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0073 짐승, 꽃과 함께 사라지다. =========================================================================
화연은 무영이 발을 씻겨줄 때 까지만 해도 죽을 것처럼 간지럽기는 했어도 마음이 이렇지는 않았었다.
족욕 후 무슨 이유에서 인지 기분이 가라앉아보이는 무영의 눈치를 보고 있는데 점점 기분이 싱숭생숭 해졌다. 과정이야 어찌됐건 지금 상황만 놓고 봤을 때는 연인과 단둘이 밀월여행 온 것과 다를 바 없다는 것이 새삼 마음을 들뜨게 만들었다.
그 후 부터 무영이 의식되기 시작하는데 도무지 신경이 쓰여 밥을 먹기도 힘들었다. 손끝만 스쳐도 화들짝 놀라기 일쑤라 그가 몇 번이나 괜찮으냐고 물어봤었다. 식사가 끝날 때쯤에는 어느 정도 진정되긴 했지만 느닷없이 깨닫게 된 사실 하나가 심장을 다시 날뛰게 만들었다.
침상이 하나밖에 없었다.
그 사실을 이제야 알고 이 문제를 지적해줘야 하나 말아야 하나 갈등하고 있는데 저 때마침 종업원이 환초가루가 담긴 봉투와 작은 수저를 가져왔다.
“나리께서는 이 수저로 반 정도만 넣으시고요 일행 분은 체구가 작으신 듯 보이니 반에 반 정도만 넣으십시오. 보름마다 한 번씩 드시셔야 하는 건 아시죠?”
“알아. 이 정도면 세 네 번 정도는 더 사용할 수 있나?”
“그럼요. 아마 대 여섯 번 까지도 가능할겁니다. 아! 목욕물은 욕실에 받아 놨습니다. 저 문을 여시면 바로 연결되어 있는데 지금은 물이 너무 뜨거우실 테니 반각정도 지난 후 이용하시면 되시겠습니다. 입욕제는 제 임의대로 피로를 풀어주는 벚꽃가루로 풀었는데 맘에 드실지 모르겠습니다.”
“괜찮아. 가봐.”
만조는 무영이 던져주는 것을 두 손으로 받았다. 손톱만한 크기의 은덩어리였다. 그의 입이 양쪽으로 쫙 벌어졌다.
“어이구, 나리! 아까 많이 주셔서 더는 안주셔도 되는데...이거, 감사합니다! 더 필요하신 게 있으시면 언제든지 침상 옆에 있는 금줄을 당겨주십시오. 바로 준비해 드리겠습니다! 그럼 좋은 밤 되시기 바랍니다.”
화연은 모둘을 뒤집어쓰고 있다가 만조가 나갔는지도 몰랐다. 뒤늦게 손을 들어 올려봤자 지나간 마차가 다시 돌아올 리 만무했다.
이봐요! 여기 침상이 하나밖에 없어요.
이러다 심장이 터져버리겠어요. 제발 가져다주세요!
라고 말하고 싶었지만 아직 침상을 같이 쓰는 걸로 결정된 것도 아닌데 너무 유난스러운 가 고민이 되었다.
일단 가만히 있어볼까.
무영은 환초가루를 물에 타서 화연에게 다가갔다. 그녀는 침상을 쳐다보며 심각한 표정으로 생각에 잠겨있었다. 너무 빠른 거 아니냐고 작게 중얼거리는 소리까지 들리는 걸 보니 무슨 생각을 하는 건지 알 만 했다.
무영은 그녀의 고민을 모른 척 하면서 잔을 내밀었다. 화연은 녹차처럼 보이는 그것을 들어 자세히 보다 물었다.
“이게 아까 말씀하셨던 그 약초에요?”
“원래는 남하강에 도착해서 구하려고 했는데 여기에서 얼마간 지내야 하잖아. 그럼 필요하니까.”
“정말 눈동자 색깔까지 바꿔주는 거예요?”
“응. 마시고 나면 눈이 약간 시릴 수는 있어. 가끔 그렇다는 소리를 들었지 대부분 바뀌는 줄도 모르니까 걱정하지 마.”
“음...겉보기에는 그냥 찻물 같네요...무슨 색으로 바뀌는 거예요?”
“사람마다 달라서 마셔봐야 아는데 내가 예전에 사용했을 때에는 색을 흐리게 바꿔주더라고.”
태자인 무영이 환초를 사용할 일이 뭐가 있었을까. 화연은 잔을 만지작거리다 고개를 갸웃했다.
“뭐 하시느라 쓰셨는데요?”
무영은 속으로 아차 했다.
“......잠행 나갈 때......”
잠행은 나갈 생각도 나가 본적도 없었지만 생각나는 변명은 그거 밖에 없었다. 기루에 가기위해 썼다고 할 수는 없지 않은가.
화연은 다행히 의심하는 기색 없이 순순히 고개를 끄덕였다.
“잠행도 다니셨구나...”
“...아무튼 그 정도라면 크게 의심받지는 않을 테니 어서 마셔.”
화연은 잔을 들어 향을 맡다가 쭉 들이켰다. 의외로 맛있었다. 구수한 맛까지 나는 것이 생김새 뿐 아니라 맛까지 녹차와 비슷했다. 혹시 아플지도 몰라 물 잔을 꽉 움켜쥐고 긴장하고 있는데 무영이 웃으며 잔을 받아 들었다.
“아프지는 않으니까 긴장 풀어. 그리고 바로 바뀌지 않을 수도 있어. 시간이 걸리는 사람도 있다고 하더라고.”
그 말에 머리카락을 들어보니 변하지 않고 그대로였다. 화연은 내심 기대했는데 좀 실망스러워 어깨를 한번 으쓱거리다 물을 마시는 무영을 쳐다봤다.
물을 마시느라 뒤로 젖혀져 있는 목이 보였다. 가운데 툭 튀어나와있는 목젖이 도드라져 보였다. 위 아래로 꿈틀 거리는 그 것의 움직임에 시선을 빼앗겨 무심코 보다 무영이 고개를 세우자마자 후다닥 얼굴을 돌렸다. 볼이 뜨끈해졌다.
“어?”
문득 시야에 걸리는 것이 있어 고개를 돌리니 무영의 머리색이 점점 바뀌고 있었다. 머리 뿌리부터 색깔이 변하더니 순식간에 전체로 퍼졌다.
“와-”
그의 머리 색깔은 정말 희한했다. 전체적으로 살구 색? 복숭아 색? 그런 색과 비슷했는데 빛에 따라 표면에 붉은 기운이 흘렀다.
이렇게 변하는 구나...참 신기하다. 오- 하며 구경하던 화연은 무영의 눈을 보고 깜짝 놀랐다. 눈동자가 옅은 회색으로 바뀌어 있었다.
별이 점점이 박혀 있는 두 눈은 황금색 눈동자만큼 사람의 시선을 끌어 당겼다. 전에는 금방 달려들어 목 줄기를 물어뜯을 것 같은 거대한 압박감이 느껴졌다면 지금은 부드러우면서도 이상야릇했다. 보고만 있어도 유혹하는 것 같은 분위기가 풍겨 괜히 마음을 설레게 했다.
무영은 화연이 자신을 멍하게 보고만 있자 고개를 비스듬히 기울였다.
예전 다른 기생들은 다 좋아했었는데 화연의 취향은 아닌가...
“... 마음에 안 들어?”
“어...아, 아니요...”
“그럼 왜 그래?”
“그냥......”
대답이 영 맘에 들지는 않았지만 목욕물이 식기 전에 화연을 욕실로 들여보내야 했다.
“어서 목욕해. 물 다 식겠어.”
“네......”
“상처 조심하고.”
“네......”
무영의 눈이 가늘어 졌다.
아까부터 미묘하게 말끝이 늘어지는데 갑자기 저러는 이유를 알 수가 없었다. 눈도 잘 마주치지 않다가 조금만 스쳐도 깜짝 놀라지를 않나... 어디 아픈가?
무영은 자신의 앞을 지나 욕실로 향하는 화연의 팔을 잡아 당겨 돌려 세웠다. 그리고 이마에 손을 올렸다.
“!!”
“열 있나 보게......어......? 왜......왜 그래?”
보고 있는 무영조차 당황스러울 만큼 화연의 얼굴이 순식간에 빨갛게 달아올랐다. 목까지 벌게지는데 그 속도가 얼마나 빠른지 깜짝 놀랄 수밖에 없었다. 무영은 엉겁결에 잡고 있던 팔을 놓았다. 화연은 무영이 팔을 놔주자마자 욕실로 뛰어 들어가 문이 부서져라 세게 닫았다. 손등까지 시뻘게진 것을 보니 얼굴은 안 봐도 훤했다.
기와가 들썩거릴 만큼 커다란 무영의 웃음소리가 문을 타고 화연의 귀에까지 들어왔다.
“아하하하하하...! 큭큭큭....하하하하하...아, 진짜...하하하...너무...귀엽잖아...하하하하하...!”
어휴...내가 미쳐! 내가 미쳐! 내가 미쳐!!!
화연은 두 손으로 얼굴을 감싸고 발을 동동 구르다가 겨우 진정하고 목욕을 시작할 수 있었던 건 그로부터 한참 뒤였다.
*
화연이 목욕을 마치고 나오니 언제 가져다 놨는지 원래 있던 침상 옆에 작은 침상이 놓여 있었다. 무영도 어디서 목욕을 했는지 젖은 머리카락을 닦고 있었다.
“어? 어디서 목욕 하셨어요?”
무영은 화연의 질문에 뒤로 돌다가 멈칫했다.
“다른 객실에서......그런데... 너 머리가......”
“네? 뭐가요......?......어?”
무영의 말에 화연은 머리카락을 내려다 봤다. 아직 다 마르지 않아 평소보다는 진해 보이긴 했지만 분명히 색깔이 변해 있었다.
“......흐려진다고 하지 않았어요?”
“맞아. 대부분 흐려져. 진해지더라도 너처럼 검게 변했다는 소리는 못 들어 봤어.”
탁자위에 놓여있던 면경에 제 모습을 비춰보니 정말 머리와 눈동자가 검게 변해 있었다.
“와...오랜만이네...”
화연은 면경을 손가락으로 쓸었다. 반가운 기분이 들었다. 이곳에서는 흔히 볼 수 없었던 검은 머리에 검은 눈동자...자신과 연우의 얼굴은 비슷하기도 했지만 다른 부분도 분명히 있었다. 하지만 머리와 눈동자 색이 달라지니 연우와 훨씬 비슷해지면서 그때로 돌아간 느낌까지 들어 기분이 묘해졌다.
변한 자신의 모습이 맘에 든 화연과는 달리 무영의 영 탐탐치가 않았다.
저렇게 눈에 띄는 색깔이라니...변장의 의미가 없었다. 물론 류 가(家)의 혈족이라는 것은 숨길 수 있겠지만 그 뿐 이었다.
저렇게 되고 나니 성숙해 보이면서 고혹적인 분위기까지 풍겼다. 게다가 색깔의 희소성까지 더해지면 전보다 더한 이목이 그녀에게 집중 될 것은 불 보듯 뻔했다. 앞으로 겁도 없이 꼬여드는 버러지들 때문에 골치 아파질 것 같다는 예감이 들었다.
“맘에 드나봐.”
왠지 심통 난 것 같은 말투에 화연이 눈을 동그랗게 떴다.
“맘에 안 드세요? 저는 좋은데요...”
“응. 맘에 안 들어. 너무 눈에 띄잖아. 그게 무슨 변장이야? 화장이지.”
아니, 이게 내 잘못도 아닌데 왜 나한테 짜증을 내실까...미간사이에 잔뜩 금이 간 것을 보니 정말 싫긴 싫은가 보다. 하긴, 이곳에서는 검은 머리를 본적이 없었다. 자신이 생각해 봐도 몰래 황궁을 빠져 나와 도망치는 입장에서 선택할 색상은 아닌 것도 사실이라 제 잘못은 아니지만 미안한 표정으로 웃었다.
“미안해요. 화내지 말아요. 저라고 이럴 줄 알았겠어요? 환초라는 것이 있는지도 오늘 처음 알았는걸요.”
“오해하지 마. 너한테 화내는 거 아니니까. 난 너한테 절대 화 안내.”
“에이...지금 화내시는 것 같은데요?”
“아니라니까!”
“치...거봐. 화났으면서. 맘에 안 들면서 괜한 말로 위로하지 말아요. 저도 이상한 거 아니까.”
화연이 토라진 시늉을 하면서 침울한 표정을 짓고 있으려니 무영이 심각한 얼굴로 다가왔다.
“보기 싫어서 화내는 거 아니야. 잘 어울려.”
화연은 슬그머니 고개를 돌리며 물었다.
“...정말 이예요? 어울려요?”
“응. 정말 예뻐. 하지만 다른 놈들 눈에도 예쁠 거 아니야. 그게 맘에 안 들어.”
“참...보면 좀 어때요. 닳는 것도 아닌데...그리고 다른 사람 눈에도 예뻐 보일 거라는 건 당신 생각일 뿐이에요. 그런 이상한 생각 좀 하지 마세요. 듣는 사람 엄청 무안해 지는 거 아세요? 저 지금 아버지나 오라버니와 같이 있는 줄 알았잖아요. 하마터면 아버지라고 부를 뻔 했네요.”
별일도 아닌 것 같은데 의외로 무영이 심각해 보여 화연은 일부러 우스갯소리를 하며 생긋 웃어보였다.
“난 너의 아버지가 될 생각은 추호도 없으니 절대로 그렇게 부르지 마. 생각만 해도 싫으니까.”
장난이었을 뿐인데 말이 끝나기가 무섭게 무영은 대놓고 질색을 했다. 화연은 이번에야 말로 진짜 기분이 상할 것 같았다.
“왜요? 우리 아버지가 어디가 어때서요? 자상하시지, 따뜻하시지, 저를 얼마나 아껴주시는데요. 성정이 좀 급하시긴 하지만...능력 면에서도 으뜸이잖아요. 그 정도면 우리나라에서 최고의 아버지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라고요.”
기분이 상해 높아진 화연의 목소리에도 아랑곳 하지 않고 무영은 여상스럽게 대꾸했다.
“그럼 뭐해. 너를 안을 수도 없는데.”
“......”
‘저’ 안다 는 ‘그’ 안다 겠지...
말을 꺼낸 무영 대신 화연의 얼굴이 붉어 졌다.
저런 말을 저렇게 아무렇지도 않게 말하니까 더 몸 둘 바를 모르겠다. 이 남자는 보기와는 다르게 낯 뜨거운 소리를 안색하나 안변하고 잘도 하는 구나. 그런 말은 입에 담지도 않을 것 같았는데...아휴...민망해.
무영은 화연을 한순간에 꿀 먹은 벙어리로 만들어 놓았지만 그것에 대해서는 관심이 없었다. 그의 머릿속은 어떻게 하면 화연을 아무에게도 노출 시키지 않고 숨길 수 있을까를 고민하느라 정신없이 돌아가고 있었다.
귀중한 보물이 생기면 자랑하는 것이 아니라 아무도 모르는 곳에 숨겨두고 혼자만 보는 것을 좋아하는 사람이 있는데 무영은 그 정도가 심각했다.
그는 화연을 누군가 보고, 말 걸고, 만지는 것이 너무 싫었다. 보면 눈알을 뽑고 싶고, 말 걸면 입을 찢고 싶고, 만지면 죽이고 싶었다. 가끔 가족인 류 강연이 화연의 얘기를 하면서 예뻐 죽겠다고 할 때가 있었는데 그것마저도 기분이 상하면서 꼴 보기 싫을 때가 있었다.
화연의 가족한테도 그러한데 생판 모르는 사람이 그런다고 생각하면 당장 살심이 일었다.
가람지방에 도착할 때 까지는 조용히 가야하는데 과연 그럴 수 있을지...
무영은 벌건 얼굴로 자신의 눈치를 보며 자야겠다는 말을 어물거리는 화연을 쳐다보았다.
슬금슬금 작은 침상으로 다가간 그녀는 재빨리 이불속으로 기어 들어가더니 온몸에 이불을 돌돌 말기 시작했다. 완성된 이불 말이 끝에는 자그맣고 동그란 정수리만 살짝 보였다. 잠시 그대로 있는가 싶었는데 정수리 쪽에서 작은 손이 불쑥 튀어 나와 이불을 살며시 잡아내려 완벽한 모양의 눈을 드러냈다. 사람 마음을 들었다 놨다 하는 그것은 큰 호선을 그리며 가늘어 졌다.
“안녕히 주무세요.”
“......으... 응”
하마터면 ‘응’ 이 아니라 ‘윽’이라고 할 뻔했다.
당장에 저 이불 위를 덮쳐 냅다 끌어안고 뒹굴고 싶은걸 참느라 저도 모르게 손이 움찔거렸다.
화연은 무영의 심장을 직격으로 강타한 줄도 모르고 눈을 감더니 속 편하게 자기 시작했다. 아무리 피곤했다지만 나는 이렇게 만들어 놓고 저만 먼저 자다니 너무 한 거 아니야?
그러고 보면 류 재상은 참 대단한 사람이라는 생각이 머리를 스쳤다.
처음에는 재상이 팔불출에다 그녀의 몸이 약하다는 특수한 상황까지 겹쳐 콩깍지가 씌어도 단단히 씌었다고 생각했었다. 누가 보면 딸자식은 저 혼자만 가지고 있는 듯 오만가지의 유난은 다 떠는데 참 꼴불견이었다. 자랑은 또 얼마나 해댔는지 전쟁터에서 돌아와 전혀 관심 없었던 자신의 귀에까지 들어온걸 보면 하루 종일 딸 자랑을 하고 다니느라 눈 코 뜰 새 없었을 것이 분명했다.
그것은 전쟁터에서 같이 굴렀던 류 강연도 마찬가지였다. 그 놈은 싸우다가도 화연의 얘기를 꺼냈었다. 그때 마다 너무 귀찮아 죽여 버릴까 하고 몇 번을 생각했었는데...
하지만, 화연을 만나게 되고 시간이 지나갈수록 재상과 류 강연의 사람 보는 눈이 아주 객관적이었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어떤 부분에서는 조금 박한면도 없지 않았다. 사람을 평가하는데 인색하기 그지없는 자신에게 조차도 그녀는 이루 말할 수 없이 완벽해 보였다. 평생 쓸 수 있는 행운을 화연을 만나는데 다 썼다고 하더라도 그럼 그렇지 하고 납득 할 수 있을 정도였다.
나 같았으면 족쇄를 채워서라도 가둬놨을 텐데. 가벼운 외출이라 할지라도 밖으로 내보낼 생각은 절대 안 했을 것이다. 그런걸 보면 재상도 참 대범한 부분이 있어.
그나저나, 어떻게 할까...
환초의 효능이 생각했던 것과는 너무 달랐다. 사용하기 전보다 더 불안했다.
당장 내일부터 이제 들킬 염려는 줄어들었으니 답답한 카울은 벗어버리겠다고 때를 쓸 텐데...답답해하더라도 나비를 그냥 씌울걸 그랬다.
하지만 그렁그렁한 눈으로 올려다보면서 이거 벗으면 안돼요? 라고 말하기라도 한다면... 그녀의 말이 끝나기도 전에 그렇게 하라고 할 자신의 모습이 눈에 훤했다.
오히려 그 자리에서 다른 옷 까지 죄다 벗길지도 모른다. 그럼 그녀의 하얗고 부드럽고 야들야들하고 향긋한 살결이 나오겠지. 보기만 해도 군침이 도는 그것을 내가 맛보지...아, 아니, 손대지 않고 버틸 수 있을까...
잠깐! 이게 아니지. 지금 이 상황에서 그게 중요한 것이......맞긴 하지만, 그보다 더 급한 문제가 있었다.
무영은 금세 딴 생각으로 빠져드는 자신의 머리를 거칠게 털고 턱을 괴었다.
어떻게 하면 내 보물을 꽁꽁 숨길 수 있을까.
그는 뭔가를 물고 싶어 근질거리는 송곳니를 혀로 톡톡 치면서 궁리를 하기 시작했다.
******************************************
목이 마릅니다.
추천,코멘 수(水)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