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0067 -CHAPTER 에본느. 끝으로 참수 =========================
그러나 비극은 아마 오래 전부터 시작되어 왔었다.
수도에서 친하게 지내는 세 친구는 에본느에게 있어 상당히 큰 분량을 차지한 사람들이나, 유일한 친구들은 아니었다.
작은 분량이라도 차지한 친구가 있긴 있었다. 아리엘이라고. 발리앙의 금지옥엽인 예쁜 영애.
아리엘은 친구이지만 베르덴의 누이라는 인식이 더 강했다. 베르덴이 아니었다면, 주로 발리앙령의 본성에서 지내고 있는 영애와 그만큼이라도 가까워질 일은 없었을 터.
첫 만남은 에본느가 여덟 살 때. 베르덴의 초대로 발리앙령의 본성에 가서 시간을 보낸 것도 여러 번. 에본느는 베르덴의 누이를 상당히 좋은 눈으로 보았고, 결과적으로는 상당히 친해지게 되었다.
어릴 적 병약하였던 아리엘을 에본느는 이후로도 살뜰하게 챙겼다. 친구의 누이이니 아낄 수밖에. 친구이니 아낄 수밖에. 유서 깊은 타가문의 영애이니 챙겨주면 훗날 어떤 형태로 이득이 될지 모르기에, 챙길 수밖에. 사적으로도 공적으로도 무엇 하나 놓칠 것이 없었다.
그러다 그녀는 제 친구를 아리엘에게 소개해 주는 일도 하게 되었다.
정확히는 알드리히를 챙기다 보니 그렇게 되었다.
그녀의 나이 열셋.
그렇잖아도 의뭉스러운 알드리히가, 동생 황자에 의해 상당히 짜증스러워하던 즈음의 일이었다. 마침 황제께서 호출하신 바, 알현할 기회가 있기에 그 자리에서 알드리히를 위한 장시간의 외출을 제안했다. 황제는 퍽 재미있어 하더니 허락했다.
그러나 라이네령은 너무 멀다. 오드리나를 벗어나되, 지나치게 멀지 않은 곳. 풍광이 좋거나 즐길거리가 있어 기분전환을 할 수 있는 곳. 어찌 되었든 알드리히의 의견도 중요하기 때문에, 황제는 쉬는 김에 좀 더 쉬자며 알현 직후의 일정을 뒤로 밀었다. 그리고 알드리히를 솔체궁으로 불렀다. 알드리히는 이 갑작스러운 여행 계획을 듣고 나서 약간도 당황하지 않은 것처럼 보였다.
그저 에본느를 보며 소리 없이 싱글벙글 웃고. 또 웃었다.
무어, 제 얼굴 생김이 재미있으신 거냐고 불퉁한 농이라도 건넬 자리였으면 차라리 나았을까. 하필이면 황제의 앞이었다. 애써 공손한 웃음으로 받아치며 기다렸다. 알드리히가 곧 입을 열었다.
“누이, 누이한테, 내가 모르는 친구가 있다면서요.”
“예? 저한테 그런 친구가 있습니까?”
금시초문이다. 베르덴과 시드니는 알드리히도 아는데. 나도 모르는 내 친구를 당신은 어떻게 알고 있나.
발리앙 영식의 누이라고 알드리히가 설명하고 나서야 아리엘을 떠올릴 수 있었다. 아, 그렇지. 아리엘이 있었다. 그제야 고개를 끄덕이자 알드리히는 눈을 깜박이며 웃었다.
“소개 좀 해 줘요.”
“예?”
“거기로 가자고 하는 겁니다.”
“……저도, 말입니까?”
“축하합니다. 누이는 나한테 선택받았어요.”
“…….”
제길.
표정을 구겼다.
그리고 보고 있던 황제께서 웃음을 흘리시는 것을 듣고 표정을 정돈했다. 그러나 역시 눈앞이 아득해져왔다. 가는 길, 알드리히에게 얼마나 시달릴까. 에본느는 그를 수행하는 일을 피하려고 이리저리 말을 돌려가며 변명하기 시작했다.
그리고 한 달 후의 결과는 이랬다.
이야아, 진짜 왔네……. 발리앙 본성의 응접실에 앉아서 멍하게 바깥을 보고 있는데, 알드리히가 웃으며 말을 걸었다.
“표정 봐. 난 참 누이가 좋습니다.”
“…….”
에본느는 대답하지 않았다. 그녀의 눈동자에 차가운 것이 돋았다. 두고 와야 했던 쥰도 염려가 되고, 허락은 해 주셨으나 탐탁찮은 기색을 보이시던 부친도 염려가 되었다. 알드리히를 위하려다 독박을 썼으니 기분이 나쁠 수밖에.
“이럴 땐, 누이, 대답도 해 주는 겁니다.”
“저도 좋습니다.”
“표정이 대단하네요. 지나가던 벌레라도 삼켰습니까?”
“……아리엘! 마침 잘 왔어요!”
문 열려 있는 응접실로 마침 들어선 아리엘을 향해 손을 흔들었다. 무시당한 알드리히가 피식피식 웃으며 자리에서 일어났다.
먼저 성큼성큼 걸어가 아리엘과 반갑게 인사한 에본느는, 처음 만난 두 남녀가 인사할 수 있도록 물러났다. 그리고 아리엘과 함께 들어온 베르덴과 악수하며 말을 걸었다.
“시장한데. 뭐 먹을 거 없나?”
“맡겨뒀냐?”
“아니, 네 얼굴이 뭔가 생강과자랑 닮아서. 생각났어.”
“……그래? 구운 아스파라거스를 닮은 사람이 그렇게 말하니 기분이 묘하다.”
“뭐지, 그거. 어떻게 생겨야 구운 아스파라거스를 닮은 거야?”
“몰라서 물어? 너처럼 생기면 돼.”
“하하. 농담도.”
에본느의 팔꿈치가 돌진하여 베르덴의 허리에 쿡 들어갔다.
그리고 앓는 소리를 내며 허리를 굽힌 그의 등을 천천히 쓸어주었다. 이야기를 나누다 이쪽을 돌아보는 아리엘과 알드리히에게는 태연하게 웃음지어 주었다.
“아무 것도 아닙니다. 말씀 나누세요.”
“에본느. 오라버니께서 설마 또…….”
“그래요. 나보고 구운 아스파라거스를 닮았다고 하지 뭐예요.”
“먼저 생강과자 닮았다고 시비 건 게 누군데!”
베르덴이 옆구리를 잡고 버럭 소리쳤다. 그에 에본느는 몹시도 놀란 표정을 지으며 가슴께에 손을 올렸다.
“나는 너무 여려서, 그렇게 큰 소리를 내면 놀라요, 영식.”
일순 말을 잃은 베르덴의 눈에 힘이 들어갔다. 그러나 정신을 차리기까지 오래 걸리지는 않았다. 입술을 오므리고 움찔움찔 움직이던 베르덴은 아, 하는 외마디 소리와 함께 손가락을 딱 튕겼다.
“이게 바로 네가 말했던 그거군. 먹다 남은 개뼈다귀 같은 소리. 그렇지?”
이 자식 새우처럼 꺾고 싶다. 크게 숨을 들이켠 에본느는 상냥하게 입을 열었다.
“그럼 두 분은 말씀 나누고 계세요. 베르덴과는 조금 이야기를 나누고 와야겠네요.”
“아, 야! 야!”
“자, 잠깐, 에본느!”
급히 그녀를 부르는 아리엘에게는 씩 웃어주었다.
여린 성격에 겁이 날 수도 있겠으나 어차피 한 번은 겪어야 할 일이다. 알드리히는 아리엘을 만나고 싶어서 왔으므로 이곳에 체류하는 중에 반드시 아리엘과 독대하고자 할 터. 그리고 미안하게도 에본느는 알드리히를 상대하는 것보다는 베르덴을 상대하는 게 편했다.
인즉슨 알드리히를 떠넘기는 것이다.
알드리히가 성격이 지독히 나쁘긴 하지만, 대체로 웃고 있는 편이고, 처음 보는 소녀에게마저 비비 꼬아서 빈정거릴 사람은 아니었다. 베르덴을 질질 끌고 응접실을 벗어나며 그녀는 한숨을 삼켰다.
그리고 베르덴을 향해 웃었다.
“이제 그럼 뭐할까. 생강과자야.”
“아리엘 옆에 있어야지. 구운 아스파라거스야.”
“……저하께서 불한당도 아니고.”
“여동생 가진 오라비의 마음은 그게 아니다. 어디 가서 놀고 있어.”
여동생 가진 오라비의 마음이라. 심드렁하게 빛나는 눈을 보고 수긍했다. 에본느는 낮게 웃음을 흘리며 고개를 끄덕였다.
그녀는 외동딸처럼 컸고, 형제라고는 아직 세상에 보이지 못한 동생뿐이다. 쥰은 그녀가 지켜야 할 사람이지, 그녀를 지킬 사람이 아니라는 뜻이다. 에본느에게 이런 식의 애정을 줄 수 있는 유일한 사람인 라이네 공작은 무뚝뚝하여 이런 식으로 드러나는 애정표현을 해주신 적이 없고.
이런 애정, 옆에서 보는 것만으로도 재미있을 밖에.
이후 열흘간 그녀는 주로 베르덴과 르네와 시간을 보냈으며, 자연스럽게 아리엘은 알드리히와 주로 시간을 보냈다. 어찌나 성공적으로 도주하고 지냈는지, 알드리히와 함께 식사를 한 게 첫 날과 마지막 날뿐이더라. 덕분에 오드리나로 올라오는 길, 상당히 시달리고 말았다. 누이, 얼굴 오랜만에 보네요? 나 없이 재미있었습니까? 응?
그러나 알드리히는 에본느의 친구를 궁금해 한 것치고, 오드리나로 귀경한 후에 아리엘에 대한 이야기를 꺼낸 적이 별로 없었다. 도대체 무엇을 하러 발리앙령에 갔는지 모르겠다. 먼저 아리엘에 대해 말을 꺼내보자 알드리히가 말했다.
“그런 것에는 관심 없습니다.”
“사람입니다.”
“그걸 누가 모릅니까. 그 영애는 누이의 친구이기 때문에 흥미가 있었지, 지금은 그다지 흥미가 없어요.”
“전에는 왜 흥미를, 그럼.”
“누이에게 내가 모르는 친구가 있는 게 참 불쾌했거든.”
놀이판의 말을 옮기며 소년이 웃었다.
하여간 성격 나쁘지. 에본느는 한숨을 삼켰다.
그리고 마침내 쥰이 세상에 나온 해가 바로 그 다음 해였다. 마침내. 그녀는 들떠서 새벽처럼 동생에게 찾아갔다.
“누님.”
헌데 바로 그날, 그 자리, 지난 7년간 항상 누나라 하던 아이가 갑자기 그렇게 불러서……. 무, 무어? 에본느는 하늘이 무너진 것 같은 표정을 지었다.
그리고 쥰의 양 어깨를 붙잡고 간절하게 물었다.
“내가 뭐 잘못했어?”
“으, 예, 예?”
“예? 예에? 예에에에? 쥰, 아가야, 왜 그래. 나 네 누나야.”
그렇게 동요해본 적이 별로 없었다. 스스로도 놀랄 만큼 받은 충격이다. 기억을 잃은 사람을 붙잡고 하소연하듯이, 에본느는 정말 간절하게 아이를 털었다. 쥰은 그녀의 추궁에 가까스로 이렇게 말했다.
“이렇게 해야 한다고 하셨는데…….”
“어떤 새, 어떤 자식이.”
십사 년간 한 번도 해본 적 없는 욕설이 나올 뻔했다.
“공작 각하께서요…….”
“…….”
쥰의 어깨를 잡고 있던 손에 멈칫, 힘이 들어갔다. 삽시간에 침묵.
에본느는 입술을 깨물고 쥰을 내려다보다가, 크게 숨을 들이켰다.
정확한 사정을 소녀는 모른다. 그러나 부친이 계모와 쥰을 탐탁하게 여기지 않는 것은 느끼고 있고, 그녀는 부친의 명령에 따라야했다. 제 실수로 또 쥰이 아프길 원치 않았다. 쥰이 피투성이가 되도록 맞고 있는 그 광경. 머리 깊숙이 박힌 악몽과도 같았다. 그녀는 마냥 순종적인 여식은 아니었지만 쥰에 관해서는 상당히 나약해졌다.
입가에 힘을 주고 애써 씩 웃었다.
“응. 그럼 마지막으로 한 번만.”
“……누나.”
누나라 하는 어린 부름이 얼마나 사랑스러웠는지 기억하고자 했다.
그녀는 웃으며 쥰의 얼굴을 더듬었다. 오늘은 기쁜 날이다. 변한 호칭에 마음 아파하는 것은 잠시 접어두어야 하리. 에본느의 눈이 곱게 빛났다.
“축하한다. 쥰. 이제 바깥에서 같이 걷자. 세상에서, 같이 걷자.”
“응.”
“울어?”
“응.”
연신 떨어지는 눈물방울을 바삐 거두어가며 웃었다. 이제 쥰도 바깥의 그녀가 어떤 사람인지를 알게 될 것이다. 그리 친절한 사람이 아닌 것도, 어떤 뒷말을 듣고 있는지도, 멍청한 척 아무 것도 모르는 척 실실 웃고 다니는 것도. 세상에 나간 너는 어찌 변하는지 보자꾸나. 이러한 기대와 호기심도 꼿꼿이 세워졌다.
쥰은 세상에 빠르게 적응해나갔다. 그간 만나온 사람들의 수가 극히 적고 그 면면 또한 제한되어있었음을 생각해보면, 실로 놀라운 일이었다.
에본느는 기대했던 것보다 훨씬 시드니를 잘 따르는 쥰을 보며 쿡쿡 웃었다. 시드니도 그 말없이 찬 성정으로 쥰을 잘 챙겨주었다. 아우도 있고, 어린 막내 누이도 있으니 아이를 돌보는 것에 아예 미숙하지는 않더라. 따지고 보면 세 살 차이가 나는 친구인 에본느도 그는 항상 잘 챙겨주어 왔다.
그리고 베르덴은…….
그녀는 그를 힐끗 보고 비죽 입 꼬리를 올렸다. 베르덴 역시 예상과 그리 다르지 않았다.
“넌 왜 이렇게 새로운 사람 만나는 걸 어색해하나.”
옆에 앉아있는 베르덴에게 에둘러 말을 걸었다. 새로운 사람이 문제가 아니라 쥰이 가진 배경과 기타 등등의 요소가 문제임을 모르는 것은 아니다. 마련된 벤치에 앉아 쉬고 있던 그가 대답을 툭 던졌다.
“세심해서 그래.”
“희대의 개소리다!”
감탄하자, 손날이 날아왔다. 어깨가 뻐근하다며 풀고 있던 것 같지 않게 날카롭고 재빠른 움직임이었다. 목 바로 앞에서 그 손을 잡아챈 에본느는 다시금 감탄성을 흘렸다.
“호.”
“한 번 좀 제대로 때려봤으면 원이 없겠다.”
“허, 여기 맞았으면 난 기절했을 텐데. 가문끼리 문제 일으키고 싶은 건가.”
“그럼에도 나는 진심으로 날렸다.”
베르덴이 쌀쌀맞게 말했다. 베르덴을 여러 번 엎어치기 하고 때리고 상처나게 하고, 전적이 많은 에본느는 씩 웃었다. 이 정도로 문제가 일어날 것이었다면 애저녁에 일어났을 터. 그녀는 차라리 오랜 친구를 놀리듯 다독였다.
“그렇게 조급해 할 것 없어. 베르덴. 넌 늦게 시작했잖아. 바로 따라잡으면 내가 슬퍼진다."
“위로 하나도 안 된다. 내 나이가 있어.”
세 살 차이는 실은 아무 것도 아니게 될 수도 있지만, 후계자 수업을 병행해야 하는 장남장녀의 입장에서는 삼 년의 간극이 크게 다가올 수밖에 없다. 그들은 성숙한 논리와 넓게 보는 눈을 요구 받고 있는 것과는 별개로 아직 어렸다. 겪은 일들이 성인에 비하여는 적기에 제 세계도 작았다.
에본느는 흐음, 하고 콧소리를 내다 고개를 기울였다.
“너와 내 사정도 다르고. 간절함과 필요 정도의 차이라 해야 할까. 나야 킨들 라이네 때문이라지만, 너는 훈련해서 뭐하려고?”
하등 위로도 되지 않는 데다 이기적이고 배려 없는 질문이다. 그녀는 그걸 알면서도 툭 던졌다.
기사 서임을 받을 생각이 조금도 없었던 베르덴은 검을 잡게 된 나이가 에본느에 비해 한참 뒤였다. 그는 무술을 습득하는 데 있어 천재도 아니었고, 영재도 아니다. 늘씬하고 피부 고운 책상물림이 체력부터 쌓기 시작한 게 2년 전. 이미 십 년간 검을 잡아온 에본느를 벌써 따라잡을 수 있을 리가.
그리고 에본느 생각에 베르덴과 저는 입장이 달랐다. 같은 첫째이지만, 에본느는 영지 안에 킨들 라이네 산맥을 가진 가문의 장녀다. 평화로운 내륙지방에 영지가 있는 베르덴과는 확실히 입장차가 있었다. 요컨대 에본느가 생각하는 '필요 정도의 차이'라는 것이다. 남의 결심을 판단하기를 서슴지 않은 그녀는 가만히 그를 쳐다보았다.
베르덴은 입술을 깨물고 침을 삼켰다. 그래도 전보다는 성격이 많이 가라앉았다. 저보다 나이 많은 사람의 변화가 마치 동생의 성장을 보듯 기특하다. 빙긋이 미소 짓고 잠간 기다리자, 베르덴이 입을 열었다.
“그럼 시드니는?”
아, 그쪽으로 가나. 그의 얼굴을 조금 더 관찰하고 싶다. 아예 몸을 비틀어 다리 하나를 벤치 위에 얹었다. 등받이에 팔을 기대고 그 손에는 턱을 괴었다.
한참 마주치고 있던 눈길을 비껴낸 사람은 베르덴이었다. 에본느는 한숨 쉬듯 웃고 대답했다.
“시드니도 너와 비슷하지. 필요는 없었어. 그런데도 어릴 때부터 해 왔고. 그게 차이야.”
“…….”
“네가 알아서 하겠지만, 이 나이 되어서 굳이 무를 익힐 필요가 있나 싶다. 그럴 일 없겠지만 혹 문제가 터져도 평화로운 곳에서 안전하게 지킴 받는 게 뭐 어때서? 나만 해도 킨들 라이네만 아니면 그렇게 하겠는데.”
연방 날리는 게 베르덴의 기운을 빼는 말뿐이었다. 쥰이 작은 비명을 지르는 것이 들려 연무장 쪽을 보니, 시드니의 앞에 주저앉아 있었다. 그러나 에본느는 그쪽으로 달려가지도, 계속 눈길을 주지도 않았다. 쥰의 앞에 있는 사람은 다른 사람도 아니고 시드니다. 시드니가 알아서 하리라. 그녀가 곧바로 베르덴에게 시선을 되돌린 것과 반대로, 베르덴이 시드니와 쥰을 보기 시작했다.
넉넉한 침묵이 흘렀다. 그럼에도 멀뚱하게 베르덴의 옆얼굴을 응시하고 있자, 그는 인상을 쓰고 불퉁하게 투덜거렸다.
“너는. 상대가 침울해져 있으면 북돋아줘야 하는 거 아니냐.”
“북돋아주잖아.”
“……이게 북돋아 주는 거라고?”
“이 내가 너를 부러워하잖아.”
“희대의 개소리다.”
했던 말로 역공 당했다. 막상 들어보니 열받네. 에본느는 묘하게 구긴 눈으로 베르덴을 보았다.
============================ 작품 후기 ============================
1n번 정주행...! 감사합니다. 정말 기뻤어요//ㅅ//
뭔가 써야 할 공지 같은 게 있었는데, 뭐였는지 기억이 안 납니다.(동공지진)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선추코 감사드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