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0041 짐승, 우리 안으로 꽃을 들이다 =========================================================================
“기해야! 얘가 어디로 간 거지...기해야!”
화연은 오전 중에 예정되어있었던 예법시간이 갑자기 취소 되 남는 시간에 장서각에라도 갈까 싶어 예진과 함께 기해를 찾아다녔다.
“기해야! 너네 아기씨가 애타게 찾는다! 빨리 나와라...!”
“예진님...”
옆에서 장난스럽게 기해를 부르면서 키득거리는 예진을 끌고 화연은 1층으로 내려갔다.
계단을 사뿐사뿐 내려가던 예진이 뒤를 돌더니 턱을 만지면서 화연에게 물었다.
“화연님, 그런데 말입니다. 저희 교육시간이 점점 더 짧아지는 것 같지 않나요?”
“정말 그런 것 같아요. 교육 시간도 짧아지고 그마저도 취소되는 경우도 많아지는 것 같고요.”
“그러니까요...다른 아기님들은 심심해 죽겠다고 한탄하시더라고요. 허긴...할 일이 따로 있는 것도 아니고, 황궁 구경을 할 수 있는 것도 아니고, 그렇다고 다른 사람을 만날 수도 없는 노릇이니 갑갑들 하시겠지요.”
“아...예...그, 그렇지요.”
남는 시간에는 예진과 함께 장서각에서 가져온 책을 읽고, 밤에는 매일같이 방문하는 외간남자와 만나느라 화연은 교육이 없어도 심심할 틈은커녕 바쁜 나날을 보내고 있었다. 화연은 양심이 콕콕 찔려 얼버무리면서 괜히 기해를 찾는 듯 바쁘게 두리번거렸다.
그때, 예진이 어딘가를 손가락으로 가리켰다.
“어? 기해 저기 있네요.”
예진의 손가락을 따라 시선을 돌리니 1층 시비숙소 앞에서 다른 시비들과 같이 있는 기해가 보였다.
목소리를 키워 부르려는데 뭔가 분위기가 심상치 않아 보이는 것이 무슨 일이라도 생긴 것 같았다. 화연과 예진은 얼굴을 굳히고 기해에게 서둘러 다가갔다. 어두운 표정으로 여러 명의 시비와 얘기 중이던 기해가 한숨을 쉬면서 고개를 돌리다 화연을 보더니 깜짝 놀라면서 다가왔다.
“아기씨! 예까지 어쩐 일이세요?”
화연은 기해 뒤에 모여 그들을 힐끔거리는 다른 시비들을 찬찬히 둘러보았다. 시비들은 지들끼리 수군거리다가 화연의 시선을 피해 삼삼오오 흩어져 버렸다.
그 이상한 분위기에 화연의 얼굴이 심각해 졌다.
“무슨 일이야?”
“아, 아무것도 아녜요. 아기씨. 신경 쓰지 마셔요. 시비숙소에서 무슨 일이라고 생겼나 보더라고요.”
그렇게 말하는 기해의 얼굴에는 당황한 빛이 역력했다.
예진도 예사롭지 않은 분위기를 감지하고 기해에게 다가 섰다.
“아무 일이 아닌 것 같은데? 왜 그래? 무슨 일 있어? 화연님 걱정하시잖아.”
기해가 화연의 팔짱을 껴 전각 밖으로 화연을 끌면서 웃었다.
“무슨 일은요. 아기씨두 참...저희들에게 일이 생겼음 뭔 큰일이 생겼겠어요. 진짜 별일 아니라서 그래요. 큰일이면 아기씨에게 말씀 드렸겠죠. 자, 고운 얼굴 활짝 피셔야죠?”
화연은 기해에게 끌려가면서 웃고 있는 기해의 얼굴을 자세하게 들여다봤지만 이상한 점은 이미 찾을 수가 없었다.
“그럼 무슨 일로 모여 있었던 건데?”
“아기씨도...시비의 일을 뭐 그리 자세하게 알려고 그러세요. 안 그래도 교육 받느라 힘드실 텐데...”
“시비 일 아니야. 친구 일이야”
기해는 화연의 단호한 표정을 물끄러미 보다 활짝 웃었다.
“시비에게 친구라고 하는 아기씨는 우리 아기씨 밖에 없을 거예요. 제가 참 복이 많네요. 그렇죠? 예진아가씨?”
“응. 정말 그러네. 나도 부럽다.”
화연이 기해의 팔을 잡으면서 걸음을 멈췄다.
“말 돌리지 말고. 기해야. 무슨 일이야?”
잠시 서있던 기해는 이내 어깨를 으슥하면서 아무렇지 않게 대답했다.
“뭐, 얘기를 들어보니까 시비들 숙소에서 뭔가 없어졌다나 뭐라나...요즘 황궁 보고(寶庫, 보물창고)에서도 도난사건이 연달아 벌어졌다고 하더라고요. 그래서 뒤숭숭 한가 봐요. 뭐, 그 얘기 하고 있었던 거예요. 별거 아니죠?”
“그런데 왜 그렇게 얼굴이 어두웠어?”
“아, 그것들이 제 짐을 뒤져보겠다고 하잖아요. 다른 애들 짐은 다 뒤져봤다고...잡것들이 어디서...그래서 짜증나기도 하고, 가만히 있으면 뒤집어 쓸 것 같기도 해서 그러라고 했어요.”
“정말이야? 그게 다야? 거짓말 하는 거 아니지?”
“그럼요. 제가 아기씨에게 왜 거짓말을 하겠어요? 근데 오전수업은 어떻게 하고 나오신 거예요?”
화연은 기해의 얼굴을 유심히 살펴보았지만 정말 그것뿐인 것 같았다. 뭐가 없어진 건지는 몰라도 기해랑은 상관없을 테니 진짜 별일은 아닌 것 같았다.
화연은 마음이 한결 놓여 굳어있던 얼굴을 펴면서 대답했다.
“응. 갑자기 취소 됐어.”
“정말요? 그 징그러운 예법수업이 없어졌다니 정말 다행이네요. 오늘은 또 얼마나 사람을 잡을까 싶어 걱정했더니만 잘됐네요.”
분위기가 풀린 것을 보고 예진이 심술궂은 얼굴로 씩 웃었다.
“예법수업을 받고 몸져누운 상전을 간호하던 시비가 울분을 참지 못해 상궁의 밥에 몰래 약을 탔다는 소문이 있던데? 그 시비가 상전이 예법수업 받는 교육관 문 앞에 버티고 서서 어찌나 이를 가는지 그 소리가 교육관 안까지 들렸다더라.”
피식 웃던 기해가 예진을 의미심장한 눈빛으로 보면서 씩 웃었다.
“으흐흐흐흐... 이거 들킨 건가요.”
“하하하하하”
“기해 너도 참...”
“아! 맞다. 아기씨. 오늘 점심은 가주 어르신과 같이 하셔야 겠어요. 전각으로 연통이 왔나 봐요.”
“아버지가? 그러면 안 되는 거 아냐?”
“당연히 안 되지요. 후보로 선발되어 한번 전각에 들어서면 외간남자는 물론이고 사가의 인물들까지 못 만나요.”
옆에서 듣고 있던 예진까지 고개를 끄덕이며 기해의 말에 힘을 실었다.
“법은 아니지만 규정을 보면 조금이라도 경연에 영향을 끼칠만한 일은 하지 못하게 되어있어요. 화연님.”
화연도 그렇게 알고 있었기 때문에 더욱 의아해졌다.
“그럼 나는 어떻게 아버지랑 만난다는 말이야?”
“그렇다고는 하더라도 법으로 정해진 것도 아닌데요. 궁녀에게 물어봤더니 이런 경우도 가끔 있었다고 하더라고요. 암튼, 지금 행궁이 안돌아 간대요. 재상어르신께서 몸져누우셔서 업무마비상태라나 뭐라나...지금 행궁은 재상 어르신의 앓는 소리로 전각이 떠나갈 지경이래요. 그래서 보다 못한 연제께서 허락해 주셨나 봐요.”
“그게 무슨 말이야? 행궁이 왜 안 돌아가? 아버지께서 어디가 편찮으신데?”
심각한 표정으로 자신의 손을 잡는 화연을 깨물어주고 싶다는 얼굴로 보던 기해가 갑자기 헛기침을 하며 목을 가다듬었다.
“에헴~흠, 흠. 며칠 째 넷째 딸 코빼기도 보지 못한 재상께서 상사병에 걸려 시름시름 앓다가 쓰러지기 일보 직전이니 사람하나 살리는 셈 치고 류 화연 아가씨를 행궁으로 잠시만 보내주시오. 재상께서 쓰러지는 것은 별로 큰 문제도 아니오 만, 행궁의 업무가 마비가 되어 오늘 아침나절에만 5명의 관료가 쓰러져 의궁으로 실려 나갔소. 예에 어긋나는 부탁인 줄은 아오만 나라를 위하여 올바른 판단 부탁드리오. 참고로 덧붙이자면 허 하지 않을 시, 이번 관료이동에서는 그쪽 관료들이 행궁으로 대거 이동하게 될 것임을 알려드리는 바이오. 담하 배상”
남자의 굵은 목소리 까지 흉내 내면서 연통의 내용을 말하는 기해를 어처구니없는 얼굴로 쳐다보던 화연은 이내 창피함에 얼굴이 붉어졌고, 예진은 웃음을 터트리다 못해 배를 부여잡고 땅바닥에 주저앉았다. 그 모습을 보던 화연은 울상을 지었다.
“아버지...내가 못살아...”
눈 밑을 거뭇하게 물들이고 종이 더미를 한 아름 품에 안은 담하는 행궁 1층을 비틀비틀 걸어가고 있었다. 열흘째 잠도 못자고 소처럼 일만했던 자신의 신세를 돌이켜 보니 세삼 재상에 대한 깊은 원망이 가슴속에 아로 새겨 졌다.
어렸을 때부터 동네 꼬마들을 불러 모아 당과를 주면서 우두머리 짓을 하곤 했던 그는 어린 나이로 환제국 최고의 관료시험이라고 불리는 고관능평(高官能平, 환제국 고위 관료 등용 제도)에 수석으로 합격하여 출세의 지름길이라고 불리는 행정부에 부푼 꿈을 안고 입궁했었다.
처음, 내각보다는 행정부가 더 낮긴 한데 일이 너무 많다는 소문을 들어 선뜻 지원하지 못하고 고민하고 있었는데, 류 재상이 자신을 슬그머니 불렀다. 자신을 앉혀놓고 가볍게 차나 한잔 하자더니 권력을 휘두르려면 행정부가 딱 이라며, 일이 많다는 소문은 인제를 독점하려는 내각의 흉계이고, 덧붙여 자신은 권력에 관심이 없으니 행정부로 들어오면 자기 대신 환국 최고의 관료인 재상의 권력을 마음껏 휘두를 수 있으며 나아가, 어느 정도 시간이 지나면 재상자리까지도 넘겨줄 수도 있다는 말을 슬쩍 흘렸다.
재상이면 왕권 바로 밑이 아닌가! 사내라면 최고의 자리에서 권력의 달콤함을 맛보아야겠지. 그래, 환제국 최초로 양민출신 재상 한번 돼 보는 거야. 담하는 그 솔깃한 말에 덜컥 넘어가 행궁에 입궁하였고 얼마간은 참 꿈만 같았다. 일이 많기는 했지만 이 정도야 뭐...하면서 큰 어려움 없이 처리하곤 했었다.
녹봉도 생각했던 것 보다 두 배는 많이 지급되었고 특히 복리후생이 아주 우수했다. 역시, 행정부! 하며 행정부 소속임이 자랑스러워 목을 뻣뻣하게 세우고 돌아다니기 바빴다.
자신의 능력이 너무나 뛰어나서였을까? 입궁한지 얼마 되지도 않았는데 재상의 비서직으로 발령이 났다. 생각해 보면 이때부터 암흑기는 시작 되었다.
재상의 말이 맞기는 했다. 재상의 권력을 휘두를 수는 있었다. 업무적으로만.
이 웬수같은 재상은 일을 참 안했다. 매일 같이 넷째 딸 핑계를 대면서 입궁도, 퇴궁도 제시간에 한 적이 없었다. 등청조차 안 할 때가 많았다. 일은 죽어라 안하면서도 딸 자랑은 하루에도 수 백 번씩 해대는데 나중에는 안 들으면 허전할 정도였다. 처음에는 재상어르신께서 넷째따님 때문에 심려가 크시겠군, 그렇게 미인이라는데 누워만 계시다니 참 안타까운 일이구나...하고 생각하고 업무를 대신 처리하고는 했었는데 점점 뭔가 이상하다는 기분이 드는 것이 아닌가.
이거 내가 함정에 빠진 것은 아닐까 하고 고민하고 있을 때, 마침 그런 소문을 들었다. 일신상 이유로 그만둔 줄 알았던 자신의 전임자, 그러니까 전(前)행정부 비서실장이 실은 과로로 쓰러지기를 여러 번 되풀이하다 끝내 일어나지 못하고 오늘내일 하다가 결국에는 그만뒀다는 소문을. 그리고 쓰러지기 전 제출한 사직서 숫자가 수천(數千)을 이뤄 현재 행정부에서 이면지로 사용한다는 것을.
어쩐지 무슨 보고서마다 뒷면에 인생이 어떻다는 둥, 이러다 죽을 것 같다는 둥, 결혼은 해보고 싶다는 둥, 자꾸 여자 목소리가 들리는데 여자는 어떻게 생긴 거냐는 둥, 이런 얘기가 적혀있어 이게 도대체 뭔가 싶었는데 이런 내막이 있었을 줄 이야.
그제 서야 깨달을 수 있었다. 아...내가 권력에 눈이 멀어 내 무덤을 내손으로 파는 미친 짓을 했구나.
권력의 단 맛? 웃기는 소리. 밥이나 제대로 먹었으면 좋겠다. 한참 동안을 콩이 들어간 주먹밥으로만 끼니를 때워 속에서 콩이 자라나는 것만 같았다.
신체 건강한 - 지금은 그것도 의심스럽긴 하다. 아침이면 서야할 그것이 축 늘어져 반응을 보이지 않은 지 오래이다. - 한창 나이의 남자이기에 연애를 하고 싶은 맘 굴뚝같았다. 행궁 안에 자욱한 홀아비 냄새가 아니라 여자의 향긋한 냄새를 맡고 싶었다.
하지만 여자를 만나러 나갈 시간이 생기지 않았다. 그래서 밖에서 찾는 건 포기하고 직장 내로 눈을 돌려 궁녀를 만나보려고 했지만 그렇다고 없는 시간이 생기는 것은 아니었다. 어쩌다 기적같이 시간이 생기더라도 생존을 위해서라면 그 시간에 여자를 만날 것이 아니라 자야만 했다. 자신까지 전임자 꼴이 될 수는 없었다.
담하의 눈 속에서 원독의 한기가 줄기줄기 뿜어져 나오기 시작했다. 뭐? 딸이 절색이야? 누구든지 보면 한눈에 넋을 잃는다고? 깨어나기만 하면 나한테 제일 먼저 보여주겠다고? 그러니 좀 더 힘을 내달라고?
흥! 웃기고 있네. 내각에 가봤더니 그 엄청난 미인이라는 류 재상의 딸이 사실은 어디 내 놓기도 무서운 엄청난 박색이라서 누가 볼까 두려워 그렇게 꽁꽁 숨기고 있다는 소문이 자자하던데? 저번에 땡땡이 친 재상을 끌고 오려고 류 가(家)에 갔을 때에도 그림자도 못 봤고, 행궁에 몇 번이나 오고갈 때에도 나비를 쓴 채로 머리카락 하나 보여주지 않는 것을 보면 이것은 틀림없는 사실임이 분명했다. 담하는 분통이 터졌다.
내가 메주 따위를 위해서 이 한 몸 희생했다는 말이냐!!!!!
으드득!
“으윽-”
이를 갈았더니 이에 통증이 생기면서 흔들리는 것 같았다. 얼마나 이를 갈아 댔으면 이 나이에 풍치라니...
주변에서 똑같은 몰골로 종이더미를 안고 비틀거리던 다른 관료들이 그 서슬에 담하를 힐끔 보더니 쟤는 아직 힘이 남는가 보군, 하는 부러운 눈으로 쳐다보다 그것도 지쳐 힘없이 고개를 돌리고는 각자의 방향으로 걸어갔다.
담하는 한기를 아주 잠깐 뿜어내다 너무 힘이 들어 헐떡이면서 다시 무거운 몸을 움직였다.
“저...”
어디선가 여인의 목소리가 들렸다.
전임자가 그렇게 되기 1년 전 부터 환청으로 여자의 목소리를 듣고는 했다던데...그럼 아직 1년이나 더 이 짓을 해야 한다는 말인가. 멍하니 그런 생각을 떠 올리고 있는데 여자의 목소리가 다시 들렸다.
“저기요, 저기...”
담하는 고개를 쓱 돌렸다. 전임자가 그렇게 되기 6개월 전부터 여자의 환상을 봤다고 했다던데...역시나 여자가 서 있었다. 그것도 엄청 예쁜 여자가!
“엄마야!!”
담하는 소스라치게 놀라 안고 있던 종이더미를 내던지면서 주저앉았다. 엄마를 찾는 그의 걸쭉하고 우렁찬 목소리가 행궁 1층에 가득 퍼졌다.
엄마야, 엄마야, 엄마야, 엄마야... 하는 메아리가 울리더니 서서히 사라졌다.
1층에 있던 모든 남자들의 시선이 그녀를 향했다. 그들의 시커먼 눈은 금방이라도 흐리멍덩한 눈알을 내뱉을 정도로 커져있었다.
화연은 행궁 관계자도 아닌 자신이 혼자 돌아다니면 혹시 아버지께 누가 되지는 않을까 하는 생각에, 바쁘게 움직이는 사람들 사이에서 홀로 가만히 서있던 남자에게 다가가 말을 걸었는데 갑자기 남자가 괴성을 지르며 바닥에 주저앉아 깜짝 놀랄 수밖에 없었다.
“어머나! 괜찮으세요?”
화연은 바닥에 흩어져 있는 종이를 모아 가지런하게 정리한 뒤 아직도 멍하니 앉아있는 남자에게 돌려주었다. 남자가 조용히 손을 들어 종이를 받는가 싶었는데 갑자기 자신의 뺨을 힘껏 내리쳤다.
쫙-쫙-쫙-쫙-쫙-...행궁 안에 메아리가 다시 울려 퍼졌다 사라졌다.
“!! 갑자기 왜 그러세요!”
아무래도 어디가 아픈 것 같아 화연이 그에게 한발자국 다가가 손을 내미는데 담하가 기겁을 하며 뒤로 엉덩이를 밀면서 손을 휘둘렀다.
“억! 누, 누구시오! 거, 거기서 얘기 하시오. 난 아직 갈려면 멀었소. 아직 때가 되지 않았단 말이오!”
“무슨 말씀이세요? 어딜 가신다는 거예요? 갈 때 가시더라도 아버지께 안내 좀 해주고 가시면 안 될까요?”
눈을 꼭 감은 채 손을 휘졌던 그의 행동이 딱 멈췄다.
“...아버지?”
“네. 아버지요. 3층에 계시는 것은 맞나요?”
“...누구...”
“류 재상 어르신이요. 제가 혼자 멋대로 돌아다니면 안 될 거 같아서...”
“류......재상?”
“......어디 많이 편찮으세요?”
담하는 생각했다.
거짓말 대 마왕 류 재상이 그래도 딱 한 가지만은 자신에게 사실대로 말했었구나...재상의 넷째 딸은 정말 눈이 돌아갈 정도로 아름다웠다.
조용한 행궁 안에는 침 삼키는 소리만 간간히 들렸다.
화연은 아까부터 이상해 보이는 이 남자에게 안내를 맡겨야 하나, 말아야 하나, 그냥 나 혼자 찾아갈까 고민하고 있었는데, 갑자기 남자가 벌떡 일어나더니 잔뜩 헝클어져있던 머리카락을 손가락으로 마구 쓸어 뒤로 넘긴 뒤 옷매무새를 정돈하고 정중한 미소를 지으며 손을 내밀었다.
“가시죠.”
“어...이 거는”
화연이 들고 있던 종이를 가리키자 남자가 환한 미소를 지으면서 말했다.
“버리셔도 됩니다.”
“네?”
당황한 화연이 머뭇거리자 종이를 뺏어 들어 그대로 바닥에 내 팽개치고는 다시 정중하게 말했다.
“이쪽으로 오시면 됩니다. 그리고 여기는 아주 위험한 곳이니 누가 말을 걸어도 절대 대답하지 마시고, 눈길도 주지 마시기 바랍니다. 아! 너무 겁먹지는 않으셔도 됩니다. 제가 있으니까요. 하하하하하. 듬직한 저를 믿고 따라오세요.”
아무리 봐도 이 사람 정상이 아닌 것 같은데...불안한 마음에 도와달라는 표정으로 주변을 돌아봤지만 대부분의 남자들은 멍하니 화연을 쳐다보고만 있거나 몇몇은 이 남자를 노려보고 있었다. 그들이 이를 악물며 그 사이로 작게 내뱉는 말이 들렸다.
“부러운 새끼”
화연은 그들도 정상은 아니라고 판단하고 이 남자를 따라가기로 결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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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프라이즈-
내일오세요~하고 한편 더 올려주는 센스!
황궁안에서 가장 높은 녹봉과 가장 훌륭한 복리후생을 자랑하는 두 곳
행궁과 태자궁
돈 많이 주는 데는 다 이유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