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전 19화>
“자꾸 왜 그런 말도 안 되는 소릴…… 으읏!”
아연은 아래를 깊숙이 꿰뚫린 채 바들바들 떨며 신경질을 냈다. 손을 뻗어 눈을 가린 천을 끌어 내리려는데, 성현이 허리를 퍽 쳐올리며 방해했다.
“그러게. 재미로 하는 말인데, 왜 이렇게 화가 나지…….”
아흑. 그녀는 허둥지둥 팔을 뒤로하여 그의 단단한 아랫배를 짚었다. 휘청거리는 몸을 겨우 의지했다.
“이거 풀어……. 흐읏. 아무것도 안 보이니까……. 무서워서 더 이상은 못, 하겠어.”
“그래.”
눈가에 감긴 넥타이를 풀어내지 못하도록 재차 방해해 온 주제에, 성현은 언제 그랬냐는 듯이 느긋하게 대답했다. 부드러운 실크가 뺨을 스치며 스르륵 떨어져 내렸다. 아연은 갑작스러운 불빛에 부신 눈을 깜빡거리다가 이내 얼어붙었다.
“그럼 이제 보면서 할까.”
어쩐지 무슨 꿍꿍이를 숨기고서 온순해진 짐승처럼 구나 싶었더니…….
성현은 카우치에 아주 편한 자세로 기대앉아 있었다. 아연은 삽입된 채 그 위에 올라앉아 있었으니, 여기까지는 그녀 또한 예상했던 바였다.
다만, 탈의실 한편에 세워진 거울 안에 고스란히 비친 교접의 광경을 이리 적나라하게 마주 보게 될 줄은……. 미처 예상하지 못한 망측한 그림이었다. 이러려고 세워 둔 거울이 아닌데.
자세가 너무 심한 거 아냐……?
너무 부끄러워 도무지 들여다볼 수가 없었다. 아연은 두 손으로 황급히 얼굴을 가렸다.
성기가 결합되어 있는 모습이라면 실은 익숙하게 봐 온 것이었다. 그런데 오늘 이렇게 유난히 수치스러운 건, 장소와 상황이 주는 배덕감 때문일까. 아연은 살그머니 손가락 사이를 벌렸다.
브래지어 바깥으로 가슴은 훤히 내놓은 채로, 아무렇게나 들쳐 올린 스커트는 엉망으로 구겨져서 허리춤에 걸려 있었다. 조명 아래 드러난 하체는 천 한 조각 걸치지 않고 완벽하게 발가벗은 상태였다.
완전히 노출된 은밀한 부위가 시뻘겋게 열 오른 굵직한 성기를 끝까지 삼키고 탐욕스럽게 오물거렸다. 그의 페니스는 질구에 깊숙이 박힌 탓에 뿌리 끝만 내보였다.
고환까지 그녀의 음부에 뭉근히 비벼졌다. 위로 바짝 올라붙어 있는 걸 보니, 격렬한 사정감을 한계까지 억누른 모양이었다.
아아……. 너무 야해.
아연은 앓는 듯한 신음을 흘리며 눈을 질끈 내리감았다. 그러나 마음대로 눈을 감는 것도 성현은 허락지 않았다.
“네가 지금 잡아먹고 있는 게 누구 좆인지 잘 봐야지, 아연아.”
아연의 턱을 움켜쥔 성현이 고개를 돌릴 수 없도록 고정했다. 양 뺨을 짓누르는 힘에 아연의 눈꺼풀이 파르르 떨렸다. 눈을 제대로 뜨라는 협박이나 다름없었다.
“애써 풀어 줬더니 눈을 감으면 재미없잖아.”
성현은 아연의 무릎 사이에 끼운 양 허벅지를 더욱 넓게 벌렸다. 그렇지 않아도 망측한 연결부가 더없이 훤히 노출되었다. 아연은 다리를 오므리려 애썼지만 단단한 허벅지가 떡하니 버티고 있는 탓에 꽁꽁 결박된 것처럼 조금도 움직일 수가 없었다.
그가 일부러 보란 듯이 느릿하게 하체를 움직였다. 버거우리만치 굵다란 기둥이 질구에서 쑥 뽑아져 나왔다가 미끄러지듯 빨려 들어갔다. 안쪽을 천천히 드나드는 성기가 그녀의 안에서 애액을 잔뜩 묻히고 나와 온통 음란하게 번들거렸다.
“잘 봐. 본인이 얼마나 남편 좆을 잘 받아먹는지.”
“……흐읏.”
“보는 나도 허기가 질 지경이니까.”
성현이 그녀의 허리를 꽉 휘감았다. 본격적으로 박아대겠단 신호였다.
아연은 제 허리를 감싼 단단한 팔뚝을 움켜잡았다. 그러고는 거울 속의 새까만 눈동자와 시선을 부딪쳤다.
벽에 걸린 시계에서 시계침 소리가 째깍거린다. 생일을 맞이한 남편의 눈동자에 서린 묘한 광기가 아름답게 반짝였다.
어째서 자신이 그로부터 생일 선물을 받는 기분이 드는 건지. 이유는 알 수 없었지만, 가슴이 두근거리고 있었다.
* * *
“그러니까, 계속 숨기려던 게 이거였단 말이지.”
성현의 말에 아연이 수줍게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아슬아슬하게 시트로 가린 그녀의 상체는 여기저기 물고 빤 흔적으로 울긋불긋했다. 케이크를 내려다보는 두 눈에는 뿌듯함이 일렁거리고 있었다.
좁아터진 골방에서 시작한 정사는 카섹스로, 그리고 신혼집으로 돌아온 후로도 밤새 이어졌다.
첫 번째 섹스에서 이미 완전히 녹초가 된 아연은 제 발로 직접 걷지도 못하고 휘청거렸다. 그러나 성현의 품에 안긴 상태로 옮겨지면서도 남편의 생일을 위해 야심차게 준비한 선물의 존재를 잊지 않고 챙기는 정신력을 발휘했다.
“여긴 아까 차에서, 그…… 그거 때문에 좀 뭉개져 버렸네.”
아연이 케이크의 절반쯤 무너져 내린 부분을 가리키며 말했다. 뒷좌석에 밀어 둔 케이크 상자의 존재에 별 관심도 없던 성현이 카섹스 도중 건드린 탓이었다.
좁은 차체 내에서 몸을 움직이다 보니 주변을 살필 여유가 없었다. 그가 출퇴근용으로 사용하는 차량은 대형 세단 중에서도 비교적 넓은 차체로 유명하지만, 190센티를 훌쩍 넘는 성현이 그의 아내를 안을 만한 장소로는 그리 적절치 않은 편이었다.
“원래는 정말 완벽했는데. 연습도 많이 했거든.”
애써 준비한 선물의 모양이 훼손된 게 못내 속상한지 아연의 눈꼬리가 축 쳐져 있다. 시무룩한 토끼 같은 모습에 겨우 가라앉았던 페니스가 염치도 없이 또 꿈틀거렸다. 성현은 끙 하고 침음을 흘리며 흥분을 가라앉히려 노력했다.
신혼여행에서 돌아오자마자 곧바로 이어진 해외 출장으로 자그마치 일주일만의 재회였다. 그것만으로도 돌아 버리기 십상인데, 자신의 치졸한 투기까지 더해진 탓에 어제는 필요 이상으로 흥분해서 아내를 심하게 괴롭히고 말았다.
신혼집으로 장소를 옮긴 후로도 계속 이어진 정사에 결국 아연은 그의 목에 감고 있던 팔을 뚝 떨어뜨렸다. 꼭 감은 눈 위로 가지런하게 자리한 눈썹이 간헐적으로 움찔거렸다.
‘자는 거야?’
‘…….’
‘아연아.’
성현은 완전히 기운을 잃고 늘어진 아연을 내려다보며 다정하게 물었다. 그가 허리를 크게 쳐올리는 리듬에 맞춰 아연의 몸이 반복적으로 밀려 올라갔다가 내려왔다. 눈꺼풀 들어 올릴 힘조차 없는 듯, 여전히 두 눈을 감은 채로 그녀가 힘없이 대답했다.
‘으응……. 계속해도 돼.’
그가 침대 위에 널브러져 있는 가녀린 손에 깍지를 끼워 넣었지만, 아연은 차마 마주 잡아 올 기운도 없는 모양이었다. 일부러 그녀가 잘 느끼는 지점에 좆을 찔러 넣고 꾸욱 짓누르자 잠시 미간을 찡그린 그녀가 기어들어 가는 목소리로 대답했다.
‘혹시 나 잠들어도, 그냥…….’
잠든 사이 질 나쁜 남편이 제 몸에 무슨 음란한 짓거리를 할 줄 알고 저런 태평한 소릴 하는 건지.
성현은 기절한 건지, 잠이 든 건지 모를 아내의 얇디얇은 허리를 가볍게 쥔 채로 낮게 웃었다.
정말이지, 한아연은 아주 간단하게 그를 쥐락펴락하는 대단한 여자였다.
이러니 내가 너한테 미쳐 있지.
성현은 평온하게 감은 아내의 눈꺼풀에 수차례 입술을 붙이고 쪽쪽거렸다. 이렇게 사랑스러운 여자를 장장 일주일이나 보지도, 만지지도 못하고 어떻게 살아 돌아왔는지 모를 일이었다.
눈꺼풀과 관자놀이, 복숭앗빛으로 물든 뺨을 지나 설핏 벌어진 입술에까지 쪼는 듯한 입맞춤은 끝을 모르고 이어졌다. 물론 그는 양옆으로 낭창하게 벌어진 다리 사이를 드나드는 것 또한 멈추지 않았다.
아연의 너그러운 아량을 사양하지 않는 무도한 남자였다, 권성현은.
“뭐라고 쓰여 있는지 보여?”
케이크의 멀쩡한 부분을 손가락질하며 아연이 물었다. 성현은 반쯤 대가리를 쳐든 자신의 성기를 짜증스러운 눈으로 흘끗 쳐다보고는 고개를 들었다.
지쳐서 기절한 아내의 배 안에 정액을 뿌려대는 막돼먹은 짓을 했으면 적당히 수그러들 줄도 알아야지. 도무지 만족할 줄 모르고 또다시 호시탐탐 아연의 안에 비집고 들어갈 기회를 엿보는 염치없는 자지 꼴이 스스로도 어이가 없을 지경이었다.
아예 날 잡고 한 달쯤 휴직이라도 해서 신혼집에 처박혀 하루 종일 섹스만 하면 이놈의 성욕이 좀 나아지려나.
“어. 이것도 네가 한 거야?”
성현은 머릿속을 지배한 실없는 생각을 털어 내고 기특하다는 얼굴로 물었다. 아연은 대답 대신 곱게 눈꼬리를 접으며 배시시 웃었다. 그는 시선을 내려 케이크의 윗부분을 쳐다보았다.
반쯤 무너진 탓에 글귀는 중간에 뚝 잘려져 있었지만, 생일을 축하한다는 말과 사랑을 실은 글귀는 정갈하고 깔끔했다. 성현의 눈길이 잠시 아연의 작은 손등에 닿았다가 떨어졌다.
그녀의 손재주가 아주 형편없다는 것은 주변인들 사이에 공공연하게 알려진 사실이었다. 오죽했으면 집안일을 돌보는 직원들이 ‘부디 처음부터 끝까지 챙겨 드릴 테니 괜히 집안일을 시도하는 위험을 무릅쓰지 말라고’ 그녀에게 넌지시 당부했을 지경이니.
늦은 시간까지 그 알바생이 아연의 옆에 떡하니 들러붙어 있었으니 무슨 일이 벌어졌을지는 보지 않아도 눈에 선하게 그려졌다. 성현은 알바생의 손재주만큼은 인정하기로 했다. 쓸데없는 오지랖은 성가시기만 하지만.
“실은 민재 씨가 많이 도와줬어. 나름대로 연습하기는 했는데 내 실력이 형편없어서.”
아연이 뒤늦게 고백하듯 수줍은 목소리로 말했다. 그런 그녀가 사랑스러워서 울컥 치밀어 오르는 감정을 참기 어려웠다. 성현은 아연의 뒤통수를 손으로 감싸 제 쪽으로 끌어당겼다.
훌쩍 빨려 들어온 아연의 머리통을 부여잡고 부드러운 머리카락에 수차례 입술을 부딪쳤다. 성현의 커다란 손아귀에 꼼짝없이 붙잡힌 채로 아연이 웃음을 터뜨렸다.
시름 한 점 없는 맑은 웃음소리가 울리자, 그의 도드라진 목울대가 눈에 띄게 오르내렸다. 가슴에 불씨를 뚝 떨어뜨린 것처럼 뜨거운 불길이 번졌다.
아, 그냥 확 잡아먹어 버리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