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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면꽃 작가님-82화 (82/157)

00082 CHAPTER 7. 당신을 잃기를 원합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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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발리앙 후작의 밀서를 받은 것은, 오드리나로 돌아온 지 일주일 정도 되었을 때였다. 대관식을 사흘 앞둔 날.

마침 기분 좋은 보고를 받은 직후였기 때문에, 발리앙으로부터 밀서가 왔다는 소식을 듣자마자 심장이 흠칫 놀랐다. 나쁜 짓 하다 걸린 아이처럼 콩콩 뛰던 그것은, 금세 즐거움으로 화했고, 나는 웃으며 서신의 봉랍을 부수었다.

내용은 간단하였다. 겨우 세 문장.

베르덴을 보좌로 들이도록 합의했던 자리에서 정한 암호도 분명하게 적혀 있었다.

한 눈에 읽히는 서신을 나는 물끄러미 들여다보았다. 글자 하나하나 해체하듯 천천히 읽고 또 읽었다. 그렇군. 나도 발리앙 후작도 마음의 준비를 할 때가 온 모양이라. 그런 준비를 할 기회조차 주어지지 않은 베르덴은 안타깝지만, 안타까움을 넘어설 정도로 마음 쓸 바는 아니다.

밀서를 없애고 고개를 들었다. 시계를 보니 이제 아홉시. 아침햇살과 차게 물기 어린 공기, 서늘한 새소리 등이 밀려들어오기 시작했다. 일하느라 잊고 있던 오감이다.

나는 이마를 슬슬 쓸다 펜을 들었다. 시선은 아직도 시계에 박혀 있었다.

“…….”

도착해서 설렁설렁 산책하는 것까지 넉넉히 사십 분. 기사들이 오후 훈련을 시작하는 게 대략 세 시 즈음. 나 혼자라면 가벼운 시찰이라 여기겠지만, 옆에 발리앙 후작이 설 예정이니 쥰에게 용건이 있는 것처럼 보이는 게 좋을 터다.

그러나 특별할 게 염려할 것 없다. 펜의 끝으로 살랑살랑 관자놀이를 간질이다 눈을 내렸다.

다시 일을 시작했다.

나는 좋은 기분으로 일에 집중하였고, 중간에 베르덴이 점심시간임을 알리러 들어왔을 때에야 자리에서 일어났다.

“아이고, 어깨야…….”

“주물러드리겠습니다.”

“……어쩐지 이 기회를 놓치지 않겠다는 표정일세.”

“착각이십니다.”

베르덴과는 표면적으로는 잘 지내고 있었다. 나는 싱글벙글 장난을 걸고, 그는 전처럼 반응한다. 내 보좌 일보다 후계자 될 사람으로서의 사교활동에 치중하도록 한 것도 그대로였다.

내가 아버지의 장례를 치르려 라이네령으로 내려가기 전에 그에게 명령해두었던 바. '사교모임에 자주 나가라' 하는 것이었다. 나 귀환한 이후에도 그건 멈추지 않도록 했고…….

발리앙 자체를 위해서는 아니었으나, 결과적으로는 발리앙을 위해 마음써준 것처럼 보일 것이다.

점심을 들고 나서는 잠시 쉬다가 차비를 했다.

베르덴은 저택에 남도록 하고 마차에 올랐다. 본디 보좌라는 게 모든 외출에 동행하기 위하여 존재하는 자는 아니다. 그를 남겨두는 것에 부담은 없었다.

황궁에 도착한 마차는 들어설 수 있는 길까지 들어서고 나서 멈추었다. 나는 4월, 봄 중반에 들어섰음에도 아직 써늘함을 간직하고 있는 봄바람을 맞으며 마차에서 내려왔다.

“…….”

그러나 걷다보니 묘하게 더운 열이 올랐기에 결국 얇은 코트를 벗었다. 재킷을 입지 않아 곧바로 셔츠와 베스트 차림이다. 어두운 회색의 셔츠와, 셔츠보다 더 어두운 회색의 베스트vest, 검은 넥타이, 보석을 박아 빛나는 타이클립을 잠시 내려다보다, 단정하게 정리한 코트를 왼 팔에 걸쳤다.

그리고 잠간 멈추었던 걸음을 다시 시작했다.

상념에 잠겨 걷다보니 목적지까지는 금세 도착할 수 있었다. 탑이라 불리는 건물을 멀거니 올려다보기를 십여 초, 옅게 숨을 들이켜고 연무장으로 향했다. 이제 공작인지라 연무장 안쪽으로 들어가는 것에 거침이 없었다.

나는 훈련을 이제 시작할 모양인지 막 열을 맞추고 있는 기사들을, 넓은 훈련장 가장자리를 걸으며 슬슬 보았다. 지휘하고 있는 사람은 시드니가 아니다.

……차라리 다행이지.

맨 앞에서 지휘하고 있는 기사에게 다가가자, 나를 돌아본 그가 내게 적절한 예를 갖추었다. 여러모로 처음 보는 사람이 아니었기에 나도 그가 이 기사단의 부단장임을 알고, 그도 내가 라이네의 사람인 것을 알 것이다.

나는 씩 웃고 입을 열었다.

“라이네경과 긴히 나눌 말이 있어 왔네. 잠시 시간을 줄 수 있겠나?”

“예. ……라이네경, 앞으로!”

무리를 향해 나도 고개를 돌렸다. 앞으로 뛰어 나오는 쥰의 표정은 싸늘하도록 무감정했다. 놀랄 것 없다. 바깥에서의 그는 대체로, 내 앞에서의 모습과 전연 다른 사람이 되었다.

저런 아이가 내 앞에서 눈물을 흘리며 애원했는데, 나는…….

……내가…….

나는 슬며시 나오려는 쓴웃음을 삼키고 그에게 손을 내밀었다.

“누님.”

내게로 내리쬐는 파란 눈이 실로 따뜻했다. 나를 보자 웃는 저 얼굴이 서글픈 꽃 같다. 이야기라는 강박관념에 눈이 가려 내가 놓아버렸던 긴 세월의 잔해였다.

쥰에게 마주 웃어주고, 부단장에게 고개를 돌려 다시 한 번 양해를 구했다. 어느 정도는 존중을 표하는 편이 좋다.

“방해해서 미안하네. 바로 돌려보내지.”

“……염려 마십시오.”

원하는 만큼 시간을 보내도 된다고 돌려돌려 말하는 것이다. 나는 싱글거리며 쥰의 손을 끌었다.

여러모로 순수한 용건으로 온 것이 아닌데 쥰이 내 방문을 정말 반기는 것 같아 조금 미안했다. 쥰이 직장에 방문한 적이 이번으로 세 번 정도인가. 손가락 세 개를 접고도 두 개가 남는 횟수.

적다.

그런데 심지어 이번 방문은 핑계를 만들기 위한 방문이기까지 해. 쥰도 내 이런 행차가 얼떨떨한 모양이었다.

“폐하를 알현하러 오셨어요?”

“아니야. 너를 보러 왔다.”

나는 연무장 가장자리의 어느 적당한 지점까지 나오고 나서 쥰의 손을 놓았다.

“저를?”

“대관식 준비는 잘 되어가고 있는지 둘러보기도 해야 했고, 네 두 번째 서임식이니만큼 내게도 의미가 있을 밖에.”

“…….”

그러자 쥰이 얼굴이 어쩔 줄 몰라 하는 색으로 물들었다. 사랑 어린 것처럼 들리는 말을, 이면에 다른 뜻이 있을 거라는 의심은 한 치도 하지 않고.

아니면, 애정에 대하여는 의심할 여유가 없는 걸까, 넌.

“옷을……, 제가 들겠습니다.”

파르르 떨린 입술이 더듬더듬 뱉은 것이 저랬다. 나는 피식피식 웃으며 고개를 저었다.

“괜찮아. 가서 훈련해야지. 나도 그냥 지켜보다 가려고 했었고.”

“아. 그럼…….”

“한 가지 묻고 싶은 게 있단다.”

대관식에서 있을 재서임식의 준비를 이런 식으로 이용하는 사람은 나와 발리앙 후작뿐일까. 이러고 싶지 않았는데. 분명한 건 내 마음이 전에 비해 연약해진 것이 아니라 훨씬 날카롭게 날을 세우고 있다는 점이다.

따뜻하고 너그러운 마음은 도움이 되지 않아.

그러나 이제부터 쥰에게 물을 것을, 돌아오기 전의 시간에도 물었으리라는 것을 안다. 그때에도 나는 공작이었고, 쥰보다는 가문이 우선이었다. 심지어 라이네를 어찌 지켜야 하는지 알고 있는 지금은 더더욱 그러할 수밖에.

나는 라이네를 지키기 위해 무엇이든 이용할 것이다.

나 자신과 내 가치관은 전과 다를 것이 별로 없었다.

나는 자연스럽게 입을 열었다.

“……너, 마음에 둔 여인이 있느냐?”

말했듯, 나는 자연스러웠다.

그러나 영문을 알 수 없었을 이 질문에 쥰은 숨을 멈추었다. 미세하게 커진 눈을 올려다보며 잠잠히 기다렸다. 코트를 접어 걸치고 있는 왼 팔뚝이 따뜻함을 넘어 약간 덥게 느껴질 때까지는 오래 걸리지 않았다.

잠시 눈을 내렸다. 코트를 오른 팔로 옮기고, 훨씬 시원해진 왼 팔을 기분 좋게 받아들이며 다시 고개를 들 때쯤 쥰은 대답했다.

“없습니다.”

“그럼, 내가.”

대답을 들었으니 다음 질문을 지체할 것 없다. 구태여 어렵게 물을 것도 아니며.

그러나 쥰은 그런 내 마음과는 다르게 몹시도 어렵게 웃음을 짜내고 있는 것 같았다. 덕분에 내 말도 멈칫하고 말았다. 거리낄 것 없는 질문인데. 눈길을 오른편을 향한 사선으로 비껴 내렸다가 다시 올렸다.

연어처럼 거슬러 올라가던 눈동자에 도로 쥰의 얼굴이 담겼다.

나는 결국 느리게 물었다.

“내가 네 혼인을 정략적으로 이용해도. 괜찮겠어?”

“예.”

물끄러미 보며 나를 담는 눈동자는, 차고, 시리고, 선명했다.

마음에 둔 이성을 물었을 때 이미 정략혼에 대해 짐작했을까. 망설임 없이, 색채 선연하게 나온 대답이다. 담긴 감정이 이토록 분명하고 또렷해.

나는 여전히 쥰을 이해하지 못한다. 같은 상황에 처해본 적이 없으므로, 쥰에게 내가 보인 언행과 태도가 과연 어떤 무게와 어떤 의미를 가지게 되었는지 도무지 이해하지 못했다. 무언가 많은 영향을 끼쳤다는 것은 알겠는데, 어째서 ‘나를 버리지 말라’는 애원을 하게끔 만들게 되었는지는 모르겠다.

나의 숨은 덤덤하게 폐부로 빨려 들어갔다가 허공으로 훅 흩어졌다.

정략혼이 싫다 말해도 나는 널 버리지 않는다는 말을 해주어야 할 것을 알았지만, 끝끝내 입에 담지는 않았다. 나는 그저 고개를 끄덕였다. 발리앙 후작을 본 것은 바로 그때였다. 나와 눈이 마주친 그는 약간 빠르게 걸어와 내게 인사를 건넸다.

“격조했습니다.”

“그래. 간만에 보는군. 건강하셨나?”

간단한 질문에 발리앙 후작은 옅게 웃었다. 그의 건강이 좋지 않은 건 피차 알고 있는 바.

“여기까진 어인 일로 오셨습니까?”

“준비가 잘 되고 있나, 궁금하기도 했고. 쥰도 볼 겸. 겸사겸사. 그대는?”

“저도 비슷합니다.”

“쥰을 보러 왔다고?”

“준비가 잘 되고 있나 궁금했다는 뜻이었습니다. 경은, 잘 지냈나?”

매끄러운 연기다. 쥰에게도 느긋하게 인사를 건네는 것은 좋은 선택이었다. 기사들을 보러 왔다가 만나서 이야기를 나누게 되었다는 설정이 깨질 확률이 낮아졌다.

나는 웃으며 두 사람의 안부 인사를 듣다가, 쥰을 이만 기사들에게로 돌려보냈다. 잠시 나를 본 쥰은 단정한 인사를 남기고 떠나갔다.

그러나 나와 후작은 서로를 마주보기보다는 나란히 서서 기사들을 보았다.

“삼가, 조의를 표합니다.”

“이미 수개월 지난 일이지만. 뭐, 고맙네.”

“라이네 전 공작이시지만, 제 몇 안 되는 친구이기도 했습니다. 그렇게 먼저 보낼 줄은 꿈에도 몰랐습니다.”

나붓하게 나오는 말에 난 그가 있는 왼편으로 고개를 아주 조금 돌리고 힐끔 그를 보았다. 그러나 시선을 오래 두지는 않았다. 다시 연무장 중앙을 보며 나는 입을 열었다.

“들었네. 그대가 내 모친과도 친했다고.”

“……예. 벌써 이십 년 전의 일이군요.”

내가 시간을 되돌아오기 몇 달 전의 일이기도 했다. 시간을 돌아오기 전이든 돌아온 후든, 어머니는 같은 날, 같은 사인으로 돌아가셨다.

결국 나는 어느 정도 자란 눈으로 어머니를 마주하는 일은 한 번을 없었다. 함께 했던 기억은 제대로 남아있는 게 없었고, 남아있는 기억의 시작점은 쥰과의 첫 만남이다.

그러나 어쨌든……. 이 자리에서 나눌 대화는 이게 아니질 않은가. 내 모친에 대하여는 지금은 이야기를 나누어봤자 소용이 없다, 지금은. 나는 오른쪽 입꼬리를 끌어올리고 흣, 코웃음을 치듯 부드럽게 웃었다. 교묘하게 외투 아래에 감춰진 오른손을 한 번 주먹 쥐었다가 풀었다.

내 입술이 움직였다.

살날이 얼마 남지 않은 자. 스스로 그렇게 만든 자라 해도 틀리지 않을, 미련한 아비. 가문과 가족을 위한다고 입을 다물었다가 시한부가 되었던 나와 그리 다르지 않다. 미련해. 멍청하기도 하지.

“어째서 아리엘과 르네를 결혼시켜 내보내지 않았지?”

묻자, 후작은 덤덤하게 호흡을 계속했다.

나는 조소를 삼켰다. 중독되어왔다는 사실을 늦게 발견했다 하더라도, 베르덴을 내게 맡길 것이 아니라 범인을 가문에서 내보내면 되었었다. 후작의 욕심이 지나치게 컸던 것뿐이다. 가문뿐이 아니라 가족까지도 지키고자 하여.

범인이 혹 아무 것도 아닌 사람이었더라면 그자를 처리하고 베르덴을 발리앙 저택 내에 데리고 있었을 터.

가족을 지키고자 한 것이 아니라 설령 다른 이유가 있었다 하더라도, 어지간한 이유가 아닌 이상 발리앙 후작은 미련했다. 알고 보니 아무 것도 아니었던 여자를 위하여, 쥰을 위하여, 라이네를 위하여, 아버지를 위하여 입을 다물었던 나와 이리도 같아서.

결국 그 의무감의 끝으로 맞이해야 하는 것은 죽음이다. 나도, 이 후작도.

후작은 내가 하는 말을 정확히 알아듣고, 마침내 대꾸했다.

“이렇게 만든 사람은 그 아이들이 아닙니다.”

“응? 아, 아아, 누가 그렇다던가. 그게 아니라, 어째서 아직도 출가시키지 않았느냐는 걸세. 말 그대로.”

아닌 척 했지만 후작이 짐작한 그 의미로 물은 게 맞다.

후작이 나를 보는 게 눈꼬리 시야로 느껴졌다. 나는 웃으며 그에게로 고개를 돌렸다. 그러자 중년의 사내가 무뚝뚝하게 물었다.

“어찌하여 여쭈십니까?”

“혹시 그들에게 내정된 상대가 있나?”

“……다시 여쭈어야겠습니다. 어째서 그런 것들을 여쭈십니까?”

“쥰, 아리엘의 상대자로 어떤가.”

말만으로도 소름이 끼친다. 상상만으로도, 소름이 이미. 등허리가 서늘할 정도였다. 그러나 나와 후작의 위치에 있는 자가 혼담을 농으로 꺼내기는 쉽지 않다. 나는 계획한 대로 죽음을 시작했다.

이는 쥰에게 못할 짓이라는 건 분명했다. 비록 잠시의 일이라 하더라도.

아리엘 따위를. 쥰에게.

그러나, 아리엘 따위가.

그러나, 그럼, 아리엘 따위가 라이네에게 한 짓은.

우선순위가 명백하다.

내가 쥰을 염려하고 소중하게 여기는 것은 라이네가 보존된다는 가정 하, 배경 하의 일이다. 가문이 우선이었다. 나는 바람에 말을 실어 보내듯 태연하게 말했다.

“아리엘은 좋은 사람이고, 내 사랑하는 동생의 짝으로 맺어주고 싶네.”

알드리히와 아리엘이 이어지길 바란다고 베르덴에게 했던 말은, 이제 와 생각해보면 미친 말이었다. 발리앙의 일개 영애로 남아있을 때에도 여차저차 하여 나를 끌어내렸는데, 황후? ……내가 돌았었지.

아무 기억이 없었다 해도 그렇지, 진짜 미친 짓을 했었어. 나는 당시의 상황이 불쑥 떠오르자마자 심각하게 입술을 혀로 훑었다. 심지어 그때에 아리엘은 마나로 내 목을 조르려고 했, 었는…….

거기까지 생각이 닿자마자 내 눈이 멈칫 가늘어졌다.

아.

이런, 아하. 마법사.

정수리에서 무언가가 터지는 느낌이 들었다. 후작을 향했던 시선을 거두어 기사들을 보았다. 웃음 사이로 이를 악물게 되었다.

이제야 무언가가 이해되었다. 알드리히를 죽이려 했다는 독물 마법진, 내게 밀어 보낸 그것은 확실히 아리엘이 했겠다. 그 마법으로 인하여 저택에 감금된 후에도, 아리엘이 마법사가 아닐 지도 모르니 속단하지 못했던 바.

헌데 너였구나, 아리엘.

-필르 발리앙은 마법사입니다.

나는 고통스러운 기억을 세차게 뚫고 튀어 오른 말을 도로 삼켰다. 그리도 나와 멀어져 유지하던 관계 속에서, 그가 전한 말. 전할 기회 많았었음에도 내가 그 말을 믿을 만한 때가 이르기까지 가만히 서 있었던…….

왼손을 올려 입가를 쓸었다.

“진심이십니까?”

헛웃음이 새어나오기 전에 후작과의 대화가 다시 시작된 것은 다행한 일이었다. 내 주의가 그에게로 곧바로 쏠릴 수 있었기 때문이다.

나는 한숨 쉬듯 푹 웃고 대답했다.

“허면 다 큰 성인들의 혼담을 농으로 건넬까.”

============================ 작품 후기 ============================

보내주신 팬아트 감사합니다♡

에브 불안불안.

선추코 감사합니다ヽ(=´▽`=)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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