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그대가 있음에 (39)화 (39/63)

#39화

기방의 가장 깊고 은밀한 방. 홍옥은 또 다시 이 방 안에 들어와 앉아 있다. 지난번과 마찬가지로 칼을 찬 사내는 오늘도 귀신처럼 문 앞에 서있었다. 서늘한 목소리를 가진 세자는 홍옥을 내다보며 술잔을 빙글 돌렸다.

“역시, 명기라 그런가 들어줄 만하더구나.”

“망극하옵니다.” “헌데 내가 그 거문고 소리를 듣다가 좀 재미난 광경을 보아서 말이지.”

홍옥은 눈 하나 깜짝하지 않은 채 바닥만 가만히 내려다보고 있었다. 홍옥의 앞엔 세자가 내린 거문고가 놓여 있었다.

“너도 혹시 보았느냐? 종친이란 놈들은 죄다 노인네인 줄 알았더니 새파랗게 어린 놈 하나가 앉아 있더구나.”

“······.”

“듣자 하니 나와 팔촌이라 하던데, 하하하. 개나 소나 종친이라며 떠드는 건 내 진작부터 알았다만, 그런 시골 촌뜨기까지 앉혀 놓으니 아주 가관이지 않더냐.”

세자의 비아냥에 홍옥이 마른 입술을 달싹였다. 고요하던 눈빛이 순간 흩어지는 것을 세자는 모두 지켜보았다.

“갖고 싶으냐.”

“······.”

세자는 들고 있던 술잔을 내려놓았다. 매끈한 술병을 가볍게 쥔 채 술잔에 술을 따르며, 세자는 재밌다는 듯 웃음을 참는 표정이었다.

“그놈을 네 옆에 데려다 놓는 거야 뭐, 일도 아닌데.”

“쇤네가 미천하여 감히 그 말뜻을 알아듣지 못하였습니다.”

“이 귀하신 몸 덕분에 관직 하나 얻은 시골뜨기 종친이라면 더욱이. 암, 별수 있나.”

“······.”

탁, 술병을 내려놓자 세자의 웃음소리가 멎었다.

“헌데, 그럴 필요도 없겠다 싶기도 하고.”

“······.”

“네 년도 꽤나 도도하다고 알고 있었는데, 마냥 그렇지도 않은 모양이구나.”

“무슨 말씀을 하고자 하시옵니까.”

“이미 잘 홀려다 잘 가지고 놀고 있지 않느냐.”

“무슨······.”

“뻔뻔하긴, 이 기방엔 죄다 입이 가벼운 자들뿐이라 묻지 않아도 이미 떠들고 있던데.”

세자의 말에 문 앞에 서 있던 사내가 슬쩍 뒤를 돌아보았다. 쥐고 있던 칼집에서 철컥 하는 소리가 들리자 문 너머로 기부가 코를 훌쩍이는 소리가 들려왔다.

“꾸짖는 것이 아니다. 그저 그 재밌는 놀이를 너 혼자 하고 있으니 조금 약이 올라 그렇지.”

“······.”

“갖고 싶거든 확실히 뺏어야지. 그래야 내가 지켜보기 좀 더 즐거울 것 같구나.”

“······.”

“아니지, 좀 더 지저분하게 뺏어라. 비참하게 만드는 게 좋겠지.”

“······.”

“그놈 옆에 있는 건 원래 내 놀잇감이었거든.”

홍옥이 고개를 들어 번들거리는 세자의 눈을 보았다. 지금의 세자는 성정이 점잖지 못하고 어린 나이에서부터 여색을 밝혔다고 익히 들어왔다.

하지만 세간에 도는 그 말들과 홍옥의 생각은 조금 달랐다. 세자는 여색을 밝힌다기보다 남을 괴롭히고, 그 사람이 괴로워하는 모습을 보는 걸 즐기는 사람 같았다. 아니면 아주 만에 하나 혹시나 세자가 진정으로 아란을 마음에 두었을까, 그래서 자신을 거부한 아란을 망가뜨리고 싶어 하나. 그것이 정녕 그 사람을 마음에 두었다고 볼 수 있을까. 스스로는 이 비열하고 추악한 자와 무엇이 다른가. 홍옥은 천천히 눈을 감았다 떴다.

“아무리 오래 두고 보아도 그 속을 알 수 없는 게 사람이라 했다.”

“······.”

“그치만 자신과 닮은 사람은 곧바로 알아보는 것 또한 사람이지.”

“······.”

“나는 아주 어릴 때부터 마음이 뒤틀려 있었다.”

“······.”

“너도, 나처럼 마음이 아주 뒤틀려 있지. 나는 알 수 있다.”

방 안엔 잠시간의 침묵이 흘렀다. 세자는 웃으며 홍옥을 찬찬히 내려다보다가 점점 그 표정을 굳혔다.

“재미가 없구나, 거문고나 한번 타 보거라.”

“예.”

홍옥이 비단을 걷어내고 거문고를 다리 위에 얹었다. 술대를 잡고 줄을 퉁기는데, 그 소리가 방 안을 묵직하게 울렸다.

예정된 열흘의 기한이 되자, 현경은 숲길을 올라 궁의 뒷문으로 향했다. 내관의 처소에서 관복으로 갈아입은 후 자리에 앉아 서계를 써내리고 있으니, 조내관이 처소 안으로 들어왔다.

“벌써 오셨습니까, 하루 이틀 정도는 기한에 여유를 두셔도 좋다 했는데.”

조내관은 눈 밑이 퀭하고 얼굴빛이 어두운 현경을 보고 놀라 말을 멈췄다. 너무 무리하신 것 아닌가 물어도 현경은 묵묵하게 지난밤 보고 들은 사건의 전말과 해결방안에 대한 서계를 써내려 갔다.

“한 치의 거짓도 없는가.”

“예, 전하.”

왕은 낱낱이 밝혀진 사건의 전말에 고개를 끄덕였다. 그간의 의혹들이 그제야 납득이 되고 정리가 되었다. 왕은 일부러 현경을 시험해 보고자 열흘이라는 매우 촉박한 기한을 주었는데도, 그 안에 해야 할 일을 훌륭히 완수해온 현경을 보며 감탄을 했다.

그러다 왕은 수염을 쓸며 고민에 빠졌다. 본래 비밀차사에 대하여 오래 두고 부리지 않을 계획이었으나, 현경이 제법 마음에 들었다. 왕은 어떻게 하면 좀 더 오래 현경을 곁에 둘 수 있을까 생각했다.

“임무를 훌륭히 해냈으니 상을 주어야겠구나.”

“성은이 망극하옵니다, 전하.”

“허나 역시 단 한 번의 임무로는 상을 내리기에 미심쩍은 것이 있다.”

“······.”

“하여 내 너그러이 한 번의 기회를 더 주도록 하겠다. 이 임무 또한 지금처럼 훌륭히 해낸다면 곱절의 포상을 주마.”

왕은 성은이 망극하다는 말과 함께 기뻐할 현경의 표정을 기대하고 있었다. 하지만 기대한 반응이 보이지 않자, 왕이 내관을 보며 의아해 했다.

“아뢰옵기 황송하오나 전하.”

“말해 보라.”

“청이 하나 있사옵니다.”

“청이라, 그래. 이 임무는 더 수월할 것인데, 따로 바라는 것이 있느냐.”

“신을 파직시켜 주십시오.”

현경의 말에 왕이 잠시 침묵했다.

“과인이 잘못 들었는가, 뭐라고 했느냐.”

“신을 파직시키고 두 번 다시 궁에 발을 들일 수 없도록 명하여 주시옵소서.”

“이유가 무엇이냐.”

“신은 더 이상 전하를 곁에서 보필할 수가 없습니다.”

현경의 말에 왕의 눈빛이 순간 날카롭게 변했다. 그러다 어처구니가 없다는 듯 헛웃음을 흘렸다.

“다음 임무를 수행하라.”

“할 수 없습니다.”

“지금 어명을 거역하는 것이냐.”

“파직시켜 주시옵소서.”

“닥쳐라, 너를 내치는 것 또한 나의 뜻이다.”

왕의 눈엔 이제 분노의 감정마저 비쳤다. 어두운 견명당 안에서 구내관이 걱정스러운 표정으로 왕을 올려다보고 있었다. 조내관 또한 얼굴이 하얗게 질려 현경의 뒤에 서 있을 뿐이었다.

“네 놈의 그 교만한 태도에 이유를 대라.”

“신은 이 임무를 수행하는 동안 가장 중요한 것을 잃었습니다.”

“가장 중요한 것?”

“가장 소중하고도 귀한 것입니다, 그것이 없으면 소신은 살아갈 수가 없습니다.”

“바른대로 말하라, 네 놈의 아비가 나에게서 도망치라더냐.”

“······.”

“아니면 네 놈의 스승이 나를 비난하더냐.”

“그것이 아니옵니다.”

왕은 현경이 올린 서계를 찢을 듯이 쥐었다. 그럼, 그렇다면.

“그래, 네 놈의 그 대단한 부인 때문이로구나.”

“······.”

“한낱 계집 때문에 어명을 거역한다? 참으로 어리석다.”

한낱 계집이라는 말에 현경이 발끈하여 왕을 노려보았다. 현경의 마음속 깊은 어딘가에서 잔잔했던 무언가가 뜨겁게 울컥 올라왔다. 한낱 여인이라니, 한낱. 그래서 어머니를. 현경은 내뱉지 못할 말을 속으로 삼키며 이를 악물었다.

“종친이라 대우해 줬더니만. 이제 보니 오만방자한 놈이로구나, 감히 누구 앞에서 눈을 부라리는 것이냐.”

왕은 치밀어 오르는 분을 참지 못하고 주먹을 불끈 쥐었다. 특별히 아껴 주었다 생각했는데 갑자기 저렇게 원망 섞인 눈으로 노려보는 현경이 괘씸했다. 배신감에 치를 떨던 왕은 분노를 숨기지 못했다.

“고작 계집 때문에 이리도 어리석다니 믿을 수가 없다.”

“고작이라니, 전하께는 여인이 고작 그뿐이라 비겁하게 숨으셨습니까.”

“뭐라, 저놈이 지금 무슨 헛소리를 지껄이는 것이냐.”

“고작 그뿐이라 죽게 내버려 두셨습니까.”

현경의 악에 바친 말에 왕의 눈이 더욱 커졌다. 그 떨리는 눈에 얼핏 형용할 수 없는 감정들이 넘실댔다.

“네 이놈, 당장 그 입을 다물지 못할까!”

침묵하던 구내관마저 깜짝 놀라 현경에게 호통을 쳤다. 왕의 눈빛은 이제 이성을 잃고 분노로 가득했다.

“당장 저놈을 잡아 가두거라, 목을 칠 것이다!”

아란은 별당에 웅크려 앉아 한참을 울어 어지러운 이마를 짚었다. 본가에까지 와 부모님께 걱정을 끼쳐 드리고 싶진 않았지만, 집을 뛰쳐나온 아란이 갈 곳은 없었다. 집에 들어서자마자 서럽게 우는 딸아이를 어머니는 아무 말 없이 안아 주었다.

그렇게 어머니 품에 안겨 한참을 더 울고 지쳐 쓰러져 별당에서 잠이 들었다. 눈을 뜨고 나니 기력 한 줌 남아 있지 않은 몸이 금방이라도 땅으로 꺼져버릴 것 같았다.

“아란아.”

“어머니.”

아란은 어머니의 얼굴을 보자 또 다시 눈물이 나올 것 같았다. 서둘러 눈물을 참고 자리에서 일어났다. 좀 더 있다 가라는 말을 차마 하지 못하고 손만 잡아오는 어머니를 내려다보며 아란이 가만 고개를 끄덕였다. 어머니는 오랜만에 품은 딸아이를 집으로 돌려보내 주었다.

마당을 서성이던 제현은 아란이 나오자 깊은 한숨을 쉬었다. 가마를 준비해 주겠다는 아버지의 말을 사양하고 아란은 어머니의 쓰개치마를 둘러썼다. 제현은 골목 앞까지 아란의 뒤를 따라 걸으며 말없이 배웅을 했다.

집에 다시 돌아와 안방 문을 여니 어쩌면 당연하게도 현경이 보이지 않았다. 아란은 지친 몸을 이끌고 보료 위에 앉았다. 현경의 울음 섞인 말이 떠올라 아란은 깊은 한숨을 내쉬었다.

“마님, 누가 찾아왔습니다.”

“누구시라더냐.”

“저, 그게······.”

아란은 일어설 기력이 없어 그냥 방으로 들이라 했다. 노복은 잠시 머뭇거리는가 싶더니 예, 하고 문을 열었다.

치맛자락 스치는 소리가 마루 위로 올랐다. 곧 안방 문이 열리고, 스쳐보기에도 화려한 옷과 장식으로 꾸민 여인이 방 안으로 사뿐히 걸어 들어왔다.

“미천한 것을 집에 들여 주시니 황송하옵니다.”

홍옥은 예를 갖추어 고개를 숙였다.

“나를 조롱하러 온 거라면 돌아가세요.”

금방이라도 쓰러질 것 같은 얼굴을 하면서도 두 눈만은 강하게 저를 바라보는 아란의 모습에 홍옥은 슬쩍 웃음이 났다.

아란은 무엇을 상상하고 있을까, 저와 현경이 끌어안고 있는 모습을 상상하며 괴로워하고 있을까. 괴롭겠지, 괴로워했으면 좋겠다. 현경을 미워하기를, 현경에게 실망하기를.

“나리께서 왜 기방에 드나드신 건지는 저도 잘 알지 못합니다.”

“······.”

“저도 그 연유가 궁금해서 도무지 잠이 오질 않습니다.”

“그 말을 나에게 하려 굳이 여기까지 찾아온 겁니까.”

“한 가지 분명한 것은, 제가 아닙니다.”

“······.”

“나리께서 기방에 오신 이유, 제가 아니었습니다.”

홍옥은 지난밤 오랜만에 현경과 시를 쓰며 시간을 보내면서도 씁쓸한 마음을 거두지 못했다. 글자 하나하나에 담긴 그리움을 숨기는 데 어찌나 그리 서툴던지. 전처럼 수려하면서도 멋들어진 표현으로 기생들 마음을 흔들던 현경은 어디 가고, 현경의 시는 당장이라도 아란에게 달려가고 싶은 간절한 그리움만이 적나라했다.

혹시 하고 몇 번이나 욕심을 내보았지만 역시 아니었다. 그렇게 새벽 내내 잠든 현경의 얼굴을 보며 마음을 접고 또 접었다 생각했지만, 마음의 잔재들은 그리 쉽게 사라지지 않았다.

“실례가 되지 않는다면, 거문고 한 가락 연주해 보여도 되겠습니까.”

아란의 얼굴이 미세하게 일그러졌다. 너무 맑아서 흩트려 놓고 싶은 마음이 들게끔 하는 사람이었다. 아란이나 현경이나.

조금 전 홍옥은 자신을 더없이 천박하게 보는 시선들과 말할 수 없이 지저분하게 퍼진 수군거림 속을 지나 이 집으로 스스로 걸어 들어왔다. 세자의 말대로 그리 되었다. 하지만 왜 이 여인은, 아란은 비참해 보이지 않는 걸까.

비단을 끌러 내리고 홍옥은 거문고를 연주하기 시작했다. 아란은 굳은 얼굴로 홍옥에게서 고개를 돌리지 않았다.

욕을 하며 쫓아내지 않고 사람을 시켜 끌어내지도 않는 상냥한 여인이었다. 이 천하고 비겁한 기생에게서 고개를 돌리지 않는 정중한 여인이었다. 홍옥은 현경이 그토록 마음속에 가득 품고 있는 여인이 누구인지를 이제야 좀 알 것 같았다.

툭툭 끊기는 거문고 소리가 형편없었다. 기어코 손에 쥔 술대마저 놓치고 홍옥은 허탈한 웃음을 뱉었다.

단 한 번도 남들 보는 앞에서 흔들려 본 적 없다 자부한 거문고 연주였다. 보이지 않아도 거문고 현이 눈앞에 춤을 추고, 들리지 않아도 가락이 마음에 울린다. 그랬던 홍옥인데 오늘은 어쩐지 자꾸만 손이 현을 빗겨간다.

“여인 앞에서 연주해 본 적은 없어서.”

괜한 너스레를 떠는 홍옥의 얼굴 위로 쓰디쓴 미소가 드리웠다.

“기생으로 살면서 괴로움이 밀려올 때가 언제인지 아십니까.”

“······.”

“매일, 매일이 그렇습니다.”

한 사람의 온전한 마음 전부로 감싸여 있는 여인이 이토록 아름답고 강하게 보이는 줄 몰랐다. 홍옥은 애써 한껏 차려입고 온 자신의 화려한 비단옷이 아란 앞에서 초라해지는 기분이 들었다.

“그리고 마음속에 단 한 사람만을 품고 있는 사람을 볼 때면.”

“······.”

“그 괴로움이 견딜 수 없이 커져 그 사람에게로 뱉어내려 합니다.”

“나를 찾아 온 진짜 연유가 무엇입니까.”

홍옥이 웃으며 거문고를 다시 비단으로 감쌌다. 지난 밤, 세자는 별일 아닌 듯 술을 홀짝이며 이 거문고를 태우라 했었다.

그 연유가 무엇이냐 물으니, 전에는 거문고를 타는 사람이 눈에 보였는데, 이젠 거문고 소리가 그 사람을 좀 먹어 거문고밖에 보이질 않는다 말했다. 마음이 뒤틀린 사람이 지껄이는 말이라 홍옥은 그 말을 이해하고 싶지 않았다.

“허튼 말들로 인해 고운 얼굴에 미소가 사라지는 듯하여 안타까운 마음에 찾아왔습니다.”

“······.”

“저는 거짓을 말하지 않습니다. 하지만 말 속에 때때로 악의를 품지요.”

아란은 홍옥이 하는 말을 잠자코 듣고 있었다. 홍옥은 이 방에 들어온 후로 줄곧 아란의 눈을 똑바로 바라보지 못하고 늘 그 시선이 아래로 향해 있었다.

“오해를 풀고자 왔습니다. 현경 나리께선 저에게 손 끝 하나 대신 적이 없습니다.”

“······.”

“저는 현경 나리께 아무것도 아닙니다.”

홍옥은 웃고 있었으나 그 미소 안엔 견딜 수 없는 괴로움이 느껴졌다.

“저처럼 마음이 뒤틀린 자를 보시거든, 연민을 갖지 마시고 멀리 달아나셔야 합니다.”

“지난날 장터에서 본 홍옥에게 내가 연민을 가졌다 생각합니까.”

“아뇨.”

“······.”

“그러지 않으셨기에 제가 이곳에 와있는 것입니다.”

홍옥은 자리에서 일어나 아란에게 공손히 인사를 올렸다.

“부디 오해를 푸시고 저를 용서하지 마소서.”

“그 말에도 악의가 있습니까.”

“쉬세요.”

홍옥은 빙긋 웃으며 방문을 나섰다. 문을 닫는 마지막까지 홍옥은 미소를 머금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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