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화>
“아흑!”
그의 성기가 단번에 안쪽을 꿰뚫고 들어가 깊숙이 쑤셔 박혔다. 선단부터 기둥, 뿌리 끝까지 완전히 따스한 속살에 파묻혔다. 쥐어짜는 듯한 압박감에 성현은 나직한 신음을 내뱉었다.
“읏. 씨발…….”
내벽의 음습한 온기가 그를 옥죄듯 감싸 왔다. 순간 정제되지 않은 욕설이 튀어 나간 것도 의식하지 못할 정도로, 살면서 단 한 번도 경험한 적 없던 아찔한 감각이 몰아쳤다. 척추에서부터 고환까지 찌릿거렸다.
“이, 이…… 너 나한테 거짓말했지.”
나연은 목구멍까지 꽉 틀어막힌 듯한 억눌린 목소리로 헐떡였다. 눈물이 핑 돌았다. 물기 어린 눈초리가 매섭게 성현을 노려보았다.
“응. 거짓말했어.”
“나쁜, 나쁜 새끼…….”
“응. 내가 나쁜 새끼야.”
아연의 안은 뜨겁고 좁았으며 쫀득거렸다. 제 안에 품은 그의 좆을 터뜨릴 기세로 조여 대는 게 요사스럽기 짝이 없었다. 하여간, 그의 영혼을 자비 없이 쏙 뽑아 가는 걸 보니 그야말로 한아연다웠다.
“하……. 빌어먹을. 그만 좀 조여, 한아연.”
“네가, 흣, 무식하게 큰, 거잖아!”
눈매를 좁히며 신경질 부리는 모습이 귀여워 보여서 어이가 없을 지경이었다. 기본적으로 한아연은 예쁜 얼굴이었지, 귀여운 쪽은 아니었는데.
“무식하게 큰 좆을 두 눈으로 똑바로 구경했으면, 애초에 몸부터 사리고 도망갔어야지. 건드리긴 왜 건드려. 응?”
“이렇게, 큰 줄은…… 몰랐지!”
“네 구멍이 너무 좁은 탓도 있어.”
“구…… 뭐? 너 어떻게 그런, 지저분한 말을 잘도.”
보란 듯이 야한 말을 속삭이자, 경악으로 물든 아연의 두 뺨이 화르르 달아올랐다.
아래론 욕심껏 좆을 오물거리고 있는 주제에, 겨우 그깟 말장난에 이제 와서 뭐가 부끄럽다고 어린애처럼 얼굴이나 붉히다니.
성현은 피식 웃음을 삼키며 잠시 가만히 박아 두었던 성기를 천천히 빼냈다. 새된 눈을 흘겨 뜨던 아연의 얼굴에 찰나의 불안감이 스쳤다.
“왜……, 왜?”
“네가 자꾸 무식하게 크다고 불평하니까.”
멍하니 벌어진 입술에 촉, 하고 입술이 짧게 부딪치고 멀어졌다.
“이미 커진 좆을 작게 만들 수도 없고. 나랑 놀려면, 지나치게 작은 네 구멍부터 넓혀야지.”
장난스럽게 속살거리는 낮은 음성에 귓가의 솜털이 곤두섰다. 그의 돼먹지 못한 말본새에 정신이 아득해질 따름이었다.
제가 아는 권성현과는 영 딴판인, 야해 빠진 양아치가 드러낸 생경한 민낯에 아연은 충격으로 벌어진 입술만 뻐끔거렸다.
“몇 번 하다 보면 서로한테 딱 맞을 거야.”
능청스러운 단언. 어쩐지 사람을 잘못 건드린 듯한 불길한 예감에 몸서리치는 순간, 뒤로 물러났던 성기가 단번에 퍽 하고 안쪽에 때려 박혔다.
“아흐윽……!”
아연은 어찌할 겨를도 없이 성현의 목을 끌어안았다. 인간 같지도 않은 힘에 계속 처박히다간 몸이 남아나지 않을 거란 두려움에 그를 껴안자, 성현은 기다렸다는 듯이 아연의 얼굴 옆을 짚고 있던 손으로 그녀의 뒤통수를 부여잡았다. 그러고는 거칠게 허리를 쳐올리기 시작했다.
퍽, 퍼억. 살과 살이 찰지게 부딪히며 나는 소리가 무서울 지경이었다. 뒤집어썼던 인간의 탈을 벗어젖힌 짐승처럼 씨근덕거리는 숨소리가 귓가에 부서졌다. 그가 허리를 박아 올릴 때마다 벌어진 두 다리가 허공에서 달랑거렸다.
“흐읏! 아아! 아읏!”
거친 숨소리. 저를 짓누르는 묵직한 무게감. 아래를 쑤셔 오는 거대한 해일.
거센 폭풍에 휘말린 것처럼 정신을 차릴 수가 없었다. 아연은 숨을 헐떡이며 부둥켜안은 성현의 등을 긁어 댔다.
천천히, 천천히 좀…….
채 문장의 형태를 갖추지 못하고 토막 난 말 몇 마디가 숨 가쁜 신음과 뒤엉킨다.
응. 그래. 알았어.
대답은 잘만 해 대는 주제에, 쳐올리는 속도는 도무지 줄어들지 않았다.
아연의 몸 전체가 연약한 종이 인형처럼 뒤흔들렸다. 그는 도리어 상체를 일으켜 쑤셔 대기 좋은 각도로 아연의 골반을 고쳐 잡고는 더 세게 페니스를 박아 넣었다.
푹, 푹, 찔러 올릴 때마다 위아래로 야하게 출렁거리는 가슴을 내려다보는 깊은 눈매가 가늘어졌다. 손을 뻗어 그녀의 가슴을 움켜쥔 성현은 마음껏 유두를 비틀고 잡아당기며 가슴과 내벽을 동시에 희롱했다.
안을 깊숙이 쑤석이는 몸짓에 튀어 오른 물기가 철벅거리며 음탕한 소리를 자아냈다. 애액이 질질 흐르는 음부에 펑펑 부딪쳐 오는 그의 몸은 얼마나 단단한지. 그 커다랗고 딱딱한 몸이 흡사 망치질하듯 난폭하게 때려 대는데, 고통을 느낄 겨를도 없이 거대한 쾌락이 전신을 집어삼켰다.
“하읏! 권성현……. 아흑!”
“응. 듣고 있어.”
성현은 제 아래에 깔린 채 헐떡거리는 아연을 집요하게 내려다보며 눈에 새겼다. 시야가 번쩍거리고 귓가도 먹먹한 게, 자신이 지금 제정신이 아니라 반쯤 돌아 있단 사실을 그도 분명 자각하고 있었다.
그렇지 않고서야 그가 한아연을 이렇게 무자비하게 괴롭힐 수 있을 리 없다.
더, 더 괴롭히고, 더 망가뜨리고, 아주 흐물흐물해지게, 완전히 허물어뜨려 바닥까지 까 보고 싶다. 뇌 속을 질척하게 물들이는 야만적인 충동에 기가 막힐 따름이었다.
그는 방종하게 벌어진 채 허공에서 발발 떨리는 허벅지를 부여잡고 아연의 허리 옆으로 붙였다. 양옆으로 쫙 벌어진 다리 사이로, 그의 충동질에 불씨를 던지는 황홀경이 드러났다.
굵다란 좆을 간신히 삼킨 채 난잡하게 젖은 질구. 그 위로 수줍게 벌어진 선홍색 음순 역시 흥건히 번진 애액으로 번들거렸다. 군데군데 젖어 뭉쳐 있는 옅은 체모까지.
시뻘겋게 열이 오른 성기가 퍽퍽 흉포한 기세로 처박을 때마다 납작한 아랫배가 파들거렸다. 성현은 여린 뱃가죽을 지그시 누르며 아연과 눈을 마주쳤다.
“한아연, 너 실수했어.”
“흐읏! 아아!”
“날 건드리지 말았어야지.”
“……하으으! 흐윽.”
힘겹게 뜬 붉어진 눈가를 다정하기 짝이 없는 손길로 어루만지며, 그가 짓궂게 읊조렸다.
“내가 널 이렇게 야한 꼴로 만들어 놓았잖아.”
눈가를 쓸던 나긋한 손길과는 판이하게 다르게 왈칵 가슴을 틀어쥔 그는 빳빳하게 곤두선 유두를 양쪽으로 잡아 비틀었다. 아연이 허리를 뒤틀며 도리질을 쳤지만, 성현은 도리어 야살스럽게 입꼬리를 비틀어 올리며 박아 올리는 속도를 높였다.
그가 더없이 빠른 속도로 짓쳐 댈 때마다 지진이라도 난 것처럼 침대 전체가 뒤흔들렸다. 침대 헤드가 쿵쿵 벽에 부딪혔다.
온몸에 전율이 일었다. 아연은 제 가슴을 움켜쥐고 멋대로 주물럭거리는 성현의 팔뚝을 목숨줄이라도 되는 양 꽉 붙잡은 채 거친 풍랑에 나부끼는 나뭇잎처럼 흔들거렸다.
“하읏……!”
그때 성현이 불쑥 상체를 내려 거칠게 입술을 겹쳤다. 그와 동시에 크게 허리를 박아 넣었다. 닿을 수 있는 가장 깊은 곳까지 성기를 파묻고 뜨겁게 파동하는 내벽을 꾸욱 짓누른다.
안쪽을 가득 메우는 묵직한 압박감이 번져 왔다. 쏟아지는 난폭한 키스에 정신없이 혀를 내주며 아연은 절정에 몸을 떨었다.
너울지는 것처럼 수축과 이완을 반복하는 아연의 안쪽을 느끼며 이윽고 성현도 사정하기 시작했다. 성난 짐승이 으르렁거리듯 거칠고 낮은 신음과 함께 너른 등줄기의 모든 근육이 단단하게 경직되었다.
아연의 등허리 아래로 집어넣은 손이 그녀를 더욱 제 쪽으로 바짝 당긴다. 그는 빈틈없이 달라붙은 내벽에 귀두를 문대며 정액을 쏟아 냈다. 더 깊이 들어가고 싶다는 양 몇 번이고 성기를 찔러 대면서 사정은 오래도록 이어졌다.
“하아……. 하아…….”
아연은 무거운 눈꺼풀을 깜빡거리며 축 늘어진 채 가쁜 숨을 헐떡였다. 성현은 정액을 모두 토해 낸 후에도 아연의 안에서 몸을 빼지 않고, 그녀의 뺨과 광대, 귓바퀴, 머리카락에 차례로 입을 맞췄다.
“숨 막혀…….”
아연이 억눌린 목소리로 웅얼거리고 나서야 성현은 피식 웃으며 상체를 일으켰다.
“매정하긴.”
방금까지 굶주린 짐승처럼 악독하게 굴었던 주제에, 아연의 안에서 성기를 빼내는 몸짓은 조심스럽기 짝이 없었다.
질구에서 스윽 튕겨져 나온 페니스는 사정 후에도 채 가라앉지 않고 허공에서 크게 꺼떡거렸다. 그런데 허연 정액이 찬 콘돔을 벗겨 내던 성현이 “응?” 하는 나지막한 혼잣말과 함께 돌연 움직임을 멈추었다.
뭐지, 이거?
콘돔의 외부에 흐릿한 혈흔이 묻어 있었다. 자칫하면 발견하지 못했을 수도 있을 정도의 적은 양이었지만, 그의 머릿속을 허옇게 비우기에는 충분했다.
“한아연. 너 피 났어?”
성현은 경직된 얼굴로 고개를 돌렸다. 그새 시트로 벗은 몸을 가리고 있던 아연은 그의 말에 제가 깔고 앉아 있던 자리를 슬쩍 살펴보았다. 그녀의 낯이 순식간에 창백해졌다.
“봐 봐.”
그 또한 눈에 띄게 동요하고 있었다. 성현이 시트를 끌어 내리려 손을 뻗자 아연은 다급하게 고개를 가로저으며 어깨를 비틀었다.
“보지 마!”
“왜. 피 얼마나 났는데.”
“아, 그냥 조금. 조금 묻었어.”
“…….”
성현은 인상을 구긴 채 새파랗게 질린 아연을 물끄러미 응시했다. 그 시선이 어쩐지 부담스러워 아연은 눈을 내리깔고 불만스럽게 물었다.
“표정 왜 그러는데?”
“너, 처음이야?”
“아니? 오래간만에 해서 그래.”
왜 갑자기 그런 변명이 튀어나왔는지 모르게 거짓말이 툭 흘러나왔다. 아연은 가슴 위까지 끌어당긴 시트를 고집스럽게 움켜잡고 시선을 사선으로 돌렸다.
“그냥 오랜만에 한 건데 피가 났으면 더 문제잖아. 봐 봐. 다친 거 아닌지 좀 보게.”
“아, 됐어. 보긴 뭘 봐. 요란 떨지 마.”
당장이라도 그가 시트를 뺏어 가 아래를 들춰 볼까 봐 두려운 양 아연은 시트를 붙잡은 손에 힘을 꼭 주고 어깨를 한껏 움츠렸다. 질색한 얼굴로 잔뜩 경계의 날을 세우는 모습이 마치 예민한 사슴 같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