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가면꽃 작가님-144화 (144/157)

00144 CHAPTER 11. 애가哀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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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황제의 집무실 앞에서 한 잠시의 대기를 마치고, 안으로 들어섰다.

오드리나에 두 달 이상을 머물고 있는 기요트 변경 백작이 더는 영지를 비울 수 없어 내려갈 채비를 하는 중이라 대귀족회의는 바로 오늘로 잡혔다. 오늘의 모든 일정을 취소하고 모일 것을 강요하는 것과 다름없는 알림장을 오늘 이른 아침에 받고 우리는 모였다.

아리엘의 처형일이 다음 주로 잡혔다는 말을 들은 게 바로 어제저녁이었다.

어제저녁.

……겨우 어제.

나는 애써 웃고 예를 갖추었다.

“폐하. 강녕하십니까.”

“공작. 어서 오게.”

황제는 싱그럽게 웃으며 나를 반겼다.

고개를 숙이며 덩달아 조금 앞으로 기울어지게 된 어깨를 다시 펴자, 붉은 케이프가 앞으로 쏟아지듯 흘러갔다가 돌아왔다.

그가 가리키는 베르제르로 다가가자 황제도 뒤이어 책상 앞에서 몸을 일으켰다. 나는 그가 내 앞에 앉을 때까지 기다렸다가 앉았다. 먼저 앉아도 되게끔 허락받았었고 자주 내가 먼저 앉아 왔었으나 우리의 사이가 전과 같지 않았다.

알드리히는 바른 자세로 앉는 나를 보고 묘하게 웃었다.

“편하게 있어도 돼. 케이프도 벗고. 옷 갈아입을 시간을 줄 걸 그랬나?”

“…….”

“정말 괜찮네.”

“……그럼 감사히.”

나는 사양하지 않았다. 회의가 아주 길지는 않았으나, 확실히 예복은 오래 입고 있어도 편한 옷은 아니었다. 그의 말대로다. 회의와 이 알현 사이에 시간이 충분했다면 저택에 들러서 옷을 갈아입고 왔을 것이다.

그러나 오늘 알림장과 함께 온 협지에는, 오늘 회의를 끝내고 나면 길게 시간을 내달라는 내용이 적혀 있었다.

손을 올려 케이프를 풀었다. 두 어깨에서 팔뚝을 타고 흘러내리는 붉은 천이 등 뒤에 고이기 전에 가로챘다. 대충 접어 베르제르 팔걸이에 걸쳐놓았다. 찔러놓았던 브로치가 의자 아랫부분에 부딪히는 둔탁한 소리가 났다.

“저녁 외에는 시간을 길게 뺄 수가 없어서. 같이 식사도 하려고 하는데, 괜찮나?”

“그 정도로 길어지겠습니까?”

약간 당황하여 묻자 황제가 생글생글 웃으며 말했다.

“길게 내달라고 했잖은가. 그리고 애당초 삼십 분만 있으면 일곱 시네. 식사 때도 놓쳐버린 시간이지. 들고 가게. 간만에 우리 같이 식사도 하고 좋잖아.”

“…….”

“그래……. 표정이 아주 적나라한데. 진심을 말할 기회를 주지.”

“영광입니다만, 체할 것 같습니다.”

“기다렸다는 듯이 그렇게 말하면 짐이 좀 슬퍼지고.”

전이었다면 이런 가벼운 농담을 주고받으며 영광이라는 말을 굳이 붙이지는 않았으리. 적당히 전과 같은 농담을 하며, 적당히 현재에 충실해야 하는 예를 덧붙였다.

알드리히는 나와 같이 적당히 받아쳐 주었다.

작은 농이 끝난 그때부터 우리는 입을 다물었고, 약간 들떠 있는 것 같던 자리는 천천히 고요해졌다. 주변 허공이 차분해지는 느낌을 받으며 나는 묵묵히 호흡했다. 소리 없이 깊이 들이켠 숨을 내쉬며 눈꺼풀을 내렸을 때, 황제가 조용하게 물었다.

“……발리앙 후작 건을 그렇게 처리해서 속상한가?”

이제 막 아래 속눈썹에 닿았던 살이 올라갔다.

아래를 보고 있던 눈동자를 올리고 나는 옅게 웃었다.

“어쩔 수 없잖습니까.”

“죄의 경중으로 따지자면 발리앙 후작의 죄도 아리엘 발리앙의 죄에 못지않네. 후작이나 되는 사람이 그런 살의를 알고도 입 다문 건 큰 죄야.”

“예. 알고 있습니다.”

“그런데도 그 자리에서 구명을 주장하나?”

가주에게는 의무가 있고 권리가 있다. 책임지는 만큼, 누리는 만큼, 같은 죄를 지어도 일반 귀족보다 더 무거운 값을 치러야 한다. 잘못된 판단의 값이다.

오늘 회의에서 베르덴은 사형을 당하는 것으로 결론이 났다.

황제가 작정하고 발리앙을 밀어붙이는 상태였던 데다가, 우리 가주들이 베르덴의 구명을 위해 적극 나서지도 않았기 때문이다.

발리앙의 악행이 이렇게까지 드러난 이상, 발리앙이 건재해도 대귀족에게 마냥 득 되지는 않을 터이며, 그렇다고 발리앙이 완전히 무너지는 게 차라리 낫다고 할 수도 없으므로. 베르덴이 전혀 모르고 있었다고 한다면 모를까, 시드니가 이미 베르덴이 동생들의 악행을 인지하고 있었음을 증언하였기에 베르덴을 무죄를 주장하기가 어려웠다.

하여 그 자리에서 그의 구명을 주장한 사람은 오로지 나뿐이었다. 어차피 내가 주장해도 그는 죽으리라고 생각해서.

발리앙의 악에 가장 크게 피해를 본 사람이 베르덴을 살릴 것을 주장하니 나를 보는 다른 가주들의 표정이 가관이었다. 보여도 되는 반응이라 보였겠지만, 정말이지, 가관이었다. 황제도 나를 보며 눈을 깜박였다.

관대하다 못해 멍청한 판단을 내린 이 인간은 도대체 어디서 생겨난 호구냐는 표정처럼 느껴졌었다.

그러나 거기에 대고 황제는.

이번에 쥰이 입은 상해에 발리앙이 관련되어 있음을 미로 골목의 죄인들이 소상하게 토설하였고 아리엘 발리앙 역시 부분적으로 인정했다며 터트렸다.

황제가 쥰을 그 지경으로 만들어놓은 것은 발리앙을 무너뜨릴 때 쓰기 위해서였으니, 그렇게라도 그 일을 사용하는 것이 황제로서는 내게 예를 취하는 것일 터였다. 조금 전까지 베르덴의 구명을 주장하고 있던 사람이니만큼 사촌 동생이 그들 손에 죽을 뻔했는데도 구명하려 한다는 것처럼 보여서는 아니 되었다. 이론은 그렇다. 그러나 아예 모르고 있다는 것은 내 무능을 증명하는 꼴이라.

이미 약하고 마음 여린 척하는 것은 충분히 했다. 더는 안 된다는 느낌이었다.

때를 이런 식으로 맞춰서 쥰의 일을 터트린 것은 황제가 나를 한시라도 밟아 내릴 속셈이었기 때문일 것이다.

그래서 나는 말했다.

-그만하시지요.

아리엘이 부분적으로 인정했을 리도 없지만, 만일 고신을 이기지 못하여 인정했다 하더라도 그건 사실이 아니다. 황제가 한 일이지. 황제가, 쥰에게 강요한 일이지.

-자객과 연관이 있었던 것은 그 아이가 쓰러진 직후 시작한 조사와 아이가 일어나 한 증언을 통해 알고 있었고 그 자객들을 폐하께서 확보하고 계신 것도 알고는 있었습니다만…….

-…….

-그걸 여태 한 번 말씀도 안 해주시다가 이 자리, 이 때에 말씀하시는 것은 제게 다른 뜻을 가지셨다는 생각밖에 들지 않습니다. 여태 저도 입을 다물고 있었으니 폐하께서도 존중을 보여주십시오. 지금 폐하께서는 라이네를 숨죽이게 하지 않으셔도 이미 많은 것을 얻고 계시지 않습니까?

정치적인 예의 어쩌고 하는 것, 돌려 말하고 포장하는 것은 잠시 접었다.

기어이 발리앙 후작을 죽여야겠다 하는 의지가 만만인 걸 내가 모르나. 이 가주들이 그걸 모르나. 알고도 모르는 척 숨죽여 주고 있으면 황제도 욕심을 지나치게 부려서는 안 된다.

나는 그래도 적당히 말했다.

베르덴을 구명하고자 하는 이유가 정말 어느 가문의 가주가 가질 법 하지 않은 깊은 우정뿐이라고 진실로 믿을 사람이 이 자리에는 없다. 그러나 긴가민가하여 아리송해 하는 정도로도 족하다고, 베르덴에 대해서는 최대한 여린 모습을 보여왔다. 그걸 여기서 아예 부수어 버릴 정도로 정신이 나가지는 않았다.

적당히, 베르덴과의 우정도 부정하지 않고, 정치적인 계산이 있음도 부정하지 않고. 나는 적당하게 말했다. 내게 어떠한 계산이 있을 것을 짐작하게만 할 뿐, 한 번도 내가 입에 담아 인정한 적 없었으나 오늘 이 자리에서 계산의 존재를 인정한 것이다.

출혈이다.

그러나 사촌 동생이 다친 것도 외면하고 베르덴을 구하려 할 정도로 마냥 생각 없이 우정놀음 한다는 모습을 보이는 것은 단연코 사양이다.

그게 아닐 것을 가주들이 은연중에 짐작하고 있을 것이라 해도, 그렇게까지 멍청한 모습을 보이는 건 미련한 짓이었다. 내 개인적으로도 자존심이 있었고, 라이네 공작으로서도 지켜야 할 명예가 있었다.

내가 슬며시 웃으며 황제를 향해 경고했다.

백성을 사랑하나, 그 사랑에 버금가게 자기 자신과 황실에 대한 자존심이 높은 황제는 당연히 기분 좋게 경고를 받아들였을 리 없다. 그래도 그는 곧 천연스럽게 웃으며 받아들였다.

-어쨌든 그건 죄일세.

-최대 피해자인 제가 발리앙 후작을 살리려고 하는 것이 기묘하다고 말씀하고 싶으셨던 게 아닙니까.

-글쎄. 공작이 말하기 전까지는 생각도 못했던 부분이군 그래.

-그러십니까. 당연히 생각하고 계실 줄 알았는데 의외입니다.

웃음을 발랐다뿐이지 개싸움도 이런 개싸움이 없었다. 나는 황제를 깎아내렸다. 나도 황제도 웃었다. 내게 눈웃음을 보낸 그는 내게서 시선을 돌려 좌중을 훑으며 말했다.

-그리고 전 발리앙 후작이 작전지에서 사망하였을 당시 채취하였던 피를 연구하도록 하였는데 상당한 농도의 독이 피에 섞여 있음을 알게 되었네.

-…….

-이게 어찌된 일일까 하고 있었는데, 이번에 발리앙의 사용인들을 조사하며 상주 의사에게 물었네. 전 후작이 몸을 치료하기 위해 독을 먹었다는 둥의 헛소리는 안 하더군. 그는 이미 죽어가던 중이었네.

죽어가던 중. 그렇지.

딱, 나의 아버지와 같은 상태였다.

그래서 실행한 자진이며. 아버지도. 전 후작도.

이런 식으로 드러나기를 바라지는 않았을 전 후작이 살아생전 나와 나누었던 계약서를 떠올리고, 나는 내심 조소했다. 르네가 그따위로 죽지 않고 일이 이런 식으로 진행되지도 않아서 내 계획대로 갔다고 해도 언젠가는 터트렸을 정보다. 나는 전 발리앙 후작의 죽음이 내 아버지의 죽음과 같이 명예롭게 남도록 둘 생각이 처음부터 없었으므로.

이런 과정을 거쳐 나는 입을 다물었고, 베르덴 발리앙은 사형이 결정된 것이다.

나는 구부린 손을 들어 입을 가리고 헛기침했다. 목을 가다듬고 부드럽게 대답했다.

“폐하께서 그의 죄를 더 말씀하시기 전까지는, 큰 죄이긴 하나, 가주인 사람이 죽어야 할 만큼 큰 죄는 아니었습니다. 더군다나 다른 가문도 아니고 발리앙입니다. 발리앙도 퍽 상징적인 가문입니다.”

“라이네보다는 아니지.”

“이미 발리앙이 자초한 불명예스러운 일이 많습니다. 가주를 죽여”

“그 보호는 과연 발리앙 후작을 위함인가, 아니면.”

황제가 내 말을 예의 없게 잘라냈다.

나는 즉각 멈추고 그를 보았다. 마주친 눈이 차갑게 빛났다. 그래도 그는 웃었고, 질문을 이었다.

“짐을 견제하기 위함인가.”

나는 입꼬리를 올렸다. 황제는 눈이 조금 접혔다.

“전 공작을 죽이도록 사주한 자들인데도 그 복수심을 억누를 정도로 짐을 견제하는 것이 더 중요하다는 건가?”

“무슨 말씀이신지 모르겠습니다. 제 선친은 자진하셨습니다.”

전 라이네 공작을 죽도록 한 자들이 발리앙이냐고 황제가 물었던 때가 있다. 나는 부정했으나 그는 믿지 않았었지. 그날의 연장 선상이 된 이 대화에 날이 섰다. 혹은, 처음부터 날이 서 있었으나 여태 손으로 덮어 가리고 있었던 것에 불과하다고 해도 되겠다.

아버지의 죽음을 말하는 데 그저 웃을 수도 없는 노릇이라 애매하게 웃음을 누그러뜨렸다.

그런 나를 보고 황제는 빙긋 웃었다.

“공작.”

“예.”

“짐은 공작이 싫어.”

그 ‘싫음’이 내가 그를 향해 가진 것만 할까. 그가 쥰을 종용했고, 내가 그에게 르네를 빼앗겼다.

나는 눈을 접으며 눈웃음을 보냈다.

“유감입니다. 그러나 그런 말씀을 그리 쉬이 하시면 제가 어찌 받아들여야겠습니까? 회의에서도 말씀드렸습니다만 최소한의 존중은 보여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존중하고 있네.”

“그러시다면야. 감사합니다.”

서로를 향해 겨눈 첨단이 말도 못하게 싸늘하다. 누이, 누이 하며 이러고 있는 것보다는 이편이 훨씬 나았다. 건성으로 대꾸했다. 그러나 황제는 내가 당황스러울 만큼 평온해진 얼굴로 옅은 한숨처럼 픽 웃었다.

“뭐, 존중은 그렇다 쳐도 공작만큼 믿고 있는 사람도 없지. 그러니까 오늘도 시간 길게 내달라 했고.”

“영광입니다.”

그 말에 태연하게 고개를 숙이고 감사 인사를 올렸으나, 내심은 떨떠름했다.

황제는 나를 굳건하게 믿지 않는다. 나도 그를 대체로 믿지 않는다.

정치인으로서의 황제라면 이렇게 저렇게 결단을 내릴 것이라고 예측할 수 있을 만큼은 믿고 있으나, 그 믿음이 사람 간의 순수한 믿음이라 할 수는 없다. 황제와 내가 공유한 진창에서 서로의 약점을 잡고 있어 빠져나오지 못해 가지는 믿음이라 하면 되겠다. 약점 없이 우리 사이에 믿음은 없다.

눈이 가늘어졌다가 돌아왔다. 짓고 있던 웃음에 묻어갈 수 있는 움직임이었다.

내 인사를 말없이 생글거리며 받은 황제는 몸을 옆으로 기울여 손에 얼굴을 기댔다. 보이는 한가한 표정이 대단히 설득력 있었다. 내가 워낙 그의 다른 모습을 많이 봐왔기 때문에 그를 가끔이나마 읽어낼 수 있는 거지, 그는 보통 매끄럽게 웃으며 연기하는 사람이었다.

“다시 발리앙 후작의 이야기로 돌아가지.”

“…….”

“재미있는 건, 짐은 발리앙령에서 반란을 일으킬지도 모르겠다고 생각했다는 걸세. 거기엔 아직 전 발리앙 후작의 부인도 있고 해서.”

“…….”

조금도 생각지 못했던 예측이다.

나는 괴이한 것을 들었다는 표정을 짓고 고개를 기울였다. 지은 죄가 확실한데 반란? 누가 들으면 병사를 일으키는 게 쉽다고 생각하겠다.

발리앙이 라이네에는 미치지 못하지만 유서 깊고 역사 긴 가문임에는 틀림없다. 그런 가문의 주인이 고문을 당하고 옥에 갇히는 건 분명 명예스럽지 못한 일이다. 그러나 그런 것으로 군사행동을 한다면, 내가 죽어갈 때도 라이네령에서는 당연하게 반란이 일어났으리. 나는 마법사임을 끝까지 부정하고 있었고 억울하다고 주장할 수 있는 여지가 많았으므로.

그리고 라이네는 기요트에 이어 이 나라에서 둘째가는 무력을 지닌 가문이었다.

반란을 일으켰다면 당시의 라이네가 일으켰겠지. 현재의 발리앙이 아니라.

나는 희미하게 찡그린 미소를 지었다.

“발리앙의 봉신가문들이 발리앙에 그 정도로 충성하고 있지는 않다고 봅니다.”

“그건 그런데……. 그 왜, 기억하나? 우리 어릴 때.”

“어릴 때라 하시면.”

“발리앙령에 갔던 적이 있는데.”

그거라면 기억한다. 이번 시간에도 있었고, 저번 시간에도 있었던 일이다. 아리엘이 이 남자를 만나게 된 계기. 고개를 가볍게 주억거렸다.

“기억합니다.”

“그때 그게 실은 선황께서 짐에게 말을 해 놓으셨던 거였거든. 짐은 공작을 유도했고, 공작은 선황께 가서 여행인지 외출인지 하는 걸 말씀드렸었잖아. 그렇지? 바로 선황께서 짐을 부르셨고. 뭔가 굉장히 빠르게 전개된다는 생각은 안 들던가?”

“…….”

그렇게까지 세세하게는 기억나지 않는다.

머쓱해 하는 척 웃으며 입을 다물자, 그가 한숨 쉬듯 푹 웃었다.

“기억하라 강요하기에는 시간이 오래 지났지. 그때 발리앙령을 짚어서 짐에게 주셨던 분이 선황이시네. 짐을 보내서 시선을 짐에게 쏠리게 한 사이에 선황의 기사들이 거기를 살폈거든. 하루 이틀 머문 것도 아니었잖아. 기억하나?”

“……그때 발리앙에 무슨 문제가 있었습니까?”

“음. 글쎄. 짐도 무어라 말은 못하겠군. 정확히 말하면 반란까지는 아니고, 무슨 행동이 어떻게든 있을 것 같았네.”

그런 생각을 한 근거를 알지 못하니 내가 무어라 말할 수가 없었다. 발리앙 중앙령의 정세를 살폈던 것도 기억을 찾은 직후 잠깐이다. 내게 중요했던 것은 죄인들을 찾고 사람을 심고 적을 경계하는 일이었다.

내 사람들은 발리앙의 중앙령을 포함한 모든 땅에서 별다른 이상한 점을 찾아 보고한 적 없었다.

내가 무엇을 더 묻기 전에 황제는 잔잔히 웃는 것으로 분위기를 바꾸었다.

“길게 시간을 내달라 했던 게 이리 복잡한 이야기를 하려던 건 아닌데.”

복잡하다기보다는 날 섰다 하는 게 옳은 표현이다.

그러나 그 시퍼렇게 갈려 위를 보고 있던 칼날이 밑으로 내려갔다. 뭉툭한 칼등을 보이며 더는 공격 의사가 없다고 말하는 황제에게 나도 싱글싱글 웃었다.

============================ 작품 후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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