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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 속살을 드러낸 사이니까. (23/125)

23. 속살을 드러낸 사이니까.

2020.12.18.

“어머나.”

놀라 굳어버린 소진은 그대로 멈칫했다.

그녀의 손에서 스치듯 종이가 날아가 버렸지만 헌이 곧, 잡아챘다.

“여기, 이것.”

목석처럼 딱딱하게 굳어 있는 그녀를 향해 헌이 나지막이 말했다.

서둘러 그녀의 뺨에서 입술을 뗐지만, 자신의 입술에 남은 그녀의 온기가 자꾸만 그의 가슴을 간지럽혔다.

“흠, 흠흠……!”

두 사람은 약속이라도 한 것처럼 헛기침하며 순식간에 떨어졌다.

그러곤 마주 보고 있던 시선을 황급히 회피했다.

곧 헌은 아무렇지 않게 표정을 굳히며 종이를 그녀 앞에 반듯하게 놓았다.

그러곤 날아가지 않게 잘 고정하며 다시,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이 붓을 쥐었다.

소진도 그의 눈치를 살피며 떨어뜨렸던 붓을 다시 잡았다.

하지만…….

“…….”

그의 뜨거운 입술이 스쳤던 왼쪽 뺨이 꼭 불에 닿은 것처럼 홧홧하게 달아올랐다.

의식하지 않으려 했지만, 뺨이 뜨거워지고 있었다.

심장 박동은 왜 이렇게 빨라지고 있는 것인지.

찰나에 스쳤던 헌의 입술은 참으로 부드럽고 말캉했다.

사내와 손 한 번 잡아본 적 없던 그녀였기에 자신의 볼에 사내의 입술이 스친 것 또한 처음 겪는 것이었다.

동요하지 않으려 했지만.

헌과 마찬가지로 아무렇지 않은 척하려 애써 담담하게 굴고 싶었지만.

어쩐지 내 마음이 내 것이 아닌 듯, 마음먹은 대로 되지 않았다.

하얀 종이를 내려다보는 소진의 눈빛은 부자연스러웠다.

고개를 들어 헌의 얼굴을 다시금 쳐다보고 용모화를 그려야 하는데 고개가 빳빳하게 굳어 움직여지지 않았다.

용모화가 아니라 상상화를 그려야 할 참이다.

“저를 보지도 않고 그리려 하십니까?”

그때, 어찌할 줄을 몰라 하는 소진의 이마 위로 헌의 낮은 목소리가 떨어졌다.

뻣뻣하게 굳어 있던 그녀의 고개가 홱, 올라섰다.

헌은 희미하게 웃음기를 머금고서는 종이만 내려다본 채 슥슥 붓질을 하고 있었다.

‘아무렇지 않은 모양이구나. 역시 난봉꾼…….’

자기 혼자만 당황해하는 것 같아 소진은 씁쓸해졌다.

그녀는 아무 일도 없었던 것처럼 평온하기만 한 그를 뚫어지라 바라보았다.

‘사고이긴 했지만……. 진짜 아무렇지 않은 걸까? 나만 지금 이리 당황한 거야? 나만?’

그러다 입술을 삐죽이며 속으로 헌을 잘근잘근 씹었다.

그때, 묵묵히 붓을 움직이던 헌이 손을 멈추고는 고개를 들었다.

어쩐지 원망 섞인 눈으로 자신을 쳐다보는 소진과 헌의 시선이 쿵, 부딪쳤다.

뺨과 입술이 닿았을 때만큼이나 갑작스러웠다.

미처 소진이 그의 시선을 피하기도 전에 헌의 입술이 벌어졌다.

“제가 그리 잘생겼습니까?”

“예?!”

황당한 말이 그의 잇새에서 흘렀다.

무어라 대꾸해야 할지 순간 할 말을 잃은 소진이 그 큰 눈만 끔뻑이고 있는데.

“제 얼굴을 그 종이 위에 그리셔야지 어째 서운한 얼굴로 저만 바라보십니까.”

“아…….”

“낭자께서도 그때의 나처럼 그 마음에 내 얼굴을 새기실 요량입니까?”

그의 말에 소진이 질끈 아랫입술을 깨물며 고개를 떨구었다.

그녀의 시선이 툭, 하얀 종이 위로 떨어졌다.

“그럴 리가요. 막상 그리려니 막막하여 그러는 것이지요.”

“…….”

“왕세자 저하답게 아주 착각도 조선 제일이십니다.”

소진은 그렇게 이야기하며 억지로 입매를 늘어뜨리며 미소를 지어 보였다.

헌은 그녀의 말에 피식 웃음이 터지고 말았다.

그에게 있어 소진은 보면 볼수록 참으로 재미있고 신기한 여인이다.

아무리 자신이 그녀를 유혹하기 위해 체통도 권위도 내려놓고 편안하게 다가가기로서니.

그래도 이 나라의 왕세자인 제게 이토록 막 대하는 여인은 소진이 처음이니까.

헌은 그래서인지 자꾸만 웃음이 새어 나왔다.

“왜 웃으십니까?”

소진은 뾰로통하게 얼굴을 치켜들었다.

“웃음이 나니까.”

“왜 웃음이 납니까?”

“낭자를 보면 웃음이 나니까요.”

“제가 웃기게 생겼습니까?”

“유감이지만 나는 웃기게 생겼다 하여 웃는 그리 단순한 사람이 아닙니다.”

“하면 저를 보면 왜 웃음이 난다, 하십니까?”

그녀는 지지 않고 대꾸하며 고개를 똑바로 치켜들었다.

정말 모르겠다는 얼굴로 소진이 눈을 반짝였다.

그 순간에도 헌의 입가에는 묘한 미소가 잔뜩 어려 있었다.

“낭자는 내가 무섭지 않습니까?”

“갑자기 그것이 무슨.”

“이래 봬도 내가 이 나라의 왕세자인데 말입니다.”

“아.”

“다들 내 앞에서는 눈도 못 마주치고 낑낑대기만 하는데, 낭자는 날 편히 대해 묻는 말입니다.”

“…….”

“해서 웃음이 납니다. 특별한 경험을 하는 것도 같고요.”

“……아.”

“이래서 보은군이 낭자와 친하게 지내는 것인가 싶기도 해 사실 보은군이 부럽기도 합니다.”

소진의 눈이 동그래졌다.

보은군이 부럽다니, 그보다 모든 것이 더 나은 상황에. 

순간, 소진의 말문이 턱 막히고 말았다.

‘앞으로는 저를 불편하게 대하라, 이 말이야 뭐야. 이제 와 세자의 체통을 지키겠다는 것인가.’

차마 그 말을 뱉지는 못하고 소진은 속으로 생각했다.

그러면서 슬그머니 그에게서 시선을 거두며 입술을 달싹였다.

“궐에 계신 저하로 처음 마주했더라면 아마 달라졌겠지요.”

“…….”

“첫 만남이 기방에서 그런 만남이었으니 제 무의식에 존재하는 저하께서 여간 편하였나 봅니다.”

소진은 그렇게 대답하며 말끝을 흐렸다.

이번엔 헌의 시선이 그녀에게로 향했다.

첫 만남을 기방으로 말하는 소진을 의아하다는 듯 바라보았다.

하지만 소진은 그저 무표정한 얼굴로 종이만 내려다보고 있을 뿐이었다.

‘어째서 내가 습격을 받고 기억을 잃던 그날의 밤을 처음이라 안 하고 있는 것이지?’

그녀의 머리 위의 햇살이 쨍하게 빛났다.

헌은 의심쩍게 그녀를 바라보던 시선을 거두며 슬그머니 떠보듯 말문을 열었다.

“우리 첫 만남은…… 기방이 아니었을 텐데.”

헌은 기억에도 없던 그 날의 일을 헤집으며 여유 있게 입술을 달싹였다.

그 말이 소진의 귓가에 닿자, 그녀는 ‘아.’ 짧은 탄식을 내뱉었다.

햇빛을 받은 그의 붉은 입술이 더욱 영롱하게 반짝이고 있었다.

첫 만남은…….

소진은 그의 말을 입 안에 굴리며 자신을 직시하는 헌의 눈을 바라보았다.

“그날 밤, 위기에 빠진 나를 구해준 여인이 낭자가 아니었습니까?”

“그랬지요.”

기방에서의 만남이 너무도 강렬해, 정말 헌과 처음 마주했던 날을 잊고 있었다.

헌은 그렇게 이야기하며 소진의 안색을 살폈다.

정녕 그날의 기억을 잠시 잊은 것일까.

건조하게 대답하는 그녀의 눈빛에 잠깐의 빛이 스쳤다.

“처음보다 기방에서의 만남이 더 강렬했으니…….”

기방에서 마주했던 때를 떠올리는 듯 소진의 얼굴에는 희미한 웃음이 어렸다.

지금 생각해도 황당하기 그지없었던 만남.

“그때는 저하라고 상상도 못 했는데.”

“…….”

“물론 기방에서 그리 마주하고서도 감히 저하라 생각지 못하였습니다.”

“…….”

“어쩌면 저하를 구한 구했던 그날보다 온천장 속에서 마주했던 것이 더 강인하게 머릿속에 박힌 것일 수도 있고요.”

소진은 그렇게 말하며 분주히 붓을 쥔 손을 움직였다.

헌도 그녀의 말에 느리게 고개를 끄덕이며 그녀에게 향했던 시선을 거두었다.

“하긴 그렇습니다.”

“…….”

“속살을 드러낸 사이니까.”

속살……?!

소진의 눈이 동그래졌다.

그녀는 흠칫 놀라며 헌을 올려다보았는데 그는 빙그레 웃음만 지은 채, 열심히 그림을 그리고 있었다.

무어라 대꾸하며 부정하고 싶었지만, 그것이 사실이니 딱히 반박할 말이 없었다.

할 말을 잃은 그녀의 입가에 옅은 한숨이 번져나갔다.

***

중궁전의 거대한 기와 위로 강렬한 햇살이 쏟아졌다.

굳게 닫힌 문이 열리고 발소리를 죽인 궁녀 하나가 종종걸음으로 중궁전 안으로 들어섰다.

“마마……!”

중전에게 닿기까지 하나의 문이 남았고.

그 문을 지키고 섰던 김 상궁이 홱, 얼굴을 구기며 문 앞에 선 궁녀를 노려보았다.

“언성을 낮추지 못하겠느냐? 중전마마 안에서 태교 중이시다.”

“……재간택 결과를 가지고 왔사옵니다.”

“뭐?”

궁녀의 목소리가 옅게 떨리고 있었다.

재간택 결과라는 말에 상궁이 굳은 얼굴로 고개를 숙이자 궁녀가 은밀하게 말을 전했다.

곧, 상궁의 얼굴이 금이 가기 시작했다.

돌아가 보라는 듯 고갯짓을 해 보이자 궁녀는 서둘러 뒷걸음질을 쳤다.

“중전마마. 소인이옵니다.”

고요한 적막만이 감도는 중궁전의 공기를 상궁의 거센 목소리가 갈랐다.

“들라.”

이내 고고한 중전의 목소리가 들렸다.

문이 열리고 상궁은 발소리를 한껏 죽인 채 중전의 앞으로 다가갔다.

“중전마마.”

“무슨 일이냐?”

중전이 부른 배를 살살 어루만지며 지그시 감고 있던 눈을 떴다.

“그것이 오늘 재간택…… 결과 명단이 나왔다고 합니다.”

상궁의 음성에는 잔뜩 긴장감이 묻어났다.

반듯하던 중전의 눈썹 사이가 비식, 일그러졌다.

“목소리가 왜 그렇지?”

“……그것이.”

“설마.”

“…….”

“영의정의 여식이 통과라도 했단 말이냐?”

중전은 저도 모르게 주먹을 바짝 쥐었다.

그러곤 본능적으로 부른 배를 움켜잡았다.

“송구하옵니다, 마마.”

“……어찌 그런 일이!”

중전이 버럭 소리를 내질렀고 상궁은 화들짝 놀라며 고개를 조아렸다.

“마마, 배 속의 아기씨를 생각하셔요. 고정하시옵소서……!”

“내가 지금 고정을 하게 생겼느냐?”

“……!”

“분명 영의정의 여식을 초간택에서 떨어뜨리라 하지 않았더냐? 당시 간택에 참관했던 상궁들의 명단을 알아내 내게 고하여라. 감히 대비의 편에 섰단 말이지.”

“……예, 중전마마.”

“세자가 직접 간택장에 발걸음 하였다고 했을 때부터 재수가 없었어. 일을 그르치게 될 줄이야.”

“…….”

“영의정의 여식이 재간택에 통과되다니……! 이를 어쩌면 좋아!”

그녀의 검은 눈동자가 분노로 휩싸였다.

“재간택에서는 반드시 떨어질 수 있도록…… 소인이 간택에 가담하도록 하겠습니다.”

“재간택에서 찍혀, 추후에 세자의 후궁으로도 입궐할 수 없도록.”

“…….”

“확실히 처리해야 할 것이다.”

중전의 목소리는 그 어느 때보다 확고했다.

그녀는 고개를 조아린 상궁을 매섭게 노려보았다.

“영의정의 여식이 세자빈이 되었다간…… 아니, 그 여식이 세자와 관련되어 이곳에 입궐하는 순간.”

“…….”

“이 배 속에 있는 내 새끼는 죽은 목숨이나 다름없다. 알겠느냐?!”

중전이 그렇게 소리를 지르자 상궁은 고개를 차마 들지 못한 채 서둘러 대답했다.

“여부가 있겠사옵니까, 중전마마.”

상궁이 대답하며 물러가기 위해 자리에서 일어났는데 중전이 그런 그녀를 물끄러미 올려다보았다.

“한데 이번 나비들은…….”

나비라는 말에 상궁의 발이 멈추었다.

“차질 없이 날릴 준비…… 하는 게지?”

“예. 달포 뒤 보낼 것입니다.”

“저번에 보낸 것들이 꽤 문제를 일으킨다 하던데.”

“…….”

“김 상궁. 내 출산까지 얼마 남지 않았다는 걸…… 유념하고 있겠지.”

“예, 마마.”

“아무 잡념 없이 출산에만 만전을 가할 수 있도록 자네가 저번보다 신경을 좀 더 썼으면 하네.”

“예. 마마께서 순산하실 수 있도록 소인, 온몸을 바치겠나이다.”

중전은 그 말을 마치고는 느긋하게 눈을 감으며 부른 배를 어루만졌다.

***

말없이 붓질하는 두 사람 사이로 볕이 흐드러지게 내려앉았다.

곧 그가 침묵을 깨고 나지막한 목소리로 입을 열었다.

“오늘은 첫날이니 둥그런 곡선과 날카로운 직선을 손에 익히는 법부터 연습한다 생각하시지요.”

“예에.”

“윤곽만 잡아 종이에 그려보는 것입니다. 세세하게 그린다는 부담감을 떨치시고 제 얼굴형, 그리고 눈매, 콧대, 입매.”

“…….”

“그 모양만 대충이나마 선을 이어 그려보는 것입니다.”

“알겠습니다.”

소진은 그의 말을 듣고는 열심히 붓질에 집중했다.

헌의 얼굴을 곁눈질로 힐끔거리며 부들부들, 손을 떨었다.

마음먹은 대로 붓이 나가지 않아 제법 애를 먹었다.

그때, 헌이 붓을 가지런히 내려놓으며 느리게 웃었다.

“어떻습니까?”

소진의 얼굴을 모두 그린 듯, 헌이 그녀를 돌아보며 물었다.

심각한 얼굴로 붓을 쥔 채 부들부들 떨던 소진이 고개를 들어 헌의 종이를 내려다보았다.

“아……!”

저번에 제게 보냈던 미완성의 용모화 보다 훨씬 더 예쁜 용모화였다.

그의 솜씨가 참으로 대단한 것 같았다.

물론 대충 그린 듯, 그때보다 선에 힘이 옅었지만 소진의 마음을 사로잡기에 충분했다.

넋을 놓고 용모화를 내려다보던 소진이 헌과 시선이 부딪히자 황급히 슬쩍 벌렸던 입을 다물었다.

그러다 슬그머니 자신이 그린 헌의 용모화를 내려다보다, 붓을 쥔 반대 손을 뻗어 종이를 숨겼다.

“마음에 드십니까?”

“예. 저하의 솜씨를 따라가려면 한참은 배워야 할 것 같습니다.”

헌은 소진이 등 뒤에 감춘 종이를 힐끔거리며 피식 웃었다.

“왜 감추십니까? 봅시다.”

“……예? 아. 다, 다시 그리려고요.”

소진은 어색하게 웃으며 종이를 구겼다.

그러자 헌이 그녀에게 몸을 기울이며 소진이 등 뒤에 숨긴 종이를 뺏으려 손을 뻗었다.

“아니 됩니다……!”

“내가 보고 낭자께서 무엇이 부족하고 무엇을 잘 그렸는지를 파악해야 하지 않겠습니까?”

“다시 그릴 것입니다. 지금 다시 그릴 것이니…….”

“이걸로도 충분히 가르쳐드릴 수 있습니다.”

이리 완벽한 용모화를 그려낸 그에게 내어놓기에는 형편없는 그림이었다.

삐뚤삐뚤한 동그라미에는 눈이라고 하기에는 애매한 구멍 두 개가 그려져 있었다.

또한, 그 아래에는 코라고 말하기 민망하리만큼 초라한 작대기 하나가 찍 그어져 있었고.

물론 오늘은 용모화 스승으로 자신의 앞에 앉은 헌이었지만.

어쩐지 발로 그렸다고 해도 믿을 그림을 그에게 보여주기가 민망했다.

소진은 뺨이 붉어진 채, 열심히 그의 손을 피해 몸을 움직였다.

“다시 그려보겠습니다!”

“거창한 그림이 아니어도 괜찮대도요.”

“제자가 싫다는데 어찌 스승이 이토록 강압적으로 군답니까?”

말이라도 못하면.

그녀는 쫑알거리며 이리저리 움직였다.

헌의 반듯한 입가에 실소가 터졌다.

“하면 스승의 말을 이리도 듣지 않는 불량 제자가 어디에 있답니까?”

“불량 제자라니요?”

“……?”

“스승님께 받은 가르침의 결과물에 더욱 정성을 쏟으려 하는 제자의 갸륵한 마음인 것을요?”

소진이 붓을 쥔 손으로 그를 제지하며 눈을 깜빡였다.

당당하고도 똑 부러지는 그녀의 말에 헌은 ‘졌다, 졌어’ 하는 얼굴로 고개를 저었다.

“나는 아직 아-무런 가르침을 주지 않았는데?”

그런데 그때, 헌이 방심하고 있는 소진을 향해 다시금 손을 뻗었는데.

그만 헛손질을 하다, 그녀의 몸 위로 넘어지고 말았다.

“어, 어어……?!”

덕분에 소진은 뒤로 발라당 넘어졌고.

꼭 그녀를 위에서 덮치듯, 헌이 소진의 몸을 감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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