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0048 CHAPTER 5. 사랑을 위한 사랑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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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통스러웠던 밤, 나는 고통에 눈이 멀어 동생을 붙잡고 울었음을 부끄러이 여겼다.
그리고 나를 살해하려는 자가 있는 것을 쥰에게 기어이 알리고 만 것은 큰 실책이다.
의사와 베르덴, 쥰이 안 것만으로도 이미 많은 사람이 알았다. 나는 내가 정신없이 의사에게 진찰을 받는 사이 물수건으로 내 얼굴을 닦아주고, 바닥을 닦은 쥰과 베르덴을 끝끝내 내보냈다. 쥰은 내 손을 잡고 버텼지만, 나는 오랜 비밀을 다른 사람도 아닌 쥰에게 들킨 것에 지쳐 누구의 시선을 버틸 여력이 없었다.
홀로 몸을 씻고 옷을 갈아입은 뒤에 나는 잠들 수 있었다. 그러나 보통 깊은 잠을 자기 위해서는 수면제를 먹어야 하는데, 아무리 자고 싶어도 이 몸에 다른 약을 먹는 건 지양해야 한다. 결국 지친 몸으로도 푹 자기가 힘들었던 탓에 결국 새벽 같은 아침에 일어나게 되었다.
시간을 낭비하고 싶진 않더라. 나는 왼손에 턱을 괴고 오른 손으로는 탁자 위에서 손장난을 치며, 조용히 생각했다.
베르덴.
그가 설마 이토록 직접적으로 문제를 일으킬까. 제가 가장 먼저 의심 받게 될 것을 알 텐데.
아니, 아니다. 고통에서 벗어난 맨 정신이 되니 차라리 그를 용의선상에서 제외 가능했다. 그러니까, 적어도 이번 일에 관해서는 그는 범인이 아닐 터. 과거의 일은 더 캐봐야 알겠으나. 나는 아침이 되면 베르덴에게 내가 마신 독을 맡길 작정이었다. 연구 의뢰를 위하여 발품을 파는 건 내가 아니라 내 보좌가 할 일이 아닌가.
어쨌든 내 생각대로 베르덴이 아니라면, 이 저택에 누가 잠시 침입했었거나, 매수되었을 확률이 높았다. 음, 침입보다는 매수 쪽에 무게를 더 실으련다.
나는 의자를 까닥이다가 폭 한숨을 쉬었다.
아, 정말 싫다아.
매수라면 오래 전부터 매수되었었는지가 관건이겠는데, 만일 그랬다면 나뿐만 아니라 공작과 쥰도 만성 중독되었을 지도 모른다.
이건 또 얼마만의 색출 작전이야…….
쥰의 모친 일을 공작이 알게 되었던 때 이후로 처음.
한숨을 쉬고 손에서 턱을 뗐다.
이제 공부할 의욕도 사라졌다. 한 달 장단 맞췄으면 됐지, 뭐. 앞으로 며칠간의 외부 일정은 다 취소하도록 해야겠다.
나는 공작도 기상했을 시간이 되자, 공작에게 지난 밤, 내 찻잔에 독이 담겼었던 것을 설명하고, 매수의 가능성을 제기했다. 물론 내가 쓰러져서 굴렀다는 것은 빼고. 그리고 공작과 쥰의 중독 여부를 검사할 것을 제의했다.
나 하나만의 문제로 끝나면 모를까, 공작과 쥰에게 중독 가능성이 있다면 응당 공작에게 알려야 할 밖에.
공작에 의해 저택의 출입은 즉시 통제되었다.
물론 나는 기회를 놓치지 않고 용인들의 출입 통제를 핑계 삼아 간만의 휴식을 즐겼다.
그리고 사흘 후, 매수당한 하인 한 명이 색출되었다. 그 보고를 전해 받으며, 공작으로부터의 전갈 하나도 함께 전해 받았는데, 이번 일은 당신이 마무리 짓겠으니 더 나서지 말라 하는 것이더라. 나는 베르덴이나 공작의 보좌가 아니라 집사로부터 그걸 전해 듣고 쓴웃음을 지었다.
그건, 쥰의 모친 사망에 대해 공작으로부터 전해 들었던 명령과 많이 다르지 않아서.
죄인은 결국 죽을 것이다.
공작이 알아낼 나머지 사정에는 아마 이렇다 할 게 없을 것 같았고, 오히려 베르덴에게 사주 받았다는 둥의 이야기만 안 나오면 다행이리라는 생각이 들었다. 나는 드디어 독 자체로부터 생각을 거두었다.
대신 ‘사람’에게 신경 쓸 차례다.
그 밤, 내 무너진 모습을 보았음에도 더 묻지 않는 쥰.
솔직히, 내가 그날 고통에 나간 정신으로 무슨 말을 지껄였고, 무슨 모습을 보였고, 무슨 생각을 하였는지 이제 와서는 잘 기억나지 않았다.
그럼에도 매일 함께 저녁을 먹으며 서로 조금도 거리낄 것 없다는 듯 다정한 표정을 나누고 있으니, 나도 쥰도 이 상황이 잘못 되었다는 것은 체감하고는 있었다. 적어도 나는.
나의 경우에는 이번 일이 어느 정도 마무리가 될 때까지 기다리고 있는 것뿐이었으나 쥰은 무슨 생각인 건지 모르겠다…….
나는 하인이 색출된 날의 저녁, 식사 후 사흘 만의 티타임을 제안했다. 쥰은 고개를 끄덕였다.
그러나 막상 내 방에 올라와 테이블이 세팅되어도 찻잔을 건드는 사람이 아무도 없었다. 아무리 나라 해도 그 사달을 겪어놓고 사흘 만에 차를 홀짝이고 싶진 않아서.
그리하여 한동안 방 안은 정적이었다.
옅은 김이 오르는 내 찻잔을 내려다보다 내가 먼저 입을 열었다.
“더 모르는 척 하기엔 내 마음이 무겁구나.”
“…….”
“쥰. 그 날 밤의 일을 매듭짓자. 너는 무얼 생각하고 있어?”
고개를 들어 그를 보았으나, 아무 것도 읽어낼 수 없었다. 지나치게 막연한 질문을 던지기도 했다.
가벼운 한숨을 쉬고 나지막하게 말을 이었다.
“그날, 나는 일시 중독되었었다.”
쥰의 아랫입술이 파르르 떨렸다. 나는 눈을 가늘게 하며 쓴웃음을 지었다. 그 추한 꼴을 보고도 모르는 게 이상한 것이다. 베르덴이 소란을 일으키지 않고 조용히 의사를 데리러 간 것은, 그가 전에 내게 한 말이 있기에 이해할 수 있었다. 그는 나를 암살하려는 시도들이 있었던 것을 이미 알고 있었고, 그럼에도 올해까지 모르는 척 입을 다물고 있었으니까.
그러나 쥰은.
내가 삼 주간 누워있다 일어났을 때, 그렇게 급히 달려 나가서 내 기상을 알리던 쥰은 그날 밤 어땠나.
베르덴이 조용하였듯 쥰도 조용하였다. 처음엔 정신이 없어서 베르덴의 지시에 따랐다고 하더라도, 그 이후에 내게 아무 것도 묻지 않은 건 이상한 일이다.
그가 내게 토해낸 흐느낌과 눈물이 거짓이었다고 섣불리 재단하고 싶지 않았다.
그래서 묻는 것이다.
“그런데도 너는 아무 것도 묻지 않았고.”
“…….”
의심할 수밖에 없는 입장에 수십 년 처해 있으니, 의심이 곧 버릇이고 습관이다. 하지만 아마, 종종 생각건대, 지구에서도 그랬던 것 같다. 나는 나와 가까운 모든 사람의 감정, 눈빛, 언행 하나하나를 분석하고 계산하여 의심해왔었다. 겉 다르고 속 달랐던 인간.
그럼에도 쥰을 대하고 쥰을 생각하는 것에는 나도 모르는 감정들이 들어가서……. 내가 아리엘에게 최대한 기회를 주고 의심을 피하려는 것처럼, 쥰에게도 그러했다. 논리로 설명할 수 없는 감정이다.
그러나 한 가지 다른 점은, 아, 잘 모르겠다. 쥰이 혹 나를 버리게 되더라도 내가 쥰을 정말 버릴 수 있을까 하는 의문이 든다. 예컨대, 그 결심은 내가 긋는 선이라는 것이다. 반드시 지켜야 한다는. ‘쥰, 네가 날 눈에 띄게 버리지 않는 한 나도 널 버리지 않는다.’하는 그 결심은.
쥰이 버리면 나도 버리겠다는 그 결심은, 내 생명을 위해 지켜야 할 선.
나는 아무 말도 없는 그를 물끄러미 보다가, 잠간 눈을 감았다 떴다. 본격적인 대화에 앞서 해야 할 말이 떠올랐다.
“……어린 네게 보여서는 안 될 것을 보였어.”
보였다는 사실에 나는 수치스럽고 부끄러운 것에서 끝이 나나, 쥰에게는 대단한 충격일 가능성이 있었다. 나는 어찌 되었든 그의 큰누이. 애정이 없다고 여겼던 공작이 죽을 지도 모른다는 사실에 내가 외쳤던 비명과 그 절망감을 기억하고 있었다. 그리고 지구에서도. 내가 가졌던 동생들에게만은 끝끝내 가졌던 애정. 내가, 쥰에게 가지는 애정.
사과해야 했다.
침을 삼키고 말을 이었다.
“미안하다.”
그러자 쥰의 눈이 붉게 달아올랐다. 아직 아무 말도 없었다. 나는 최대한의 상냥함을 가장하여 부드럽게 물었다.
“무슨 생각을 하고 있어?”
“…….”
“내가 미운 거야?”
그 질문에는 여러 뜻이 담길 수 있었다.
나를 죽이고 싶을 정도로 미운 거야?
아니면, 보여서는 안 될 추한 모습을 보여서 미운 거야?
쥰은 입이 조금 벌어졌다. 나는 그 얼굴을 보고 웃었다. 불투명한 천 한 꺼풀을 얼굴에 덮은 것처럼 아주 옅고, 숨이 막히는 웃음이었다. 귀여운 동생을 의심해야 하는 에본느의 삶. 내 삶. 아니, 에본느의 삶.
공작되기로 결심하며 내가 죽인 에본느의 삶.
나중에는 일어나지 않은 일마저도 만들어내 에본느를 몰고 갔던 아리엘처럼, 나도 실은 그런 식으로 아리엘을 몰고 갈 수 있었다. 아, 그렇다. 나는 그녀를 길어도 일 년 안에 끝장낼 수가 있었다. 그럼에도 기다리고, 캐고, 밝히고, 기대하고. 살고 싶다 하면서 목숨으로 장난질 하고 있다고 자조하면서도 이 상태를 그대로 밀고 나가고.
벌어진 입이 그대로 몇 번을 위아래로 뻐끔뻐끔 움직이는 것을 보며 계속 기다렸다.
내가, 미워?
“미워하냐고, 제가, 누님을.”
“…….”
“제가 누님을요…….”
쥰은 허탈한 것처럼 말을 반복했다. 탁 풀린 무언가가 있었다.
해서는 안 될 질문이었나. 그러나 나는 그의 반응이 필요했었다. 언어적이든, 비언어적이든, 내가 보고 짐작할 근거들이.
하여 계속 기다렸다. 그런데 쥰이 내게 반문하더라.
“제가 누님을, 왜 미워합니까?”
나는 웃는 얼굴로 눈썹만 치켜 올렸다 내렸고, 쥰은 내 대답이 애당초 필요치 않았던 것처럼 또 물었다.
“제가 누님을 어떻게, 미워합니까.”
“…….”
턱을 들었다. 어떻게 미워하냐는 어조가 묘하여 판단할 수가 없었다. 어떤 식으로 미워하고 있느냐는 건지, 어떻게 미워할 수 있겠냐는 건
“누님을 어떻게 미워할 수가…….”
……지.
쥰이 허탈해하는 웃음을 웃더니, 직전보다 훨씬 뚜렷해진 목소리로 내게 물었다.
“어떻게, 다른 사람도 아니고 제가 그리할 수가 있겠습니까?”
이해할 수 없었다. 쥰이 권력욕이 있는 사람이었다면 나는 그에게 충분히 미움 받을 만한 자리에 있는 사람이다. 물론 반년 전 쥰이 했던 말을 잊은 건 아니었다. 내가 있기에 라이네가 그에게 가치 있고, 내가 있기에 그가 라이네에 있다 하던.
둘째 부인, 인즉 에본느의 모친이 사망한 후 들인 두 번째 정실부인의 아들임에도 공작에게 천것이라 경멸 받고 있는 쥰인지라, 그의 말을 벅찬 기쁨으로 받아들이면서도 ‘버리지 않는 이상 버리지 않는다’며 선을 그었었다.
이유 없는 애정의 표현은 모든 의심을 버리고 신뢰할 수 있는 게 아니기에.
그러나 저 말은 달라서, 어떤 이유가 있음을 내색하고 있었다.
이유.
무슨.
나는 멋쩍게 웃고 드디어 쥰에게 말했다.
“네가 무엇을 말하고 있는 건지 모르겠다.”
“…….”
“나는 오늘 우리가 매끄럽게 소통하길 원해. 내가 모르는 무언가가 있어?”
있겠지. 물으면서 스스로 대답했다.
그리고 쥰은 그 무언가를 털어놓을 생각일 것이다. 반 년 전에 그는 오늘의 반응과 거의 비슷하였으나, 어떤 이유가 있다는 걸 조금도 내색하지 않았었다. 대조적이다.
쥰이 왼 손을 올려 코 밑의 입가를 세게 쓸어내렸다. 긴장한 기색 역력했다.
그에 비례하여 내 입 꼬리는 점점 내려가 이제 완연한 무표정이었다. 불안하여 웃을 수가 없었다. 작게 숨을 들이켠 쥰은 마침내 입을 열었다.
“몇 년 전. 그러니까, 제 모친이 돌아가시고 얼마 지나지 않아서…….”
나는 테이블 위에 걸치고 있던 오른 손의 손가락들을 가볍게 구부렸다. 주먹을 쥔 건 아니었고, 그저 말아 쥔 것뿐이다. 쥰의 시선이 내 손에 잠시 내려갔다가 도로 올라왔다.
“……공작 각하와 누님께서 나누시는 대화를 들었습니다.”
대화를 나눈 적이 한두 번인가. 조급증이 나려하는 마음을 인내하느라 다시 입가에 웃음이 걸렸다.
쥰의 입술이 또 다시 떨렸다. 그래도 그는 고백을 완성해냈다.
“그리고 거기서 저는, 제 모친이 누님을 어떤 식으로 해하려 했는지, 얼마나 악랄했는지, 얼마나 자주였는지, 얼마나 살의 깊었는지 알게 되었습니다.”
아, 그것은 실로 미친 고백이었다.
내 눈에 힘이 들어갔다. 눈뿐만 아니라, 입이 벌어지고 말았다. 헛숨을 허, 하, 하, 뱉어내며 입을 뻐끔. 뻐끔. 무어?
뭘 알아?
그러나 쥰은 이제 차라리 용기를 얻은 것 같았다.
“그리고 누님께서 제게서 단 한 번도 거두지 않으셨던 애정 만연한 표현들이, 그것들을 겪으시던 시간에도 변함없었던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그것들을 겪었다는 것조차 너는 알면 안 돼. 알지 않기를 내가 얼마나. 헌데 언제부터 알아서 너는, 쥰 너는.
그러나 말문이 열리지를 않았다.
“절 보면 화가 끓어올라도 온당하고 절 죽이고 싶어 하셔도 그것이 온당한데, 절 동생으로 품어주셨지요.”
“…….”
“저와 누님 사이에 미움의 감정이 있다면, 그건 제가 아니라 누님께서 저를 향해 가지셔야 할 감정입니다. 누님, 저는 존재 자체로 누님을 죽음으로 몰아간 사람이었어요.”
구부렸던 손에 결국 힘이 들어갔다.
쥰은 우는 것처럼 웃는 표정을 짓더니, 말을 이었다.
“공작 각하께서 제 모친을 처……리하셨던 것처럼 저 역시 처리하려 하시는 것을 그 자리에서 들었습니다.”
처리. 쥰의 죽음.
마침내 기억이 났다. 그 어느 날. 나와 공작이 나누었던 대화. 그걸 들었어. 그걸.
아무 것도 알리고 싶지 않았는데. 알아서는 안 되었는데.
그녀의 죄를 어린 쥰에게 넘기고 싶지 않아서, 나만 아니었다면 당연히 살아야 했을 쥰의 목숨에 대하여 왈가왈부 말이 나온 게 어이가 없어서, 내 탓 같아서, 내 탓이라서, 보호 받아야 할 어린 아이, 내 어린 동생을 내가 겪은 일로부터 완전히 떼어놓고 싶어서 아무 것도 알리지 않았었는데.
그런데 제 모친이 어찌 죽었는지까지 들었어?
나는 입을 열었다 다시 닫았지만, 이번에는 신음이 새고 말았다. 그러나 쥰은 정말, 작정을 하였는지 말을 끊지 않았다.
“그리고 그 자리에서, 누님이 각하께 무어라 하셨는지도 들었습니다.”
극렬히 반대했었다. 내용이 자세히 기억나지는 않으나 아주 극렬히.
내 얼굴이 일그러졌다. 숨이 막혔다.
“제 모친은 살아생전에 저를 사랑한다 했던 적이 없습니다. 그 사랑, 저를 혐오해 마땅한 분이 제게 주셨던 걸 기억하십니까? 여전히 주고 계시는 것은, 알고 계십, 니까?”
“…….”
“그런데 제가 어떻게…….”
갑자기 그의 목소리가 떨렸다.
내 입에서 허, 하고 떨리는 한숨이 토해졌다. 쥰이 할 말이 짐작 갔다. 하지만, 하지만 쥰.
네 모친의 죽음에 대한 내막을 알리지 않고 숨겨온 내가 어떻게.
“어떻게 누님을 미워할 수가 있겠습니까.”
쥰이 쏟아놓는 절절한 고백이 내 가슴을 때리고 때렸다.
그런 내가 어떻게…….
“미안.”
“…….”
“미안해. 너는 몰랐어야 했는데. 숨겨서 미안해. 결국 알게 해서, 알게 해서, 너는 몰라야 했는데.”
나는 울지는 않았지만 우는 것처럼 떨며 털어놓았다. 늦은 사죄와 늦은 후회다. 쥰이 알게 된 걸 알았다면 그를 지금보다 더 경계하였을 것을 알기에 더, 더, 아팠다.
그런데도 너만은. 상처로부터 지키고 싶었어.
다리에 올리고 있던 왼 손을 올려 오른 손을 감쌌다. 그 사이 쥰은 뚝뚝 눈물을 흘리며 내게 말하더라…….
“누님. 누님이 계시기에 제가 있을 수 있어요. 제게는 누님이 전부고, 제 세상이십니다.”
“…….”
“누님의 뜻을 거슬러 몰래 들었던 것 죄송합니다. 제발 절 놓지 마세요.”
알게 하고 싶지 않았던 것을 알았다는 이유로 내게 사과하는 쥰이, 어쩐지 나를 절망케 했다. 받게 하고 싶지 않았던 상처를 그는 받은 것 같았다. 받은 것처럼 보였다.
아마도, 받았다.
-절 놓지 마세요.
어째서 그 말을 하곤 하였는지 이제는 알겠는데, 사랑스러운 게 아니라 아팠다.
나는 일어나 그를 부둥켜안았다. 그리고 끊임없이 속삭였다.
“넌 내 동생이야. 누가 무어라 해도 내 동생이다. 놓지 않아.”
나를 마주 안은 쥰이, 내 어린 동생이, 강한 청년이 된 기사가, 흐느낌을 멈출 때까지 나는 끊임없이 속삭여 그를 다독였다.
넌 내 동생이야. 누가 무어라 해도 내 동생이다. 놓지 않아.
============================ 작품 후기 ============================
아직도 기쁨으로 폭주 중이라서 연참! 그러나 내일은 오지 않는 불상사가 일어날 수도 있습니다.
하나 또 풀렸습니다. 작품 소개글에도 쓰여 있는 쥰의 시스콤에 대하여! 남동생을 예뻐하지만 브라콤은 될 수 없는 이유들 중 하나도!
참고는 1챕터 마지막회, 32-33회 꿈.(대사 겹치는 부분도 있습니다.)
초고.
자유연재입니다. 감사합니다: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