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0081 짐승, 꽃과 함께 사라지다. =========================================================================
처음에는 좋았다. 정말 좋았다.
등으로 느껴지는 푹신한 그 감각. 자신의 허리를 감겨 있는 허벅지의 부드러운 감촉. 귓속으로 불어오는 그녀의 숨소리. 목을 두르고 있는 작은 손.
천국 같았다. 그녀가 허락만 해 준다면 이렇게 하고 가람지방까지 가고 싶었다.
그런데…….
너무 좋았던 그 느낌이 시간이 지날수록 무뎌지는 것이 아니고 점점 예민해져 무영을 괴롭혔다.
나중에는 등에 닿아있는 뭔가의 예쁘장할 것이 분명한 그 모양까지 상상이 되면서 더 이상 안 되겠다는 생각이 들어 빨리 걷기 시작했다.
그렇게 걷다보니 화연이 잠이 들었는지 몸이 축축 처지기 시작했다. 그녀의 무릎 뒤를 팔로 받치며 걷고 있었는데 몇 번이나 위로 추슬렀는데도 계속 밑으로 처졌다. 그래서 하는 수 없이 엉덩이를 받쳤는데…….
그때부터 진정한 지옥이 시작되었다.
그녀의 작은 엉덩이는 손안으로 쏙 들어왔다.
적당하게 살 오른 그 엉덩이는 아주 말랑말랑하고 탱탱했다. 진정 손을 부르는 엉덩이였다.
엉덩이를 만지지 않는 다른 방법이 있을 것 같은데 무영은 사람을 업어 본적이 없으니 알 수가 없었다. 대신 손바닥을 쫙 펴서 그것을 움켜쥐지 않으려 애를 쓸 수밖에 없었다. 팔에 힘이 바짝 들어가며 덜덜 떨렸다.
무영은 이렇게 된 이상 빨리 도착하는 방법 밖에 없다고 생각하고 힘껏 달렸다. 그랬더니 이제는 화연의 몸이 들썩거리면서 무영의 등에 마구 비벼지는 것이 아닌가.
결국 무영은 멈춰 설 수밖에 없었다. 그리고 어두운 밤하늘을 올려다보았다.
평생을 살면서 자신의 예민한 감각이 이렇게 원망스러웠던 적은 이번이 처음이었다.
결국 반각정도면 올 수 있을 거리인데 두 배의 시간이 걸렸다.
객실에 들어서자마자 침상에 화연을 눕힌 무영은 힘이 빠져 그 옆에 털썩 드러누웠다. 이렇게 뭔가를 참기위해 힘을 쏟아 부은 적은 처음이었다. 온 몸이 땀으로 젖어 있었다. 기력은 하나도 없었지만 이대로는 잠 잘 수 있을 리가 없었다. 무영이 몸을 괴롭히는 열기라도 식힐 겸 목욕을 하기위해 일어나려는데 화연이 몸을 벌떡 일으켰다.
“더워......”
그러면서 주선을 벗더니 머리를 묶고 있던 끈을 풀어 헤쳤다. 검은 머리가 폭포수처럼 쏟아졌다. 곧 바로 무영이 저지할 틈도 없이 저고리 매듭을 풀더니 침상 아래로 벗어 던졌다. 어두운 곳에서도 하얗게 빛나는 가녀린 어깨와 얇은 끈으로 아슬아슬하게 매달려 있는 손바닥만 한 하얀 속곳이 나왔다.
무영은 저도 모르게 코를 잡았다. 코끝이 아릿아릿 한 것이 금방이라도 코피가 터져 나올 것 같았다.
화연의 손이 아래로 내려가더니 바지매듭을 잡았다.
멍하니 보고만 있던 무영은 찬물을 뒤집어 쓴 듯 정신이 버쩍 들어 재빠르게 일어서 화연의 손을 필사적으로 부여잡았다.
“안 돼! 그것만은!”
이것만은 안 된다. 이러면 정말 큰일 나!
인상을 쓰면서 손을 몇 번 뿌리치려고 하던 화연이 이내 포기했는지 옆으로 드러누웠다.
힘이 쫙 빠진 무영도 털썩 드러누웠다. 아무것도 하지 않았는데 숨이 차올랐다. 술은 몇 잔 마시지도 않았는데 어질어질했다.
안되겠다. 더 있으면 일 칠 것 같아.
“으응......”
지친 마음을 추스르며 일어나려는 무영의 목에 화연의 팔이 감겨왔다. 동시에 무영의 배 와 단전사이 아슬아슬한 그 곳에 허벅지를 척 얹었다.
“......윽......!”
그렇게 하고도 부족했는지 화연은 무영의 목을 더욱 끌어안으면서 어깨와 목 사이에 얼굴을 묻고 비볐다. 그리고 고목나무에 매달린 매미처럼 몸을 바짝 밀착 시켰다.
무영은 허리 밑을 옭아매는 화연의 허벅지 때문에 옴짝달싹 할 수도 없었다. 자신과 화연에 사이에 끼인 팔에 그녀의 부드러운 가슴이 와 닿았다. 게다가 손은 어디엔가 닿기 딱 좋은 위치였다. 큰 힘을 들이지 않고도 떨쳐낼 수 있겠지만 그러기는커녕 이 거대한 유혹에 빠지지 않기 위해 애쓰는 것만으로도 벅찼다.
무영은 숨까지 멈추고 있다가 화연에게로 고개를 돌렸다. 바로 눈앞에 화연의 얼굴이 보였다. 여기저기 얼굴을 비비느라 분장은 거의 지워져 있었다. 무영은 온몸 중에 자유로운 딱 한곳, 오른쪽 손을 들어 화연의 볼을 만졌다.
“연아…….화연.”
“......”
“연아.”
“......으응......?”
무영의 나지막한 부름에 화연이 눈을 살짝 떴다. 잠이 깨지는 않은 듯 눈동자가 몽롱했다.
“연아…….일어나봐.”
“......”
“연아.”
다시 깊이 잠들 것 같아 무영은 화연의 볼을 톡톡 두드렸다. 화연이 인상을 쓰면서 칭얼거렸다.
“......응…….왜에......”
“연아…….눈 좀 떠봐. 응?”
“......어......?”
화연이 천천히 눈을 뜨더니 느리게 끔뻑거렸다. 이게 어떻게 된 일인지 상황을 파악하려는 것 같았다.
무영은 눈을 감고 긴 숨을 내쉬었다. 더 늦기 전에 그녀가 깨서 다행이다. 이대로 조금만 있었다면 인사불성인 그녀를 덮칠 뻔 했다.
얼음물이라도 뒤집어써야지 안 되겠어.
그러면 이 타오를 것 같은 열기가 조금쯤은 가라앉겠지.
화연의 다리가 풀리기만을 기다리고 있는 무영의 얼굴에 부드러운 뭔가가 닿았다.
초옥-
제 볼을 꾹 누르던 그것은 물기어린 소리를 내며 떨어져 나갔다.
놀란 무영은 눈을 동그랗게 떴다.
방금…….뭐지?
“연아…….너…….”
말도 잇지 못하고 굳어있는 무영의 얼굴을 화연이 손으로 감쌌다. 그녀의 입에서 몽요주의 달달한 과일 향이 짙게 풍겼다.
“아…….예쁘다.”
“......”
“눈도 예쁘고 코도 예쁘고 입술도 예쁘네.”
“......”
“어디서 이렇게 예쁜 게 나왔지?”
“......”
“이거, 누구 거야.”
“......”
“누구 거야.”
“......”
“응?”
왜 말을 안 해주냐는 듯 화연의 입술을 삐죽이 내밀어 졌다. 반쯤 지워진 굵은 눈썹이 八자로 내려갔다.
아…….도저히 말을 안 해주고는 못 배기겠다.
“......니 거......”
무영이 제발 나 좀 살려달라는 심정으로 침만 꼴깍꼴깍 삼키다 어렵사리 입을 떼니 화연이 눈을 반달로 만들며 환하게 웃었다.
“응. 내거야. 다 내 거.”
“하…….”
무영은 혼신에 힘을 다해 잡고 있던 이성의 끈을 놓았다. 이 정도 했으면 자신은 할 만큼 했다. 더 이상 버틸 재간이 없었다.
무영은 화연의 입술을 덥석 물면서 그녀의 가슴을 제 몸으로 덮어 눌렀다.
잡아먹을 것처럼 입을 벌려 살짝 벌어진 그녀의 입술 위를 핥다가 그 사이로 혀를 집어넣었다. 혀는 좁고 촉촉한 화연의 입안으로 들어가자마자 제 세상을 만난 냥 거침없이 움직였다. 그녀의 작은 혀에 끈적끈적하게 비비다 내리 누르면서 그 위를 길게 쓸었다.
“으응…….”
화연의 숨소리가 거칠어지면서 신음성이 흘렀다.
무영은 화연의 볼을 손으로 감싸며 목뒤로 팔을 넣어 살짝 끌어 당겼다.
그녀의 고개가 뒤로 젖혀지면서 입이 더 벌어졌다. 무영은 고개를 비틀어 결합을 더 깊게 한 뒤 팔딱거리는 작은 혀를 강하게 빨아들이다가 부드럽게 핥았다. 그녀의 작은 손이 더듬더듬 자신의 등을 조심스럽게 어루만진다. 척추를 간질이는 그 느낌에 무영은 눈을 질끈 감으며 거친 숨을 내뱉었다.
화연은 정신이 흐릿한 와중에도 온통 헤집고 다니는 무영의 혀에 아찔한 추락감이 느껴
졌다. 저도 모르게 손톱을 세워 그의 어깨를 꽉 붙들었다. 머리가 빙빙 돌았다. 가슴은 지금 당장이라도 터질 것 같았다. 미쳐 다 삼키지 못한 타액이 턱으로 흐르는 것이 느껴졌다. 그의 농염한 움직임을 따라 갈수가 없었다.
그녀가 그의 타액을 계속 삼키고 있다는 걸 깨달은 무영은 머리털까지 곤두설 정도의 흥분감에 그녀의 뒤통수를 거세게 움켜쥐었다. 혀를 넣을 수 있는 곳까지 욕심껏 깊이 넣어 그녀의 혀를 뱀처럼 휘감았다. 동시에 화연의 허벅지에 자신의 몸을 은근하게 비볐다.
“읏-”
탄성이 터져 나왔다. 머릿속이 헝클어졌다. 그의 등 근육이 움찔 떨렸다.
이대로 끝까지 가자는 욕망과 여기서 그럴 수는 없다는 이성이 복잡하게 얽혀 싸우고 있었다. 처음에는 분명히 이성이 이기고 있었는데 입맞춤이 길어질수록 욕망이 앞섰다. 이러다가 진짜 자제할 수가 없을 것 같았다.
츱-
그와 그녀의 입술이 떨어지면서 입술 사이에 은선이 길게 이어지다 끊겼다. 거친 숨을 내 뱉으며 서로의 눈을 한동안 마주보았다. 혼란스러운 무영의 마음을 눈치 챘는지 흔들리던 화연의 눈동자가 떨림을 멈추더니 긴 호선을 그렸다.
그리고 천천히 눈을 감았다.
모든 것을 허락한다는 듯 한 그 모습에 무영은 마음이 벅차올랐다. 차오르는 희열을 내리누를 수가 없었다. 술은 조금도 취하지 않았는데 취한 것처럼 어지럽고 몽롱했다.
무영의 입술이 그녀의 이마를 내리누르다 미간, 콧등, 볼 그리고 입술 순으로 천천히 움직였다. 입술을 느긋하게 내리누르다 살며시 머금어 부드럽게 빨아들였다. 잘근잘근 씹다가 틈새로 혀를 넣고 다디단 꽃물을 맛보았다. 동시에 얼굴을 쓰다듬던 손을 내려 가녀린 목과 동그란 어깨를 부드럽게 어루만졌다.
“?”
뭔가 이상하다.
너무 반응이 없었다.
화연의 입술은 자신이 이끄는 대로 힘없이 따라올 뿐이었다. 그때, 등을 꼭 감싸고 있던 그녀의 손이 스르륵 내려가더니 침상위로 힘없이 톡 떨어졌다. 그 손을 보는 무영의 눈동자는 마치 무서운 거라도 보는 것 마냥 사정없이 흔들렸다.
침을 꿀꺽 삼킨 무영은 설마 하는 심정으로 화연을 불렀다.
“연아…….”
“......”
“연아?”
“......”
“......자는 거…….아니지?”
“......”
“연아!”
“......”
무영이 화연의 볼을 톡톡 두들겨 봐도 어깨를 흔들어 봐도 이름을 크게 불러 봐도 그녀에게선 아무런 반응이 없었다.
“연아......”
“......”
“......연아”
“......”
“이러면…….나 죽어…….”
요새 매일 밤마다 느끼는 서러움이 바로 오늘, 정점을 찍었다.
정인을 바로 옆에 놔두고도 수절해야만 하는, 그것도 바로 오늘 거사를 치루는 줄 알고 한껏 들떴다 인정사정없이 땅 바닥으로 곤두박질 쳐진 남자는 조용히 일어섰다.
객실 구석에 앉아 어두컴컴한 눈으로 화연을 주시하는 그에게서는 무겁고 암울한 기운이 풀풀 날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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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 화연의 복수는 어디까지였을까.
1. 업히는 거 까지
2. 옷 벗는 거 까지
3. 먼저 뽀뽀 한 것 까지
4. 허락하는 듯 눈을 감은 것 까지
5. 아직 끝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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