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필로그 3화>
[나쁜 새끼. 한아연한테 잘해 줘라. 잠깐 사귀고 헤어지는 거면 내가 너 가만 안 둔다.]
씨발. 뭐라는 거야.
성현은 짜증스럽게 욕지기를 삼키며 핸드폰을 주머니 안에 집어넣었다. 준성으로부터 온 문자였다. 결연한 표정으로 메시지를 한 자 한 자 두들겼을 멍청하기 짝이 없는 모습이 떠올라 어이가 없었다.
헤어지긴 누가 헤어진다고 그래. 평생 껌처럼 들러붙어서 안 놔줄 건데.
게다가 지가 뭔데 한아연의 뭐라도 되는 양 가만 안 놔두니 어쩌니 멋대로 지껄이는 건지. 기가 찰 노릇이었다.
하여간 좆 달고 태어난 것들은 뇌 구조가 어떻게 된 놈들이길래, 여자가 말 몇 번 섞어 주면 자기가 그 여자한테 뭐라도 되는 것처럼 황당한 착각에 빠져서 이렇게 도를 넘는 짓을 서슴지 않는 것인지.
한심하고 애잔함과 동시에 기분이 더러웠다.
생각을 곱씹으며 혀를 차던 성현이 돌연 눈빛을 야릇하게 빛내며 고개를 들었다. 저벅저벅 걸음을 옮긴 그가 닫혀 있는 탈의실 문을 벌컥 열었다.
“응? 나 다 갈아입었어. 잠깐만.”
일하는 동안 입었던 옷을 갈아입고 벗은 옷을 캐비닛 안에 정리하던 아연이 흘끗 시선을 주었다.
“왜?”
아연의 물음에도 성현은 대답 없이 탈의실 안으로 들어섰다. 아연은 캐비닛 문을 닫으며 그를 돌아보았다.
“이거, 벗는 것 좀 도와줘.”
성현이 제 아래를 턱짓하며 여상하게 말했다. 아연은 그의 시선을 따라 눈을 내렸다. 성현의 늘씬한 허리께에 묶인 검은 앞치마가 시야에 들어왔다.
“내가 혼자 하니까 잘 안 되던데.”
달칵.
아연의 뺨이 확 달아올랐다.
“무, 문은 왜 잠가?”
아연은 당혹스러운 얼굴로 더듬거렸다. 성현이 미묘하게 웃으며 다가왔다.
쿵.
등이 캐비닛에 닿으며 요란한 소리가 울려 퍼졌다. 손이 붙잡혔다. 앞치마 벗는 것을 도와 달라더니, 매듭과는 전혀 상관없는 불룩하게 솟은 곳에 아연의 손을 올려놓고는 귓가에 입술을 붙인 성현이 속삭였다.
“누가 보면 안 되잖아.”
간지러운 속삭임과 함께 손 아래의 딱딱해진 윤곽이 불끈거리는 게 느껴졌다.
숨이 탁 멎었다. 아연의 턱을 감싼 성현이 몰아붙이듯이 입술을 겹쳤다.
혀가 섞이고 숨이 흐트러졌다. 혀뿌리가 뽑힐 듯이 빨리고 입천장을 훑는 감각에 누구의 것인지 모를 타액이 목 뒤로 넘어갔다. 앓듯이 벌린 입가로 투명한 타액이 주륵 흘러내리자 성현은 그것마저 남김없이 빨아 삼키며 아연의 턱을 잘근거렸다.
아연은 자신도 모르게 한 손은 성현의 머리카락을 움켜잡고, 다른 한 손은 정신없이 움직이고 있었다. 성현이 얇은 옷감 너머로 아연의 가슴을 쥐고 주물럭거리는 것보다 더 성급한 손짓이 그의 허리에 묶인 앞치마를 풀어 내렸다.
툭.
바닥에 검은 천 조각이 떨어졌다.
벨트를 풀고 지퍼를 내리는 가느다란 손가락이 파르르 떨렸다. 왜 이렇게 누군가에게 쫓기는 사람처럼 심장이 쿵쾅거리고 몸이 바짝 달아오르는지 모를 일이었다.
머리끝까지 흥분한 것은 성현도 마찬가지인지, 아연의 어깨에 이마를 기댄 그가 거칠어진 숨을 내쉬었다. 아연은 마른침을 삼키고 바글바글 끓는 마음을 진정시키려 애쓰며 손가락을 브리프에 걸었다.
손가락에 힘을 주어 한 번에 끌어 내리자 거대하게 발기한 성기가 텅, 하고 튕겨지듯 그 모습을 드러냈다.
“일주일 만인 거 알아?”
아연의 등줄기를 길게 쓸어내린 성현이 더는 못 참겠다는 양 엉덩이를 왈칵 움켜쥐며 으르렁거리듯 말했다.
눈앞에 드러난 페니스는 그가 얼마나 여유를 잃었는지를 여실히 보여 주고 있었다. 이미 귀두 끝에서 질질 흘러나온 쿠퍼액으로 기둥이 번들번들하게 젖어 있는 꼴이 지독하게 선정적이었다.
아연은 더운 숨을 몰아쉬며 굵직한 기둥을 훑듯이 쓸어 올렸다. 뭉툭한 귀두를 둥글리다가 손가락으로 구멍을 자극하자 읏, 성현이 짧은 신음을 흘렸다.
입 안이 바짝바짝 말랐다. 아연은 혀를 내밀어 입술 끝을 축이며 손가락을 놀렸다. 숨어 있던 음습한 욕망이 고개를 쳐들었다.
한 번쯤은 이 단단하고 굵다란 것을 입에 넣고 빨아 보고 싶었다. 입 안에서 거칠게 꿈틀거릴 감각이 못 견디게 궁금했다.
“……한아연.”
성현의 기다란 눈매가 꿈틀거렸다. 캐비닛과 성현 사이에 끼어 있던 아연이 그의 어깨를 밀어내며 몸을 내린 것과 거의 동시였다.
그는 기가 막힌다는 얼굴로 시선을 내렸다. 뒤통수를 몽둥이로 두들겨 맞은 것처럼 뻐근했다. 까마득한 흥분으로 눈앞이 아득하니 흐려졌다. 눈에 뵈는 게 없다는 표현이 이제야 무슨 말인지 알 것 같았다.
아연은 하늘을 향해 탐욕스럽게 대가리를 쳐든 성기 뿌리를 쥐고 있었다. 그리고 이내 호기심 어린 얼굴을 기울여 맛을 보듯 귀두를 할짝거리며 핥아 올렸다. 내려다보는 성현과 시선이 마주치자, 심지어 입을 버겁도록 벌려서 투명하게 번들거리는 선단을 쏙 삼키더니 빨기 시작했다.
성현은 뜨거운 호흡을 내쉬었다. 그의 두툼한 가슴팍이 거세게 오르내렸다. 목울대가 여지없이 적나라하게 요동쳤다.
이 요망한 존재는 자신이 무슨 짓을 하고 있는지 알기나 하는 건지.
그의 머릿속이 얼마나 천박하고 지저분한 생각으로 난잡하게 뒤엉켜 있는지, 아마 한아연은 상상도 못 할 것이다. 저 예쁜 양 뺨을 난폭하게 부여잡고 미친개처럼 허리를 털고 싶은 상스러운 욕정 따위로 가득하다는 것을 안다면, 겁도 없이 이런 대담한 도발을 할 리 없을 텐데.
선단만 겨우 삼킨 좁은 입 안에 더 깊숙이 좆을 처박고 미친 듯이 흔들고 싶은 저열한 욕구를 간신히 억누르며, 성현은 아연의 턱을 쥐어 올리고 한숨처럼 말했다.
“일어나.”
“……넌 맨날 하잖아.”
입 안 가득 페니스를 문 탓에 우물거리는 목소리가 흘러나왔다. 매번 성현만 그녀의 아래를 흐물흐물해지도록 물고 빠는 게 불공평하다는 투였다.
“그거랑 이게 같은 줄 알아? 내가 네 아래 빠는 건 너도 좋고 나도 좋지만, 이건 나만 좋잖아. 그만 됐으니까 일어나.”
그의 입이 하는 말과는 달리 완전히 발기한 좆은 아연에게 빨리고 싶어서 난리가 난 것처럼 꿈틀거리며 쿠퍼액을 질질 흘려 대고 있었다. 상체와 하체가 완벽하게 따로 노는 중이었다.
길게 숨을 고른 성현은 다정하게 아연의 턱을 쓰다듬었다.
“너 턱 아파.”
누가 누굴 걱정하는 건지.
헛웃음이 흘렀다. 정작 그가 걱정해야 하는 것은 따로 있었기 때문이다.
금방이라도 이 작고 귀여운 입 안에 좆물을 쏟아 낼 것 같은 사정감이 벼락처럼 휘몰아치고 있었다.
아연은 고집스럽게 버텼다. 조금 더 안쪽까지 삼키고 천천히 앞뒤로 움직이자 머리 위로 나른한 신음이 흩어졌다.
한동안 성현의 이성과 본능이 처절한 사투를 보이는 듯했지만, 어느새 아연의 뒤통수를 받치고 있는 커다란 손은 본능의 완전한 승리를 나타냈다. 성현은 이제 그녀의 머리통을 한 번에 감싸 쥐고 아연이 움직이는 속도에 맞춰 머리를 당겼다 놓아주고 있었다.
그가 치미는 정욕을 참지 못하고 나지막하게 내는 소리가 좋았다. 성현의 허벅지에 단단하게 힘이 들어가는 게 느껴질 때마다 손바닥이 뜨거워지고, 자신도 모르게 앞뒤로 머리를 움직이는 속도가 빨라졌다.
성현의 성기는 몹시 딱딱하면서도 부드러웠다. 코끝에 짙은 흥분의 냄새가 났다. 권성현의 냄새. 그가 제 냄새를 입 안에 잔뜩 묻힐 때마다 아래가 움찔거렸다. 물이 왈칵 터져 속옷이 젖어 드는 게 느껴졌다.
문득 아연은 자신이 머리를 움직이는 것을 멈추었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대신 양손으로 그녀의 머리통을 감싸 쥔 성현이 허리를 흔들고 있었다. 흥분에 겨운 와중에도 깊숙이 찌르지 않는 것을 보면, 여전히 한 줌의 이성이 남아 있는 모양이었다.
뭉툭한 귀두가 입천장을 뜨끈하게 문질렀다. 크읏, 성현이 잇새로 신음을 짓씹었다.
험악해 보이기까지 하는 기둥을 순진하기 짝이 없는 얼굴로 겨우 입에 문 아연이 눈을 치켜올리며 그와 시선을 맞췄다.
그 순간 숨통이 조여들고 척추 부근이 지끈거렸다. 성현은 혓바닥 위에 흐트러지는 욕지기를 삼키며 다급하게 아연을 일으켜 세웠다.
아연의 몸이 캐비닛까지 떠밀렸다. 텅, 하는 소리와 함께 등 뒤에 단단한 금속이 느껴졌다. 성현은 아연의 목선에 거칠어진 숨을 흩트리며 성급한 손길로 그녀의 치맛자락을 헤집어 올렸다.
그가 축축이 젖은 속옷을 찢어발길 것처럼 잡아 내리고 씨근덕거리며 말했다.
“내 거 빨면서 적신 거야? 야해 빠졌네, 한아연.”
“흐읏…….”
그러고는 아연의 허벅지 하나를 들어 무릎 안쪽을 위로 잡아 누르며 그가 미끄러지듯 삽입했다.
천천히, 들어갈 수 있는 가장 깊은 곳까지 좆을 밀어 넣은 성현이 이를 악물었다.
“……아, 씨발. 돌겠네.”
내벽의 전부를 꽉 채우는 압박감에 아연은 몸을 바들바들 떨었다. 삽입과 동시에 지나칠 정도의 아득한 절정이 찾아왔다. 숨이 턱 틀어막혔다. 발끝에 저절로 힘이 꾸욱 들어갔다.
“너 이렇게 좁은데, 빌어먹을……. 하, 내가 개새끼지.”
“……그래서 좋아. 흣…….”
제가 가진 모든 여유를 잃고 길들여지지 않은 날것처럼 날뛰는 그가 좋았다. 움츠리고, 체념하고, 단념하고, 순응하고, 웅크리고 살아온 자신을 미친 듯이 헤집어 버리는 그가 좋았다. 성현의 앞에서 제 민낯을 드러내는 순간이 말도 못 하게 좋았다.
퍼억. 썰물 빠져나가듯 빨려 나가던 속살을 짓치며 크고 뜨거운 성기가 단숨에 안쪽까지 밀려들었다. 발끝이 허공으로 붕 떠오르는 것과 동시에 그가 덤벼들듯이 입술을 포갰다.
궁지에 몰린 듯한 키스는 아찔한 절정감을 몰고 왔다. 아연은 기꺼이 입을 벌리고 제 안을 휘젓는 그를 부둥켜안았다. 누구의 것인지 모를 거친 숨소리와 캐비닛이 벽을 때리며 삐걱거리는 요란한 소리가 뒤엉켰다.
재회의 밤은 이제야 시작되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