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가면꽃 작가님-42화 (42/157)

00042 CHAPTER 4. 꿈에서 =========================

“베르덴이 내 반대를 물리치고 다시 라이네의 기사로 돌아가려 하는 걸 들었소?”

“들었습니다.”

집사가 선택지에 들어가 있었다는 것까지 들었다. 공작이 ‘일단’ 거절했다는 것도 들었지. 그러고 보면 공작은 그때부터 일이 이리 될 것을 짐작하고 있었을지도 모른다. 사정을 알았든 몰랐든.

내가 긍정하자, 후작은 미간을 문지르며 짧게 웃음 지었다.

“나는 반대했소. 계속 반대했지.”

“…….”

“헌데 상황이 바뀌어 내가 나서서 그 아이를 그대에게 부탁하고 싶어 하는군.”

음-흠. 부탁.

이런 일에서는 단어 하나하나가 곧 무게 가진 무기다. 정치 관련하여는 딱히 참여한 바가 없는 나도 알고 있는 것을 후작이 모를 리가 없었다.

나는 튀르쿠아즈의 등받이에 기대어 있던 몸을 움직였다. 허벅지 옆으로, 튀르쿠아즈를 덮은 검은 벨벳이 밀렸다. 다리를 꼬고, 어깨를 좀 더 폈다. 이 자세가 내게 더 편했다. 이 세계는 나이를 존중하지만 자세에 제한을 둘 정도로 엄격하지는 않았다.

간단한 움직임만으로 내 기분이 환기되어, 웃음이 한결 가벼워지더라. 나는 웃듯 이를 드러내고 숨을 들이켰다. 이에 부딪힌 호흡으로 이가 약간 시려왔다. 그대로 고개를 끄덕이고, 웃음기 어린 목소리로 한 단어를 반복해보았다.

“부탁, 이라.”

“…….”

“그를 누구에게서 보호한다는 말입니까?”

“자세한 것은 말하지 않으려 하오.”

이상한 곳에서 삐끗하시네.

나는 공작에게 빈정거릴 때에 짓곤 하는, 이 상황이 몹시 안타깝다는 웃음을 짓고 옅은 한숨을 쉬었다.

“발리앙 후. 어불성설입니다. 아무 것도 모르고 그를 보호하라는 부탁을 받아들이라는 말입니까? 그를 제 보좌로 들이는 게 그를 보호하는 방법이라면, 그 과정에서 제가 볼 피해는 없습니까? 제게 돌아올 이득은, 있습니까?”

“이득은 있소.”

“피해는.”

“있을지도 모르오.”

이야아. 극적으로 깊은 한숨을 쉬고 고개를 천천히 저었다. 이 무슨 태연한 대답인가, 상황이 무척이나 기가 막히는데, 웃음은 왜 이렇게 나오는지 모르겠다. 하도 기가 막혀서 그럴까. 나는 그가 기분 나쁘게 받아들이지 않도록 조심하며 허허 웃었다.

“그런 조건으로 부탁을 하면서도 사정은 말하지 못하신다면, 제가 그 부탁을 들어드릴 까닭이 과연 있겠습니까.”

“부디 이해하오. 나는 내 가문을 지켜야 하는 사람이외다. 앞으로 그대가 그리 해야 하듯.”

“…….”

“그대가 날 도우면 나 역시 그대를 도울 거라는 걸 알고 있지 않소.”

“그게 무조건적인 도움은 아니지 않겠습니까? 예를 들어 킨들 라이네 산맥의 토벌을 더는 황실에서 맡지 않기를 바란다, 는 의견을 제가 발의하면, 후께서는 동의해 주시렵니까?”

“…….”

안 될 말이지. 후작은 잠잠했다.

라이네령에 포함되는 킨들 라이네 산맥을 기어이 황실에서 맡아 기사단을 보내 토벌하고 있는 건, 라이네를 견제하기 위해서다. 그 견제의 해제를 다른 대귀족들이 동의할 리가 없었다.

나는 잠간 그를 살피다, 정수리부터 뒷목까지 손바닥으로 쭉 쓸고 내려왔다. 예의는 아니지만, 아예 못할 행동도 아니었다. 평소 쌓아둔 이미지 덕분이다. 떠나기를 전제하여 취했던 태도와 언행들이 이제 와서는 후작으로서의 나를 돕는다.

뒷목을 손가락 끝으로 꾹 누르며, 나는 침으로 적신 입술을 움직였다.

“좋습니다. 피해는 그렇다 치고, 말씀하신 이득은 무업니까? 그 사람이 없어도 제가 얻어낼 수 있는 이득이라면 제외하고 셈하시는 편이 좋겠습니다.”

후작은 눈을 감으며 숨을 내쉬곤 다시 눈을 떴다. 일상적인 움직임이다. 그는 조금 안심한 것처럼 보였다.

그에 나는 슬쩍 눈웃음을 짓고 말았다. 아직은 그래서는 안 되는데. 유감이다. 내가 베르덴을 보좌로 들일 여지가 보였나? 난 아직 그럴 생각이 없다.

“베르덴은 무술에 능하오. 보좌로 두어도 무슨 일이 있으면 호위가 가능할 테고, 그리고 그 아이가 그대의 기사가 되기 전까지 계속 후계자 수업을 받아온 것을 알 것 아니오. 그대의 일을 쉬이 도울 수 있을 거요.”

“그 사람이 내 기사로 있으면서 수업을 중단한 기간이 깁니다. 그 사람에게 우리 봉신 가문의 영식들과의 차별점이 있겠습니까? 호위에 대하여는, 흠, 기사 없이도 내 몸 정도는 스스로 지킬 수 있으므로, 보좌에게 무력이 필요할 것 같진 않군요.”

그가 말한 이점들이 모두 조목조목 반박할 수 있는 점들이라, 직전 생각했듯, 유감이다.

내 친애하는 벗, 베르덴을 점점 내 안에서 망가뜨려가고 있음을 후작은 알고 있을까. 헤르조를 ‘버린’ 밤에 나는 베르덴를 향한 신뢰를 상당 부분 잃었다. 그는 몰라야 할 것을 알고 있었고, 심지어 서임이 깨진 후에는 라이네로 돌아오기 위하여 말도 안 되는 제의를 공작에게 했다.

유감이게도, 나는 미로골목의 남자가 말한 그 끄나풀이 비록 라이네 저택으로 들어갔다고는 하나, 베르덴과 관계가 있을 수도 있고, 아리엘과 관계가 있을 수도 있고, 쥰과 관계가 있을 수도 있고, 공작과 관계가 있을 수도 있다는 것을 확실히 인지하고 있었다. 헤르조를 제외한 것은 그가 글에서 에본느를 해하는 것에 손쓴 적이 없기 때문이다.

나는 후작이 안도를 잃는 표정을 보며 뒷목에서 손을 떼고, 양 어깨를 으쓱 올렸다 내렸다. 그를 좀 더 떠봐야 할 필요를 느꼈다.

“잊으신 것 같은데, 그가 내 기사가 되고자 할 때 후작이 반대했듯 나 역시 반대했었습니다.”

“라이네 후.”

“모처럼 밀실에 들어왔으니 좀 솔직하게 말씀을 드려 보겠습니다. 발리앙 후, 나는 정치적 이유가 아닌 모종의 이유로 내 자신을 보호해야 합니다. 그 모종의 이유는, 말씀드릴 수가 없습니다. 그리고 그 이유가 아니더라도 나는 내 가문을 보호해야 합니다. 타인을 보호함으로 그 어떠한 피해라도 괜히 감수할 수는 없습니다.”

후작이 했던 말을 섞었다. 그는 알 터.

그러나 내용 자체에 모순점은 없다. 온당한 내용이고. 나는 말을 마치고 그를 기다렸다.

“……그대와 베르덴간의 우정을 근거로 호소하면 안 되겠소?”

“……우정?”

잘못 들었을 지도 몰라서 뒤늦게 반문했다. 하마터면 침을 삼키다 사레들릴 뻔 했다. 그런 감상적인 단어가 일국의 후작에게서 나오면 안 될 텐데. 무리하고 있는 협상자리에서는 더더욱.

그의 의도를 알 수 없었다. 다른 가주들에게 우정 운운하면 얼마나 비웃음 당할지 모를 리도 없을 테니, 혹 나를 우습게 여기고 있는 걸까. 그럼 많이 자존심이 상하는데 이를 어쩌나. 헌데 그의 다음 말을 듣자마자 어느 정도 감이 잡혔다.

“그대가 바비에르가를 매장시킨 것을 알고 있소.”

그는 나를 우습게 여기고 있다, 고.

나는 츱, 입맛 다시는 소리를 내고 빙긋 웃었다. 자아, 이걸로 협박을 시작한다면 확실히 날 우습게 여기고 있는 것이다. 좀 더 들어보기로 했다.

“라이네 영식에 대한 뒷담이 발단이었고, 그 모욕은 포르타 영식에게 옮겨 가더니, 발리앙령에 있는 아리엘에까지 이어졌었어. 그리고 더 이어져서, 그들이 좀 지나친 행동을 했고.”

입을 다물고 콧김을 뿜듯 푹 웃었다.

“그랬었습니까?”

“우리가 몰랐을 거라 생각했었소?”

“글쎄요. 그건 두고 봐야겠습니다. 어찌 되었든 그때 전 아무 말도 하지 않았었습니다.”

“알고 있소. 다른 이들의 입과 손을 빌려 수개월에 걸쳐서 훌륭하게 마무리 지었었지.”

“훌륭하진 않았습니다. 훌륭하게 할 작정이었다면, 누구도 모르게 했겠지요.”

“한 자작가가 그렇게 무너졌소. 그 일로 우린 결국 그대가 공작될 것을 확신했었고. 현 공작이 그대를 놓아줄 리가 없었어.”

그럴 것 같아서 사교계에서의 행동을 자제했었다. 그 일로 공작에게 강한 인상을 남기고 말았지만. 바비에르 일도 실은 움직이지 않으려다, 이것저것 얽힌 탓에 움직인 경향이 강했다. 그러나 그걸 후작을 비롯하여 아마 이 일을 아는 귀족들도 내가 가족과 친구의 일이기에 나선 걸로 아는 모양이었다. 맥락상 그런 말이 나올 것 같거든.

“그렇게 라이네를 떠날 것처럼 행동하던 그대가 움직인 이유가 가족과 친구였소이다.”

……그럼 그렇지.

예상이 맞아 들어가자 나는 퍽 진심으로 민망해져서 어색하게 웃었다.

이 정도까지 말하지 않으니, 밝혔다가는 발리앙 가문에 큰 문제나 약점이 생길 수도 있는 점이라는 건 알겠다. 그러나 이걸로는 그는 나를 결코 설득하지 못할 것이다. 그가 잘못 생각했어.

슬슬 일어날 타이밍을 재야 할 때가 온 것 같았다. 내 오른편, 어둔 색의 벽에 달린 시계를 돌아보자, 음, 어쩌면, 보자마자, 후작은 나지막한 음성으로 말했다.

“난 죽어가고 있소.”

눈동자부터 왼쪽으로 굴러떨어졌고, 고개는 이후 천천히 따라갔다. 그는 여전히 나를 보고 있었다.

“눈치 챘을 때는 늦었었지. 그리고 내 상태를 베르덴은 아마도, 모르고.”

“…….”

검은 빛이 도는 얼굴색이라 생각했던 게, 그럼, 죽어가는 사람이기 때문에 그런 거라고? 입안이 바짝 말랐다. 언제부터 마르기 시작했는지 모르겠다. 상하 입술이 말라붙어 열리지 않아서, 혀를 내밀어 떼어놓아야 했다.

나는 그렇게 연 입을 다시 닫고 침을 삼켰다.

현 후작이 사망하고 베르덴이 후작위에 오르는 건 글에도 물론 썼지만, 언제 어떻게 사망하는지는 정확히 쓰지 않았다. 그 부분은 잘 기억도 나지 않고, 수첩에도 적지 않았다. 아리엘이 아버지를 잃었다고 하늘이 무너질 듯 우는 걸 청년들이 위로하는 장면이 있던 것만 어렴풋이 기억이 날 뿐.

하여 그가 죽어가고 있다는 이 말이 사실이라면 참 놀랍지만, 내가 어찌할 도리가 없었다. 그는 공작이 아니다. 현 황제도 공작이 아닌 것처럼. 여기서 내가 마땅히 할 일은, 동정심이나 감정에 호소할 생각일 수도 있으니 경계하는 것 밖에 없었다.

그런데, 그러나, 후작은 무너졌다.

한순간에 수십 년이 지나버린 것처럼 약해져 떨리는 목소리로 그는 말을 이었다.

“이건 내 독단이오. 어차피 그 아이, 라이네에 있고 싶어 하니 잘된 일이다 싶었소.”

“…….”

“그 아이가 안전하게 발리앙 후작이 되도록 잠시만. 잠시만 데리고 있어주오.”

이는 단순한 말이 아니라 호소다. 족히 느낄 수 있는 감정.

그러나 나는 냉정하게 물었다.

“병에 걸리셨습니까?”

“……하나 묻겠소.”

질문에 질문을 예고하면서 대답을 피해가려는 속셈 같지만,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묻고 싶다면.

“그대의 세계가 가족과 친구로 양분되었다 하면, 가족이 차지하는 지분은 십 중 몇이고, 친구는 십 중 몇입니까. 두 집단 중 하나를 살려야 한다는 상황도 함께 있다면.”

“……보통은 가족이 십 중 팔, 구 정도 되지 않겠습니까.”

“그래. 많은 사람들이 그럴 거요. 나 역시 그래. 결과적으로 가문을 위해 가족을 버리고 친구를 구해야 하는 상황이 온다 해도, 적어도 마음은 그래.”

“…….”

“그러나 베르덴은 조금 다른 것 같소.”

이거, 점점 감정 호소 쪽으로 돌아서는 것 같다.

그의 목소리는 말을 하면 할수록 성대가 말라가는 것처럼 변해갔다. 중간 중간 끊겨서 목멘 음성은 지독하게 극적이었고, 하여 효과적이었다. 적어도, 효과적일 수도 있었다, 다른 상황이었다면.

나는 그리 변하지 않은 차가움으로 그에게 물었다.

“내가 받을 수도 있는 피해는, 내 생명과 관련된 일입니까?”

“…….”

다른 상황이었다면, 아무렴. 그러나 현재는 시기가 좋지 않았다. 내가 발리앙을 조금도 경계하고 있지 않았다면 모를까.

이어지지 않는 말들을 가지고 발리앙 후작은 이리저리 빠져나가고 여지를 만들어가면서도 내게 상당히 많은 정보들을 주었다. 오직 베르덴을 내게 안기게 하기 위하여. 정보를 일부러 막연하게 포장하여 던진 게 아니라 아무 생각 없이 감정에 호소한 것뿐일 수도 있겠지만.

만약 이게 정보라는 걸 알면서도 말한 거라면, 그는 내가 이것들을 이해하지 못하리라 생각했기에 말했을 터다. 그렇다면, 안타깝게도 내가 지금 발리앙을 경계하고 내 암살에 대해 어느 정도는 파악하고 있는 상태인 게 문제겠지.

내가 방금 던진 질문은 내 나름대로 여러 의미를 담아 던진 것이며, 침묵은 내가 기대한 대답이 아니었다. 결국 나도 모르게 피식피식 웃고 말았다.

발리앙 후작은 내가 암살 시도를 당한 것을 알고 있을 지도 모르겠다, 는 느낌이 왔기 때문이다.

나는 웃음을 유지하고 오른 손의 검지로 관자놀이를 두드리기 시작했다. 그의 감정어린 호소는 내게 와 닿지 않았지만, 우리 대화의 내용이 충분히 내게 마음 돌릴 여지를 주었다. 질문을 던져도 대답이 침묵이거나 반문으로 돌아왔다 하더라도. 하나하나 의미가 있어서.

그리고 그 여지에 후작이 돌을 던졌다.

“라이네 후, 베르덴이 도의적인 아이인 건 알고 있으리라 생각하오.”

그것은 마음 표면 위에 동그랗게 퍼져 흔들리더라.

징 울듯 데엥, 데엥, 울리며 마음을 진동시키기에, 나는 손을 멈추었다.

나는 살 것이다. 그러기 위하여 베르덴을 내쳤다. 다시 받아들이는 건 내 살고 싶어 하는 마음과 상충하고.

내 곁에 위험을 두어 그로부터 파생되는 압박을 사서 견디고 싶지 않다.

그러나 이해했다.

친구를 위하는 마음이 동생들을 향한 내리사랑, 가족을 향한 사랑, 가문을 수호하고자 하는 마음보다 퍽이나 크겠느냐마는. 아, 그래, 나는 무언가를 이해했다.

바꾸고자 하여 모험을 했으니, 한 번 더 모험을 해보자. 다시 들인 베르덴을 마냥 믿지는 않겠지만, 암살을 사주한 자가 아리엘일 경우 압박이 가능하고, 그게 아니더라도 이 일을 받아들여 발리앙에 달아둘 빚도 나쁘지 않았다.

내가 살해 위협을 받은 것을 내 짐작대로 발리앙 후작이 알고 있는 거라면, 나의 짐작이 그의 마지막 말과 맞물려, 느낌 오묘한 무언가를 내게 주었다.

어떤 식으로든 가치가 있을 도박이다. 걸어야 하는 게 내 생명과, 경계의 압박을 견뎌야 하는 것이지만, 피하지 못하게 닥치면 견뎌내고 이겨낼 수 있다. 살아오며 항상 그러해왔다.

나는 자세를 고치고 씩 웃었다.

“좋습니다. 조건들을 협의해 보지요.”

아리엘이 회귀하지 않았을 때 나는 이미 쥰의 모친에게 시달리고 있었다. 그리고 지금은 아리엘이 회귀한 상태다. 이번 암살이 쥰의 모친 생전의 일과 비슷하게 흘러가고 있는데, 가장 중요한 것이 달라. 쥰의 모친은 사망했다.

이게 혹 쥰의 모친 생전의 일과 관계있는 사주가 맞다면, 나는 그 당시 적을 두 사람 두고 있었던 것이다. 쥰의 모친이 사망하였으니, 나머지 한 사람이 아직까지 살아있는 것이고.

……시간이 지나면 알게 되리.

아, 나는 정말이지 살고 싶다, 살고 싶다 하면서도 결국엔 목숨 가지고 장난치는 것 같다니까. 그러나 그럼에도 반드시 살아남을 테고, 그러려면 아직 살아있는 그 사람을 찾아내야 했다. 그 암살 시도들을 알고 있던 베르덴을 떠올리며, 나는 후작과의 협상을 만족스럽게 마치고 문서화 했다.

그리고 밀실에서 퇴실한 후 가진 아리엘과의 티타임에서 예상치 못한 사람도 만났다. 나는 반가워하며 싱글벙글 웃었다.

“와, 르네! 오랜만이에요!”

“그러게.”

분위기 옅은 그가 조곤조곤 대답했다. 아리엘의 이란성 쌍둥이는, 햇살과도 같은 아리엘과는 이미지가 많이 달랐지만, 그럼에도 헤르조의 절친한 친구였다.

“언제 왔어요? 아아, 있는 줄 알았으면 여행 가기 전에 와서 인사하고 갈 걸.”

“가출이겠지. 그리고 네가 떠난 후에 왔으니까 어차피 못 만났을 거야.”

고요하고 정적인 눈동자를 가진 르네는 나와 헤르조의 정도 높은 발랄함을 조절해주던 평소 그대로, 조곤조곤 대답하며 분위기를 적당히 차분하게 만들었다.

나는 이후로 두 쌍둥이와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다, 쥰이 퇴근할 즈음 귀가하였다. 베르덴이 저택에 있다는 걸 들었음에도 그를 끝까지 만날 수 없었다. 라이네로 돌아오고 싶어 하는 것치고 이상한 태도이긴 했다.

내 결정이 올바를 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들 정도로 이상한 태도.

베르덴은 일주일 후 짐을 챙겨 라이네 저택으로 들어왔다. 나는 속내가 어떻든 전처럼 달려가 이단 옆차기를 날리며 그를 환영했다.

============================ 작품 후기 ============================

아리엘 쌍둥이인 르네는 헤르조 외전에도 언급되었습니다. 다른 회차의 본문에도 종종 언급되었고요!

저는 이러쿵저러쿵하는 사정들이 지난편에서 독자님들께 다 까발려질 줄 알았는데, 그게 아니더라고요. 에브 말고 아무도 못 믿고 계셔. 의도는 했지만 이 정도일 줄은 몰랐습니다. 생각보다 훨씬, 진짜 훨씬, 훠어어얼씬 믿음을 잃으셨구나 싶어서, ......재미있었습니다(끌려감)

다음편은 외전입니다.

초고입니다! 자유연재입니다:D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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