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꽃을 문 짐승-36화 (36/110)

00036  짐승, 우리 안으로  꽃을 들이다  =========================================================================

“참…….류 가(家)에서는 아랫것들하고 겸상도 한다는 믿을 수 없는 얘기를 말로만 들었었는데 직접 보니 참 가관이네요.”

“그러게 말입니다. 저러니 류 가(家)는 위아래도 없다는 소리나 듣는 것이 아니겠어요? 아랫것들 보기 민망해서. 원, 참”

“풋- 그만들 하세요. 배움이 모자라면 그럴 수도 있지요. 사람이 모자라서 그러겠습니까? 이래봬도 가주가 한 나라의 재상이신데요.”

공 혜민과 남궁 진류가 천천히 지나가면서 들으라는 듯 류 가(家)의 험담을 늘어놓으니, 그 뒤를 느릿하게 걷던 기류 미란이 비웃는 표정으로 그들을 말리는 시늉을 했다.

화기애애하던 분위기가 일순간에 가라앉았다.

예진이 공 혜민과 남궁 진류를 서릿발 가득한 눈으로 노려보고, 기해가 어두운 얼굴로 고개를 푹 숙였다. 화연은 기해의 그 모습을 한번 쳐다본 뒤 그녀들에게 시선을 돌렸다.

“어머나, 강 예진님. 잘하면 한 대 치시겠습니다. 아버지이신 형부상서께서도 성정이 급하셔서 도무지 참는 법을 모르신다지요?”

“그 피가 어디 가겠습니까. 그래도 법 집행을 총괄하시는 분이신데 참 걱정이 되는군요.”

공 혜민과 남궁 진류가 주거니 받거니 하는 꼬락서니를 보다 참을 수 없어진 예진이 식탁을 내려치고 일어섰다.

“이보세요! 말이면 다인 줄 아십니까! 예가 어딘 줄 아시고 그리 경거망동을 하십니까!”

기류 미란이 얼굴에 한 가득 비웃음으로 채우고 코웃음을 쳤다.

“여기가 어디인지 아니 드리는 말씀 아니겠습니까? 설마, 이분들이 잘못된걸 보고도 멍청한 얼굴로 앉아 있어야 하겠습니까? 누구처럼 말이지요.”

그러면서 화연을 턱으로 가리켰다. 그 모습을 본 예진이 기류 미란을 노려보면서 한마디 하려는데 공 혜민과 남궁 진류가 기류 미란을 거들었다.

“그럼요. 기류 미란님 말씀대로 참- 물정도 모르고, 예의도 없으면서, 자격은 더더욱 없는 분이 여기 한분 계시지 않습니까?”

“웃어른을 봐도 인사할 줄도 모르고, 남우세스럽게 아랫것들하고 겸상을 하지를 않나, 자격도 없으면서 떡하니 앉아있지를 않나…….참, 류 재상께서도 걱정이 많으시겠습니다.”

“아니, 이런 미!”

예진이 얼굴이 붉어지면서 쌍욕을 퍼부으려는데 화연이 그녀의 팔을 잡아 저지 하면서 일어섰다.

사실, 화연은 이 상황이 신기하고 재미있기도 했다.

이건 꼭…….학교에서 노는 여자아이들이 왕따를 괴롭히는 것과 같은 형국이지 않은가?

연우일 때 학교에서 왕따를 당하긴 했었지만 말 그대로 따돌림만 받았었다. 모두가 자신을 유령 취급하면서 일절 상대를 안 해줘 너무나도 심심하고 외로워서 누가 괴롭혀 주기라고 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을 정도였다.

그때가 생각나면서, 살다보니 내가 이런 일도 겪어 보는 구나 싶어 신기하기도 하고 흥미롭기도 해서 별 생각 없이 듣고 있었다.

지금 자신의 나이는 18세지만 꿈에서는 서른 살도 넘었었는데 이 정도야 놀이터에서 다투는 어린아이들 같기도 해서 유치하기도 하고 귀엽기도 했다.

어차피 친구를 사귀자는 생각을 가지고 들어왔으니 괜한 소동 일으키지 않고 원만하게 해결하고 싶었다.

문제 삼지 않고 알아듣게 타일러서 좋게 넘어 가려고 했지만 한 편으로 생각해보니 내가 왜 그래야 하나 싶었다. 모든 사람과 친해 질수는 없는 법이고 이들의 말이 도가 지나쳐 그냥 넘어간다면 예진에게도 피해가 갈 것 같았다.

무엇보다 나에게 누를 끼쳤다는 생각에 파랗게 질려버린 기해의 얼굴을 보니 속이 상해서 견딜 수가 없었다.

“듣자하니 저를 말씀하시는 것 같은데 맞으신가요?”

화연이 말을 하자마자 공 혜민과 남궁 진류가 기다렸다는 듯이 혀를 찾다.

“벙어리인줄 알았는데 말은 하는 군요? 모자라다더니 이렇게 이해력이 부족해서야…….쯧쯧쯧”

“그러게 말입니다. 이제야 깨달았다니 그래서 사람은 배워야 한다는 건가 봅니다. 12년간을 누워만 있으면서 빈둥거렸다니 참 기가 막힐 노릇 이지요.”

화연은 어떻게든 꼬투리를 잡으려는 그들의 행동이 우스꽝스럽게 보여 웃음이 나올 것 같았지만 꾹 참고 궁금한 표정을 지었다.

“음…….저에 대한 말씀이 맞으셨군요. 그런데 제가 뭐 한 가지 여쭤 봐도 되겠습니까?”

“뭐, 한가지로 되시겠습니까. 보아하니 한, 두 개의 질문 가지고는 부족할 듯싶으신데요.”

“킥-”

“풋-”

공 혜민의 말에 기류 미란과 남궁 진류가 어깨까지 움츠리면서 비웃음을 터뜨렸고  그 모습을 본 예진이 미간을 찌푸리면서 다시 말을 꺼내려는 것을 보고 화연이 팔을 잡아 만류 시킨 뒤 표정의 변화 없이 고개를 끄덕이면서 동의를 했다.

“저도 도저히 이해가 안가서 한 가지 질문으로는 해결이 안 될 것 같았는데 그럼 잘됐네요.”

화연은 한손으로는 턱을 받치고 다른 한손으로 그 팔꿈치를 받치고서 고민스러운 얼굴로 그들을 쭉 둘러보았다.

“당신들은 누구십니까?”

“뭐……?”

“......”

“당신들이 누구 길래 그런 말씀을 하시는 건지 궁금해서요. 누구인줄 알아야 예를 갖추던지 말든지 할 것이 아닙니까? 제게 예를 갖춰야 한다고 하시는 것을 보니, 혹시 황궁에서 일하시는 관료십니까? 제가 황궁의 모든 관료들의 얼굴을 아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관료시라면 죄송하게 됐습니다.”

무슨 말을 하려나 했더니 엉뚱한 소리나 지껄이는 화연에게 공 혜민이 인상을 찌푸리면서 신경질적으로 대답했다.

“이 무슨 말도 안 되는 소리란 말입니까! 우리가 왜 관료입니까?”

옆에 있던 남궁 진류도 덩달아 목소리를 높였다. 두 겹의 턱이 바르르 떨렸다.

“맞습니다! 관료가 왜 태자비 후보로 간택이 되었다는 말입니까! 그 정도 상식도 없으시면서 어찌 이곳에 앉아 계시는 겁니까?  부끄럽지도 않으십니까?!”

화연은 잘 알았다는 듯 태연하게 고개를 끄덕이다가 다시 물었다.

“그렇습니까? 관료는 아니라는 말씀이시군요……. 다른 질문을 드리죠. 관료도 아니신데 제가 왜 당신들에게 예를 갖추어야 합니까?”

공 혜민과 남궁 진류는 순간 말이 막혔다.

아비의 직책에 따라 그 자녀들의 높고 낮음을 정한다면 대학사의 자녀가 재상의 자녀에게 예를 먼저 올려야 하는 것이 맞았다. 그때까지 비웃던 표정이었던 기류 미란이 얼굴을 싸늘하게 굳히고 화연을 노려보았다.

“지금…….재상의 자녀라고 우릴 무시하는 겁니까? 아비의 위세를 등에 업고 우리를 괄시하시는 거냔 말입니다. 당연히 나이를 따져 예를 드려야 지요!”

“아, 그런 말씀이시군요. 그러면 하나만 더 물어보겠습니다.”

계속되는 질문에 자신들이 밀리는 것 같은 느낌이 들자 공 혜민이 납작코를 벌렁거리며 버럭 성질을 냈다.

“뭘 자꾸 따져 물으십니까! 연장자에게 예를 갖추어 인사하는 것이 그렇게 힘들다는 말입니까?”

“당연히 어려운 일은 아니지요. 근데 말입니다……. 저에게 나이를 말씀하신 적이 있으십니까? 아까도 물어봤지만, 저는 오늘 당신들을 처음 봅니다. 처음 본 사람인데다 말도 안 해봤는데 제가 어떻게 당신들의 나이를 알 수 있습니까?”

당연히 자신들을 알고 있을 거라고 생각한 그녀들은 말문이 막혔다. 왜 우리를 모르냐고 따져 물을 수도 없고, 이제 와서 무조건 인사해야 한다고 우긴다면 더 우습게 보일 뿐이었다.

“......”

“아! 그리고 한 가지 더. 당신들은 태자비를 간택하는 이 경연에서 간택을 좌지우지할 수 있는 어떠한 영향력이라도 끼칠 수 있습니까?

화연의 이 말에 식당에서 그들을 주시하던 다른 처녀들의 눈초리가 단숨에 사나워졌다.

그들은 화들짝 놀랐다. 대답을 잘못했다가는 여기 있는 모두가 자신들의 아비가 태자비 간택에 유리하도록 뒷손을 썼다고 생각할 것이 자명했다.

특히 주항서인인 아비를 둔 남궁 진류는 펄쩍 뛰었다. 안 그래도 길일을 점치거나 나라의 대소사를 정할 때 일정 가문에 유리하게 정한다며 의심스러워하는 말들이 많아지면서 자질 논란까지 나와, 요즘 곤란할 지경이었기 때문이다. 이번 태자비 후보 선별 문제에서도 내각관료에게 뒷돈을 받았다는 말들이 많았기 때문에 더 몸을 사릴 수밖에 없었다.

“우리를 뭘 로 보고 그런 말도 안 되는 모함을 하십니까? 영향력이라니요! 모르는 사람이 들으면 우리가 떳떳하지 못한 짓이라도 저질렀다고 생각할거 아닙니까! 그 말씀 취소하세요!”

그럼 아니란 말씀이지요…….하던 화연은 그들은 천천히 둘러보았다.

“그럼 저의 자격이 있고 없음을 왜 당신들이 결정하나요?”

“......”

“저에게 일정한 자격이 있다고 생각하신 웃전의 선택으로 후보로 선별되었습니다만, 자꾸 자격이 없다고 하시니, 그 자격이란 걸 결정할 만한 자리에 계시어서 그런 말씀을 하시는 건지 그것이 참 궁금하였습니다. 자, 대답해 주시겠습니까?”

“......”

기류 미란이 주먹을 꼭 쥐고 어깨를 부들부들 떨었다. 그 모습을 보던 화연이 화사하게 웃으면서 한마디를 던졌다.

“잘하면 한 대 치시겠습니다.”

“풉-”

“아하하하하하하-”

고개를 숙이고 있다가 웃음을 터트린 기해가 자신의 입을 막으며 식탁에 엎드려 버렸고, 예진은 아예 식당이 떠나가라 크게 웃으면서 자리에 다시 앉았다.

대답을 기다리던 화연도 자리에 앉아 못 다한 식사를 마저 하려다가, 그때까지 무시무시하게 노려보고 있는 기류 미란에게 “식사 같이하실래요? 아시다 시피 저는 아랫것들하고 겸상하는 것을 좋아해서요.” 라고, 싱긋 웃으면서 마지막 일침을 가하자, 그들은 고개를 획 돌리고 식당을 빠르게 빠져나가버렸다.

그 뒷모습을 보던 예진이 식당이 울릴 정도로 크게 웃으면서 기해의 어깨를 두들겼다.

“기해야. 너희 아가씨 보기와는 아주 다른데? 누가 뭐라고 하면 울면서 뛰쳐나갈 줄 알았는데……. 와- 나 화연님한테 완전히 반할 거 같아.”

기해의 눈은 몽롱하게 변해있었다.

“저는 이미 반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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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연, 내것은내가지킨다  +5 상승

예진, 내친구화연쵝오 +2 상승

미란, 내가제일잘나가 -10 감소

기해, 우리아기씨더럽  +0 상승. warning: 이미 만렙이므로 주의하십시오.

오늘 밤 12시 1분에 오시면 무영이랑 화연 만나는 거 훔쳐보실 수 있습니다.

발뒤꿈치 드시고 살금살금 오세요.

세계관에 대해 궁금하신 점은 코멘에 남겨주세요.

[작품설정]에 정리해두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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