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29. 소진의 선택 (29/125)

29. 소진의 선택

2021.01.08.

소진이 봉희의 방으로 들어와 보니 헌이 막 도착해, 앉아 있었다.

그녀는 보은군과 함께 오게 된 자초지종을 그에게 설명했다.

그러자 헌은 아무 말 없이 고개만 끄덕였다.

“어쩌다 보니 그렇게 되었습니다.”

“흠.”

“해서…… 대감을 밖에 세워 두기가 좀 그런데.”

“…….”

“대감을 안으로 불러서 함께 들어도 괜찮은 이야기일지요……?”

소진은 곤란하다는 얼굴로 방에 먼저 들어와 있던 헌을 향해 물었다.

그러자 헌은 너울을 걷으며 하는 수 없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감사합니다. 하면 잠시만요!”

괜찮다는 그의 고갯짓에 소진은 방을 나섰다.

그러곤 봉희 남편과 함께 있던 보은군에게 다가가 낮게 속삭였다.

“안으로 드셔도 좋답니다.”

“함께 들어도 될 이야기라십니까?”

“예. 그렇다네요.”

봉희 남편은 보은군과 소진을 번갈아 쳐다보다, 대문 앞을 지키고 있는 호위무사의 눈치를 살피며 입을 열었다.

“한데 안에 먼저 든 저분은 누군데?”

“아, 말씀 않으셨니? 봉희를 함께 찾아주고 계신 분이셔.”

“……그래?”

처음 듣는 이야기라는 듯 봉희 남편이 굳게 닫힌 방문을 돌아보았다.

소진은 그런 그를 슬쩍 흘겨보며 팔을 툭 쳤다.

“얘는. 누군지도 모르고 안으로 들였단 말이야?”

“그게 아니라…….”

봉희 남편은 무어라 말을 하려다, 보은군이 쳐다보고 있는 것을 발견하고는 입을 꾹 다물었다.

그러자 보은군은 아무래도 자리를 비켜주어야 할 이야기인 것 같아, 방안으로 걸음을 옮겼다.

봉희 남편이 보은군의 뒷모습을 슬쩍 바라보며 말했다.

“네 정인이라던데?”

“뭐……?!”

정인이라는 말은 뒤돌아선 보은군의 귓가에도 닿았다.

순간, 그의 걸음이 우뚝 멈춰 서고 말았다.

‘정인…….’

꼭 혓바늘이라도 돋은 것처럼 정인이라는 글자를 담는 입안이 껄끄러웠다.

“정인은 무슨 정인이야. 하여튼 간에.”

소진은 헌이 들어 있을 방을 노려보며 씩씩댔다.

“아니야?”

“아니지, 그럼!”

“꽤 높으신 분 같던데……. 한데 정말 저분하고 봉희를 같이 찾는 거야?”

“쉿.”

행여 호위무사가 들을까, 소진은 서둘러 봉희 남편의 입단속을 시켰다.

“응. 저분이…… 누구라고 말할 순 없지만. 아무튼, 봉희를 찾는 데 큰 도움 주실 분이야. 그러니까 앞으로 내가 호위무사를 달고 외출할 때면 종종 집 좀 빌리자?”

봉희 남편은 고개를 끄덕이며 대문 앞을 장승처럼 지키고 서 있는 호위무사를 돌아보았다.

“저 사람의 눈을 피해야 하는 거지? 하면 나는 주방에 숨어 있을게. 이야기 다 끝나면 말해.”

“그래. 고마워.”

소진도 서둘러 방 안으로 향했다.

***

“대비마마, 중전마마께서…….”

대비전 상궁은 채 말을 잇지 못하고서 곁에 서 있는 중전을 힐끔 바라보았다.

결코, 그녀가 좋은 마음으로 이곳까지 걸음을 했을 리가 없다.

요즘 들어 부쩍 대비의 건강이 좋지 않은 탓에, 괜히 중전이 들었다가 그녀의 심신이 악화될까 대비전 상궁은 입술을 악물었다.

그러자 중전이 그런 그녀를 세차게 노려보았다.

“뭐 하는 건가? 속히 고하지 않고? 배가 무거워 잠시도 서 있기 힘든데?”

그 말이 떨어지자마자 중궁전 상궁인 김 상궁이 서둘러 중전의 팔을 부축했다.

“예……. 대비마마, 중전마마 드셨사옵니다.”

하지만 안에서는 아무런 말도 들리지 않았다.

중전의 입술이 비식, 뭉그러졌다.

“대, 대비마마…….”

“…….”

“중전마마 드셨사옵니다.”

대비전 상궁이 다시금 아뢰었지만, 안에서는 묵묵부답이었다.

잠자코 서 있던 중전은 어이없다는 얼굴로 목구멍에 힘을 주었다.

“세자의 국혼과 관련해 긴히 드릴 말씀이 있어 발걸음을 했사옵니다.”

“…….”

“얼굴을 뵙고 말씀드릴 일이니 문, 열어주시지요.”

잠시 후, 문 안에서 대비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뫼시게.”

곧, 대비전의 문이 열리고 중전은 뒤뚱거리며 안으로 들어섰다.

낮잠이라도 자고 있던 모양인 듯, 대비가 ‘끙’ 소리를 내며 앉았다.

“무슨 급한 일이길래 그 부른 배로 먼 곳까지…….”

그러자 중전이 고개를 슬쩍 조아렸다 들며, 김 상궁의 부축을 받아 앉았다.

“멀기는 멀더이다.”

예의라고는 찾을 수 없는 그 말투에 대비가 헛웃음을 터뜨렸다.

“모름지기, 태중 아이를 생각한다면 그 마음 씀씀이를 곱게 먹으셔야지.”

“쾌쾌한 잔소리 듣자고 예까지 온 것 아닙니다.”

“늙은이를 오랜만에 마주하는데, 이 정도 각오도 없이 왔습니까?”

“세자의 국혼.”

“…….”

“간택전 말입니다.”

중전은 대비의 말을 싹둑 자르며 자신의 말만 이었다.

대비는 그런 그녀를 물끄러미 바라보기만 했다.

어디 한번, 내뱉고 싶은 말이 있으면 모조리 뱉어보라는 듯.

중전을 훑는 그 눈빛은 거셌다.

“재간택에서의 과제, 전적으로 대비마마의 주관 아래 정해지는 것이라 들었습니다.”

“한데요.”

“이번 재간택은 저와 상의해 과제를 출제하시지요?”

“오호……, 이제는 세자빈까지 건드리시겠다?”

대비의 얼굴에 싸늘한 조소가 번졌다.

비식, 솟아오르는 그녀의 입매를 바라보던 중전이 손가락을 만지작거리며 입을 열었다.

“아무리 생각해도 형평성에 어긋나는 것 같아서요.”

“형평성이라니? 그래요, 준비해 온 말 있음, 모두 해보세요. 내 다 들어주리다.”

어쩐지 비꼬는 듯한 어투에 중전의 심기가 흐트러졌다.

“대비마마께서 원하시는 세자빈은 영의정의 여식이 아닙니까?”

“……그런데요?”

“한데 그런 마마께서 재간택의 과제를 출제하신다? 이건 누가 봐도 영의정의 여식을 뽑겠다는 말, 아닙니까?”

대비는 그런 중전을 뚫어지라 바라보았다.

부딪힌 두 사람의 시선은 우열을 가릴 수 없을 만큼 치열했다.

“대신들 사이에서는 어떤 말이 오가는 줄 아십니까?”

“…….”

“하긴 이리 먼 곳에 계시니 대신들이 무슨 이야기를 하는지, 조정이 어떻게 돌아가는지도 모르시겠지요.”

“이미 세자빈은 내정되어 있고 나머지는 허수아비일 뿐이다? 그리 말하고 있습니까?”

“잘 아시면서 왜 간택전을 혼자 쥐고 계십니까?”

“하면 중전께서 원하는 규수는 누구입니까?”

“…….”

“내 그 규수를 삼간택까지 올려드리지요. 어차피 대신들 사이에서 짜고 치는 간택이라는 말이 나도는데…… 이제 와서 무슨 수습을 할까?”

그렇게 말하며 대비는 재미있다는 듯 호호호, 웃었다.

그 웃음에 중전은 어처구니없다는 듯이 정색하며 말문을 열었다.

“저 또한 영의정의 여식을 원한다면요?”

“……뭐요?”

대비의 주름진 이맛살이 세차게 구겨졌다.

“간택에서 떨어지길.”

“……!”

“그러니 재간택 과제, 함께 출제하시지요.”

이미 소리 없는 정쟁(政爭)은 시작된 것이었다.

***

“뭐라고요……?! 중전마마께서요?!”

어젯밤, 자신을 습격한 자객의 배후가 중전이라는 말에 소진은 소스라치게 놀라고 말았다.

물론 곁에서 그 이야기를 듣던 보은군도 흠칫 놀라며 헌을 올려다보았다.

하지만 보은군은 놀라기도 잠시 그 일을 헌이 어찌 알고 있는 것일까, 의문이 들었다.

“어째서…… 왜.”

“낭자가 재간택에서 떨어지길 바라는 마음으로 그리하셨겠지요.”

“확실……한 것입니까?”

“설마 확실치도 않은 유언비어를 왕세자인 내가 퍼뜨리겠습니까? 푸른 수술이 달린 검집.”

“아……?”

“중전이 비밀리에 만든 호위대가 쓰는 것입니다.”

헌은 희미하게 웃으며 보은군을 돌아보았다.

마치 그 눈빛은 내가 너보다 한 수 위다, 하는 것 같아 보은군은 마음이 편치 않았다.

“한데 그걸 어찌 저하께서…….”

보은군은 조금 가라앉은 얼굴로 헌을 향해 물었다.

그러자 헌은 소진을 돌아보았다.

소진 역시, 조금 의아하다는 듯이 그를 바라보고 있었다.

“사실은 낭자께서 재간택 명단에 올랐다는 이야기를 듣자마자 중궁전에 사람을 붙였습니다.”

“아.”

“아무래도 낭자의 재간택을 달가워하지 않을 사람인 것 같아. 행여…… 일이라도 꾸며 낭자에게 해를 입히지는 않을까, 미리 손을 써두었지요.”

중전이 아무런 일도 벌이지 않았더라면 지금 헌의 말을 믿지 못했을 수도 있었다.

하지만 헌의 말대로 정말 중전이 일을 꾸민 것이었고 그 때문에 자신이 다칠 뻔하였으니까.

중전이 어린 나이에도 불구하고 호락호락한 여인이 아니라는 것을 영의정을 통해 얼핏 들은 적이 있었다.

소진은 깊이 생각에 잠긴 얼굴로 고개를 끄덕였다.

“보은군이 때마침 그곳을 지나다 자객을 발견하고는 낭자를 도왔다지요.”

“아, 예…….”

헌은 보은군을 돌아보며 피식, 웃었다.

“고맙네. 하마터면 낭자를 재간택에서 못 볼 뻔하였으니.”

그 말에 꼭 가시가 있는 것 같아 보은군은 못내 마음이 불편했다.

자신의 여인이니 넘보지 말라고 다시금 경고하는 듯했다.

“재간택이 문제입니까. 낭자께서 다치기라도 했으면…….”

보은군은 그렇게 대꾸하며 슬쩍 헌의 시선을 피했다.

“그게 순서가 아닌 줄 알면서도 재간택이 신경이 쓰였던 것은 사실이니까.”

“…….”

“간밤의 일로 낭자께서 세자빈이 되지 못했을 거라 생각하면 눈앞이 아찔해지거든.”

보은군은 다시금 헌을 돌아보았다.

헌은 이미 그를 싸늘한 시선으로 응시하고 있었다.

헌과 보은군은 서로를 무감한 얼굴로 마주 보고 있었지만, 그 속은 불같이 타오르고 있을 테였다.

하지만 소진은 타오르는 두 사내의 속도 모른 채, 그 사이에 앉아 잔뜩 심각한 얼굴만 하고 있었다.

“중전마마께서…… 그리하셨다…….”

이 일을 곧장 영의정에게 고하여야 할까, 소진은 고심에 빠졌다.

과연 자신의 아버지는 이번 일을 세상에 드러내, 중전에게 다시는 제 가문을 건드리지 말아라 경고를 하실까?

하지만 자신이 생각하는 영의정은 결코, 그렇게 대처할 인물이 아니었다.

아무래도 이 일을 빌미 삼아 중궁전의 발목을 쥐고 있을 터였다.

간택이 무사히 끝날 때까지 쉬쉬하며 이번 일을 우선 숨길 사람이었다.

‘아니야, 이렇게 끝내서는 안 돼. 어차피 쥐고 있을 패면 내가 쥐고 있는 게 낫겠어.’

어쩌면 봉희의 실종과 중궁전이 관련이 있다면, 이번 일은 소진이 알고 있는 것이 나을 것 같았다.

“저하, 혹 이번 일을 제 아버지께 고하실 것입니까?”

소진의 물음에 서로를 뚫어지라 응시하던 두 사내의 시선이 떨어졌다.

“어찌할까요? 우선 그 이야기를 듣자마자 낭자께 온 것입니다. 물론 중궁전은 제가 알고 있다는 사실을 알고 있고요.”

그 말에 보은군이 천천히 고개를 저었다.

“아……. 한데 영의정 대감께도 고하여야 하지 않겠습니까? 그래야 낭자를 보호할 수 있을 것 같은데.”

“모르는 소리. 중전께서 또 영의정의 사가에 자객을 보낸다고?”

“하지만…….”

“내가 안 이상, 더는 낭자를 건드리지 못할 것이다.”

헌은 보은군의 의견을 단칼에 자르며 차갑게 대꾸했다.

그러자 그 말에 어느 정도 동의한다는 듯 소진이 고개를 주억거렸다.

“예. 더는 중전마마께서 무언가를 하시지는 않을 것 같고……. 하면 말입니다. 이것은 저만 아는 것으로 하면 아니 될까요?”

“좋은 비책이라도 있으십니까?”

소진의 말에 헌이 흥미롭다는 듯 미소를 지으며 물었다.

“아직은요. 하지만 요긴하게 쓰일 때가 있을 것 같습니다. 아버지께 말했다가는 그저 중궁전의 약점을 쥐는 것으로 쓰실 테니까요.”

“그렇겠지요……. 참, 그리고 벗과 관련된 소식도 가지고 왔습니다.”

벗이라는 말에 소진과 보은군의 눈이 동시에 커졌다.

“찾았습니까?!”

“아직 찾지는 못하였고 중궁전에 있는 것이 확실하다니.”

“…….”

“궐 안 궁녀들의 출입과 한양을 빠져나갈 수 있는 도성문, 그리고 청국을 오가는 배편을 더욱이 감시하라 일렀습니다.”

“아…… 감사합니다.”

“낭자께서 용모화를 그려주면 본격적으로 수소문해볼 생각이니, 벗에 대한 걱정은 조금 덜어도 괜찮을 것입니다.”

이토록 헌이 자신의 일을 신경 써주니 그저 고마울 따름이었다.

소진은 조금 먹먹한 눈길로 헌을 올려다보다, 그를 향해 고개를 조아렸다.

“감사합니다. 나라 안팎의 일로 바쁘실 텐데 저까지 이리 신경 써주셔서.”

소진은 헌을 향해 예를 갖추어 인사를 올리며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러자 보은군도 그녀를 따라 느리게 몸을 움직였다.

“속히 환궁해보셔야 하지요?”

“……아.”

“번거롭게 직접 나오셔서 전해주실 것까지는 없었는데…….”

“그렇다고 아무에게 전하라 할 순 없는 일이라.”

“예. 마음 써주셔서 고맙습니다, 저하. 바쁘실 텐데 얼른 돌아가 보십시오.”

그런데 어쩐지 헌의 움직임이 더디기만 하다.

그는 하는 수 없이 자리에서 일어는 났지만, 보은군과 소진의 눈치를 살피고 있었다.

“저희가 먼저 나갈 테니 저하께서는 뒤에 나오시면 됩니다.”

원래 이 이야기만 빨리 전해주고 돌아갈 생각이었다.

모처럼 나온 잠행이긴 했지만, 오늘은 빨리 환궁해 밀린 서책을 볼 요량이었는데.

“한데 보은군은 곧장 환궁하지 않고?”

“아, 저는…… 소진 낭자와 갈 곳이 있어서.”

“……갈 곳?”

헌의 눈썹이 적나라하게 일그러졌다.

“선약이 있었던 것인가.”

그는 그렇게 되물으며 소진을 돌아보았다.

그러자 소진은 고개를 절레절레 저으며 두 손을 모았다.

“선약은 아니고 저하를 만나러 오는 길에 대감을 만난 것이라…….”

소진의 말이 떨어지자마자 헌은 무릎을 탁, 쳤다.

“하면 내가 선약인데.”

“……예?”

“나 역시, 낭자와 갈 곳이 있습니다만.”

사실 갈 곳은 딱히 없었다.

“저랑요……? 어딜.”

하지만 이대로 소진을 보은군의 손에 보내기 싫었다.

갑작스러운 헌의 말에 보은군은 저도 모르게 얼굴을 찌푸렸다.

그는 소진과 봉희 이야기도 하며 모처럼 편안하게 담소를 나눌까 싶어 소진을 찾은 것이었다.

또한, 자신의 출궁 소식도 전하고 자신이 앞으로 지낼 거처지도 그녀에게 소개해주고 싶었는데.

갑작스러운 헌의 방해가 달갑지 않았다.

“저하께서는…… 오후 강습이 있지 않으십니까?”

“네가 내 일정에 관심이 많을 줄은 몰랐는데.”

“아.”

“오늘은 미루고 출궁한 것이다.”

“…….”

“하면 가시지요. 재간택에 올라 간택 수업 듣기도 빠듯했을 것이니, 탁 트인 곳에서 말이라도 타면 좀 마음이 시원해지지 않겠습니까?”

헌은 그렇게 이야기하며 소진의 곁에 서 있는 보은군을 슬쩍 밀쳤다.

하지만 보은군도 이상하게 지고 싶지 않았다.

“호위무사도 대동하였는데 어찌 저하께서 낭자와 말을 타신다 하십니까?”

“…….”

“오늘은 그냥 돌아가시는 것이 좋을 것 같습니다, 저하.”

그러면서 보은군이 다시 소진의 옆자리를 차지했다.

“보은군, 네가 지금 뭘 착각하는 모양인데. 내가 선약이다.”

“하오나 오늘은 피치 못할 상황이지 않습니까?”

“나는 안 되고 너는 된다?”

“그런 것이 아니오라.”

“하면 네가 낭자와 함께 종일 붙어 다니면 호위무사가 뭐라 생각하겠는가.”

“처음부터 없던 저하께서 갑자기 이 집에서 나타난다면…… 그게 더 해괴할 것 같은데요.”

“보은군……!”

두 사내가 갑자기 왜 이러는 것인가, 소진은 서둘러 두 사람을 떼어 놓았다.

“형제끼리 사이좋게 지내셔야지요. 다 큰 사내끼리 왜 다투십니까.”

저 때문에 벌어진 싸움인지도 모르고 그녀는 재미있다는 듯 두 사내를 번갈아 쳐다보며 웃었다.

그러자 보은군이 슬쩍 소진의 손목을 잡아끌며 말했다.

“낭자께서 선택하는 것으로 하지요. 누구와 함께 갈 것입니까?”

그의 말에 이번에는 헌이 그녀의 반대편 손을 쥐며 보은군의 말을 가로챘다.

“내가 선약이라고 했습니다만.”

보은군과 헌은 소진을 사이에 두고 다시금 불같은 시선을 주고받았다.

그러자 곧, 그 사이에 불편한 얼굴로 서 있던 소진이 입을 열었다.

“저는……!”

순간, 보은군과 헌의 시선이 동시에 소진에게 향했다.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