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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전 9화 (82/96)

<외전 9화>

성현이 눈썹 앞머리를 스윽 들어 올렸다. 그를 물끄러미 올려다보는 눈망울은 말갛다 못해 순진해 보이기까지 했다.

저 순진한 얼굴로 ‘빨아 줄까?’라니.

아주 내 머리 꼭대기에 올라앉아서 가지고 놀지.

성현은 기가 막힌다는 듯 헛웃음을 터뜨렸다. 아연은 거기서 멈추지 않고 작은 손을 꼼지락거리며 움직여 요망한 짓거리를 이어갔다.

회색 트레이닝 바지 위로 확연히 드러난 기둥의 윤곽을 슬그머니 훑어 내리고, 손바닥으로 뭉뚝한 귀두의 형체를 둥글게 문질렀다. 이내 회색의 얇은 천 위가 동그란 모양으로 젖어 들었다. 축축하게 물든 자국 위를 얇은 손가락이 긁듯이 지분거렸다. 귀두 구멍을 자극하는 행동이었다.

성현은 어쩐지 화가 난 사람처럼 아연의 손목을 낚아챘다. 아……! 앓는 소리를 흘리는 그녀에게 섬뜩하게 가라앉은 목소리로 씨근덕거렸다.

“그런 말 하는 법은 누구한테 배웠어.”

시선을 아래로 내리고 있던 아연이 눈을 들었다. 모든 게 그가 손수 가르쳐 준 결과인데, 황당하기 그지없다는 얼굴로 성현을 흘기던 그녀가 작게 입술을 열고 툭 내뱉듯이 말했다.

“남편한테 배웠는데.”

하.

성현은 완전히 졌다는 얼굴로 허탈한 웃음을 흘렸다.

그러니까, 내가 네 남편이라고.

아연을 세뇌시킬 목적으로 틈만 나면 스스로를 네 남편이라고 불러대곤 했지만, 막상 그녀의 입에서 흘러나온 그 말의 위력이란 실로 강력했다. 등골이 저릿하게 조여들며 차마 갈피를 잡기 어려운 감격이 거대한 해일처럼 그를 휩쓸었다.

한아연, 널 어떻게 해야 하지?

아연을 머리끝부터 발끝까지 집어삼키고 싶었다. 잘근잘근 씹어서 남김없이 먹어 치우고 제 안에 완전히 구속시키고 싶다.

너의 손가락 하나, 머리털 한 올까지 모두 내 것으로 만들어 아무도 너를 보지 못하게. 너를 탐내는 것은 오로지 나 하나로 족하도록.

그러나 아무리 배를 채우고 또 채워도 굶주림은 바닥없이 짙어지기만 했다. 그는 결국 탐욕스럽게 이빨을 세웠다.

“어떤 개 같은 새끼가 내 한아연 귀에 대고 나쁜 말을 속살거렸나, 당장 죽여 버려야겠다고 생각했는데.”

성현은 손을 내려 아연의 좁은 턱 아래 부드러운 살을 쓸었다.

“내가 그 개새끼였네.”

턱을 그러쥐었던 손길이 턱선을 거슬러 올라가 귓불을 문지르는 것을 느끼며, 아연은 그의 바지에 손가락을 걸었다. 터질 듯이 부풀어 천을 밀어내고 있는 모양새가 몹시 불편해 보였다.

아연이 바지를 힘차게 끌어 내렸다. 천에 짓눌려 가까스로 뉘어져 있던 거대한 성기가 텅 하고 퉁겨져 나와 아연의 뺨을 때렸다.

발기한 성기는 흡사 나무 방망이처럼 딱딱하고, 살아 있는 구렁이라도 되는 것처럼 거세게 꺼떡거렸다. 갑작스럽게 맞은 뺨이 얼얼했다.

성기에 뺨을 맞은 건 처음이라, 아연은 잠시 멍하게 눈을 깜빡거렸다. 열감이 옮겨와 발개진 볼을 느리게 쓰다듬는 성현의 손길이 부드러웠다.

의도한 건 아니었다고 한들 페니스로 뺨을 때린 게 미안한 모양이라고 제멋대로 생각하는 찰나, 그의 손이 순식간에 뒤통수로 옮겨갔다. 그가 아연의 머리통을 바짝 끌어당겼다.

“우리 아연이한테 좆 빠는 취미가 생긴 줄도 모르고, 눈치 없이 굴어서 서운했어?”

“읍…….”

“응? 자기야.”

쿠퍼액으로 흠씬 젖은 귀두가 입술 사이를 비집고 들어왔다. 날것의 냄새가 혓바닥을 적셨다.

아연은 입을 크게 벌리고 시선을 들었다. 그가 양쪽으로 느긋하게 벌리고 앉은 허벅지에 단단히 힘이 들어갔다.

“빨아 봐.”

느른하게 풀린 눈동자가 아연을 집어삼킬 것처럼 빤히 응시하고 있었다. 짙어진 동공에 푸른 이채가 서릴 때마다 입 안을 밀고 들어온 기둥이 거칠게 꿈틀거렸다.

아연은 뜨끈하게 열 오른 귀두를 사탕 빨듯 핥으며 성현을 관찰했다. 그의 가슴팍이 크게 오르내렸다.

머리통을 위아래로 움직인 탓에 머리카락이 앞으로 차르르 흘러내리며 그녀의 얼굴을 반쯤 가렸다.

“쯧.”

성현이 곧장 혀를 찼다. 그리고 참을성 없는 손이 불쑥 다가와 흘러내린 머리카락을 움켜잡았다.

머리카락을 헝클어뜨리며 아무렇게나 그러쥐는 게 느껴졌지만, 아연은 그가 마음대로 하도록 내버려 두고 혀를 움직이는 데에 집중했다. 성현이 제 성기를 할짝대는 그녀의 얼굴을 한순간도 빠짐없이 보고 싶어 하는 것을 알기 때문이었다.

“누가 내 순진한 한아연한테 이렇게 맛있게 좆 빠는 법을 가르쳐 줬을까.”

너밖에 더 있냐는 항변의 의미로 웅얼댔으나 그의 성기를 입에 물고 있는 탓에 해석하기 어려운 우물거리는 소리만 흘러나왔다.

“이 좆 말고 다른 새끼 좆은 입에 담아 주면 안 돼, 아연아.”

성현은 아연의 작은 귓불을 문지르며 짐짓 음울하게 읊조렸다.

“그 좆부터 뽑아 버릴 거니까. 네 남편이 사람 죽이는 꼴 보고 싶진 않을 거 아냐.”

혹여 그런 불상사가 벌어지더라도 악착같이 돈을 처발라서든 법망을 피해 갈 생각이었다. 아연을 두고 감방에 기어들어 가는 일은 없어야 할 테니까.

아연이 페니스에서 입술을 떼어 내고 무어라 말하려 하자, 그가 그러쥔 그녀의 뒤통수를 꾸욱 짓눌렀다. 간이라도 내줄 듯이 애달프게 굴다가도 순 제멋대로 구는 성질머리는 한결같았다.

아연은 흥분이 고조되어 가는 성현을 관찰하고, 성현은 자신의 페니스를 빠는 그녀를 관찰하는 동안, 젖은 살을 할짝거리는 야릇한 소리와 그의 거칠어진 숨소리가 두 사람 사이를 오갔다.

“혀 내밀어서 빨아.”

오른손으로 성기 뿌리 부분을 잡아 빨기 좋도록 세운 아연이 그의 명령대로 혀를 내밀었다. 기둥을 천천히 핥아 올리며 동시에 왼손을 뻗어 그의 티셔츠 자락을 붙잡았다. 아연의 속마음을 귀신같이 눈치챈 성현이 두 팔을 교차해 티셔츠를 벗어 멀찍이 던져 버렸다.

흥분으로 크게 팽창했다가 가라앉는 가슴팍이 보기 좋았다. 두툼한 가슴에서 늘씬하게 떨어지는 허리선과 탄탄하게 짜인 복근이 아찔하리만치 근사하다. 그는 아무것도 걸치지 않았을 때 가장 완벽했다.

쪽. 살갗이 마찰하는 소리를 내며 아연이 성기를 뱉어 냈다. 페니스는 귀두에서부터 흘러내린 쿠퍼액과 그녀의 타액으로 흥건하게 번들거리고 있었다. 양손으로 겨우 기둥을 거머쥔 아연이 두 손을 위아래로 빠르게 움직이며 복근에서 성기 뿌리로 이어진 부분을 바라보았다.

지저분한 터럭 한 올 남기지 않고 깨끗하게 제모되어 있는 성기 주변의 매끄러운 피부 위로 굵직한 핏대가 불룩거렸다. 아연은 손끝으로 꿈틀거리는 핏대를 매만지며 숨을 몰아쉬었다.

“한아연, 그만.”

낮게 억누른 목소리가 귓전을 뜨겁게 달궜다. 성현은 아연의 손목을 낚아채듯 움켜쥐고, 제 다리 사이에 무릎을 꿇고 앉아 있던 그녀를 일으켜 세웠다.

“팬티 벗고 내 얼굴 위에 앉아.”

다급히 끌어당기는 손길에서 여유를 잃은 억센 힘이 느껴졌다.

“빨리.”

성현은 아연이 직접 팬티를 벗어 내리는 그 잠깐의 시간조차 용납지 않고 손을 뻗었다.

찌지직. 섬유가 가차 없이 뜯어져 나가는 소리.

순식간에 찢어 발겨진 팬티가 형편없이 망가진 천 쪼가리가 되어 소파 뒤쪽으로 휙 나가떨어졌다.

“내 팬티……!”

벌써 몇 개째인지 모른다. 심지어 두 쪽으로 완전히 나뉘어 버린 천 조각은 원래의 형체를 전혀 알아볼 수 없었다.

울상을 짓는 아연을 훌쩍 들어 올린 성현은 그녀의 골반을 움켜잡고 주저 없이 제 얼굴 위로 내렸다. 소파에 비스듬히 기대 누운 성현의 머리 위에 다리를 양쪽으로 벌리고 올라앉은 꼴이었다.

아연은 허둥지둥 소파 등받이를 짚고 상체를 기대었다. 최소한 성현의 얼굴을 음부로 깔아뭉개는 부끄러운 상황만은 피하고픈 마음에서 나온 가련한 시도였다.

“허벅지에 힘 빼.”

그런 시도가 성현의 심기를 건드린 모양인지, 그가 아연의 엉덩이를 붙잡고 으르렁거리듯 말했다.

“그치만!”

커다란 손이 하얀 볼깃살을 양쪽으로 벌리듯이 움켜쥐었다. 잡아 누르는 억센 힘에 버티지 못한 아연의 엉덩이가 풀썩 떨어졌다. 물기를 머금은 음부가 깎아 놓은 조각처럼 높은 콧대 위에 짓뭉개졌다.

“흐윽…….”

아연은 작게 흐느끼며 엉덩이를 들썩거렸다. 벌벌 떨리는 허벅지에 힘을 주어 무릎을 세우려 애쓸 때마다 성현의 입술이 곧장 따라붙었다.

흠씬 젖은 음순을 가르고 질구를 쑤석인 혀가 거칠게 파고들어 온 정신을 빼앗아 갔다. 그가 고개를 위아래로 리드미컬하게 움직일 때마다 허리가 속절없이 꺾였다.

“아으으……!”

절정은 빠르게 찾아왔다. 어디를 어떻게 빨아 주면 아연이 자지러지는지 눈을 감고도 자극점을 찾아낼 수 있는 성현이었다.

맑은 샘이 흐르던 질구가 불규칙적으로 수축과 이완을 반복하더니, 어느 순간 그 어느 때보다 강하게 조여들었다. 그리고 무언가 팟 터지듯이 물줄기가 쏘아져 나왔다. 사방으로 튀어 오른 맑은 액체가 고스란히 성현의 얼굴로 쏟아졌다.

“하읏. 어, 어떡해. 놔줘.”

아연은 과도한 자극에 넋을 놓은 와중에도 성현의 잘생긴 얼굴이 자신이 쏟아 낸 것으로 엉망으로 젖어 버린 것에 울상을 지었다.

엉덩이를 벌벌 떨며 몸을 일으켜 보려 애썼지만, 골반이 억센 손아귀에 단단히 붙잡혀 있어 아무런 소용도 없었다. 높은 콧대가 한껏 예민해진 음부를 문지르며 자극을 더 해 눈앞이 새하얘질 뿐이었다. 몸을 버둥거릴수록 온몸이 흐느적거리며 녹아 버리는 것 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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