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꽃을 문 짐승-70화 (70/110)

00070  외전 - 그는 누구인가  =========================================================================

무영은 주변을 둘러보았다.

사방은 깜깜한 어둠으로 가득 차 아무것도 보이지 않았다. 넓은 곳인지 좁은 곳인지도 알 수 없었고 제 손조차 보이지 않았다. 그런 완벽한 어둠속에 무영은 홀로 서있었다.

“윽……”

문득, 귀가 미친 듯이 간지러웠다. 벌레라도 들어간 듯 가려워 견딜 수가 없었다. 귓구멍을 손가락으로 후벼 파다 못해 마구 비볐다.

그때, 무영의 옆으로 얼어붙을 정도의 한기를 내뿜는 뭔가가 스쳐 지나갔다. 갑자기 위기감이 느껴지면서 이곳을 빠져나가야 한다는 생각이 강하게 들었다. 붙어있는지 보이지도 않는 다리를 움직여 무영은 뛰기 시작했다. 하지만 아무리 뛰어도 어둠은 사라지지 않았고 뒤 따라오는 한기는 더욱 짙어지기만 했다. 어둠속에서 한참을 정신없이 뛰고 있으려니 나중에는 자신이 정말 뛰고 있는지도 의심스러워 졌다.

무영은 걸음을 멈췄다.

너무나 지치고 피곤했다. 다리가 끊어질 듯이 아파왔다. 숨이 턱까지 차오르고 심장은 터질 것 같았다. 헐떡거리며 숨을 가쁘게 몰아쉬고 있는데 별안간 남자의 목소리가 들렸다.

“벌써 그만하려고?”

“!”

무영은 목소리가 들리는 쪽으로 고개를 획 돌렸다. 방금 전까지만 해도 아무것도 보이지 않던 공간에 남자가 서있었다. 남자를 본 무영의 눈이 가늘어 지면서 살기가 일었다. 검은 옷을 입은 그는 눈 색깔을 제외한다면 머리색까지 자신과 쌍둥이처럼 닮아 있었다. 긴장이 왈칵 치솟았다.

“…….누구냐.”

남자는 무영의 살기어린 표정에도 전혀 아랑곳 하지 않고 한심하다는 표정으로 말했다.

“너무 포기가 빠른 거 아냐? 이거, 실망인데?”

“뭐?”

“구관이 명관이라고 그 전이 나은 것 같아. 그 사람은 다정다감하고 목소리도 정말 부드러웠거든. 그렇게 빨리 죽지만 않았다면 좋았을 텐데…….”

“그 사람? 누구를 말하는 거냐! 도대체 무슨 소리야!”

“성질도 더럽고…….이거 비교 되도 너무 비교 되잖아? 흠…….아무리 생각해 봐도 별로야. 당신 너무 맘에 안 들어.”

무영은 이 남자가 무슨 소리를 하는지 이해하려 애쓰기를 포기했다. 힘들어 죽겠는데 다짜고짜 나타나서 묻는 말에는 대답도 없이 그 전이 더 좋다느니 맘에 안 든다느니 알아들을 수 없는 소리만 늘어놓자 짜증스럽기 까지 했다. 게다가 귓속은 점점 더 가려워 졌다.

“그거 잘됐군. 나도 너 맘에 안 든다.”

한심한 표정이던 남자의 얼굴이 싸늘하게 굳더니 제가 이제까지 하던 말은 생각도 안하고 따지기 시작했다.

“왜? 왜 맘에 안 들어? 내가 어디가 어때서!”

“너도 내가 맘에 안 든다며?

“그래! 맘에 안 들어. 정말 짜증나!”

“나도 그렇다고. 더 할 말 없으면 꺼져. 너랑 노닥거릴 힘없어.”

“이......!! 흥! 내가 가버리면 아쉬운 건 당신이야. 지금 그렇게 여유부릴 때 아니거든?”

“그럼 무슨 때인데”

“아무리 쓰러졌다고 하더라고 귓구멍은 열려있을 거 아니야!! 이 소리 안 들려?! 혹시 귀머거리야?”

남자는 주먹을 꽉 쥐고 발을 굴렀다. 말하는 내용은 둘째 치고 때를 쓰는 어린아이 같은 행동에 무영의 얼굴이 차게 식었다. 자신의 얼굴을 하고 저런 행동을 하다니…….속이 안 좋아 졌다. 그냥 죽여 버릴까?

“너 악쓰는 소리밖에 안 들린다. 좀 조용히 해. 그리고 그딴 행동 또 하면 죽여 버린다.”

심통 맞은 얼굴을 하던 남자는 겁에 질리기는커녕 갑자기 배꼽을 잡고 웃으며 바닥을 굴렀다. 한참을 데굴데굴 구르던 남자가 눈에 고인 눈물을 닦으며 말했다.

“아…….복근 끊어지는 줄 알았네. 할 수 있으면 해봐. 안 말릴게. 그런데 이건 알아둬야 할 걸? 나를 죽이면 당신이 목숨보다 사랑하는 사람도 같이 죽이는 거야.”

“!”

무영의 얼굴이 경계심으로 딱딱하게 굳었다. 이놈은 화연의 존재를 안다.

“넌…….뭐냐. 화연을 어떻게 알지?”

한결 여유로워진 남자는 무영의 살벌한 기세에도 흔들림 없이 검지를 좌우로 흔들며 혀를 찼다.

“쯧쯧쯧. 지금 그게 문제야? 쓸데없는 말 하지 좀 말고 이 소리나 잘 들어보라니까.”

“아까부터 무슨 소리를 들으라는 거야! 아무 소리도 안 들리......?!”

화가 난 무영이 버럭 소리를 지르는데 무슨 소리가 들렸다. 아주 작은 소리긴 하지만 분명히 누군가의 목소리였다.

[뭐...... 그게... 소리....]

[저도...... 모...... 무슨 ...... 화연... 처소...발견... 일단 가셔야.... 아가씨..... 다치신 것 ....... 피가... 빨리]

“이게…….뭐야. 화연이 다쳤다고?”

“둔하기 까지…….그럼 누구겠어! 당연히 어ㅁ…….화연이겠지! 계속 멍청하게 그러고 있을 거야?”

무영은 마음이 다급해졌지만 주변을 아무리 둘러봐도 짙은 어둠뿐 이곳을 빠져나갈 수 있는 방법을 찾을 수가 없었다.

“어, 어떻게 나가야…….”

“아, 정말. 밥을 떠서 입안에 까지 넣어줘야 하다니…….난 아버지 복은 없나봐. 첫 번째는 허망하게 죽어버리더니, 두 번째는 어디서 저런…….어휴…….게다가 영원히 바뀌지도 않아요. 아주 찰거머리가 따로 없어.”

남자의 혼잣말에서 유독 신경 쓰이는 단어를 들은 무영은 눈을 크게 떴다.

“뭐......? 그게 무슨 말…….”

“아, 됐고. 그 절벽에서 뛰어내려.”

“무슨 절벽? 사방이 암흑뿐인데 절벽이 어디 있어?”

“바로 발 앞에 있잖아!”

“뭐?......!”

남자의 고함소리에 무영이 무심코 발아래를 내려다보니 정말 까마득한 절벽이 펼쳐져 있었다. 중간에 펼쳐져 있는 안개로 인해 끝이 보이지도 않았다. 추락할 것만 같은 아찔한 기분에 무영은 뒤로 주춤 물러섰다.

절벽 가까이 다가온 남자는 팔짱을 끼더니 절벽아래를 턱으로 가리켰다.

“뭐해? 어서 뛰어 내려.”

“여기를……. 뛰어 내리라고?”

“정인 안 구할 거야? 생각보다는 별로 사랑하지는 않는가 보네? 그럼 그대로 평생 있던지.”

“무슨 소리야. 여기로 뛰어 내리면 구할 수 있다는 거야?”

“참내…….구하는 건 당신이 직접 해야지! 절벽만 뛰어 내린다고 정인이 구해지냐? 지금 일이 누구 때문에 이렇게 됐는데! 너무 날로 먹으려는 심보 아니야?”

“그럼 뭔데?”

무영의 질문에 남자는 가슴을 내리치더니 소리를 버럭 질렀다.

“아, 진짜…….깨어나고 싶다며!!!”

“뛰어내리면 깨어날 수 있다는 말이야?”

“그래!!! 미리 말해두겠는데 뛰어 내리기 무서우니까 다른 방법을 달라 던지…….”

무영은 남자의 말을 다 듣지도 않고 한 치의 머뭇거림도 없이 절벽 아래로 몸을 날렸다.

그 모습을 보던 남자는 언제 화를 냈었냐는 듯 씩- 웃었다. 검 푸른색 눈동자에 금빛무리가 반짝거렸다.

“뭐…….하나는 맘에 드는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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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까지.

외전 한번 짧게 끄적거려 봤습니다.

저 외전에 언제를 말하는 건지 궁금해 하시는 분들이 많은데

무영이 엄살피우며 기절해 있을 때 입니다. 그때 꾼 꿈이라고나 할까요?

그리고 저 놈이 누군지 모르시는 분들 계실까요?

안계시죠? ^^

.....

모르시는분 너무 많음...ㅡㅡ...재 이름은 사랑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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