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0048 짐승, 우리 안으로 꽃을 들이다 =========================================================================
노 상궁과 대화 도중 살기를 퍼붓던 무영이 청룡궁을 나가버렸던 그 시각 쯤
행궁 3층 류 재상의 집무실.
류 충은 옆을 지키고 서서 쉼 없이 내뿜는 담하의 음울한 기세에 눌려, 쉬는 시간도 안주고 개처럼 부려먹는 다는 둥, 이러다 손가락에 지문이 다 없어지겠다는 둥, 이건 산재처리 되냐는 둥 구시렁거리며 서류에 결재를 하다가 갑자기 도장을 내려놓고 근엄한 표정으로 담하의 퀭한 눈을 마주 보았다.
“비서실장, 내가 누군가?”
담하는 또 무슨 수작을 부리려고? 하는 표정이었지만 순순히 대답했다.
“환제국 재상어르신이지요.”
“그래, 그렇지. 재상이지. 그렇다면 재상은 무엇인가? 한 나라의 대소사를 책임지고 관리하는 나라의 최고 직책이 아닌가!”
담하는 류 충의 웅변조의 말에도 아랑곳 하지 않고 묵묵히 도장을 들어 류 충의 손에 쥐어주었다.
“아시면 일이나 하시죠.”
류 충은 담하가 손에 쥔 도장을 책상에 슬그머니 내려놓고 고뇌하는 표정으로 턱을 쓰다듬었다.
“내가 어제 밤 침상에 누워 곰곰이 생각해 보니 과거의 일들이 주마등처럼 떠오르면서 그동안 내 맡은 바 소임을 다 못했다는 생각이 드는 것이 아닌가.”
“이제라도 아셨으니 다행이군요. 자, 도장 다시 드시죠.”
담하가 다시 도장을 들어 류 충의 손에 억지로 쥐어주려는데 류 충이 주먹을 꼭 쥐고 펴지를 않았다. 억지로 펴려고 용을 쓰던 담하가 류 충을 노려보았다.
“......좋은 말로 할 때 주먹 펴시죠.”
류 충은 담하의 눈길을 모른 척 하고 꼭 쥔 주먹을 책상에 내려치면서 벌떡 일어나 근엄한 표정으로 힘주어 말했다.
“해서! 지금이라도 내 소임을 다 하기로 마음먹었네. 비서실장. 나를 지지해 줄 수 있겠나?”
“결재 다 끝마치시면 반역을 일으키신다고 하더라도 지지해 드리죠. 다시 앉으세요. 당장!”
벌떡 일어서 강대한 기상으로 목소리에 힘을 잔뜩 주고 말하던 류 충은 담하의 눈치를 흘끔 보다가 쪼그라드는 마음을 가다듬고 호통을 쳤다.
“어허, 비서실장! 물론 결재도 중요하지만 말일세. 현재 황궁 안에서 가장 중요한 일은 이것이 아니지 않는가! 사람이 그렇게 시야가 좁아서야 되겠는가! 잘 생각해 보게. 지금 가장 중대한 일은 태자비 간택에 관련된 일이 아니겠는가. 이거보다 더 중한 일이 또 있을까. 그래서! 황궁의 가장 중요한 이 행사를 나라의 재상인 내가! 당연히 신경을 써야하지 않겠냐는 말일세. 그런 의미로 연릉각으로 시찰을 갔다 올 터이니 그렇게 알고 나 대신...”
“대신 일을 하라는 말씀이시라면 그렇게 해드리죠.”
담하가 이렇게 쉽게 허락해줄 거라고 생각지도 못했던 류 충은 헤벌쭉 웃으며 책상위에 있던 도장을 담하에게 건넸다.
“응? 어...정말인가? 그럼, 그럴래?”
“뭐, 어렵겠습니까? 원하신다면 해드려야지요. 아! 그런데 저기 벽에 걸려있는 화연아가씨 초상화 말 입니다.”
담하는 담담한 얼굴로 고개를 끄덕이다가 벽에 걸려있는 초상화를 가리켰다. 며칠 전 화연이 류 충을 보러왔던 날 농땡이를 치면서 그렸던 화연의 초상화였는데 자린고비가 허공에 걸어 놓은 조기 보는 것 마냥 딸이 보고 싶어 죽을 것 같을 때 마다 한 번씩 보라며 담하가 벽에 걸어줬었다.
“저게 뭐?”
“연릉각에 시찰 가셨다가 돌아오시면 저 초상화 뒷면에 재상 어르신의 도장이 곱게 찍혀있는 것을 발견하실 겁니다. 뒷면에 말이죠. 뒷면!”
저 초상화 뒷면에는 담하의 사직서가 깨알 같은 글씨로 적혀있었다.
“흠...내 생각이 짧았군. 비서실장.”
“아셨으면 일이나 시작하...”
류 충이 담하의 눈을 마주보며 어깨에 손을 올렸다.
“같이 가지 않겠나?”
“......”
“바늘 가는데 실도 따라가는 법! 당연히 재상이 가면 그 비서실장도 따라가야지. 내 아까는 미처 그 생각까지는 못했지 뭔가. 어떤가, 나를 따라올 수 있겠나?”
말을 마친 류 충이 엄숙한 표정으로 악수를 청 하듯이 손을 내밀었다. 담하는 퀭한 눈으로 그 손을 물끄러미 내려 보았다.
“지옥이라도 따르겠습니다. 재상어르신”
둘은 손을 굳게 맞잡았다.
“저...”
둘이 손을 맞잡고 진한 동료애를 나누고 있을 때 집무실 문을 살짝 열고 진 내관이 얼굴을 빼꼼히 들이 밀었다. 류 충이 인상을 찌푸리며 진 내관에게 퉁명스럽게 쏘아 붙였다.
“뭔가, 진 내관. 우리 엄청 바쁘네. 또 쓰잘때기 없는 말 꺼내려거든 얻어터지기 전에 좋은 말로 할 때 그냥 돌아가시게”
“폐하께오서...”
“왜, 또! 또 부르셨다는 말이냐? 한동안 안 불러서 웬일인가 했더니만 내 이럴 줄 알았다! 개가 똥을 끊지! 오늘은 또 뭔 일로 부르신 건데? 해달라는 데로 다 해 줬구만 왜 만날 불러 싸! 더 이상 뭘 어쩌라고!”
진 내관이 안절부절 하면서 등 뒤를 힐끔힐끔 쳐다보았다.
“재상어르신...그게 아니옵고...”
누군가 뒤에서 들이밀고 있던 진 내관의 얼굴을 잡아 뒤로 끌어내더니 문을 활짝 열고 집무실로 들어왔다.
“흠, 재상. 얼굴보기 힘드오?”
붉은색 용포를 입은 연제였다. 류 충의 얼굴이 소태를 씹은 것처럼 일그러졌다,
담하는 연제를 보자마자 무릎을 꿇고 예를 드리는데 류 충은 연제를 못 본 척 하면서 책상위에 흩어져있던 아무 서류나 잡아 뒤적거렸다. 이내 들리는 연제의 헛기침 소리에 내키지 않는 표정으로 고개만 엉성하게 숙였다 들고는 연제에게 자리도 권하지 않고 멀뚱히 서 있었다.
담하가 그런 류 충을 살벌한 눈초리로 노려보면서 눈을 부라렸다. 모르는 척 딴 짓을 하던 류 충은 담하의 눈빛에 못 이겨 연제에게 자리를 권했다.
“거, 아무데나......거기 앉으시겠습니까?”
“...고맙네. 재상”
연제의 앞에 류 충이 비스듬히 앉아 퉁명스럽게 말을 꺼냈다.
“누추한 예까지 어쩐 일이시옵니까. 폐하.”
“어쩐 일이긴. 행궁이야 말로 나라의 핵심기관이 아닌가. 그 동안 짐이 너무 무심했던 것 같기도 해서 독려 해 주려고 왔네.”
“독려요? 허, 참...얼마 전에 행궁 근처에만 오면 홀아비 찌든 내가 풍긴다면서 이쪽 근처에는 오기도 싫다고 하시지 않으셨습니까? 제가 잘못들은 겁니까. 폐하?”
연제 뒤에 서서 홀아비 찌든 내를 풍기던 담하가 재빠르게 한걸음 물러섰다.
“크흠! 큼큼, 여기 공기가 탁하구먼. 진 내관, 가져온 것을 내어 오게”
“예, 폐하”
진 내관이 집무실 문밖에서 대기하던 궁녀에게 화로를 받아 탁자 앞에 설치하더니 다기(茶器)를 올리고 찻물을 끓이기 시작했다. 적당하게 데워진 물에 찻잎을 띠우니 퀴퀴한 냄새를 풍기던 집무실 안이 금세 구수한 차향으로 가득 찼다.
간택령 문제로 연제에게 잔뜩 삐져 퉁명스러웠던 류 충도 그 향기에 마음이 누그러져 얼굴이 슬며시 풀렸고 그 얼굴을 보던 연제는 찻잔을 들어 올려 웃음을 가렸다.
“음...문외한인 저도 알 수 있을 정도로 좋은 찻잎 같습니다. 폐하”
“이번에 테국(國)에서 들여온 최고급 찻잎이네. 마음에 드는가?”
“흠, 흠. 좀...괜찮네요.”
“재상의 마음에 든다니 참 흡족하구려. 우리정도 나이가 되면 친우와 차 한 잔 정도는 나누는 여유도 가질 줄 알아야 하지 않겠소?”
“그러면 여기는 왜 오셨습니까? 그 친우한테나 가보시지?”
태자비 문제로 어지간히 앵돌아졌나보군. 연제는 금방이라도 웃음이 터져 나올 것 같아 입술을 슬쩍 깨물었다.
“그래서 지금 이렇게 왔지 않소. 재상”
류 충은 들고 있던 찻잔을 탁자에 거세게 내려놓으면서 구시렁거렸다.
“흥! 친우는 무슨...... 진짜 예까지 어인 행차시옵니까. 폐하.”
연제는 찻잔을 탁자에 내려놓고 고심하는 표정으로 운을 띄웠다.
“이번 태자비 간택에 대해서 말이오. 짐이 가만히 생각 보니 조금 걸리는 것이 있어서 말이오.”
찻잔을 다시 들어 올리는 류 충은 심드렁했다.
“뭐가 말입니까?”
“원래 태자비 간택은 짐의 권한 아니오? 그것을 태자에게 맡긴다는 것이 탐탁지 않아서 말이오. 태자가 뭘 알기나 하겠소?”
류 충은 가슴이 철렁 내려앉았다. 이 왕 놈이 무슨 말을 하려고 이러는 건가.
“폐하! 이미 다 끝난 얘기가 아닙니까. 제국의 황제께서 한입가지고 두말하면 되시겠습니까? 모양 빠지게?”
“흠...짐이 말을 바꾸겠다는 것이 아니고, 후보들 삼간택까지는 태자와 같이 선택을 할까 하오만. 경의 생각은 어떠시오?”
“그럼 최종간택에서는...”
“최종 간택에서는 온전히 태자의 선택을 따르겠다는 것은 변함없소. 그저 아비 입장에서 보면 며느리를 맞이하는 일인데 나의 의견도 어느 정도는 반영해야 위신도 살고 다른 사람들 보기에도 좋지 않을까 싶어 하는 말이오.”
류 충은 아까부터 찜찜하게 걸리는 것이 있었는데 그게 뭔지 알 수가 없었다. 연제의 말을 곰곰이 되뇌어 봐도 틀린 말이 아니라 반박 할 수도 없었다.
“...그럼...그러시던가요...”
류 충의 얼굴을 쳐다보던 연제는 속으로 한참을 웃었다. 내 속셈이 무엇인지 알아내기 위해 머리 돌리는 소리가 여기까지 들리는 것 같았다.
“참, 짐이 그동안 재상의 말을 믿지 못해서 미안하오.”
“...뭐... 말입니까?”
“경의 말대로 딸이 정말 미인이더군. 짐도 보고 깜짝 놀랐소.”
이놈이 무슨 수작인가...하고 바빴던 머릿속에 화연의 얼굴이 큼지막하게 떠오르면서 류 충의 입이 양쪽으로 찢어졌다
“흠, 흠...제가 뭐랬습니까? 우리 연이 예쁘다고 그렇게 말 할 때는 안 믿으시더니...어떠셨습니까? 정말 최고지요? 음하하하하하하하”
“그러게 말이오. 참으로 부럽지 뭔가. 용모도 아주 절색인데다, 심성도 아주 고와 경이 왜 그렇게 애지중지하는지 충분히 이해가 가더군.”
“음하하하하하. 걔가 그렇습니다. 사람이 좀 모자란 부분도 있고 그래야 하는데 너무 완벽해서 탈이라니까요.”
“거기에다 제 아비를 생각하는 효심은 어찌나 지극정성이던지 감탄이 절로 나오더군.”
류 충의 상체가 연제 쪽으로 크게 기울여 졌다.
“우리 연이가 무슨 말을 했습니까?”
“글쎄, 제 아비가 요 근래 밥도 잘 못 먹고 일만 하니까 일도 적당히 시키고 식사 시간에는 부르지도 말라고 하는 것이 아닌가......재상, 참 부러우이. 효녀를 뒀어.”
류 충은 연제의 말을 듣고 입이 함지박 하게 벌어져서 허리에 손을 올리고 당당하게 웃었다. 집무실이 류 충의 웃음소리로 떠나갈 것 같았다.
“음하하하하하하!! 아유...내 딸이 애비 생각 하나는 아주 끝내줍니다. 제가 딸 앞에서는 재채기도 못한다니까요. 고뿔이라도 들었나 얼마나 걱정을 하는지...으하하하하하.”
연제는 류 충의 모습을 보다가 차를 한 모금 마시고 본론을 꺼냈다.
“그런데 말일세. 요즘 주변에서 재상에 대해 수군거리는 소리가 많아서 말이지.”
“뭐라고... 말 입니까?”
“재상이 딸 시집 안 보내려고 혈안이 되어 황제에게 뒷거래까지 제시 했다고 말일세. 황궁 안에 재상의 딸 사랑이야 널리 퍼진 일이지 않는가. 그 재상이 딸을 너무나 사랑한 나머지 시집보내지도 않고 옆에 끼고 살려고 한다며, 딸 앞길도 막는 주책바가지라고 수군들 대는데 듣는 내가 다 민망하더구만.”
류 충은 뜨끔했다. 그런 마음이 없지 않아 있긴 했는데...내색하지 않고 탁자에 찻잔을 거칠게 내려놓았다.
“어떤 우라질 놈이 그런 잡소리를 지껄인답니까? 내 딸 내가 끼고 살던, 업고 살던, 들고 살던 지들이 뭔 상관이라고!!”
연제는 찻잔을 들어 올려 홀짝 들이마시며 류 충의 얼굴을 흘깃 보았다.
“뭐, 한 두 명이어야지......여튼, 짐도 한마디 해두긴 했으니 너무 노여워하지는 마시고...어떻게 할까? 짐은 경을 생각해서 초간택에서 화연을 탈락시키려고 했는데 남들이 보기에도 후보들 중 단연 돋보이는 화연을 명확한 사유도 없이 탈락시키면 말들이 많아 질 거란 말이오. 매일 올라오는 생활일지에도 흠 잡을 데 하나 없던데 무엇으로 탈락시킨다는 말이오. 이는, 태자비 간택을 위한 전반적인 심사의 공정성까지 의심 받지 않겠소?”
류 충은 생각했다.
아...내 딸이지만 너무 잘나서 문제야. 뭐 하나 빠지는 게 있어야지. 차이가 나도 적당히 나야지 이건 뭐 비교할 수도 없이 월등하니...이것 참 난처하게 됐구만.
연제의 말대로 자신도 그런 소문이 있다는 것은 알고 있었다. 간택령이 떨어지기 전에 어떻게든 딸을 후보에 포함 안 시키려고 매일같이 연제와 싸웠다는 얘기는 이제 비밀도 아니었다. 생각해 보니 내 딸이야 누가 봐도 최고의 신붓감인데 아무런 이유 없이 탈락시켜 버리면 태자비 배출하려고 눈이 벌건 내각 놈들이야 좋아라 하겠지만 매일같이 자신들의 딸이 탈락되기만을 기도하는 행궁의 관료들은 자신을 가자미눈으로 쳐다볼 것이 분명했다. 틀림없이 연제와 짜고 짐승의 앞발에서 화연을 빼돌렸다고 생각하겠지.
“음, 생각해 보니 그도 그렇겠군요. 50년 만에 처음으로 폐하의 고민에 수긍이 가는군요.”
“화연이 참 아깝긴 하지만 50년간의 우.정.을 쉽게 져 버릴 수는 없지 않겠소? 친.우.가 그렇게 원한다는데 그 정도는 당연히 해주어야겠지. 해서, 초반에 탈락시키려는데 곰곰이 생각해 보니 걸리는 것이 한두 가지가 아니지 않겠소. 경도 잘난 딸 둔 죄로 고민이 참 많겠소.”
“그러니까 말입니다. 내 자식이지만 너무 잘났지 뭡니까. 도를 지나칠 정도 이니...좀, 적당해야 말이죠. 어휴”
결국에는 행궁 관료의 여식으로 간택 될 텐데 나중에 지 딸만 살리려고 연제와의 친분을...아니, 악연을 이용해 작당을 했다며 얼마나 원망을 할꼬....
어차피 태자비 자리는 정해져 있으니 우리 연이야 삼간택 까지 가더라도 괜찮긴 할 것 같은데...그 짐승 놈이 우리 연이를 봤다고도 했고... 음, 이걸 어쩐다.
화연을 오래 못 봐 그 부작용으로 수비능력과 위기 감지 능력이 크게 떨어진 류 충은 제 인생 최악의 선택을 하게 됐다.
“흐음...그럼, 뜻대로 하시옵소서. 폐하”
“그게 무슨 말씀이시오? 삼간택까지 올려도 된다는 말씀이시오. 재상?”
“네. 원하신다면 그렇게 하셔도 괜찮습니다.”
“그러다 태자비라도 되면 어쩌려는 것이오? 태자의 눈이 나와 비슷하다면 화연을 선택하지 않을까 싶네만”
그 말에 믿는 구석이 있던 류 충은 크게 웃다가 여유로운 표정으로 대꾸했다.
“하하하하하. 그 태자전하의 눈이 참...흠, 흠. 아무튼 최종간택에서 태자전하의 의견을 전적으로 따라 주시기로 한 것만 확실하다면...저는 관대하게 이해해 드리겠습니다. 폐하.”
연제가 눈을 가늘게 떠 류 충을 모로 째려보는 시늉을 하면서 의심의 눈초리를 보냈다.
“너무 갑자기 태도를 바꾸는 거 아니오? 문득, 짐이 모르는 어떠한 중요한 일을 경만 알고 있는 것은 아닌지 의심스러운 생각이 드는데...”
하여튼 눈치는 참 빨라. 류 충은 너는 모르겠지만 태자비는 이미 정해 졌어. 라고 말하고 싶어 입이 근질거렸지만 꾹 참고 여유 만만한 자세로 찻잔을 들어 올려 향을 음미했다.
“그런 일이야 있겠사옵니까. 폐하. 다만, 태자전하께서 폐하와 전-혀 다른 선택을 한다고 해서 너무 실망 하지는 마시기 바랍니다. 사람의 취향이란 것이 각기 다 다른 법 아니겠습니까?”
그런데 걔는 사람도 아니잖니. 아들이 며느리로 이상한 처녀를 선택한다고 해도 너무 실망하지는 마라.
웃지 않으려 애쓰다가 느긋하게 차를 음미하는 류 충을 연제가 미소 가득한 얼굴로 보고 있었다.
다음 날 아침, 병상에 누워있는 화연에게 초간택을 통과했다는 전갈이 전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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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제는 (류 충 한정) M성향
막 대해 주는 걸 좋아하는 변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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