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120. 허무하구나. (120/125)

120. 허무하구나.

2021.11.22.

단언하는 민추환의 모습에 소진의 눈이 커다래졌다.

또한, 전혀 예상치 못한 그의 결심이 헌의 가슴을 뒤흔들어 놓는 순간이었다.

“화론 파 생성의 궁극적인 목표를 우리의 주요 인물이었던 중전 김 씨와 부원군이 산산조각을 낸 오늘.”

“……!”

“더는 화론 파의 존재가 무의미해졌음을 온몸으로 실감하였나이다. 또한.”

“…….”

“소용 마마께서 석고대죄하며 스스로 죄인이 되시었으니 그분을 추종하는 우리 모두 역시 죄인입니다.”

헌이 먹먹한 눈으로 민추환을 응시하였다.

두 사람의 시선이 정말 오랜만에 교차하고 있었다.

“민 대감.”

“모두 죄인의 마음으로 저하의 뒤를 따르겠나이다. 같은 마음으로 왕실을 기만한 중전 김 씨와 그의 무리를 처치하는 데 힘을 보태겠사옵니다!”

민추환이 그렇게 외치자 다른 대신들도 모두 목소리를 높였다.

“힘을 보태겠나이다!”

소진은 형언할 수 없는 전율이 온몸에 퍼지는 것을 느꼈다.

순간, 민추환과 시선이 스친 그녀는 차마 그를 제대로 쳐다보지 못한 채 시선을 피했고.

민추환은 이해한다는 듯 그녀를 향해 고개를 끄덕여 보였다.

보은군이 자신 때문에 저렇게 된 것만 같다는 죄책감을 아직 벗어나지 못한 상태였으니까.

그때, 가만히 무사들을 돌아보던 헌은 무겁게 입술을 열었다.

“그대들의…… 결심이.”

“…….”

“조선과 백성, 그리고 왕실을 지키는 데 큰 힘이 될 것이오.”

“…….”

“어려운 결정을 내려주어 참으로 고맙소.”

그리고 윤현을 향해 그는 그 어느 때보다 큰 목소리로 명령을 내렸다.

먹구름이 가득했던 헌의 얼굴에 화사한 햇볕이 들고 있었다.

“저잣거리를 지키던 우리 호위대는 그 자리를 지킨다! 화론 파 대신들의 사병의 절반은 궐문을 지키는 데 힘쓰고 절반은 호위대와 함께 잠적한 김 도령과 중전 김 씨를 찾는 데 주력하도록 한다!”

그 말에 수백이 되는 군사들은 저잣거리가 떠나가라 대답했다.

“명, 받잡겠나이다!”

* * *

헌은 날개라도 단 듯 발걸음이 가벼웠다.

그를 따르는 호위대도 천군만마를 얻은 것만 같은 기분에 활력을 되찾았다.

궐문은 김 도령의 세력과 대치 상황을 벌이는 중이라고 했다.

누구 하나 선뜻, 나서지 못하는 싸움.

더욱이 그럴 것이 김 도령 쪽 세력은 화론 파 대신들이 사병을 풀어 세자의 뜻을 따를 것이라고는 조금도 상상하지 못했기에 서로 눈치만 살피고 있을 뿐이었다.

화론 파 대신들의 사병을 얻어 몸집을 부풀린 호위대는 여차하면 김 도령 세력을 칠 기세로 궐을 보호하고 있었다.

“저쪽으로 가자, 소진아.”

“예, 저하.”

“여기서부터는 반으로 나뉘어 수색하도록 하자.”

한편, 윤현이 이끄는 무리와 헌이 이끄는 무리 둘로 나뉜 호위대는 양 갈래 길에서 갈라졌다.

화려한 풍등이 휘날리는 저잣거리에서 멀어지자 음침한 길이 나타났다.

소진은 잔뜩 몸을 웅크리고는 주위를 경계했다.

“이러고 있으니…… 꼭, 일 년 전 그때 같아요.”

그녀의 말에 헌이 엷게 웃으며 그녀의 손을 꼭 잡아주었다.

“이러면 그때와 다르지.”

손에 닿는 보드라운 온기에 소진이 씨익, 미소를 그렸다.

“한데…… 참 다행이어요. 그렇지요?”

“민 대감?”

“예. 저렇게 마음을 돌려주셔서 어찌나 다행인지.”

“그러게나 말이야. 고맙기도 하고…… 미안하기도 하고.”

소진과 헌이 두런두런 이야기를 나누며 더 깊은 어둠으로 들어갈 때쯤이었다.

한껏 목소리를 낮춘 둘은 두 손을 꼭 맞잡고서는 천천히 걸음을 옮겼다.

적막뿐인 골목이라 발소리가 너무 크게 들려왔기 때문에.

무사들 역시 조심조심 걸음을 떼며 헌과 소진의 뒤를 바짝 따르고 있는데.

“으아아앙! 으아앙!”

어디선가 갓난아기의 울음이 고요한 정적을 찢어 놓았다.

“……?!”

모두 약속이라도 한 것처럼 걸음을 멈추고 귀를 기울였다.

조용히 하라는 듯, 헌이 자신의 입가에 검지를 갖다 댔고 소리가 나는 쪽으로 조금씩 움직였다.

그러면서 행여 소진의 손을 놓칠세라 헌은 그 손을 꽉 움켜쥐었다.

“아앙! 으아아앙!”

아이의 울음이 점점 더 가까워질수록 헌과 소진의 가슴은 터질 듯 뛰어댔다.

“쉿, 조용히 해야지…… 으응?”

“……?”

“아가. 착하지, 응? 조금만 더 참자. 쉬이.”

우는 아이를 달래는 웬 젊은 여인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헌과 소진의 시선이 찰나에 부딪혔고 둘은 직감적으로 그 목소리가 중전 김 씨라는 것을 알아챘다.

“어찌합니까. 아직 가야 할 길이 먼데……. 아기씨가 울어서.”

“배가 고픈가 봅니다. 일단 저잣거리를 벗어나 숲으로 들어가 배를 채워줘야지……. 여긴 너무 위험해서.”

“바로 앞의 산에 우선 몸을 숨깁시다, 마마.”

도란도란 들려오는 대화 소리가 헌과 소진의 귀에 정확하게 들렸다.

바로 앞의 산이라는 말에 두 사람이 힐끗, 어둠 너머의 산을 바라보았다.

헌은 고갯짓으로 안에 중전과 김 도령이 있다는 것을 알리며 셋을 센 뒤 습격하자는 듯이 손가락 세 개를 펼쳐 보였다.

“…….”

그러자 모두 고개를 끄덕이며 검집을 세차게 그러쥐고서 헌의 손가락을 주시했다.

그의 손가락 하나가 접히고.

“힘들지는 않으십니까, 마마.”

“괜찮습니다. 속히…… 움직이지요.”

“아기씨를 먼저 무사들에게 보내 놓을 걸 그랬습니다.”

“아니 됩니다. 이젠 내 아들과 절대 떨어지지 않을 것이에요. 그러다가 또 일이 잘못되면 영영 아이를 못 볼지도 모르잖습니까.”

이내 두 번째 손가락이 접혔다.

여전히 이 사실을 모르는 듯, 어둠 속에서는 김 도령과 중전의 목소리가 나지막이 들려오고 있었다.

심장이 터져나갈 듯 뛰어대기 시작하고 소진은 그의 마지막 손가락이 접히길 기다렸다.

그리고 그때.

“……!”

헌이 마지막 남은 손가락 하나를 접으려는데, 등 뒤에서 거센 목소리가 어둠을 흔들었다.

“웬 놈들이냐!”

“놈들이다! 피하십시오, 행수 어르신!”

어디선가 나타난 김 도령의 무사들이 호위대를 공격하기 시작했다.

순식간에 어둠 속은 난장판이 되었고 헌과 소진은 김 도령과 중전의 목소리가 들려왔던 곳을 덮쳤다.

“앗……!”

그때, 헌과 눈이 마주친 김 도령은 서둘러 중전을 보호하며 달아나기 시작했다.

“저쪽이다! 잡아라!”

아기를 품에 안은 중전은 필사적으로 장옷으로 얼굴을 가린 채 달렸다.

김 도령의 무사들이 그들을 보호하기 위해 달려들자, 호위대들이 목숨을 걸고 막아섰다.

“저하, 얼른요!”

저쪽에서 소리를 듣고 합세한 윤현의 무리도 김 도령의 무사들과 칼을 겨누고 있었다.

소진은 헌의 손을 놓으며 치맛자락을 바짝 움켜쥐었다.

“저하! 먼저 달려가세요! 저쪽 산으로 가는 지름길을 제가 압니다!”

“조심하여야 한다! 무사, 낭자를 잘 부탁하오!”

그녀보다 달리기가 조금 더 빠른 헌이 앞서 뛰어가고 그 뒤를 소진이 따르다가, 샛길로 빠졌다.

아무래도 헌보다는 저잣거리의 숨은 지름길에 익숙한 소진이었으니까.

그녀의 옆을 호위무사가 바짝 따랐고 헌은 홀로 어둠 속을 빠르게 헤집고 있었다.

“하아, 하아……!”

목 끝까지 숨이 차올랐지만, 그는 멈출 수 없었다.

바로 눈앞에 어머니의 원수가 달아나고 있었으니까.

김 도령과 손을 꼭 맞잡은 중전은 치맛자락을 휘날리며 뛰었다.

“으아아앙!”

그녀의 품에 위태롭게 안겨 있던 아이는 연신 울음을 터뜨려댔다.

그때, 아기를 품에 안은 중전이 엉망이 된 얼굴로 헌을 힐끔, 돌아보았다.

장옷에 반쯤 가려진 중전의 얼굴을 헌이 똑바로 직시했다.

팽팽한 긴장감 속에서 겁에 질린 그녀의 눈동자를 정확하게 마주친 그 순간.

“아.”

헌은 무언가 머리를 세게 얻어맞은 듯한 충격과 함께 더는 달릴 수가 없었다.

띵, 하는 소리와 동시에 귀에서는 찢어지는 이명이 들렸고 눈앞이 순식간에 뿌예졌다.

‘대체…… 저것이 무슨……!’

이내 자신의 것인 듯한 목소리가 이명을 뚫고 메아리처럼 번졌다.

그리고 깜깜한 어둠뿐이던 눈앞에 거짓말같이 한 장면이 그려지고 있었다.

일 년 전, 모처럼 풍등제가 열려 백성들의 얼굴에 웃음꽃이 피었던 날.

헌은 여느 때와 다름없이 잠행에 나섰다가 뜻밖의 얼굴을 마주한 헌은 지금 이 순간처럼, 두 다리가 얼어붙은 듯 앞으로 더 나아가지 못했다.

‘중전마마……?’

감히 이곳에서는 안 될 얼굴을 발견했기 때문에.

그리고 그 사람이 감히 해서는 안 될 행동을 하고 있었기 때문에.

“중전과…… 김 도령이었어……!”

헌은 번쩍 눈을 떴다.

오색 빛의 찬란한 풍등 아래에서 다정하게 입술을 맞추고 있었던 중전과 김 도령의 모습.

그것을 보고 충격을 받은 헌이 황급히 중전의 뒤를 미행했던 것이었다.

정신을 차린 헌이 번쩍 눈을 떴다.

그러자 저 멀리 치맛자락을 휘날리며 김 도령과 멀어져가는 중전의 뒷모습을 바라보며 입술을 악물었다.

그 모습 위로 일 년 전, 공격을 당하고 쓰러진 자신이 바라보았던 두 사람의 뒷모습이 포개지기 시작했다.

그때도 딱, 저 눈동자로 자신을 힐끗거렸던 중전.

헌이 잃어버린 기억을 되찾은 순간이었다.

“저하! 괜찮으시옵니까!”

“저쪽이다……! 얼른 잡아라!”

이쪽으로 모두 몰려든 호위대들이 황급히 헌을 부축했고, 헌은 김 도령을 가리키며 굽혔던 허리를 폈다.

기억을 모두 찾은 그는 온몸의 털이 쭈뼛 서는 것만 같았다.

‘중전이 맞았어. 소진이의 기억이…… 모두 맞았어……!’

혼몽해지던 자신을 품에 안고 정신을 차리라며 소리치던 소진의 모습도 떠올랐다.

그날의 중전과 김 도령의 옷차림까지 모두 선명하게 기억이 나고 있었다.

무너질 것만 같던 두 다리에는 어느새 초인적인 힘이 실렸다.

멀어졌던 두 사람과의 거리가 점점 좁혀져 가던 그때.

“……!”

저 멀리 소진이 호위무사와 함께 정확하게 김 도령과 중전의 앞을 가로막은 채 서 있었다.

“소진아!”

헌이 그녀를 발견하고 그녀의 이름을 힘껏 외치자, 소진이 양팔을 벌린 채 중전에게 도리질을 했다.

“이제 멈추십시오, 중전마마!”

앞은 소진이, 뒤는 헌이 가로막고 있어 더는 움직일 수 없는 두 사람이었다.

그때, 중전이 소진을 밀치고 달아나기 위해 아기를 더욱 세게 품에 안고서 한 걸음을 내디뎠는데.

“아기가…… 울지 않습니까!”

“……!”

“아기가 아파서…… 얼굴이 새빨개져 있습니다. 더는 아니 됩니다. 그러다 아기가 경기라도 하면 큰일이지 않습니까?”

소진의 말에 중전은 더 움직일 수 없었다.

그러자 김 도령이 그녀를 자신의 뒤로 숨기며 헌과 맞섰다.

“중전마마와 아기씨는 살려준다고 약조하면……!”

“…….”

“스스로 잡히겠다.”

그 말에 헌이 거칠게 숨을 몰아쉬며 그들의 앞으로 휘적휘적 다가갔다.

뒤늦게 달려온 김 도령의 무사들이 두 사람을 보호하려 했지만, 호위대에게 생포당해 다가갈 수가 없는 상태였다.

이제 모든 것이 끝났다고 직감한 중전은 두 눈을 지그시 감은 채 서 있을 뿐이었다.

“스스로 잡혀?”

헌은 김 도령의 말꼬리를 잡으며 이죽거렸다.

“네놈이 죄를 인정하고 스스로 무릎을 꿇을 기회는 숱하게 많았다.”

“……!”

“하지만 지금 여기까지 끌고 온 건, 네 선택이 아니었더냐?”

점점 더 포위망을 좁혀오는 탓에 김 도령과 중전은 서로만을 의지한 채 딱 달라붙어 있을 수밖에 없었다.

“스스로 죄를 인정할 기회는 이미 사라지고 없다.”

“……!”

“너희 둘은 끝끝내 죄를 인정치 않고 도망을 치다가, 우리에게 잡힌 것이다. 하니 그따위 말로 너희의 죄를 조금이라도 씻으려 하지 말아라.”

헌이 그 말을 뱉어내자마자 중전이 갑자기 헌을 똑바로 직시하며 세차게 소리쳤다.

“너 역시 네 아비와 같은 병을 앓고 있다는 걸 다른 이들은 알고 있느냐? 이것 모두 다, 네가 나를 궐에서 내쫓기 위해 설치한 덫임을 내가 모를 줄 알고?!”

뜻밖의 외침에 공기가 순식간에 반전되었다.

소진도 미간을 구긴 채, 헌을 바라보았다.

“일 년 전, 네가 나를 보았다고?!”

“…….”

“어디서? 무엇을 하다가?”

무언가 믿는 구석이라도 있는 듯, 중전은 좀 전과 달리 당당한 태도로 헌의 앞에 섰다.

“그날 내가 여기 김 도령과 손을 잡고 달아나는 것을 보았다고 하였지.”

“…….”

“하면 왜 곧장 나를 추궁하지 않았던 것이지?!”

순간, 윤현과 소진의 눈동자가 예민하게 떨리기 시작했다.

‘이를 어쩌지……! 중전이 세자 저하의 기억 소실증을 알아버린 것이야!’

그것을 집요하게 물고 늘어져 상황을 뒤집어보려는 중전의 술수가 눈에 뻔히 보였다.

“다 거짓이니 그러지 못했던 것이겠지! 한 규수, 저년과 꾸미고 나를 몰아내기 위해 추국청에서 거짓말을 지껄인 것이겠지!”

“그, 그건……!”

“네년은 닥치고 있거라! 내가 왜 지금 이 자와 함께 죄인 취급을 당하며 몸을 숨겨야 하는지, 세자!”

“……!”

“네가 설명해 보아라.”

그러자 헌이 느긋하게 중전의 앞에 멈춰섰다.

그의 붉은 입술이 곧 진득하게 벌어졌다.

“네가.”

“……!”

“이자와 입술을 맞추고 있었지.”

헌의 말에 중전의 얼굴은 순식간에 차갑게 질려버렸고 소진의 눈은 동그래졌다.

“붉은색과 개나리색의 풍등 아래에서 애틋하게 서로를 응시하다가 입을 맞추었지.”

“뭐……?”

“자주색 치마와 푸른색 장옷을 뒤집어쓴 너와 옥빛 도포를 입고 갓을 쓴 이 자가, 아주 진하게.”

“……!”

“더 소상히 말해주랴?”

낮고도 차가운 헌의 목소리에 중전은 아무런 대꾸도 할 수 없었다.

소진은 그저 놀란 얼굴로 헌을 바라보고 있을 뿐이었다.

“지금 이 순간부터 단 한 마디도 지껄이지 말아라.”

“…….”

“쓰레기 같은 네년의 멱살을 당장에 쥐고 흔들어 뺨이라도 갈기고 싶은 심정이지만!”

부들부들 떨며 거세게 소리치던 헌은 한껏 겁에 질려 숨이 넘어갈 듯 울어대는 갓난아기를 바라보다가 중전에게서 한 걸음 물러났다.

“네 품에 안긴 이 갓난이가 무슨 죄가 있겠나 싶어.”

“……!”

“혼신의 힘을 다해 참고 있는 중이니.”

그 말을 끝으로 헌은 참담한 얼굴로 호위대에 고갯짓을 한번 해 보였다.

그러자 그들이 우르르 달려와 중전과 김 도령을 포박했다.

끝내 그들을 잡았지만.

이 악의 무리를 결국, 손아귀에 넣었지만.

왜 눈물이 나는 것인지.

“…….”

뒤돌아선 헌의 뺨 위로 뜨거운 눈물이 뚝, 뚝 흐르고 있었다.

“저하…….”

소진이 황급히 그의 곁으로 다가가 헌을 부축했다.

그러자 헌은 쓰러지듯 소진의 품에 안겨 참았던 눈물을 토해냈다.

“소진아…….”

“……!”

“모든 것이…… 허무하구나……!”

“저하.”

“이렇게 해도 억울하게 눈감은…… 내 어머니는…… 살아 돌아오지 못하는…… 것이겠지.”

지독한 슬픔에 휩싸인 헌을 소진이 꽉 끌어안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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