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6화 (6/96)

<6화>

성현은 얌전해진 아연의 엉덩이 아래로 두 손을 집어넣어 제 쪽으로 쭈욱 당겨 올렸다.

아연은 성난 짐승의 손에 몸을 내준 채 손등으로 입을 가렸다. 그의 손에 붙잡힌 하체가 완전히 들려 있어 겨우 어깨만이 침대에 닿은 상태였다.

두 다리는 가슴 가까이 붙여지고, 허벅지 안쪽을 붙잡은 손아귀에선 벗어나지 못하게 찍어 누르는 힘이 느껴졌다. 덕분에 그의 코앞에 음부가 적나라하게 내밀어진 것은 물론이거니와, 그녀에게까지 훤히 내보일 정도였다. 아연은 너무 부끄러워 어쩔 줄 몰랐다.

‘자세가…… 너무 심한 거 아니야? 창피해…….’

그러나 성현의 입술이 내려앉은 순간, 부질없는 생각마저 일시에 허물어졌다. 아연은 급하게 숨을 들이켜며 손등을 깨물었다.

이미 제 타액과 그녀가 흘린 애액이 뒤섞여 흥건히 젖은 질구에 입술을 붙인 그는 망설임 없이 혀를 놀리기 시작했다. 음습한 구멍을 열고 거침없이 혀로 쑤시자, 체념한 듯 얌전해졌던 아연의 허리가 다시금 들썩였다.

“흐응……. 아읏. 권성현. 그, 그만.”

아연은 애원하듯 신음하며 도리질을 쳤다. 그러나 성현은 아랑곳하지 않고 구멍 안을 쑤석였다. 은밀한 곳에 혀가 들어와 속살을 거침없이 빨고 핥았다. 아연의 입술이 바들바들 떨렸다. 그녀는 무의식적으로 성현의 머리카락을 움켜쥐며 허리를 둥글게 말았다.

쪽쪽거리는 난잡한 소리를 내 가며 자극을 계속하고 울컥울컥 터져 나오는 애액마저 남김없이 빨아 댄다. 쭈웁. 쭙. 천박하기 그지없는 소리와 견디기 어려운 아찔한 감각이 마구잡이로 뒤엉켜 아연을 집어삼켰다.

이윽고 집요하게 질구를 괴롭히던 혀가 음순을 쭈웁 빨아 당기곤 야릇하게 지분거리며 올라왔다.

성현은 음부 위에 여리게 난 옅은 체모를 어루만지듯 쓸었다. 뭐 하나 안 예쁜 구석이 없었다. 마음 같아선 코를 박고 얼굴을 마구 비벼 대고 싶을 정도로. 사람 몸에 난 체모가 이렇게 귀여우리라곤 전혀 생각지도 못했다.

그가 제 몸에 난 털을 정리한 이유 또한 그러했다. 그다지 보기에 좋지 않으니까.

특히 아침 수영을 즐기는 그로선 사타구니의 체모가 성가시기 짝이 없었다. 제 것도 그러한데, 어쩌다가 수영장 물 표면에 둥둥 떠다니는 남의 털 한 가닥이라도 보는 날엔 하루 종일 기분이 좆같았다. 칠칠치 못하게 아무렇게나 흘리고 다니는 좆같은 털 같으니…….

그러니까 기본적으로 그는 제 것이든 남의 것이든 성기 주변에 난 체모를 혐오했다. 그런데 한아연의 몸에 난 건 어떻게 된 게 이렇게 여리여리하고 부드러운지.

사뭇 애정 어린 손길로 체모를 쓸어 올린 성현은 음순이 합쳐지는 곳에 수줍게 자리한 클리토리스를 찾아내 곧바로 고개를 숙였다. 애액을 듬뿍 묻힌 손끝으로 둥글게 문지르다가 혀를 대자, 아연의 엉덩이가 거세게 튀어 올랐다.

“하읏! 이상해……. 제발. 읏.”

그는 입 안에 작은 구슬을 넣고 장난치듯이 굴리며 손을 미끄러트렸다. 기다란 중지가 질구 안으로 곧바로 빨려 들어갔다.

‘……안이 뜨거워.’

아연의 안쪽은 미끄덩거리고 몹시 뜨거웠다. 고작 손가락 하나 넣었을 뿐인데 빠듯하게 조여 오는 감각에 머리털이 쭈뼛 섰다.

이렇게 좁은 구멍에 어떻게 내 걸 넣지?

당최 가능하기는 할는지 짧은 의구심이 들었으나, 제 좆을 넣으면 얼마나 뻑뻑하게 조여 댈지 음란한 호기심도 함께였다. 상상만으로도 당장 바지 안에서 좆물을 질질 싸지를 수 있을 정도의 아득한 사정감이 밀려들었다. 등줄기가 저릿거린다.

‘하……. 씨발, 이게 또 왜 이래.’

성현은 훨씬 앞서 나가는 제 성기의 조바심을 자책하며 계속해서 손가락을 놀렸다. 뜨끈한 내벽을 훑으면서 움푹 들어간 지점을 찾아 짓눌렀다.

흐윽, 짧은 흐느낌이 터졌다. 클리토리스를 핥아 올리며 흘끗 눈을 들어 아연을 살펴보니, 거센 자극에 허우적거리는 모습이 버거워 보였지만 싫어하는 것 같진 않았다.

그는 몇 번이고 손가락을 넣었다 빼며 젖은 구멍을 쑤석였다. 빠르게 드나드는 길고 곧은 손가락이 온통 투명하게 번들거렸다. 얼마 안 가 선홍빛 질구가 고여 있던 애액을 왈칵 뱉어 내며 안쪽의 속살이 손가락에 쩍쩍 달라붙었다.

“아흑…….”

성현은 애액으로 흠뻑 젖은 입가와 콧대를 스윽 훔치듯 닦아 냈다. 그러곤 백 미터 달리기라도 마친 사람처럼 헐떡거리는 아연의 입술을 물었다.

아연은 그가 다시 고개를 제 다리 사이에 처박는 것보다는 키스가 낫겠다고 생각했는지, 얼른 두 팔로 성현의 목을 끌어안으며 기꺼이 입을 벌렸다.

벌어진 입술 사이로 두꺼운 혀가 파고들었다. 힘없이 늘어진 혀를 찾아 뿌리까지 얽으며 강하게 감아올리자 아연은 으응, 목 안에서부터 울리는 야릇한 소리를 내었다.

입술을 뭉개뜨리고 혀를 맞부딪치며, 아까 전보다 훨씬 부드럽게 뭉그러진 질구를 더듬어 가늠하던 성현은 이내 손가락을 두 개로 늘렸다.

“아아……. 권성현. 흣, 이제 그건, 그만해도…….”

“아니. 더 늘려야 돼.”

부드럽게 속삭이는 말은 말투만 다정했지 단호하기 짝이 없었다. 바르작거리는 아연의 몸을 제 품에 가둔 성현은 개수를 늘린 손가락을 두어 번 넣었다가 빼고는 손바닥이 위로 향하도록 빙글 방향을 바꿨다. 그러곤 곧바로 빠르게 쳐올리기 시작했다.

“아으읏!”

성현의 어깨에 얼굴을 묻고 바들바들 떠는 아연이 가련해 보일 지경이었으나 그는 멈추지 않았다.

아까 다 보았던 주제에 한아연은 까맣게 잊어버린 모양이지만, 제 좆을 받아 내기엔 그녀의 구멍은 여전히 너무 좁았다. 그가 손을 탁탁탁 치받을 때마다 투명한 애액이 마구잡이로 튀어 올랐다.

몰아치는 쾌락이 억수같이 쏟아져 내렸다. 눈앞에서 불꽃이 터지고 시야가 허옇게 점멸했다. 억누른 신음이 먹먹한 귓가를 찔렀다.

격렬한 전율이 전신을 집어삼키고 영혼이 어딘가로 빨려 들어가듯이 아득해졌다. 손 하나 까딱할 힘조차 남지 않아 축 늘어지고 나서야 성현은 그녀를 놓아주었다. 아연은 힘겹게 숨을 몰아쉬며 눈을 들었다.

“권성현. 너, 이……. 내가 계속 그만하라고 했는데……!”

사람을 이 꼴로 만들다니.

이제야 내려다본 자신의 모습은 그야말로 처참했다. 다리 사이는 젖다 못해 흥건해 엉덩이 아래의 침대 시트마저 질척거릴 지경이었으며, 음모는 애액으로 범벅이 되어 군데군데 뭉쳐 있었다.

아연이 성난 얼굴로 잡아먹을 듯 노려보는데도 성현은 능청스럽게 씨익 웃을 뿐이었다. 아무 말 없이 불쑥 고개를 내리더니 오히려 그녀의 입술에 쪽 하고 입을 맞췄다.

사람 혼을 다 빼놓고는 미안한 기색도 없이 천연덕스러운 성현의 모습에 어이가 없어서 바람 빠지듯 헛웃음만 흘러나왔다. 어차피 화낼 기력도 없었다.

맥이 탁 풀려서 색색 가쁜 숨만 내쉬는 아연과 눈을 지그시 맞춘 채로, 성현은 이제껏 제 좆을 답답하게 억눌러 온 방해물을 벗어 냈다. 드디어 자유를 찾은 성기가 천을 젖히고 스프링처럼 튕겨 올라 아랫배에 턱 하니 부딪혔다.

쪽팔리게 바지 속에서 싸지 않았을 뿐이지 사정은 비슷했다. 침대 밖으로 던져 버린 브리프가 질질 뿜어낸 쿠퍼액으로 잔뜩 젖어 있었으니, 페니스 또한 사정이 마찬가지인 것은 굳이 시선을 내려 확인할 필요도 없었다.

애무하는 내내 헐떡거리는 아연을 지켜보는 것이 제 좆에게는 고문이나 마찬가지였으니까.

금방이라도 기절할 것처럼 기진맥진해 있던 아연이 눈을 휘둥그레 뜨곤 저도 모르게 입을 벌리는 게 보였다. 하여간, 순진해 빠진 주제에 제 좆은 꽤 마음에 드는 모양이었다.

성현은 피식 웃으며 하늘을 향해 빳빳하게 고개를 든 성기를 붙잡았다. 헐겁게 쥔 손으로 기둥을 스윽 훑어 올렸다. 그러고는 침대 위를 무릎으로 짚으며 아연에게 다가갔다.

그의 커다란 그림자가 아연의 위로 드리워지는 순간.

“아……. 씨발.”

별안간 그가 욕설을 짓씹듯 중얼거렸다.

성현은 돌연 뒤로 훌쩍 물러나 앉으며 짜증 섞인 몸짓으로 머리카락을 쓸어 올렸다. 긴장감에 무심코 숨까지 멈추고 있던 아연은 어리둥절한 얼굴로 눈을 깜박거렸다.

이게 무슨 상황이지?

“왜 그래?”

아연을 흘끗 쳐다본 성현은 시트를 당겨 그녀의 벌거벗은 몸을 덮어 주었다.

“……콘돔이 없어.”

“아…….”

뭐 이런 병신 같은 상황이…….

시작하기 전에 침착하게 콘돔부터 사 왔어야 했는데, 앞뒤 안 가리고 좆부터 세워 버리는 바람에 다 망했다.

* * *

성현의 집에는 콘돔이 없다.

드나드는 여자라곤 한아연뿐인데, 20년도 더 된 친구와 섹스할 일이 생길지도 모르니 미리 콘돔을 사 두는 철두철미한 준비성 따윈 없었다. 그런 음흉한 대비를 하는 것만으로도 따귀 맞을 일이라고 생각했기에 당연한 일이다.

더 나아가 애초에 콘돔을 착용해 본 적도 없다. 기본적으로 그는 여자를 좋아하지 않았으니까.

그가 고자라는 얘기는 아니다. 아침마다 발기하는 게 성가실 정도로 기능적인 부분이야 정상이지만, 단지 섹스에 흥미가 없었을 뿐이다.

그것은 어느 정도 심리적인 요인에서 기인했는데, 성현이 성인이 채 되기도 전부터 성적인 어필을 하며 다가오는 여자들이 몹시 많았다. 주변의 사내새끼들은 늘 부러워했지만, 정작 본인은 완전히 질려 버렸을 정도였다.

다가오는 여자야 내치면 그만이라지만, 내쳐진 여자가 그를 원망하며 자해를 시도하거나 집착적인 스토커로 변모하는 것은 막을 도리가 없었다.

그것은 그가 이차성징을 거쳐 웬만한 성인 남자의 체격을 가뿐히 능가하는 꽤 그럴듯한 외양을 갖추기 시작한 고등학생 때부터 본격적으로 시작되었다.

오랜 시간 축적된 일련의 좋지 않은 기억들이 여자라는 존재에 관심이라곤 전혀 없는 지금의 권성현을 만들어 낸 것이다. 심지어 미국에서 유학하던 시절에는 한 학생이 애프터파티에서 그가 마시는 술에 약을 타 꼼짝없이 따먹힐 뻔한 사건까지 있었으니, 그야말로 화룡점정이었다.

그의 몸을 노리고 다가와 옷부터 벗어 재끼거나 질척거리며 들러붙는 여자들에 대한 감정이 좋지 않은 것은 어찌 보면 당연한 결과였다.

그랬기에 아까 한아연이 갑자기 제 좆을 좀 꺼내 보라 말했을 때 성현은 적잖이 당황했다. 그런 황당한 요구를 한 사람이 한아연이 아닌 다른 누군가였다면 지체 없이 집 밖으로 내쫓고 소금을 뿌렸을 것이다. 애초에 애먼 여자를 집에 들일 일도 없었겠지만.

분명 당혹스러웠다. 만취했거나 미쳤거나 둘 중 하나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결국 별수 없이 좆을 꺼내어 보여 줬던 건…….

일종의 관성과도 같았다. 예전부터 그는 한아연한테 어쩐지 꽤 무른 구석이 있었으니까.

뭐, 거기까지는 그럴 수 있다. 하지만 물끄러미 쳐다보는 시선, 도리어 순진해 보이는 그 눈길에 좆이 다짜고짜 발기해 버린 건……. 그때부터는 정상 궤도를 벗어났다고 볼 수 있었다.

어찌 됐든 시작이 어땠고, 어째서 한아연에게 좆을 발딱 세워 버린 것인지 하는 문제를 떠나 지금 가장 중요한 문젯거리는, 콘돔이 없다는 것이었다.

콘돔 없이는 한아연과 섹스를 할 수 없다. 씨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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