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0128 CHAPTER 11. 애가哀歌 =========================
베르덴은 발리앙령으로 내려가지 못했다.
아리엘이 죽어 나갈 수도 있다는데 동생의 장례를 위해 오드리나를 오래 떠나 있는 건 미친 짓이다. 나는 그를 이해했다. 그는 르네의 시신만을 발리앙령으로 내려보냈다. 그곳에 있는 그의 모친이 장례를 마무리하겠지.
베르덴이 떠나지 않은 덕분에 데스챔프의 일을 논하기 위하여 오드리나에 도착한 대귀족 가문의 가주들이 헛걸음할 필요가 없었다.
데스챔프의 일을 논하는 대귀족 회의의 날, 우리는 아리엘의 일도 함께 논하였다.
내가 아리엘에게 습격당한 지 닷새만의 일이다.
그 사이 베르덴이 저택으로 찾아왔으나 나는 내 용태가 좋지 않다며 만나지 않았다. 물론 아리엘과 만나게 해주지도 않았다. 그제는 감읍하게도 황제까지 밤중에나마 잠시 방문해주셨다. 그때가 되니 그래도 앉아있을 수는 있어서 알드리히를 만났으나, 그는 아무 말도 없이 나를 보다가 이만 돌아가겠다고 일어섰다.
그리고 남긴 말은 사과였다.
-미안합니다, 누이.
또 무얼 저질렀거나 저지를 예정이거나 하는 것 같아서 상당히 불안해졌다.
나는 르네를 잃었고, 아리엘은 내 손으로 잡아 들인 직후였다. 자칫하면 아리엘도 너무 쉬이 잃을 것이라는 위기감 때문에, 평소 같은 여유 어린 웃음은 나오지를 않았다. 그렇다. 나는 아리엘을 잡아들일 당시 예상했던 것처럼 그녀를 잡아들인 것을 후회 중이었다.
아리엘은 나를 죽이기 전에는 그 자리를 떠나지 않을 것 같았으니, 어쩔 수 없는 일이었다고는 해도.
나는 그를 붙잡고 늘어졌다.
-무엇, 말씀이십니까?
-…….
-폐하. 근래에 일어난 일들에 관련된 사과라면, 저는 폐하께서 무엇을 미안하다 하시는지 알고 싶습니다.
내 약점이 될까 하여 알드리히에게 차마 말할 수는 없으나, 그 정도 권리는 내게 있다고 생각한다.
하루만 더, 하루만 더, 라 하며 마지막 때를 기다리고 있다가 눈앞에서 놓쳐버린 게 너무 커서.
잠깐 나를 내려다보던 알드리히는 내게 고백했다.
-발리앙을 내가 궁지에 몰았습니다.
-무슨 말씀이신지 모르겠습니다.
-솔직히 누이는 그 검, 쓸 사람이 아니잖아요. 아니, 그 검의 의미를 알아차리기는 했습니까? 이번에 대귀족 회의가 끝나고 나면 또 언제 모일지 모르고. 나는 이번 대귀족 회의 때 발리앙도 올려두고 싶었어요.
-…….
-그런데 설마 후작이 그렇게 나올 거라고는 생각 못 했습니다. 필르 발리앙을 말했더니 왜인지 발리앙 영식이 죽고. ……누가 죽든 그건 상관없다고 쳐도 필르 발리앙이 설마 누이를 찌를 줄은 몰랐습니다.
-폐하.
나는 그를 듣고 있다가 그를 가만히 불렀다. 그리고 말을 멈춘 황제를 올려다보며 허망하게 말했다.
-무슨 말씀이신지, 모르겠습니다.
내가 갚아야 하는 복수, 당신 때문에 못하게 되었다는 말이라면 더 하지 마라. 저 고백을 이해하고 싶지 않았다. 저 토설을, 이해하고 싶지 않았다. 아니어야 한다. 내게서 발리앙을 앗아간 게 황제여서는 아니 된다.
무슨 말인지 모르겠다 하는 그 말이, 발리앙과 내가 무슨 상관이 있느냐, 어째서 여기 와서 내게 그런 말을 하는지 모르겠다, 하는 발뺌으로 느껴진다면, 좋다, 그리 받아들이라. 그러나 내가 내게 주는 뜻은 그게 아니었다.
-정말이지 무슨 말씀이신지, 모르겠습니다.
정말 이해하고 싶지 않았다…….
내가 겪은 일을 모르니 황제에게는 그다지 거리낌이 없었을 것이다. 이만큼이라도 기다려 준 걸 고마워해야 하나. 지금까지만이라도 약속을 지켜 입 다물고 있어 준 걸 고마워해야 하나.
나는 웃지 못했다. 울지도 못했다.
황권을 강화하고자 발리앙을 흔들 기회를 놓치지 않았다 하는 황제 앞에서, 라이네 공작이 어찌 격한 반응을 보일 수 있겠나.
‘누가 죽든 그건 상관없다고 쳐도.’
알드리히는 그것으로 이번 일에 대한 말을 전부 설명했다. 그는 아리엘이 나를 죽이려 했다는 심증을 가지고 있었으면서도 반드시 아리엘이 죽어야 한다고는 생각하지 않았던 것이다. 발리앙이 흔들리기만 하면 되었다.
그게 황제가 원한 가장 큰 것.
내가 옥에 갇혀 고문당한 끝에 죽고 그게 누명인 게 밝혀지면, 그 누명을 뒤집어씌웠던 데스챔프를 끌어내리려고 했던 예전. 내가 그렇게 해주지 않으니 황제가 알아서 황권 강화의 길을 찾는구나. 내 고통은 아랑곳 않고.
이성적으로는 이해한다.
베르덴을 이해하듯 황제도 이해한다.
그러나 고통받은 기억이 있는 감정이. 그 자리에서는 말을 듣지 않았다. 몸을 회복하며 아리엘의 이 미친 짓에 어찌 대응할지 고민하느라 조금씩 무뎌져 갔던 허망함이 발작하듯 떠올랐다.
알드리히는 내 거듭된 부정에, 마치 그러할 줄 알았다는 것처럼 쓴웃음을 웃고 떠났다. 마지막의 마지막 말은 이번에는 사과가 아니었다. 어서 몸을 회복하라는 위로였다.
나는 그가 나가고 얼마 있지 않아 눈앞에 있는 테이블을 엎었다.
환부 때문에 뱃심이 부족해도 그 정도는 할 수 있었다. 기도 덕에 피부와 내장은 거의 다 아문 상태이고, 찔린 피로가 남아있는 내장이 그 피로를 이겨내는 과정이었다. 그 정도는 정말 할 수 있었다.
르네 죽음을 보고받은 뒤 울며불며 악을 쓰는 속을 진정시키느라 애썼던 기억은 아예 없었던 것처럼, 나는 간단하게 악을 표출했다. 깨진 유리와 사기조각들, 부러진 다리 하나. 나뒹구는 테이블을 나는 차마 씩씩거리지도 못하고 조용하게 내려다보았다.
알드리히. 당신 자신을 가장 사랑하는 황제여.
어느 순간에라도 황제여야 하는 황제여.
험한 소리가 나서인지 응접실 안으로 들어오지 못하는 기척이 있는 걸 알았다. 나는 입가를 가리고 역한 느낌의 침을 몇 번 삼켰다. 악에 받친 동요는 실로 느리게 가라앉았다. 그래도 내가 직접 문을 열고 나가 할리를 볼 땐 민망하게 웃으며 안에 좀 치우라 말할 수 있었다.
그게 그제의 일이다.
그리고 오늘. 회의날. 나는 열셋에서 데스챔프를 뺀 나머지 열두 가주들 중 가장 늦게 회의실에 입실했다. 일어나 나를 맞이하는 가주들에게 싱글싱글 웃으며 인사했다.
“격조하였습니다, 공.”
“오랜만일세.”
“몸은 어떻습니까?”
데스챔프는 이미 나락으로 추락했고, 나락 어디까지 도달할 것인지는 이 회의에서 결정될 것이다. 따라서 앞으로는 하나 남은 공작가인 라이네에 상당한 견제가 들어올 터. 조심해야 마땅했다.
나는 일단 내 자리라고 남겨둔 의자에 앉은 후 대꾸했다.
“건강하네. 그런데 왜 묻나? 내 몸 상태는.”
“…….”
디알로 후작의 눈썹이 슬쩍 올라가는가 싶더니 이내 소리 없이 웃음기를 떠올렸다.
그러나 내게서 고개를 돌리면서는 무표정으로 돌아가는 걸 잘 보았다. 다른 이들의 분위기도 비슷하였다. 무어 새로운 걸 들었다는 것처럼 나를 보고 제각각 아래를 내려다보거나 시간을 보내는 것이다. 디알로 후작 옆에 앉아있는 시드니는 다른 가주들과 마찬가지로 나를 보고 시선을 돌렸다.
유일하게 나를 뚫을 것처럼 보고 있는 베르덴도 무표정인 건 매한가지지만, 나는 그 속내마저 잔잔하리라고는 생각하지 않았다.
내가 방금 저 사람에게 희망을 주었거든.
수 분 후 황제가 입실할 때까지, 처음 안부 인사를 주고받은 것 이외에는 우리는 그 어떠한 대화도 나누지 않았다.
웃으며 들어온 알드리히가 먼저 착석한 뒤 우리 열두 명도 자리에 앉았다.
알드리히의 짧은 설명으로 시작된 데스챔프 건은 유무죄를 다툴 여지가 조금도 남아있지 않았다. 황제의 기사들에 의해 접촉하는 현장을 검거당했을뿐더러, 다른 서류는 전부 소훼하였더라도 비상시에 자기 몸을 지키기 위한 계약서만큼은 양측 모두 남겨둘 수밖에 없는 현실 탓이었다.
나의 아버지의 손에 쥰의 모친과 나누었던 계약서 두 부가 모두 있었던 건 아마도 아버지께서 확보하셨던 덕분일 터. 만일 내가 아버지 입장이었다면 그 계약서가 어찌 문제를 일으킬지 모르니 쥰의 모친이 아직 생존해 있을 때 일찍이 그 여자가 가지고 있던 계약서도 되찾아왔을 것이다.
나조차도 불안하게 생각되는데, 설마 아버지께서 그 계약서를 쥰의 모친의 손에 남겨두는 걸 전혀 불안해하지 않으셨을까. 그분은 나보다 훨씬 능수능란한 분이셨다. 어쩌면 계약을 한 직후에 계약서를 찾아오셨을지도 모르는 일이리.
그러나 한 저택에 있었기에 그 일이 쉬울 수 있었을 라이네와 다르게, 이쪽은 한 가문과 황실 일원의 계약이었다.
어느 한쪽의 계약서를 빼낼 수 있다면 그것이야말로 기적 중의 기적이었을 터다.
그렇게 잡힌 데스챔프. 연좌하지 않겠다 하는 황제의 입을 보다가 눈을 잠시 내렸다.
황제를 직접 죽이려 했던 현장을 목격당했던 나와 비슷했다. 당시의 나는 황제의 비호로 인해 한 달간 연금당해 있었고, 데스챔프는 황제의 비호 때문이 아닌 대귀족 회의가 열리기까지 시간이 걸린다는 이유로 저택에 연금당해 있는 중이다.
‘나는 마법사이지만 황제 폐하를 감히 시해하려 했던 적은 결단코 없다.’
목이 쉬도록 비명을 질렀었다. 그래도 그 주장을 굽히지 않을 수 있었던 건, 쥰을 살려 라이네를 지켜야 한다는 굳은 책임감 때문에……? 아니다. 일정 정도 이상의 고통은 인간이 참으려 해도 참을 수 없겠다 싶도록 고신당했었는데 설마.
내가 끝까지 무죄를 주장하다 갈 수 있었던 건 이미 독으로 육신이 망가져 감각이 상당 부분 무뎌져 있었던 덕분이다. 알드리히에게 부탁하여 받은 독을 진통제로 쓰기도 했었고.
그런데 데스챔프는 어떨까…….
“데스챔프 공작이 3황자 일당과 세운 계획의 세세한 부분에 대해 신문을 시작하겠네. 유죄는 이미 확정되었으므로 작위를 두 계급 하향하여 백작 가문으로 조정하고 대귀족 가문에서 제외. 황실에 재산 절반을 납부하도록 하며, 데스챔프의 봉신 가문들은 새로 대영주를 찾을 시간을 삼 개월 주겠네.”
멀쩡한 몸으로 그 고신을 버틸 수 있을까.
없는 죄도 지어내고 싶을 텐데.
데스챔프 건은 우리가 예상했던 대로 마무리되었다. 황제는 아예 데스챔프 가문의 작위를 박탈하고 싶어 하는 모양이었으나 우리가 그리 두지 않았다. 유죄 확정된 데스챔프는 우리 가주들에게 분명 치욕이다. 그러나 황제의 뜻에 따라 완전히 없애버리는 것에 동의하는 건 지나치게 납작 엎드리는 것과 다름없었다.
그런 낮은 자세가 황제에게 무슨 여지를 줄지 몰랐다.
그럭저럭 납득하고 고개를 끄덕이자, 알드리히는 이제 나를 똑바로 응시하였다.
“이제 발리앙의 영애가 라이네 공작에게 상해를 입힌 것에 대해 논해야겠군.”
그에 나는 놀란 척 눈을 둥그렇게 뜨고 물었다.
“그런 일이 있었습니까?”
그러자 디알로 후작이 주먹으로 입을 가리고 두어 번 기침했다. 머리 하얗게 바랜 노인이 웃음을 기침처럼 웃기 위해 노력하는 모양이란. 내 눈이 노인에게 힐끔 굴러갔다가 다시 황제를 보았다.
알드리히는 직전에 비해 훨씬 상냥한 얼굴을 하고 있었다.
웃음기 없이 데스챔프 건을 다루던 것과 다르게 옅게 웃고 있는 저 얼굴. 나 역시 빙긋 웃었다. 황제가 경고하듯 나를 불렀다.
“라이네 공작.”
“필르 발리앙은 우리 저택에서 잘 모시고 있습니다. 친구 있는 저택에 며칠 머무는 게 무어 그리 큰일인가 싶었는데, 그새 그런 말이 돌고 있을 줄은 몰랐습니다, 폐하.”
나는 알드리히를 보고 다시금 싱글 웃었다.
그를 적대하려고 하는 건 아니었다. 단지, 그의 말이 맞는 말이라서. 나는 멀쩡하게 서 있고, 여기서 발리앙이 무너지면 우리 대귀족들은 상당히 곤란해진다. 이리 덮으려 하는 게 차라리 나았다. 아리엘을 살려주는 대가로 발리앙에게서 무얼 뜯어낼 생각을 하는 게 아니라.
데스챔프가 반역죄만 저지르지 않았다면 발리앙에서 공식적으로 많이도 긁어왔을 텐데.
그러나 데스챔프와 3황자 모친인 비, 3황자의 일로 바비에르가에 대한 소문을 덮으려 했던 건 나도 마찬가지였다. 라이네를 지키기 위해서라면 대귀족 중 둘쯤은 무너져도 괜찮겠다는 마음이었으나, 이번에 알드리히의 말을 듣고 생각이 조금 바뀌었다. 내 일을 망쳐두었으니 알드리히의 속셈도 망쳐두는 건 어려운 일이 아니었으므로.
웃고 있는 내 눈이 가늘어지자, 알드리히가 낮게 웃음을 터트렸다.
“부정하겠다……?”
“…….”
“오래전부터 공작을 죽이려 사주해왔다는 증인들이 짐의 손에 있는데. 그럼 그것도 부정하겠다 이 말인가?”
“무슨 증인 말씀이십니까?”
“사주를 받고 실행하였던 자들 말이네.”
“그러니까. 만일 정말 그런 일이 있었다면 실행에 옮겼을 자들을 말씀하시는 것일 텐데, 그러면 미로골목의 죄인들 같은 그런 증인을 말씀하시는 겁니까?”
“…….”
나의 거듭된 질문의 저의는 그것이다. ‘그런 미천한 죄인들의 증언을 얼마나 신뢰할 수 있겠는가.’
데스챔프가 나를 모함하였을 때 대꾸하던 그대로다. 그러나 그때처럼 직설적으로 말하지 않는 건 내가 상대하고 있는 이가 데스챔프 공작이 아니라 황제이기 때문이었다. 다른 가주들이 조용한 가운데 나는 황제와만 시선을 교환하였다.
점점 내 느끼기에 싸늘해진다.
그러나 여기 모인 가주들은 내 편이라 믿어 의심치 않는다. 최대한 발언권을 지켜야 하는 와중 내가 우리 귀족들을 흔들 기회를 없애준다 하면 그들에게는 고마운 일이었다. 내가 혹여나 황제에게 밀린다 싶으면 나서서 내 주장을 보충하겠지. 나는 오늘 황제에게서 발리앙을 구해낼 거고, 어지간하면 성공하리라 생각하였다.
정말, 그리 생각하였다.
“말씀 중에 죄송합니다만, 제가 설명을 듣고 싶은 게 있습니다. 발리앙 후. 물론 이번 일 관련해서입니다.”
그런데 기요트 변경 백작이 입을 열었다.
일 자체가 없었다는 내 주장은 들리지 않는 것처럼 말하더라. 나는 물론이요, 다른 위정자들의 시선이 전부 그 중년의 무인에게 향하였다. 팔걸이 끝에 늘어져 있던 손이 장갑 속에서 차게 변했다.
저 사람이 미쳤나.
여기 있는 가주들 중 유일하게 시드니에게 비할 수 있을 그는 우리의 긴장된 시선을 태연하게 무시했다. 오로지 베르덴만을 보았고, 베르덴은 눈을 멈칫 찌푸렸다가 고개를 까닥였다. 허락이었다.
허락하지 말았어야지.
“쥰 라이네경의 모친, 인즉 라이네 공의 작은 어머니 되시는 분이 자진했던 일. 사인이 자액이었던 건 혹 기억하십니까? 죄송합니다, 라이네공. 사전에 말씀 나누지 않고 이리 공론화하여.”
“거 사람 참. 알면 하지 말지. 라이네가의 고인을 모욕하려는 것 같아 몹시 불쾌한데.”
무얼 말할지는 모르겠으나 저 입이 더 움직이면 안 된다는 건 알겠다. 나를 물끄러미 보는 변경 백작을 향해 웃으며 경고했다.
“그러니 그쯤 하는 편이 좋겠군.”
“하지만 이런 말이 한 번 나왔으니 어느 정도까지 부풀어 오를지 모르는 일입니다. 차라리 깨끗하게 이 자리에서 자르고 가는 편이 좋지 않겠습니까?”
“나는 방금 그대가 말하기 전까지 그런 말은 한 번도 들은 적 없어. 나로서는 지금 공연히 논란을 만들고 있는 사람은 그대일세. 감히 라이네가의 정보력을 우습게 보는 게 아니라면 그쯤 하는 게 좋겠네.”
“그럼 공작께서 들은 적 있는 것을 말씀드리겠습니다.”
여태 살갑게 걸려 있던 내 웃음이 전부 지워졌다. 이 새끼가.
찔린 일을 없던 일로 하려 하는 내 속이 멀쩡할 것으로 여겨지나. 차게 그를 응시하다 천천히 입을 열었다.
“변경 백작.”
“예.”
“지금 날 무시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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