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0057 -CHAPTER 에스메. 백조 =========================
청년은 무얼 말하려는 것처럼 천천히 입을 떼었다가 다시 닫았다. 작은 반응이다. 에스메는 청년에게서 조금 눈을 돌려 청년 옆의 벽을 보았다.
“죽은 내 아내가, 스완이 에본느 어릴 적에 불러주었던 노래가 있네. 신전에 다녀온 후였지. 신앙심 깊었던 사람이 그 이후로 다시는 에본느를 신전에 데려가지 않았네.”
“…….”
“이번에 알게 되었는데, 에녹의 검에 관한 예언과 함께 전해져온 애가더군.”
허무맹랑하다보니 전과 같았으면 믿지 못했을 일들. 상상도 못했으리라. 상상한다는 자체가 부끄러웠을 것이다. 마법과 신관의 치료만으로도 이 세상은 충분히 비현실적이나, 그것들은 눈에 보이는 무언가다. 신의 예언은 그렇지 않고.
그럼에도 지금 에스메는, 한평생 냉정을 유지해야 했던 머리로 신을 생각하고 있었다.
호흡 도중에 엉킨 숨 한 줌이 나왔다. 눈을 깊게 감았다 뜬 그는 다시 차분하게 물었다.
“경. 에녹의 검을 아는가.”
“……압니다.”
마침내 들었다. 마음이 시려졌다. 공작은 서늘한 눈매를 누그러뜨리고, 마찬가지로 시선을 도로 청년에게 향했다.
기사는 그를 피하지 않았다.
“에본느는 마법사였나.”
“예.”
이번 대답은 비교적 쉽게 나왔다.
그래, 그랬군. 에스메는 짐작하고 있었으면서도 이리 들으니 약간 허탈해졌다. 이 오랜 세월을 성공적으로 숨겨온 딸이 대단하다는 생각도 들었으며, 딸이 마법사임을 알았을 텐데도 숨겼던 스완이 야속하다는……. 그는 일순 떨린 입을 닫았다.
그러나 아직 대화는 끝나지 않았다. 이 자리에서 그가 알고자 하는 건 딸에 대한 것이었다.
차 한 잔 없는 삭막한 이 자리는 한층 건조해졌다. 부서질 것 같이 아슬아슬하게 쌓은 음성을 내리누르며, 그는 가만히 물었다.
“경도 그 자리에 있었나.”
“……예.”
딸이 죽던 그 자리.
에스메는 딸이 몇 살에 죽었는지, 어쩌다 죽었는지, 어째서 죽어야 했는지를 물을 생각이 없었다. 그는 딸을 키운 적이 없다. 딸이 홀로 자랐으며, 그 동안 그는 그저 지켜보기만 한 누군가였다. 마땅히 해주어야 할 것만 해 주고, 마련해 주어야 할 것만 마련해준 뒤, 미련 없이 뒤도 돌아보지 않을 사람에 불과했다. 이십 년이면 충분히 지켜주었다.
그는 이십 년 전부터 지쳐있었다.
그리고 마찬가지로 극심한 피로를 억누르고 있는 것 같은 이 기사를, 에스메는 들여다 볼 수 있을 것 같았다. 한 움큼 이상으로 불어난 적이 없는 부정父情의 마지막 능력일 지도 모른다. 에스메의 눈동자가 가라앉았다.
이는 마지막 질문이기도 했다. 그는 천천히 물었다.
“경은, 내 딸을, 마음에 담았나.”
두 사람의 맞닿은 시선은 그대로 허공 한가운데 고였다. 양측 모두 잔잔했다. 어느 한 사람도 상대에게 잡아먹히거나 압도당하지 않았다.
고요하게 공작을 바라보던 시드니는 가만히 입을 열어 대답했다.
“예.”
목소리는 나직했으나, 답은 단단했고 확신이 있었다. 에스메는 가벼운 웃음을 지나쳐보냈다.
이번엔 지킬 수 있겠느냐는 물음은 하등 쓸모가 없다.
자리에서 일어났다.
“보고서를 기다리고 있겠네.”
이어 일어서는 시드니에게 하는 마지막 당부가 토벌작전의 갈무리. 딸에 대한 것이 아니었다.
정중히 인사하는 청년을 잠시 눈에 담다 몸을 돌렸다.
그는 산 앞의 그 자리에서 죽었을 수도 있었다. 그랬다면, 그것이 딸에겐 재앙이 되었을 터. 지금으로서는 그런 걱정이 들지만, 당시 아무 것도 모르고 죽음을 맞이했다면 행복하게 죽었을 자신을 알았다.
이미 지난 일이라 무엇을 생각해도 소용이 없기에 아무 말도 않을 뿐. 실은, 제가 자연스레 죽을 수도 있었다는 걸 확인받자마자 숨결이 뜨겁게 얼어붙는 기분이었다.
며칠 후부터 딸이 숨 쉴 겨를도 없이 바쁘게 채찍질한 건, 시간이 없는 탓이기도 하였으며, 그 스스로 조급증에 든 탓이기도 했다. 한 차례 잃어버린 기회가 다시 오고 있었다. 생전 처음 인식한 ‘희망’이라는 것이 그를 지탱했다.
그 실낱같지만 강렬한 희망은 딸의 보고에 의해 된서리를 맞았다.
저택에서의 독. 아직도. 딸이 죽을 뻔 했다.
그는 색출해낸 하인이 이 저택에 고용된 지 칠 년이나 된 자임을 알고 나서 심한 현기증을 견뎌야 했다. 집사와 보좌가 놀라서 그를 불렀다.
“각하!”
에스메는 얼굴을 일그러뜨리며 주먹에 힘을 주었다.
그 여자는 죄를 고백했다. 그러니 당시에도 여자 이외에 다른 자도 있었거나, 여자 이후에 다른 자가 생겨났거나. 딸은 살아야 한다. 안전해야 해. 그는 그 생각이 딸을 향한 애정으로 생긴 것인지, 끝이 다가온 이의 몸부림인지 구별해낼 수 없었다.
그는 용인들을 철저히 조사할 것을 명령했다. 그리고 집사와 보좌에게, 훗날 이 일에 대하여 딸에게 말할 것 역시 명령했다. 지금은 때가 아니었다. 딸은 계승하기 위한 공부와 활동에 집중해야 했다.
그러나 마음이 묵직했다.
제가 숨긴 모든 것에 대해 어떤 부채감이 있는 것 같았다. 최소한 해야 할 바를 해 주고 가는 것이니, 그도 딸도 실은 당연하게 여기면 되는 것이다. 그럼에도 이번에는 전처럼 숨기지 않고, 일시나마 중독되었었음을 알리던 딸의 얼굴이 그의 뇌리를 떠나지 않았다.
결국 그는 딸이 바깥 일정이 없을 때 주로 머물고 있는 서재로 향했다. 들어서자 보이는 건 곤히 자고 있는 딸과, 곁에서 책을 읽고 있는 딸의 보좌였다.
일어나 인사하는 청년에게 딸의 상태를 물으니, 청년이 대답했다.
“낮잠을 밤잠처럼 깊게 주무시고 계십니다.”
“……언제부터.”
“제가 라이네로 들어왔을 때는 이미 그리하고 계셨습니다.”
그는 곤히 자고 있는 딸을 물끄러미 내려다보았다.
오드리나로 돌아오는 마차에서 눈을 감고 있던 얼굴이 겹쳤다. 안색은 그때나 지금이나 여전하게 새하얗게 질려 있는 듯 했다. 딸은 씩씩하게 다니며 꽃 같은 가면을 쓰고 있으나, 결코 건강하지 않다.
신관의 힘은 만능이 아니다. 독을 겨냥하고 찾지 않으면 찾아지지 않는다. 딸이 여자에 의해 죽을 위험을 몇 번이고 넘겨야 했던 것을 알았을 때, 독을 생각하지 못한 건 참 미련했다. 그때부터 집중치료를 받아왔으면 지금 좀 더 건강할 수도 있었으리라.
딸의 보좌를 서재에서 내보낸 그는 그 자리에 서서 계속 딸만을 보았다.
어느새 이리 컸다. 앳된 구석 하나 없이 완연한 성인의 얼굴. 담요 위로 나와 있는 손등은 이렇다 할 상처도 없었으나, 그가 손을 뻗어 그 손을 뒤집어보자 손등과는 전혀 다른 거죽이 보였다. 거칠고 딱딱한 손바닥은 그 옛날 스완의 상처투성이 손보다 훨씬 거칠더라.
딸은 살아남아온 것이다.
그 과정에서 이번 건을 제외하면 그에게 도움을 청한 것이 하나 없었다.
손을 다시 바르게 돌려주며, 그는 가볍게 잡고 있던 딸의 손을 한 차례 지그시 잡았다가 놓았다.
몸을 세운 에스메는 그새 잠긴 음성으로 딸의 이름을 불렀다.
“에본느.”
뒤척이지 않았다.
수면제를 먹었을 지도 모르겠다. 상주 의사에게서 딸이 이번에 수면제를 조제해갔다는 보고를 들었다.
한 번도 없던 일이지만, 라이네 산에서 쓰러진 이후 채 해독되지 못한 독들 때문에 약을 먹는 데 조심해야 한다고 말씀드렸다. 그런데 한 알을 먹었는데도 잠이 오지 않는다며 항의하러 오셨고, 두 알로도 그리하셨으며, 세 알을 드시고 나서야 항의하러 오지 않으셨다. 그것으로 미루어 보았을 때 후작 각하께서는 수면제에 내성이 있다. 상당히 오랜 기간 복용해 오셨을 것이다…….
그는 이 모든 것이 도대체 어디서부터 꼬이기 시작했는지 더듬다, 포기했다. 이제 와서는 쓸모가 없었다.
밤잠을 자지 못하고 낮에 잔다는 것은 그만한 이유가 아마 있을 것이며, 잠을 자는 데 옆에 사람을 두는 것 역시 그만한 이유가 있을 것이다. ……반드시 있다. 그의 딸은 여전히 씩 웃으며 그에게 농을 하곤 하지만, 누군가가 자신을 죽이려 하는 것을 경계해야 하는 건 어려운 일이다.
그것을 딸은 어릴 적부터 홀로 견뎠고, 이번에도 다시 홀로 조용히 견디기 시작했다.
그러니 그가 없어도 잘 해낼 것이다.
잘 해낼 것이라, 믿는다.
에스메는 다시 한 번 딸을 불렀다.
“에본느.”
그리고 그 부름 한 번에 많은 내심을 담았다.
에본느. 나는 독으로 몸이 심하게 상하였고, 유감이지만 감당치 못할 독이라 한다. 여러 가지 독초를 섞어 만든 사제독이라 해독할 방도가 없다.
“미안하다.”
마법사들이 알아낸 것이라곤, 괴물들의 무기에 묻은 독이 네가 지니고 있던 독침의 독과 같다는 것뿐이고.
“내가 미안하다.”
그 심한 독에 네가 목숨을 잃었다면 그만큼 끔찍한 일도 없었을 테지만, 에본느, 그 독을 이겨낼 수 있을 정도로 네 몸이 독에 익숙하게 되어, 미안하다. 네가 그토록 독에 익숙해 질 때까지 일을 몰랐던 것이 진정 참담하구나.
“미안하다.”
그러나 내가 이대로 죽어 독살인 게 알려지면 네가 가장 먼저, 가장 많이 혐의를 받을 것이다.
“미안하다.”
그러고 나면 일이 과연 어디까지 진행될지 모르겠지만, 최악의 상황은 상정이 가능하다. 너도 그러할 테고.
“미안하다.”
그때에 나는 이미 세상에 없기에 너를 어떻게든 지켜줄 수가 없다. 그리고 나는, 나 때문에 네가 불명예를 한시라도 뒤집어쓰고 고통 받기를 원치 않는다. 내가 시달렸던 그것이 어떤 족쇄가 되곤 하는지 알기 때문이다. 따라서 네가 공작을 이을 땐 당당하고, 행복하고, 그 시작만이라도 꽃길이길 바란다. 작위를 잇고 난 후에는 셀 수 없이 무거운 것들을 감당해야 하기 때문에.
“미안하다.”
네가 아무 것도 모르는 채로 있다 어떠한 일을 피하지 못하거나 당황하기를 원치 않기 때문에, 하여 이 모든 일을 말하고 싶으나, 딸아, 네 착한 성정을 안다. 너는 너를 자책할 지도 모른다. 그리고 내가 죽을 때까지 가슴 졸일 지도 모르지.
그렇게 참담한 일임을 알면서도 기어이 말없이 일을 준비하는 나를 용서해라. 나는 내가 겪은 일을 너도 겪게 되길 원치 않아. 너는 곧 공작이 될 것이다. 내 죽음으로 네게 잠시라도 의혹의 화살이 돌려지게 된다면 그걸 물리칠 준비를 하도록 해. 물론 어떠한 의혹도 없도록 내가 최선을 다할 것이다.
“……사랑한다.”
그는 처음으로 딸에게 사랑을 표현했다. 에스메의 표정이 일그러졌다. 오롯이 딸을 향한 감정이 처음으로 겨웠다. 그는 손을 올려 얼굴을 덮었다. 이후로는 막혔던 둑이 무너진 것처럼 나왔다.
음성을 담지 않은 마음은 마치 오열하는 듯 쏟아냈다.
사랑한다.
아비가, 미안하다, 아가야.
사랑한다, 딸아. 착한 내 딸. 네가 나와 스완의 딸로 와 준 것은 다시없을 축복이다.
“사랑한다.”
찢겨지고 갈라진 목소리로 하는 처음이자 마지막 고백이었다. 그는 처음으로 온전히 아버지로서 그 자리에 머물렀다.
그러나 최후까지 두 부녀지간의 겉은 변하지 않았다.
그리하여 아버지가 되었던 그날로부터 2주가 지난 후, 생애 마지막 날, 그가 죽을 것을 아는 가신들이 그의 앞에 와서 깊게 인사했다. 에스메는 그들에게 마지막으로 에본느를 부탁했다. 그들은 울음을 참는 얼굴로 명을 받들었다.
공작은 스완을 죽게 한 여자의 아들에게 서신을 들려 시드니에게 보냈다.
‘부탁하네.’
한 문장. 그가 전하고자 하는 말의 전부였다.
홀에서 딸을 기다리고 있던 에스메는 그의 주장에 따라 드레스로 치장한 딸이 계단 위에 모습을 드러내자, 그 모습을 똑바로 보았다. 시선을 거둘 수 없었다.
후작의 짐도, 공작의 짐도 질 것 없이 자유로이 떠돌던 시간과, 그가 항상 뒤를 지켜줄 수 있던 시간에 이 저택에서 에본느가 주로 입고 있던 건 바지가 아니라 치마였다. 그는 마지막으로 그 모습을 보고 싶었다.
머리색이 여전히 갈색인 것이 약간 유감이지만 마지막. 어떤 모습이든 어여쁜 그의 딸이다.
순진하게 웃을 줄 알던 여아는 이제 늠름하게 서서 내려오고 있었다.
달려와 저를 괴물에게서 구해내고, 가장 먼저 그의 안부를 묻던 얼굴. 다쳤어도 아무 것도 아닌 것처럼 그를 지키고자 괴물에게 맞서던 뒷모습.
바지 정장을 입고 살롱에서 거침없이 토론하던 모습. 그의 중독 여부를 위하여 검진을 할 것을 요구하던 모습. 발리앙의 후계자를……, 다시 데리고 올 것을 협의하고 돌아오던 날의 모습.
실은 에본느를 더 효율적으로 지키기 위해서는 베르덴을 라이네 저택으로 부를 게 아니라, 에본느가 발리앙 저택으로 건너갔어야 했다. 그러나 그리했다가는 그는 에본느를 빠르게 준비시킬 수 없어서. 위험을 무릅쓰고 악착 같이 버티고, 조금이라도 일시를 늦츨 수 있도록 치료 받았다. 연명 치료와 다를 바 무엇 없었다.
그러나 오늘로 그것도 끝이다.
그는 에본느와 함께 회장에 입장한 후, 저와 스완의 딸에게 마지막 입맞춤을 남겼다. 잘, 있어라. 나중에 보자꾸나.
그리고 뒤를 돌아보지 않고 솔체궁으로 향했다.
사람들이 적당히 다니고, 에본느에게 이 시각 그의 곁에 부재했음을 증명해줄 곳. 그의 죽음을 적당한 명예로 포장해줄 곳.
와병한 황제가 머무르는 층의 복도.
그는 시종, 시녀의 인사를 받으며 천천히 걷다 어느 창문의 앞에 섰다. 망설일 것도 없다. 맞은편 벽에 걸린 촛불과 마법으로 만든 빛이 흔들리며 만든 그림자가 스몄다.
“…….”
그는 슬며시 입 꼬리를 올리고 숨을 천천히 들이켰다. 그리고 이어, 이미 썩어 들어가기 시작했던 오른 손으로 잡은 단검으로 목을 그었다.
누군가 비명을 질렀다.
쏟아져 내리는 최후. 사라져가는 생명. 뜨겁게 솟아오른 피로 옷이 젖어가는 게 느껴졌다.
그림자마저 흔들리는 것 같은 앞을 보다 눈을 감았다. 몸이 천천히 쓰러진다. 빠르게 꺼져가는 숨을 흘리며, 에스메는 마지막으로 물기 어린 끝을 토해냈다.
잠가 감춰두었던 마음이 마침내 완전히 열렸다.
스완. 나는 이제 당신이 에녹의 검으로 내게 다시 돌아와 주었었다는 걸 알아.
전의 시간에서 무슨 일이 있었기에 당신이 죽음을 무릅쓰고 시간을 되돌렸는지는 모르겠지만, 이번엔 아마 바꿨을 것 역시 알아.
나와 당신이 함께 사랑할 수 있었던 시간이 내게는 전혀 족하지 못했던 것은, 그럼 당신은 알아?
당신은 살았어야 했어. 내가 살았어야 했듯.
그러나 왜 우리 두 사람은 결국 끝을 맞이하며 누굴 지키나.
……드디어 모든 것이 끝나고 이제 당신에게 가.
나를 기억해?
============================ 작품 후기 ============================
공작 외전 끝입니다! 쓰다 보니 도대체 무슨 생각으로 한 편 예정이었는지도 모르겠더랍니다…….(주먹울음) 넣어야 할 것들을 건조하게 넣어도 한 편으론 어림없었을 텐데!
향년 50세입니다.
마지막에 속으로 스완에게 말하는 어투가 젊어진 건, 그가 마지막으로 스완과 대화했던 게 젊었을 때라 그렇습니다. 부부가 함께 이 나이까지 살아왔다면 "했소?" 이런 식으로 변했겠지만, 젊었을 때 함께했던 기억이 마지막이라서...(...)
외전 2회에서 나도 그대에게 꽃이었냐는 부분은 당신은 나를 사랑했냐는 뜻인데, 공작은 스완이 죽기 직전에 확신이 흔들린 후, 스완이 죽은 직후부터 그가 죽을 때까지 계속 그 확신을 잃어갔지요. 결국 마지막에는 당신은 나를 사랑했는지 묻는 것도 아니고, 아예 나를 기억은 하고 있느냐는 질문을 하기까지.
원망. 사랑. 섞인 애증. 기타등등. 세상에 존재하는 감정의 종류는 많으니까 공작의 감정 변천사는 독자님들의 상상에 맡기겠습니다. 일단(...).
사망 직전에는 에브에 대한 생각을 거의 하지 않았지요? 사실 소설 남주들이 죽기까지 여주만 사랑하고, 집착도 강하고, 자기 아이가 여주의 사랑을 앗아간다고 질투하고....... 네, 그런 소설 남주 같은 사람이 글의 여주인공의 아버지가 되었을 때.txt
에스메의 스완을 향한 사랑, 집착. 실은 상당히 강렬했습니다. 하지만 에브를 향한 사랑보다 아내를 향한 사랑이 처음부터 끝까지 앞선 것은 아닙니다. 스완이 죽은 지 두 달이 지나도 그는 극복하지 못했었지요. 그대로였다면 머지않아 죽었을 겁니다. 계속 살아있던 것도 아이가 족히 자랄 때까지만, 이라면서 에브 어릴 적에 결심하게 된 겁니다. 그래도 중요도로 따지면 에브 10, 스완 90. 에브 20, 스완 80. 이런 식으로 불균형.
스완이 돌아와서 무얼 바꿨는지는, 음, 언뜻 이번 외전에 드렸습니다만 그게 아니더라도 원하시는 대로 상상하셔도 됩니다! 그건 아무래도 스완이 아니고서야 아무도 모를 일이니까요:D
실은 스완과 에브는 공통점이 많습니다. 마법이 익숙한 이 세계에서 마법을 보고서 신기하다며 손을 댔다가 다치는 일이 비일비재했던 것에서 유추 가능한 것. 마법사. 성격 등등. 나중에 에브의 이야기가 풀리고 비교해보시면 재미있을 지도 모릅니다.
에녹의 검 관련해서는, 킨들 라이네 산맥에서 에브의 기도를 신관들이 유독 좋아한다는 부분 나온 적 있습니다:D
(+시드니가 기사들을 숨겨둔 것에 대해서는 31회에 에브가 사람 시선 같은 것을 느꼈는데, 직후 괴물들이 튀어나와서 괴물들의 것이었던 모양이라고 여겼던 부분 참고해주세요.)
이번 외전은 다다음챕터부터 본격적으로 사건 해결과 로맨스와 기타 등등이 시작되기 전에 손을 푸는 느낌으로 썼습니다. 좋은 하루 보내시길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