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전 10화>
“괜찮아. 가만히 있어.”
성현은 아연의 허벅지까지 질질 흘러내린 애액마저 게걸스럽게 핥아 올렸다. 만족스러울 만큼 목을 축이고 나서야 뾰족해진 성질머리를 비로소 누그러뜨렸다.
그가 아연의 몸을 훌쩍 들어 올린 후 그대로 소파 위에 똑바로 뉘었다. 여전히 절정의 여파에 취한 아연이 나른하게 풀린 눈으로 그를 올려다보았다.
성현은 터질 듯이 발기한 성기를 위아래로 느긋하게 훑으며, 저항 없이 낭창하게 벌어진 아연의 다리 사이를 응시했다. 야한 둔덕은 홍수가 휩쓸고 지나간 것처럼 엉망으로 젖은 상태였다.
음부 위에 여리게 난 옅은 체모가 물에 빠졌다가 건져 올린 것처럼 물기를 흠씬 머금고 군데군데 뭉쳐 있었다. 성현은 기둥을 쥐지 않은 반대쪽 손을 뻗어 아연의 축축해진 음모 사이에 손가락을 넣었다. 빗어 내리듯 쓰다듬을 때마다 손끝에 스치는 살점이 움찔움찔 떠는 게 느껴졌다.
미치겠네.
성현은 눈살을 찌푸리며 혀로 어금니를 훑었다. 엄청나게 음란한 광경이 아닐 수 없었다. 바라보는 것만으로도 그를 사정시킬 수 있을 정도의.
그의 한아연은 손끝 하나 까딱할 필요 없이 다리 사이만 살짝 벌려 제게 보여 주어도 그를 간단히 함락시킬 수 있었다. 자신이 할 수 있는 저항이라곤 그저 멍청히 좆을 세우고 서서 도리 없이 질질 싸는 것일 터였다.
“그만 쳐다보고…… 얼른.”
아연이 눈 앞머리를 올리며 애가 닳은 목소리로 채근했다. 성현은 여린 음모를 검지에 감아 엄지로 문질거리며 대꾸했다.
“그러게 누가 이렇게 예쁘게 생기래.”
제 눈에 이렇게 예쁜데 한아연의 그림자만 봐도 침을 질질 흘리기 바쁜 다른 놈들이 보면 얼마나 눈이 뒤집혀서 달려들지 상상만으로도 이가 빠득 갈렸다.
뭐 하나 예쁘지 않은 구석이 없었다. 털 한 올까지 이렇게 예뻐야 할 필요가 대체 뭔데.
제 것이든 남의 것이든 기본적으로 성기 주변에 난 털을 극도로 혐오하는 그의 일관적인 음모 혐오증은 아연에게만큼은 완벽하게 예외였다. 오히려 다른 의미로 그를 미치게 하는 것 중의 하나였다.
예뻐서 미칠 노릇이었다. 여리여리하고 부드러운 그녀의 음모를 입 안으로 빨아 잘근잘근 씹고 얼굴을 처박고 부비다 보면 하루가 다 지나도 부족할 지경이었으니.
언젠가 하루는 눈앞에 어른거리는 걸 왜 참아야 하는지 알 수 없어서, 남아 있는 일정을 모두 서면 보고로 갈아치우고 회사를 박차고 나갔었다. 예고도 없이 카페에 들이닥치자 아연이 놀라서 동그랗게 토끼 눈을 뜨고 바라보았다.
그는 그런 아연을 끌어당겨 한낱 시정잡배나 할 법한 소리를 하얀 귓가에 속삭였다. 네 털을 빨고 싶어서 왔노라고.
물론 아연은 경악에 찬 눈으로 진저리를 쳤지만, 그것은 오히려 그가 의도했던 바였다. 아연이 그를 더럽다고 경멸할수록 흥분만 깊어지기 마련이니까.
“……나도, 너처럼 해 볼까?”
한참을 말없이 그녀의 사타구니에 난 털을 감상하는 성현을 어떻게 해석했는지, 아연이 난데없는 말을 했다.
“뭘.”
“여기 말이야.”
아연이 얼굴을 붉힌 채 손을 내려 성현이 손가락에 감고 있는 자신의 음모를 검지로 가리켰다. 무슨 말인지 알아들은 성현이 고민할 것도 없다는 듯 고개를 저었다.
“아니.”
“왜? 느낌이 어떨지 난 조금 궁금한데.”
“안 돼. 네 아래 난 털 한 가닥까지 다 내 거야.”
그가 느닷없이 드러내는 짙은 소유욕에 아연은 미간을 좁혔다.
이게 내 털이지 왜 네 거야…….
“이렇게 귀여운 걸 왜 없애.”
사랑스럽다는 듯이 다리 사이에 코를 부비는 몸짓에는 숨길 수 없는 진심이 담겨 있었다. 아연은 별수 없이 헛웃음을 터뜨리며 그의 머리칼을 움켜쥐었다.
“이제 넣어 줘. 빨리.”
아연의 재촉에 상체를 일으킨 성현이 터질 것처럼 부푼 성기 기둥을 거머쥐었다. 그녀의 명령이 아니었더라도 그 또한 더 이상 참기 어려운 한계에 다다른 상태였다. 이미 한번 아연의 좁은 구멍 속에 들어가서 애액을 흠씬 묻히고 나온 것처럼 좆 전체가 투명하게 번들거렸다.
얼른 쑤셔 달라는 양 뻐끔거리는 선홍빛 속살을 집요하게 바라보며 성현은 귀두를 뜨끈뜨끈하게 열 오른 구멍에 맞췄다. 자석의 N극과 S극이 철썩 달라붙는 것처럼 쫄깃한 점막이 페니스에 쩍하고 빈틈없이 맞닿았다.
하아. 누구라고 말할 것도 없이 두 사람이 동시에 뜨거운 숨을 터뜨렸다.
등골이 찌르르 울리며 전류가 흘렀다. 들어가기 전부터 이런 꼴이라니. 까딱 정신을 놓으면 좆을 박아 넣자마자 꼴사납게 싸지를 법한 아찔한 감각에 뒤통수가 뻐근했다.
이건 뭐 조루도 아니고. 스스로도 어이가 없을 지경이나 웃음조차 나오지 않았다. 사정을 조절하는 여유조차 앗아갈 정도의 극도의 쾌감이 그를 완전히 가지고 노는 것 같았다.
성현은 척추를 따라 지글지글 끓어오르는 사정감을 억누르기 위해 이를 악물었다. 명치 아래가 뻐근했다.
그는 애달프게 벌름거리는 질구가 제 페니스를 잡아먹는 광경을 뚫어지게 응시하며 천천히 허리를 밀어 넣었다.
“아아……. 좋아…….”
버거워 보일 정도로 굵다란 기둥이 꾸역꾸역 집어 삼켜졌다. 아연의 좁은 턱이 위로 바짝 들리며 달뜨게 신음했다. 삽입만으로 가벼운 절정에 올라 붉게 물든 눈매가 미치게 사랑스러웠다.
바들바들 떨리는 아랫배를 지그시 짓누르며 상체를 숙여 아연의 입술을 찾아 무는 순간.
딩동.
현관 벨 소리가 뻘하게 울려 퍼졌다.
……뭐야. 씨발.
성현은 절로 터져 나오는 욕설을 입 밖으로 내뱉는 대신 아연의 입술 사이로 혀를 밀어 넣었다. 벨 소리 따위 못 들은 척 입 안을 휘젓자, 손바닥 아래에 짓눌린 납작한 아랫배가 순식간에 바짝 긴장했다.
“읍…… 잠깐……!”
아연이 아랑곳하지 않고 입술을 가져다 붙이는 성현의 어깨를 짚고 다급하게 밀어냈다. 그러나 힘으로 밀릴 리가 없는 성현은 좀처럼 물러날 기미가 없었다. 그의 아래에 깔린 채 아연이 할 수 있는 건 고작 키스를 피해 고개를 이리저리 돌리는 것뿐이었다.
“비, 비켜 봐. 누가 왔……. 으읍.”
그나마도 그녀가 얼굴을 돌리는 방향으로 따라와 입술을 가져다 붙이는 성현에게 금세 잡아 먹혀 버렸다. 그는 아연의 턱을 붙잡아 도망가지 못하게 고정시키며 동시에 허리를 크게 쳐올렸다.
딩동딩동.
철퍽, 살과 살이 부딪히고 물기가 튀어 오르며 나는 소리와 벨 소리가 뒤섞였다. 성현의 짙어진 동공에 짜증과 신경질이 왈칵 번졌다. 매끈한 이마에 굵은 핏대마저 불룩하게 솟아올랐다.
놀란 아연이 손톱을 세워 그의 어깨를 콱 할퀴었다. 하지만 그는 도리어 속도를 높여 미친 듯이 성기를 박아댔다.
“아읏! 권성현! 그, 그만……! 누가 왔잖아!”
“올 사람 없어.”
성현은 단호하게 대꾸하며 아연의 골반을 틀어쥐었다. 아연이 울 것 같은 얼굴로 입술을 깨물었다.
그는 한 손에 들어올 정도의 가녀린 허리를 움켜잡아 제 쪽으로 당기는 동시에 하체를 퍽 하고 쳐올렸다. 아연의 몸이 위로 훌쩍 밀리며, 풍만한 가슴이 음란하게 출렁거렸다.
어떤 눈치 없는 인간이 좆같은 타이밍에 벨을 쳐 누르고 있는 건지 모르겠지만, 섹스를 관두고 나가서 문을 열어 주는 친절을 베풀 생각 따위는 전혀 없었다.
애초에 올 사람이 없다는 것도 틀린 말이 아니었다.
결혼식을 한 달 남긴 시점에 두 사람은 신혼집으로 낙점한 이곳 저택으로 이사했다. 원래 각자가 살던 빌라보다 훨씬 규모가 있는 곳이라 집안일을 돌봐 줄 손을 들이는 것은 불가피했다.
집 안 내부며 정원, 보안을 관리하는 인원 외에도 성현의 비서진, 퍼스널 쇼퍼에 이르기까지 집에 드나드는 직원들은 한 손에 셀 수 없을 만큼 여럿이었다. 그러나 그들에게 출입이 허락된 시간은 오로지 평일뿐이었다.
그중에서도 웬만해서는 아연이 출근하여 집을 비우는 시간대에 한정되어 있었는데, 그건 다른 사람에게 그녀의 모습을 노출시키는 것을 극도로 싫어하는 성현의 심산에 따른 것이었다.
그가 남자, 여자 할 것 없이 집을 드나드는 직원을 경계하는 이유는 당연히 지금처럼 틈만 나면 두 사람이 붙어먹기 바쁜 탓이었다.
어려서부터 사적인 영역의 정리를 도와주는 손길에 워낙 익숙한지라 성현 본인은 다른 사람 앞에서 훌렁훌렁 잘만 벗어젖히곤 했다. 그러고도 한 점의 부끄러움도 없었지만, 아연의 벗은 몸에 관해서라면 이야기가 달라졌다.
그녀의 동선과 직원들의 출입이 겹치지 않도록 단단히 일러두었는데, 어떤 덜떨어진 놈이 주말 오후에 나타나 벨을 눌러대고 있는 건지. 성현은 짜증스럽게 혀를 쯧 차며 음부에 붙인 하체를 척척 치댔다.
“아으으…….”
아연이 두 손으로 얼굴을 가린 채 허리를 뒤틀었다. 안쪽에 고여 있던 애액이 삐져나오며 음부를 타고 주르륵 흘렀다. 금세 그녀의 엉덩이 아래까지 흥건히 적셨다.
어느덧 현관 벨 소리는 멈추어 있었다. 성현은 그제야 찌푸린 눈매를 느른하게 풀었다. 젖은 구멍에 제 물건이 비벼지며 나는 찌걱거리는 소리에 신경을 집중하려는 그때.
드르륵.
이번에는 거실 테이블에 던져둔 핸드폰이 진동했다.
씹…….
빠직, 인내심이 끊어지는 듯했다. 자신의 드러운 성질머리를 이기지 못한 성현이 핸드폰을 홱 집어 들었다. 방해할 수 없도록 멀찍이 내팽개칠 생각이었다.
스치듯 눈에 들어온 문자 메시지가 그따위 어처구니없는 내용이 아니었더라면.
[집에 없나 보네. 나 문 따고 안에 들어가 있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