수 없었다.
“음, 좋아, 좋네. 언니 젊었을 때보다 예쁘네요.”
화 대낭이 자리에서 일어나 임새옥을 끌어당겨서 빙글빙글 돌려 보고는 흡족한 듯 고개를 끄덕였다.
“덩치도 작은 편이 아니고, 잘 자랐네.”
노씨는 성지라도 받은 듯이 조마조마하던 마음을 내려놓았다. 그녀는 임새옥더러 조삼저를 돌보라고 손을 저어 내쫓고는 화 대낭을 붙들고 소곤댔다. 임새옥이 창문 틈에 귀를 쫑긋 세우고 들어보니 화 대낭이 노씨 손을 토닥이며 하는 말이 들렸다.
“걱정하지 말아요, 걱정하지 마. 분명 바라는 대로 될 거예요.”
노씨가 화 대낭을 배웅하는 걸 보며 임새옥은 초조하고 허탈해졌다. 이곳의 현실을 이미 받아들였고, 언젠간 혼인할 거라고 짐작했지만, 갑자기 눈 앞에 펼쳐지자 뭐라 말할 수 없는 기분이었다.
대체 어떤 사람과 혼인할까. 어떤 사람과 평생 보내야 할까. 커다란 손이 목을 조르는 것 같아서 질식할 것만 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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