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외전 18화 (91/96)

<외전 18화>

혼자서만 재미를 보고 있다고 나무라더니, 그의 것이야말로 한계에 다다른 상태였다. 당장 정액을 뿜어내어도 이상하지 않을 것처럼. 아래를 이렇게 세우고선 숨 하나 거칠어지지 않고 태연자약한 그가 경이롭기까지 했다.

아연은 가쁜 숨을 터뜨렸다. 그와 수없이 몸을 섞었어도 여전히 당혹스러울 정도의 거대한 성기였다.

시야가 차단된 탓에 감각이 전에 없이 선명해져 있었다. 아연은 딱딱한 페니스의 윤곽을 더듬었다. 성난 성기의 모습이 눈앞에 선히 그려졌다. 절정의 여파로 손끝이 발발 떨렸다.

부족해…….

맨살을 만지고 싶었다. 바지 바깥으로 꺼내 뜨거운 열기를 뿜어내는 그 단단한 기둥을 훑고 싶었다. 그 위에 엮이듯 가로지른 핏대의 굴곡을 고스란히 느끼고 싶었다.

알 수 없는 조바심에 아연이 조급하게 손을 더듬거렸다. 손끝에 그의 벨트가 걸리는 순간.

어림도 없다는 듯 그가 아연의 손목을 탁 낚아챘다.

“아…….”

손바닥을 달구던 자극적인 감각이 허망하게 사라지자 아연은 울상을 지었다.

“만지고 싶어?”

“……응.”

“오늘은 안 되겠는데.”

순 제멋대로 짓궂게 구는 그가 원망스러웠다. 그러나 불평할 겨를도 없이 목 끝까지 차오른 호흡이 가쁘게 터져 나왔다. 무릎 아래에 갈고리처럼 손을 집어넣은 성현이 그녀의 허벅지 한쪽을 불쑥 들어 올렸기 때문이었다.

“흐읏!”

아래를 들쑤시는 데 방해가 되는 스커트가 성가시다는 듯 그가 끝자락을 쥐고 거칠게 끌어 올렸다. 순식간에 팬티마저 떨어져 나가고 완벽하게 발가벗겨진 아래에 휑한 찬 기운이 느껴졌다. 본격적으로 괴롭혀 볼 심산인지, 성현이 하체를 바짝 가져다 붙였다.

“흑, 너무……. 그, 그만…….”

“밑을 이렇게 다 내놓고 그만하라니.”

“…….”

“그러다 내가 정말 그만하면 어쩌려고 그래. 응?”

어느새 손가락은 세 개로 늘어났다. 아연은 허둥지둥 캐비닛 표면을 짚고 손에 힘을 주었다. 식은땀이 흠뻑 배어난 손바닥이 재차 볼썽사납게 미끄러졌다.

마르지 않은 샘을 연이어 드나드는 소리가 찌걱찌걱 요란하게 울렸다. 다리 사이가 아니라 온몸이 흠뻑 젖어 깊은 물속을 헤매는 것처럼 머릿속이 새하얗게 부서졌다.

간신히 바닥을 딛고 있는 발끝이 한껏 움츠러들었다. 허벅지를 타고 흘러내린 애액이 허옇게 질린 발등 위로 뚝뚝 자국을 남겼다.

“아연아. 참으라고 했잖아. 너 지금 바닥까지 다 적시고 있는 거 알아?”

그는 짓궂게도 아연이 애써 외면하고 있던 결정적인 수치심을 지적했다. 직원들이 다 같이 사용하는 공간을 아래에서 흘린 물로 어지럽히고 있단 사실이 못내 부끄러웠다.

“홍수 난 줄 알겠어.”

동시에 기묘한 배덕감이 아랫배를 강하게 쥐어짰다. 그 변화를 놓칠 리 없는 성현이 손가락을 깊숙이 찔러 넣고 내벽을 꾸욱 짓눌렀다.

아아. 비명 같은 교성이 흩어졌다.

제 입술 사이에서 그런 망측한 소리가 흘러나왔단 게 믿기지 않았다. 더군다나 누군가 문 뒤에 귀를 갖다 대고 엿듣는대도 놀랍지 않을 만큼 허술한 공간이 아닌가.

아연은 울 듯한 얼굴로 속 입술을 세게 깨물었다.

“입술 물지 말라고 했지.”

그의 손가락이 거칠게 입술을 벌렸다. 화가 난 것처럼 느껴지는 강한 힘이 혓바닥을 짓눌렀다. 그의 성기를 빨 때와 비슷한 압박감이 밀려들었다.

성현이 자신을 다치게 할 리 없다는 것을 알지만, 저도 모르게 어깨가 굳어졌다.

아무래도 통화 내내 어색하게 성현을 따돌리려 한 시도가 그를 자극한 모양이었다. 게다가 케이크 마무리 작업이 생각보다 늦어지는 바람에 집에서 보자던 약속도 잊고 있었으니……. 그의 눈에는 그저 민재와 노닥거리는 것으로 보였을지 모른다.

네게 줄 선물을 준비하느라 그랬노라고 다소 김빠지는 고백으로 그를 달래도 될 일이지만…… 별로 내키지 않았다.

아니, 실은 아무래도 좋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를 더욱 화나게 하고픈 심술 맞은 욕구가 이성을 모조리 휘젓고 휘발시켰다.

그때, 아연의 머릿속을 들여다보기라도 한 것처럼 그가 낮게 물었다.

“딴생각하는 거야?”

성현은 넋이 나간 아연의 몸을 돌려세웠다.

등 뒤에 들러붙어 있던 그가 떨어져 나가자 주변의 공기에서 서늘한 한기가 느껴졌다. 눈이 가려진 탓에 보이진 않지만, 몸에 제대로 걸친 게 없으니 당연한 일이었다.

철컥.

벨트를 푸는 소리에 아연이 고개를 들었다. 사람을 이 꼴로 만들어 놓은 주제에 그는 그제야 고작 바지 지퍼를 내리고 있는 것이다.

“성현아. 나도 보고 싶어.”

아연이 얼굴에 감긴 넥타이의 매듭을 더듬었다. 자신은 벌거벗은 상태로 덩그러니 서 있는데, 그의 몸은 아무것도 볼 수 없다니 몹시 억울했다.

얼마나 잘생긴 몸인데…….

“오늘은 특별하게.”

매듭을 푸는 게 여의치 않자 그냥 잡아 내리려던 시도는 성현의 손에 손쉽게 저지당했다. 두 손이 한데 잡혀 움직이지 못하도록 머리 위에 교차된 형태로 고정되었다. 가려진 시야가 답답했다.

“다른 놈한테 안기는 상상을 해 보는 거야.”

“그게 무슨……!”

허벅지 하나가 움켜잡혀 거칠게 올려붙여졌다. 아연이 그에게 제압당한 팔을 마구 버둥거렸지만 아무 소용 없었다.

“어때. 재미있을 것 같지 않아?”

재밌지 않겠냐며 묻는 성현은 오히려 화가 꼭대기까지 난 사람처럼 난폭하게 짓쳐들어왔다. 거대한 성기가 가장 깊은 곳을 노리고 자비 없이 푹 꽂혔다.

“하윽!”

납작한 아랫배가 바들바들 떨렸다. 뜨끈한 점막이 좆기둥에 빈틈없이 달라붙어 미친 듯이 조여 왔다. 아무리 손으로 흐물흐물해지도록 풀어 줬다 한들 그의 좆을 한 번에 받기엔 좁은 구멍이니 무리가 있었다.

“힘 빼.”

빠듯한 내부가 그에게도 고스란히 느껴졌다. 짧은 신음과 함께 욕설을 짓씹은 성현이 명령하듯 말했다.

“그러다 다쳐.”

그러면서 아연의 허벅지를 더욱 높게 들었다. 다리 사이를 조금이라도 더 넓게 벌리려는 심산이었다. 그러나 놀란 아연의 내부가 왈칵 오므라들며 사태는 더욱 악화되었다.

큿. 성현이 이를 악물었다. 까딱하다간 뭘 하기도 전에 꼴사납게 싸지를 판이었다.

“힘 풀어. 너 찢어지겠어.”

숨을 헐떡이며 머리를 가로젓는 아연은 대답할 정신도 없어 보였다. 간신히 사정감을 억누른 성현은 다그치듯 아연의 귓바퀴를 빨아 삼키며 하체를 찧어댔다.

완벽히 결합한 성기가 찌걱거리는 소리를 내기 시작했다. 캐비닛이 부서질 듯 덜컹거렸다. 아연의 몸은 훅 떠밀려 위로 솟았다가 떨어져 내리기를 반복했다.

그녀가 여유를 찾을 수 있도록 나름의 속도를 조절한 성현은 이윽고 나직한 목소리로 속삭였다.

“거칠게 할 거야.”

여기서 얼마나 더 거칠게……?

되물을 겨를도 없이 그가 아연의 양 허벅지에 팔을 끼워 짐짝처럼 가볍게 들어 올렸다. 불쑥 치솟아 오른 몸이 반동으로 허공에서 뚝 떨어졌다. 동시에 아찔한 전율이 폭풍우처럼 들이닥쳤다.

완전히 들린 채로 커다란 성기가 아래를 난폭하게 들락거리는 느낌이란, 말로 형용할 수 없는 심히 아득한 감각이었다. 거대한 쾌락에 꿰뚫려 존재가 하얗게 스러지는 것 같았다.

아연은 죽기 살기로 성현의 목에 팔을 감고 매달렸다.

혹여라도 불 꺼진 카페에 잘못 들어온 취객이 수상한 소리를 듣고 안을 훔쳐보는 것은 아닐까, 어쩌면 집에 간 줄 알았던 민재가 돌아와 이 낯 뜨거운 행각을 눈치채지는 않을까. 무의식중에 남아 있던 현실적인 걱정 따위 그 순간 흔적도 없이 사라져 버렸다.

지금의 이 절정감이라면, 누군가 코앞에 얼굴을 들이밀고서 그들의 정사를 구경한대도 개의치 않고 짐승처럼 엉덩이를 흔들 것만 같았다.

어떻게 이럴 수가 있지.

“흐윽…….”

버거운 자극에 아연은 언제부턴가 소리 내어 흐느끼고 있는 자신을 발견했다. 성현 역시 그런 아연을 알아챈 듯 혀를 쯧 찼다.

그가 아연의 몸을 가뿐하게 추어올리며 걸음을 옮겼다. 무너질 것처럼 요란하게 삐거덕거리던 캐비닛의 비명 소리가 뚝 멎었다.

여전히 연결된 결합부가 발걸음을 옮길 때마다 푹푹 찧어졌다. 안에 고였던 애액이 후드득 떨어져 두 사람이 지나간 궤적 그대로 자국을 남겼다.

“내려 줘. 내려갈래.”

아연은 꽉 막힌 목소리를 간신히 쥐어짜 애원하듯 말했다. 이번에도 못 들은 척 제멋대로 할 줄 알았는데, 어쩐 일인지 발끝에 바닥이 닿았다. 안정적으로 바닥에 내려서자마자 안도의 한숨이 흘러나왔다.

성현이 다리를 구부리지 않는 한, 두 사람의 키가 한참이나 차이가 나는 탓에 안쪽에 박혀 있던 성기가 쑤욱 빠져나갔다. 간신히 결합에서 풀려난 질구가 뻐끔거리는 게 느껴졌다.

기묘한 상실감과 이질감이 뒤섞여 자신이 지금 안도하는 건지, 아쉬워하는 건지 온통 모호했다.

숨을 헐떡거리며 휘청이던 아연의 몸이 훅 끌려갔다. 눈앞이 가려진 까닭인지 중심을 잡기가 쉽지 않았다. 그대로 커다란 손에 허리가 휘어잡혀 뒤쪽으로 딸려 간 아연은 쓰러질까 두려워 팔을 휘저었다.

성현이 자신을 그리 둘리 없다는 걸 알면서도 본능적인 무서움을 떨칠 길이 없었다. 그의 얼굴을 볼 수만이라도 있다면……. 아연은 손에 잡히는 대로 움켜잡고 할퀴며 매달리려 애썼다.

“왜 울었어.”

다정하게 묻는 말에 안심하는 순간, 다리가 활짝 벌어졌다. 그가 아연의 경직된 골반을 붙잡아 움직이지 못하게 고정하고는 아래로 꾸욱 내리며 나긋하게 물었다.

“다른 놈한테 박힌다고 생각하니까 엉엉 울 정도로 좋아?”

말뚝 위에 내려앉는 것 같은 압박감이 밀려 들어왔다. 그녀가 몇 번이나 절정에 오르는 동안 성현은 사정 한 번 하지 않았으니, 하늘을 찌를 듯이 솟아 있는 성기의 위세는 그 어떤 말뚝보다도 사나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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