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0077 짐승, 꽃과 함께 사라지다. =========================================================================
“니미럴. 진짜 짜증나 뒈지는 줄 알았네.”
“......”
“나리. 도시락 안 먹었어? 아우를 보니까 먹긴 먹은 것 같은데, 나리, 너는 왜 안 먹었냐?”
“...수면제였나?”
“뭐?”
“도시락에 넣은 게 수면제였냐고.”
“카-악! 퉤!! 그래! 이런 젠장맞을! 정신을 잃고 자빠져도 벌써 자빠졌어야 할 나리 때문에 여기까지 따라온 거 아냐! 도시락 싸 줬으면 빨리빨리 처먹어야지 왜 아우만 먹이고 지랄이야 지랄을! 아...쓰블...허리 나가겠네.”
만조가 허리를 두드리며 욕지거리를 내뱉는데 옆에 있던 뚱뚱한 남자가 물었다
“만조야, 저 놈이 네가 말한 그놈 맞아? 환초 구해달라던?”
“그래! 저 희한한 머리색 보면 모르겠냐? 환초가 아니면 저런 머리색은 나올 수가 없
지. 저놈이 돈을 물 쓰듯 하더라니까. 이번에는 확실하니까 걱정 하지 말어.”
“저번에도 그렇게 말해서 갔더니만 개털 이었잖아! 같이 있던 년 때문에 재미는 봤다만 그년도 빨리 뒈져 버리는 바람에 김샜었는데......여긴, 여자도 없고.”
“야! 그때 니가 제일 심하게 해댔거든? 너 땜에 죽은 거나 마찬가진데 뭔 소리야! 죽은 여자 붙들고 끝까지 한 게 누군데 이제 와서 딴소리 하기는...쯧. 저놈은 진짜 돈 많아. 아니면 내가 양손에 장을 지진다니까. 그리고 저기 저 누워있는 거, 여자야. 탐호님께서도 이미 확인 하셨고.”
“어? 정말?”
“이 생활 하루 이틀 하냐. 척 보면 모르겠어? 나한테 남자 옷까지 구해달라고 했었다고. 큭큭큭... 저거 분장 한 거야. 분장하고도 저 정도면 보나마나 견적 나오지 않겠어? 게다가 검은머리!! 너 이제껏 검은머리 본 적 있어? 없지? 크으- 이게 무슨 횡재냐고 탐호님도 엄청 흥분하셨더라. 야, 야. 한번 봐봐. 끝내 주겠지. 그치?”
뚱뚱한 남자는 정신을 잃고 누워있는 화연을 바라보면서 입맛을 다셨다. 흥분 되는지 콧김을 풍풍 내뿜으며 만조의 팔을 붙잡았다.
“응! 지금도 완전 끝내 준다! 내, 내가 맛 한번 봐도 돼?”
만조는 팔을 획 휘두르더니 뚱뚱한 남자를 신경질 적인 얼굴로 노려봤다.
“저거 이번 달 행사 때 쓸 거니까 각별히 신경 쓰라는 탐호님의 말씀 못 들었어? 상처 하나 없이 데려 가야 해. 대신 낙찰 금액에 삼 할은 우리에게 주기로 했으니 좀 기다려봐. 저건 무조건 최고가야.”
행사......
낙찰......
그리고 상품.....?
섣불리 넘길 수 없는 단어들이 곳곳에 있었다. 무영의 눈이 스산한 기운을 띠며 가늘어 졌다
그 뒤로도 뚱뚱한 남자를 달래기 위한 만조의 더러운 소리는 한참 이어졌고 묵묵히 듣던 무영은 낮은 목소리로 물었다.
“수면제라면 몸에 해로운 건 아니겠군.”
“나 원 참, 별......이봐, 나리. 지금 상황에서 수면제가 몸에 해로운지 몸에 좋은지 그게 그렇게 중요해?”
“중요해.”
“......하이고.......지 목숨이 풍전등화고만 편하게 자빠져 자고 있는 여자가 그렇게 걱정 되는 거야? 아주, 눈물겨운 사랑이구만. 보고 있으려니 절로 욕이 튀어나올 정도야. 그래, 그래....죽은 사람 소원도 들어준다는데 그 정도야 말해줄 수 있지. 수면제는 자고 일어나면 약효가 싹 사라질 거야. 우리의 중요한 상품인데 막 다룰 수는 없는 거 아니겠어? 우리도 그 정도의 상도는 가지고 있다고. 자, 이제 됐냐?”
피식-
바라던 소리를 들은 무영은 입술을 비스름하게 들어올렸다.
그렇다면 화연에게는 아무 문제가 없는 거다. 그것만 확실하면 자신이야 이들과 싸우다 팔목 정도는 잘려도 괜찮다. 물론, 그럴 리는 없겠지만.
피식 웃는 소리를 들은 만조가 눈을 동그랗게 뜨면서 물었다.
“어쭈, 웃어? 웃어?! 나리, 너무 무서워서 머리가 돌아 버린 거야?”
“다 했나?”
“뭘”
“다 지껄였냐고.”
“허...참, 요즘 겁 대가리 상실한 것들이 참 많아. 그래, 말 다했다. 그렇다면 어쩔 건데?”
“아무런 해가 없는 수면제였다니 나도 손속에 사정을 두지.”
“뭐......?”
무영은 땅을 박차면서 훌쩍 뛰어 올랐다. 동시에 칼집에서 칼을 빼면서 크게 휘둘렀다.
주변을 둘러싸고 있던 남자들은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 제대로 보지도 못했다.
무영이 발소리도 없이 가볍게 바닥에 착지했다.
툭툭-
칼날 끝에서는 피가 뚝뚝 떨어지고 있었다. 저 피가 누구의 피 인지 자신의 몸을 두리번거리며 살펴보는데 아무런 상처도 없었다. 무영의 몸놀림이 예사롭지 않아 겁을 집어먹었는데 별일이 없자 만조가 소리를 빽 질었다.
“야!! 깜짝 놀랐잖아! 새끼가 어디서 본건 있어가지고 흉내는 좀 내나본데...아, 식겁했네. 그건 니 피냐? 가지가지 한다...쯧. 곱게 죽여주려고 했구만 아주 매를 버는 구나. 야. 여자 대신 저 새끼 후장을 니가 따먹는......!!”
소리를 지르던 만조가 옆에 있던 뚱뚱한 남자를 툭 쳤다. 뚱뚱한 남자의 몸통이 앞으로 스르륵 기울어지더니 머리가 먼저 아래로 뚝 떨어 졌다. 뒤이어 남자의 몸도 짐짝처럼 아래로 떨어졌다. 이제야 피가 분수처럼 뿜어져 나왔다.
“!!!”
히이이잉!!
앞으로 툭 떨어지는 뭔가를 피하려고 말이 발을 굴렀다.
콰드득-
으드득 으드득
말발굽에 잘려진 머리통이 박살이 났다. 말은 제 발에 밟히는 것에 놀랐는지 이리저리 날뛰다가 뚱보의 몸통을 잘근잘근 즈려밟았다. 내장이 터져 나오고 갈비뼈가 살을 뚫고 튀어 나왔다. 그 난리에 말들이 흥분해서 날뛰기 시작했다. 남자들은 서로가 타고 있던 말을 진정시키려 고삐를 잡아 채 면서 안간힘을 썼다.
만조의 얼굴은 악귀처럼 일그러졌다.
자신의 예상대로 저 놈은 보통 놈이 아니었다. 그래서 평소에는 잘 안 쓰던 수면제까지 썼는데 일이 어떻게 된 건지 저 놈만 멀쩡했다.
이렇게 되면 약간의 희생은 감수해야겠군. 이거, 출혈이 큰데...저 여자의 낙찰가에서 사할 정도는 더 받아야겠어.
만조는 품에서 가느다란 대롱을 꺼내 입에 물었다.
슉-
무영은 몸통을 옆으로 슬쩍 비틀면서 어렵지 않게 피했다. 대롱에서 나온 검은 침은 무영을 지나쳐 화연의 얼굴 바로 옆에 박혔다. 칼을 들어 올리던 무영의 얼굴이 삽시간에 굳었다.
그 얼굴을 보던 만조가 이를 드러내며 웃었다.
“크흐흐흐. 니 놈이 피하면 네 여자가 독침을 맞겠구나. 매일 발까지 씻겨주며 애지중지하는 여자인데 괜찮겠어? 아, 너무 걱정 하지는 마. 신경독이긴 한데 한 번에 많이 맞지 않는 이상 죽지는 않을 거야. 머리가 좀 모자라 지거나 몸을 못 쓸 수는 있겠지만 목숨에는 별 지장 없을 걸? 그치?”
뒤쪽에 있던 남자가 끼어들었다.
“그건 아닐걸? 저번에 대 여섯 방 맞은 년은 결국 뒈졌잖아. 사지를 배배 꼬면서 고통스럽다며 똥오줌 잔뜩 지리다가 죽은 거 기억 안나? 고 년 생긴 게 반반하니 비싼 값에 넘길 수 있었는데 참 아까웠지.”
“아...그랬나? 요즘 일이 하도 많아서.....쩝. 아, 미안. 정정 할게. 여섯 방정도 맞으면 죽을 수도 있대. 여자는 우리의 상품이라 아깝긴 하지만 네가 네 목숨 살리고자 피하겠다는데 우리가 뭘 어쩌겠어? 그리고 니가 우리 7명...아니 이제 6명이군. 우리 6명을 한꺼번에 죽일 수 있으면 모를까 칼을 휘두르는 건 자제하는 것이 좋을 걸? 살아남은 누군가 여자에게 독침을 쏠 수도 있잖아?”
“......죽고 싶어 환장을 했구나.”
무영의 전신에서 살기가 폭사되기 시작했다. 예민한 말들이 겁을 집어 먹으며 날뛸 조짐을 보이자 남자들이 고삐를 단단히 틀어잡았다.
만조 또한 고삐를 잡아채면서 동시에 크게 웃었다.
“크하하하하하- 난 저런 소리 들으면 막 흥분되더라. 어떻게 하나같이 다들 똑같은 말을 할 수가 있지? 어디서 단체로 그런 교육이라도 받은 거야? 이런 상황에서는 그렇게 말하라는? 큭큭큭- 아이고, 배 아파.”
“......”
“나를 웃겨줬으니 큰맘 먹고 충고해 주는 거니까 잘 들어. 저번에도 너처럼 칼 좀 쓴다는 놈이 있었거든? 그 놈 조차도 죽는데 반각이 안 걸렸어. 고통스러웠는지 빨리 죽여 달라며 아이처럼 엉엉 울더라고. 내가 이런 일을 하기는 하지만 그렇게 나쁜 놈들은 아니라서 바로 죽여줬지. 사실, 그 객잔을 빌려 단장하는데 돈이 좀 들었거든. 우리도 본전은 뽑아야 할 거 아니야. 너도 하나 죽였으니 비겼다고 치고, 가진 거랑 여자 순순히 내 놓으면 빨리 죽여줄게. 고통 없이. 어때? 괜찮지 않아? 크...난 마음이 너무 자비로워서 탈이야. 크흐흐흐흐.”
무영은 대답 하지 않고 화연이 깔고 있던 모포로 그녀를 감싼 뒤 그 위를 제 몸으로 덮어 눌렀다.
한참을 웃던 만조가 그 모습을 보더니 웃음을 뚝 멈추고 남자들에게 눈빛을 보냈다. 그들은 일제히 대롱을 꺼내 들었다.
슉-슉-
슉- 슉- 슉-
순식간에 대여섯 개의 침이 무영의 팔과 등에 날아와 박혔다.
무영은 미동도 없이 화연을 감싸고 있었다.
자신에게는 독이 잘 통하지 않는다. 저들이 가져온 침이 다 떨어질 때까지 기다릴 수밖에 없었다. 그때 까지 버틸 수 있을지 그게 문제였다.
그러나...
아주 찰나의 시간만 주어진다면 저 것들을 모조리 갈기갈기 찢어 줄 테다.
발끝부터 잘근잘근 으스러뜨려 주마.
뼛조각 하나 남김없이 산채로!!
반드시!!!
무영의 눈에 지독한 기운이 고였다. 그것은 독물같이 뚝뚝 흘렀다.
만조는 손을 들어 올렸다. 가차 없이 쏘아지던 공격이 뚝 멎었다.
“음...죽었나본데?”
“어디보자...하나, 둘, 셋, 넷...응? 왜 저거 밖에 안 맞았지? 나 혼자만 5개는 날렸는데 저놈이 맞은 건 열 개 좀 넘는 것 같은데?”
“아, 바람 불잖아. 어차피 저 정도면 죽고도 남았어. 말이라 할지라도 10개를 못 넘기고 쓰러지는데 사람이 어떻게 버텨?”
“그, 그런가?
“덜떨어진 소리 좀 하지 말고, 가봐.”
“어...? 내가...?”
“그래! 빨리 가봐! 이러다 해진다. 얼른!”
“아, 알았어...”
만조에게 지목당한 덩치 큰 남자가 말에서 내리더니 무영에게로 조심스럽게 다가갔다. 멀찍이 서서 칼로 등을 쿡쿡 찔렀지만 아무런 움직임이 없었다.
“야! 빨리 좀 못해! 죽은 게 확실한데 뭘 그리 겁내고 지랄이야? 그 덩치가 아깝다. 그 놈 치워 버리고 여자 괜찮은지 확인해!”
“...알았어......재촉 좀 하지 마!”
저놈은 까딱하면 명령 질이야. 아주 재수 털리게 스리...지가 대장인줄 알아.
남자는 구시렁거리면서 무영에게 가까이 다가가 어깨를 잡아 돌렸다. 창백한 얼굴은 핏기하나 없었다. 코 밑에 손가락을 대보니 숨이 느껴지지 않았다. 남자는 새삼 이놈 얼굴이 아까워 졌다.
륜국 쪽 귀부인들이 참 좋아하게 생겼는데....그쪽에 팔면 높은 값으로 팔렸을 텐데. 아쉽군.
남자는 만조를 향해 돌아서 두어 걸음 걷다가 손짓을 했다.
“이놈 죽었어. 여자는 한방도 안 맞았고. 여자 싣게 말 이리 가져와.”
“그래, 그러면 니가 가서 도와......뭐야......?”
만조는 옆에 있던 남자의 눈이 찢어질듯 커지는 것을 보고 놀라 시선을 돌렸다.
크헉!!...꾸르르륵...커헉..쿡...컥컥...그륵
무영을 살펴보러 갔던 남자가 사지를 부들부들 떨었다. 입에서 피거품이 나오고 눈알 뒤로 돌아갔다. 줄줄 지린 소변으로 바지가 순식간에 젖어들었다.
“뭐, 뭐야!! 저 놈 갑자기 왜 저래?.......헉!!!”
커컥!!!
눈을 까뒤집고 사지를 경련하던 남자의 배에서 뭔가가 튀어 나왔다.
그것은 시뻘건 손이었다. 뭔가를 잔뜩 움켜쥐면서 튀어나온 그 손은 이내 쫙 펴졌다. 움켜쥐고 있던 내장이 바닥으로 길게 쏟아졌다.
역류한 핏물이 남자의 입에서 울컥울컥 솟아 흘렀다. 눈에서 피눈물이 흘렀다. 남자는 아직도 살아있었다.
아무리 이런 일을 하는 사람들이라 할지라도 산채로 사람의 내장을 잡아 뜯는 다는 것은 상상도 못했던 일이라 그들은 모두 얼어붙었다.
남자의 어깨 뒤로 무영의 얼굴이 나타났다. 그는 온통 피투성이의 얼굴을 하고 웃고 있었다.
오싹-
만조는 전신에 소름이 돋았다. 예고도 없이 차가운 얼음물속으로 내동댕이쳐진 것처럼 온몸에 냉기가 퍼졌다. 불길한 예감이 마음속에 자리 잡기 시작했다.
아직 자신들의 수가 더 많고 독침도 떨어지지 않았다. 하지만 유리하다는 생각이 전혀 들지 않았다. 그는 불안한 마음을 잠재우려 혀끝을 잘근잘근 씹었다.
독기를 뚝뚝 떨어뜨리며 기묘하게 빛나는 무영의 눈이 만조를 향했다.
“걱정 하지 마. 사람은 생각보다 쉽게 죽지 않아.”
“......”
“내장을 끄집어냈는데도 세시진 넘게 살아있던 놈도 있었거든. 이놈도 아직 안 죽었으니 데려가서 내장 다시 집어넣고 하면 어떻게 살릴 수는 있지 않겠어? 아, 그렇군. 내가 속을 좀 헤집어 놨으니 어렵긴 하겠다. 그치?”
“...어떻게 살았는지는 모르겠지만...여자가 죽어도 상관없나 봐? 여유 만만한걸 보니...”
피식 웃은 무영이 경련하는 남자의 목을 잡고 질질 끌었다. 바닥에 내장과 피로 만든 길이 생겼다. 만조의 뒤에 있던 남자가 허리를 숙이며 속을 게워냈다.
무영은 끌고 간 남자를 화연 위에 덮었다. 그리고 뒤로 돌면서 웃었다.
피로 물든 악귀 같은 얼굴에 날카로운 하얀 이가 드러났다.
“나도 미리 충고 하나 할까. 아무리 고통스러워도 죽여 달라고 하지 마. 난 자비롭지
않거든.”
만조는 입에서 피 맛이 느껴지는 것을 깨닫고 즈려 물고 있던 혀를 놓았다. 오금이 저려왔다. 서있었더라면 볼품없이 후들거리는 다리가 보였을 것이다. 아무래도 오늘 여기가 내 무덤이 될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 갈 때 가더라도 내가, 너만은 데려간다.
만조는 이를 악물며 무영을 노려보다가 크게 소리 질렸다.
“쏴!!”
*
“주, 죽여...줘...제발......커헉....크하학!!”
무영은 형체를 알 수 없이 뭉개진 손을 벌벌 떨며 애원하는 만조의 뭉개진 볼을 톡톡 두드렸다.
“나도 그러고 싶은데......네 뒤에 누가 있는지, 그 탐호라는 새끼가 누구인지 알려줄 사람은 너밖에 없잖아. 그러니까 빨리 말하지 그랬어. 왜 이렇게 고집을 피워?”
“나, 나도 의뢰만 받고...크헉....으윽... 움직이는...그, 그만.......!!”
이정도로 했는데도 입을 안 여는 것을 보면 이놈은 진짜 조무래기다.
그렇다면 여기서 시간을 버리느니 차라리 이곳에서부터 빠르게 거리를 벌리는 것이 낫겠지.
게다가 시야가 어질어질 한 것이 아까 맞은 독침의 효과가 슬슬 나타나려는 것 같았다. 길게 끌다간 여기서 쓰러질지도 모르는 일. 무영은 끝까지 내막을 밝히지 않는 만조를 서늘한 눈으로 보다 일어섰다.
“흠... 뭐...이 정도로만 할까?”
“큭! 윽! 안 돼!! 제발...죽여줘!!”
만조가 어떻게든 기어와 입으로 바짓단을 물려고 하자 뒤로 훌쩍 물러섰다.
멀찍이서 풀을 뜯고 있던 말을 끌고 와 화연을 안장에 올리고 그 뒤에 올라탔다. 그리고 말을 몰아 바닥에서 꿈틀거리며 울부짖는 그에게로 다가갔다.
“나도 일정이 있거든. 바쁘니까 갔다 올 때까지 살아있으면 그때 죽여줄게. 그리고 넌 팔, 다리만 망가졌을 뿐이잖아. 뭐 그렇게 엄살이야? 여기서 기어가면 그 마을로 다시 돌아갈 수도 있지 않겠어? 잘 해봐.”
무영의 뒤로 만조의 처절한 비명소리가 터져 나왔다.
*
산속을 달리던 말이 속도를 천천히 줄이더니 이내 멈춰 섰다.
화연을 꼭 끌어안은 무영의 몸이 서서히 옆으로 기울면서 아래로 툭 떨어졌다.
바닥에 쓰러진 무영은 감기는 눈꺼풀을 사력을 다해 들어 올려 제 몸 위에 있는 화연을 살폈다. 표정은 편안해 보였고 숨소리는 규칙적으로 들렸다.
연이가 깨어나면 놀랄 텐데...
무영은 눈을 감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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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샘입니다님 서평 감사합니다~~
무료로 풀리는 날은 화,목,금,토 밤12시 9분 입니다.
너무 느린 것 같아 연재주기를 주 3회에서 주4회로 변경하였습니다.
아웅~ 작가에게 추코먹이를 마니마니 던져 주세요~
화연과 무영이 지금 제대로 하고 있는지 너무너무 알고 싶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