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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헌터는 임대 아파트에 산다-81화 (82/260)

81화

주원은 두 사람을 인천 대공원 입구로 이동시켰다. 한때는 평일에도 인파로 바글거렸을 대로가 한산하다. 차도 몇 대 없었다. 그나마 서 있는 차들은 먼지가 뽀얗게 쌓여 있다. 부식도 상당히 진행된 것들이라, 주인을 잃은 뒤로 방치된 모양이었다.

“이렇게까지 아무도 없을 줄은…….”

“공원 쪽으론 더 안 오지. 그때 장면들이 하도 충격적이라.”

계양산의 피바다가 떠올랐다. 정신 방벽 있던 지호마저도 충격받았던 장면이다. 다른 사람들에게는 정말 지옥도가 따로 없었을 터.

“저 차들은 왜 안 치울까요?”

“주인이 살아 있을 수도 있으니까. 저걸 타고 돌아오길 바라는 가족들이 놔두길 원했지. 시체를 찾지 못한 경우엔 마지막으로 타고 나갔던 차가 묘비처럼 남은 경우도 있고.”

운전석에 꽃이 놓인 차가 종종 보였다. 시든 꽃이건 싱싱한 꽃이건 모두 누군가를 추모할 목적으로 놓였다. 지호는 그 쓸쓸한 장면에서 눈을 돌렸다.

“근데 평화주의자 모임은 뭐예요?”

“음? 임보현이 말 안 하던가? 헌터 하다 때려치운 놈들이 만든 모임이지 뭐겠어. 아니면 헌터 하긴 싫고 사람 돕는 일은 하고 싶은데 각성자 연합에 들어가지도 않는 좀 이상한 놈들 모인 데 있다.”

그래서 누명이니 뭐니 말했구나. 하기야 그런 이유로 모임을 만든 사람들이라면 굳이 균열을 열려고 시도할 턱이 없기는 할 터였다.

분명 GPS상으로는 만수동이라고 표기된 곳을 지나고 있었으나, 지호는 지도에 표시된 건물들이 너무 많이 무너져 있다는 사실에 당황했다.

“관교동보다 심한데요?”

“그쪽은 그래도 사람 많이 다니는 곳인데 여긴 아니니까. 산을 등지고 있기도 하고, 원래부터 좀 외진 동네기도 했고.”

사람이 살고 있다면 더 놀라울 것 같은 폐건물들을 지나치자 조금씩 복구된 흔적 있는 건물들이 나왔다. 앞서 지나친 곳은 지도상으로는 아파트 단지라 표기되어 있었다.

“공원 앞이라 살기 좋았을 텐데…….”

“다른 임대 아파트들과 달리 어디 알력이 있을 건물들이 위치한 것도 아니라서 나쁘지 않았었지. 하지만 균열이 열렸을 때 피할 곳이 있는 위치도 아니었고, 밀려온 사람들이나 그들을 먹으려던 괴물들로 난장판이 된 곳이기도 했었지.”

그나마 부러진 가로수는 한쪽으로 곱게 포개져 있어 길을 막지는 않았다. 임대 아파트란 말이 맘에 걸렸다. 지금과는 다른 의미가 있는 언어 중 유독 자주 들려오는 명칭이다.

“이렇게까지 방치될 필요는…….”

“건물을 책임지고 보수할 사람이 있는 것도 아니었으니까. 계속 여기서 미적거릴 텐가?”

산 사람의 흔적은 없다. 죽은 이들이 미처 치우지 못한 흔적들만이 요란할 뿐. 지호는 그 무덤 같은 폐가를 떠나며 울적한 기분을 느꼈다.

“균열이 사라진 자리에서 망가진 건물들을 부술 때, 건축 회사 아저씨들은 요즘이 호황이라고 좋아했었어요. 예전보다 집들은 크고 넓어지고, 전처럼 닭장 같은 집이 아니라 넓고 프라이버시가 보장된 건물들이 생겨난다며 이게 사람 사는 거라고들 말씀하시곤 했었죠. 그게 좋은 건 줄 알았어요.”

김 반장은 대답하지 않았다. 어떤 종류의 넋두리들은 또 다른 화자를 필요로 하지 않는다.

“하지만 이젠 그 말뜻을 알 것 같아요. 전처럼 바글바글 몰려들 살면 또 균열이 열리기 쉬우니까, 그리고 거기서 도망치긴 어려우니까 많이들 모이지 않게 된 거겠죠? 그리고 너무 많은 사람이 죽었으니까, 전처럼 빼곡히 모여서들 살 필요가 없어진 거기도 하고요.”

걷는 동안에도 균열 관련 소식은 꾸준히 올라왔다. 거의 세 시간이 다 되었으나 사람들은 다른 균열에서보다 훨씬 많이 빠져나오고 있다.

퀸이 정말 사람들을 지켜보고 있다면? 그래서 균열 경계의 위치를 어림잡는 중이라면?

지호와 같은 의문을 품은 자들이 많았는지, 경계의 헌터들과 균열 구조대원들 쪽으로 속속들이 보고가 올라왔다.

퀸과 그 주변에 있던 괴물들을 본 생존자들이 많다고. 그러나 그들이 공격하지 않았고, 그래서 죽기 살기로 일단 뛰어 봤다고.

어떻게 그럴 수가 있을까?

“수원 균열로는 못 간다.”

김 반장이 보고들을 쭉 훑은 다음 단조롭게 말했다. 지호는 생각을 들킨 것처럼 움찔했다가 고개를 저었다.

“못 가죠. 안정기가 아니잖아요, 아직.”

“안정기가 된다 해도 못 가. 퀸의 호위대 중 한 놈이 되고 싶은 건 아닐 텐데.”

익숙하게 두 사람으로 나뉘는 김 반장을 본 지호는 약간 짜증 내며 팔을 휘저었다. 도무지 익숙해질 수가 없다. 어디서 어떻게 인식을 흐리는지 알아채는 것조차 무리였다.

“반장님은 균열 안정되는 대로 수원으로 가요?”

“내가 갔으면 좋겠나, 대원?”

“아니, 저보다야 훨씬 도움되실 거 아녜요. 퀸 패러사이트에게도 이런 정신계 공격이 통할까요?”

“모르겠군. 기회가 된다면 시도해 봐야지.”

“우리 쪽에서도 역으로 괴물을 정신 지배 하거나 할 수는 없어요?”

“그런 능력 가진 사람이 있어 본 적이 없는데.”

“김 반장님도 안 돼요?”

“자네에게 자주 실험해 보고 결과를 알려 주겠네.”

지호는 질색했다.

“끔찍한 소리 마세요!”

“각성자들의 능력은 점점 다양한 방식으로 분화하고 있어. 우리가 처음에 나누었던 카테고리가 그들의 능력을 전부 구분한다고 말하기는 특히 빈약하단 사실을 자네가 제일 잘 알 걸세. 어쩌면 괴물을 조종할 수 있는 능력 가진 각성자가 나타나는 일이 있을지도 모르지. 하지만 그걸 어떤 식으로 훈련해야 할지 모르겠고, 어떻게 발전시켜야 할지도 모르겠군. 그나마 정신계 능력자들은 감각 전이나 경험 공유를 할 수 있으니 후대를 훈련시키는 게 그렇게 어려운 일은 아니겠지만……. 그런 자가 나타나면 그는 굳이 균열에 들어가 괴물을 막으려고 할까, 아니면 바로 곁에 있는 사람들을 움직이려고 시도할까?”

“각성자잖아요. 그렇게 나쁜 일은…….”

“여태 모든 각성자들이 선한 사람들뿐이었다고 착각하는 거 아닌가? 각성의 방법에는 여러 가지가 있어. 우리 모두 알고 있는 그 방법 외에도, 우연히 각성자가 된 사람들이 존재한다는 말이야.”

지호는 이미 사람이 아니라 개를 지키려다 각성한 상원의 전례를 알고 있었다. 그는 걸음을 조금 빨리했다.

“무언가를 지키거나 누군가를 지키는 것. 아무튼, 자신 외의 뭔가가 소중한 사람들이 각성자가 되기는 하지. 그런데 그들 중에 분명한 욕심으로 각성자가 된 예도 있었단 말이지. 각성자라고 해서 그를 무작정 믿어 버려서는 곤란하단 뜻이야.”

“김 반장님처럼 모두에게 곤두서 있어야 한다는 뜻이에요?”

“그럴 수 있다면 차라리 그렇게 해라. 그 편이 네게 안전하니까. 네 말처럼 그런 능력 가진 사람이 만약 나타났다고 쳐 봐. 혹시 그가 균열에 들어가는 걸 선택하지 않은 각성자라면? 혹은 미등록 각성자라면? 어쩌다 자기 능력으로 주변 사람들을 조종한다면?”

지호는 불편한 표정을 지었다. 김 반장은 길게 이야기하는 대신 반쯤 무너진 아파트를 가리켰다.

“저쪽부터는 사람 사는 곳이다. 네가 말한 흔적은 흩어져서 찾도록 하지. 내게는 도구가 있으니 없는 것보다는 도움이 될 거다.”

김 반장의 선글라스에 지호의 얼굴이 비쳤다. 그 어둡고 매끄러운 표면 위로 괴로운 표정이 고스란히 드러났다.

“저는 잘 모르지만……. 만약 그런 식으로 누군가 타인에게 정신계 능력을 쓴다면 반장님은 알아챌 수 있나요?”

“감지계 능력자니 다른 자들보다는 네가 훨씬 알기 쉬울 거다. 눈앞의 일에나 집중해라. 일어나지 않은 일에 신경 쓰지 말고.”

김 반장은 워낙 험악한 인상이라 선글라스를 쓰니 일수 받으러 온 사람처럼 보이기도 했다. 구긴 얼굴을 펼 생각이 없어 보이기까지 해, 길을 걸어오던 사람들이 움찔하고 뒤로 돌아가거나 다른 쪽으로 방향을 꺾었다.

그 말이 맞다. 아직 일어나지 않은 일과 이미 일어난 일 중에는 후자가 좀 더 중요하겠지. 심지어 전자의 일은 일어날 리 없는 일일 수도 있었으니.

지호가 눈을 감고 감지 파장을 쭉 퍼트린 순간, 있어서는 안 될 것이 잡혔다. 타인의 이형 에너지 파장.

지호는 번쩍 눈을 떴다. 여기에 다른 각성자가 있을까?

김 반장은 정신계 퓨어 능력자였다. 정신계 능력은 지호가 감지하지 못한다. 좀 더 뛰어난 감지계 능력자들은 그걸 잡아낼 수 있을지 모르지만, 지호는 아니었다.

그러니 이 능력은 다른 이의 것이다.

지호는 주변 사람이 놀라건 말건 순식간에 날아올랐다. 능력의 흔적이 흩어지고 있다. 방향이 멀지 않았다. 처음에는 그들을 데려다준 이주원 각성자의 능력 여파가 남았는지 생각했다. 하지만 방향이 달랐다.

에너지 흔적이 점점 옅어진다. 지호는 이를 악물고 움직였으나 그가 이동 능력자가 아닌 한 어떻게 할 방법이…….

그는 부지불각에 깨달았다. 조금 전까지 지호를 피할 필요 있던 자들이 여기 있었다. 이동 능력 후에 퍼지는 에너지 파장의 흔적. 그리고 미처 치우지 못한 마정석 잔해들. 전부 치우려고 했겠지만, 지호와 김 반장이 일찍 도착해 그러지 못했을지도 모르겠다.

애초에 그들이 어떻게 지호와 김 반장의 존재를 알았을까? 추측할 수 있는 건 지호가 감시당하고 있거나, 혹은 김 반장이 감시당하고 있는 쪽. 이도 저도 아니라면 이 부근을 광범위하게 감시하고 있던 자가 있던 것 정도다.

이동 능력자의 힘은 진한 흔적을 남긴다. 그러니 지호와 김 반장이 다른 이동 능력자와 함께 이곳에 도착했을 때 그 집단의 이동 능력자가 뭔가를 알아챘을지도 모를 일이었다.

김 반장에게 이쪽으로 와 달라는 메시지와 위치 정보를 보낸 지호는 눈에 힘을 집중하며 주변 영상을 찍었다. 감지 파장으로 주변을 쭉 훑는 것보다 더 세밀한 정보를 확인할 방법이다.

시퍼런 빛 덮인 눈으로 본 폐허는 반짝이고 있었다.

마정석 가루들이 바람에 날려 사방으로 흩어졌을 것이다. 이 부근에서 실험이 있었고, 그걸 은폐하려는 자들도 있었다. 그러지 않고서야 이렇게 아무것도 없는 곳에 각성자 연합 공방처럼 마정석 흔적들이 흩날리고 있을 리 없다.

“뭐라도 찾았나?”

“뭔가가 우리 오기 직전에 여기를 떠난 흔적을 찾았어요.”

“뭘 보지는 못한 것 같은데.”

“말씀드렸잖아요. 저쪽에 이동 능력자가 있었다고. 한 사람이라면 그놈 소행일 거고, 둘 이상이면 그쪽 집단 소행이겠죠. 우리가 오기 직전에 떠났어요. 그래야 이 정도로 짙은 흔적이 남거든요.”

“지금도 남아 있나?”

“제가 도착했을 땐 거의 흩어져 있었어요. 하지만 보통 그래요. 몇 분 이내로 흩어져서 느낄 수 없어지죠. 지금도 거의 안 느껴져요. 하지만 일단 영상을 찍어 놨으니까, 이것도 분석 의뢰를 하려고요.”

“내가 보내지. 다른 도구들로도 확인할 수 있나 확인해 보겠다.”

지호는 영상을 전송한 뒤 부근에 모래 먼지와 함께 흩어졌으나 구석진 자리에는 육안으로 보일 만큼 쌓여 있는 마정석 가루들을 확인했다.

“여기서 그때와 비슷한 실험이 있었을 거예요. 균열이 열렸을진 모르겠어요. 만약 그때 그 사람들이 연 균열로 당시에 여기 그런 재앙이 벌어졌던 거라면…….”

지호도 김 반장도 구체적인 이야기를 입에 담지는 않았다. 그는 분석 팀에게 자료를 전송하고도 몇 군데 자기가 아는 곳으로 수집한 사안들에 관한 정리 자료를 보낸 다음 한숨을 쉬었다.

“이렇게 손쉽게 꼬리를 잡을 수 있을 만큼 허술한 놈들인 걸까, 아니면 여태 아무도 그들에 관해 파악하지 못해 도망치거나 숨을 필요가 없었던 걸까?”

“후자라면 좋겠네요. 그러면 방심하고 있을 때 우리가 잡을 여지라도 있으니까.”

“정말로 엉성한 놈들이야. 여태 들키지 않은 게 이상할 정도로군.”

아파트 단지 초입은 맨 끝 아파트만 반파되어 있고 뒷 건물부터는 무사했기에 조금 이상한 모양새를 하고 있었다. 힐끗거리며 그들을 살피는 사람이 없지도 않았다. 지호는 얼굴을 숨기려고 기능 없는 선글라스를 꼈다.

“만약 실험 장소가 여기였다면 당시에 인천 대공원을 비롯한 만수동 일대를 죽음의 땅으로 만든 그 균열의 중심과도 얼추 비슷한데요.”

“여기서 균열을 강제로 여는 실험을 한 놈들이 있었다. 그런데 균열이 닫힌 뒤, 많은 사람이 오가는 곳에 실험 흔적을 그대로 놔뒀다가 우리가 왔을 때 그걸 치웠다고? 좀 이상한 것 같은데.”

“제 기억을 다시 한 번 살펴보시겠어요? 그 실험 도구란 거, 그렇게 이상한 물건처럼 보이지 않아요.”

지호는 눈을 감고 당시를 떠올리려고 애썼다. 기억을 읽는 방식이 어떤 식인지는 모르겠지만, 그렇게 해야 할 것 같은 기분이 들어서였다.

한참 동안 지호의 머리에 손을 얹고 있던 김 반장은 혀를 차며 물러났다. 지호가 눈을 뜨자 그의 앞에는 반파된 ‘그 장치’가 보였다.

“이런 모양이란 뜻이냐?”

“비슷해요!”

“네 기억에도 흐릿하군. 모양은 얼추 비슷해 보이게 만들었다만, 아무튼 이런 거면 다른 것들과 쌓여 있어도 그냥 가전처럼 보이긴 하겠구나. 거둬들이지 않고 내버려 뒀었다는 건 일회용이라는 의미일 수도 있겠지. 그놈들이 균열을 자주 열지 않은 건 그걸 다시 만들기 위해 들어가는 재료가 많거나 물건을 만들기 어려워서일 수도 있겠어.”

“그럼 찾기 힘들까요?”

“서둘러 균열이 열렸던 지역들을 탐색하는 게 먼저겠지. 이런 식으로 방치된 곳들을 돌아다니며 실험 흔적을 거두고 있을지도 모르니까.”

김 반장은 곧바로 박 팀장을 호출했다. 장거리 이동이며 빠른 이동이며 이만한 사람이 없었으니까. 지호의 보고를 읽어 해당 내용을 알고 있던 박 팀장은 순식간에 이쪽으로 넘어왔다.

“놈들의 흔적을 찾았어요?”

“직전에 놓쳤어. 여기서 제일 가까운 균열 피해 지역이 어디지?”

“예? 그거야 남동구…….”

“다른 쪽으로.”

“아래로는 송도 쪽이고 위로는 계양 균열이죠. 좀 넘어가면 시흥인데.”

“다 가자. 열린 지 좀 된 곳들도 훑어야겠어. 시간 없다. 놈들이 흔적을 다 치우기 전에 어서.”

저쪽에 박 팀장보다 뛰어난 이동 능력자가 없다면 놈들이 잔해를 다 치우기 전에 쫓을 수 있을지도 몰랐다. 간략한 설명을 들은 박 팀장은 푸르죽죽한 얼굴을 짝 두드리며 두 사람의 손을 잡았다.

“다소 거친 이동일 테니 멀미 조심하시길.”

빛이 번쩍이더니 세 사람의 모습이 사라졌다. 지호가 박 팀장이 말하는 ‘거친 이동’의 의미를 체감한 건 신체 능력자가 아닌 김 반장이 멀미를 견디지 못하고 속을 게워 내기 시작했을 즈음의 일이었다.

그렇게까지 사방을 들쑤시며 돌아다닌 끝에 세 사람은 반파되었으나 지호가 기억하는 것과 큰 차이 없는 바로 그 기계를 손에 넣었다. 김 반장이 보여 주는 환상이 아니라 손에 만져지는 진짜 물건이었다.

균열 강제 생성기. 박 팀장마저 바닥에 엎어진 후 홀로 튼튼한 지호만이 조용히 그 기계를 들어 올렸다. 생각보다 무거웠다. 보통 사람들은 가지고 이동하는 게 꽤 힘들었을 것이다. 구조를 보니 조립하거나 분해할 수 있을 것 같았다.

“무게가 이래서 이동 능력자가 있어도 단시간에 전부 숨기기는 어려웠겠죠. 연수 센터로 갑시다. 숨 좀 돌리고, 이걸 연구 팀에 넘겨요.”

울렁임을 참으며 조곤조곤 이야기를 마친 박 팀장은 슬쩍 웃었다.

“잘했습니다. 진짜로요. 이번에는 위험에 몸을 던지지도 않고, 괜찮은 조력자와 함께했네요. 우리가 여기서 유의미한 결과를 도출해 낼 수 있으면 좋을 텐데……. 아무튼 이후부터는 연구 팀의 일입니다. 이 단서가 우리 손에 넘어왔다는 걸 저쪽도 알게 될 테니, 뭔가 대비하기 전에 놈들을 잡을 수 있다면 좋겠군요. 일단 쉽시다. 죽을 것 같네요.”

그는 말을 마치자마자 벌러덩 누워 버렸다. 지호는 모처럼 받은 칭찬에 뿌듯함을 숨기지 않으며 그 기계를 쓸어내렸다. 지호가 부쉈던 것과 달리 형태가 온전하다. 그러니 균열을 열어 재앙을 불러오는 놈들의 꼬리를 잡는 것도 조금 더 빨라지겠지.

그러나 애석하게도 당장은 이걸 연구하기보다 수원에 열린 균열에 구조 팀이 들어가는 게 먼저였다. 약간의 휴식 후, 세 사람은 서둘러 귀환했다. 휴식이 사치인 시기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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