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4화 (4/57)

二. 소씨 가문의 사정

소씨 부부는 그녀를 쳐다보느라 당장 눈치채지 못한 것 같고, 임새옥은 예법이니 뭐니 생각할 겨를도 없이 다가가 아이의 작은 손을 덥석 잡고 부드럽게 말했다. 

“아가야, 이것 보렴. 이게 뭐게?” 

임새옥의 동작은 매우 재빨랐다. 조금 전까지 이야기하다가 갑자기 달려들 줄은 아무도 몰랐다. 게다가 아기까지 붙잡다니. 경솔한 행동에 소씨 부부의 얼굴이 바로 흐려졌다. 

청아는 저도 모르게 발을 동동 굴렀다. 

어린애같이 아기를 보고는 바로 다가가 어르기는! 시골 애들은 다 이렇다니까. 예의를 몰라!

손목을 잡혀 손에 쥔 것을 못 먹게 된 아기가 바로 입을 벌리고 울려고 하다가, 임새옥이 제 손목의 팔찌를 흔들자 궁금한 듯 잡으려고 손을 내밀었다. 순간 원래 손에 쥐고 있던 대추가 임새옥의 손에 쏙 들어갔다. 

임새옥은 안도하며 대추를 접시에 놓고는 접시를 한쪽으로 밀었다. 그리고 그제야 다른 세 사람이 자신을 보는 기색이 심상치 않은 걸 발견하고는 겁에 질려 급히 물러났다.

부인은 그제야 아기의 손에 대추가 쥐어져 있었음을 깨달았다. 대추가 손마디만 한 크기라 입에 넣었다가 목에 걸리기라도 하면 바로 숨넘어갈 일이었다. 저절로 식은땀이 흐르고 아이고 소리가 나왔다. 

“아가야, 이 어미, 깜짝 놀랐잖니.”

그러고는 임새옥을 잡아당기며 말했다. 

“착하다. 고마워서 어쩌니.” 

다른 사람들도 그제야 무슨 일인지 깨달았다. 소 관인은 위아래로 그녀를 살펴보고는 아까 했던 말을 더는 하지 않았다. 청아가 가슴을 쓸어내리며 앞으로 나섰다. 

“두 번이나 고마운 일을 했네!”

임새옥을 등불 아래로 밀면서 관인을 향해 말했다. 

“노야, 몰라보시겠어요? 그날 길에서 만났던 여자애예요! 이 아이가 그, 그, 침을 쓰라고 알려줘서 부인께 발라 드린 덕분에 무사히 성 안까지 와서 의원을 부른 거예요!” 

“그 아이라고?” 

소 관인이 눈썹을 치켜뜨며 유심히 그녀를 살폈다. 등불 아래 보이는 어린 여자애는 몸집이 작고 얼굴이 발그레한 것이 용모가 수려했다. 제가 바라보자 고개를 숙이는 것이 겁이 많아 보이기도 했다. 그날은 아내 일로 노심초사하느라 임새옥의 모습을 제대로 눈여겨볼 겨를이 없었지만, 청아가 감히 이런 일로 거짓말하진 않을 것이라 생각하며 고개를 끄덕였다. 

“그날 고마웠다.”

부인은 어느새 일어서서 그녀를 곁으로 잡아당겨서 찬찬히 살펴보고는 입을 열었다. 

“우리가 인연인 모양이구나!”

임새옥은 고개를 숙인 채 순종적으로 가당치 않은 말씀이라 말했다. 아가는 그녀 손목의 물건에서 눈을 떼지 못하고 옹알거리며 다가와 그녀의 손을 잡았다. 

“전가아가 널 좋아하는구나.”

부인이 생긋 웃으며 곁에서 차를 마시는 사내를 바라봤다. 

“유모를 따로 찾을 거 없겠어요. 마음이 안 놓여요. 그냥 내가 돌볼게요.”

그러고는 임새옥을 바라보며 물었다. 

“교낭 말이 집에 동생이 있었다던데, 그 아이도 네가 키웠다며? 네가 날 도와 전가아를 돌봐주렴.” 

그러고는 살짝 눈썹을 찡그리며 ‘화’라는 이름을 읊조렸다. 어쩐지 부르기 쉽지 않은 이름이라 생각했지만, 당장 바꿀 이름은 떠오르지 않았다. 

“청아, 네가 화아를 잘 가르치렴.”

청아는 곧바로 대답했고 임새옥도 따라 몸을 숙이며 감사하다고 대답했다. 어린 여자아이가 예법을 잘 아는 듯하자, 소 관인도 고개를 끄덕였다. 청아는 주인의 말씀이 다 끝난 걸 보고 서둘러 물러났다. 임새옥도 따라 나가려는데 아기가 그녀의 손목을 잡고 놓지 않았다. 그녀는 잠시 생각하다가 손목에 맨 붉은 끈을 풀었다. 

“돼지 귀 경근으로 만든 팔찌예요. 아이들이 차고 있으면 액막이가 된답니다. 부인, 불쾌하게 생각하지 마세요. 전 다 컸으니 소야께 드릴게요.”

“고맙구나.”

생각지도 못한 세심한 모습에 부인은 그녀를 살며시 바라보고는 웃으며 받아서 아기의 손목에 묶어 주었다. 

“가지고 노는 것이다. 먹으면 안 돼.” 

임새옥이 인사하고 물러나자 밖에서 기다리고 있던 청아가 안도하는 표정을 지으며 가자고 손짓했다. 

두 사람의 거처는 바로 옆 마당의 작은 방이었다. 나무판자 침상 두 개에 요와 이불 모두 갖춰져 있었다. 

“시중들지 않아도 돼?”

임새옥이 물었다. 

소설에서 보면 주인 방에서 시녀들이 밤새 시중들고 그러던데? 

이미 몸을 숙이고 이불을 깔고 있던 청아가 돌아보며 웃었다. 

“관인께서 우리 노비들을 배려해주시는 거야. 낮에 내내 바빴으니 밤에라도 잘 자야 한다시면서. 아침 일찍 일어나서 소세 시중만 들면 돼.” 

임새옥이 고개를 끄덕였다. 

“부인과 노야 모두 보살이시네. 언니 혼자 바쁜 거 알아주시는 거잖아.”

청아가 베개를 정리하고는 완전히 누운 다음 한숨을 내쉬었다. 

“나한테만 특별히 잘해주시는 건 아니야. 집에 있을 땐 안팎으로 열몇 명이 모셨는데 다들 방 안에서 시중들진 않았어.”

임새옥이 생긋 웃으며 무심한 듯 물었다. 

“집?” 

청아는 더는 이야기하고 싶지 않은 듯 하품했다. 

“나중에 알려줄게. 일찍 자. 내일 일찍 일어나야 해.” 

그러고는 신발을 벗어 던지고 눈을 감고 입을 다물었다.

임새옥은 그렇게 나이가 많은 것도 아닌 어린 여자애가 말을 가리는 걸 보면 청아가 대갓집 출신이라는 걸 다시 한번 확신했다. 대갓집 출신 시녀이니, 필연적으로 말을 많이 하지 않는 습관을 들였을 것이다.

마당 밖은 고요한데 바람 소리만 요란하게 맴돌며 지나갔다. 이 고요한 분위기 속에서 온갖 잡다한 상념들이 차올라 밤새도록 꿈을 꾸었다. 잠도 제대도 잔 것 같지 않은데 청아가 깨우는 바람에 눈이 부은 채 일어났다. 

청아는 재빠르게 옷 입고 단장하면서 그녀를 보고 빙긋이 웃었다. 

“집 생각나니? 곧 좋아질 거야. 나도 처음엔 그랬어.” 

마당에서 들리는 비질 소리에 청아는 더는 지체하지 않고 임새옥을 데리고 부엌으로 향했다. 

자기가 일하는 걸 보라고 하면서 말로 쉴 새 없이 알려주길 이틀이 흐른 후, 임새옥은 금세 일을 익혔다. 소씨 가문의 규칙이 많아서 그렇지, 원래 해온 일이었다. 그릇, 접시 같은 것도 저마다 규칙이 있었는데 달리 걱정할 것 없이 청아가 곁에서 가르쳐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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