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꽃을 문 짐승-52화 (52/110)

00052  짐승, 우리 안으로 꽃을 들이다  =========================================================================

천년설삼이 뭐냐고 아무리 따져 물어도 입을 꾹 다문 채 인삼을 화연의 입에 억지로 들이 밀던 기해는 이게 귀한 거라면 다시 돌려줘야 한다며 한사코 거부하는 화연에게 소리를 빽 질렀다.

“이거! 귀한 거 아녜요! 비싼 것도 절대 아니구요! 이런 걸 누가 산다고 그러세요? 길가를 걷다보면 발에 차이는 게 이거니까! 그런 걱정은 하지도 마시고 얼른 드세요! 어찌나 많은지 개똥보다 많아요! 그러니 고집은 그만 피우시고 좀 드세요! 이러다 다른 방에 향기라도 퍼져 나가면 골치 아프니까 빨리 드시라구요!”

기해의 기세에 눌려 화연이 내가 잘못 생각 했나? 하며 머뭇거렸다.

“어…….그럼 왜…….”

“씁! 빨리 드세요! 아무 말 하지 마시고 일단 드세요. 아기씨 간호하느라 마음 고생한 저를 봐서라도 한입에 씹어 드세요.”

“그럼, 같이…….”

“거, 되지도 않는 말씀은 하지도 마시고요. 그리고 저는 삼 안 맞아요. 아, 빨리요!...... 옳지. 뿌리 한줄기 까지 남기지 말고 꼭꼭 씹어 드세요. 안 쓰죠? 먹을 만하죠?”

기해의 성화에 못 이겨 삼을 억지로 입에 넣은 화연은 생각보다 쓰지도 않고 향긋해 잔뜩 쓰고 있던 인상을 풀었다.

“응. 향이 참 좋다. 전혀 쓰지도 않고…….맛있는데? 음…….나 물 좀”

화연이 탁자 위 주전자를 향해 손을 뻗는데 기해가 주전자를 뺏어 들었다.

“물드시고 싶으셔도 조금 참으세요. 그거 효과 보려면 아무것도 안 드시는 것이 좋아요. 제가 아까 말씀 드렸죠? 비싼 거 아니라고…….싼 거라서 그래요. 자, 다 드셨으면 이제 침상으로 가세요.”

“어? 나 안 졸린데? 어제 하루 종일 잤잖아. 허리도 아픈 것 같아. 몸도 찌뿌듯하고.”

“삼이 들어갔으니 조금 있으면 졸릴 수도 있어요. 일단 침상에 가서 누우셨다가 졸리지 않으면 일어나시면 되잖아요. 그죠? 어서 누우세요.”

“그래?......음......어쩐지 졸린 것 같기도 하네…….”

“그게 싼 거라서 그렇다니까요. 완전 싸구려예요. 개똥보다 많다고도 말씀드렸죠? 이불 덮어 드릴게요. 졸리시면 푹 주무세요.”

화연은 정말 잠이 쏟아지는 것 같아 눈만 끔뻑거리다가 결국엔 깊은 잠에 빠져들었다.

화연이 자는 모습을 자세하게 관찰하던 기해는 웃지 않을 수가 없었다.

“으흐흐흐흐흐흐흐. 이게 무슨 횡재냐! 이게 웬 자다가 돈벼락 맞은 일이냐고!!”

누가 주고 갔는지는 몰라도 기해는 이번만큼은 화연에게 꼬치꼬치 캐묻지 않기로 결심했다. 그러다가 자신이 먹은 것이 뭔지 알아차리는 날에는 나를 원망할 것이 분명하니까…….그리고 무슨 수를 써서라도 돌려주려고 하겠지. 보아하니 준 사람도 저것이 뭔지 모르고 아프다니까 그냥 준 것 같은데.

황족들만, 그것도 위급 시에나 먹는다는 천년설삼을 다른 사람에게 떡 하고 주다니! 그것이 다 죽어 가는 사람도 벌떡 일으켜 천년은 더 건강하게 살게 해준다는 그 천년설삼 인줄 알았다면 지가 먹었겠지, 우리 아기씨에게 줬겠어? 안 먹고 팔아도 큰 장원을 몇 개는 사고도 남았을 텐데.

한참 동안을 소리 없이 웃으며 어깨를 들썩거리던 기해의 몸이 일순간 멈칫했다.

잠깐…….근데, 어떻게 구했지?

기해는 아기씨께서 정신 차리는데 도움이 될까 싶어 온 집안 식구가 찾아다녔었던 기억을 떠올렸다. 그 때 거지꼴을 하고 집에 왔었던 상이도련님조차도 쉽지 않을 거라며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었는데 정말, 아무리 애를 써 봐도 구할 수가 없었다. 결국 찾다 찾다 못 찾은 가주 어르신께서 황궁에서 훔쳐 오겠다고 하셨다가 경계가 삼엄해 들어가 보지도 못했다며 며칠간을 풀이 죽어 계셨었는데…….기해의 들떴던 마음은 조금씩 가라앉았다. 생각하면 할수록 뭔가가 이상했다.

이 구하기 어려운 것을 어떻게 구했을까.

푸르스름한 빛깔이나 기가 막힌 향내를 보면 분명히 오래된 설삼은 맞는데…….

황궁에도 몇 개 없는 거라고 들었는데…….

그것 참 이상하다.

이거 혹시 천년설삼이 아니라 백년설삼인가?

그것도 구하기 힘든 건 마찬가지라고 했는데…….

누가 이런 것을 줬을까.

잡힐 듯 말 듯 한 뭔가를 떠올리려 용을 쓰는 기해의 표정은 점점 심각해 졌다.

다시 하루를 꼬박 자고 일어난 화연은 아프기 전보다 더 얼굴이 좋아져 있었다. 뽀얀 얼굴 전체에 번쩍번쩍 광이 나는 듯하고, 검푸른 머리카락에는 윤기가 자르르르 흘렀다. 금빛의 별무리가 박혀 있는 검푸른 눈동자는 전보다 더 선명해 지고 반짝거리는 것 같았고 온몸에서 청량한 향기가 뿜어져 나왔다.

평소 우리 아기씨가 최고라고 항상 부르짖고 다니던 기해까지도 아침에 일어난 화연을 보고 입을 쩍 벌리며 넋을 잃고 쳐다보고만 있을 정도였다.

화연은 어제 하루를 잠으로 그냥 보냈다는 것을 깨닫고 어안이 벙벙했다. 생각 할 것도 많고 할 일도 많은데 잠만 자다 하루가 지나갔다니…….자신은 원래 잠이 이렇게 많지 않은데……. 이상한 생각에 어제 먹은 삼 때문에 이런 거냐고 기해에게 물어봤더니 그것 때문이 아니고, 물에 빠져 죽을 뻔 했는데 그렇게 쉽게 나으면 그것이 짐승이지 사람이겠냐면서 걱정하지 말라고 안심을 시켜주긴 했다. 헌데 아침 내내 자신을 보면서 실실 웃는 것이 기분이 묘해지면서 수상쩍기도 해 뭔데 그러냐고 따져 물어보려는데 때마침 예진이 찾아왔다.

“어머…….화연님…….”

“네?”

자신을 멍한 눈으로 보면서 아무 말도 안하는 예진을 보니 화연은 점점 더 기분이 이상해 졌다. 그런 화연의 눈치를 보면서 기해가 예진의 팔을 붙잡았다.

“예진아가씨! 아침 같이 하러 오셨어요? 어이구 부지런도 하셔라.”

“어…….근데, 화연님…….이 향기는…….”

“어허- 우리 아기씨 고우신거 하루 이틀 일인가요. 뭘, 새삼…….흠, 흠. 아무튼, 아기씨께서는 오늘 까지는 미음을 드시는 것이 좋긴 한데 어제 먹은 처ㄴ.......인삼 때문에 일반 식사를 하셔도 될 것 같아요. 아기씨 식당으로 내려가시겠어요? 아니면 여기로 가져다 드릴까요?”

“......내려가자.”

“네, 그래요. 아기씨…….오호호호호호호.”

화연은 갑자기 웃음을 터트리는 기해를 미심쩍은 눈으로 쳐다봤지만 더 지체 하다간 식사시간에 늦을 것 같아 일단 의문을 접고, 아직도 멍한 예진을 끌면서 식당으로 내려 왔다.

식당 에는 처음보다 반수정도 줄어든 처녀들이 앉아 있었는데 화연이 내려가자마자  조용했던 식당 안에 더한 적막이 깔렸다.

화연은 자신에게 쏟아지는 곱지만은 않은 시선에 멈칫하다가 기류 미란과 눈이 마주쳤다. 기류 미란은 남궁 진류와 같이 식사 중이었는데 공 혜민은 보이지 않았다.

화연은 자신을 입술까지 꽉 깨물며 노려보는 기류 미란에게 태연하게 눈인사를 하고 빈자리를 찾아 앉았다.

“기해야. 시비숙소에서 얘기 잘 흘린 거지?”

각자의 물 잔에 물을 따르던 기해가 피식 웃었다.

“아휴……. 그럼요. 누구 명이신데요. 안 그래도 어제 저녁 쯤 숙소에 갔더니 제가 말도 꺼내지 않았는데 점심때 못 들었던 다른 시비들까지 그게 무슨 소리냐고 말 좀 해보라면서 어찌나 성화를 하던지…….그래서 한 번 더 실감나게 말해주고 왔어요. 분통을 터트리면서 우리 아기씨는 저리 누워 계시는데 이게 무슨 날벼락 같은 소리냐며 하소연을 있는대로 하고 왔으니 아마 다들 믿지 않고는 못 배길 거예요.”

“화연님, 제 시비까지 와서 말하던데요? 햇빛이 눈이 부시다며 제 처소에만 틀어 박혀 있다가 시비숙소에는 밤에 잠만 자러 가는데 그 아이까지 알 정도면 모두에게 소문이 다 퍼졌다고 생각하시면 됩니다.”

화연은 식당을 한 바퀴 획 돌아보고 기해에게 말했다.

“공 혜민님이 안보이시는데?”

“어…….그러네요. 벌써 무리에서 떨어져 나간 걸까요? 이렇게 빨리?”

예진도 기해를 따라 식당을 두리번거리다 작게 소근 거렸다.

“무슨 일이 있는 게 분명 해요. 그 성격에 무리에서 떨어져 나갔더라도 식당에서 보란 듯이 얼굴 꼿꼿이 들고 밥은 먹으려고 했을 텐데 말이죠.”

“저도 계속 아기씨 옆에 붙어만 있어서 어떻게 된 일인지 알 수가 없으니…….”

셋이서 머리를 맞대고 무슨 일인지 고민하고 있는데 어디선가 음울하고도 음산한 목소리가 가느다랗게 들렸다.

“......어제 새벽 내정에 투서가 도착하였습니다.”

“엄마야!!”

“끄악!”

“…….호림아!!”

기함을 한 화연이 의자에서 한 치는 떠오르고 기해는 아예 의자 채로 나뒹굴었다. 예진만이 조금 놀라다가 한숨을 푹 내쉬었다.

“너 정말…….이렇게 불쑥불쑥 나타나지 말라고 그랬잖어! 그때마다 간 떨어질 것 같다고 내가 몇 번을 말해!”

식탁 옆에 쪼그리고 앉아있던 그녀는 낮 빛이 아주 창백하고 입술도 퍼래 어디가 몹시 아픈 사람처럼 보였는데 특히 눈 밑이 아주 거무죽죽했다. 말이 좋아 아픈 사람이지 기해의 눈으로 보기에는 갓 무덤에서 기어 나온 송장이 따로 없었다. 머리라도 좀 단정히 묶으면 좋으련만 푸석푸석한 머리카락이 여기저기로 삐져나와 정신도 사납고 섬뜩한 느낌까지 주는 것이 여간 귀기(鬼氣)를 풍기는 것이 아니었다.

이목구비 또한 따로 때어 놓고 보면 오밀조밀하게 예쁘장하게 생겼는데도 모아 놓고 보면 흐리멍덩해 지면서 우울해 보이기까지 하는데 그렇게 존재감이 없을 수가 없었다.

호림은 거무죽죽한 눈을 끔뻑거리며 특유의 음산한 목소리로 말했다.

“불쑥 나타난 거 아닌데…….아까부터 여기 앉아있었는데......”

“그러니까 왜 거기에…….어휴…….알았다. 내가 미안하다.”

화연은 아직까지도 식당 바닥에 나뒹굴어져 있는 기해를 일으켜 세워 옷을 털어준 뒤 의자에 다시 앉히고 당황스러운 얼굴로 예진을 보니, 예진은 자신 앞에 등을 돌리고 쪼그려 앉은 호림의 머리를 다시 말끔하게 묶어 주고 있었다.

“저…….예진님…….누, 누구…….”

“아, 많이 놀라셨죠? 제 시비 호림이라고 해요. 애가 상태가 이래서 그동안 소개를 못시켜 드렸네요. 호림아, 이쪽은 내 친우 화연님이시고 그 옆은 기해라고 해. 인사해”

호림은 쪼그려 앉아있는 그대로 꾸벅 인사를 하더니 냄새를 맡는 것처럼 코를 벌렁거리며 킁킁거렸다.

“안녕하세요…….근데 아가씨한테 좋은 냄새나요.”

“네? 아, 안녕하세요…….기해야 뭐해! 인사해야지”

화연은 당장 도망가고 싶다는 표정으로 엉덩이를 들썩거리는 기해의 옆구리를 팔꿈치로 쿡 찔렀다.

“에? 아, 네…….어…….아, 안녕. 바, 반가워”

“어…….우리도 친구 하는 거야?”

“응? 치, 친구? 어…….그, 그러고 싶으면 그래야지…….근데…….눈 밑에 그거 화장한 거 아, 아니지?”

그러면서 기해가 호림의 눈 밑을 만져보려고 손을 가져가는 걸 화연이 잡아 내리면서 어색하게 웃었다.

“얘, 얘도 참…….그런 실례가 어디 있어. 어제 무척 피곤하신 일이 있었나 본데.”

예진은 기해를 이해 한다는 표정으로 보다가 고개를 저었다.

“아니, 얘는 원래 이래요. 어렸을 때부터 이랬으니까 신경 쓰지 마세요. 태어날 때부터 이래서 부모들도 깜짝 놀랐데요. 아직도 가끔 놀란다고 하던데요 뭐……. 호림아, 아까 네가 한말 다시 해봐. 어제 뭐라고?”

호림은 소리 없이 신형을 움직여 소리 없이 의자에 앉더니 소리 없이 씩 웃었다. 퍼런 입술 사이로 허연 이빨이 번뜩거렸다. 그 모습을 본 기해가 딸꾹질을 하기 시작했다.

화연이 기해의 등을 두들기면서 호림에게 미안하다는 표정으로 말했다.

“얘가 왜이래! 호림씨, 얘는 신경 쓰지 마시고 아까 하셨던 말씀 다시 해보세요.”

“…….어제 새벽 상궁의 침소 앞에 괴문서가 놓여 있었는데 공 혜민이 화연아가씨를 연못으로 밀었다는 글 이였데요.”

호림의 말을 들은 셋은... 아니, 둘은 서로 눈빛을 주고받았다. 기해는 아직까지 딸꾹질하느라 바빴다. 호림은 기해의 딸꾹질 하는 얼굴을 가만히 보다가 말을 이었다.

“아침이 되자마자 진상 규명을 위해 공 혜민이 상궁처소로 불려갔다고 하던데요. 그래서 지금 식당에 없는 거겠죠.”

“화연님, 아무래도 그들 중에 누군가 움직인 것 같은데요?”

“음…….제가 생각해도 그러네요…….아휴, 기해야! 정신없어. 물이라도 좀 먹어봐.”

화연이 기해의 등을 쓸면서 물을 따라 입에 대주는걸 보던 호림이 예진 앞으로 물 잔을 슬그머니 들이밀었다. 예진은 한숨을 쉬면서 물을 따라주었다.

“진짜…….누가 상전인지 알 수가 없다. 근데 넌 그걸 어떻게 안 거야?”

“처소담당 궁녀들이 모여서 얘기하는 걸 들었어요.”

“네가 있는데도 그 얘기를 다 해줬단 말이야?”

“저 있는 걸 모르던데요…….”

예진은 호림을 물끄러미 쳐다보았다…….그래, 하루 이틀도 아니고…….예진은 호림의 윤기 없이 푸석푸석한 머리를 쓸어주다 등을 두들겨줬다.

“그래, 수고 했다. 많이 먹어”

“네…….밥이 참 맛나요. 시비 식당하고는 차원이 다르네요. 진즉 여기 와서 먹을걸…….으흐흐흐흐”

그 한 없이 우울하고도 스산한 울음소리 같은 웃음소리를 들은 기해가 물을 마시다가 그대로 내뿜으면서 기침을 하기 시작했다.

“컥! 쿨럭! 쿨럭! 커억…….큭! 쿨럭쿨럭쿨럭. 켁켁”

“어머! 기해야, 오늘따라 왜 이러니 정말…….물 좀 다시 천천히 마셔봐. 어서”

한참 기침을 하던 기해가 화연이 주는 물 잔을 두 손으로 잡고 울상을 지었다.

세상 무서울 것 하나 없어 보이는 기해에게도 무서워하는 게 딱 두 가지가 있었는데 그 중 하나가 엄마고 나머지 하나가 바로 눈앞에 있었다.

“아, 아기씨…….저는 귀, 귀신이 제일 무서, 읍!”

기해의 입을 손으로 턱 막은 화연이 호림의 눈치를 보면서 어설프게 웃었다.

“어머나! 얘가!!...... 죄송해요. 얘가 오늘 좀 아픈가 봐요. 원래 이런 애가 아닌데…….”

호림은 전혀 기분 나빠 하지 않고 대답했다. 그녀의 머리카락 위에는 기해가 내뿜은 물이 방울방울 달려 있었다.

“그런 소리…….자주 들어요. 흐흐흐”

“기해야 괜찮아. 18년간 단련된 나도, 가끔 소리 없이 뒤에 와있거나 할 때면 소름이 오싹 끼친 적이 한 두 번이 아닌걸…….그래도 얘가 보기와는 달리 착하고 순해서 물거나 해코지 하지는 않으니 너무 무서워하지는 마.”

“과연 그럴ㄲ…….읍!...... 아기씨! 왜 자꾸 입을 막으세요!”

“씁-”

“…….아, 알겠어요. 호, 호림아…….우리...우리 친하게...지내...자......?”

호림은 볼이 볼록해 질 때까지 입 안 가득 밥을 집어넣더니 고개를 끄덕거렸다.

“응. 나 친구 없어. 이제부터 니가 제일 친한 친구야.”

“어?...구, 굳이 그럴 것 까지는......아, 알았어. 그러자…….”

갑작스런 호림의 절친 선언에 기해는 질색인 얼굴로 거부하려다 화연의 압력에 못 이겨 마지못해 수락했다. 이로써 기해에게는 화연을 하루 빨리 연릉각에서 데리고 나가야 할 중대한 이유가 또 하나 생겼다.

그 모습을 흐뭇하게 바라보던 예진이 화연에게 소리죽여 말했다.

“그럼, 오늘이 지나 봐야 일이 어떻게 돌아가는 지 알 수 있겠네요. 내일 오전에 중간택이 있을 예정인데 그전에는 결론이 나겠지요?”

“네, 그러겠지요. 아마 사실 확인 차 저희까지 부를 수도 있겠네요. 만약에 그렇다면 예진님은 가만히 계세요. 제가 알아서 할 테니”

“저는 입 딱 다물고 있을 테니 걱정하지 마세요. 그런데 어떻게 하실지 너무 궁금하긴 하네요.”

화연은 예진의 얼굴을 말없이 쳐다보다 씩- 웃었다.

“저는 그들이 모두 중간택에서 통과되기를 바랍니다. 사실, 삼간택도 통과됐으면 좋겠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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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림 = 주온 ‘토시오’의 좀 예쁘장한 여자버전

네티님 후원 더블 플레이 감사합니다.

아엘로님, toudy님 후원 감사합니다.

세분 씩이나...ㅜㅜ깜짝 놀랐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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