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5. 내 사람을 지키는 법.
2021.11.05.
헌이 화들짝 놀라며, 말에서 뛰어내렸다.
그러곤 순식간에 헌의 호위대가 쓰러진 보은군과 헌을 감쌌다.
“마마, 괜찮으십니까!”
“보은군! 정신 차려 보거라, 보은군!”
그때, 보은군과 함께 나타난 보은군의 무사들이 헌의 호위대와 합세해 김 도령의 세력을 제압해 나가기 시작했다.
점점 밀려나던 헌의 호위대는 활기를 되찾아 전세를 역전 시켰다.
싸움은 호위대와 보은군의 무사에게 맡겨둔 채, 헌은 서둘러 부상을 입은 보은군을 감쌌다.
붉은 피가 헌의 팔에 흥건히 묻기 시작했다.
피를 발견한 그의 얼굴에 금이 갔다.
“뭣들 하느냐! 보은군을 데리고 서둘러 궐로 돌아가야겠다!”
등 쪽에 큰 상처를 입은 보은군은 거칠게 숨을 몰아쉬며 힘겹게 눈을 감고 있었다.
“보은군! 보은군, 정신 차려야 한다! 응?!”
자신을 대신해 칼을 맞은 아우였다.
말로 형용할 수 없는 뜨거운 감정이 가슴을 뚫고 목구멍으로 밖으로 치밀고 있었다.
헌은 부들부들 떨며 피를 흘리는 보은군을 끌어안았다.
“미안하다……! 미안하구나……!”
“저, 저하…….”
언제나 보은군은 제게 있어 위협을 가하는 존재라 여겼었다.
해서 ‘형님!’ 하고 살갑게 저를 부르며 해맑게 웃던 보은군을 내내 밀어낸 채 살아왔었다.
수론 파인 자신과는 명백히 반대되는 화론 파였던 그라고 생각했으니까.
하지만 아니었다.
그것은 자신의 오만한 착각이었고 단 하나뿐인 형제 사이를 영영 갈라놓을 위험한 오해였다.
보은군은 언제나 헌의 뒤를 그림자처럼 맴돌던 충신이었고.
언제나 자신을 싸늘하게 대하는 그를 마음에서 놓지 않던 착한 아우였다.
그 사실을 알면서도 애써 부정하고 눈을 감은 채 그를 밀어냈던 것은 헌이었다.
연신 미안하다며 중얼거리는 헌을 향해 보은군이 느리게 눈을 떴다.
말을 하기가 버거운 듯, 입을 벙긋거리던 그의 얼굴이 고통으로 일그러졌다.
그러자 헌이 그를 더욱 보듬으며 입술을 짓씹었다.
“나 때문에 네가…… 나 때문에…….”
어느새 헌의 눈시울이 붉어져 갔다.
그리고 피를 철철 흘리던 보은군은 애써 엷은 미소를 띠며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
“미안해하지…… 않으셔도…… 됩니다, 저하.”
“보은군…….”
그 말에 헌의 커다란 눈에 뜨거운 눈물이 그렁그렁 맺혔다.
그와 모처럼 시선을 마주한 보은군이 다시금 입술을 달싹였다.
“소인은…… 저하를 지킬 수 있어 기쁩니다…….”
그 말과 함께 헌의 손을 꼭 쥐고 있던 보은군의 손이 힘없이 툭 떨어졌고.
동시에 헌의 가슴도 아프게 내려앉고 말았다.
“보은군……! 보은군!”
헌의 처절한 비명이 아수라장이 된 싸움판을 세차게 갈랐다.
자신의 아우인 보은군은, 적이 아니었다.
유일하게 끝까지 제 곁을 지킬 자신의 사람이었다.
‘보은군은…… 나의 사람이오. 내가 내 사람을 지킬 수 있게…… 아무 탈 없이 보은군이 눈 뜰 수 있게 해주시옵소서…….’
그리고 그 사실을 너무 늦게 깨달아버린 헌이었다.
* * *
“뭐…… 뭐?!”
보은군이 치명적인 부상을 입고 사경을 헤매고 있다는 소식은 민 소용의 처소에도 닿았다.
동이 터, 아침이 밝아올 무렵이었다.
민 소용의 얼굴이 죽은 사람의 것처럼 창백하게 질려갔다.
“다시…… 다시 고하거라.”
“마마……. 흑흑…….”
“다시 고하라 하지 않느냐!”
잘 못 들은 것이 아닌 줄 알면서도 민 소용은 상궁이 고한 말을 부정하고, 또 부정했다.
“보은군 마마께서…… 큰 부상을 입으시고…… 사경을…… 사경을…….”
차마 말을 잇지 못한 상궁은 그저 고개를 조아린 채 눈물을 뚝뚝 흘렸다.
민 소용은 넋이 나간 채로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녀는 위태롭게 비틀거리고 있었다.
“마마!”
상궁이 황급히 그녀를 부축했다.
“……중궁전과 맞서다 그리되었다고?”
“…….”
“내 아들을…… 그리 만든 자가…… 중궁전 세력이라고?!”
민 소용의 얼굴이 눈물로 엉망이 되어갔다.
그녀는 그렇게 소리치며 상궁의 손을 뿌리쳤다.
이미 삶의 이유를 잃은 듯한 얼굴로 민 소용이 휘적휘적 처소를 벗어났다.
“마마! 마마! 아니 되옵니다!”
민 소용이 향하려는 곳이 어디인지 짐작이라도 한다는 듯, 상궁이 다급하게 그녀를 막아섰다.
그러자 민 소용은 처소가 떠나가라 소리를 질렀다.
“비키지 못해?! 감히 내 아들을 다치게 해?! 절대 용서하지 못한다!”
그때였다.
반쯤 정신이 나간 사람처럼 고래고래 소리지르던 민 소용의 앞으로 민추환이 터벅터벅 걸어왔다.
자신의 아버지인 그를 보자마자 민 소용은 불같이 화를 냈다.
“여기가 어디라고 발걸음 한 것입니까! 보은군에게 미안하지도 않습니까!”
민 소용은 이 모든 사달의 원인이 민추환에게 있다고 생각했다.
결국, 민추환이 사병을 내놓지 않아 보은군이 직접 자신의 무사들을 이끌고 가다 화를 당한 것이었기에.
그녀의 울부짖음에 민추환은 아무런 대답도 하지 못한 채, 입술만 씹고 있었다.
“내어주지 그랬습니까! 그깟 사병이 뭐라고……! 영의정 대감도 이미 보유하고 있는 사병을 다 드러내놓은 판에 무엇이 두려워!”
“…….”
“무엇이 욕심이 나서 사병을 내어주지 않은 것입니까!”
털썩, 민 소용이 흙바닥 위에 주저앉고 말았다.
궁녀들이 서둘러 그녀를 부축했지만, 민 소용은 그 손을 모두 뿌리쳤다.
“죽을 것입니다! 우리 보은군이 잘못되기라도 한다면……! 나는 죽을 것이에요!”
그러자 민추환이 착잡한 얼굴로 민 소용의 앞으로 다가가 무릎을 구부렸다.
“미안합니다, 마마.”
“……처음 후궁으로 입궐할 때. 제가 아버지께 했던 말…… 기억합니까?”
민 소용이 눈물을 뚝뚝 흘리며 민추환을 힘겹게 바라보았다.
그러자 민추환이 느리게 고개를 끄덕였다.
“마마께서…… 그러셨지요.”
“…….”
“나의 인생을 포기하고 입궐하는 대신…… 내 사람만큼은 목숨을 내어놓아서라도 지키리라고요.”
“보은군은 내 목숨과 맞바꿔도 아깝지 않을 내 자식입니다. 한데 어째서…… 그 위험한 곳에 보은군을 혼자 밀어 넣은 것입니까.”
“나 역시 지키기 위해 그리 하였습니다.”
민추환의 대답에 민 소용이 원망 가득한 눈으로 그를 응시했다.
“아버지께서 지키려 한 것은 우리 보은군이 아니지 않습니까?”
“마마.”
“보은군을 앞세워 화론 파를 지키려 한 것이겠지요. 권세를, 부귀를 놓지 못해 결국 보은군을 저리 만든 것이 아닙니까!”
“…….”
“그게 염려가 되어…… 점점 영의정보다 더한 욕심을 품는 아버지가 걱정이 되어.”
“…….”
“우리 보은군을 수론 파 대감의 여식에게 장가보내려 했습니다.”
민 소용의 고백에 민추환의 가슴이 뜨끔 하는 듯했다.
그는 힘겹게 말을 이어가는 민 소용을 참담한 심정으로 바라보았다.
“그리하면 아버지께서 우리 보은군을 좀 놓아주실까, 욕심을 내려놓고 손주의 행복한 앞날만을 위해 뒤를 봐 주실까.”
“…….”
“오죽하면 보은군이 그토록 바라던 한 규수와 연을 끊어놓고 바라지도 않는 수론 파 여식과 이어주려 했겠습니까?”
할 말이 없었다.
민추환은 그저 고개만 숙인 채, 입술을 꾹 다물고 있었다.
“이대로 좌시하지 않을 것입니다.”
“마마.”
“아버지께서 우리 보은군을 지키지 못해, 저리 만드신 것이니…… 이젠 제가 나설 것입니다.”
“어찌하시려고요.”
민 소용은 비틀거리며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녀의 눈빛은 독이 오를 때로 잔뜩 오른 맹수의 것과 같았다.
“네 자식 소중하면 내 자식도 소중한 법이지.”
“……?”
“내 자식을 건드린 죗값을 치르게 할 것입니다.”
곧, 민 소용은 민추환을 손을 뿌리친 채 서둘러 걸음을 옮겼다.
* * *
한편, 잠깐 집에 들렀다가 다시 헌의 부름으로 입궐을 하는 소진의 낯빛이 어두웠다.
보은군의 부상 소식을 전해 들은 것.
“괜찮으셔야 할 텐데…….”
사경을 헤매고 있단 보은군의 소식에 마음이 편치가 않았다.
그가 다친 것이 꼭, 자신 때문인 것 같았다.
자신이 어제, 보은군에게 도와달라 채근대지만 않았어도 일어나지 않을 비극이었다.
그가 그렇게 된 것이 오롯이 제 탓인 것 같아 그에게 죄스러운 마음이 가시질 않았다.
곧 굳은 얼굴로 그녀가 옷을 갈아입고 별채를 나섰다.
“괜찮으셔야 합니다, 대감……. 괜찮으셔야…….”
무거운 마음으로 그렇게 읊조리던 소진은 별채 앞에서 자신을 기다리고 있던 최 씨 부인을 발견했다.
“어머니.”
“입궐하는 것이지?”
그녀가 양손 가득 무언가를 들고 있었다.
“예…… 한데 무엇입니까?”
“같이 가자꾸나.”
“예?”
같이 가자는 말에 소진의 눈이 조금 커졌다.
그리고 별채로 숙자 역시 양손 가득 보따리를 든 채, 들어서고 있었다.
“아씨! 서둘러 가요.”
“그것들이 다 무엇이야……?”
소진이 어깨를 축 늘어뜨린 채, 최 씨 부인의 앞으로 다가갔다.
“궐문 앞에…… 백성들이 궐문을 지키겠다고 모여 있다며.”
“……아, 예. 한데.”
“밤새 힘쓰느라 배를 곯았을 텐데, 끼니라도 제대로 챙겼겠느냐?”
“아.”
최 씨 부인의 말을 잠자코 듣고 있던 숙자가 말을 보탰다.
“모두 세자 저하를 위해 모인 백성들이 아닙니까. 해서 마님께서 그들에게 챙겨 먹일 주먹밥과 전 몇 장 부치라고 하셔서…… 준비했습니다.”
소진이 먹먹한 눈으로 최 씨 부인을 돌아보았다.
밤새, 한숨도 못 자고 음식을 만든 듯 그녀의 얼굴이 조금 피곤해 보였다.
“그들이 궐문을 막지 못하고 적들에게 뚫리게 된다면 너와 대감, 그리고 세자 저하 모두 위험해지는 것이 아니겠느냐.”
“어머니…….”
“조선 전체가 악의 손에 좌지우지되는 것은 막아야지. 나의 사람들과 우리 모두를 지키기 위해서…… 나도 뭐라도 해야 하지 않겠니?”
그 말에 소진은 참고 있던 눈물을 뚝, 뚝 흘리고 말았다.
그녀의 눈물에 최 씨 부인은 모든 걸 다 안다는 듯이 소진을 보듬었다.
“소진아…….”
“어머니……. 흑…… 흐윽…….”
“네 탓이 아니야…… 응?”
최 씨 부인은 소진의 등을 따스하게 토닥여주었다.
“네가 나서서 대감에게 도움을 청하지 않았어도…… 대감은 기꺼이 저하를 위해 그곳을 가셨을 분이야.”
“……어머니.”
“네가 이렇게 죄책감을 느끼며 힘들어하는 것을 알면 대감께서 얼마나 슬퍼하시겠느냐?”
“못 일어나시면 어떡하죠? 눈을 뜨지 못하시면…… 어떡합니까, 어머니?”
겨우 참고 있던 눈물과 보은군을 향한 미안함이 한순간에 터진 것이었다.
최 씨 부인의 품에 안겨 꺼이꺼이 우는 소진을 바라보며 숙자도 눈가를 훔쳤다.
“그럴 일 없어. 반드시 일어나실 거야. 보은군 대감은 언제나 강인한 분이셨잖니.”
“……다 나 때문인 것 같아서. 나 때문에 그렇게 되신 것 같아서. 너무 미안하고 송구스러워, 차마 뵐 면목이 없습니다.”
“그럴수록 네가 힘을 내…… 대감이 지키고자 한 것을 지켜내야지. 응?”
그녀의 말에 소진이 퉁퉁 부은 눈으로 힘겹게 최 씨 부인을 올려다보았다.
“보은군 대감께서 제 몸을 던져 지키고자 하였던 것이 무엇이겠느냐.”
“…….”
“결국, 네가 처음부터 지키고자 했던 것들이 아니겠느냐?”
“……어머니.”
“가엾은 백성들과 네가 끝까지 함께하겠다던 세자 저하. 지켜야지. 이제 보은군 대감께서 깨어나시기 전까지 네가 힘써야지. 응?”
소진은 온몸에 힘을 주어 고개를 끄덕였다.
그러곤 최 씨 부인이 쥐고 있던 보따리를 대신 들며 눈물을 닦아냈다.
“예. 보은군 대감께서 일어나실 때까지 제가 꼭 지켜내고 있겠습니다.”
주먹밥과 찬거리가 가득 든 보따리를 쥔 하인들이 마당에서 소진과 최 씨 부인을 기다리고 있었다.
“가자, 얼른.”
“예, 어머니.”
그들은 애써 무거운 발걸음을 떼, 집을 나섰다.
* * *
“저하…… 소인입니다.”
소진은 보은군이 치료를 받고 있다는 내의원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그쪽으로 오라는 헌의 명에 소진이 착잡한 마음으로 내의원에 도착했다.
곧, 내의원 문이 열리고 내관이 모습을 드러냈다.
“기다리고 계십니다. 드시지요.”
“아…… 예, 감사합니다.”
소진이 꾸벅 허리를 접으며 조심스럽게 안으로 들어섰다.
그러자 한눈에 보아도 슬픔으로 어깨가 축, 처진 헌의 뒷모습이 보였다.
“저하…….”
한약 냄새가 가득한 내의원 안에는 헌과 병상에 누운 보은군 둘 뿐이었다.
소진의 목소리에 헌이 축축이 젖은 눈으로 그녀를 돌아보았다.
“왔느냐.”
“대감께서는…… 차도가…….”
파르르 몸을 떨며 소진이 헌의 곁으로 다가왔다.
그러자 헌이 마른세수를 하며 여전히 눈을 꼭 감고 있는 보은군을 내려다보았다.
“고비는 넘겼다고 하는데……. 언제 깨어날지는……. 피를 너무 많이 흘리기도 하였고 치명상을 입은 탓도 있고.”
“어떡해…….”
울지 않으려 했는데, 소진의 눈가에 어느새 눈물이 그렁그렁 맺히고 있었다.
헌은 그녀를 말없이 안아주었다.
“네 탓이 아니다, 소진아.”
“……다들 그렇게 위로를 해주지만, 위로가 되지 않습니다.”
“소진아.”
“제가 보은군 대감의 등을 떠밀었습니다. 해서 보은군 대감이…….”
그 말에 헌이 가만히 그녀를 품에서 놓으며 허리를 굽혔다.
“하면 내 탓인 거지…….”
“저하.”
“네 등을 떠민 것은 나이지 않으냐.”
“아닙니다. 제가 그러자고 한 것입니다.”
“네가 나를 지키기 위해 그런 것인데, 어찌 네 탓이라 하겠느냐.”
헌이 그녀의 등을 토닥이며 그 역시, 슬픔을 꾹꾹 밀어 넣고 있었다.
“나를 좀…… 안아 줄 수 있겠느냐.”
그의 목소리가 한없이 슬펐다.
자신과 같은 죄책감을 지니고 있을 헌이 안타까웠다.
소진이 천천히 고개를 끄덕이며 그를 끌어안아 주었다.
“보은군에게 미안해…… 얼굴을 들 수가 없다.”
“…….”
“내내 경계하고 이유 없이 미워하고…… 내치기만 하던 내가 원망스럽지도 않는지 어찌 몸을 날린 것일까.”
헌의 말에 소진이 그를 더욱 꽉 보듬으면서 힘겹게 입술을 열었다.
“하나뿐인…… 형이지 않습니까.”
소진의 대답이 헌의 어지럽던 머릿속에 불을 켜는 듯했다.
그가 한 대 세게 맞은 얼굴로 소진을 물끄러미 내려다보았다.
“하나뿐인…… 형이라…….”
소진이 엷은 미소를 띤 채 살며시 고개를 끄덕였다.
“세자 저하이시기 전에 대감의 유일한…… 형님이 아닙니까.”
“……!”
“식구는 그런 것입니다.”
“소진아…….”
“이유도 까닭도 없이, 몸을 던져 지켜내는 것. 보호하는 것. 그리고 편이 되어주는 것.”
“……아.”
그녀의 말이 이어질수록 헌의 눈가도 점점 젖어갔다.
“그것이 내 사람이고 내 편인…… 식구가 아니겠습니까.”
내 사람, 내 편. 그리고 식구.
언제나 자신에게는 생소하기만 했던 말들이었다.
헌은 착잡한 마음으로 여전히 눈을 감고 있는 보은군을 돌아보았다.
“나의 아우…… 나의 편…… 그리고 나의 식구.”
그 말을 읊조리던 헌이 가만히 보은군의 손을 따스히 잡아주던 그때.
내의원 밖에서 상선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저하……. 민 소용 마마께서…… 드셨사옵니다.”
보은군의 생모인 민 소용이 내의관을 방문한 것이었다.
소진이 황급히 헌에게서 물러나며 고개를 조아렸다.
“대감을 뵈러 오셨나 봅니다. 하면 소인은…….”
그리고 이어서 들려온 민 소용의 목소리에 헌과 소진의 몸이 조금 굳었다.
“저하, 간곡히 청이 있사옵니다! 옥에 갇힌 중전마마를 뵙게 해주시옵소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