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0021 CHAPTER 2. 악을 위하여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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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르덴을 보내고, 수첩을 읽는 데 매진하던 나는 쥰이 퇴근하고 돌아오자마자 나를 찾았음에 하마터면 왈칵 코가 매워질 뻔했다. 문을 노크한 쥰을 들어오게 허락하며, 앉아있던 자리에서 일어났다.
참 뻔뻔하게도, 나는 쥰의 얼굴을 마주보고 웃었다. 그를 피해 달려온 지 수 시간도 지나지 않았는데.
“피곤할 텐데. 먼저 쉬지 않고.”
그렇게 안부를 물으며 손짓하여 그를 의자로 인도하려 하자, 쥰이 물러났다.
“씻지 않아 청결치 않습니다. 의자를 더럽히고 싶지 않습니다.”
“음. 그럼 서서 이야기하려고? 피곤할 텐데.”
“누님께서 아직 식사하지 않으셨다고 들었습니다. 괜찮으시다면, 함께 식사를 하고 싶습니다.”
고마운 말이지만, 안 될 말이다. 나는 씩씩하게 생글생글 웃으며 설명했다.
“손님이 계시니 너는 거기에 가서 식사를 해야지. 문 밖에 기사가 있지 않던? 나는 또 근신 중이라서 식사에 가지 못해.”
그러자 쥰의 표정이 애매하게 변했다. 무슨 생각인지 짐작이 간다. 아까 멀쩡하게 외성 성벽 근처를 돌아다니던 사람이 또 근신 중이라니 놀랄 만도 하지. 내 웃음에 소리가 생기고 말았다.
귀여워. 사랑스럽다. 이 시간이 기뻐. 그리고 두렵다.
나는 쥰에게 다가가 그의 팔을 토닥였다.
“가서, 일단 씻고, 식사도 하고, 그렇게 하고 나서는 부디 나와 함께 차를 마셔주지 않을래?”
“누님과 함께 하는 시간이 제겐 언제나 우선입니다. 그러니 그렇게, 그런, 말씀은…….”
내가 팔에서 손을 거두려 하자, 쥰은, 조금 당황스럽게도 급히 내 손을 잡아채었다. 그리고 힘을 주어 꼭 잡더니 다시 제 팔뚝에 올렸다. 심지어, 아, 저 눈빛. 저 표정. 나는 웃음을 터트렸다.
“다시 토닥여 달라고?”
“…….”
아무 대답도 없었으나, 알아들었다. 아, 이리 귀여워 어째. 쥰의 팔을 그의 뜻에 따라 도닥이다가, 그 손으로 그를 잡았다. 나보다 훨씬 크고 단단한 몸을 가지고 있으면서도 쥰은 마치 아이처럼 순순히 끌려왔다. 나는 그에 다시 웃었다.
그리고 이제까지 일하고 온 사람을 딱딱한 티 테이블 의자에 앉힐 수는 없어서 베르제르에 앉히려 하는데, 쥰이 재차 거부했다. 나를 풀고 물러나려 하는 그 움직임에도 짙은 땀 냄새, 피 냄새, 철 냄새, 먼지와, 생명체의 내장 냄새가 나더라. 그는, 나로서는 약간 안타깝게도, 토벌 작전을 수행하는 기사단 소속이었다.
나는 쥰을 기어이 베르제르에 앉혔다. 그리고 쥰을 위해 문을 열어주었을 기사를 향해 입을 열었다.
“경, 경. 물수건하고 당근 좀 부탁해요.”
“예. ……예?”
그대로 몸을 돌리려던 할리가 나를 휙 돌아보았다. 나는 씩 웃었다.
“시장해서.”
“……예.”
나를 오묘한 눈으로 보던 할리는 조금 우울해 보이는 얼굴로 대답했다. 아니, 그런데, 그렇게 대답하면 내가 당황스럽지!
“아니, 아니! 농담이거든요! 그걸 진짜 가지러 가면 어떡해!”
“하지만 지난번에는 분명 시장하시다고…….”
“지난번? 아, 아하. 그건 한 번의 실수고.”
“제가 아는 것만 다섯 번입니다. 그건 이미 실수가 아닙니다.”
음. 실은 나도 그렇게 생각한다. 후원을 산책하다 배고프다고, 텃밭에서 당근을 손수 캐먹는 게 다섯 번 이상이나 되어서야 그건 이미 실수가 아니다. 재미의 문제지. 어떤 너구리 새끼가 우리 당근 줄을 죄다 파헤쳐 놓았다고 노성을 터트리던 정원사와 총주방장에게 그거 내가 그랬다고 말할 때의 재미. 조금 전까지 욕을 퍼붓고 있던 너구리 새끼가 말을 하고 이족보행하며 나타나자 그들은 울려고 했다.
물론, 나중에는 고구마나 감자가 파였을 때에도 내게 와서 물어보기에 조금 당황스럽긴 하더라. 그건 내가 그러지 않았었다. 베르덴에게 시켰지. 얼마나 재미 있…….
……아, 베르덴.
나는 머릿속을 휘젓는 것처럼 손사래를 치며 입을 열었다.
“됐으니 물수건이랑 다과 좀 부탁해요. 아버지께는 내가 잡고 늘어져서 이 아이가 오늘 식사에 못 간다고도 전해 주시고.”
“예.”
할리가 문을 닫고 사라졌다. 나는 그제야 쥰을 돌아보고는 미안해하는 웃음을 지었다.
“미안해. 피곤하고 시장할 텐데 내 멋대로 정했구나.”
“괘, 괜찮습니다. 저는 누님의 목소리를 듣는 게 더 좋습니다.”
“대화를 하는 게 더 좋은 게 아니라?”
웃으며 그의 맞은편에 앉았다.
우리 둘은 할리가 부른 킴과, 쥰의 시종들이 들어올 때까지 별 다른 대화를 나누지 않았다. 그들은 쥰의 갑을 벗기고는 따스하게 데운 물수건을 건네주었고, 그동안 킴은 우리 사이의 높이 낮은 테이블에 다과를 놓았다. 나는 킴과 눈이 마주치자 눈짓으로 그녀를 치하했다.
그리고 쥰이 대충 준비가 될 때까지 고개를 돌려 테라스 바깥을 바라보았다. 늦은 오후다. 하늘이 적당히 어두웠고, 나를 감상적으로 만들기에 충분한 색으로 물들어 있기까지 하였다. 나는 문득 소리 없이 웃음 지었다.
실은 대화를 나눌 준비가 전혀 되어 있지 않았다.
쥰과 대화해야 한다는 것도 알았고, 웬만하면 오늘 중으로 그리하려 했는데, 참 이상하지. 쥰이 퇴근할 때까지 시간도 있었는데. 준비를 해야 하는 시간에 깨달은 것이라곤 내가 이상할 정도로 쥰을 믿고 있었다는 것이다. 마치 평생 가지고 가도록 심장, 그 마음에 수놓인 것처럼.
그건 이상한 일이었다. 이 세계의 천륜이 진실 된 천륜도 아니고, 더군다나 나와 쥰은, 그러니까 에본느와 쥰은 천륜이랄 것이 기실 전혀 없는 것과 마찬가지다. ‘이복’남동생……. 공작이 경멸하는 천것의 피. 생각하고 생각해도 설정 한 번 막장으로 잡아놨지, 내가. 설정을 어찌 잡아 두어야 에본느가 쥰을 경멸하는 일이 없었을까. 내가 쓴 그녀지만 이제는 잘 모르겠다.
“……죄송합니다.”
“아, 응. 응? 뭐가?”
난데없이 들려온 사과에 정신을 차렸다. 쥰이 어느새 앉아 있었다. 청년에게로 눈을 돌리고 눈을 끔뻑였다. 갑자기 무엇이?
“무작정 찾아온 데다, 누님을 기다리시게 하여…….”
“아. 신경 쓸 거 없어. 씻고 저녁 들어야 하는 사람을 잡아둔 사람은 나잖아. 나야말로 미안해.”
쥰이 눈을 동그랗게 뜨고 고개를 도리도리 저었다.
나는 피식 웃고는 몸을 구부려 찻잔을 들었다. 따뜻한 찻물이 뱃속에 담기자 몸이 조금 풀리는 느낌이었다. 찻잔을 들지 않은 왼 손으로 찻잔 가장자리를 매만지다, 천천히 입을 열었다.
“그렇지 않아도 물어보고 싶은 게 있어서 오늘 너를 부르려고 했어.”
“여쭈실 것이요?”
“그러나 그 전에, 어제, 생일을 끝까지 축하해주지 못하여 미안해. 내가 경황이 없어서 인사도 못했지. 아리엘 일로 나를 두둔해준 것도 고맙고, ……고맙지만, 네 축하 연회를 내가 망친 것 같아 몸 둘 바를 모르겠어.”
“아, 아니…….”
“왜 나를 두둔했어?”
“……누님?”
물으면서도 나는 잘 몰랐다. 무얼 위하여 묻는지.
물으면서도 나는 지금, 잘 알고 있었다. 무얼 위하여 묻는지.
“누가 봐도 내가 그녀를 밀었어. 두둔하지 않고 차라리 사과만 하는 게 나았을 거야. 아니면 아리엘에게 손을 내밀거나. 나를 보고 있을 게 아니라.”
“…….”
“그때 어떤 것이 가장 좋았을 처신 방법인지는 알잖아. 거기서 왜, 나를, 두둔했어?”
나는 여전히 미소하고 있었다.
반면 쥰은 나를 물끄러미 바라보고 있었다. 표정이라곤 없다. 공작과 닮은 구석이라곤 없지만, 나는 저 얼굴이 그의 모친과 그의 부친의 생김새가 적당히 섞인 고운 얼굴이라는 것은 알고 있었다. 저 예쁜, 참 서늘한, 파란 눈.
가만히 기다렸다. 잠시 후 그는 나지막하게 대답했다.
“그것은. 그러니까 그것, 누님이 말씀하신 처신은 라이네를 위해서이기 때문입니다.”
“그렇지. 그러니까 그리 해야 하는 거지.”
“그리고 제게 라이네는 누님이 계시기에 가치 있는 곳이기 때문입니다.”
나는 그 말을, 처음에는 조금도 이해하지 못해서, 눈을 멀뚱히 깜박이고 있었다. 그러니까, 라이네는, 누님이 계시기에, 나, 내가, 내가 있기에 가치가…….
……음?
어?
숨이 턱 막혔다.
그리고 나는 그 불성실하게 움직이는 숨의 까닭을 확실하게 짚어낼 수가 없었다. 기뻐서? 행복해서? 혹은, 그가 그리 말하면 안 돼서? 무엇이지? 여기에서 철렁 가라앉은 이 감정은 무엇이며, 명치에서 엉엉 울며 콩콩 뛰고 있는 이것은 무엇이야?
쥰에게 오래도록 가문의 안살림을 맡게 했던 이유. 내 가출 때문에? 아니다. 맡게 하기 위해 가출을 이용했다. 효율이라는 것이다. 나는 밖에 나가 숨을 돌리고, 그것으로 쥰의 가치를 높이고. 쥰은 유능한 기사고, 내가 읽어야 했던 대부분의 것을 그에게도 읽게 했다. 쥰은 라이네 영지의 돌아가는 형편조차 알았다. 문무 양면으로 뛰어난 청년이다. 본디 그가 그래야 했던 것처럼 그는 그렇게 자랐다.
다른 것이라곤 내가 버티고 서 있음으로써 라이네 현 공작에게 받지 못한 기대뿐.
그는 공작위에 대한 열망이 있어야 한다.
나는 긴장으로 저린 팔을 어색하게 움직여, 찻잔을 내려놓았다. 잘 다듬어진 척 하지만 내가 자주 뜯어내고 노는 손톱이 뽀얗게 자란 게 눈에 보였다. 그걸 뜯어내며 놀 여유도 없었구나. 손가락 구부린 두 손을 허벅지 위에 놓았다. 가볍게 입은 긴 치마가 다리 옆에서 흔들렸다.
아, 나는 이곳에서 스무 년 살아오며 가져보지 않은 희망이 여기서 결정될 것을 직감하고 있었다.
글과 다르게 베르덴이 내 호위기사가 되고, 헤르조가 나와 그토록 친하고, 알드리히가 나와 그토록 친해져도, 글과 달리 내가 마법사여도, 그래도 결국에는 변하지 않을 흐름이라고 생각했던 그것. 능력의 부재로 공작이 되지 못한 에본느와 비슷하게, 내 자의로 인하여 공작 되지 않을 것을 천명해 왔던 나. 가장 큰 갈림길 중 하나가 에본느가 공작에 오를지 아닐 지의 여부이니, 내가 공작이 되지 않는다면 아마 사랑에 대한 흐름은 그다지 변하지 않으리라고 생각해왔던 나.
잠시 내 손을 내려다보다 고개를 올렸다. 그리고 쥰을 보고. 잠시 후 더 올려 천장을 보았다가, 고개를 내려 오른 편을 보고, 다시 내리고. 턱이 떨렸다. 눈꺼풀을 내리감았다가 떴다. 쥰의 형상이 흩어지려다가 다시 모였다.
나는 그를 보며 차분하게 물었다.
“쥰. 공작을……, 공작이 되고 싶어?”
“아니요.”
음성은 한 번도 접지 않은 종이처럼 깨끗했다. 이 질문을 기다려왔다는 듯 쥰은 두 눈을 또렷하게 뜨고 나를 보았다. 그리고 그 자신을 분명하게 주장했다.
“아니요, 누님. 조금도, 그러고 싶지 않습니다.”
“왜.”
“……예?”
말했듯, 나는 차분하게 대응했다. 싸늘하기마저 했다.
“이 나라의 공작이다. 황녀와 황자도 아니고, 황태자와 동급인 작위야. 왜. 왜 되기 싫지? 그 권력, 인간이라면 가지고 싶어 하기 마땅해.”
“그럼 누님은 그 권력이 탐나십니까?”
“…….”
당장 대답할 수 없었다. 탐나지 않지만 탐난다. 숨을 들이키며 호기롭게 입을 열었다가, 잠시 후 닫고 말았다.
평민이 아니라 공작의 딸로 있을 수 있어 좋았다. 이 세계가 보는 나의 뿌리가 고귀하여 좋았다. 활자의 세계에서, 지구에 가면 아무 쓸모도 없는 그 뿌리를. 어딜 가도 시선에 좌지우지되어 남의 평가에 내 가치가 정해지는, ……아, 또 다시 캄캄한 자조로 돌아왔다.
나는 내려앉은 심장을 최대한 내색 않고 느릿느릿 대답했다. 아니, 대답하려고 입을 열었다가 또 다시 닫았다. 그리고 한숨을 쉬려는데, 쥰이 내게 저를 쏟아 부었다.
“누님. 누님께서 제게 해 주신 모든 것, 제게 베풀어 주신 모든 것을, 저는 제 평생을 바쳐도 갚지 못할 겁니다.”
“…….”
“전 누님이 계시기에 라이네에 있습니다.”
이번에야말로 숨이 멈춘 것 같아, 상체를 약간 앞으로 내밀었다.
“누님께 도움이 되기 위하여 라이네에 있습니다.”
“…….”
“그러나 제 존재가 누님의 앞길에 방해가 되거나, 누님을 대신하여,”
“아니야.”
그의 말을 부러트렸다. 더 들을 수 없을 것 같았고, 그는 내 질문을 잘못 이해한 듯 했기 때문이다. 피로가 쌓인 것처럼 나의 목소리가 잠겼다.
“아니야, 쥰. 내가 물은 건 그런 게 아니야.”
“…….”
“다른 상황은 아무 것도 생각지 마. 내 존재도 생각 말고. 나는 네게 네 욕심, 네 소원을 물은 거야. 아무 것도 생각지 말고, 너를 내게 말해주렴. 너는, 쥰, ‘너’는, 공작이 되고 싶어?”
정말 천천히, 중요한 단어를 강조하며 다시 물었다. 나는 이에 대한 그의 답으로 나를 결정할 것이다. 쥰으로서는 마지막 기회이기도 했다.
그러나 그는 답변을 망설이거나, 답변을 재고해보는 것 같은 표정은 아니었다. 그런 제스처도 취하지 않았다. 쥰은 단지 나를 보았다. 내 속을 샅샅이 들여다보겠다는 것처럼 물끄러미. 나는 그 시선이 내 마음을 한 점 한 점 발라낼 것처럼 진하고 서늘하다고, 그리고, 참, 다정하다고 느꼈다.
그것은 놀라운 일이었다. 내가 서임을 부수기 직전 베르덴의 시선을 읽을 때 마냥 차갑게 느꼈던 일이 떠올라서 더욱 그랬다.
언젠가, 어디에선가, 보았을까. 저 비슷한 눈길을.
이것은 어쩌면, 아직도 놓지 못한 믿음일까.
“죄송합니다. 누님.”
무언가가 내 속에서 탁 풀렸다. 그럼 그렇지. 너는 공작이 되고 싶은 거야. 내 입 꼬리가 씩 올라가,
“저는 제게서 누님을 떼어놓고 생각할 수가 없습니다. 저는, 공작이 되고 싶지 않습니다.”
“…….”
“저를 놓지 마세요.”
다가, 떨어졌다.
잠시 멍했다.
나는 방금……, 내가 방금, 들은…….
쥰의 말이…….
망연하게 그 말을 곱씹다가 내가 더는 주체하지 못하여 왈칵 토해낸 것이 있었다. 눈에서부터 흘러내렸다. 턱 끝에 맺혔다가 뚝뚝 떨어지는 그것들은, 내가 쥰에게 한 번도 보인 바 없던 것이었다.
명치에서 뛰고 있던 것의 정체를 이제 알겠다.
나는 내 엉망인 얼굴을 보고 딱딱하게 굳어버린 쥰을 보았다. 손을 들어 눈가와 얼굴 위를 빠르게 훔쳤다. 이 신중한 기쁨. 신중한 설렘과, 신중하게 벅찬, 내, 행복. 이렇게 벅차하면서도 쥰을 마냥 믿지 못하여 미안하다. 그러나 그 와중에도 믿어서, 더 미안해.
나는 일어나 그에게로 몸을 굽혔다. 웃으며 대답했다.
“알았어.”
“…….”
“알았어, 쥰. 내 동생. 날 필요로 해 주어 고마워.”
두 손에 쥰의 뺨을 담고, 쥰의 관자놀이에 입 맞추었다.
속삭였다.
“그런 네가 있어줘서 다행이야.”
널 믿지는 못하겠지만, 네가 날 눈에 띄게 버리지 않는 한 나도 널 버리지 않을게.
오후, 노을 싸라기의 잔물결에 삼켜졌다. 나와 쥰의 몸이 붉었다.
이제 결정했다. 아마도 에본느는 죽었다. 나는 살기 위해 에본느를 아마도 죽였고, 나는, 공작이 될 것이다.
그리고 그 전에 해야 할 일이 있었다.
============================ 작품 후기 ============================
다음편은 헤르조 외전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