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0082 짐승, 꽃과 함께 사라지다. =========================================================================
“확실히 남쪽으로 내려오니 날씨가 다르네요. 이제 완연한 봄 날씨 같아요. 그죠?”
“응”
“여기서 하루 정도면 남하강 초입에 도착하는 거지요?”
“응”
“......거기가면 생선 요리가 그렇게 많다면서요? 종류도 엄청 많고요?”
“응”
“저......”
“응”
“저한테 뭐 화나신 거 있으세요?”
“......아니.”
화연은 무영의 표정을 살폈다.
어제 마신 술로 약간 지끈거리는 머리를 부여잡고 일어나니 자신의 몸은 이불로 돌돌 말려져 있었다. 억세게도 자신을 싸매고 있던 이불을 걷어내니 자신은 속곳만 걸친 알몸과 다름없는 몰골이었다.
이게 도대체 어떻게 된 일인가 싶어 무영을 찾으니 그는 침상 위도 아닌 방 한쪽 구석에서 음울한 기운을 풍기며 앉아 있었다. 안색은 어둡기 그지없었고 눈 밑은 퀭했다. 뭐하느라 입술을 물어뜯은 건지는 모르겠지만 입술이 울긋불긋 한 것이 밤새 무슨 일이 있었던 것이 분명했다.
하지만 무영은 무슨 일이 있었던 거냐는 자신의 질문에 입을 꾹 다문 채 아무 대답도 하지 않았다. 뭔가 심통 난 것 같기도 하고 무척 억울한 것 같기도 한 얼굴 표정으로 침묵만 지키고 있을 뿐이었다. 말을 안 할 거면 티라도 내지 말던가, 기분이 좋지 않다는 티는 아침나절 내내 풀풀 풍기면서도 말은 도통 꺼내지 않느니 화연은 마음이 계속 불편했었다.
“그럼 왜 그러시는 건데요. 아침부터 기분이 좋지 않으셨다는 거 다 알아요. 말씀을 좀 해보세요.”
“그런 거 없어.”
누가 봐도 기분 나쁘다는 것을 알겠는데 말로만 아니라고 하면 뭐하나…….나는 어제 그 여자 분의 일도 다 묻어두려고 마음먹었었는데…….
화연은 어제 일을 떠올리니 다시 화가 치밀어 올랐다.
“자꾸 이러시면…….그냥 넘어가려고 했는데 저도 어제일 다시 꺼낼 거예요.”
어제 일을 떠올리면 화를 낼 사람이 누군데!
니가 무슨 짓을 했는지 알아?
넌 어제 나에게 지옥을 보여줬어!!!!!
.......라고 말하고 싶었지만 꾹 참았다.
무영은 부글부글 끓다 못해 울컥하는 속을 꾹꾹 내리 눌렀다.
그래…….서로 비긴 것으로 하자.
…….고 하기에는 자신이 받은 고통이 너무 컸지만 화연의 기분이 안 좋아 지는 것 같아 무영은 한발자국 물러서기로 마음먹었다. 어차피 이러다 정작 화연이 화라도 낸다면 자신은 아무소리도 못할게 뻔했다. 그전에 물러서는 것이 여러모로 봤을 때 모양세가 더 나을 거 같았다.
그래도 무영은 이거 한가지만은 꼭 물어보고 싶었다. 어젯밤 내내 궁금했던 것이었다.
“뭐 하나만 물어볼게.”
“뭘요?”
“어제 어디까지 생각나?”
“어제요? 음…….객잔에서 바람 쐬러 나온 거 까지는 기억나요. 그 뒤로는 전혀…….근데 이건 왜 물어 보세요......? 어머! 혹시, 제가 어제 술주정 부렸어요? 그래서 화나셨던 거예요? 왜요? 제가 무슨 짓을 했는데요? 저 술주정 엄청 심하던가요?”
“......별로.”
다른 의미로 엄청 심해.
“제가 주정을 부리긴 했군요? 그렇죠?”
“......그런 건 아니고......(나를 덮친 뒤)그냥 잤어.”
덕분에 나는 죽는 줄 알았지.
“어머…….그랬구나. 그래도 크게 주정은 안하고 얌전히 잤나 보내요. 다행이다.”
“뭐......”
그게 가장 큰 문제였어.
“숙소까지 저 데려오시느라 많이 힘드셨죠? 미안해요. 저도 이렇게 술이 약할 줄은 몰랐어요. 마셔본 적이 없어서......”
“......괜찮아.”
“대신, 이제부터 술은 입에도 안 댈게요.”
무영은 순간 커다란 갈등에 빠졌다.
마시라고 해야 할까, 아님 마시지 말라고 해야 할까…….
곰곰이 생각해 보니 제 앞에서라면 가끔씩 술 마시는 것도 좋았다. 먼저 입까지 맞춰주며 애교까지 흘리던 걸 생각해 보니 자주 마시는 것도 괜찮을 것 같았다.
한껏 달궈 놓고 그냥 자지만 않는다면 말이지.
“굳이 그럴 필요 까지는…….”
“아니에요. 술 마시고 주정부리고 그러는 거 정말 싫잖아요. 걱정 마세요. 이제는 그럴 일 없을 테니까. 그리고 저는 술이 안 받나 봐요. 머리도 조금 아프더라고요.”
아니, 무슨 소리야. 그냥 자지만 않으면 매일 마셔도 된다니까.
하지만 무영은 자신의 머리카락을 만지작거리며 미안하다는 듯 웃는 그녀의 얼굴을 보고 잠자코 고개를 끄덕거렸다. 그래, 술을 마시면 머리가 아프다는데 나 좋자고 마시게 하면 안 되지.
“......응.”
화연은 순순히 고개를 끄덕거리는 무영의 얼굴을 보다 고개를 돌렸다. 미소를 짓고 있는 그녀의 표정은 뭔가 후련한 것 같기도 했고 만족스러운 것 같기도 했다.
비밀스런 미소를 지으며 먼 곳으로 시선을 돌리던 화연에게 어제 갔었던 그 음식점 앞에 사람들이 웅성웅성 모여 있는 것이 보였다.
“어? 저기 무슨 일 있나 봐요. 싸우는 건가?”
무영에게 안겨 있었기 때문에 다른 사람들보다 높은 곳에 있어 구경하기가 수월했던 화연이 가만히 보니 웬 허름한 행색을 한 남녀가 무슨 이유에서 인지 종업원과 실랑이를 벌이는 것 같았다.
“우리 돈 있어!!!! 당장 밥 내놔!!!!”
여자의 앙칼진 목소리가 넓은 길가에 쩌렁쩌렁 울렸다.
화연이 가리키는 곳으로 고개를 돌린 무영은 눈이 가늘어지다 이내 확 커졌다. 그리고 화연의 얼굴을 다른 쪽으로 돌리면서 걸음을 빨리했다.
“구걸하는 거지들이야. 저런 거 보는 거 아니야. 눈 버린다. 보지 마.”
행색이 조금 초라했을 뿐, 거지같지는 않았는데…….그리고 왜 눈을 버린 다는 거지?
화연도 굳이 보고 싶은 마음은 없었지만 소리 지르는 여자의 목소리가 참 귀에 익어 관심이 안갈 수가 없었다.
“어…….근데, 저 여자분 목소리가…….”
“여기만 나가면 말 타고 바로 이동할거야. 빠르게 달리면 새벽쯤에는 도착할 수 있어. 말 타는 법은 안 배웠지?”
화연은 무영의 질문에 방금 전까지 하려고 했던 말은 접고 얼굴을 환하게 밝혔다.
그동안 무영 앞에 타고 오면서 등에 느껴지는 그의 단단한 가슴에 얼굴이 붉어져 곤란 할 때가 한 두 번이 아니었다. 그래서 몇 번이나 따로 타자고 말했긴 했지만 무영이 절대로 들어주지 않았었는데…….저런 질문을 하는 것을 보니 이제 드디어 따로 타고 가나 싶었다.
“네. 하지만, 조금만 가르쳐 주시면 혼자 탈수 있을 거 같아요. 지금 가르쳐 주실 거예요?”
“아니.”
“......예?”
“난 누구 가르치는 거 못해.”
“......”
그럼 왜 가르쳐 줄 것처럼 말했니…….
아무래도 이 남자의 머릿속에는 말을 따로 타고 간다는 생각은 처음부터 없었나 보다. 화연은 짜게 식은 얼굴로 무영을 바라보다 고개를 돌리며 한숨을 쉬었다.
그리고 방금 전 쩌렁쩌렁 하게 울리던 여자의 목소리가 어디서 많이 듣던 목소리 같다는 생각은 멀리 날아가 버렸다.
*
사람들의 시선이 하나 둘씩 모이기 시작했다.
입을 벌리고 놀란 듯 눈을 부릅뜨던 사람들은 이내 못 볼 것을 본 마냥 인상을 잔뜩 쓰면서 코를 틀어막고 빠르게 물러섰다. 사람으로 빽빽한 이 거리에 자신들 주변에만 한산했다.
기해의 눈은 초점하나 없이 멍했다.
이게 꿈인지 생시인지 분간도 안 갔다. 죽다 살아난 기분이었다.
아니, 정말로 죽다 살아났다.
어쩌다 이렇게 됐는지 기해는 며칠 전 기억을 되돌렸다.
지름길이 있다는 류 상연의 말만 믿고 산에 오른 그날, 결국 내려오는 길을 찾지 못했다.
답답했던 나머지 기해가 직접 길을 찾기 위해 앞장서 기억을 더듬으면서 돌아왔는데…….
지금에 와서 생각해 보면 이것이 첫 번째 문제였다.
내려가기는커녕 나중에는 나무가 우거져 말도 끌고 가기 힘들 정도였다. 방금 전까지만 해도 계속 보이던 그 우람한 아름드리나무는 더 이상 보이지도 않았다. 분명히 내려가는 길 같았는데 지나가고 나면 어쩐지 산을 올라가고 있는 것 같았다. 이건 귀신이 곡할 노릇이었다.
이렇게 산속에서 사흘을 헤매고 다녔다.
그동안 기해는 마음속으로 온갖 신에게 얼마나 용서를 빌었는지 모른다.
아기씨께서 좋다고 하셨단 말예요.
엄밀히 말하면 제가 등 떠민 건 아니라고요.
제가 무슨 힘이 있어서 사람도 아닌 짐승을 이기겠어요.
게다가 그 짐승은 권력까지 쥐고 있다고요.
벌을 주시려면 태자의 탈을 쓴 짐승에게 내리셔야지요.
아기씨도 못보고 이대로 죽을 수는 없다고요!
.......잘못 했어요.......살려 주세요.......
이대로 산에서 굶어 죽으면 어쩌나 벌벌 떨었지만 예상과는 달리 산에는 의외로 먹을 만한 게 많았다. 하등 쓸모없을 것 같았던 류 상연이 제 몫을 톡톡히 한 부분이었다. 하마터면 말이라도 잡아먹어야 하나 싶었는데 다행이었다.
잘하면 굶어 죽기는 않겠구나 하고 안심한 것도 잠시.
기해는 몰랐다.
산속에서 길을 잃은 사람들은 대부분 굶어 죽는 게 아니라 짐승의 밥이 되어 죽을 확률이 높다는 것을.
어쩐지 류 상연이 짐승의 대변들을 유심히 관찰하는 것부터 낌새가 이상했다. 그 중에 몇 덩이는 손수건에 싸서 짊어지고 다니기 까지 했다.
처음 대변을 손수건에 고이 싸는 것을 보고 기해는 눈이 튀어 나올 뻔 했다.
“도, 도련님!! 도대체 그게 뭐하시는 짓이에요! 더럽게!!”
“......이거…….나중에…….필요해......”
“필요하긴 개뿔이…….헉!!!”
화를 벌컥 내려던 기해가 갑자기 머리를 스친 무시무시한 생각에 입을 다물었다. 물어보고 싶은데 무슨 대답을 들을지 무서워서 도저히 입이 안 떨어졌다. 기해는 머뭇거리다 아무도 없는 산중인걸 알지만 서도 혹시라도 누가 들을까 목소리를 낮춰 물었다.
“도련님…….아, 아무리 배가 고파도…….그건.......”
그동안 너무 풀만 먹어 눈앞이 노랗긴 하다만…….그래도 그건 아니잖니.
그건 채식도 아니고 육식도 아니야. 그냥…….그거야.
“......먹을 거…….아냐.”
아휴…….다행이다.
하마터면 상전을 때려눕힌 아랫것이 될 뻔했다.
죽어도 먹겠다며 고집부리면 머리라도 내려쳐서 기절시켜야 하나 고민했었던 기해는 한숨을 내쉬었다. 옹골차게 움켜쥐고 있던 지팡이 겸 막대기도 슬그머니 내려놓았다.
“그럼 그건 왜 소중하게 주어 담는 거예요. 여기 온 기념으로 가져가시려는 거예요? 얼른 버리세요.”
“......안 돼…….너도…….빨리 주어......”
“제가 미쳤어요? 제 것도 싫은데 남에 거를 가지고 다니게? 아휴- 냄새 나잖아요! 어서 버리시라니까요?”
“......싫어......”
“......”
나 정말 더러워 같이 못 다니겠네…….
기해는 미간을 있는 대로 구기며 퀴퀴한 냄새를 풍기기 시작하는 류 상연에게 한걸음 떨어졌다.
류 상연은 말없이 그 꼴 보기도 싫은 손수건을 주머니에 넣더니 걸음을 옮겼다.
기해는 멀찍이 떨어져 구시렁거리며 류 상연의 뒤를 따랐다. 당연히 짐승의 대변은 거들떠보지도 않았다.
이것이 두 번째 문제였다.
사흘째 되던 날에도 어김없이 류 상연은 특정 동물의 대변을, 그것도 몸집이 큰 동물인건지 엄청 큰 거로만 모았다. 자신이 아무리 잔소리를 해도 들은 척도 안했다. 냄새는 점점 심해졌고 기해는 류 상연과 거리를 벌릴 수밖에 없었다.
그렇게 한참을 걷다가 산에 작게 흐르는 개울물로 마른 목을 적시고 일어서니 류 상연도 말도 어딘가로 사라져 그림자도 보이지 않았다.
“어? 도련님? 상이 도련님! 어디 계세요! 상이도련님!!”
이 깊은 산중에 홀로 남을까 두려워진 기해는 큰 소리로 류 상연을 찾으며 고함을 질렀다. 가슴이 철렁 내려앉으면서 눈물이 왈칵 솟았다.
“도련님!! 상이 도련…….어? 도련님! 왜 거기 계세요!! 말은요? 저 깜짝 놀랐,”
“…….쉬-”
“예? 왜요? 뭐가,”
“쉿!”
류 상연은 개울 반대편에 멀찍이 떨어져 있었다. 그는 기해에게 조용히 하라는 손짓을 하면서 주머니에서 뭔가를 주섬주섬 꺼냈다. 그리고 기해 앞으로 던졌다.
포물선을 날아온 그것은 기해 발 앞에 떨어지면서 흉측한 내용물을 고스라니 드러냈다. 확- 퍼지는 냄새에 기해의 표정이 단번에 일그러졌다.
“......이거…….왜요?”
“발라.”
“예?”
“빨리 몸에 바르라고!”
“어? 도련님…….말씀이......”
“어서!”
그 말이 끝나자마자 류 상연은 진짜 온몸에 그것을 문지르기 시작했다.
기해의 얼굴은 구겨질 대로 구겨졌다. 속에서는 헛구역질까지 올라왔다.
“도련님!! 오웩…….욱! 도대체 왜 그러시는 거예요! 정말 실성 하셨어요? 왜 그걸…….우욱-그만 하세요!!”
헛구역질을 하며 류 상연에게 소리를 지르던 기해는 갑자기 들려오는 소리에 깜짝 놀라 뒤를 돌아봤다. 뭔가가 풀을 가르며 이쪽으로 다가오고 있었다. 모습은 보이지 않았고 발소리도 들리지 않았지만 기척은 확실히 있었다.
“어? 뭐, 뭐지?......누구세요? 거기 누구 있어요?”
반대편에 있던 류 상연이 기해를 부르며 다급하게 소리쳤다.
“기해야! 어서 그거 발라!”
“예?”
영문을 몰라 류 상연을 바라보던 기해의 시선에 뭔가가 들어왔다.
기해는 침을 꿀꺽 삼키며 고개를 천천히 돌렸다.
앞에는 거칠거칠한 갈색 털로 뒤 덥힌 짐승이 기해를 노려보고 있었다.
입 양옆으로 튀어나온 날카로운 송곳니는 하늘을 향해 휘어져 있었다. 오랜만에 보는 먹음직스런 먹이 감에 흥분했는지 납작한 코에서 김을 풍풍 내뿜으며 침을 줄줄 흘렸다. 꼬리는 공격을 앞두고 뻣뻣하게 서 있었다.
메, 메, 멧돼지다!!!!!!!
기해는 단숨에 공포로 얼어붙었다. 다리가 덜덜 떨렸다. 아래로 흘끔 시선을 내리니 손수건에 싸인 그것이 보였다.
기해는 침을 꿀꺽 삼킨 뒤 천천히, 아주 천천히 손을 내렸다. 그것의 노란 눈도 같이 내려갔다. 기해가 드디어 그것을 줍는 순간 멧돼지가 땅을 박차고 덤벼들었다.
“꺄아아아아악!!!”
“아, 안된다니까! 막말로 그런 행색으로 어디를 들어오시겠다는 거요? 아니, 행색은 그렇다 치고 이 냄새는 어쩔 건데? 어디 똥통에라도 빠진 거요? 남에 장사를 망치려 고사를 지내도 유분수지……. 사람들이 양심이 좀 있어야지 말이야! 남은 밥을 원하는 거라면 객잔 뒤로 돌아오시오. 손님들 드시고 남은 것 좀 싸 줄 테니. 휘휴- 냄새.”
갑작스럽게 들린 남자의 고함소리로 기해의 멍했던 시선에 초점이 겨우 돌아왔다.
여기까지 어떻게 왔는지도 모르겠다. 집어 들었던 그것을 멧돼지에게 내던지고 정신없이 달리다 보니 어느새 산 아래였다.
문득 머리가 간지러워 손으로 쓸어 올리니 나뭇잎이 우수수 떨어졌다.
웅성거리는 소리에 주변을 둘러보니 하나 같이 코를 막아 쥔 사람들이 자신들을 둘러싸고 구경 중이었다.
기해는 발에 느껴지기 시작하는 통증에 고개를 아래로 내렸다.
신은 어디로 갔는지 시커먼 주선이 자신을 반겼다.
주선 한쪽에 난 커다란 구멍으로 주선만큼 시커먼 발가락이 훤히 보였다.
류 상연은 남자의 앞에서 아무소리도 못하고 시무룩한 표정을 하고 있었다.
기해의 눈이 번들거리기 시작했다. 긴급했던 그 와중에도 꼭 쥐고 있었던 보물1호, 화연이 준 비녀를 불끈 쥐며 이를 악물었다.
류 가(家)의 안살림을 담당하는 내가!
미래의 황후이자, 태자비이신 화연 아기씨의 모든 것을 담당하는 이, 내가!
여기까지 와서 이 꼴을 당하다니…….
이건 모두…….이건 모두!!
류 강연, 둘째 도련님 탓이다!!!!!
결국 엉뚱한 사람에게 분노의 화살을 돌린 기해는 사흘 밤낮 당한 설움을 아랫배에 모두 모아 단단하게 뭉쳤다.
그리고 목이 터져라 소리를 질렀다.
“우리 돈 있어!!!! 당장 밥 내놔!!!!”
아직 정신이 다 안돌아온 기해는 자신들이 말도 잃어버렸다는 사실은 까맣게 잊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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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earch12님, 흰자놉님, iaan님, 챌리나님, 방판의여왕님 후원 감사합니다.
요즘 후원 폭발이네요. 완전 행복합니다ㅜㅜㅜ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