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0090 짐승, 꽃과 함께 사라지다. =========================================================================
무영은 품안에 안겨있는 화연의 따뜻한 체온을 느끼면서 깨어났다.
자면서 살짝 떨어져 있었던 그녀를 품안으로 당겨 끌어안아 그녀의 작은 등을 자신의 가슴에 빈틈없이 밀착시켰다. 거기서부터 전해져 오는 만족스런 포만감에 미소를 짓던 무영은 턱밑을 간질이는 동그란 정수리에 입술을 꾹 누르며 눈을 떴다.
날이 훤했다.
밤새 비가 와서 그런지 창이 물기로 흐렸지만 화창한 날 이였다.
새벽동이 떠오를 때 쯤 잠에 들었으니 아마 한시진이나 길어봐야 두시진 잤을 텐데 몸이 너무 가벼웠다. 한 대 여섯 시진 정도는 푹 자고 일어난 마냥 온몸에 힘이 넘쳤다.
물론, 눈이 퉁퉁 부을 정도로 울다가 끝내 밀어버렸던 화연도 그럴지는 모르겠지만.
무영은 이불위로 드러난 화연의 어깨에 입을 맞추며 조심스럽게 몸을 일으켰다.
침상 위 금줄을 잡아당긴 뒤 옷을 대충 걸치고 조용히 객실 밖으로 나가 종업원을 기다렸다. 아침인지라 아직 자고 있을 손님들을 위해 종업원은 뒤꿈치를 세우고 계단을 올라왔다.
“손님, 무슨 일이십니까. 뭐 불편하신 점이라도...”
“간단한 식사를 준비해와.”
“아, 이른 식사를 하시려구요? 어떻게 준비해드릴까요? 오늘의 아침 식단을 말씀드리자면...”
“거기에 죽까지.”
“네?”
“죽을 추가해서 가져오라고.”
“죽...이라면...혹시 일행분이 아프십니까? 체기가 있으신 건가요?”
“아냐. 그냥 죽을 먹여야 할 거 같아서.”
“......네?”
“하여튼 가져와.”
“어...예...”
“그리고......선물은 뭐가 좋지?”
“예?”
“그......정인한테 줄 선물 같은 거 말야. 특별한 날에 주는”
“아! 생일이십니까? 생일이라면 탄생석이나,”
“생일 아니야.”
“음...그럼 성혼하신 날이시군요? 몇 해나 되셨습니까?”
“그것도 아니야.”
“......무슨 날인지 알아야......”
“그냥 주면 좋아하는 거 있잖아. 몰라?”
“.......꽃을 주면 대부분 좋아하시지요.”
“꽃 따위를 주면 좋아한다고?”
“그럼요. 물론 여유가 있어 반짝거리는 걸 같이 준다면 더할 나위 없고요.”
“꽃하고 보석을 말하는 거야? 보석은 너무 식상한데......”
“어떤 특별한 날인지는 모르겠지만 꽃을 싫어하는 여자는 별로 못 봤습니다. 보석이야 백번을 줘도 백번 다 좋아하는 품목이지요. 꽃을 싫어하는 여자는 있을지 몰라도 보석 싫어하는 여자는 단한명도 없을 걸요?”
“흠.....그래?”
“아유, 그럼요.”
객실로 들어가려던 무영은 인사를 하고 몸을 돌리려던 종업원을 다시 불러 세웠다.
“가까운 보석상이 어디지?”
“여기서 제일 가까운 곳은 일각정도면 금방 가실 수는 있겠지만 그다지 큰 곳은 아니라서 마음에 드실 만한 게 별로 없을 겁니다. 한식경 정도 가시면 현(縣)에서 가장 큰 보석상이 나오긴 하는데 어디로 알려드릴까요?
무영은 화연에게 주었었던 투박한 반지를 떠올렸다. 그것만으로도 화연은 너무나 기뻐하며 애지중지 했었지만 제가 보기엔 너무 볼품이 없어 줄곧 마음에 걸렸었다.
작은 곳에 가서 또 허접한 것을 고르느니 이왕 선물 하는 김에 좋은 것을 해줘야겠군.
무영은 가장 큰 상점에서 가장 좋은 보석으로 사오고 말겠다는 굳은 결심을 하며 단호하게 말했다.
“가장 큰 곳.”
종업원이 준 종이를 품에 넣으며 객실로 들어간 무영은 일어나 있는 화연을 발견하고 성큼 다가갔다.
겉옷만 대충 걸친 화연은 끙끙거리려 침상 위를 덮고 있는 이불을 벗기기 위해 잡아당기고 있었는데 힘이 드는지 얼굴이 붉어져 있었다. 힘이 바짝 들어간 하얀 종아리가 밝은 햇빛에 훤히 드러났다. 그 종아리를 먹음직스럽게 훑다가 잠시 고민하는 것 같던 무영은 입고 있던 겉옷을 벗어 걸쳐주려다 말았다.
“연아, 뭐하는 거야?”
“아, 아니......저......”
화연은 무영이 다가오자 벗겨낸 이불을 재빠르게 돌돌 말아 품에 안아 숨기더니 고개를 푹 숙였다. 머리채가 흘러내려 얼굴을 덮었다.
무영은 화연의 머리카락을 귀 뒤에 꽂아주며 물었다.
“왜 그래?”
“......”
말없이 고개만 숙이고 있는 화연의 얼굴을 살피다 품안 가득 구겨 안고 있는 이불을 잡아 당겼다.
“찝찝해서 그래? 내가 할게. 이리 줘.”
“아, 아니에요!! 제가, 제가 할게요......”
화연은 무영의 손이 닿기가 무섭게 화들짝 놀라며 그의 손을 뿌리치고 몸을 획 돌렸다. 어째 얼굴이 점점 더 붉어지는 듯 했다. 무영은 갑작스런 그녀의 고집에 당최 왜 이러는지 몰라 물끄러미 보다 부어오른 눈두덩을 쓸어 주었다.
밤새 울며 자신과 어울려 주다 끝내 밀어내는 화연을 다시 보듬어 안고 욕심을 부렸더니 그 결과가 고스란히 돌아왔다.
궁에 돌아가면 설삼 하나 더 먹여야지, 이렇게도 몸이 약해서야 원.
오늘 밤에는 좀 자제를 해야겠군.
동 트기 전에는 재워야겠어.
하루정도 쉬게 해주어도 좋으련만 무영의 머릿속에 그 선택지는 아예 없었다. 화연의 붉어진 얼굴을 천천히 보다 시선을 내렸다. 머리카락으로 숨겨져 있어 잘 보이지 않아 그렇지 목 주변에는 붉은 꽃잎이 빈틈없이 가득 찍혀있었다.
그 모습을 보니 어찌나 뿌듯하던지 밥을 먹지 않아도 배부르고 잠을 자지 않아도 전혀 피곤할거 같지 않았다.
인생을 통틀어 자신이 한 일 중 가장 자랑스러운 일을 마주하고 있는 것처럼 무영의 눈에는 만족스런 빛이 가득했다. 고개도 약간 끄덕거렸다.
자신의 만든 최고의 작품을 천천히 감상하다가 구겨진 이불 한 쪽을 물들이고 있는 붉은 자국을 발견하고 눈을 부릅떴다.
필사적으로 부여잡고 있던 이불을 억지로 뺏어 들고 양쪽으로 쫙 펴니 원을 그리고 있는 붉은 얼룩이 보였다. 많은 양을 흘렸는지 원이 꽤 컸다.
그녀에게서 이렇게 많은 양의 피가 흐르고 있었는데도 몰랐다니…….
내가 정말 정신이 빠졌나 보다.
무영은 이불을 내팽개치고 화연을 이리저리 돌리며 살폈다.
“이거 왜이래! 너 어디 다쳤어? 말을 해봐! 어디를 얼마나 다쳤는데 이렇게 피가 났어? 응?”
“......”
화연의 얼굴은 이제 터질 것처럼 붉었다.
설마, 이것이 무엇인지 모를 줄이야.
기방을 그렇게 다녔다면서 이런 것도 몰라요?!
이거 제 ......에요!!
......라고 말할 수도 없어 안절부절 하고 있는데 그녀의 대답을 기다리다가는 숨넘어가게 생긴 무영이 화연을 단박에 안아 들었다.
당장이라도 들쳐 업고 의원에게 달려갈 것 같은 그의 표정에 화연은 더 이상 가만히 있을 수는 없었다. 화연은 무영의 목을 끌어안아 붉은 얼굴을 감추며 작은 소리로 말했다.
“이, 이거!.....에요.”
“뭐?”
“......이거......그거...라고요.”
“제대로 말해봐. 그게 무슨 말이야?”
머뭇거리던 화연은 울상을 지으며 무영의 귀에 속삭였고 방금 전까지 심각한 빛을 띠던 무영의 눈이 허공으로 돌아갔다. 얼굴은 용케도 무표정을 유지 했지만 붉어진 귓불은 감출 수가 없었다.
“아......”
그, 그렇지.
당연한 건대도 너무 당황한 나머지 깜빡 잊고 있었다.
말을 채 끝맺지도 못하고 귀를 붉히며 가만히 서있던 무영은 침상에 화연을 눕혔다. 그리고 뜬금없이 배 위를 도닥거렸다. 아프지도 않고, 자려는 것은 더더욱 아닌데도 화연의 배를 한참이나 도닥이던 무영은 씰룩거리며 귓가로 도망가려는 입가를 있는 힘껏 잡아 당겼다.
울상을 짓던 화연은 민망함에 이불을 머리끝까지 뒤집어쓰고 작은 동물처럼 몸을 웅크렸다. 그 작은 덩어리를 보고 있으려니 심장이 간질거려 도저히 가만히 있을 수가 없었다.
무영은 그 위를 덮쳐 꼭 끌어안으며 닥치는 대로 이불 위 여기저기에 입을 맞췄다. 일부러 그러는 듯 과장스럽게 들리는 쪽쪽 소리에 작은 덩어리가 꼼지락 거리며 피하려고 애를 쓴다. 작게 큭큭 거리던 무영의 입에서 방안을 쩌렁쩌렁하게 울리는 커다란 웃음소리가 나오기까지는 그리 오래 걸리지 않았다.
그 것은 식사를 가지고온 종업원이 문을 두드릴 때까지 계속 이어졌다.
새벽까지 괴롭힘을 당한 뒤 얼마 자지도 못한 화연에게 입맛이 있을 리가 없었다. 눈도 뻑뻑했고 몸도 여기저기 쑤셨다.
소세를 하면서 본 자신의 얼굴은 가관이었다.
눈은 붕어처럼 부어있었고 입술은 터지기 직전이었다. 몸은 전염병이라도 걸린 사람 마냥 얼룩덜룩 난리가 났다. 그 얼룩은 목에서부터 시작되어 전신으로 퍼져 있었다. 무슨 이갈이라도 하는 건지 이빨자국도 여기저기 나있었다. 발가락에 난 고른 이빨자국까지 발견한 화연은 자신의 몸 상태를 자세히 알기가 두려워졌다.
연우였을 때에도 이렇게 참혹한 상태가 된 적은 한 번도 없었다.
화연의 깊은 한숨에 소세물 위에 잔잔한 원이 그려진다.
내 반려는 사람이 아니라 꼭 짐승 같구나.
나중에는 좀 나아지겠지.
처음이라 많이 자제했다는 걸 모르는 화연은 그렇게 자신을 안심시켰다.
욕실에서의 자신의 몸을 떠올린 화연은 민망함에 아직 붉은 기가 가시지 않은 얼굴을 들어 제 옆에 딱 달라붙어있는 무영을 쳐다보았다.
얼굴에 아주 반짝반짝 광이 났다.
잘생긴 얼굴에서 빛까지 번쩍거리니 눈이 부셔 쳐다볼 수 없을 정도였다. 뭐가 그리 좋은지 진한 미소까지 그리고서 죽을 떠 후후 불어 입가에 대 주는데 표정이 그렇게 좋을 수가 없다.
난 아파 죽겠는데 그는 백년 묵은 체증이라도 내려간 듯 보인다. 그게 왠지 심술이나 입술이 삐죽 나왔다.
“기분 되게 좋아 보여요.”
“응. 좋아.”
“아프신 곳은 없으세요?”
“전혀.”
“하나도?”
“단 한군데도.”
“......좋으시겠어요. 저는 온몸이 아픈데......”
“그래? 어디가? 여기가?”
그러면서 자꾸 여기저기를 쓰다듬고 만지다 입도 맞추는데 분위기가 심상치 않았다. 자신의 입술을 바라보는 눈빛이 가라앉아 어둡게 일렁거렸다. 그 속에 타오르는 불꽃을 읽고 옷깃을 여미면서 슬그머니 거리를 벌리려는데 무영이 허리를 손으로 감더니 바싹 끌어 당겼다. 엉덩이 옆 부분과 옆구리가 그의 몸에 밀착 되었다.
“어디가 아파?”
“어......그냥, 여기 저기......”
자신의 눈치를 슬슬 살피는 화연의 얼굴을 뚫어지게 보다가 목을 가리고 있는 머리카락을 등 뒤로 넘겼다. 울긋불긋한 쇄골과 목이 한눈에 들어났다. 무영은 붉은 입술을 살며시 올리며 그 자국에 손가락을 가져가 은근히 쓸어내렸다.
그때, 화연의 입이 작게 벌어졌다.
“으ㅇ......”
저도 모르게 소리가 나온 건지 화연이 화들짝 놀라며 입을 가렸다. 그리고 눈동자만 돌려 무영의 얼굴을 살폈다.
“!”
무영의 눈빛은 이미 강을 건넜다.
데일 것처럼 뜨거운 기운을 마구 쏘아대고 있었다. 엉덩이에 닿아있는 그의 어떤 부분이 부피를 부쩍 늘려가며 마찬가지로 같은 기운을 풀풀 날렸다. 식은땀이 날 것 같은 분위기였지만 화연은 한편으로 부아가 치밀어 올랐다.
어제 나를 그렇게 괴롭혀 놓고서는 몇 시진 지났다고 또 이러다니......이 남자가 정말!!
화연은 눈 꼬리를 올리며 무영에게 고개를 획 돌렸다. 배려 심 따위는 눈곱만치도 없는 거냐며 따지고 들려는데.
“읍-”
무영이 죽 그릇을 상에 던지듯 내려놓고 입술을 덮쳤다.
화연의 발길에 상이 죽 밀렸다. 그 서슬에 반찬이 담겨있던 그릇 들이 흔들리다 날카로운 소리를 내며 바닥으로 떨어졌다. 방안을 요란하게 울리던 유기그릇소리가 잠잠해 지고 이내 습윤한 소리와 거친 숨소리만 간헐적으로 울렸다.
화연의 입안에 있던 죽까지 남김없이 샅샅이 훑다 입을 뗀 무영은 만족스런 한숨과 함께 자신의 입술을 나른하게 핥았다.
“하아......죽도 먹을 만한데?”
“하아, 하아, 하아......”
무영은 그녀의 위에서 붉은 얼굴로 헐떡거리기만 하는 화연의 얼굴을 내려 보다 상체를 일으켰다.
무릎 사이에 화연을 가두고 허벅지를 세운 그는 보란 듯이 천천히 겉옷을 벗었다. 가슴을 가로지르는 기다란 상처자국과 탄력적인 가슴, 뚜렷하게 나뉘어 있는 복근이 한눈에 들어왔다. 바지의 매듭은 언제 풀었는지 느슨하게 풀려있었고 그 아래로 뭔가 보일 듯 말 듯 해 화연은 서둘러 시선을 옮겼다.
“연아.”
“......에......예?”
“많이 아파?”
낮고 거친 목소리에 유혹의 기운이 가득했다. 가늘게 떠진 눈 안, 회색빛 눈동자에 은사가 요동을 친다. 입술을 살짝 핥고 들어가는 붉은 혀에 화연은 시선을 빼앗겼다. 농염하고도 관능적인 그의 표정에 눈을 뗄 수가 없었다. 방금 전까지 샘물처럼 솟아나던 심술은 흔적도 없이 자취를 감추었다.
절정기의 짐승이 제 것을 유혹하기 위해 작정하고 뿜어내는 향기를 도저히 이겨낼 수가 없었다. 어젯밤부터 계속 반복된 일이었지만 매번 그랬던 것처럼 꽃은 얼굴을 붉히다 멍하니 고개를 저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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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번째 미션의 5번째 (류충*연제......응?) 보기는
사실,
제 친우인 처묵처묵 먹방소설 올리브 삐- 작가가 하도 옆구리를 찔러서 올려본 보기였는데........이럴수가.......
그게 무영*화연보다 많다는......
털썩......
류 충이 수 인데......괜찮......?