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0137 CHAPTER 11. 애가哀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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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리엘을 넘기고 이튿날, 대귀족 회의가 다시금 소집되었다. 당연한 일이었다.
연금된 데스챔프 공작과 발리앙 후작을 제외한 열한 가주. 그중에서도 중심은 나였다. 작위로는 나를 유일하게 견제할 수 있는 데스챔프 공작이 사라졌고, 라이네에는 비하지 못하지만 라이네 다음가게 유서 깊은 발리앙 가문의 가주가 사라졌으니 이제부터 나는 실로 치밀해야 했다.
라이네를 향한 경계는 높아지는 중이며, 어느 부분에서는 이미 견제할 꼬리를 잡았을지도 모르는 일이므로.
얇아진 신경으로는 이런 자리, 참 힘들지만, 힘들다 내색하면 아니 되는 게 또 이 자리다.
나는 회의에서 어찌하여 발리앙에 혼담을 넣었는지, 포르타 백작이 아리엘 발리앙에게 청혼한 것도 나와 관련된 일인지, 포르타 백작의 청혼 이후에 쥰 라이네의 이름으로 아리엘 발리앙에게 청혼서를 보낸 까닭 등을 질의 받았고, 그에 하나하나 대답해나갔다.
우정 따위의 감정을 생각지 않는다 하더라도 현실적으로 발리앙과의 결합은 라이네에 좋은 일이다. 그리고 멈추게 할 수 없다면 바로 옆에 두어 지켜보고자 하였다. 폐하와 국혼을 올리게 될지 아니 될지도 모르는 상황에서, 아리엘의 결혼만을 기다리고 있기에는 내가 많이 지쳐있었다. 햇수로 약 이십 년이다. 그대들은 얼마나 견딜 수 있는지 대답해보라. 그리고 포르타 백작의 청혼 이후에 쥰의 이름으로 청혼을 한 것은, 조금 전에도 말했지만, 바로 옆에 두어 지켜보는 게 가장 좋을 것 같았기에.
그리고, 어디 보자, 또 무얼 물었지? 아, 포르타 백작이 필르 발리앙에게 청혼한 배후에 내가 있냐고?
“계시지 않았습니다.”
시드니가 입을 열어 나 대신 대답했다.
졸지에 말이 잘린 나는 다른 이들 눈에 다 보이도록 시드니를 힐끔 보고 슬쩍 입꼬리를 올렸다.
이렇게 상황에 맞추어 임기응변을 해 나가는 건 정말 내 성정에 맞지 않는다.
이 회의 전에 시드니를 만나서 향후 취할 입장에 대해 의견을 교환하지 않았을 때부터 이리 될 거라는 건 알고 있었지만, 그래도.
일단 시드니를 지켜보기로 했다.
“제가 발리앙에 혼담을 넣은 이유는,”
시드니의 눈길이 한 사람에게로 미끄러져 갔다. 그는 그렇게 담담한 시선을 보내며 물었다.
“폐하, 제가 설명해도 되겠습니까.”
나를 포함한 나머지 가주들의 시선이 전부 반사적으로 황제를 향했다. 알드리히는 웃음도 잊어버린 것처럼 시드니를 보고 있었다. 파삭파삭 웃음이 흩어진 저 눈길, 저런 여유 없는 멍청한 얼굴, 처음 보았다.
알드리히의 단단한 가면이 깨질 정도로 그는 동요한 것이다.
설마 황제를 끌어들일 줄은 몰랐다. 다른 이들은 당연히 몰랐을 터이며, 이 일에 가장 깊게 관련되어있는 나조차도 몰랐다. 뭔가. 여기서 갑자기 왜 알드리히가 나와?
가까스로 정신을 차린 것 같은 황제가 이를 보이며 입꼬리를 말아 올렸다. 진노했음이 한눈에 보이는 저런 웃음이어서야 웃는 이유가 없다. 놀라울 정도로 어리숙한 웃음에 나는 눈을 슬쩍 찌푸렸다가 폈다.
“……짐은.”
빠르게, 웃음은 평소처럼 변했다. 그렇지. 여유롭게 싱글거리는 저 웃음이다. 목소리가 분노로 떨리지만 않았으면 완벽한 표상이었을 텐데.
알드리히는 시드니에게서 고개를 돌려 나를 보았다.
나는 눈썹을 치켜 올렸다가 다문 입으로 씩 웃었다. 손톱으로 벽을 긁는 것 같은 살기다. 기어가며 땅을 긁는 것 같은 살기. 마음을 가라앉히지 못한 황제의 것이었다. 지금 그는 시드니를 죽이고 싶은 모양이다.
이 반응을 보아하니 사전에 합의되었을 것 같지는 않고.
그러나 합의되지 않은 무언가를 물었다는 것에 보이기에는 지나친 반응이다. 황제는 충격적일 정도로 평정을 잃었었다. 시드니가 저리 덤덤하게 묻는 것으로 짐작하건대 황제도 무얼 함께 공유하고 있는 모양이긴 한데.
“짐이.”
“…….”
“명령했네.”
미쳤군. 의식적으로 어깨를 폈다.
혀뿌리까지 울컥 올라온 건 흥미 섞인 긴장이었다. 순식간에 불편해졌다. 나는 새로 긴장할 필요 없이, 이미 충분히 긴장하고 있었다.
시드니는 황제의 ‘시인’이 끝나고 적당히 일이 초 쉰 뒤에 계속해서 설명했다.
“발리앙이나 되는 가문의 핏줄이 다른 분도 아닌 라이네 공작을 해하려 한다는 건 분명 심각한 일이라 아예 말씀을 드리지 않을 수는 없었습니다.”
“……그러니까, 현 라이네공이 있을 때 황실에 말씀드렸다는 건데……. 그럼 그동안은 말씀 올리지 않고 뭐했나. 분명 십 대 때 알게 되었다고 했을 텐데.”
잠시라도 당황한 것 같지 않게 디알로 후작은 예리하게 짚어냈다. 그건 내가 대신 대답해줄 수 있겠다. 다른 생각이 있던 거라 해도 상관없었다. 내 체면도 생각은 해야지. 나는 어깨높이까지 설렁설렁 가볍게 손을 올렸다.
“내가 저 사람 입을 막았네.”
아마, 알드리히 앉은 자리의 맞은편에 앉아있던 나만이 보았다.
내가 그 대답을 한 직후 헛웃음을 웃는 황제를.
“내 사랑하는 친구들이 얽힌 일이기도 하지만, 어찌 되었든 나도 수치는 아네. 반복되는 암살 시도를 물리치면서 다른 조치는 취하지도 않고 있는데 당연히 민망할 수밖에.”
“그럼 공, 포르타 백작이 폐하께 말씀 올린 것은 알고 계셨습니까?”
“몰랐네.”
포르타를 더 비호 했다가는 내가 곤란해진다.
황제를 끌어들여 살길이 있는 것 같으니 나는 이 정도에서 손을 떼는 편이 나을 터.
포르타 백작이나 되는 이가 그런 중대사에 대해 어째서 폐하의 명을 따랐느냐는 질문은 적어도 이 자리에서는 나오지 않을 것이다. 물밑으로 우리와 황제는 힘을 겨루고 있지만, 표면적으로는 충성스러운 군신의 관계다. 어지간히 부당한 명이 아닌 이상 따른다고 표현을 해야 했다.
그러나 우리는 명령의 이유를 물을 수 있었다.
황제와의 관계를 더 악화시키지 않기 위해 대답해야 할 말 이외에는 혀를 지키는 나를 제외하고, 나머지 가주들은 묻는 데에 주저함이 없었다.
루소 백작이 입을 열었다.
“폐하, 어째서 그런 명령을 하셨습니까?”
이렇게 제게 화살이 돌려질 줄 전혀 모르고 있었을 황제는 무어라 대답할 것인가.
나는 말없이 알드리히를 주시했다.
황제의 심상치 않은 반응을 본 건 여기 있는 가주들 모두다. 이상을 감지하지 못했을 리 없고 어찌 된 일인지 짐작하지 못했을 리가 없다. 이미 명령하였다 시인한 이상, 황제가 말을 잘못하면 시드니에게만 문제가 생기는 게 아니라 알드리히에게도 문제가 생길 터. 피하여 가는 건 쉬우니 헛소리만 하지 마시길 바란다.
저 황제는 대체로 냉철하고 비정한 사람이다. 어지간하지 않으면 이성적으로 판단할 사람이기도 했다.
그러나 또한, 자존감과 자존심이 지독하게 높은 분이기도 하였다. 귀족 한 사람의 손에 끌려가는 건 허락하지 못할 만큼.
긴장이 안 될 수가 없다. 팔걸이 끝에 걸치고 있던 손을 오므렸다.
황제는 오래도록 침묵했다. 완전히 진정하지 않고 횡설수설하는 것보다야 이편이 낫다. 우리는 묵묵히 기다렸다. 황제에게 올린 질문이니, 이 대답은 시드니가 대신 할 수도 없었다.
알드리히가 마침내 가볍게 웃었다.
“글쎄, 왜였을 것 같은가.”
“폐하.”
“근래 들어 더는 안 되겠다 싶어 발리앙 후작과 아리엘 발리앙을 자주 황궁으로 불러들여 낌새를 살폈지마는, 짐은 발리앙과 국혼을 할 생각은 전연 없었네. 그럼 라이네 공작이 안전해지기 위해서는, 발리앙이 알아서 자숙하든지 아예 이런 식으로 다 드러나서 끝내는 방법밖에 없었지.”
정말이지 놀라운 혀다. 놀라운 머리야.
준비하지 못했던 말일 텐데도 더듬거리는 기색이 없었다. 침묵 중에 머릿속이 얼마나 빠르고 단정하게 정리되었을지 감히 상상조차 할 수 없겠다.
“그리고 짐은 발리앙에게 기회를 주었네. ……계속해서 위험을 당하고 있던 라이네 공작에게는 미안하지만.”
저 말로 황제는 저를 보호하게 되었다. 기다렸다는 듯이 물고 뜯으려 한 게 아니라 발리앙을 존중하여 기회를 주었다는 건 황제가 그래도 대귀족을 존중하였다는 것이다.
“어차피 라이네 공작도 포르타 백작에게 입 다물고 지켜보라 하였던 모양인지라 발리앙이 잠잠히 자기 식구를 제지해 낼 때까지 시간을 주어도 상관없었을 테지. 그렇지 않나, 라이네 공작?”
“폐하께서 그렇게 일을 진행하고 계신 줄은 몰랐습니다만, 예, 말씀대로입니다.”
나는 부러 쓰게 웃으며 긍정했다.
이거 완전히. 황제가 나와 발리앙을 상당히 존중해주고 걱정해주었다는 것처럼 되고 만다. 기회를 놓치지 않고 발리앙을 이렇게 쳐내버린 황제가.
당황했다고 말실수를 하지 않은 것은 좋으나 이따위로 나오면 내 속이 많이 아프지. 지금 누구 때문에 르네를 잃었는데. 누구 때문에, 내가 내 고통을 못 전해주었는데. 나는 홧홧하게 열이 오르는 속을 달래려 침을 삼켰다.
“하여 포르타 백작이 아리엘 발리앙과 혼인할 것을 받아들였다는 말씀이십니까?”
“……그렇네. 충성스러운 기사가 아닌가.”
“…….”
황제가 아까 그런 표정만 보이지 않았더라면, 거의 믿을 뻔했을 만큼 부드럽게 진행된 설명이었다. 아니, 실제로 믿을 만하다.
앉은 자리에서 이야기를 이렇게까지 자세히 만들어내기는 여간 어려운 게 아니었다. 어느 정도 기반이 깔린 상태로 살을 덧붙여가면 모를까. 그러니 어느 많은 부분, 진실이리라고 생각할 수 있다.
‘과연 진실이 맞겠느냐고 치밀하게 경계는 해야겠으나, 그래도 진실이 부분적으로나마 담긴 이야기가 아니겠느냐’는 생각도 함께 하게 될만하다. ‘모종의 거래가 있었을 테고 포르타가 받은 대가가 있었을 것이라’는 생각이 들 만해.
나마저도 혹해 시드니를 쳐다보게 되었으니 설득력은 상당했다.
잠깐 이 방에 자연스러운 정적이 앉았다. 생각을 정리하기 위해서다.
그사이에 나는 물끄러미 나를 보고 있는 알드리히를 맞받아치다가 눈을 내렸다. 나는 생각할 것이 없다. 내 증언은 거의 다 마무리 지어졌고, 묻지 않은 것에는 대답하지 않을 생각이었다. 핵심은 저들이 전부 짚은 상태였다.
일 분 여쯤 지난 후 페레즈 백작이 입을 열었다.
“포르타 백작은 어떻게든 이번 일과 깊은 관련이 있으니 더는 신문을 맡길 수 없습니다.”
“포르타 백작이 신문하지 않으면 필르 발리앙은 내가 다시 데려가겠네.”
페레즈 백작의 말이 끝나자마자 내가 선선하게 말했다.
백작의 눈살이 웃음기를 머금고 구겨지는 게 보였다. 일견 다정하게 보이지만 그 속내에 호의가 있을 것 같지는 않았다.
“어째서입니까?”
“포르타 백작은 발리앙가의 일을 알고 나서 내게 말을 했고, 내가 비밀로 지켜주라 부탁했음에도 주체적으로 판단하여 할 일을 다 했네. 폐하께 말씀을 올렸고, 이 회의에서 발리앙을 고발했지. 내가 내 부탁을 들어주지 않았다고 기분이 상하여 포르타를 모른 척 했으면 포르타도 함께 엮여서 쓸려갈 수 있었는데도. 적당히 중립적이고 정의로운 것 같은데.”
“…….”
“포르타 백작은 죄인이 아닐세. 페레즈 백작.”
부드럽게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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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의는 만족스럽게 완료되었다.
시드니를 책임자로 하여 시드니가 이끄는 최정예 기사단이 조사를 맡았다.
기사단 절반이 토벌 작전을 출발하였으나, 조사하는 기사의 수가 결코 작지 않았다.
3월 중순부터 4월 말까지, 나는 조사와 신문이 어느 정도 진행되고 있는지 들리는 것들만 보고받았다. 발리앙에게서 눈을 떼서는 아니 되지만 내 할 일도 많았다. 그러나 포르타 백작이 청혼을 철회하였다 하는 것은 분명 좋은 일이었다. 나는 그 보고를 들었을 때 웃지 않고 지나갔다. 나는 시드니에게 다시 방문할 것을 요청하지 않았고, 시드니도 내게 어떠한 접근을 시도하지 않았다. 그럼에도 나는 시드니에 관하여 긴장하고 있었다.
한 달 새 블린성에 있는 총집사가 쓴 서신이 서류들과 함께 왔으므로, 더 지체치 않고 새로 총집사 될 사람의 이름을 적었다. 골라두기는 전에 골라두었으니 어렵지 않은 일이었다.
그리고 총집사에게 따로 보내는 서신도 한 통 맡겼다.
작금의 상황으로 인해 오드리나를 비울 수 없어 그대를 만나지 못할 수도 있다. 그러나 내가 내려갈 때까지 몇 달만, 끝까지 버텨주길 바란다. 만일 만나지 못하게 된다면, 그대, 오래도록 라이네를 섬겨주어 진심으로 고맙다. 나와 선친께서 라이네령을 비우고 오드리나에 머무는 동안 라이네령을 걱정하지 않을 수 있었던 건 그대가 충직하게 그 자리를 지켜준 덕분이다. 고맙다.
내용은 그리 간단하고, 그리 진심이었다.
전, 내가 돌아오기 전의 시간, 내가 연금되어 있는 동안 총집사는 건강하게 있었던 것으로 기억하고 있었다. 웬일인지 이번에는 전보다 몸이 약해진 모양이다. 그러나 그때도 알드리히가 비밀리에 내게 전해주던 서신에 의존한 정보에 불과한지라, 그때 실제로는 어땠을지 모르겠다.
나는 레룩스로 출발하는 마차의 꽁무니를 눈으로 좇다가, 한숨을 쉬었다.
내려가 보긴 해야 한다. 총집사가 있는 이상 블린성에 도달한 서류가 조작될 일은 거의 없지만, 나의 봉신 가주들을 만나고 그들 하고 있는 짓을 살피긴 해보아야 해. 이번 가을에는 내려갈 수 있을까.
“…….”
킨들 라이네 토벌 작전이 있는 이번 가을에.
전부 끝나 있을까.
목이 조여오는 것 같아 손을 들었다. 타이가 아니었다. 크라바트를 누르고 있는 핀의 보석이라도 매만지며 나는 다시금 한숨을 흘렸다.
하나하나 끝나간다. 그 ‘끝’도 끝이 나면, 내가 모르는 시작이 시작될 것이다.
“…….”
눈꺼풀을 반쯤 내렸다.
따스한 봄바람이 훨훨 불어와 머리카락을 어지럽혔다. 옆으로 흔들리는 머리채를 가만히 기다리다가 오른발을 뒤로 뺐다. 그리고 몸을 돌리는 순간, 몸과 함께 돌아가던 시야에 기사가 잡혔다.
나는 우뚝 멈추어섰다.
저택 입구에서부터 뛰어온 것 같은 가엘 타르디프는 내가 서 있는 계단 맨 위까지 올라오지 않고 계단 앞에 멈추어섰다. 그의 호흡은 지독하게 흐트러져 있었다. 가엘이 이 정도로 격렬한 반응을 보인 적이 없다.
묻지 않고 그를 내려다보기만 하는데, 가엘은 흐느끼듯 숨을 털어내며 내게 경례했다.
그리고 보고했다.
“발리앙 후작이 체포되었습니다.”
깊게 눈을 감았다가 떴다.
나는 그에게서 눈을 들어 앞을 보았다.
앞, 하늘, 펼쳐진 정원. 날 좋은 봄의 전경.
눈을 깜박이며 떨리는 한숨을 뜨겁게 쏟아냈다. 내 눈길은 세상을 헤매듯 좌우로 구르고 굴렀다. 그래. 그렇군. 가주가 체포되었다. 내가 체포되었었다. 그렇게 맞이한 스러지는 라이네.
보라, 발리앙.
이번에는 너의 끝이다.
“그리고 각하. 아리엘 발리앙의 고신이 진행 중이라 합니다.”
나는 손을 들어 입가를 더듬거리듯 가렸다. 검지와 중지 끝이 차례로 왼 입꼬리를 눌렀다. 보고를 듣는 순간 심장이 쿵 떨어져 명치에서 뛰고 있는데, 웃지도 못했고 울지도 못했다. 의식적으로 입꼬리를 올렸다.
그리고 손을 내리며 가엘을 보았다. 중년의 기사는 블린성에서 내게 무릎을 꿇었을 때만큼이나 눈에 보이는 어떤 표정을 그리고 있었다. 이해한다. 나는 내 충성스러운 기사에게 옅은 눈웃음을 보내고 뒤돌아서며 웃음을 지웠다.
내 원수의 반분. 네 비참한 모양의 시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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